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4부 <신들의 황혼> Part 5_31편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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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恐皇) 4부 <신들의 황혼> Part 5_3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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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48 회 작성일 24-01-17 22:2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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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으윽...아직도 주인님의 자지가 들어있는거 같아요. "


야음을 틈타 성 아래로 잠입하는 동안, 샤이라가 조금 부자연스러운 걸음을 걸으며 부끄러운듯이 한마디 했다. 두르나 역시 비슷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터라, 심히 동감하면서 얼굴을 붉혔다. 맨 앞에서 하수도에 무릎까지 푹 담근 채 걸어가고 있던 슈발츠는 뒤돌아보며 눈을 흘겼다.


" 그래서, 앞으로는 안아주지 말까? "/슈발츠


" 아, 아니오, 아닙니다요... "/노예들


" ...그만큼 뿅가죽겠다는 말입죠. "/두르나


두르나의 [엘프답지 않은 용어를 사용한]입발린 아부에, 슈발츠는 물론 샤이라도 작게 웃었다. 슈발츠는 샤이라에게 약하게 꿀밤을 먹여준 후, 다시 뒤돌아서서 앞장서 나가기 시작했다.


지금 슈발츠를 따르는 것은 두르나와 샤이라가었다. 안전가옥에는 젤라노라와 알루데시아를 남겨 두고 있었다. 젤라노라는 이런 식의 [침입]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을 뿐더러, 그녀 혼자 남겨두기엔 불안했기 때문에 호위역으로 알루데시아를 남겨 둔 것이다. 물론 알루데시아는 슈발츠를 따라가지 못해 불만스럽다는 제스쳐를 취했지만, 어쨌든 주인인 슈발츠의 명령이다.


한참 동안 더 소리를 죽이며 전진해온 후, 슈발츠는 여행의 지팡이를 꺼내 들어 그 안의 지도를 펼쳐 들었다. 그것은 마법적인 지도로, 정중앙의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사방의 지형 지물을 오차 없이 표시해 주고 그 축척의 확대 축소도 자유로웠기에 무척 편리한 물품이었다. 지도엔 슈발츠 일행이 현재 테티르 왕궁의 정중앙의 위치까지 와 있다고 표시되어 있었다.


" 이쯤이... 왕실 포도주 저장고의 바닥이겠군. "


슈발츠가 손가락으로 대각선 위의 벽을 가리키자, 그 부분의 돌벽이 소리 없이 가루로 변해 허물어졌다. 하지만 시커먼 구멍이 깊이 파였을 뿐, 벽이 관통되지는 않았다. 그가 다시 한번 마력을 불러일으키고 나서야 그 건너편이 드러났다. 구멍이 뚫린 후로도 몆번 더 손을 보고 나서야 그 구멍은 일행이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


" 아참, 크기 조절이 가능하다는 걸 잊었군. "


샤이라까지 구멍를 통해 빠져 나온 후에야 슈발츠는 자기 이마를 쳤다. 그 모습에 노예들은 다시 한번 킥킥거리며 웃었고, 이번엔 둘 다 제대로 된 꿀밤을 맞았다.


" 그나저나 전에 입수한 성 구조도와 지도가 서로 다른데요? "


여행의 지팡이를 인계받은 두르나가 샤이라가 엄겨준 성 지도와 지팡이의 지도를 대조해 본 후 낸 결론이었다. 슈발츠도 뭔가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 세명은 지도를 중심으로 둘러앉았다.


" 에또... 그러니까설라무네, 여기가 지금 우리 위치고... 이 통로를 지나 남쪽과 북쪽에 각각 문이 나 있어야 하는데 여기가 벽이고... 포도주 창고가 반쪽이 났네. "/두르나


" 내부 수리라도 한걸까요? "/샤이라


슈발츠는 잠깐 살펴본 후 포도두 저장실을 가로지르는 [벽]이 최근에 새로 만들어 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가 한번 힘을 줘서 밀자, 회벽의 한곳이 움푹 들어가며 건너편으로 벽돌이 떨어졌다.


" 누군지 몰라도 내부 공사를 한 것 같군. 그것도 무척 급하게 말이야. "


뚫린 구멍 건너편을 살펴본 슈발츠는 건너편이 단순한 포도주 저장고가 아님을 알아챘다. 그가 몆번 더 힘을 써서 벽에 난 구멍을 넓힌 후, 건너편으로 넘어갔을 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한 작은 지하 예배당이었다.


" 아, 저 표시는... "


막 뒤따라 들어오던 두르나가 발견한 것을 슈발츠도 이미 보고 있었다.


