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2-2편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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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2-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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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528 회 작성일 24-01-19 19:1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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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라스카의 아크는 화살을 대신해 슈발츠의 주문 에너지를 쏘아 날릴 뿐 아니라, 아무런 에너지를 주입하지 않더라도 화살 대신 신성한 에너지로 타오르는 혼돈의 섬광을 날려 대는 무시무시한 병기가 되었다. 날개의 선물과 활의 개조는 셀다린의 신들이 얼마나 슈발츠에게 기대하는 바가 큰 것인지를 실감하게 해 주었다. 바하무트 때도 그랬지만, 이런 선불까지 받았으니 작업에 나서지 않을 수가 없다. 슈발츠는 웬도나이의 타도를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시작했다.


웬도나이는 롤스의 [유일한] 챔피언이다. 그러니 그를 불러내려면, 그가 [수호]하고 있는 롤스 여신에게 심각한 손해를 끼치거나, 그럴 가능성이 생긴다고 믿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슈발츠는 그 방법을 안다.


언더다크를 공략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롤스의 총애를 가장 많이 받는 도시인 멘조베란잔의 성벽을 두드리면, 웬도나이는 나오기 싫어도 나와야 한다. 그를 위해 슈발츠는 언더다크에 세력을 얻기로 작심했다.


" 광활한 아스트랄계를 탐험하시려면, 배가 있어야겠죠. "


와우킨은 아스트랄계를 항해하는 기쓰양키들의 배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고, 그녀의 조언은 옳았다. 삼차원적인 망망대해나 다름없는 아스트랄계는 적절한 여행수단이 없는 여행자들에겐 사막과 같다. 의미 있는 탐험처보다, 아무것도 없이 비어있는 공간만 헤매다 끝나게 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다. 게다가 맨몸으로 여행하는 것보다 배를 가지고 여행하는 경우엔 훨씬 더 많은 [대비]를 할 수도 있다.


물론 슈발츠는 신적인 힘을 가졌으니 그냥 순간이동 등으로 이동하는 것이 더 간편했지만, 그래도 힘을 남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코렐란을 보아서도 알듯이, 더 강력한 누군가는 항상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그와 동행하고 싶어 하는 것이 노예들의 바램이다. 슈발츠 만큼의 힘을 가지지 않은 그의 노예들은 그와 동행하려면 이것저것 필요한 준비가 많은 것이다.


처음에 슈발츠는 기쓰양키들의 배를 [빌릴]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들의 배는 아스트랄계와 차원의 틈새를 항해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스팰재머(Spelljammer)이다. (그리고 그 배를 만드는 기술은 기스양키와 일리시드들, 그리고 아마도 비홀더들 밖에 모른다). 게다가 슈발츠의 여행지는 아스트랄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닐 것이므로,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배가 필요했다.


배의 기초는 슈발츠가 디자인 했지만, 곧 젤로나도 참여했다.


" 노움들의 비공정과는 또 다르군요. "


파피루스 두루마리 위에 슈발츠가 그린 대충의 스케치를 살피던 젤로나의 말을 되물어 보았더니, 노움들은 마법적인 처리를 최소화 한, 가벼운 가스를 채운 주머니를 여러 개 단 배를 실제로 공중에 띄운다는 것이었다. 마법에 그리 많이 의존하지 않고도 비행이 가능하다니 상당히 솔깃한 이야기라, 슈발츠는 젤로나의 [노움 친구들]의 기술도 응용할 수 있을지의 여부를 타진해 보기로 했다.


란탄이 대격변과 동반된 해일에 의해 멸망한 후, 살아남은 란탄의 노움들은 쿨트 정글 깊숙이에 신도시를 마련했다. 원래 밀채(몰래하는 벌목)를 하기 위해 차원문을 연결해 만들어 두었던 작은 캠프 여러 개가 본격적인 피난에 이용된 것이다. 그리고 해안에 있던 쿨트의 정착지들과 그 문명지를 노리던 고블린 등등이 멸망한 후 벌목 캠프들을 한데 묶은 그 도시(뉴 란탄)는 쿨트 인근에서 거의 유일한 문명지가  되어 있었다.


