鬼椿 오니츠바키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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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오늘은 하루종일 함께네. 이렇게 길게 데이트하는 건, 오랜만이지?"
옆에서 걷고 있는 유카가 곁눈질로 아마노를 바라보며 즐거운 듯이 이야기한다.
베이 에이리어의 멋들어진 점포가 줄지어 들어선 거리를 둘이 꼭 붙어서 걷고 있다.
점점 바빠지는 연구. 스스로 바란 것이지만, 그 덕에 최근 유카와 차분히 이야기를 나눌 시간조차 비지 않는다.
사랑하는 연인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 들어, 솔직히, 외로웠다.
유카에게 그런 내색을 비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한번 외롭다는 생각이 들자 점점 기분이 가라앉기만 했다.
마리에에게 간절히 부탁해 억지로 휴가를 받아, 토요일로 데이트 약속을 잡았다.
기뻐하는 모습의 우화를 행복하게 바라본다.
데이트용의, 평소보다는 약간 진한 메이크업.
레이스가 달린 로즈컬러의 앙상블에 옅은 베이지색 머메이드 스커트.
(*주, 앙상블-같은 천으로 된 한 세트의 여성복,
머메이드 스커트-일명 인어공주스커트, 허리부터 히프까지 타이트하고 밑단은 플레어로 퍼진 스타일.)
아마노가 좋아하는 따뜻한 색조로 코디한 복장에 자그마한 골드 이어링이 빛나고 있다.
발랄한 귀여움과 성숙한 여성미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용모.
길고 풍성해서 마스카라가 필요없는 속눈썹.
포니테일로 묶어내렸는데도 윤기가 흘러 찰랑찰랑한 흑발.
볼륨이 넘치는 부드러운 가슴.
허리에서부터 다리로 미끈하게 흘러내리는 기가 막히게 멋진 라인.
진심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날 위해 멋을 부려 주고 있는 것이 못견디게 기쁘다.
"진짜 예쁘다, 유카. 정말로 예뻐"
"뭐야, 부끄럽게..."
아마노의 시선에 수줍어하며 눈길을 점포의 윈도우로 돌렸다.
잠깐 눈이 마주친 것만으로도 둘이서 함께 보내는 시간의 행복함이 서로에게 전해진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의 손이 만나 꼬옥 마주 잡는다.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충실히 채워져간다.
매일 밤낮으로 이어지는 격무에 찌든 피로가 거짓말처럼 사라져간다.
"몸은 괜찮아? 노력하고 있는 카즈야, 멋지지만, 너무 무리하지는 마"
"괜찮아. 근데 얼마전에 또 한 명이 연구실을 옮겨 갔어.
수수한 작업이고, 뭣보다 힘드니까...타카쿠라 선생님도 엄격하시고.
덕분에 나만 또 일이 늘어버렸지만."
"뭐든 내가 도울 수 있으면 좋을텐데..."
"고마워, 유카가 옆에 있어만 줘도 나한테는 천군만마와도 같은걸"
"카즈야도 참...그치만 정말, 너무 무리는 하지마"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생각하면, 이쯤은 아무것도 아니지"
"...카즈야답네"
여기저기 걸어다니면서 오랜만에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혼자 있을때 일. 연구 이야기. 써클 이야기.
두 사람의 사이에 생긴 틈을, 서로 메우려고 하는 것처럼.
스탠드바에서 간단한 점심식사, 평소 혼자서 먹는 점심 식사는 무미건조할 뿐이지만,
지금은 유카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같은 음식도 맛이 달라진다.
다시 한번 자신 안에 크게 자리잡은 유카의 존재를 여실히 느낀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유카에게 응석을 부리고있을 수만은 없다...
내가 어서 유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지 않으면...
그리고, 유카와 함께...
젊은 아가씨나 커플들로 북적거리는 인형가게에서, 좀 꺼벙하게 생긴 테디베어 봉제인형을 발견한 유카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는지 꼭 껴안고 이리저리 어루만지고 있다.
천진난만한 아이같은 표정으로.
평상시의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 강한 유카와는 정반대의, 유카 본연의 모습.
틀림없이, 오직 자기자신만 알고 있는 유카의 숨겨진 진짜 모습이다.
"귀여워. 감촉도 보들보들....정말 최고야"
"진짜 그러네. 그럼..."
유카가 가슴에 꼭 안고 있던 테디베어를 받아 들고 계산대로 향한다.
슈타이프 클래식 테디베어다.
(*주, 독일 슈타이프사에서 만든 테디베어, 그나마 싼게 한화로 보통 2-30만원 하는 물건-.-;;)
"어, 어, 그거 꽤 비싼건데...괜찮아?"
"내가 없을 때, 대신 꼭 껴안아 줬으면 해서. 날 껴안는다고 생각하고."