" 진짜 오지랇 너른 놈일세... "/슈발츠


" 이제 조금 진부하기도 하네요. "/두르나


조잡한 돌 제단 위에 그려진 검은 태양. 그것은 시어릭의 상징이었다.


" 왕궁 지하의 포도주 창고 안에 세워진 비밀 성소... 그것도 시어릭의 그것이라?... "


슈발츠의 눈이 빛났다.



한편, 젤라노라 쪽은 한가할 것 같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방을 다시 치우고, 수정구를 꺼내 든 그녀가 다시 한번 궁전의 결계를 넘어 염탐을 하기 위해 주문을 영창하는 동안, 알루데시아는 창틀 옆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앉아서 거리를 내려다보며 나름대로 밖을 경계했다.


" 블라블라블라... 휴우, 역시 안보이나... "


젤라노라가 한숨을 쉬자, 알루데시아는 위로의 뜻으로 그녀 옆에 다가와 혀로 뺨을 핥아 주었다.


" 하응!... 아무튼 짖궂은건 알아 줘야 한다니까... 그래 알루데시아, 쿠키나 먹자꾸나. "


[쿠키]라는 단어에 반응한 알루데시아가 정말로 개처럼 꼬리를 살랑거리며 흔들고 앉아서 기다리는 동안, 젤라노라는 구석의 상자에서 천 꾸러미를 하나 들고 나왔다.


" 이번엔 발레리아의 개인지도로 만든 회심의 역작이야. 성공적이면 주인님께도 드려야지! "


알려진 바 대로, 젤라노라는 엘프인 주제에 요리에 대해서는 거의 [살인적인] 실력를 지닌 터라, 슈발츠 휘하의 노에 중에서 제일의 요리 실력을 가진 발레리아에게 정기적으로 과외교습을 받고 있었다. 매달 두번씩 정기적으로 열리는 [발레리아의 간단 간식]강좌는 상당히 인기가 있어서 다른 노예들도 종종 들으러 올 정도다.


슈발츠의 애완견이 된 후로 알루데시아는 뭐랄까 [기억하는]일 자체를 거의 하지 않았지만, 뭐랄까 데자뷰가 떠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실은 젤라노라가 그녀에게 쿠키를 먹인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번은 정말로 죽을 뻔 했었다. 그때 슈발츠는 [악마를 죽일 정도의 요리 실력을 가지고 있다니, 그것도 대단하다]는 말을 했었지만.


" 아웅... 냠냠... "


데자뷰를 무시하고 눈앞의 쿠키 냄새에 끌린 알루데시아는 다시 젤라노라의 손에 있는 그것에 고개를 처박았다. 몆번 씹고 삼킨 후, 알루데시아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입술을 쓰윽 핥았는데, 예전과는 달리 괴로워하거나 쓰러지지 않는 것을 본 젤라노라는 속으로 기쁨의 환호성을 터트렸다.


" 오오, 괜찮아, 아픈데 없어? "


젤라노라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알루데시아는 초롱초롱한 금색 눈동자를 그녀에게 향하고 생긋 웃었다. 꼬리가 살랑거리는 것도 아까와 같았다.


" 꺄웅~ "


그녀의 천연덕스러운 모습을 본 젤라노라는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 으으으 지난 1년... 24번의 강좌와 36번의 과외와 2411번의 실패 끝에 결국 이루어냈다... 크흙! 나도 할 수 있었던 거였어! "


하지만 그건 섣부른 판단이었음이 반시간도 되기 전에 드러났다. 알루데시아가 설사를 시작했던 것이다. 거의 1분마다 한번씩 화장실을 밤새 들락거린 후, 그녀는 피골이 상접한 상태가 되었다.


" 아우웅... 끄응... "/알루데시아


" 아와와와...이를 어째. "/젤라노라


마법도 약도 듣지 않을 정도로 무섭고 강렬한 폭풍설사 후에, 기운이 빠진 알루데시아가 잠에 빠질 때 까지 젤라노라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젤라노라가 스스로가 자초한 재앙에 휩싸여 있을 무렵, 슈발츠 일행은 왕궁의 지상층에 숨어들고 있었다. 지나온 시어릭의 제단엔 특별한 점은 없었다.


