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4부 <신들의 황혼> Part 5_32편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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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恐皇) 4부 <신들의 황혼> Part 5_3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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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117 회 작성일 24-01-17 22:3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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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빌레의 [사랑]은 버딘 샤스크(Baerduin Thask 중도 악 인간 남성 위15)라는 이름을 가진, 테티르의 공위 기간 동안 악명을 쌓았던 마법사였다. 자신의 마법의 힘으로 법의 심판을 피해 달아났던 이 악당은, 자신에게 이런[굴욕]을 맛보여 준 테티르와 자란다 여왕에게 복수하기 위한 일념으로 [트위스티드 룬]이라는 마법사 용병 조직에 투신해 다시 테티르로 돌아왓던 것이다.


처음부터 그가 시빌레 공주를 노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장 먼저 노릴 기회가 생긴 것은 시빌레 공주였다.


성년식을 맞아 자신의 영지를 최초로 돌아보고 일주일에 걸친 사냥 대회를 주최한 시빌레 공주에게 접근한 버딘은 시빌레 공주가 부친인 하다크 3세의 이름을 부르며 자위에 빠진 것을 발견하고 그대로 난입해 그녀를 강간했다. 강력한 마법사였기에 그는 그녀를 손쉽게 다룰 수 있었다.


강간을 당한 후, 시빌레 공주는 처음에는 마법으로 제압되었다. 하지만 몆번이나 제정신으로 돌아오게 만들어서 범한 결과 차츰 버딘에게 종속되어 갔다. 그리고 마침내 지금에 와서는 부친과 버딘을 동일시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녀가 중증의 파더콤 환자라는 사실을 이용해 그녀를 자신에게 종속시킨 것은 버딘의 [복수 작업]의 혁명적인 진전이었다. 마법의 도움을 받지 않고 그녀를 임신시키는 것은 버딘의 악취미적인 발상이었다.


버딘은 혼자 일을 꾸민 것이 아니었다. 트위스티드 룬이 그의 배후였고, 또한 엠의 새도우 시프가 테티르에서의 영향력 확장을 노리며 그를 돕고 있었다. 슈발츠가 그의 정체를 간파하지 못했던 이유는 트위스티드 룬에서 제공한 [환상의 왕홀]이라 불리우는 아티팩트 덕분이었다. 이 아티팩트는 아티팩트 중에서는 이류급에 속하지만 변신이나 환상을 간파하는 능력을 부여하고, 반대로 이 왕홀을 사용해 변신하면 신적인 존재가 진지하게 집중해서 보지 않는 한 그 정체를 간파할 수 없는 능력을 부여해주는 대단한 물건이었다.


시빌레 공주를 지배하는데 성공한 버딘이 다음 목표로 노린 것은 하다크 3세와 자란다 여왕 등 왕실의 나머지 가족이었다. 하다크 3세와 자란다 여왕은 미르 숲의 전설인 영원의 분수를 발견하는 일로 유인해서 새도우 시프의 부대가 급습했지만, 치명적인 부상을 입혔음에도 왕과 여왕은 그 자리를 벗어나 도망쳤다.


코람 왕자와 시리나 공주에 대해서는 처음엔 독살하려 했으나, 독살과 암살이 모두 실패한 후에는 가족 만찬을 가장해 성의 다른 고용인들과 함게 몰살시키려 했다. 이 포위 공격에서 시빌레의 두 쌍동이 동생 남매는 깊은 상처를 입었으나 마침 그자리에 있던 궁정 요리사가 자신의 마법으로 두명을 안전하게 피신시키고 자신이 대신 맞아 죽었다. 성이 썰렁했던 이유는 이 일로 인해 성의 고용인들 대부분이 죽임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그 자신도 여자를 조교시켜 이용하고 있는 슈발츠였지만, 확실히 [내가 하면 로맨스지만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세상의 상궤에 충실하게도 버딘의 짓거리에 대해 심히 열받았다. 겁에 질린 나머지 모든 것을 고백하고 어린애처럼 울음을 터트린 시빌레를 감시하도록 샤이라를 남겨둔 후, 궁성으로 돌아간 슈발츠는 버딘의 은신처라는 시어릭 성소의 숨겨진 공간을 찾았다.


드르르르륵...


제단을 밀자 그 아래로 통하는 계단이 나타났다. 슈발츠 자신이 성의 지하를 통해 침투한 만큼, 이런 곳에 진짜 계단이 있을 리가 없다. 은은하게 마법적인 오라를 풍겨 내는 그 계단은 명백히 마법적인 차원문의 건너편 풍경이었다. 슈발츠가 먼저 들어가고, 공주의 변장을 벗어던진 두르나가 그 뒤를 따랐다.


휴슈슛...


공기가 일렁이는 듯한 느낌과 함께 슈발츠는 지하 계단 위에 있었다. 곧바로 두르나가 그의 등 뒤에서 차원문을 나왔다.


