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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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오르는 건물
무너져내리는 도시
바닥에 쓰러져 새카맣게 변한 사람들
그 모든 기억이 가라앉으면서 상민의 눈이 띄여졌다.
그는 유전자변형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물론 그병이 어느날 갑자기 괴물로 변한다거나 아니면 죽는 그런병은 아니었다. 다만 그가 가진 유전자변형증후군은 바로 인간배신의 유전자였다.
우주력 200년 인류는 최초로 외계인을 만날 수 있었다. 그것도 두 종류의 외계인들을... 처음으로 만난 세종족은 서로의 모습에 정말 놀랐다. 기원도 태어난 환경도 전혀 다른 그들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게 생겼던 탓이었다.
그리고 처음만난 외계인들에게 인간이 보여준 행동은 그야말로 아메리카 대륙을 찾은 열강국들과 다를바가 없었다. 처음에는 웃음으로 접근했고 그 뒤에는 무기를 빼어들었다. 그것은 인류가 외계인들을 얉잡아 본탓이었다. 그들이 만난 외계인 중 하나는 지극히 약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이 극복한 사소한 바이러스나 세균도 그들에겐 치명적일 정도였던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 외계인은 너무나도 바보스러웠다. 인간이 말하는 말을 전부 믿는 것뿐만 아니라 속고 속인다라는 일을 아예 모르는 것 같았다. 인간은 그것으로 인해서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전쟁을 일으켰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히 말해서 실수였다.
첫 접촉을 기억했어야했다. 외계인들도 우주로 나와서 인간을 만난 것임을 첫번째 외계인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을 사용했다. 그들의 몸은 약했지만 일명 정신능력 사이킥에너지를 다룰 수 있었던 것이다. 고위 사이킥커는 인류가 자랑하는 최신형 우주전함으로 이루어진 함대조차도 우주쓰레기들로 만들어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두번째 외계인들 역시 숨겨진 힘이 거짓이 아니었다. 그들은 주변에 있는 물질들과 합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돌, 금속, 유기체, 가리지 않고 흡수하고 능력을 이끌어내는 그들은 맨몸으로 대기권을 돌파하고 싸워대었다. 인류가 자랑하는 우주전투기조차도 고작 인간사이즈면서 몸 속에 대소멸엔진을 장착하여 동등한 공격력과 출력을 자랑하는 그들에게 상대가되지 않았다.
인류는 자신들의 오판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인간이 밀리지는 않았다. 인류가 자랑할 수 있는 것은 행성 자체가 사막화하고 파괴될때까지 에너지와 자원을 긁어서 보내는 물량전이었던 것이다. 수없이 많은 병사들이 뽑히고 전장으로 나아가 죽어나갔다. 전쟁 초기에만 하더라도 1천의 전함이 파괴당하더라도 1명의 외계인을 죽이면 이득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전쟁은 격화되었고... 인류는 포로로 잡은 두 외계인 중에 인류의 여성체와 가까워 보이는 자들을 당연하게 고문하고 윤간했다. 전쟁이 불러오는 비극이었지만 병사들도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탓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가 임신했던 것이다.
인간이되 외계인의 탄생이었다.
그리고 상민은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 중 하나였다. 우주력 2000년, 1800년간 이어져온 길고 긴 싸움이 마침내 끝을 맺기 시작했다. 인류는 끝까지 저항햇지만 우주력 1000년 부근부터 차츰 밀리기 시작하였고 1950년까지는 패배 직전까지 갔었다. 하지만 어느순간 나타난 버추얼파이터라고 불리우는 신형병기의 힘으로 간신히 패배를 면하였고 외계인과 인류는 평화협정을 맺을 수 있었다.
외계인들은 비록 인간들이 먼저 공격해들어왔지만 이러한 이유로 지적종족을 멸망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간신히 몰살을 면한 인류는 그렇게 2000년에 평화협정을 맺어갔다. 하지만 전 은하를 다투며 싸워온 그들이 금방 멈출 수 있을리가 없었다. 광통신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가는데만 몇만광년이 걸리는 곳도 있는 것이다. 인류와 외계인의 전쟁이 완전히 멈추는대 추가로 30년의 세월이 더 걸렸다.
그리고 2030년 상민은 마침내 제대할 수 있었다.
그의 피에 섞인 유전자는 무엇인지 그도 몰랐다. 하지만 변태적인 그의 조상들중 하나가 외계인을 데려와서 같이 살았고 그뒤로부터 모두 이러한 유전자를 가지게되었다고 알고 있었다. 상민은 애초에 그것도 몰랐었다. 단지 징집 당해서 군대에 끌려갔을 때 유전자검사로 그제야 알았다.