" 아무도 없는게... 좀 으스스한데요. "


왕궁이란 낮이던 밤이던 다니는 사람과 보는 눈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 테티르 왕궁은 두르나의 속삭이는 목소리도 분명하게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슈발츠의 텔레파시 지시에 따라 샤이라가 최근에 배운 투명술 마법을 써서 몸을 숨긴 채 지붕을 타고 오르는 동안, 두르나는 성 안의 넓은 중정(中庭)의 열주 회랑 사이에 그림자처럼 숨어들었다. 그리고 슈발츠는 달빛이 만들어 내는 그림자를 이용해 왕성의 내전을 통하는 복도의 벽에 달라붙듯이 몸을 숨기고 빠르게 안으로 잠입했다.


차 두어잔을 마실만한 시간이 지난 후, 슈발츠는 왕궁의 내실에 도착해 있었다. 예전에 자란다 여왕과 계약을 맺을 때 한번 왔던 곳이라 익숙한 곳이었다.


" !... "


슈발츠의 예리한 눈은 내실에 걸려 있던 태피스트리 장식이 바뀐 것을 알아보았다. 원래는 사이아모페의 심볼이 새겨진 화려한 감색 모직 천이었는데, 지금 벽에 걸린 태피스트리는 재질은 같지만 검은색에 은실로 끝단에 자수를 놓은 것이었다.


테티르의 새 왕좌의 주인 두명은 모두 사이아모페의 축복과 가호를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왕궁 내부엔 그 [존엄함의 여신]을 상징하는 물건이 많다. 하지만 슈발츠가 내실까지 제법 많은 방과 복도를 거쳐오는 동안 사이아모페의 상징은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자리보전을 하고 있다는 자란다 여왕을 찾기 위해 슈발츠가 다음 복도를 향한 문에 다갔을 무렵, 슈발츠는 문 건너편에서 [부자연적인]기척을 느꼈다. 그가 투명술 주문을 쓰고 내실의 태피스트리 뒤로 몸을 숨기긴 직후에, 문이 끼익거리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태피스트리의 틈으로 내실 안을 엿보던 슈발츠는 뜻밖의 광경을 보았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행방불명 되었다던 하다크 3세 였던 것이다.


스스스슷...


하다크 3세가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은 채로 미끄러지듯이 걸어 들어오는 동안, 내실 바닥에는 은은한 안개가 깔리기 시작했다. 슈발츠는 어렵지 않게 지금 들어온 것이 하다크 3세가 아니며, 그보다는 인간조차 아닌 무엇인가임을 알아 차렸다. 하지만 강력한 환상 마법인지 아니면 변신 능력 덕분인지 몰라도, 슈발츠조차 그 변장을 꿰뚫고 진정한 정체를 파악할수는 없었다.


가까 하다크 3세가 완전히 방 안에 들어선 후, 그의 뒤를 따라 들어온 것은 최근 실권을 접수했다는 맏공주 시빌레였다. 그녀는 칼림샨풍의 하얀 드레스 차림에 흉갑을 덧대고 허리에는 칼을 차고 있었는데 마치 가짜 하다크 3세를 뒤에서 시중들거나 호위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슈발츠가 지켜보고 있는 동안, 가짜 하다크 3세가 왕의 옥좌에 앉은 후 시빌레 공주가 그 옆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문득 슈발츠는 무릎을 꿇은 시빌레 공주의 드레스 아래로부터 풍겨나오는 야릇한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정사를 치른지 얼마 되지 않았던 것이다.


" 아바마마께서 말씀하신 대로 모두 처리했습니다만... 코람과 시리나는 놓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둘 다 제 칼에 깊은 상처를 입었으니 당분간 아무짓도 할 수 없을 겁니다. "


가짜 하다크 3세는 시빌레 공주의 턱에 손을 가져가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린 후, 그녀의 뺨을 쓰다듬어 주었다. 시빌레 공주는 금새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며 그 손길에 따라 황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 아... 며칠 내로... 공작들이 도착할 겁니다... 그들을 처리할 준비도... 완료 되어 있습니다... 아아 아바마마...  "


내실 한가운데의 거대한 나무 탁자 위에 상체를 걸친 채 엎드려진 시빌레 공주의 드레스가 젖혀졌고, 그 뒤로 가짜 하다크 3세가 다가갔다.