" 굉장히 지하 깊은 곳이네요... "


언더다크의 주민들은 공기 속의 습도, 깊은 지하 특유의 압력, 그리고 냄새 등으로 자신이 서 있는 곳의 [깊이]에 대해 대충 어림짐작할 수 있다. 두르나 뿐만 아니라 슈발츠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피부로부터 언더다크가 주는 불쾌한 감각을 느끼며 오랜만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계단을 내려가던 슈발츠 일행이 도착한 곳은 하나의 웅장한 지하 광장이었다. 천정부터 미식 축구의 공을 반으로 뽀개서 엎어놓은 듯한 모습을 가진 그 거대한 지하 광장이 가장자리에는 열주 회랑이 장식되어 있었고, 광장 한가운데는 마법적으로 푸르스름한 빛을 발하는 타일이 깔려 있어 굉장히 신비적인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리고 공의 끄트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하나의 거대한 돌문이 세워져 있었는데, 어딜 봐도[나 드워프의 작품이요]하는 티가 심하게 났다.


슈발츠가 내려온 계단은 열주 회랑에 연결되어 있는 몆개의 다른 통로 중 하나였다. 다른 계단들도 저마다 차원문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이 지하 광장은 최소한 십수군데의 차원문과 연결된 중간 기착지 비슷한 곳이라는 이야기가 성립된다. 슈발츠는 속으로 트위스티드 룬을 떠올렸다.


" 이 표식은 처음 보는 거네요. "/두르나


" 으음... "/슈발츠


문에 음각된 것은 소용돌이 한가운데 해골을 새겨놓은 모양으로, 죽은 신인 바알의 성스러운 표식이었다. 한동안 기억을 되집던 슈발츠는 마침내 그 표식을 알아 보았다.


" 이것은 죽은 신의 표식이다. 아무래도 이곳은 옛 살인의 신의 신전이었던듯 하군. "


슈발츠는 돌문에 손을 얹은 후 책에서 읽었던 바알의 기도문을 나직히 읖조렸다. 그러자 거대한 돌문이 소리도 없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
.
.


" 마중 나온 자들이 있군. "


슈발츠의 말처럼, 문 건너편에서 기다리고 있는 자들이 있었다. 그중 한명만은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었는데, 다름아닌 가짜 하다크 3세의 모습을 걸치고 있는 버딘이었다.


" 시빌레는 나와 연결되어 있지. 영원한 주인과 노예의 사슬로 말이야. 네가 그녀와 나눈 대화는 나에게도 다 전달 되엇어. "


야비한 웃음을 지으며, 버딘은 왼손을 들어 흔들어 보였다. 그의 왼손의 약지에는 하나의 굵은 금 가락지가 끼워져 있었는데, 시빌레가 끼고 있던 가는 금반지를 떠올리게 하는 데가 있었다.


" 낮선 자여, 네가 누군지는 몰라도 이곳이 너의 마지막이 될것이다. "


버딘의 좌우에 서 있는 자들은 금새 알아볼 수 있었다. 슈발츠의 시점에서 왼쪽은 더없이 나긋나긋해 보이는 몸매를 가진 미모의 칼림샨 여성으로 보이지만 수백년은 묵은 뱀파이어였고, 오른쪽에 서 있는 자는 회백질 피부에 특이한 용모를 가진 리치였다. 그리고 슈발츠는 새도우시프를 통해 수집한 트위스티드 룬에 대한 정보를 통해 그 두명의 신상을 이미 알고 있었고, 게다가 한명은 이미 구면이었다.


샤레샤(Shyressa; 중도 악 인간 여성 뱀파이어 위23)는 슌 7세에게 고용되어 앰의 새도우시프의 지도자였던 리놈 다이히를 암살하는데 투입되었었고 바로 그때 슈발츠의 눈에 한번 노출된 적이 있었다. 슈발츠는 그때는 그녀와 또 다른 동료의 출처(?)였던 트위스티드 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때였는데, 나중에 노획한 리놈과 아란의 서류를 보고 트위스티드 룬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가장 드러나 있는 룬마스터인 그녀의 존재와 정체도 알 수 있었다.


샨갈라(Shangalar the Black; 질서 악 티플링 남성 리치 위27)는 슈발츠로써도 생전 처음 보는 타입의 리치로, 그 피부가 마치 검은 강옥 같이 보였다. 이 오래된 리치는 거의 칠백살 먹은 칼림샨 출신의 마법사였다. 그는 직접적으로 버딘의 스승이며 상급자이기도 해서 그의 테티르 왕실에 대한 음모를 뒤에서 돕고 있었다. 버딘이 사용하고 있는 [환상의 왕홀]은 그가 슌 왕조의 오래된 보물 창고로부터 찾아낸 아티팩트였다.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지자 마자, 리치들의 주변으로부터 환상같이 차원문들이 떠올랐다. 슈발츠는 그럴 수 있었음에도 굳이 그들이 지원군을 불러오는 것을 막지는 않았는데, 그것은 두가지 이유에서였다. 첫째는 적의 가용 자원을 모조리 빨아들여 한번에 정리하기 위함이고, 둘째는 리치와 뱀파이어 다음엔 뭐가 나올지 궁금해서였다.