선물포장을 부탁하면서 아마노가 얘기한다.
"선물이야" 라는 말에, 남의 이목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유카가 덥썩 안긴다.
"카즈야, 사랑해!!"
혼자 사는 아마노에게 금전적인 여유가 있을 리 없다.
그런데도 연인을 기쁘게 하고 싶어하는 아마노의 마음이 아플 정도로 유카에게 전해져 왔다.
"소중히 할께, 쭉, 쭈우우욱, 소중히 간직할께, 고마워...카즈야"
예쁘게 포장된 테디베어를 소중히, 보물처럼 끌어안으며 유카가 미소지었다.
"이렇게 기뻐해주니까, 나도 정말 좋으네"
문득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고 아마노가 뒤를 돌아 본다.
가게 밖까지 내다 보았지만 아는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기분탓이었나.....
어느새 해가 뉘엇뉘엇 지고 있었다.
늦은 가을의 황혼. 야외 벤치에 나란히 앉는 두 사람.
석양에 비친 실루엣이 가늘고 길게 뻗어 있다.
질릴 때까지 윈도 쇼핑을 계속한 다음엔, 유카의 제안으로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을 관람했다.
영화를 보다가도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옆에 앉은 유카의 옆모습으로 시선을 빼앗기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면 유카도 금새 마주 바라보며 상긋한 미소를 보내온다.
잠시도 떨어지기 싫다는 듯, 상영시간 내내, 두 사람은 잡고 있는 손을 잠시도 놓지 않았다.
대체 얼마만인지.
눈 깜박할 사이에 지나간, 즐겁고 기쁜 하루였다.
"영화 참 재밌었지? 그 뭐였더라, 교장선생님하고 해리가..."
아마노의 말에 대답도 없이, 뭘 생각하는지, 유카는 선물을 품에 꼭 안은 채로 먼 바다를 응시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슬픔이 아련하게 배인 표정.
쪽하고 아마노가 뺨에 키스를 하자, 유카는 그제서야 정신이 돌아온듯 화들짝 놀란다.
"이렇게 무방비한 얼굴 보이는건 나한테만이야"
웃는 얼굴로 아마노가 말한다.
"응"
어두운 그늘이 진 미소로 답하는 유카에게, 잠시 사이를 두었다 말을 이었다.
"어떻게 할건지 정했어?"
"어, 어?"
뜻밖의 말에 유카가 눈에 띄게 놀란다.
"앞으로 진로, 고민중이지?"
"아? 아....으, 응"
시선을 떨어트리고 마치 얼버무리는 것처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으니까 혼자서 고민하지말고 나하고 상의해주지 않을래?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건 잘 알지만, 나도, 유카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고마워...카즈야, 역시 듬직한 애인이 있으니까 참 좋다"
환하게 웃어보이는 유카의 얼굴에서 좀전의 그늘이 사라져간다.
반짝, 하고 눈 앞에 보이는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에 선명한 일루미네이션이 들어왔다.
분위기를 한껏 업시키려는듯이 인공눈까지 내리기 시작한다.
주위를 걷던 커플들도 발을 멈추고 눈 앞에 펼쳐진 장관에 넋을 잃고 바라본다.
"우와, 멋지다"
유카의 맑은 눈동자가 트리를 올려다본다.
크리스마스까지는 아직 한달이나 남았지만 여긴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다.
눈이 흩날리는 환상적인 광경에 유카와 아마노는 그저 말없이 분위기에 흠뻑 취해간다.
"그러고보면, 그 때도 눈이 왔어"
"그 때?"
"그 때?...라니? 잊어버린거야?"
"아, 그 그 때. 합격발표보고 돌아오던 날 말이지"
"카즈야, 나한테 고백, 해 줬어"
"벌써 3년이나 됐구나"
"나...무지, 기뻤어..."
살며시 유카의 어깨에 손을 올려, 가슴에 안는다.
몸을 맡기듯 살포시 아마노의 가슴에 체중을 싣는 유카에게서 따스함이 전해져온다.
보송보송한 머리카락이 아마노의 뺨을 간지른다.
"그래, 이번 크리스마스 때, 또 둘이서 여기 올까?"
"응, 그래, 함께 와"
약속하듯,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둘의 입술이 맞닿는다.
"유카, 사랑해"
"...나두"
불이 꺼진 아마노의 방, 살짝 열린 사랑스러운 입술에서 요염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아...하아...앙, 아...아..."
침대에 가로누운 유카의 가느다란 목덜미와 풍부한 젖가슴을 아마노의 입술이 천천히 훑어간다.
위를 보고 누워있는데도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볼륨있는 유방을 상냥하게 주무른다.
손가락끝이 딱딱해진 젖꼭지에 닿자, 달콤한 숨소리가 코에서 새어나온다.
