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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鬼椿 오니츠바키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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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87 회 작성일 24-01-18 02:0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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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저 전봇대가 서 있는 모퉁이를 돌면... 자기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졌다. 잔뜩 찌푸린 겨울 하늘 아래, 고즈넉한 분위기의 주택가를 지나 류지의 아파트로 향하고 있었다. 이제 더이상 망설임은 없다. 청바지에 로퍼, 후드가 달린 두꺼운 코트. 평상시의 단촐한 차림으로, 손에는 유명한 양과자가게에서 산 슈크림을 들고 있다. 이 시간이라면, 아직 아르바이트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류지를 만나고 싶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만나러 갔다.
"류지군, 집에 있을까?"
낡고 허름한 목조건물 아파트를 올려다 본다. 온천에서의 하룻밤 이후로, 이틀이 지났다. 결국, 아마노와는, 만나지 못했다. 어제, 써클 연습 전에 한 차례, 연구실을 찾았지만 부재중이었다. 마리에와 급히, 숙박예정으로 쿄토 출장을 떠났다고 한다. 털어놓을 생각이었다. 말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없다는 말에, 차라리 안심하는 자신이 거기 있었다. 만약 있었다면, 자신은 대체,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었을까. 지금도, 여전히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카즈야가 싫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류지군의 옆에 있어 주고 싶다. 이런 기분으로, 저울질을 하며 계속 교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용서같은 거 받을 수는 없겠지만... 카즈야를 생각하는 마음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순서는 거꾸로 되어 버렸지만, 제대로 류지에게 마음을 전하고, 그리고나서, 카즈야에게 말하자. 전화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너무 교활한 짓이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도 아니니까.
"춥다... 난방은 제대로 하고 있는걸까"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는 녹슨 계단을 오른다. 그 이후로, 류지와 단 둘이 된 적은 없었다. 딱 한 차례, 어제, 연습이 끝나고, 부실 앞에서 먼저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류지와 맞닥뜨렸다. "수고하셨습니다. 모리사키 선배...", 눈도 마주치지 않고, 다른 부원을 대하는 것과 똑같이 차가운 말투. 전처럼 유카를 기다리거나 하는 일 없이, 서둘러 자리를 떴다. 거절하는 듯한 그 모습에, 마음이 아프게 조여왔다. 쓸쓸한 뒷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꼬옥 껴안아 줄께...비록 지금의 행복을, 카즈야를 잃더라도... 결심을 굳히고, 문 앞에 섰다.
"류지, 군... 류지군, 집에 있어?"
하얀 숨을 내쉬며 똑똑 노크를 하면, 현관문의 유리창이 흔들려 소리를 냈다. 안에서, 인기척이 난다. 벌써 해가 많이 떨어졌지만, 집 안에 불이 켜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류지는 집에 있다고, 유카는 생각했다.
"저기, 류지군, 있는거지?... 류지군"
철컥. 한참후에야 열린 문 사이로 얼굴을 내민 류지는, 유카의 발밑에 시선을 떨군채로, 감정을 꾹 눌러 참고있는듯한 표정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왜 그러는거야... 역시, 나 때문에... 망설임도, 거절도 아니다. 그렇지만, 어딘지 모르게 자신을 피하고 있는 듯한 느낌. 애써 밝게, "맛있는 슈크림 사왔어. 저기, 같이 먹자. 같이 먹고 싶어서, 이렇게 왔어" , 그렇게 말해봐도, 류지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귀찮은...거야?"
고개를 기울여 묻는다.
"...아니오"
그 말만 하고, 류지는 문을 열어놓은 채로, 등을 돌려 안으로 사라졌다.


처음 왔을 때하고 똑같은, 변함없이 살풍경한 집 안. 전기 스토브는 있지만, 스위치는 켜져 있지 않았다. 바깥과 별 차이없는 실내온도. 조그만 중국식 식탁 위에는 양장본 책이 올려져있고, 다다미 위로 둥글게 말린 모포가 놓여있다. 난방도 하지 않고, 모포를 두른채로 책을 읽고 있었나보다.
"스토브, 켜도 되요..."
싱크대에서 주전자를 불 위에 올려놓고 컵을 씻고 있던 류지가, 여전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한다. "류지군, 난방도 하지 않고, 춥지 않아? 그러다 감기 걸려" 라고 묻는다.
"그거야, 당연히 춥지요. 하지만, 전기요금 아까우니까"
"그런..."
넓고 큰 등을 바라보면서, 이제부터는 내가 류지군을 따뜻하게 해줄께... 내가 함께 있어줄께... 더이상, 외톨이가 아냐... 마음 속으로 말하면서, 스토브의 스위치를 켜고 방석에 풀썩 앉았다. 눈 앞에 놓인 식탁에, 양과자가게에서 사온 종이상자를 올려놓는다.