그가 팔짱을 끼고 눈앞의 소환을 구경하는 동안, 두르나는 뒤에서부터 접근한 뱀파이어들과 대치하기 시작했다.


스스슷...


거대한 비홀더 하나, 그리고 강력해 보이는 뱀파이어 둘이 먼저 차원문을 너머 모습을 드러냈고, 곧바로 슈발츠를 향해 주문을 난사해 오기 시작했다. 슈발츠는 태연한 얼굴로 날아오는 주문[들]을 역주문해 맞받은 다음, 맨 먼저 달려오는 뱀파이어 몽크가 휘두르는 주먹을 붙잡고 그녀석을 땅바닥에 패대기쳤다.


퍼석!!...


굉장한 소리와 함게, 달려들어오던 뱀파이어가 머리부터 돌바닥에 처박히며 모가지 윗부분이 깨끗하게 박살났다. 두번째 뱀파이어가 던져 오는 사슬 낫은 슈발츠의 목을 노리고 감겨들어왔지만, 슈발츠는 사슬을 낚아 채 낫을 던진 뱀파이어를 끌어당긴 후(그 뱀파이어는 어어 하면서 수월하게 딸려 왔다) 그 낫 부분을 사용해 그 뱀파이어의 머리를 두조각으로 만들었고, 주문을 난사해 오던 비홀더는 굳이 슈발츠가 손을 쓸 것도 없이 그의 비늘에 반사된, 스스로 쏘아낸 광선에 맞아 공중에서 돌로 굳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쿠웅!...


흙먼지를 일으킬 정도의 성대한 추락을 일으키는 비홀더[석상]을 보며 처음의 세명이 놀라는 동안, 슈발츠는 그 비홀더의 거구를 뛰어 넘어 버딘부터 붙잡았다.


우드득!...


" 우아악!!!... "


버딘의 외마디 비명은 그의 왼쪽 팔이 어께로부터 뜯겨져 나오는 동안 지른 것이었다. 슈발츠는 별 어려움 없이 맨손으로 그의 팔을 붙잡아 뽑고는, 그의 목을 틀어 쥐고 나머지 부분 전체를 들어 막 주문을 영창하고 있던 티플링 리치를 향해 던졌다.


퍼억!...


" 크아악!... "


목이 꺾이며 날아간 버딘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절명했고, 시체의 [포탄]을 맞은 리치 역시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그 무렵 두르나는 익숙한 솜씨로 뱀파이어 둘을 상대하며 하나의 심장을 연금술적 은으로 변한 레이피어의 날로 찔러 재로 만들고, 나머지 하나는 채찍을 휘둘러 목을 감아 부러뜨렸다. 이제 슈발츠 앞에 남은 적은 샤레샤 하나 뿐이었는데, 그녀는 놀란 나머지 주문을 사용해 도망갈 타이밍마져 놓쳤다.


" 우와왁!... "


우드득!...


샤레샤의 팔을 무자비하게 꺾어올려 그녀를 제압한 슈발츠는 그대로 실버 소드 하나를 꺼내어 그녀의 쇄골 사이에 박아 넣어 그녀를 땅바닥에 붙박아 놓았다.


" 끄아아아악!... 으아악!!... "


살이 타는 매케한 냄새와 처참한 비명이 울리며 샤레샤도 전투 능력을 잃었고, 나머지 뱀파이어들은 꽁지가 빠져라 튀기 시작했다.


" 어딜... 들어올땐 마음대로겠지만 나갈땐 안된단다. "


슈발츠가 한번 손짓을 하자, 뱀파이어들 앞에서 눈부실 정도의 섬광이 터졌다. 태양 폭발(Sunbust) 주문이었다.


" 끄아아아아!!... "


" 끼에에에에!... "


타올라가는 뱀파이어들을 보며 슈발츠는 싱긋 웃었다.


" 찰지구나. "


뱀파이어 무리가 작렬하는 광선의 일격을 맞아 타오르는 광경을 슈발츠가 감상하는 동안, 시체를 밀어내고 일어서서 비틀거리던 샨갈라에게 달려든 두르나는 그 리치가 마법을 사용하기 전에 레이피어로 무릎을 찔러서 다시 한번 땅바닥에 쓰러뜨린 후 촉수 채찍으로 얼굴을 내리쳤다.


빠악!...


" 크아악!... "


얼굴이 아니라 다른 곳에 맞았다면 웃어넘길 수준의 피해밖에 나지 않았을 것이지만, 엊어맞은 자리가 심히 좋지 않았던 덕에 샨갈라의 코와 이빨이 우수수 내려앉았다. 거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리치였지만 그럼에도 그 티플링 리치가 단말마적인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을 굴렀을 정도다. 샨갈라는 슈발츠가 마법을 사용해 마비시켰을 때 겨우 비명을 멈추었는데, 그로써 전투는 종료. 시작된 후로 숨 몆번 쉴 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 그럼 이제 뒷정리를 해 보기로 할까?... "


슈발츠는 여유로운 웃음을 두르나와 함게 교환했다.