그가 간 군대는 바로 유전자변형자들만 끌어모아서 만들었다는 최악의 부대였다. 드물게 일반인들도 있었지만 그들 대부분이 지극히 재수가 없는 자들이었고 95%의 병사들은 전부 상민이 같은 유전자변형자였다.
"후우....."
상민 역시 징집되어서 스페이스솔져로서 군에 복무했었던 것이다. 평균생존시간 15시간의 위험을 뚫고서 그는 살아남는 것에 성공하였고 지금까지 그는 쭈욱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전역하는 댓가로 몸을 바꿔 달고 있었던 것이다. 성형수술 정도가 아닌 몸의 전부를 바꿔다는 혹독한 일이었다.
당연히 수술 비용은 너무나도 비싸고 수술 도중에 죽는 일도 제법 있었다. 하지만 유전자변형체인 상민은 반드시 받아야하는 수술이었다.
그는 온 몸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통증과 힘이 전부 사라진 것 같은 무력함에 자신이 살아있음을 실감했다. 사망율이 높지 않아도해도... 그 대상에 자신이 들어갈 수 있다면 두려운 것이 사람인 것이다. 민성은 살아남았고 그 대신 막대한 빛을 지게되었다. 수십년간 복무해온 군대 월급이로는 이 수술의 비용의 반도 댈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수술은 받아야했기에 우주인류연합의 정부가 나머지 반을 대신 내어주고 그의 미래를 산 것이었다.
"흐음... 뭐 살았으니 된것이지. 그나저나 그레이서를 보러 가볼까."
상민은 쾌할한 어투로 몸을 몇번 움직인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와 수술보조용 안드로이드가 건내는 옷을 받아입고 나왔다. 그레이서는 그가 진심으로 친구라고 말 할 수 있는 존재였다. 서로를 목숨을 구해준 것도 몇십번 그 사이에 피어난 전우애는 둘도 없는 것이었다.
상민도 그레이서도 서로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우주의 먼지가 되었을게 분명했다.
"여! 이자식! 안죽었잖아!"
하늘에서 내리쬐는 빛 사이로 들어난 상민의 모습은 이제막 16살 정도로 보이는 소년의 모습이었다. 연한 붉은기가 감도는 갈색머리카락과 밝은 브라운 눈동자가 자유의 기쁨으로 반짝이는 어린 소년의 모습에 저멀리에서 검은 머리카락을 짧게 쳐올린 건장한 20대 중반의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표정은 굳어있지만 양볼에는 희미하게 달아올라있는 붉은빛과 두 눈동자에 가득한 정이 이 남자가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바로 상민의 가장 친한 친구 그레이서였다.
"흐흐흐 내가 누군데 여기에서 죽을 것 같아."
호기롭게 소리치는 상민이었지만 사실 무척이나 겁에 질리기도 했었다. 두렵지 않다면 거짓일 것이리라... 수술은 그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온몸이 갈라지고 찢기는 고통만을 견뎌내야할뿐... 그러다가 죽으면 죽었군 하고 처리되는 정도에 불과했다.
"이자식 배짱 부려도 소용 없이,너 등이 흥건하다구."
그레이서는 그러면서 허리춤에 메달려있던 가방에서 음료를 꺼내어 그에게 던졌다.
"읏차 차가운데."
"마셔. 수술 끝내고 나오면 한동안 수분을 잘 보충해야한다고 들었어."
"후후후, 잘 마시마!"
상민은 그레이서가 준 음료를 들이키자 그야말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관통하는 시원함을 느꼈다. 목이 마른줄 몰랐는데 마시고보니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전신의 세포가 물을 솜처럼 흡수하는 것같았다.
"후우... 진짜 살것 같다. 그런데 너도 진짜 할거냐? 너는 제대해서... 이런거 안해도 되잖아?"
상민의 말속에 숨겨져 있는 감정의 편린을 찾은 그레이서는 피식 웃었다.
"이녀석 이 형님이 몇번이나 말했는데 아직고 그걸 가지고 말하는거야?"
히죽 웃은 그레이서는 상민의 등을 팡팡 소리나도록 쳤다. 은하의 저끝에서 싸우던 상민이 전역하고서 우주인류연합의 심장부인 수도에 도착했을 때에는 그와 그의 전우들이 타고다녔던 최신병기 버추어파이터는 이미 오락거리로 전락해있었다.
이미 전쟁이 끝난지 30년이 넘었기 때문인지 인간들은 벌써 전쟁을 잊고 오락에 열중하고 있었다. 거대한 로봇이 서로의 명운을 걸고 싸우는 치열한 게임에 빠져들어갔다. 인류가 질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탓도 있었다. 어찌되었건 살아남은 수많은 사람들은 패배에 대해서 생각을 돌려야만 했고 그것은 마지막에 나타나 평화협정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던 버추어파이터라는 로봇에 이어졌다.