아직 쿨트 정글 깊숙히의 비늘족들(대표적으로는 리저드맨과 유안-티)과의 문제가 다 해결난것은 아니지만, 노움들의 적응력은 세계 제이(세계 제일은 하플링)인 덕에 대격변 이후 잘나가는 문명지로는 손에 꼽는 위치가 되어 있었는데, 물론 젤로나의 노움 친구들 중 한명도 이 도시에 거주 중이었다. 슈발츠는 젤로나를 데리고 이곳을 방문하기로 했다.


" 오오 이게 누구야, 누구보다 [작고 사랑스러운] 젤로나 공주님 아니신가! 오랜만입니다 공주 마마. "/노움


" 여전히 건강하군요, [키다리] 세프 아저씨. "/젤로나


젤로나를 [작고 사랑스럽다]라고 말할 수 있는 [키다리] 셰프 아저씨라는 그 나이든 노움의 키는 다른 노움들의 평균은 상회하고 있었지만, 딱 젤로나의 허벅지 인근에서 멈추어 있었다. 무릎을 꿇고 앉은 젤로나와 서로 정답게 포옹을 나눈 후, 젤로나는 슈발츠와 노움을 서로 소개시켰다.


" 이쪽은 제 남편이신 슈발츠님이에요. 슈발츠님, 키다리 셰프 아저씨라고 썬데이(Sonday) 일족의 대표자세요. 최고의 발명가시죠. "/젤로나


" 아, 이분이 우리의 귀여운 공주님을 데려간 그 행운아시군. 그리고 내가 최고라니, 이제 우리 공주님이 이 늙은이보다 훨씬 나을 거요. "/셰프


젤로나의 발명혼(?)은 아무래도 이 노움에게서 이어 받은 듯 했다. 그에 마땅한 유감을 제기해야 했지만 그 전에 슈발츠는 그 노움과 악수하기 위해 허리를 구부려야 했다.


" 슈발츠라고 합니다. 그리고 [행운아]라는 말이 나와서 말이지만, 아직도 나는 이 결혼이 젤로나가 재수가 없었던 것인지 내가 행운아라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군요. "/슈발츠


" 핫하! 노움식의 농담을 아시는군! 젠슨 가문의 친구들이 이걸 들으면 또 어떤 순무를 끌어들일지가 궁금해지는데? "/셰프


셰프는 유쾌하게 웃으며 자신의 공방으로 슈발츠들을 안내했다.


" 비공정을 만드는 데는 두 가지 방식이 있소, 하나는 배 전체에 부유 마법을 거는 거고, 다른 하나는 열기구 방식이지. 둘 다 일장일단이 있소. 마침 내가 열기구를 만들고 있으니 보시구려. "


셰프가 만들고 있는 비공정은 가볍고 단단한 쿨트산 나왕목을 중심으로 만든 선체 위에 천을 이어 붙여 만든 풍선 같은 장치가 붙어 있었다(자세히 보니 두껍고 질긴 삼베를 여러 겹 풀로 겹친 것이었다). 그리고 그 풍선 장치의 [입구]부근에는 하나의 화로가 있었는데,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슈발츠로써는 생전 처음 보는 시커먼 돌멩이였다. 셰프는 그것을 들어서 슈발츠에게 건네주었다. 그것은 흑요석처럼 검게 번들거렸지만, 사암과 비슷하게 쉽게 바스러졌다.