"아, 피었다! 동백꽃, 피었네--"
이어지지 않는 대화에 거북함을 느끼고, 실내를 둘러보던 유카. 창가에 놓인 작은 화분의, 전에는 꽃봉오리만 져있던 동백꽃에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오늘 아침, 피었습니다"
유카에게 컵을 건내주면서, 류지는 담담하게 대답한다. 커피 향이 코를 간지럽힌다. 컵으로부터 전해지는 따뜻함과 함께, 조금씩, 류지의 말투에 감정이 실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다시, 평소의 류지군으로 돌아온 것 같다... 본심으로 거절하고 있는 게 아니었어... 기쁘다.
"근데, 정말, 꽃 색깔이 엄청 빨갛다. 이런 동백꽃, 처음 봐"
"유...선배, 그 꽃, 마음에 드세요?"
류지는 맞은 편에 앉아, 몸을 녹이듯이 김이 솟아오르는 컵을 양손으로 감싸들고 입에 댄다.
"으응. 가지, 하나만 얻을 수 없을까나. 접목, 해보고 싶은데"
감정이 사라진 류지의 얼굴을, 아래에서 올려다보듯 바라보며 이야기를 거듭한다.
"갖고 싶으면, 화분채로 줄께요. 그 동백꽃, 접목이 안되요. 내가 태어난 마을의 흙에서밖에, 자라지 않아요. 흙이 바뀌는 것만으로도, 시들어버리거든요"
"헤에---, 이상한 동백꽃이네"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던 유카가, "아, 류지군, 사양하지 말고. 이거, 슈크림 먹자", 그렇게 말하고, 상자 안에서 하나를 꺼내 류지에게 건냈다.
"맛...있네요"
입에 넣으면서, 작게 대답하는 류지의 눈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오른다.


그것이, 류지가 유카에게 보인, 최후의, 상냥한 미소였다---.


이용하기 위해, 접근했다. 단지 그것뿐. 그 때문에 유카선배가 괴로워하든지, 상처를 입든지, 알 바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유카는, 자기 일처럼 류지를 염려하고, 따뜻하게 감쌌다. 처음으로... 사람의 상냥함에 편안함을 느꼈다. 유카를 속이기 위한 거짓웃음이 언젠가부터,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 사이에, 진짜웃음으로 변해갔다. 유카선배만은 "그 사람"하고 다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그래서, 이별을 했다. 원래는 도망치려던 유카를, 힘으로 빼앗기 위한 여행이었는데, 결국은 진심으로 유카를 놓아주고 말았다.
그랬는데...찾아왔다.
"어, 크림, 묻었네"
류지의 뺨에 묻은 크림을, 몸을 일으켜 혀로 낼름, 입술을 핥으면서 먹어보인다. 딱딱한 표정을 풀어주려는, 유카나름의 과장된 익살스러운 행동. 친밀함의 표현. 하지만, 몇번이나 살을 섞은 여자가 그런 행동을 하는 건, 류지에게는 남자를 유혹하려는 몸짓으로밖에 비치지 않았다. 이 여자도... 결국은 "그 사람"하고 똑같다.
"에헷, 먹어버렸다"
어울리지 않는 민망한 짓을 했다는 생각에, 수줍게 미소짓는 유카의 모습따위, 안중에도 없었다. 조금만 분위기를 잡고 유혹하면, 쉽사리 꼬리를 치며 졸졸 따라온다. 아주 간단하게 연인을 버리고, 온다. 이 여자도... 안기는 것밖에 머리속에 없었던 여자들하고 똑같다. 속지 마. 여자같은 것, 전부 마찬가지다. 믿지 마. 스스로도 감당이 안 되는 거무칙칙한 감정이, 서서히 몸과 마음을 잠식해온다.
"맛있지? 안에 딸기가, 진짜 맛있지 않아? 맘에 쏙 들어. 그럼, 나도. 잘 먹겠습니다---"
유카의 저 진짜 상냥함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류지 안의, 또 한 명의, 치유될리 없는 상처를 입어버린 류지가, 거부한다. 밀어낸다. 슈크림을 집으려던 손을, 갑자기, 커다란 손이 움켜쥔다. 차가운 감촉. "류지군?!". 강한 힘으로 끌어당긴다. 집에 들어서고 처음으로 마주친 류지의 시선. 류지의 눈에, 지금까지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격렬하고 진한 정욕의 빛이 떠올라 있다. 사냥감을 노리는 동물과 같이 날카롭다. 가만히 노려보듯 유카를 응시하고 있다.
"선배, 이 쪽으로, 와요"
"응..."
짜릿한, 요염한 감각이 머리속을 두드린다. 옆에 앉으려고 하는 유카를, 거칠게 류지가 침대위로 밀어 넘어뜨렸다.