" 아아앙!!... 아흐아아!... 아아아아!... "


보지 않아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쉽게 알 수 있을 만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시빌레 공주가 쾌감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자신조차 잊어버린 듯한 표정으로 배 아래 깔려서 버둥거리며 교성을 흘리는 시빌레 공주를 내려다보던가짜 하다크 3세의 무표정한 얼굴에 비로소 미웃는 듯한 웃음이 걸렸다


" 곧 자란다 년도 네년처럼 내 배 아래 깔려 비명이나 지르는 신세가 되겠지. 달아난 년놈들을 추격하는 것도 시간 문제일 뿐이고... 이제 며칠만 지나면 왕국은 내것이다. 그렇게 되면... 으음!... "/가짜 하다크 3세


" 아으아!... 아아아아앙!... 응... 으으아으....응... "/시빌레 공주


가짜 하다크 3세가 사정할 때를 맞추어, 시빌레 공주도 절정에 올랐다. 약간 숨을 헐떡이며, 가짜 하다크 3세는 절정의 여운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시빌레 공주의 머리채를 잡아서 그녀의 얼굴을 들게 한 다음 품에서 꺼낸 유리 병을 그녀의 입에 대고 그 안의 내용물을 먹였다.


" 응움... 벌컥... 벌컥... 꼬르륵... "


기꺼이 물약을 마신 시빌레 공주가 의식을 잃어 가는 동안, 옷 매무새를 추스린 가짜 하다크 3세는 시빌레 공주의 엉덩이를 한번 손바닥으로 친 후  그녀의 드레스 자락을 덮고 방을 나갔다.


가짜 하다크 3세가 방을 나간 것을 확인한 후, 슈발츠는 태피스트리 뒤에서 나와 의식을 잃은 시빌레 공주에게 다가갔다. 아직도 탁자 위엔 그녀가 먹은 물약의 병이 뒹굴고 있었는데, 그는 그 유리병을 들고 내용물이 무엇인지 확인했다.


[임신 촉진제?...]


물약은 마법적인게 아니었다. 약제사들이 불임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약초를 달여 만든 물에 강한 수면제를 섞은 것으로, 일종의 임신 촉진제였던 것이다. 가짜 하다크 3세는 시빌레 공주를 임신시킬 심산이었던 모양이었다.


공주를 임신시키면, 그것도 테티르의 왕위 계승권 순서에서 가장 먼저인 시빌레를 임신시킨다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많다. 하지만 슈발츠 정도가 되는 존재에게서조차 본모습을 감출 수 있고, 시빌레 공주를 지배하고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굳이 공주를 임신시키는데 약을 쓸 필요가 없다. 아니 엄연히 말하자면 임신시키려 수고를 들일 필요조차 없다는 편이 옳을 것이다.


그런데 마법도 아닌 약으로 임신을 시키려 노력한다? 이 언벨런스함은 슈발츠의 주의를 끌 수 밖에 없었다.


슈발츠는 잠들어 있는 시빌레 공주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자란다 여왕보다는 부친인 하다크 3세의 인상을 많이 이어받았다. 슈발츠는 그녀가 아직 어릴적에 그것도 단 한번 보았을 뿐이었지만, 아직은 앳되어 보이는 그녀의 얼굴엔 그때의 인상이 아직 강하게 남아 있었다. 그러고 보면 세 쌍둥이의 검술 지도역으로 초빙된 적도 있었지만, 정중히 거절했었다.


슈발츠는 손을 뻗어 마법으로 시빌레 공주의 몸을 [청결하게]만든 다음, 각성제를 그녀의 코에 가져다 대었다. 강렬한 암모니아 향기를 풍기는 일종의 [향수]인 그것은, 정신을 잃은 와우킨 여신조차 깨어나게 만들 정도의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 하앗!... "


강렬한 암모니아향에 의해 정신이 든 후, 시빌레 공주는 잠시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슈발츠를 올려다 보았다. 그러다 퍼뜩 정신을 차린 것인지 비명을 지르려 했자만, 슈발츠의 거대한 손에 입을 틀어 막히고 곧바로 제압되었다.


" 쉬잇... 큰 소리를 내면 우리 쌍방이 다 재미가 적을 게야. "


슈발츠는 드래곤 형태였다. 그 박력 넘치는 덩치와 생김새, 그리고 이글거리를 두 눈동자로부터 나오는 시선을 바로 받고도 위축되지 않는 존재는 드물다. 시빌레도 그점에 있어서는 마찬가지였다.


" ... "


시빌레가 얌전해지자, 슈발츠는 손을 살짝 풀어 주었다.


