鬼椿 오니츠바키 4-1
페이지 정보
본문
제4부 / 오니츠바키 피다
#제4부는 전작 "투명한 주박"의 등장 인물이 스토리에 관련되어 등장합니다. 전작도 같이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주, 그래봤자 료지와 마리에, 미키의 관계 정도? 사실 별로 큰 상관도 없고. 혹 전작을 원하시는 로컬이 쇄도(?)한다면 오니츠바키 끝내고 달려보겠습니다만^^...그럴리가 없잖아)
제1화
"좋은 아침"
긴 머리카락을 한 여성의 뒷모습이 멍하니 시야에 들어왔다. 베이지색의 차광 커텐을 여는 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햇살이 실내를 비추었다.
"아... 안녕... 하세요..."
몸은 납처럼 무겁고 머리는 묵직하게 아프고 세상이 온통 희미하게 보였다. 어제, 그 이후로... 나... 완전히 과음해서는..., 그리고... 우으윽... 일어나려고 힘을 쓰자 가슴이며 팔뚝이며 전신의 근육이 삐걱거리며 몸이 비명을 질렀다.
"잠은 깬거야?"
"...예, 대충"
여기는... 나는, 대체... 엄청나게 넓고 적당히 딱딱한 침대에서 아마노는 간신히 상체를 일으켰다. 순백의 고급스러운 시트가 온통 쭈글쭈글했다. 순간, 어젯밤의 격렬했던 섹스가 머리속에서 플래시백 되었다.
"목욕가운하고 타올, 여기 둘께요. 자기도 샤워하고 와"
"가,감사합니다..."
침대 위에 툭, 작게 접힌 물색 수건을 던져 놓는 여성의 얼굴이 이번에는 분명히 눈에 들어왔다. 연한 밤색의 긴 머리칼이 부드럽게 완만한 웨이브를 그리며 등까지 흘러내리고 있었다. 가지런한 가는 눈썹, 당차보이는 커다란 눈동자, 긴 속눈썹이 인상적이고, 쭉 뻗은 높은 콧날, 사랑스러운 입술이 조그만 얼굴에 완벽한 밸런스로 배치되어 있었다. 게다가 턱으로부터 목덜미를 지나 가슴까지 이어지는 라인은 요염하기 짝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훤칠하게 큰 키에 날씬한 발군의 스타일. 화려하고 우아한 품위있는 미모. 남자뿐만이 아니라 같은 동성인 여자조차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가련하고 매혹적인 아우라를 자아내고 있었다.
"어...!?"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기억을 애써 더듬으며 가만히 응시했다. 어디선가... 유카도 분명 누구나 인정하는 예쁜 외모고, 타카쿠라선생님도 귀여운 미인이지만... 그러나 지금 아마노의 눈앞에 있는 여성은 차원이 달랐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유명한 조각가의 걸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차라리 예술작품이라고 하는게 더 어울리는 세련된 미모. 솔직히 유카하고도 선생님하고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민망한 완전히 다른 레벨의 아름다움... 어? 선생님하고도!? 가만, 선생님!? 이 사람 누구지...!? 누구? 누구야?
"어... 아... 누,누구?"
"뭐어~!?"
커다란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눈앞의 미녀가 어이없다는 듯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자,잠깐.. 자기, ...그럼, 어젯밤 일, 하나도 기억 못하는 거야?"
말은 안 했지만 꽤나 서운해하는 표정. 하지만 기억이 안 나는데야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선생님하고 키스하고... 택시를 타고... 엄청나게 고급스러운 맨션에 놀라고... 선생님의 강권으로 부어라 마셔라 엄청나게 과음하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는... 기억해내려고 하면 할수록 머리속이 지근지근 아파왔다.
"...죄,죄송합니다"
"너무했다아..."
미녀가 허리에 손을 올리고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더니 "뭐, 어쩌겠어". 그렇게 말하며 천사같은 미소를 짓고 당황해하는 아마노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숨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 희미하게 비누 향기가 코를 간지럽히자 더욱 당황하고 말았다. 데자뷰... 손바닥에 부드러운 살결의 감촉이 되살아나고, 격렬한 섹스 후에 느껴지는 알딸딸한 감각이 하복부쪽에서 피어 오른다. 서,설마...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잠시 가만히 아마노를 바라보던 미녀가 "자기가 마리에가 늘 말하던 아이?... 앞으로 잘 부탁해. 샤워 먼저 하고 와. 아침식사 준비 금방 끝나니까". 침실을 나서며, "마리에가 료지 말고 다른 남자한테 직접 요리라... 자기, 꽤나 마리에 마음에 들었나봐?"라고 덧붙였다.
도대체, 무슨...?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아마노는 몹시 혼란한 머리를 흔들며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잘 잤어?..."
긴 머리카락의 여성, 그 뒷모습이 멍하니 시야에 들어왔다. 갈색 생머리가 T셔츠의 등에 치렁치렁 흘러내리고, 겨우 엉덩이만 살짝 가리는 수준의 미니스커트 아래로 군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늘씬한 맨다리가 쭉 뻗어 있었다.
"류지군, 잘 잤어?... 아침식사, 다 됐는데..."
좌식 탁자 위에 토스트와 샐러드, 계란 후라이가 1인분 놓여 있었다.
"식겠어... 어서 일어나...". 그렇게 말하며 뒤돌아 보는 유카의 안색은 창백하고 무표정했다. 눈동자는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고. 처음 만났을 무렵의 따뜻한 미소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류지는 시선을 돌리고 아무말 없이 좌식 탁자 앞에 앉았다.
"참... 커피..."
눈앞에 컵이 놓여졌다. 마주보고 맞은 편에 앉은 유카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저..., 저기..., 마음대로, 준비해서... 맘에 안 들면..., 굳이 안 먹어도 되요..."