" 드워프들이 난방용으로 주로 쓰는 물건이요. 석탄이라고 하지. 불이 잘 안 붙지만, 일단 붙으면 화력이 강하고 제법 오래간다오. 화로에 불을 때고 여기의 배기구를 열면 부풀어 오른 뜨거운 공기가 이 안으로 들어가고, 그 뜨거운 공기의 힘으로 공중에 뜨는 거요. "/셰프


"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군요. "/젤로나


" 물론, 단 기구 자체를 지키고 선체를 보강하는 데는 마법적인 도움을 받고 있지요. 나무로 된 선체나 천으로 된 기구 자체는 약하니까. "/셰프


" 전진과 방향조정은 어떻게 합니까? "/슈발츠


" 다른 배와 같소. 바람을 타는 거지. 그리고 배에서 방향타 역할을 하는 삼각돛을 여기와 여기에 단다오. 이건 근본적으로는 배의 키 장치와 원리가 같지. "/셰프


아직 만드는 중인 배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셰프는 슈발츠와 젤로나의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해 주었다. 그리고 문득 생각난 듯이 한마디 덧붙였다.


" 그래, 그리고 하늘을 나는 배를 만들고 싶다면 할루아인들에게도 자문을 구해 보면 좋을 거요. 우리와는 다르게 그쪽은 정말로 마법을 사용해서 하늘에 배를 띄우니까. "/셰프


" 마법해제를 당하면 추락한다던 그 비행선 말이군요." /젤로나


젤로나의 농담 아닌 농담에 모두들 웃었다. 확실히 마법에 너무 의존하면 위험한 것이다.


" 여담이지만, 그쪽은 방향조절도 마법에 의존한다더군. "


그리고 셰프는 곧바로 두 방식의 장단점을 요약해서 구술해 주었다. 할루아의 [비행선]은 마법으로 물에서 가는 배를 공중에 띄운 것이라, 제작 자체는 간편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배 자체에 다른 마법을 걸 수가 없어서 언제나 마법적으로 바람의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항법사가 필요하다. 뉴 란탄의 [비공정]은 일종의 열기구이기 때문에 배 자체의 운행에 마법은 거의 필요가 없다. 또한 선체에 강화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할루아의 비행선에 비해 기동력이 떨어지고 기구 부분이 약해서(강화를 한다 해도 한계가 있다) 공중 전투에는 적합하지 않다.


셰프와 인사를 나눈 후 자신의 궁성으로 돌아온 슈발츠는 젤로나와 상의를 거친 끝에 두 방식을 조합한 설계를 택하기로 했다. 게다가 한술 더 떠서, 비행선의 제작까지 썬데이 일족에 의뢰하게 되었다. 고렘들은 아무래도 섬세한 세공에는 약하고, 썬데이 일족의 공방은 슈발츠가 봐도 배를 만들기 위한 시설로는 세계에서도 일류급에 속했다.


배의 형태는 전체적으로는 세로로 길고 끝이 뾰족한 타원형으로, 마치 우리 세상의 미식축구의 공과 비슷한 형태로 결정되었다. 그 배의 선체는 목재 대신 철과 연금술적 은을 재료로 사용하고, 선체 자체에도 물리적인 파손과 원소 피해를 대비한 마법적 보강을 추가하기로 했다. 그리고 선체 외부와 내부 선실 사이의 공간을 크게 잡고 모두 4군데의 [열기구]부분을 만들고, 그 내부도 여러 개의 격벽으로 나누었다. 기구 형식의 비행선이 지닌 약점-즉 열기구 부분을 파괴당하면 비행능력을 금세 상실하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서임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추진은 기스들의 스펠재머와 같은 방식으로 하기로 했다. 선체에 마법을 건 것이다. 그리고 비상시에 사용하기 위한 작은 돛(하나가 아니라 선체 상하로 여러 개를 장치했다. 평상시에는 숨겨짐)과 방향타를 설치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면 끝이었다.


또 하나의 마법적인 혁신인 이 배는, 셰프를 비롯한 썬데이 일족의 노움들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만드는데 거의 일 년이 걸릴 정도의 대공사였다.