"류지군..."
애초부터 저항같은 거 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류지의 따스함을 느끼고, 그 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살며시 눈을 감고 스스로 키스를 조르듯이,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 붉은 리본의 포니테일을 흩뜨리고, 몸을 허락하는 유카의 사랑스럽게 생긴 조그만 얼굴에 얼굴을 가까이 하는 순간, 그 상냥한 표정이 눈에 들어오자, 자신도 모르게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얼굴을, 뭔가 뿌리치듯 짧게 흔들고 입술을 겹쳤다.


어슴푸레해진 방 안에서, 유카의 매끄러운 신체 라인이 희고 아름답게 떠오른다.
"하아...아앙, 류지, 구운...아----앙"
유카의 가녀린 몸 위에 올라탄 류지의 성난 자지가 달라붙어오는 보지를 열고 들어가면, 낮은 신음소리가 크게 올라간다. 스토브 탓인지, 온기 탓인지, 추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몸 안에서 차례로 뜨겁게 저리는 욱신거림이 솟아나와, 류지에게 사랑의 감정마저 느낀다. 등에 돌리고 있던 손을, 감싸듯이 암팡진 류지의 얼굴로. 희미하게 눈을 떠 바라보며 뺨을 양손으로 잡고, 아마노 이외에는 누구에게도 한 적 없는 말을, 줄곧 속에만 담아뒀던 마음을, 전했다.
"좋아, 좋아해, 류지군... 류지군을, 좋아해..."
홱하고, 류지가 시선을 피했다. 뜻밖의 반응이었다. 기뻐해 줄거라고, 언제나처럼 순진한 미소를 짓고 기뻐해줄거라고 생각했다.
"...그럼, 그이하고는...어쩔 작정, 인거죠...?"
천천히 넣었다 빼는 허리의 움직임은 그대로, 살그머니, 중얼거리듯 묻는다.
"에...?! 카, 카즈야하고는...제대로, 확실히...헤어...질거니까...그러니까, 류지군만...아아, 아흐윽"
몸을 찢어버릴 기세로, 갑자기 자궁 깊숙히까지 박아 넣는다. 추잡한 물소리가 튄다.
큭, 좋긴 뭐가 좋아. 이것 봐, 이 여자도 결국은 연인을 버리고, 안기기 위해서 나한테 왔잖아. 다른 남자의 품으로 도망간 "그 사람"... 나를 버리고 떠난 어머니처럼... 역시, 여자란 생물은 전부 똑같다. 너덜거려 걸레짝처럼 망가져도 상관할까 보냐. 이용해 주마. 철저하게, 타락시켜 주마. 모친에 대한 씻을 수 없는 증오가, 유카를 향한 억지스러운 분노와 겹쳐져, 격렬한 불길이 되어 치솟는다. 카즈야, 너에게 죽음보다도 더 괴로운 고통을 맛보여주마... 혼자만 행복한 건 용서할 수 없다...내 고통을 너에게도 맛보여주지...
"아앙...류지군?!"
내려다보는 눈빛은 시리도록 차갑게, 찌르듯이 날카롭게, 분명히 유카의 애정을 거절하고 있다. 처음 보는 류지의 매서운 표정에, 귀신처럼 섬칫한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네 놈의 소중한 여자, 바닥까지 농락해주지... 이미, 한 줌의 주저함도 남아있지 않았다. "곤란한걸. 선배말이야, 그 바보녀석하고 헤어져버린다고...? 그녀석하고 헤어진다니, 그런말, 하지마요"
그렇게 말하고, 얕게 뽑아냈다가 다시, 시커멓게 번질번질한, 유카의 애액으로 젖은 자지를 단번에 찔렀다. 위를 향한 모양좋은 유방이 튀어 흔들린다.
"아앙.... 하아...에..에?! 저, 저기... 류지군?! 왜 그러는거야?!"
"도대체가 말이지, 내가, 언제 선배한테, 나 좋아해 달라고, 말했어요? 선배는, 그냥 입다물고 나한테 안기기만 하면 된단 말이죠" 라며, 계속해서, 난폭하게 허리를 쳐 올렸다. 침대가 삐걱거리고, 시트가 주름으로 엉망이 된다.
"자, 잠깐 류지군!?! 무슨? 무슨 말을 하는거야? ...아, 아흑"
입가를 비뚤이고, 밑에 깔려 누워있는 유카를 내려다보며 비웃고 있다. 어떻게...어떻게 된...?! 희고 가는 손가락이, 덜덜 떨면서 류지의 얼굴로부터 멀어졌다.
"정말이지, 여자란 것들은 조금만 상냥하게 굴고, 뿅 가게만 해주면, 결국 이 꼴이니"
귀에 꽂혀 들어오는 말의 의미를, 하나도 알 수가 없다. 이해가 되질 않는다. 표변한 류지의 태도와 말에, 그저 아연해진다.