보통 리치는 영혼 항아리에 자신의 영혼을 남겨 둔다. 그래서 육체가 파괴당해도 죽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회복할 수 있다. 때문에 도망하는 방법도 각별히 빠르고 편리하다. 샨갈라도 재빨리 자신의 육체에 대한 점유권을 포기하고 튀었다. 부서져 먼지로 화하는 리치의 바싹 마른 육신을 내려다보며, 슈발츠는 피식 웃었다.


" 귀엽구만. "


두르나가 샨갈라가 남긴 로브와 지팡이를 회수하는 동안, 샤레샤가 붙박혀 있던 바닥 쪽을 돌아본 슈발츠는 피식 웃었다. 바닥에 박힌 실버소드만 남긴 채로 그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물론 한뭉텅이의 (뼛조각도 함유한)살점과, 엄청난 핏자국을 남긴 채로.


막 샨갈라의 물품을 다 회수한 두르나를 돌아본 슈발츠는 그녀에게 다음 지시를 내렸다


" 쫒아라, 실버 소드에 찔렸으니 얼마 가지 못했을 게다. "


" 네 주인님! "


지체 없이 두르나가 핏자국을 따라 그림자 속으로 몸을 날렸고, 슈발츠는 그제사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둘러 볼 수 있었다.


들어온 곳은 장엄한 신전이었다. 밖의 열주 회랑으로 둘러 싸인 대 광장까지 감안한다면 지상에 있는 여느 신의 대신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규모와 완성도를 가지고 있었다. 신전 입구와 맞은편의, 한단 높은 곳에 마련된 피처럼 붉은 색의 홍옥으로 만든 제단은 그 재료만으로도 엄청난 가치를 가진 물건이었고, 신전의 벽을 장식한 채색화는 주제가 [살인]이라는 점만 제외한다면 대단한 예술품이라고 해도 통할 정도였다. 슈발츠는 바알 신앙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이곳이 언더다크에서의 바알 신앙의 일대 거점이라는 것은 자세한 정황을 몰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내전의 별실에서 굉장한 양의 두루말이들이 보관된 서가를 찾은 슈발츠는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바알은 타임 오브 트러블 때 죽임을 당했는데,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신전은 손상 없이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트위스티드 룬의 누군가나 혹은 제삼자라도 이 신전을 꾸준히 관리해 오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슈발츠가 서가를 둘러보는 동안, 두르나가 초주검이 된 샤레샤를 끌고 왔다. 그녀의 어께의 상처는 은으로 된 무기로 입은 상처라 봉합될 수 없는 것이었기에, 그녀는 아직도 상처를 통해 검붉은 피를 줄줄 흘려내고 있었다. 뱀파이어에게 있어 피는 에너지원이다. 뱀파이어에게 빈혈은 인간에게보다 더 치명적이다. 젊고 아름다워 보이던 그녀는 점점 나이를 먹은 노파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 완전히 죽일수야 없지. "


바싹 마른 시체가 되기 전에, 슈발츠는 손을 흔들어 음 에너지를 날려 샤레샤의 상처를 봉합했다. 그러고 나서 두르나가 그녀를 마법이 담긴 쇠사슬로 묶는 동안, 슈발츠는 서가에 걸린 보호의 마법을 해제하고 두루말이 중 하나를 꺼내어 펼쳤다.


" 음, 이게 뭐지. 바알의 정사. avi? "


펼쳐든 두루말이는 일종의 [일기]였다. 그것도 다름아닌 필멸자 시절의 바알, 즉 [타임 오브 트러블] 시절의 일기였다. 바알을 3인칭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작성자는 바알 본인이 아니었지만, 그가 가는 곳 마다 그림자처럼 수행했던 고위급 사제인 것은 확실해 보였다. 두루말이가 바알의 [여성 편력]에 대해 지극히 소상히 기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기발한데?... "


여자를 붙잡아 조교하는 파트는 슈발츠도 그 방면에 일가견이 있었기에 대단히 흥미를 돋우웠다. 슈발츠는 한참 몰입해 읽다가, 바알이 임신시킨 여자들을 어떻게 다루었는가에 대한 대목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 왜 그러세요 주인님? "


슈발츠는 아무 말도 없이 오만상을 찌푸린 채로 두루말이를 두르나에게 건네주었고, 두르나도 처음엔 흥미진진하게 읽다가 뒷부분에서 역겨운 것을 본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 아...이 새끼...진짜 쓰레기 중에서도 최악의 쓰레기네요. "


두르나가 혀를 내두를 만 했다. 슈발츠와 바알은 여자를 강간하고 조교해 자기 편으로 만든다는 점에서는 비슷했지만, 같은점은 거기 까지였다. 둘의 [사후처리]는 모든 면에서 정 반대였기 때문이다.