배가 만들어지는 동안 슈발츠는 지상의 다른 볼일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중 하나는 [하늘이 뚫린]언더다크의 도시 중 하나를 영유하는 작업이었다. 단순히 도시 하나를 영유한다면 지상의 도시 하나를 매수해도 좋을 것을 굳이 언더다크의 도시로 점을 찍은 이유는, 장래의 언더다크에 대한 롤스의 독점 체제를 무너뜨리고, 그녀의 챔피언으로 알려진 웬도나이를 좀 더 쉽게 눈앞에 끌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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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마스(Sshamath)는 [하늘이 무너져내린] 언더다크의 바로 서부에 위치한 도시다. 전형적인 언더다크의 다른 신정 일치의 모계사회가 아닌, 위저드적 기예(를 가진 남성)를 중심으로 한 마법정 사회를 건설했던 이 도시는. 대격변 초기에 지진 등의 천재지변에 의해 반파되고 방어적으로도 거의 무력해져 외부의 공격(특히 이제 접근이 쉬워진 지상으로부터의)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지만, 주된 주민들이던 드로우들이 그 도시의 주도권을 포기하는 대신 지상화 언더다크를 잇은 교역점으로써 도시의 문호를 개방한 덕분에 도시 자체는 긴 겨울동안에도 살아남았다. 아니 살아남은 상태를 뛰어넘어, 지상과의 교역 거점으로 상당히 번성하고 있는 중이었다.


여기에 슈발츠가 점을 찍었다. 무엇보다 [무너져내린] 내해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지상과의 연락이 용이하고, 비 롤스 신앙을 가진 드로우 주민들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 주인님, 직접 내려가실 건가요? "/플로라


" 아아, 그래야겠지. "/슈발츠


슈발츠가 젤롯 5호기를 팔 보호대로 변하게 만들어 착용하는 것을 보며, 플로라는 무척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무리도 아니다, 화끈한 재앙과 함게 비교적 빨리 교통 정리가 끝난 지상과 달리 언더다크에는 세계적인 재앙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었고, 아직도 롤스파와 비 롤스파 간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아비규환의 지옥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슈발츠가 점을 찍은 도시인 샤마스는 무주공산이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드로우보다 더 지독하다는 평을 듣는 지상인들, 그 중에서도 독하다는 상인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도시인 것이다.


" 너무 걱정하지 마라, 어비스에서도, 드웨머하트에서도 살아 돌아온 내가 그까짓 인간들 하나 못다루겠느냐? "/슈발츠


" 그래도... 걱정하는게 저희들 일인걸요. 아응... "/플로라


머리에 이어 목덜미를 쓰다듬어지자 플로라는 고양이같은 신음소리를 내며 슈발츠에게 안겨들어왔다. 그럭저럭 하는 동안 무장을 다 갖춘 두르나가 약간 반항하는 알루데시아의 목줄을 끌고 창고로 들어왔다.


" 앗, 플로라 이 앙큼한 것, 나없는 동안 몰래 주인님께 아양을 떨다니! "/두르나


" 언니는 또 내려가시면 주인님과 같이 지내잖아요, 나도 같이 가고 싶은데! "/플로라


투닥거리는 노예들을 내려다보던 슈발츠는 둘의 허리를 끌어당겨 제압한 후, 고개를 가로저었다.


" 이번에 두르나는 다른곳이다. "/슈발츠


" 에에? 같이 가시는거 아니었어요? "/두르나


금새 울것 같아진 두르나의 표정을 보며 플로라가 약간 쾌감을 느끼는 듯 했다. 두명을 다시 땅에 내려놓은 후 슈발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두르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 너에겐 특별 임무가 있다. "


[특별]이라는 말에 살짝 현혹된 두르나의 초롱초롱한 눈과 시선을 맞추며, 슈발츠는 두르나가 가야 할 곳과 해야 할 일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두르나를 먼저 보내고, 자신은 샤마스로 통하는 옛 언더다크 지역을 향해 순간이동을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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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로 변한 것은 없군. "


하늘이 뚫린 언더다크와 가까와진 탓에 공기가 조금 더 개운해졌다는 정도를 제외한다면, 한번 와 보았던 샤마스의 입구는 변한점이 없었다. 달라진 점은 도시의 풍경이 아니라 그 구성원이었다. 입구부터 사슬갑옷에 도끼와 석궁으로 중무장한 일단의 지상인 경비들이 엄중하게 지키며 지나가는 이들을 검문하고 있었다. 물론 이제와서는 검문에 응하는 것조차 귀찮은 일이라, 슈발츠는 조용히 검문소 뒤쪽으로 순간이동을 해 벽을 지나쳤다. 아직 위브가 회복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순간이동을 막는 결계도, 드로우 도시에 흔한 페즈레즈도 없는 샤마스의 성벽 정도는 장애물도 아니었다.