"어떻게...된 거야...?"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곤란하다고 말했잖아. 선배가, 그 바보녀석하고 헤어지면"
"무슨, 무슨 말을 하는거야...류지군...?"
연결된 채로, 류지가 유카의 귀에 얼굴을 대고 "내가 선배한테 접근한 건, 그녀석을, 선배의 그이를 괴롭히기 위해서야... 그녀석이 제일 소중하게 여기는 여자를, 선배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서, 그 바보녀석을 고통스럽게 괴롭히려고..." 낮게 땅을 울리듯 메아리치는 음색으로부터, 그 말이 농담이나 거짓은 아니라는 것이, 분명히 전해진다.
"거짓말이지...?"
"그녀석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선배한테 접근한거야..."
복수라니...? 무슨, 대체, 류지군, 어떻게 된거야...?
"거짓말...맞지...?"
유카의 매달리는 말을, 냉혹하게 짓밟는다. 유카의 상냥함을, 잔혹하게 밟아 뭉갠다.
"하하하핫, 이렇게까지 잘 풀릴거라곤 생각도 못했지 뭐야. 정말이지, 선배도 바보 아니에요? 그녀석하고 막상막하아냐? 좀 안아줬다고, 기뻐서 허리를 그렇게 흔들어대고말야. 그녀석한테선 만족을 못 느껴서, 욕구불만이었던거 아니에요? 바보남과 음란녀 콤비라니, 이거 걸작이구만. 하하핫. 말이 나온 김에 하나 더 가르쳐주지. 사츠키도 한패야. 선배하고 그녀석하고 갈라놓으려고, 도움 좀 받았지. 뭐, 사츠키는 도대체 어디가 그렇게 좋은지, 그 바보한테 푹 빠져가지고, 그렇게 서로의 이익이 일치했다고나 할까"
이제 겨우 따뜻해지기 시작한 방. 그런데도 등골이 오싹해져왔다. 연인을 매도하고, 자신을 비웃는 말에, 유카는 간신히, 류지의 증오로 가득 찬 흉계에, 함정에 빠져버렸다는 것을 이해했다. 저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도망갈 곳 없는 우리에 갇혀버렸다고, 직감했다.
"싫어! 그만 해! 너무해! 떨어져! 류지군 최저야!"
두꺼운 가슴을 힘껏 밀어 류지의 몸을 떼어내려고 몸부림을 쳤지만, 양쪽 손목을 모두 류지에게 잡히고 침대에 짓눌려졌다. 마치 책형(*주, 옛날, 죄인을 기둥이나 판자에 묶고 창으로 찔러 죽이던 형벌. 여기서 창은 아마도 류지의 자지?)을 당하는 것같은 비참한 모습. 저항은 어이없이 간단하게 무력화된다.
"자, 선배. 언제나처럼 즐거워해봐요. 언제나처럼 "앙앙"하고 허덕이라구요. 언제나처럼 "느껴-"하면서 구멍을 조여보라구요"
그렇게 말하면서 거칠게 쑤셔박는다. 매도하는 말을, 그저 놀란 눈을 커다랗게 뜨고,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망연자실하게 듣는다.


일방적인 욕망에 짓이겨져, 원치도 않았던 절정에 내몰려, 도망치듯 침대에서 기어내려왔다. 사방에 널려진  옷을, 새하얀 피부를 보이기 싫은 듯 등을 돌려 서둘러 껴입으며, "저기...류지군, 거짓말..이었지? 아까...말한 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묻는다. 호감을 느끼고, 의심하지 않고, 믿고, 안겼다. 그런 상대로부터 상상할 수도 없는 무서운 말을 들었다. 그 웃는 얼굴이 전부, 거짓말이었어...상냥했던 류지군은 전부, 꾸며낸 거였어... 그런... 그런 일이...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믿고싶지 않았다.
"농담이지... 응? 평소의 류지군으로 돌아와... 나를, 카즈야를, ...걱정해서 일부러 그런거지...?". 스러질 것같은 목소리를, "선배, 아---직도 모르겠어요---? 도대체 내가 그런 바보남을, 뭐하러 걱정해주겠어요?" 라고 비웃고 조롱한다.
"그녀석, 지 여자가 실컷 딴 남자한테 안겨서 좋아죽는것도 모르고, 태평스레 연구같은거나 하고, 그딴거에 정신뺏겨서말야. 정말이지, 제대로 얼간이같은 남자지 뭐야. 선배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라면서, 구부리고 있는 유카의 등에 달라붙는다.
"너...무해..."
연인을 배신한 자신은 그렇다치더라도, 그 연인까지 조롱하는 류지에게 피가 거꾸로 솟는다.