슈발츠는 [책임]을 지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시 한다. 그가 책임을 지는 자세는 노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칼라드네이의 경우에는 그녀의 행방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기꺼이 지옥까지 내려갔었고, 기회을 잡고 나서는 악착같이 죽음에서까지 되살려냈다. 살아있을 때 보살펴 주는 것에 관해서는 더이상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다. 다시 언급하는 바이지만 슈발츠는 어떤 경우에도 그의 노예들의 절대적이고 강력한 보호자요 지지자였다. 때문에 그의 노예들이 어떤 위험 속에서도 단 한점의 의심도 없이 그를 믿고 헌신하며 따르는 것이다.


반면에, 바알은 여자를 잡아들이고 조교하는 데 까지는 심혈을 쏟았다. 하지만 일단 자기가 흡족할 만큼 재미를 보고 씨를 뿌려 아기를 생산시킨 후에는 여자들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아니 심지어는 여자들을 일부러 고기 방패로 쓰기까지 했다.


다음 두루말이에서 누가 아이를 낳고, 혹은 낳다가 죽었는지, 어떤 아이가 바로 제물로 바쳐졌다거나 혹은 행방불명 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이 정말로 필요없을 정도로 충분히 소상하게 열거되어 있었는데, 거기서 슈발츠는 더 읽기를 포기하고 스크롤을 접었다. 그리고 그걸 넘겨 받아 두루말이를 펼친지 2초도 되지 않아 두르나는 두루말이를 옆에 던져버렸다. 세번째 두루말이에 와서는 그녀는 그것의 표지조차 읽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 필멸자에게 맞아죽었다는 기록을 봤을 땐 설마 했는데, 맞아죽어도 싼 놈이었군요. "/두르나


" 아무리 신이라도 이런 짓을 하면 자신의 결국 무덤을 파게 되는 거지...이 바알은 너무 막나갔어. "/슈발츠


슈발츠는 서가의 나머지 두루말이들의 제목을 쓰윽 훝어 보았다. 다른 두루말이들의 제목도 다 어슷비슷했다. 바알의 사생활에 대한 사항엔 더이상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는 그것들을 쓸어내기 위해 서가에 손을 뻗었다.


툭!...


다른 두루말이 사이에서 윤기나는 붉은 비단 두루말이 하나가 떨어진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것은 수수한 색의 양피지로 된 다른 두루말이와는 재질부터가 달라서 슈발츠의 흥미를 끌었다. 게다가 그것을 땅바닥에서 집어들었을 때, 슈발츠는 그것이 마법적으로 봉인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봉인을 해제하기 위해 잠깐 정신을 집중한 후, 그는 두루말이를 펼쳤다.


" 오호... 이건 색다르군. "


슈발츠가 펼쳐 든 두루말이는 페이룬의 지도와 바알 교단의 몆몆 지부들이 다로 수행하고 있는 장기 프로잭트들을 담고 있었다. 어느것이나 세상에 좀 더 많은 [살인]을 불러오기 위해 계획된 것들임에는 틀림이 없었고, 그중에 그의 눈을 끄는 한 대목이 있었다.


" 미스트라 파괴 계획?... "


옆에서 끼어든 두르나가 읽은 것은 한 단원의 제목일 뿐이었다. 다시 두루말이를 움직여 새로운 부분을 펼치자, 바알이 다른 신들을 파멸시키기 위해 사용할 전술 계획들이 차례 차례 모습을 드러 냈다. 미스트라 파괴 계획은 그중 일부였을 뿐이었다.


" 흐음... "


슈발츠가 두루마리의 한쪽을 내어 주자, 두르나는 그것을 한껏 팔을 벌려 길게 펼쳤다. 슈발츠는 서가 옆에 있던 나무의자를 가져와 앉으려다가 의자가 박살나는 바람에 휘청거린 후, 둘이 같이 바닥에 주저앉아 두루말이의 나머지를 읽기 시작했다.


" 이건 바알이 직접 작성한 것 같아 보이는군. "/슈발츠


" 굉장하네요... "/두르나


한때 삼악신이 한 팀으로 건재했을 때, 베인은 카리스마 있는 리더겸 실행자 역할을 맏았고, 머큘은 그 베인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책사 역할을, 그리고 바알은 그들이 만든 아이디어의 [헛점]을 지적해주며 결점을 보완해주고 뒤처리를 하는 역할을 담당했었다. 이 세명의 연합이 얼마나 환상적으로 굴러갔었던지, 신이 되고 나서조차 이들의 연합이 건재할 동안은 그 어떤 신도 삼악신과 직접적으로 맞서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다 바알이 베인과 머큘에게 환멸을 느끼고 떨어져 나간 후 어이없게도 시어릭에게 죽고, 머큘도 미드나잇에게 살해당하고, 베인도 톰과 서로 죽이며 삼악신 [팀]은 마침내 끝이 났다.