당장이라도 스러질 것 같은 가냘픈 목소리였다. 류지는 입을 굳게 다문채 토스트에 손을 뻗었다. 이 낡고 허름한 아파트에서, 눈을 떴을 때 아침식사가 준비되어 있던 것은 처음. 하지만 왠지 모르게 기쁘다는 생각이 들지가 않았다.
"넌 안 먹어?"
"...식욕이... 없... 어서..."
"그래?..."
한참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저기말야, 유카"
설겆이를 하고있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류지가 물었다.
"...네, 말해요"
"정월에는 뭐할거야? 부모님, 집에 언제 오셔?"
"...2일에 돌아오세요. 그래서 그 날은... 집에 가봐야 할것 같아요"
"그럼, 그때까진 쭉, 나하고 있을 수 있겠네"
"네... 여기 있게 해 주세요"
유카가 에이프런에 손을 닦고, 침대 위에 걸터앉은 류지를 앞에 두고 다다미 위에 털썩 무릎꿇고 앉아 머리를 숙였다.
"여기말고는..., 있을 데도..., 없고..."
무릎 위에 놓인 손이, 가냘픈 어깨가,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커텐이 없는 우유빛 유리 창너머로 으슬으슬한 아침해가 비춰 들어와 다다미 6장 넓이의 방 한 구석에 놓인 전기스토브의 미약한 난방을 무색하게 하고 있었다. 대답할 말을 찾고 있던 류지보다 먼저 유카가 입을 열었다.
"저기..., 류지군..., 오늘은..., 뭐..."
"이제부터 아르바이트 가야 돼"
"...가지.. 마세요"
"그럼 어쩌라구? 여기 집세도 잔뜩 밀렸는데"
"가지 마..."
"어이 어이, 억지 부리지 마"
"가지 마..."
"유카!?"
"돈이라면, 내가 낼께..., 내가 다 낼께..., 그러니까..."
"무슨, 무슨 말을 하는거야!?"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서 유카의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 집세는 내가 낼께요. 돈 문제는 전부 내가... 그러니까... 제발... 나를..."
"그만 됐어!!"
류지가 더 이상 유카의 말을 듣고 싶지 않다는 듯 말을 잘랐다. 다음에 이어지는 말이 결코 "혼자 두지 마"나 "옆에 있게 해줘"같은, 류지를 필요로 하는 말이 아니라, 누군가를 상실한 그 빈자리를 메꾸고 싶어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쯤은 충분히 헤아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한테 안기고 싶은 거야? 이른 아침부터 실컷 박히고 싶어? 그렇게 못 참겠냐? 보지가 막 벌렁벌렁거려? 이 음란한 암캐년"
카즈야를 때려 눕히고 유카를 빼앗아 내것으로 만들고 잃어버린 것을 되찾았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초조함이 극에 달해, 그게 그대로 가시돋힌 말이 되어 입밖으로 터져나오고 말았다.
"...그렇습니다"
천천히 유카가 얼굴을 들어올렸다.
"유카는... 음란합니다... 추잡스러운 짓을... 너무나 좋아하는... 유카에게... 벌을... 잔뜩... 내려주세요...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나를... 망가트려..."
쭈삣... 길거리의 창녀처럼 음란하고, 한편으로는 "비장한"이라고 하는 표현이 딱 맞는 표정에, 류지는 뭐라 표현하기 힘든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심정에 시달리며 유카를 침대 위로 밀어 넘어트렸다.
12월 30일. 아마노와 유카는 만나고 나서 처음으로, 서로 떨어져 따로 섣달 그믐을 맞이하려 하고 있었다. 일기예보에서는 예년보다 한층 더 추위가 심한 새해가 될 것 같다고 전하고 있었다---.
"잘 잤어? 푹 쉬었나 모르겠네. 식사준비 다 됐으니까, 다같이 맛있게 먹자"
햇살이 밝게 비치는 커다란 식당에 쭈볏쭈볏 들어선 아마노를 향해 상냥하게 웃는 얼굴로 마리에가 인사했다. 찰랑찰랑한 흑발을 목덜미께에서 질끈 묶은 마리에는 회색 스웨터에 흰색 프릴이 달린 에이프런이라고 하는, 아마노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편한 복장을 하고 주방에서 밥을 담고 있었다. 또 한 명, 핑크 블라우스에 청바지 차림의 미녀는 테이블 위에 놓인 글라스에 화이트 와인을 따르고 있었다. 그런 별 것 아닌 행동조차도 하나하나 우아함이 넘쳤다.
"거기 앉아요"
베니자케(*주, 홍송어) 달걀말이, 푸성귀 나물무침, 된장국, 전형적인 일본식 아침식사 차림이었다.
"자기도 마실래?"
코 앞에 내민 글라스 와인을 거절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고, "네, 넷". 당황해서 더듬거리며 잔을 받았다. 미녀의 등 뒤로 보이는 투명한 푸른 하늘이 마치 그림 속의 한 장면 같았다. 싱긋, 미소짓는 미녀의 호기심어린 시선이 왠지 전혀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밥 더 줘요?"
"아니오, 벌써 배가 부르네요"
솔직히 식욕같은거 전혀 없었지만, 스스로도 놀랄만큼 배불리 잔뜩 먹어버렸다. 그 정도로 맛있었다. 요 몇주동안 혼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하고, 한번도 이렇게 여유롭게 쉬어 본 적이 없었다. 배도 부르고 조금은 안정을 찾은 탓인지 여유가 생긴 아마노가 조심스레 주위를 둘러 보았다. 다다미 스무 장 넓이는 족히 넘을 것 같은 넓다란 식당, 베란다로 내다 보이는 푸른 겨울 하늘. 화이트 컬러를 베이스로 한 심플한 디자인의 생활 용품이나 가구 등 여러가지. 벽에는 문외한인 아마노조차도 한 눈에 알 수 있는 고급스러운 그림도 몇 점 걸려 있었다. 저 그림, 타카쿠라 선생님 남편이 그린 걸까?... 모든 것이 평소 자신이 살던 세계와 너무나 달랐다. 연구실에서는 한번도 보인 적 없는 온화한 표정의 마리에와 시선이 마주쳤다.