"카즈야는 욕 하지마!". 자기도 모르게 휙 뒤돌아 고함을 지르는 유카를, 류지가 침대에 앉아 능글거리는 경박한 웃음을 지으며 쳐다본다.
"어떤거, 어떤건데?! 류지군이 말하는 복수란 건!! 어째서 카즈야가, 왜 그런 일, 복수인지 뭔지하는 바보같은 걸, 당하지 않으면 안되는건데?! 제대로 설명해!!"
"시끄런 여자네..."
"뭐..."
여전히 입가를 비뚤이고 있던 류지가, 마음 속 깊이 즐거운 듯한 음색으로 "뭐, 봐서 기분이 내키면 가르쳐주죠. 그런것보다, 선배... 알고있죠? 선배는 앞으로도, 계속 나한테 안길거에요. 시끄럽게 조잘대지 말고, 잠자코 나한테 안기면 되는겁니다. 그녀석의 애인인 채로, 말이죠. 그 바보의 여자가 아니라면, 선배는 아무런 가치도 없으니까. 잔뜩, 귀여워해줄께요. 지금까지 이상으로, 말이에요..." 라고 계속 지껄인다.
"장난하지 마! 농담해?! 누가, 당신따위하고! 얼굴도 보고싶지 않아! 두번 다시 내 근처에도 오지마!"
안색이 변해 코트를 집고 일어서는 유카를 향해, 더욱더 태연스럽게 "애인이 딴남자하고 바람났다가, 희롱당하고 버려졌다라고 한심한 소문이 퍼지면, 그녀석, 쪽팔려서 어디 연구실에 붙어있을 수 있을까 몰라" 라고 말해버린다.
"아..."
"도대체가 말이죠, 선배도 조금 상냥하게 대해준다고 냅다 애인을 배신하고, 이제 와서 무슨 염치로 그녀석한테 돌아갈 생각이에요? 참나, 뻔뻔하게, "역시 카즈야가 좋아---" ,뭐 이렇게 말하려구요?"
"...사람 잘못 봤어"
"참내, 충고해주는거라구요. 나한테 안긴거, 까발려지는거 싫죠? 그러니까, 선배는 지금까지처럼...나한테 안기면 된다니까요. ...만약, 싫다고 한다면...그녀석을, 연구실에 있을 수 없게 해버릴테니까. 선배를 소재거리로 해서, 학교내의 웃음거리로 만들어줄께..."
유카의 몸이, 꼭 쥐고있는 주먹이 후들후들 떨린다.
"날...협박할 생각..."
"협박? 농담해? 선택은 선배가 하는거에요. 애초부터 나한테 안긴거 역시 선배가 선택한 일 아니었나요? 나한테 안기던지, 아님, 애인을 조롱거리로 만들던지. 맞다 선배,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면 어때요? 선배가 나한테 안기고있었던 일, 알았을 때, 그녀석의 바보같은 얼굴, 보고 싶기도 하니까, 나야 아무래도 좋아... 자, 어쩔래요? 그녀석한테 털어놓을래요, 나랑 있었던 일? 말하기 힘들면, 내가 대신 말해줄수도 있는데요."
색이 바랜 청바지, 긴 다리를 꼬고 손을 뒤로 하고 기댄 여유만만한 모습. 한층 더 차가운 시선으로 유카를 응시하고 있다.
"어떤걸 선택할래요?"
"장난하지마. 카즈야는, 카즈야라면 반드시, 당신이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아. 나도, 아무것도..."
"흐---음, 거짓말로 대충 넘어간다라. 흥, 이러니까 여자라는 생물은 믿을 수가 없는거야.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하고, 배신하고... 어차피, 선배도 그런 인간이었다,라는 거군요. 그럼, 좋아요, 선배, 선배 왼쪽 허벅지 위에, 그러니까 나한테 실컷 박혔던 거기 옆에, 점이 몇개 있는지, 알아요?"
교활하게 슬금슬금 사냥감을 몰아간다. 저항따위 코웃음치며 괴롭혀간다. 작게 붉은 리본을 흔들며, 얼어붙은 것처럼 서 있는 유카에게, 지독한 악의로 물들은 비수와도 같은 말을 던진다.
"무슨, 무슨 말을...비겁한..."
"무슨 말이든 해보세요... 뭐, 애인을 배신한 선배한테, 비난받을 이유같은건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뭐라 할 말이 없어, 고개를 떨구고 만다.
"...한번만, 이라면"
간신히 조그맣게 열린 입술로 단념한듯 말하는 유카에게 "내 기분이 내킬때까지, 입니다" 라고 가차없이 즉답한다.