세계로 봐서는 무척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후에 베인은 되살아나 다시 신으로 복귀했지만, 바알과 머큘은 그러지 못했다. 그들이 담당하던 영역인 [살인(바알)]과 [사후(머큘)]가 각각 시어릭과 캘렘보르에게 계승되었기 때문이다. 스크롤은 죽음을 예감하며 열심히 바알스폰을 생산해 내던 시점의 바알이 쓴, 자신이 죽은 후에 고위 사제들이 실행할 [부활 프로잭트]의 일환이었다. 물론 그것들 대부분은 대참사를 초래하는 계획이었다. [살인의 신]이었던 만큼, 그는 대량의 죽음이 이뤄지는 사건(예를 들자면, 전쟁)을 통해 자신의 힘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슈발츠의 시대에서, 결국 바알의 계획은 실패했다. 모든 바알스폰의 에센스를 물려받은 [고라이온의 양자]라 알려진 유일한 바알스폰은 그 행방이 묘연하지만, 적어도 그의 [왕좌]를 계승하지 않은 것 만은 확실했다. 베인의 적자(嫡子)인 쯔빔(Xvim)이 그러했던 것 처럼 바알의 신도들 중 생존자들을 이끌지도 않았다. 아직도 살인의 신은 여전히 민폐의 신인 시어릭이었다.


" 차원 간의 전쟁을 일으키려는 것인가... "


어비스로의 거대한 영구 차원문 건설에 대한 대목에서 슈발츠는 신음같은 말을 흘리며 자기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그는 어비스에 갔던 적이 있다. 마왕 두명과도 직접 맞상대를 했고, 그중 하나는 직접 죽였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 일대일의 상황이거나 슈발츠가 유리한 상황에서의 대결이었다. 그런데 완전 준비된 마왕과 그마왕의[군대]를 상대로 한다면? 슈발츠는 생각하기도 싫었다.


슈발츠는 두루말이를 두르나에게 맏기고 일어섰다. 그리고 아직도 바닥에 뒹굴며 사슬이 주는 고통에 허덕이고 있는 샤레샤에게 다가갔다. 그의 수은 덩어리 같은 눈이 샤레샤 내려다보며 이글거리며 빛났다.


" 몆가지 질문이 있다. 순순히 대답하면 더이상의 고통은 없을 거야. "


같은 [언데드]라 분류되지만 리치와는 다르게, 뱀파이어는 감각이란게 존재한다. 쾌감도 느끼고, 정욕도 느끼며, 고통도 느낀다. 따라서 고문을 할 수 있었다. 슈발츠가 양 에너지로 만든 바늘을 가지고 민감한 부분을 몆번 찔러 주자, 샤레샤는 자신이 아는 것 모두를 술술 불었다.


샤레샤의 자백에 의하면, 이 지하 신전은 바알의 비밀 피난처였고 그가 부활하는 장소(들 중 하나)가 될 예정이었다. 그리고 전직 [바알 숭배자]였던 트위스티드 룬의 고위 회원 몆몆만이 이 장소에 대해 알고 있었다. 바알이 죽었을 때, 그들은 당연하지만 부활 작업에 참가해 수많은 바알스폰의 희생 제의를 했지만, 바알은 부활하지 못했다.


멜리산이라는 이름의 최고위 사제의 배신과 소드 코스트 중부와 남부 전체를 휩쓸었던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바알스폰들이 모두 죽고, 단 한명 남은 바알스폰이던 [고라이온의 양자]는 바로 그 [바알의 왕좌]앞에서 자신의 [친부]가 남긴 유산을 거부하며 필멸자로 남았다.


남은 바알의 고위 사제들, 그중에서도 트위스티드 룬의 고위 회원들은 그 시점에서 고라이온의 양자를 더이상 추격하는 것을 포기했다. 다른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제일차 원인은 그가 트위스티드 룬의 능력을 총 동원 한다 해도 손도 대지 못할 정도의 괴물로 성장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트위스티드 룬에 한차례 고위직 숙청의 시간이 찾아 왔고, 남은 바알의 사제들은 그때 다 죽어버렸다.


바알 신도들을 정리한 후, 트위스트디드 룬은 이 비밀 신전을 비밀 회합 장소이자 다른 소드 코스트 영내로 통하는 차원문들이 서로 교차하는 집결지로 만들었다. 지상은 물론 언더다크의 다른 곳으로부터도 거의 완전히 차단된 이 지하 신전은 그런 목적으로 사용하기에 더없이 적절했던 것이다.


" 바알은 다른 곳에도 볼트(피난처)를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그중 몆몆은 이미 베인과 시어릭 교단이 이어받아 사용 중이죠. "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허덕이던 샤레샤가 마지막으로 흘려낸 말은 슈발츠의 머릿속에서 경계경보를 울리게 만들기 족했다.


베인은 악신이라지만 [지배]하기를 원하는 신이다. 대량 학살 보다는 위협과 통치를 통해 그의 영향력을 넓혀 가는 것을 선호한다. 그렇기에 [포학의 본거지]라는 악명을 달고는 있지만 젠틸 킵이 국가로써 굴러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어릭은 다르다. 노골적으로 미친 짓을 수도 없이 해제낀(그리고 현재진행형으로도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이 신은, 유명한 시린샤드(읽으면 신이라도 시어릭 빠돌이가 된다는 전설적인 아티팩트. 다행히 알려진 피해자는 제작자 본인을 포함해 2명 뿐이다) 사건으로 전 우주적인 웃음거리가 되어 있기도 하지만, 힘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라면 뭐든 추구할 정도로 힘에 굶주려 있다.