그리고 그 로봇들이 싸우는 투기장이 현재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데인져러스 플래닛이라고 불리우는 게임이었다. 본래 적을 죽이도록 만들어져 있던 파괴의 기계가 마스터프로그램이라는 공정한 게임을 위해서 설정된 기계에 의해서 오락으로 전락했던 것이다. 데인져러스 플래닛은 누가 되었던 상관 없이 버추어파이터에 타고서 투기장에서 싸우는 게임이었던 것이다.
물론 아케이드 형식의 게임을 즐길 수도 있었다. 30년 전에 끝난 전쟁의 일부를 맵으로 구현하여서 그곳에서 싸울 수도 있었고 동료와 협력해서 적 로봇을 쓰러뜨리는 것도 있었다. 이러한 게임은 당연히 어린아이나 평범한 사람들 용이었다. 상민과 그레이서가 하려는 것은 진짜 전투의 게임이었다. 물론 전투라고 하더라도 게임인 이상 몇가지 안전장치들이 있었다.
그중 첫째는 무기의 제한이었다. 콕핏을 특수한 금속으로 만드는 대신 그 콕핏을 파괴할 수 있는 최신형의 무기는 사용이 금지였던 것이다. 물론 콕핏이 공격받게되면 자연히 파일럿 사망으로 게임은 패배했다.
두번째는 로봇의 성능의 평균화였다. 현재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대전형이라면 서로에게 100의 능력을 부여하고서 그중 공격력에 10 반응에 20 속도에 30 등 이렇게 세분화되어 배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즉 뛰어난 정비사일수록 능력치의 배분에 신경을 써서 조립함으로서 능력치를 쥐어짜낼 수 있었다.
그리고 세번째는 마스터프로그램이 선정하는 무작위 전장이었다. 파일럿이 좋아하는 전장이 분명히 있는 법... 그렇기에 완벽하게 독립된 마스터 프로그램이 완전히 랜덤한 전장을 골라서 투영했던 것이다.
그리고 군대에서 빠져나와 백수가 된 상민이 진 막대한 빛을 갚을 수 있는 방법은 수십년간 갈고 딱은 버추어파이터의 조종실력뿐인 것이다. 워낙 인기를 끌고 있는 이제는.... 축구와 야구같은 국제적인 스포츠화된 상태였다.
데인져러스 플래닛의 게임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이 싸우는 대전이었다. 아케이드도 모험도 재미가 있었지만 이 대전보다는 못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4년마다 전우주적인 대회가 열렸다. 그리고 외계인들에 의해서 인류의 통치구역이 나뉘어져 있었고, 그것을 에어리어라고 불렀다. 에어리어는 수도 없이 많았다고 당연하지만 버추어파이터의 파일럿이 되려는 자들도 끊임이 없었다.
하지만 아케이드용과 다르게 대전용의 버추어파이터는 상당히 비쌌다. 스스로의 돈으로 로봇을 직접 만들어야했고 특히 파일럿의 생존을 보장하는 콕핏의 가격이 어마어마했다. 실제로 버추어 파이터의 가격의 반이 콧픽의 가격일 정도였다. 그러니 상민이나 그레이서로서는 이런 밝은 곳에서 싸울 수는 없었다. 당연하지만 에어리어 스스로 운용하는 밝은 투기장이 있다면... 조폭과 진짜 싸움을 보고 싶어하는 자들로 인해서 생기는 어둠의 투기장이 있었다.
그곳에서는 무기의 제한도 없었고 싸움도 언제나 치열했다. 본래 있는 시간제한마저도 없는 완벽한 데스매치의 세계였다.
그리고 상민은 그러한 위험한 곳에 나가기로 했던 것이다. 수십년간 군대에서 버추어 파이터를 몰아온 경력이 다행히 끈이 되어 그에게 내려왔던 것이다. 그러한 상민을 위해서 그레이서 역시 같이 나가기로 한것이었다. 그 둘은 언제나 혼자 싸울 때보다도 같이 싸우면 더욱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짜식. 니녀석이 그냥 내 돈을 받기만해도 이런거 필요없잖아."
상민의 말에 그레이서가 그의 붉은기가 도는 연한 갈색머리카락을 마구 흐트러뜨리면서 웃으며 소리쳤다. 그말에 깃들어져 있는 애정이 상민을 너무나도 기쁘게했지만 표시할 수는 없었다.
"후우 무슨소리야... 그래 그래. 알았다. 같이가자."
상민은 결국 데인져러스 플래닛의 투사로서 자신을 써줄 사무실의 손잡이를 힘껏 잡고 비틀어 열었다.
그리고 이것이 훗날 깜짝 놀라게할 멸자태그의 탄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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