성벽을 넘자 마자 한번 본 낮익은 풍경이 펼쳐졌다. 거대한 종유석 기둥을 온통 메우고 있는 마법 글자들, 지상인들을 위해 길을 밝혀 주는 형광 이끼들로 밝혀진 계단들. 그리고 왁자지껄한 시장들... 시장은 예전의 위치가 아니라 원래 있던 마법 시장보다 한층 위에 서 있었다. 그리고 왁자지껄한 상인들과 손님들이 거래하는 물품도 예전의 호화찬란한 마법구가 아니라 거의가 언더다크에서는 구하기 힘든 지상의 생필품들이었다.


지금의 샤마스는 고유의 화폐를 발행하고 있었다. 동화와 은화는 유통되지만, 고액권은 금으로 된 주화가 아니라 샤마스와 가까운 광산에서 나는 혈석을 정교하게 깎아 만든 부러진 젓가락 모양의 [전표]가 대신하고 있었다. 그것이 아니면 받지 않는건 아니지만, 계산이 귀찮다.


환전상에서 보석을 바꾸는 동안, 슈발츠는 거간꾼에게 묵을 만한 숙소를 물어 보았다.


" 손님같이 유복한 분이 묵으실 곳이라면 [붉은 여왕관]이나 [비적의 아지트]가 있지요. 술은 여왕관이 낫고, 드워프식의 통구이를 즐기신다면 아지트를 추천합니다. "


슈발츠는 세련된 술보다는 드워프식의 통구이를 선호했기 때문에 머물 곳은 결정되었다. 그리고 환전을 끝마치고 점포에서 나오려던 그는 세명의 검은 사슬 갑옷을 입은 무리와 마주쳤다. 그중 한명은 슈발츠의 눈에 상당히 낮익은 병기를 소지하고 있었다. 그것은 하나의 완만히 굽어진 날을 가진 칼이었는데, 예전에 슈발츠가 애용했던 진천과 용수 같은 환도와 무척 비슷했지만 그보다는 약간 길고 묵직해 보였다.


" 뭘봐? 왜도(倭刀) 처음보냐? "


슈발츠는 그의 칼을 향한 관심을 감지한 검은 갑옷이 시비를 거는 것을 보고, 귀엽기 그지없는 그 한량질에 속으로 코웃음을 치면서 손을 들어 보이고 문을 나섰다. 이런 곳에서 이런 상대도 안되는 자와 싸워 봐야 좋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 뭐야, 대꾸도 없이 돌아서다니 내가 우습냐? 거기서! "


쉬르릉...


쇠의 마찰음과 함께 칼이 뽑혀 나오려는 순간, 슈발츠의 손에서 전표가 날았다.


" 어?... 어어어... "/검은 갑옷


" 싸움을 하고 싶다면 비슷한 레벨의 상대를 잡지 그래. "/슈발츠


슈발츠는 전표의 끝으로 칼집에서 뽑혀 나오려는 칼을 누른 채로, 칼집이 채워진 쪽의 발을 밟고 서 있었다. 그야 적당히 지그시 밟아 눌렀을 뿐이지만, 검은 갑옷은 발로부터 시작해서 전신이 박살나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뽑혀나오지 않는 칼을 붙잡고 진땀을 뺐다. 그자의 좌우에 있던 다른 검은 갑옷들은 바로 귀 옆을 스쳐지나간 채로 뒷 벽에 박혀 있는 전표의 붉으스름한 빛을 보고 새파랗게 질렸다.