"앙, 응응-----, 그래, 카즈야, 카즈야....."
유카가 키스를 졸라 혀를 집어 넣어 온다.
혀끝이 입안 곳곳을 헤집듯이 춤춘다.
그 어느때보다도 한층 더 격렬하고 정열적인 키스.
매끄러운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던 손가락이 보지에 닿았을 때, 이미 그 곳은 넘칠대로 넘친 애액으로 흥건해 있었다.
비누의 향기와 희미한 땀냄새가 섞여, 남자의 성욕을 자극하는 암컷의 향기가 되어 방을 가득 메운다.
도저히 참지 못하고, 부드러운 살의 통로에 자신의 단단한 살을 묻는다.
화상을 입을 것만같은, 뜨거운 보지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아, 아아앙, 카, 즈, 야----"
단지 자지를 받아 들인 것만으로, 유카는 황홀한 표정을 얼굴에 띄웠다.
보지에서 찔꺽거리는 습기찬 소리가 울린다.
서로의 손을 단단히 마주잡고 허리의 움직임을 반복한다.
침대가 삐걱대는 소리와 헐떡이는 신음소리의 하모니.
아마노의 움직임이 점차 빨라지자 유카의 신체가 요염하게 꿈틀대며 반응한다.
보지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자지에 달라붙어 휘감겨온다.
"나, 이제..."
"아앙, 좀 더"
몽롱한 눈동자가 아마노를 호소하듯이 올려다본다.
그러나, "안 돼, 이제...웃.."
"아..."
유카를 남겨두고, 아마노가 먼저 절정에 오른다.
황급히 자지를 뽑아 새하얀 배 위에다 정액을 토해놓는다.
"미안, 유카. 기분이 너무 좋아서..."
"그럼, 카즈야, 한번 더..."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카즈야에게 꼬옥 매달려, 수줍게,
"응? 제발..."
뺨을 붉히며, 유카가 아마노의 자지를 손으로 더듬는다.
"기꺼이..."
(*주, 라고 쓰고 뱀발이라 읽... ;; 근데 콘돔도 없이 생삽입에 질외사정하고는 다시 바로 2회전 돌입하면...
굳이 밖에다 싼 의미가 없지 않나...요? ...글찮아도 류지보다 정력이고 테크닉이고 다 딸려 안습인데,
헛고생하느라 질싸도 제대로 못하는...크윽. 질싸는 남자의 로망인 것을...
...유카도 참...걍 안에다 싸게 해줄것이지 -.-;;;
근데 소설 내에서 아마노만 유일하게 성으로 씌어진 이유를 모르겠네요, 다들 이름인데...뭐지..?)
깊은 밤, 시계의 초침소리만 단조로운 리듬을 새긴다.
유카는 아직도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뒤척였는지 모른다. (주, 寝返り-자다가 뒤척임, 배신, 두가지 뜻의 말장난)
두번째로 사정하고 난 뒤, 계속된 과로로 지쳤는지, 아마노는 그대로 곯아떨어져버렸다.
오늘은 너무나 즐거웠다...오랜만에 카즈야가 내내 옆에 있어줘서...
매일 이렇게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천장을 바라보며 멍하니 생각에 빠진다.
무의식중에 자신도 모르게 가슴으로 손이 올라가 아직도 딱딱함이 남아 있던 유두에 살며시 닿았다.
"아앙..."
안 돼...아직도, 민감하게 느껴버린다.
대체 어떻게 되어버린거야, 내 몸...이렇게 음란하게...
멀리서 휴대폰의 진동음이 들렸다.
어둠 속에서, 살그머니 침대를 빠져 나가, 핸드백 안에서 휴대폰을 꺼내든다.
"공중전화"라고 쓰인 발신자표시화면이 어둠 속에서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잠시 주저하다가, 결국 통화버튼을 누른다.
"....여보세요"
바로 대답이 튀어 나온다.
"안녕. 어, 응,...지금은, 좀..."
조용한 실내. 자고 있는 아마노가 깨지 않게 소리를 죽인다.
"... 응, 응 ...좋아. 그렇게 해"
아마노가 깨지 않았는지, 몇 번이나 뒤돌아 확인한다.
"그럼, 내일.... 응... 알았어...응, 나도 기다려져..."
입가에 손을 대고, 등을 웅크리고, 혹시라도 전화소리가 새어나갈까봐 소곤소곤.
"잘 자...이렇게 늦게까지 안자면 못써"
전화를 끊고 가방 안에 깊숙히 집어 넣는다.
"...."
연인이 자고 있는 옆자리로 돌아와, 곤하게 잠이 든 얼굴을 보고,
자신이 하고 있는 짓을, 자신의 기분을,
자기자신조차도 이해할 수가 없어서, 한동안 얼어붙은듯 꼼짝도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