이미 유카에게, 선택지는 하나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카즈야에게서 연구일을, 빼앗기게 할 수는 없다... 그것도, 자신의 잘못으로... 그렇게 몰두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게 할 수는 없다... 카즈야의 목표를, 장래의 꿈을, 빼앗기게 할 수는 없다... 하물며, 이런 나를, 한결같이 생각해 주는 카즈야를, 배신했다고... 상처입히고 싶지 않았다. 알려지고 싶지 않았다. 잃고 싶지 않았다. 모든 것을. 두 사람 사이에 있는 모든 것을, 자신의 배신으로 더럽힌다. 잃는다. 그런 일, 할 수 없다...
완전히 해가 졌다고, 외풍이 새는 흐린 유리창이 말하고 있었다. 형광등이 비추는 어슴푸레한 방 안에서, 절망의 늪에 빠진 기분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 온 이상, 자신의 잘못을 되돌릴 수도 없다. 저지른 죄의 크기를, 이제와서야 새삼 깨닫는다. 속았다고는 해도, 자신의 어리석음을 책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할겁니까?"
우웅-하는 울림이, 마음 속 깊은 곳을 헤집고 들어간다.
"뭘 시켜도, 할겁니까?"
"...네..."
고개가 저절로 떨어진다.
"그럼, 맹세를 받아 볼까요. 그 말이 사실인지 어떤지, 시험해 보겠습니다"
"네..."
속눈썹을 내리깔고 허락을 구하는 듯한 유카의, 매달리는 듯한 눈을 보며 명령한다.
"거기에, 내 눈 앞에 네 발로 엎드려서, 내가 말하는대로 따라서 말해. 알았어?"
"유카는...이제부터, 류지군의......류지군의, 장, 장난감이, 되, 됩...니다... 유카의 신체를, 조, 좋으실, 대로...가지고, 노, 놀아...주십...시오. 자, 잔뜩...귀여워해...주십...시오. 유카는... 유카는, 류, 류지군, 의...류지군의, 자...장난감...입니다. 어떤 명령이라도...보, 복종...하겠습니다". 몇번이나 몇번이나, "복종의 맹세"를 강요한다. 반복했다.
"그래그래, 그걸로 됐어"
"...그 대신, 제, 제발, 카즈야만은...카즈야에겐 심한 짓, 하지 마"
"아-, 알았어. 그럼, 다음은 그 모습 그대로, 발을 핥아"
"그, 그런..."
"못 한다고만 해봐, 어디"
앉은 채로 아무렇게나 오른쪽 발에서 양말을 벗어 던지고, 눈 앞에 엎드리고 있는, 밝고 기품있던 아름다움이 그늘져 사라져버린 유카의 코끝에 갖다 댄다.
"어이, 핥아. 맹세의 증거를 나한테 보여 봐. 제대로 가르쳐줬잖아, 내 그거를 기쁘게 빨았을 때처럼, 정성을 다해서 핥는거야"
까딱까딱, 마치 악마라도 되어버린 것 같이, 류지가 발가락을 굽혀보인다. 카즈야, 미안... 원래 오기가 강했던 유카가 굴욕으로 몸을 떨면서, 희미한 루즈의 입술을 열어, 스르르, 혀를 내민다.
"아---핫핫, 그 바보, 지금 자기 애인이 다른 남자 발가락을 빨고있을 줄은, 꿈에도 모르겠지, 끝내주는데"
엄지발가락으로부터 차례로 하나씩, 발가락 사이에도 열심히 침을 발라, 입에 넣어 혀로 굴리고 있는 연상의 여대생을 내려다보면서,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류지의 눈 앞에 놓인, 얇은 니트의 등으로부터 가늘게 조여진 허리를 지나 둥근 엉덩이로 이르는,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발군의 스타일을 가진 여체가 정성껏 수치스러운 봉사에 힘쓰고 있었다. 써클 내의 남자들 모두가 동경하는 미녀가, 개처럼 네 발로 엎드려 트레이드마크인 리본을 흔들며, 쩝쩝 소리를 나도록 혀를 낼름대면서 발가락을 핥고 있었다. 반항을 하든, 복종을 하든, 어느 쪽으로든 가학심을 불러 일으키는 여자다. 카즈야--, 이 정도가 다가 아냐. 이제부터다... 네 놈의 눈 앞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미쳐 몸무림치는 여자로 만들어 준다. 고대하며 기다려라...
"선배, 알고 있겠지만, 내일부터는 매일, 잔류 연습이야. 충분히 귀여워해줄 테니까, 그 불쾌한 신체로 날 즐겁게해달라구. 어라, 이쪽은 귀중한 아르바이트 시간까지 할애해서 선배를 즐겁게 해주겠다고 말하고 있잖아. 좀 고마워해야 되는 거 아냐?"