" 으으윽... "/검은 갑옷


" 꺼져라. 내가 너희들을 모두 죽여버리고 싶은 기분이 들기 전에. "/슈발츠


발을 풀어주자, 검은 갑옷들은 꽁지가 빠져라 달아났다. 환전상이 얼굴이 벌개져서는 카운터 뒤에서 나오는 것을 보며 슈발츠는 벽에 박혀 있던 전표를 뽑아들었다.


" 큰일을 저지르신 겝니다 손님. 저자들은 아키히로 가문의 사병이라고요! "/환전상


" 음, 걸어온 시비를 [평화적으로] 해결했을 뿐인데, 별일이야 있겠소? 그보다 벽에 구멍이 난 것은 내가 변상하리다. "/슈발츠


슈발츠는 태연한 얼굴로 알이 굵은 진주 몆알을 환전상의 손에 쥐어 주고는, 아직도 불안한지 발을 동동 구르는 환전상에게서 방금 만났던 무리들에 대한 것들을 좀 더 들었다. 보석을 보자 조금 진정이 된 환전상의 설명에 따르면, 아키히로 가문은 샤마스를 통치하고 있는 [4인방] 중 한명의 가문 이름이며, 그들의 말이나 행위가 샤마스에서는 곧 법이라는 모양이었다. 곧이어 샤마스의 통치자들인 [4인방]에 대한 다른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네 가문과 그 대표의 이름을 열거하면 이러하다.


로트 카길(Lot Lagil)은 모든 종류의 곡물과 축산 제품을 유통하는 카길가문의 대표로, 4인방에서도 리더격이다. 그리고 샤마스 제일의 부자이기도 하다. 칼림샨의 지방 파샤의 후계자라 공언하고 다니며, 파샤를 자칭한다. 그는 샤마스의 문호가 열렸을 때 가문의 용병들과 함께 이 도시로 이주한 후, 그동안 샤마스의 정계와 상계를 주름잡아 왔다. 키가 2m에 가까운 거한이지만 그 이상으로 뚱뚱해서 항상 열여섯명이 메는 가마에 타고 다닌다.


야마 아키히로(Yama Akihiro)는 옷감과 피혁제품을 주로 유통하는 아키히로 가문의 대표다. 그와 가문의 구성원들은 저 멀리 동방의 카라-터 출신이라고들 한다. 그들 가문 구성원들은 거래가 원활하게 벌어지는 동안에는 장사꾼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거리낌없이 강도로 돌변, 사람을 납치하고 물건을 약탈한다고 알려져 있다. 대부분 용병을 사들여 안전을 도모하는 다른 집안과 달리 가문 구성원들 자체가 칼잡이와 암살자, 도적들로 이뤄져 있어 용병들을 들이지 않는다. 야마는 작은 키에 이마가 넓으며 흡사 쥐와 비슷한 인상을 지니고 있고, 엄중한 경호 없이는 외출하지 않는다.


벙기(bungi)는 드워프 상인 겸 장인이며, 정확히는 가문이 없다. 그와 그의 고용인들로 [상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내도 자식도 없는 홀몸으로, 4인방의 인물들 중에서 가장 최근에 가입했다. 그의 상단이 다루는 것은 철을 포함한 금속제품이다. 많은 대장장이들이 그의 수하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드워프이고 겉보기로는 여섯명 중 가장 늙어 보이지만 강철 같은 건강을 자랑하고 있다. 투사로써도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고, 상단 구성원 들 중 상당수도 한가닥 하는 장인 겸 전사들이다.


루이스 드레퓌스(luis Drepuies)는 모든 종류의 동물들을 유통하고 언더다크 내부에서의 운송 업무를 장악해 나가는 중인 드레퓌스 가문의 대표다. 훤칠하고 잘생긴 젊은 인간 남성으로, 6인회 구성원 중 가장 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레퓌스 가문은 직접적인 악명은 나머지 4인방 가문에 비해 덜하지만 곳곳에 끄나풀을 심어 두고 일종의 비밀경찰 역할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누구보다 원성이 높았다.