물론 그렇다고 시어릭의 [전임자]의 똘끼가 그에 못미치는가, 그건 아니다. 바알은 다름아닌 문셰에 스스로 강림해서 대학살을 저지르려 했을 정도였으니... 크리스탄 캔드릭이라는 필멸자 영웅이 아니었다면 문셰는 죽은 시체와 되살아난 언데드들의 섬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착수하는 계획마다 실패하거나 성공하는 와중에도 전 우주적인 웃음거리가 되는 시어릭과는 달리, 바알은 비교적 실패가 적은 신이었다. 그의 계획과 시어릭의 똘끼가 만난다면? 생각만해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대참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연하게 높아 지는 것이다.


슈발츠는 다시 두르나에게서 두루말이를 넘겨 받아 가장 [빨리]수행할 수 있는 계획들 항목을 찾았다. [초인 병사 제조 계획], [언데드 왕국의 건립], [대학살 무기의 제조]등이 최소 10년에서 100년 사이에 수행될 수 있는 가장 [간단한]계획에 속했고, 그 다음이 [어비스로 통하는 거대 차원문 열기]와 [미스트라 파괴]였다. 마지막으로는 [속박된 신 깨우기]가 있었는데, 그건 바알 자신도 계획을 짜놓고 실행하기가 조금 주저되었던 듯 주석에 [어지간하면 실행하지 말것]이라고 적어뒀다.


세상엔 참으로 불운하게도, 시어릭은 벌써 계획을 따르고 있음이 분명했다. [초인 병사 제조 계획]은 슈발츠를 만들었던 일일 것이다. 태이에서의 [언데드 왕국]도 벌써 현실화 되었고, 당연하지만 드레드 리전의 성립과 함께 막대한 죽음이 초래되었다. 아직 슈발츠가 확인하지 못한 것은 [대학살 병기의 제조]부터 그 너머의 다른 계획들이었다.


슈발츠는 두루말이를 잡고 마력을 집중해 [대학살 병기]에 대해 예지술을 써보려 했지만, 신성한 존재와 관계된 예지술은 종종 실패하거나 빗나간다. 게다가 시어릭은 거짓의 신이라 예지술 자체를 빗나가게 할 확률이 더 높았다. 한참 동안 정신을 집중한 끝에, 슈발츠가 예지술을 통해 두루마리로 부터 얻어낸 것은 겨우 한 문구 뿐이었다.


[가라앉은 엘프의 도시. 푸른 등불이 그 앞을 비추리]


막막하기 짝이 없는 힌트였다. 엘프는 인간이 대두하기 수천년 전부터 알려진 전 세계에 걸쳐 고도의 문명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나무 아래 누워버린 엘프의 도시는 한둘이 아니다. 다른 힌트는 [푸른 등불]이었는데, 이것이 어떤 고대 도시인지를 특정짓는 열쇠가 될것이었다.


" 엘프의 도시라니까, 아마도 [등불]이란 것도 엘프의 유물이겠지. "/슈발츠


" 네에? "/두르나


슈발츠의 혼잣말에 두르나가 귀를 쭁긋거렸다.


" 아니다. 혼잣말이야. 그보다 다른것은 더 없는지 찾아 보자꾸나. "/슈발츠


" 네 주인님. "/두르나


바알의 일기는 모두 태워버리고, 차원문도 들어온 곳을 제외한 나머지를 몽땅 부숴 버렸다. 그리고 보석으로 만든 제단과 제기를 포함한 금은보화, 마법 스크롤(젤로나 등 마법사 노예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이었다), 그리고 슈발츠를 상대하러 나왔던 트위스티드 룬 요원들의 장비품 까지 챙기고 난 후, 슈발츠는 샤레샤를 처리하기 위해 그녀의 목을 자르고 문서 보관소에 불을 질렀다.


샤레샤는 물론 요염하고 아름다운 것이 슈발츠 취향에 맞는 미인이었지만, 살려두기엔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세상에는 수백년을 묵은 뱀파이어이며 마법 용병 단체의 수장인 미인이 아니라도 비슷한 미모를 가진 평범한(?) 노예 후보생들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 리치는 어떡하실 건가요? "/두르나


" 아아, 트위스티드 룬과 상대하다 보면 다시 만날 날이 오겠지. 당장은 영혼 항아리를 찾을 방법이 없으니까 미뤄 두자꾸나. "/슈발츠


한보따리 챙겨서 궁정의 창고에 풀어놓은 것을 사피아와 함께 분류하는 동안, [새로운 마법 스크롤]이라는 뉴스에 혹한 젤로나와 알루데시아, 그리고 심불이 저만치서 뛰어 왔다.