"왜에? 아마노군?"
"저기... 여기, 선생님 댁입니까?"
대답한 건 마리에가 아니라 그 미모의 여성이었다. "아닌데요", 쿨한 말투. "여기는, 마-이-스-위-트-홈-이라구". 글라스 와인을 한입에 꿀꺽 삼킨다.
"에에!? ...아, 그러니까. 죄,죄송합니다, 실례했습니다, 서,선생님, 이거, 뭐라고..."
"좀 들어봐봐, 마리에. 이 아이, 어젯밤 일 하나도 기억 못 한다지 뭐야"
마리에가 쿡쿡,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어머, 너무 했다, 아마노군"
"너무?... 저기..., 정말로..., 어제..., 나..., 죄송합니다..., 정말로, 기억이 안 나서요..."
"세상에, 파김치가 돼서 집에 왔더니, 둘이서 내 집에 멋대로 들어와서 술판을 벌여놓구선, 헤롱헤롱 잔뜩 취해갖구선... 그래놓구선..."
"그래서?..."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마리에가 소리높여 웃어대기 시작했다.
"아하하하하, 아아 재밌어---, 정말 하나도 기억 못하는구나. 막 집에 돌아온 이 아이를 나하고 둘이서 덮쳐서 소파에 밀어 넘어트리고, 쿡쿡, 아마노군, 당신, 쿡쿡쿡, 대단했어요, 엄청나게 격렬해서 나 깜짝 놀랐다니까. 봐요, 맘만 먹으면 제대로 할 수 있잖아. 아하하하하, 두 명 다 마지막엔 정신이 나가서 그대로 뻗어버렸다니까. 아아, 정말이지 대단했어요"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마리에와는 대조적으로, 아마노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남아있는 새하얀 살결의 기억은 선생님이 아니라 이 아름다운 사람의... 선생님과 섹스해버렸다는 것도 충분히 문제였지만, 본 적도 없는 생판 모르는 사람하고 내가...!? 내가 밀어 넘어트렸다고!? 그런 바보같은... 무,무슨 짓을...
"정말이지, 블라우스 단추를 몽땅 뜯어내면서 옷을 벗긴 사람은 처음이야. 료지 이래로, 그렇게 난폭하게 당한 적 없었는데. 꼼짝도 못하게 찍어 누르고는, 끝도 없이 달려들어 하고 또 하고, 지금도 거기가 얼얼할 정도라니까"
말하는 내용하고는 정반대로, 미녀의 표정은 어이없어하면서도 밝고 화사했다.
"죄,죄송합니다, 제가..."
"괜찮아요"
"그,그렇다곤 해도"
"신경쓸 거 없어요. 자기가 나한테 그런 거, 마리에가 원한 거라면, 그건 내가 바란 거나 마찬가지니까"
무슨 이야기인지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서,선생님"
몸을 움츠리고 마리에를 바라보는 아마노에게, "괜찮아". 싹둑 말을 끊고 마리에는 "그런 것보다, 이야기해줄래요? 아마노군하고 유카씨하고 그리고 사카키사와라고 하는 남자애하고... 당신들 세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다, 이야기해 보세요"라고 물어왔다.
"하아아... 류지군 자지, 커졌어..."
위를 보고 누운 류지의 발가락부터 가슴팍까지 혀와 입술로 한참동안 정성스레 핥은 유카가 머금고 있던 남자의 젖꼭지로부터 입술을 떼었다. 침으로 턱까지 흠뻑 젖어 있었다. 상기된 뺨은 핑크색으로 물들어 있고, 이마에는 얇게 땀이 배어나와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달라붙어 있었다. 자지를 위아래로 훑는 오른손은 잠시도 쉬지 않으며 "이거 봐, 이렇게 뜨겁고 딱딱해져서, 굉장해...". 입술을 혀로 핥으며 텅 빈 눈동자로 류지를 바라보았다.
"응? 자지에 키스해도 괜찮아? 이거, 빨아도 돼?"
여자답지 못한, 단정치 못한 음란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유카. 유카가 그렇게 될 때까지 그토록 엄혹하게 교육시키고 또 그걸 바래왔던 류지는 그러나, "마음대로 해". 불편한 마음으로 씁쓸하게 허락했다.
"기뻐... 츄르릅.. 하으응.. 쯉쯉.. 마시써..., 아르바이트 쉬어 준 만큼, 마~않이, 아주 마~않이, 기분좋게 해줄께..."
길게 내민 혓바닥으로 힘껏, 거무틱틱한 자지를 뿌리끝에서부터 귀두까지 핥아댔다. 커다란 살덩어리를 낼름낼름 핥는 모습이 류지에게는 마치,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다는 듯 뺨에 자지를 부비는 것처럼 보였다.
"으응.. 우우웁... 으응.. 하아아... 어때? 류지군, 느껴져? 응?..., 류지, 츄웁, 쯉, 류지군... 기분 조아? 응? 쮸웁, 츕.. 유카의 입..., 하읍.. 우우웁... 기분 조아? 유카의 입 기분 조아?"