이 [4인방]은 비밀주의적인 통치기구는 아니고, 매 5년마다 상인 조합과 장인 조합에 속한 회원들 간의 선거로 뽑히는 [4인회]의 구성원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그들은 [자유롭고 비밀이 보장되는] 투표로 선출되지만, 투표권자 모두가 4인방의 가문의 직접적인 고용인들이거나 하도급을 하고 있는 처지였으므로 실제로는 [위에서 내려오는]지시에 따라 그때 그때 4인방 본인이나 그들이 내세우는 대리인에게 투표하는 상황으로, 투표는 사실상의 요식행위일 뿐이었다.


다른 모든 상행위적인 악덕(주로 임의적인 담합, 독과점, 경쟁자에 대한 공공연한 테러 행위)에 더해, 4인방은 공식적인 정부로써 샤마스의 다른 주민들을 내리누르고 있었다. 앞서 말한 검은 갑옷들은 아키히로 가문의 사병이자 샤마스의 치안을 다당하는 [치안대]의 일원이었는데, 그들이 하는 일은 치안을 유지시키는(즉 도적을 잡거나 하는)일보다는 저마다 가문과 파벌에 따라 무리를 지은 강도떼가 되어 시장 상인들에게 보호세를 뜯거나 여염집의 부녀자를 희롱하는 정보는 보통이고, 수 틀린 경우에는 살인도 불사하는 무리들이었다.


" 아무튼 손님이 가시고 나시면 저는 오늘 가게문을 닫아걸 겁니다요. 트집 잡히는 일이라도 생기면 큰일나거든요. "


환전상의 호들갑을 뒤로 한 채로 슈발츠는 시장으로 나왔다. 그리고 몆걸음 가지 않아 어디선가 격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 이 개같은 드로우 놈이! "


철썩!!


" 으악!... "


수도를 겸하는 작은 분수대를 중심으로 옷가게 등 생필품 점포가 늘어서 있는 곳에서 소란이 일고 있었다. 어차피 여관으로 가는 길이었기 떄문에 구경꾼들을 헤치고 나간 슈발츠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여섯명의 가죽 갑옷을 입은 드워프들이 한명의 거의 벌거벗은 드로우 청년(아직 소년티를 다 못벗은)를 땅바닥에 쓰러트려 놓은 채 모진 매질을 가하는 광경이었다.


" 그것이 없으면 우리 가족이 오늘 굶어야 하오! 제발 돌려 주시오!... "


드워프 중 한명이 들고 있는 작은 자루를 되찾기 위해 매를 맞으면서도 열심히 하소연을 하는 드로우 청년을 보고 슈발츠는 불현듯 아까 들은 4인방의 가문에 대한 것이 생각났다. 험한 일을 하고 손에 굳은살이 박혀 있는 드워프는 분명 벙기 가문의 관련자일 것이다.


" 네놈이 굶든 말든, 세금은 내야지? 이 세리 어르신들을 피해 도망가면 우리가 네놈을 찾지 못할줄 알았냐? "


퍼억!


곧이어 다른 드워프의 발길질에 나가 떨어진 청년이 비틀거리면서도 일어서려는 것을 노려서, 채찍을 들고 있던 드워프가 다시 채찍을 휘둘렀다. 하지만 허공을 가르는 채찍 소리는 나지 않았다. 슈발츠가 한걸음 앞으로 나가 휘둘러지던 채찍을 허공에서 잡아 챘기 때문이다.