" 오오 이건, 네서릴 시대에 실전된 마법이에요! 바알이 네서릴 인이라더니 정말인가보네. "/심불


" 이건 칼림샨의 지니 군주들이 쓰던 마법이네요. 굉장해... "/알루스트리엘


사피아도 주문에 눈을 빛내긴 했지만, 정리할 의무가 먼저다. 나머지 마법사 노예들이 마법을 해석해서 주문책에 베껴 넣느라 부산을 떠는 동안, 최근에 칼라디나의 인수인계를 마치고 완전히 상단의 총 지배인 업무에 능숙해진 칼라드네이가 저녁을 먹기 위해 돌아왔다.


" 아아, 그러고보니 식당을 하나 따로 짓는것도 좋겠군. "/슈발츠


" 좋은 생각이세요! "/두르나


그때까지는 회식이나 간단한 이벤트가 있을 때는 정원같은 느낌을 주는 플로라의 거처나 두르나의 거처 앞의 마당을 이용했다. 하지만 노예 숫자도 많이 늘어서 비좁아지기 시작한 궁성은 새로운 [공공 시설]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 그럼 식당의 관리 담당은 발레리아로 해야 겠구만. "/슈발츠


" 설계는 제가 하죠. "/칼라드네이


" 저도 도울께요. 언니. "/젤로나


마침 스크롤 한장을 다 베껴 쓴 젤로나가 눈을 빛내며 칼라드네이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슈발츠는 아직 다마라(테티르의 수도)에 볼일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뒷일은 다른 노예들에게 맏기고 다시 트위스티드 룬의 비밀 아지트이던 지하 신전으로 되돌아갔다. 깨끗히 털어 낸 후라 썰렁하기 그지없는 그 지하 신전을 뒤로 하고 다시 다마라의 왕궁으로 돌아간 슈발츠는 마지막으로 비밀 시어릭 성소를 파괴하면서 자신이 타고 온 차원문도 파괴했다.


안전가옥으로 돌아갔을 때, 젤라노라는 우왕좌왕 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돌봐야 할 환자가 둘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하나는 그녀의 쿠키를 먹고 배탈이 난 알루데시아였고, 나머지 하나는 [주인]과의 연결이 끊어져 백치가 되어 버린 시빌레 공주 였다.


" 아... 아으으... "


아직도 의자에 묶여 있던 시빌레 공주는 똥오줌을 싸낸 채로 텅 빈 눈을 허공에 향하고 있었다. 슈발츠는 [영혼이 연결되어 있다]라는 버딘의 비아냥거림을 기억해 냈다. 그의 장비와 모가지는 따로 챙겨 왔기 때문에, 슈발츠는 버딘의 손에서 뽑은 [주인의 반지]를 자신의 왼손 약지에 끼워 보았다.


" 음?... 효과가 없군. "


노예의 반지와 주인의 반지는 각각 주종이 입력된 후에는 바뀌지 않는 모양이었다. 슈발츠는 아쉽다고 생각하며 시빌레 공주의 손가락에서 노예의 반지를 빼내어 자신의 배낭에 넣었다. 노예의 반지를 빼내어도 그녀의 상태는 변함이 없었다.


" 가엾게도... "/젤라노라


" 아 젠장, 모가지까지 떼어왔는데 헛수고 했구만. "/두르나


두르나는 자신의 잡낭에서 천으로 둘둘 말아 두었던 버딘의 모가지를 꺼내었다. 시빌레 공주가 제정신을 찾으면 버딘이 이 모든 일의 흑막이라고 발표하게 만들 참이었기 때문에 물증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시빌레가 저지경이면 쓸모가 없다. 툴툴거리던 그녀는 실수로 그 머리를 놓쳤다.


" 에그머니!... "


툭!... 떼구르르르르...


그것은 굴러 굴러 시빌레 공주의 발치 까지 갔다. 구르는 동안 천이 풀려 하늘로 향한 버딘의 얼굴이 드러났는데, 그것을 본 시빌레 공주의 눈에 순간적으로 촛점이 잡혔다.


" 아아... "


슈발츠는 턱짓으로 두르나를 시켜 시빌레 공주를 묶고 있던 끈을 풀어 주었다. 풀려난 그녀는 무릎을 꿇고 앉아서 버딘의 모가지를 두 손으로 집어 들더니, 그것을 천천히 품에 안았다.


" 아아... 아아아아.... "


한방울의 눈물을 시작으로, 시빌레 공주는 버딘의 모가지를 소중하게 품에 안은 채로 울기 시작했다. 두르나가 어떻게 해보려는 것읋 슈발츠가 손을 내밀어 저지했다.


" 내버려 둬라. "


가슴과 배로부터 짜내는 듯한 작고 허약한 울음 소리가 쭉 이어졌다. 시빌레 공주의 울음은 멈추지 않을 것 같았다.


.
.
.


-후기-
 
이번 회는 패러디가 좀 많습니다. 박카스를 마시니 이런 류의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더군요. 찾으신 분들은 댓글을 달아 보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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