"우그---읍"
목구멍까지 발가락을 밀어 넣는다. 쥬릅하는 소리를 내며, 입 안 가득 물고 있던 발을 토해낸다. 실처럼 늘어진 군침이 다다미에 떨어졌다. 빛이 사라진 눈으로 올려다 보며, "코, 콜록, 켁....가...감사...합...니...다...". 기침을 하면서, 힘없이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류지의, 거스릴만한 기력조차 사라게하는 철저한 유린은, 이제 막 시작이었다. 양쪽 발을 전부 다 빨고, 간신히 해방된 유카가 현관 손잡이를 잡는 순간, "아 맞다, 선배. 깜빡하고 말을 못 했는데 말이야", 몸이 바짝 굳어진다.
"선배가 마음에 들어하던 이 꽃, "귀신동백꽃-오니츠바키"라고 해"
"그, 그게, 왜..."
약간이나마 남아있던 본래의 오기로, 뒤돌아 보지도 않고 목소리를 쥐어짰다.
"전국시대쯤이었나, 아무튼 옛날, 내가 태어난 마을 근처를 다스리고 있던, 마을사람한테도 존경받고 있던 한 젊은 무장이 있었대. 그런데 대군이 쳐들어왔을 때, 그 무장의 연인이 손바닥을 뒤집듯이 배신을 한거야. 그 탓으로 무장은 목숨을 잃었고, 불쌍하게 생각한 마을사람이 유해가 묻힌 장소에, 한 그루의 동백꽃을 심어 제를 지냈대. 그랬더니, 그 동백꽃은 언제 꽃이 필지 아무도 모르는 제철에 피지 않는 꽃, 마을의 흙에서밖에 피지 않는 꽃, 거무칙칙한 피같은 색깔의 꽃을 피우게 되었다. 그게 "오니츠바키"라고 불리워지는 꽃의 전설이야"
"이야기는, 그걸로 끝이지...이제 가도 돼...?"
풀이 완전히 죽어, 아랫입술을 앙다물며 현관문을 여는 유카에게, 류지가 마음을 찢어발기는 듯한 한 마디를 더한다.
"꽃말은, 배신, 부정... 선배한테 딱 맞는 꽃이네". 그렇게 말하며 또, 악의로 가득한, 커다란 웃음을 터뜨렸다.


어떻게 돌아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맨션 앞에서, 아마노 집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찬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내내 그렇게 서 있었다. 이제 와서는, 만날 엄두가 안 난다. 도망가고 싶다. 어디론가 멀리. 그렇게 생각하는 한편으로는, 매달리고 싶다. 따뜻함을 느끼고 싶다.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정말 제멋대로라고, 어쩌지도 못할 만큼 비겁한 인간이라고, 그렇게 자신을 비하하는 말이 차례로 머리속에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카즈야... 지금 유카에게 있어야 할 장소는, 거기밖에 없다. 거기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점점 더 거세게 불어오는 찬바람에 흐트러지는 머리카락과 리본을 손으로 누르면서, 엘리베이터 홀로 향했다. 간사한 년, 물러터진 년, 지독한 년, 스스로를 탓하면서 열쇠를 찔러넣었다.
"유카, 어서 와"
아마노의, 한결같은 상냥한 목소리. 어울리지 않는 앞치마 차림으로 양손을 펼치고 마중을 나온다. 눈꼬리가 내려간, 기뻐하는 얼굴을 보고, 눈물이 터져나올 뻔 했다.
"다녀왔어..."
울면, 안돼... 가슴을 단단히 조여 복받쳐 오르는 뜨거운 감정을 꾹꾹 눌러담는다. 괴로워하는 표정을 조금이라도 보이면, 분명히 아마노는, 진심으로 유카를 걱정할 것이다. "무슨 일이야" "왜 그래" 라고 추궁할 것이다. 알려지고 싶지 않다... 불필요한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카즈야...보고 싶었어..."
거짓말이 아니다. 하지만, 그 말이 또 거짓말을 부르고, 그렇게 거짓말은 쌓여만 간다.
"나도. 미안, 계속 집에 못 들어와서... 어라, 빨리 안으로 들어와. 오늘은 스튜를 만들어 봤어. 역시 겨울엔 이거지, 따뜻해질거야"
로퍼를 벗자마자, 참지 못하고, 그 가슴에 뛰어들었다.
"잠깐, 유카, 무슨 일이야?"
"그냥, 한동안 만나지 못했으니까... 외로웠어"
앞치마를 손으로 꼭 쥐고 뺨을 맞대 부빈다. 아마노는 유카의 등에 팔을 돌려, 살며시 감싸안았다.
"정말로, 미안해. 외롭게 해서. 어제도 연구실, 찾아왔었다고 전해들었어. 미안해"
이미 한번은 류지를 선택했었다. 아마노에게, 이렇게 안길 수 있는 자격같은것, 자신에겐 없다. 하지만, 이렇게 상냥하게 웃는 얼굴을 가까이하고, 기대어 안기고 있으면, 마음속으로 평온함이 부드럽게 퍼져간다. 어째서, 이렇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람을, 무엇보다도 소중히 생각해주는 사람을, 떠나려고 했을까... 깊고 깊은 후회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카즈야를 잃고 싶지 않아...