" 그쯤 하지? "


" 드로우?... 여기도 드로우 저기에도 드로우, 오늘 더러운 드로우 놈들이 풍년이군 그래. 보아하니 샤마스 주민이 아닌 것 같은데 이건 샤마스의 공무(公務)야, 더이상 방해한다면 네놈도 공무 집행을 방해한 죄로 즉결 심판을... "


드워프는 말을 끝맽지 못했다. 언제나 슈발츠의 스타일이 그렇지만, [손이 먼저, 그 다음이 말]이었기 때문이다. 채찍을 잡아 챈 손에 힘을 주자 허공으로 붕 떠서 딸려오는 것을 걷어 차서 얼굴을 박살낸 후, 채찍을 휘둘러 허공으로 날아가는 드워프의 허리를 감아 붙잡은 슈발츠는 그대로 그 녀석을 분수대의 저수조에다 처박았다.


풍덩!...


한방에 저승 문턱으로 보내진 그 드워프가 물속에 상체를 처박은 채로 똥오줌을 싸는 동안, 슈발츠의 수은 덩어리 같은 눈동자가 무시무시한 형태로 타올랐다.


" 즉결 심판은 내가 해 주지. "


나머지 드워프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슈발츠의 손에 들려 있던 가죽 채찍이 번쩍이면서 그들의 무장을 허공으로 날려 보내고, 덤으로 두놈은 갑옷까지 산산조각으로 찢어서 땅바닥에 때려 쓰러트리고 있었다.


퍼버벅!


" 으아악!... "


" 아으악! "


두명의 드워프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땅바닥을 뒹구는 것을 구경꾼들이 물러서서 피하는 동안, 다른 드워프들은 비로소 자신들이 상대하기 버거운 누군가를 만났음을 깨닫고 동료를 내버려 둔 채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걸 그렇게 보낼 슈발츠가 아니다.


" 어딜... "


파바박! 파박!! 빠악!!...


" 크아악!... "


" 아으악!... "


" 으악!!... "


다시 세명의 드워프가 피투성이가 되어 땅바닥에 뒹굴었다. 쓰러진 것들을 채찍으로 감아 발 밑으로 끌어당기며, 슈발츠는 그들의 몸에 여전히 돈자루가 매달린 요대가 걸쳐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갑옷이 찢겨 날아갔을 정도의 타격을 받았는데도, 그들의 요대에 걸쳐진 돈자루는 무사했던 것이다. 슈발츠는 그 돈자루를 보고 재미있는 생각이 났다.


잠시 후, 소란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땅바닥에 뿌려진 동전들과 전표들을 줍느라 정신이 없는 군중들을 헤치고 [사건 장소]에 도착한 다른 드워프 [치안관]들은, 벌거벗겨진 채 그들이 착용하고 있던 요대로 한데 묶여 있는 피투성이의 동료 여섯명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중 한명은 사경을 헤메고 있어서 와우킨의 신전으로 데려가야만 했다.


구출된 드워프들은 한결같이 한 드로우 남자의 소행이라고 했지만, 무장도 하지 않고 평상복을 걸친 드로우 하나가 무장을 한 건장한 드워프 여섯을 그들의 손에서 빼앗은 채찍 하나로 때려 쓰러트리고 걷은 세금을 빼앗아 땅바닥에 뿌렸다는 증언은 지나치게 비현실적이었다.


" 의적님이라도 나타난건가? 그래? "


퍽!


" 으윽!... "


퍼억!


" 크윽!... "


얻어터지고 돌아온 부하들을 본 벙기는 그대로 그 강철 같은 손으로 채찍자국이 완연한 그들의 얼굴을 [쓰다듬어서] 쓰러트렸다. 그리고 분통을 터트리며 드로우 게토에 대한 수색을 지시했다.


-후기-


3부나 4부에 걸쳐 설명이 나왔지만, 이 세계의 [상인]들은 자위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문명지의 벽을 지나면 거기서부터는 본격적으로 법이 없는 세계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한 독과점 금지법도, 공정거래법도 없습니다. 능력이 되면 어떤 비열한 수단을 써서라도 돈을 긁어모으는 것이 이 세계의 장사꾼의 방식입니다. 그러니 슈발츠의 장사가 무척 특이한 케이스가 되는 겁니다. 그리고 슈발츠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상행위를 방해하는 도전자들에 대해서는 무자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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