뺨을 움츠려 뿌리까지 가득 삼키고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격렬하게 스트로크하다가 갑자기 혀끝으로 낼름낼름 능숙하게 침을 발라댔다. 아마노에겐 한번도 보여준 적 없는 음란함의 극치. 몇개월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유카의 교묘한 펠라치오 테크닉이었다.
"어때? 유카, 이제 정말 잘하죠? 류지군이 가르쳐 줬잖아..."
쪼옥, 요도구에 키스하고, 입술을 오무려 츄우웁, 귀두를 빨아 올렸다.
"이렇게 빠는 것만으로도 벌써... 거기가 뜨거워져... 욱씬욱씬거려서 참을 수가 없어... 너무나 하고 싶은걸... 하아.. 아아..., 류지군이 말이죠, 날 이렇게 만든거에요..."
말하면서도 자지를 훑는 손가락의 움직임은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류지구~운"
터무니 없을 정도로 음란하고 외설적인, 남자를 유혹하는 음색.
"내 몸, 하고싶은대로 맘껏 써도 괜찮아요..."
말을 끝내자마자 다시 쑤욱, 입 안 가득 자지를 삼켰다. 귀두 아래 오목한 부분을 입술로 애무하고, 혀로 자지 줄기를 간지럽히면서, 입 전체로 힘껏 빨아들인다. 제대로 할 때까지 혹독하게 교육받고 수도 없이 반복해서 익힌 페라 테크닉을, 류지가 가장 좋아하는 음란한 기술을, 마치 능숙해진 자신의 기교를 과시라도 하듯이 펼쳐보였다.
"내..., 입도..."
때때로 혀를 이리저리 돌려 귀두 전체를 상냥하게 감싸듯이 애무하고, 점점 피치를 올려가며 리듬에 변화를 준다.
"거기도..., 엉덩이도..."
다리 사이에 웅크리고 앉아 정성을 다해 구음봉사에 몰두했다. 목걸이만 찬 전라의 유카를 류지가 아무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고 싶은대로 마음껏..., 아무렇게나..., 뭐든지..., 하으음.. 으음.. 하아아..., 해도 돼, 알았죠?.."
왼손으로 자지를 감싸고 문지른다. 오른손으로는 가늘고 긴 손가락 끝이 피부에 닿을듯 말듯 섬세한 터치로 류지의 옆구리나 허벅지를 기어다니고 있었다.
"류지군, 슬슬 갈것...같애? 후후..."
유카가 몸을 일으키자 볼륨이 넘치는 탐스러운 젖가슴이 출렁, 흔들렸다. 유두는 단단하게 응어리져 한껏 솟아올라, 손도 대지 않았는데도 찌릿찌릿한 전류를 일으켜 유카의 머리속으로 작렬해 들어왔다.
"가게 해-줄-께-"
매춘부... 창녀... 그 말이 류지의 마음을 관통했다. 너무나도 음란한, 청초함이라고는 한 줌도 남아있지 않은, 이전엔 한번도 보여준 적 없는, 추잡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류지를 향해 짓고 있었다. 나를 버리고 창녀처럼 다른 남자에게 달라붙어 도망쳐버린, 증오의 대상에 지나지 않는 그 여자와... 유카가 서로 겹쳐져 간다.
"잘 봐요..."
류지의 하반신에 올라 타 승마위 자세로 자지 위에 항문 입구를 맞추었다. 빼꼼히 열려 달콤한 애액을 흘리는 여자의 몸 속 깊은 곳으로부터 발산된 암컷의 냄새가 방 안 가득 퍼져 나갔다.
"할께요"
좁은 구멍 입구로 굵직한 살덩어리의 첨단을 간신히 비집어 넣더니 유카는 그대로 기세를 붙여 허리를 힘껏 떨어트렸다. 이대로 찢어져버리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단단하게 조여진 항문이 단숨에 커다란 자지를 깊숙히 삼켰다.
"으윽!!"
류지가 자기도 모르게 커다란 신음소리를 흘렸다. 곧바로 허연 정액이 폭발하듯 터져나와 유카의 직장 속으로 꿀럭꿀럭, 내뿜어졌다.
"아아... 괴,굉..장..해..."
유카는 양손을 정신없이 이리저리 허공에 파득거리며 등을 한계까지 뒤로 젖혔다. 푸슛 푸슛 푸슈숫... 엄청난 양의 뜨거운 정액이 뱃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정액... 잔뜩... 자안뜩... 아하하... 가득 찼어... 하하하하하..."
살짝 열려진 입술 사이로 천박하기 짝이 없는 말이 힘없이, 주르륵 침과 함께 흘러나왔다. 유카는 생기도 초점도 잃은 눈으로 천천히 허리를 상하로 움직이며 이걸론 아직 부족하다는듯이 스스로 항문성교를 재개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내리막길을 내달리듯 끝없이 타락해 갔다.
"...이게 전부입니다"
아마노는 알고 있는 사실은 전부, 모든 이야기의 시작으로부터 어젯밤 스낵에서 본 충격적인 광경까지, 하나도 숨기지 않고 모조리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하는 내내, 슬픔, 초조, 후회, 복잡하게 서로 얽힌 감정으로 울컥해져 목소리가 떨렸다. 마리에는 미간을 찌푸리고 몹시 고민스러운 얼굴로 테이블 위에 올린 손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흐~음, 그런거야?..."
차가운 어조로 대답한 것은 정면에 앉아있던 미녀였다. 타고난 성격대로, 어떻게 보면 너무 솔직해서 잔인하기까지 한 말로, "속죄를 위해 그녀를 산 제물로 바쳤다는 거네. 그렇게 하고는 혼자만 도망쳤고. 그걸로 용서받은 거라고 생각하는거고"라고 단언했다.
"뭐!?"
아마노가 주먹을 꽉 쥐었다. 나는, 유카를 생각해서, 그녀석을... 그래서, 나는...