"어때, 맛있어?"
"응, 아주. 카즈야, 요리솜씨가 굉장히 늘었네"
평소보다 더 떠들썩하게, 밝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래? 다행이다. 꽤나, 자신있었거든, 이번엔"
아마노가 준비해두었던 뜨거운 목욕물에 한참을 몸을 담그고 있었던 탓인지, 살짝 상기된 뺨이 요염하다. 방에 상비해 둔 잠옷으로 갈아 입고, 긴 검은머리를 늘어뜨려, 다이닝 테이블에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아마노가 수저를 입으로 가져가는 유카를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바라본다. 제대로 속까지 익지 않은, 제멋대로 썰려 크기가 제각각인 감자마저, 어떤 요리보다도 맛있다는 생각이 든다. 카즈야... 미안, 미안해... 마음 속으로, 수도 없이 용서를 빌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 받는다. 아마노가 계속 집에 못 들어온 이유, 연구에 대해 물었다.
"그게말야, 아무래도 그 단백질이, 발병하고 관련이 있는 것 같아. 타카쿠라 선생님을 중심으로, 여러 대학이나 연구소로부터 인원이 모이고, 프로젝트 팀을 만들어 해석에 들어갔어. 그래서 어제 갑자기 출장을 다녀오게 된거고. 나도, 선생님의 추천으로 팀원으로 발탁됐거든"
"헤에---, 카즈야, 굉장하잖아. 어려운 얘긴 잘 모르지만, 그래도, 그거 대단한 거잖아. 잘됐다, 카즈야. 멋져"
밝고 건강하게, 평상시 그대로의 자기자신을 연기하면 할수록, 뻐근한 아픔만 점점 더해간다.
"고마워. 하지만, 유카... 내가 노력할수 있는 건, 이렇게 유카가 옆에 있어 주기 때문이야. 부끄러워서 지금까진 말을 못해왔는데... 유카가 있어줘서, 나, 힘낼 수 있어. 고마워, 유카..."
그렇게 말하고 씩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꾸벅 숙인다. "이런, 카즈야도 참, 여기 봐, 고개 그만 들구". 기쁘다... 그런데, 괴롭다... 바로 눈 앞에 있는 아마노까지의 거리가, 아득하게 멀리 느껴졌다. 거짓말을 계속 할 수밖에, 없다...
"...만약, 이번 연구 잘 되면, 그때..."
"응? 뭐? 카즈야?"
"아, 으응, 아무것도 아냐. 유카, 한 그릇 더 줄까?"
"아, 응, 고마워"
카즈야를 위해서라도, 지금은 견뎌내야... 알려질 수는 없어. 카즈야에게 상처를 줄 수는 없어... 앞으로도 계속 카즈야의 곁에 있을 거야... 반드시, 빠져 나갈 수 있을거야... 뭔가 도망칠 방법이 있을거야...
"얼마나? 반 정도면 돼?"
"응"
주방에 서 있는 푸른 셔츠의 등을 빤히 바라본다. 카즈야를 지키지 않으면... 무슨 일을 당하더라도, 적어도 카즈야만큼은... 카즈야를 배신한, 그것이 내가 받을 벌. 비록 내가 어떻게 되더라도... 배신의 대가는 너무나 무겁다. 종속의 사슬은 무겁다. "내일부터, 속옷은 아무것도 입지 마. 그게 첫 명령이야". 류지의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사로잡힌 깜깜한 어둠의 좁은 틈에서, 피하지 못하고, 배신이 배신을 불러, 쌓여간다. 연인의 등이 점점 멀어져간다.


오니츠바키.
피의 인연을 좋아하는 꽃.
피눈물을 흘리는 꽃.
피의 색으로 피는 꽃.
오니츠바키.
은혜와 원한의 꽃.


 


---2부 전반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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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일단, 말씀드린대로 2부 전반부가 끝났습니다.

유카는 제대로 혹독하게 배신의 댓가를 치렀고, 앞으로의 수치조교를 예고하는군요.

이번 화에선, 유카의 참담함이 메인이었고, 제 머리속엔 그 묘사가 생생했는데, 그걸 어떻게 잘 번역해서 옮겼는지는 모르겠습니다. -.-;;

앞으로 주구장창 망가져가는 유카도, 연인의 배신에 치를 떠는 아마노도, 재미있게(?) 지켜봐 주세요.

그럼 전, 잠시 숨 좀 돌리고 오겠습니다^^;;

뭔가 몰두할 때면 금욕(?)을 하는지라, 좀 쌓여서, 빼줄 때가 된 것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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