"...그거, 자기가 한 짓, 남자로서 최저야"
그렇게 덧붙이고는 글라스 와인을 한 입에 삼키고 다시 따른다. 순간 매섭게 노려보며 뭔가 말을 돌려주려고 입을 연 아마노였지만, 결국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현실을 잔인하리만큼 냉정하게 바라보는 그 말 한 마디에 냉수를 뒤집어 쓴 것처럼 마음이 싹 가라앉아 갔다. 그래..., 나는..., 나만... 그 고통으로부터 도망간 거야... 유카를 위한다는 핑계로... 자신이 제일 괴롭다고 징징대면서...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누구보다도 소중한 사람을... 유카를 희생해서... 최저다...
"그..렇네요..., 최저 맞네요..."
잠시도 기다리지 않고, "제대로 알고 있잖아. 알고 있으면서 아무것도 안 한다니, 더 최저야!!"라고 인정사정없이 쏘아 붙인다.
"...죄송합니다"
"하아!? 대체 나한테 사과해서 뭐 어쩌자는 거야?"
"..."
고개를 떨구고 낙담해 하는 모습에, "아아 정말, 그녀의 마음은 전혀 알려고도 하지 않고..., 자기만 피해자라는 얼굴 하고선. 정말이지 짜증나서 못 봐주겠네" 아예 가슴에다 대고 비수를 꽂는다.
"그런... 나도, 어떻게든 유카를..., 유카를 도우려고..., 그랬는데, 그랬는데..., 유카가 나 몰래..., 설마..., 그녀석을 선택했을 줄은..., 같이 여행을 하고, 그렇게 바람을 피우고..., 나,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충격받아서..., 지금까지 줄곧 난 유카를, 누구보다도 유카를..., 유카를 가장 소중히 해 왔는데, 왜..., 믿을 수가 없어서..., 그녀석을 모른채 하고 버렸던 나에게, 이건 당연한 인과응보일지도... 그렇게 생각하면, 더이상 아무것도 모르겠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뭐야, 정리하자면 이런거야?"
싸늘한 표정으로 미녀가 아마노를 향해 몸을 숙였다.
"그녀가 바람을 피웠으니까, 그러니까 버리고, 희생시켰다. 쉽게 말해 그런거야?"
"아니, 그런게 아니라, 그런게..."
"뭐가 아냐? 뭐가 아니라는 거야? 어차피, 지금껏 그렇게 상냥하게 아껴줬는데, 어째서 다른 남자랑?, 그런 거잖아? 상냥한 얼굴로, 상냥한 모습으로, 상냥하게 아껴주는 마음으로..., 그렇게 잘난척 으시대 놓구선, 제일 중요한 순간에 딱 한번의 잘못도 용서할 수 없는, 그런 겉만 번지르르한 상냥함밖에 없으니까, 그 따위밖에 안되니까, 그녀의 마음도 몰라주는 거잖아!!"
"그럼, 가르쳐주세요, 가르쳐줘봐요, 난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당신은 뭐든지 다 아는것 같은데"
처음 만난 여성에게 아마노가 무심코 비아냥거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미녀가 그런 아마노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작게 한숨을 쉬며 어깨에 힘을 빼고, "...있죠, 자기, 그녀가 어째서 그냥 도망쳐버리지 않은 거라고 생각해? 그렇게 심한 꼴을 당하면서까지, 도망치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었을텐데, 그런데도 도망치지 않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달래는 듯한 말투였다.
"그,그거야..., 그녀석이 무서우니까!? 만약 유카가 거부하면, 유카나 나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어요"
가만히 쳐다보는 커다란 눈에서 아마노는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강한 빛을 품은 눈동자를 그저 가만히 바라 보았다.
"자기를 너무나 사랑하니까"
"...에?"
"자기 이야기 대로라면, 그녀는 자기 연인이었기 때문에, 자기한테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복수극에 휘말려든 거잖아. 반대로 말해 자기한테 있어서 소중한 사람이 아니게 되면 그녀는 도망갈 필요조차 없었겠지.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어... 즉, 그녀에게 있어서 도망간다는 건, 자기를 버린다는 뜻이니까, 자기와의 연인관계를 끝낸다는 거니까, 그러니까 그녀는, 뭐였더라... 그, 사카뭔지 하는 남자애의 지배로부터 도망치지 않았던 거야. 자기를 좋아하니까, 도망가면 자기와의 관계가 끝나버리니까, 그러니까 아무리 괴로워도, 아무리 심한 짓을 당해도... 자기하고의 정, 그거 하나만 믿고 계속 참아 왔어... 괴롭고 너무 괴로워서 죽고 싶을 만치 괴로워도, 좋아하고 너무 좋아해서 어쩔 수가 없으니까 도망가지도 못하고, 쭈욱 참아 온거야... 자기를 생각하면서, 언젠가는 다시 전처럼 웃을 수 있는 날이 올거라고, 그렇게 믿는 걸로 견뎌낼 수 있었어... 게다가 그녀의 경우엔, 자기를 배신했다는 죄책감이 있는 만큼 그렇게 참고 또 참는 게 자기를 향한 마음을 증명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그런... 말도 안..."
어느새인가 마리에가 미녀 옆에 바짝 붙어 서 있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유카씨의 마음은 거짓이 아니에요". 그렇게 말하며 밤색의 머리카락을 마치 애무하듯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피곤하겠네, 오늘은 이 정도로 끝내요..."
마리에의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미녀의 턱을 살며시 들어올렸다.
"마리에..."
미녀의 맑은 소프라노 톤의 목소리가 애교를 띠고, 커다란 눈이 순식간에 끈적끈적하게 녹아내렸다.
"아이 귀여워라..."
마리에도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미키, 침실 준비는 다 해 뒀니?"
"네, 해 뒀습니다...", 온순하게 대답하며 넋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마리에의 탐스러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에에!? 미키라면, 엣!?"
"뭐야, 아마노군? 왜 그래?"
"생각났어요... 혹시, 그 모델출신의 여배우 고토 미키!?"
마리에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 아마노군, 갈까요?... 가르쳐 줄께요, 전에 당신이 알고 싶다고 했던 거..."
"내가 알고 싶다고 한?"
"그래요..., 우리들에게 료지가, 그이가 해줬던 것..., 지금도 해주는 것...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를..."
"하아앙.. 아아.. 닿았어.. 아아.. 깊숙히... 깊숙히 닿았어... 아아앙... 굉장... 하아.. 좀 더.. 깊숙히.. 더 깊이... 하아앙.. 하으윽"
턱과 어깨만으로 몸을 지탱하고 높이 치켜든 엉덩이를 양손으로 나눠 잡고 넓게 벌린 유카의 뜨거운 보지에 류지가 후배위로 자지를 찔러 넣고 격렬하게 박아대고 있었다.
"하윽.. 이런, 이런 엄청난 걸... 하아앙... 류지군.. 아앙.. 아흐윽.. 좀 더 세게 자지.. 박아.. 박아줘!!"
쾌락의 수렁에 흠뻑 잠긴 유카의 교성과 침대가 삐걱거리는 귀에 거슬리는 금속음이 뒤섞여 좁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어이 어이, 아직 가면 안돼, 좀 더 참아, 알았어?"
"하으윽.. 차,참을께... 하아앙.. 아앙.. 참을테니까 좀 더 기분좋게 해줘, 범해줘, 미쳐버리게 해줘, 더.. 좀 더... 하아아.. 하으윽"
머릿속이 질펀하게 녹아내려 류지가 한번씩 자지를 찔러넣을 때마다 손가락 끝까지 쾌락의 전류가 퍼져나갔다. 저항하고 싶은 마음같은 건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더.. 더.. 좀 더... 그저 열심히, 더 큰 쾌락을 요구할 뿐. 이대로 정신을 잃고, 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다른 누군가로 다시 태어났으면 하고 바랄 뿐이었다. 마음 속을 몽땅 쓸어내고 모조리 지워 없앨 만큼의 열락을 애타게 바랄 뿐.
"아흐윽!!"
류지는 허리가 저려 올 정도로 자지를 힘껏 쑤셔박으며 땀으로 흠뻑 젖은 유방을 양손으로 마음껏 움켜 쥐었다. "아파!", 비명을 지르며 순간, 유카의 상반신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가볍게 춤춘 갈색 머리가 침대 시트 위로 퍼졌다.
"좀 더 세게, 젖꼭지 으깨버려, 류지군 손가락으로, 음란한 유카 젖꼭지, 마구 비벼줘!!"
날카로운 통증조차도 달콤한 욱씬거림이 되어 등줄기를 타고 달린다.
"아흐윽! 그래, 거기, 더 괴롭혀줘!"
뜨겁게 조여들어 오는 보지 안으로 퍽퍽 자지를 쑤셔박으면서 류지는 유카가 애원하는 대로 꼿꼿이 곤두 선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찝었다. 뜯어낼 것처럼 한계까지 멀리 잡아 당겼다가, 찢어버릴 것처럼 난폭하게 비틀었다가, 터트려버릴 것처럼 으깨었다가, 유륜 속에 파묻을 것처럼 세게 짓눌렀다가 할 때마다 "꺄아악!"이라던가 "하아앙!"이라던가, 유카의 입술 사이로 침이, 달콤한 환성이 새어나왔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류지도 어느덧 쾌락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었다.
"이 음란녀..., 매춘부..., 암캐가..."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마구 내뱉는 류지의 욕설조차도 피학의 불길에 싸여 몸부림치는 유카에게는 쾌락의 소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음란, 음란한, 음란한 유카에게.. 하아아앙... 벌을.. 내려주세요... 음란한 벌, 너무 좋아!"
어느새인가 엉덩이를 벌리고 있던 손가락이 잔뜩 충혈되어 애액으로 흠뻑 젖은 자신의 음핵을 비비고 있었다. 유방으로부터, 젖꼭지로부터, 음핵으로부터, 질구로부터, 그뿐만이 아니라 엉덩이를 남자에게 쑥 내밀고 있는 자신의 몸뚱이 전체로부터 느껴지는 육열로 마음이 가득 채워져 갔다.
"더, 더... 자지 더 세게!!!... 류지군 자지, 하아앙.. 하앙.. 자지.. 자지, 더는 못 참겠어... 하앙.. 하으으으윽! 느껴져!!"
후배위로 격렬하게 범하면서 유카의 매끄러운 살결을 입술로 빨아올려 키스마크를 새기거나 귀 뒤로 흘러내리는 구슬땀을 혀로 핥아 맛본다. 류지는 그러는 사이 사이 계속해서, "너는 내 여자야... 유카는 내 여자야...". 귓가에 대고 속삭이며 유카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세뇌하듯 되뇌였다.
"완전 멋진 표정하고 있잖아. 야, 유카, 지금까지의 성실하고 진지했던 얼굴하고, 지금의 음란한 암컷 얼굴하고, 어떤게 진짜 네 모습이야?"
"지금, 지금이요... 하앙, 거기... 지금의 음란한 유카가 진짜 모습이에요"
"그래? 그럼, 진짜 네 모습을 깨닫게 해 준 건 누구지? 그녀석한테 제대로 감사의 말을 해야지 않겠어?"
"류지군! 류지군입니다! 하아앙.. 아흑! 류지군이 깨닫게 해 줬어요! 하아아.. 감사..아흑! 감사합니다... 너무나 감사합니다!"
"그렇지, 그 바보녀석, 바보카즈야가 아니라, 바로 이 몸이란 말씀이야, 유카를 진짜로 알아준건, 나라구"
연인의 이름이 귀에 들려오자, 네 발로 엎드리고 있던 유카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자지를 꼭 물고 있던 보지가 한층 더 세게 조여왔다. 말로 하는 능욕에 중독되어버린 유카의 마음이 순간 얼어붙었다가 깨져 산산조각이 났다. 곧바로 또 다시 커다란 관능의 파도가 덮쳐와 유카를 집어삼키고는 그대로 휩쓸어 갔다.
"바보카즈야의 여자가 된게 실수였어. 바보카즈야같은 놈하고 사귀다니, 너에게 있어서 그보다 더한 실수는 없었던 거라구. 알았어? 크게 실수한 거야. 제대로, 확실히 반성해!"
류지에게 있어서 그것은 단순히 좀 더 괴롭히려고 가볍게 던진 희롱에 지나지 않았지만, 유카에게는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말과 다름없었다.
"...카즈야의... 연인... 실수... 사귀어서... 실수... 나... 실수..., 반성... 나... 반..성... 합니다..."
"잘 했어, 상으로 가게 해주지. 여느때처럼, 미쳐 날뛸만큼 느끼게 해줄께"
유카의 가느다란 허리를 움켜쥐고 있던 양손을, 엎드려 웅크리고 있는 유카의 어깨로 옮겼다. 그대로 가냘픈 어깨를 꽉 움켜잡고 "간다!"라고 소리를 내지르며, 귀두만 살짝 남을 정도로 자지를 뽑아냈다가 뜨겁게 작열하는 흉기를 온몸의 체중을 실어 단숨에 끝까지 쳐 올려 자궁을 꿰뚫었다. 늘씬한 다리가 시트 위로 미끄러지며, "하으윽! 자궁 안까지, 들어왔어...!! 가.. 가.. 아흑! 가버려어어어!!!". 커다랗게 교성을 지르며 새우처럼 등을 한껏 구부렸다. 새하얗게 변해버린 세상을 멍하니 응시하는 것같은 눈에서, 한 방울, 물방울이 뺨을 타고 주르륵 흘러 내렸다.
어깨로 숨을 쉬며 류지가 떨어져나와 침대에 드러누우면, 유카는 느릿느릿 몸을 일으켜 다다미 바닥에 발을 내렸다.
"아..."
일어서려고 하는 순간 허리에 힘이 빠져 침대 옆에 기대듯 무너져내렸다.
"하아하아..., 괜찮아? 유... 유카!?"
"반성... 제대로 반성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이젠, 그이 얘기는 더이상... 하지 말아 주세요..."
참지 못하고 흘러넘쳐 뚝뚝 떨어져내리는 눈물을 양손으로 열심히 훔치면서 유카는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욕실로 향했다.
"미안해요..."
"...라고 하는 이야기야. 좀 귀찮은 조사겠지만, 부탁해도 될까? 그래요, 서둘러 줘요... 고마워, 도와줘서. ...이번에 거기로 돌아가면, 후후..., 그래요, 또 함께 식사라도 해요. 에? 료지한테!? 얘기했어요, 전부. ...물론 약간은, 화난 거 같애. ...귀국하면 바로 벌받을려나. ...괜찮아요, 그런건 신경쓰지 마요. 그럼... 부탁해요"
간접조명만 약하게 비치는 어슴푸레한 거실, 마리에는 휴대폰을 유리 테이블 위에 내려 놓았다. 와인 글라스를 쥐고 소파에 깊숙히 몸을 파묻으며, "벌써 일어난 거야? 글라스 가지고 이리 와요. 얘기나 좀 해요"라고 어두운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 여기 앉아요"
아마노는 마리에가 말하는대로 잠자코 옆에 앉았다.
"미키는 뭐해?"
"푹 자고 있어요..."
"그래? 최근 스케쥴이 빡빡했으니까, 좀 쉬어주지 않으면"
아마노는 손에 쥔 글라스에 레드 와인을 따르는 마리에의 단정한 얼굴을 응시했다. 살짝, 평소의 샴푸 향기가 났다.
"저기..., 선생님하고 미키씨는, 무슨 관계입니까?"
"무슨!? 좀 전에 봤잖아요, 본 그대로, 그런 관계에요"
인기 절정의 유명 여배우와 학계에서 각광받는 신진기예의 학자, 두사람 사이의 너무나 자극적인 관계. 눈앞에서 전개된 생생한 그 광경이 지금 다시 생각해도 믿겨지지 않았다. 게다가 거기에 자신도 같이... 요 몇 주 사이에 믿을 수 없는 일만 계속해서 일어나는 바람에 뭐가 현실이고 뭐가 거짓인지 가끔씩 헷갈리기까지 했다.
"놀랐습니다...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 저기..., 그러니까..., 선생님하고 미키씨는 어떻게 알게 된건지, 언제 만난건지, 뭐 그런 의미로..."
"미키는 말이죠, 고등학교 때 클래스메이트였어"
"선생님 남편분도, 미키씨도, 모두 동급생이었군요"
"그래요..."
"그럼, 선생님은 남편분하고 어떻게해서 만나신겁니까?"
"...그게 그렇게 궁금해요?"
"아, 혹시 남편분, 미키씨한테서 빼앗아 버렸다든가? 하긴, 선생님, 꽤 과격하시니까 정말로 그랬을지도"
자조섞인 농담이었다.
"그런게 아니에요"
평소 어지간해서는 감정의 기복을 거의 보이지 않는, 침착하고 냉정한 지도교수의 안색이 눈에 띄게 흐려졌다.
"그런게 아냐... 그 무렵의 나는, 달랐는걸... 그 무렵의 나는..."
창 밖으로 흘러가는 구름을 가만히 응시하는 마리에의 낯선 모습, 낯선 표정.
"이상한 걸 물어보고, 죄송합니다. 꼬치꼬치 캐물을 생각은..."
예상외의 반응에 당황해 허둥지둥 얼버무리느라 진땀을 빼던 아마노에게 한층 더 충격적인 이야기가 되돌아 왔다.
"아마노군, 나 말이죠, 고등학교 3학년 때, 료지에게 강제로 몸을 빼앗겼어요. ...강간당했었죠"
"에.. 에!?"
"충동적으로 도둑질을 했다가 그걸 들키고 협박당해서... 그리고는... 유카씨하고 마찬가지로.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로 심하고 끔찍한 짓 잔뜩 당했어요. 그땐 너무 힘들고 괴로와서 누구한테도 얘기하지 못하고... 몇번이나 죽고 싶다고 생각했는지 몰라. 그게 나하고 료지가 사귀게 된 계기야..."
"어째서... 그런 걸... 그런 사람하고... 왜 결혼까지?..."
"그게 그이의, 료지의 애정표현이었으니까"
마리에가 아마노를 향해 몸을 돌리고 앉았다. 진지한 표정을 하고 아마노를 정면에서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서툰 사람이었어... 그리고 그 때, 그런 료지만이 나를 제대로 바라봐 줬죠. 스스로 깨닫지 못했던 내 진짜 모습을 알게 해 줬어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죠?"
"그 무렵의 나는 매사에 소극적인 겁장이에, 늘 남의 눈을 신경쓰고 무서워했었죠. 앞에 나서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뒤에 쳐지지도 않게 남의 눈에 띄지 않는... 진짜 내 마음을 꽁꽁 숨기고 그저 주위 사람들이 시키는대로 하면서... 속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도 없이 그저 억지로 웃으며 따돌림 당하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어. 그런 나에게 료지가 말했죠. "지금 네 모습은 진짜 마리에가 아니야"라고, "마리에는 누구보다도 훨씬 더 매력적이야"라고, 그렇게 말해 줬어요. 스스로도 모르고 있었던 진짜 나를 깨달을 수 있게. 그러니까 지금 내 인생은 전부 다 그이가 내게 선물한 것. ...이왕이면 좀 평범하게 고백해 줬음 더 좋았겠지만, 료지에게도 뭐랄까 슬픈 과거가 있었고 그래서 그런 방식밖에 몰랐던거죠. 하지만 좋았어요, 아마노군. 료지는 내 모든 것을 사랑해줬고, 나도 거기에 힘껏 응했을 뿐이니까"
"...저로서는 이해가 잘 안 가네요. 선생님이 하시는 이야기,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 가지가 있어요"
"여러 가지... 라면?"
"그래요, 사랑의 형태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나하고 미키의 관계도 그 중 하나고"
실크로 된 고급스러운 잠옷 차림의 마리에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와인 글라스를 입으로 가져갔다.
마리에가 몇 잔 더 글라스를 비우고, 한참동안 침묵하던 아마노가 간신히, "그녀석과... 유카도..., 류지와 유카도 같다고, 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라고 중얼거렸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데?"
아마노는 입을 굳게 다문채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럴 리가 없어.. 하지만...
"나하고 유카씨하고는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어요. 나와 료지는 그런 일을 겪으면서 서로 마음이 통했어요. 그러니까, 그가 내게 하는 행위를 참는 것이 아니라, 받아 들일 수 있었다는 말이에요. 하지만 유카씨는..., 만약 사카키사와라고 하는 아이가 유카씨에게, 료지가 날 생각하듯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아침에 미키가 말했었죠? 유카씨가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당신, 아마노군이야. 그러니까 결코 그 두 사람의 마음이 하나가 될 수는 없어요... 지금 이대로는 유카씨는 계속 참는 것밖에 할 수가 없겠죠..."
또 다시 이어지는 긴 침묵. 이윽고 고개를 든 아마노의 처절한 슬픔을 담은 눈동자가 마리에에게로 향했다.
"내가 유카를..., 바로 내가.. 누구보다도 더 잔인하게.. 유카에게 상처를 준거..죠?..."
마리에는 어린 아이를 안듯 살며시 아마노를 품에 안았다.
"지금 이순간 당신이 뭘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그것만 생각해요. 답을 찾는 건 결국 당신 몫이니까"
아마노가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이자 가볍게 입술을 맞추며 "나도 모르게 좀 많이 마셨나 봐... 자, 그럼 슬슬 우리도 이만 자러 갈까?".
------------------------------------------------------
슬슬 가닥이 잡혀가는 느낌이네요^^
이번 화는 전반적으로 슬픈 느낌이 드는 에피소드였어요.
마리에 여사의 과거도 그렇고, 뭔가 상황이 자기 통제를 벗어나 혼란스러워하는 류지도 그렇고, 망가지기 일보 직전인 위태위태한 유카도 그렇고.
어쨌거나 이번엔 뒤늦게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는데요.
미키라는 아가씨, 활자매체에서 캐릭터를 잡을 방법은 다이얼로그밖에 없어서 좀 고민하다가 2인칭 대명사를 "자기"로 해봤는데, 어땠나 모르겠네요.
제가 일상생활에서 주로 2인칭 대명사로 "자기"를 쓰는데, 주변에서 게이로 오인하더라는...-.-;;
버릇이 되서 잘 고쳐지지도 않고, 뭐 그렇다고 남의 눈 의식해서 고칠 생각은 요만큼도 없지만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