" 너는 누구인가? 어떻게 왕실의 내전까지 침입을... "/시빌레


" 그보다 공주마마, 방금 재미를 본 상대가 누군지부터 나에게 알려주심이 좋을 것 같은데. "/슈발츠


그제사 시빌레는 자신이 가짜 하다크 3세와 [정사]를 치른 것을 슈발츠에게 보였음을 알아차린 듯 다시 비명을 지르려 했다. 하지만 역시 슈발츠에 의해 입을 봉쇄당한 후 분노에 가득찬 시선으로 그를 쏘아보며 씩씩거릴 뿐이었다. 그제사 슈발츠느 시빌레가 마법적으로 제압당한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 너, 현혹된게 아니었군. 좋아서 한 짓이었군... "/슈발츠


" ... "/시빌레


발버둥치는 시빌레의 명치에 일격을 먹여 그녀를 소리없이 재운 후, 슈발츠는 복잡해진 머리를 정리해 보았다. 처음에 그는 하다크 3세로 변장하고 있는 누군가가 시빌레 공주를 마법적으로 제압하고 그녀를 시켜 왕실을 장악한 후 어떤 특별한 목적이 있어 임신시키려 한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시빌레 공주의 몸을 [정화]시킨 것이었다. 하지만 시빌레 공주가 가짜 하다크 3세와 자의적으로 사귀는 중이고 그를 위해 움직이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슈발츠가 드레스를 찢어서 시빌레 공주를 꽁꽁 묶는 동안, 슈발츠의 텔레파시 지시를 받은 두르나와 샤이라가 내실로 들어왔다. 샤이라에게 시빌레 공주를 넘겨서 궁전 밖으로 [반출] 시키는 동안, 슈발츠는 시빌레 공주로 [변신]했다.


" 잘 어울리시네요. "


드레스까지 완벽하게 복제한 시빌레 공주의 모습이 된 슈발츠를 본 두르나가 짖궂은 웃음을 흘렸다. 슈발츠는 두르나에게 꿀밤을 때려 줄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 잘 숨어 따라 오도록. "/슈발츠


" 네입! "/두르나


두르나는 손을 비스듬이 들어 올리는 경례를 해 보인 다음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었다. 시빌레 공주의 형태를 갖춘 슈발츠가 내실 문을 열고 궁성의 좀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검은 사슬 갑옷을 걸치고 반월도를 든 일단의 무리가 나타나 앞에 부복했다. 그가 잠시 상황을 알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동안, 가장 앞에 있는 일행의 지도자로 보이는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가 머리를 들었다.


" 공주마마. 여왕과 하다크 3세의 행적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첩자의 우두머리


비로소 슈발츠는 자란다 여왕이 피습당한게 아니라 하다크 3세와 함게 사라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어디까지 그들을 추적한 것인가? "/슈발츠


" 미르(Mir)의 숲 어귀에서 흔적을 찾았습니다만, 이후로는... "/첩자의 우두머리


슈발츠는 미르의 숲에 대해 저술했던 옛 문헌들을 읽었던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그 숲은 지금 고블린들과 지상 드로우들 천지지만 비밀스러운 장소가 많았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미쓰 언노휘르(Myth Unnohyr)라는 버려진 고대 엘프 도시와 그 안의 비밀 마법 저장고와 영생을 주거나 영원한 악몽을 준다는 비밀스러운 샘인 영원의 분수(Wellspring Endless)의 이야기 등등. 그러고보면 자란다 여왕은 이 샘의 소재를 비밀리에 탐색 중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었다.


" 다음에 명령을 내릴 때 까지 미르의 숲을 주목하고 있도록. 이제 물러가도 좋다. "


슈발츠의 명령에 따라 첩자들은 저마다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첩자들을 보낸 후 그는 궁전의 나머지 부분을 차례대로 탐색했지만, 왕실 가족 구역은 텅 비어 있었다. 자란다 여왕도 역시 사라진 것이다. 가짜 하다크 3세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완전히 수확이 없지는 않았다. 슈발츠는 시빌레 공주의 방에서 그녀의 일기와 최근의 암투에 관한 몆가지 증거를 찾아 낼 수 있었다. 일기에 따르면, 그녀는 일련의 암살 음모를 새도우시프를 통해 추진하고 있었다.


더 조사해 보려면 시빌레 공주를 닥달해 봐야 할 것이다. 그는 두르나에게 대역을 맏기고 궁전을 나왔다. 안전가옥에선 이미 슈발츠의 지시대로 심문 준비를 마친 샤이라와 젤라노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방음 결계가 쳐진 안전가옥 안으로 들어서자 옥신각신 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리고 평소엔 슈발츠의 냄새만 맡아도 좋다고 꼬리를 살랑거리며 기어올 알루데시아가 웬일인지 침대 위에서 기운없이 자고 있었다.


" 아 주인님, 오셨어요. "/노예들


언쟁을 하고 있던 두 노예들은 슈발츠의 앞에서 공손하게 예를 취했다. 슈발츠는 고개을 끄덕인 후 침대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알루데시아를 살펴보았다. 그녀는 사흘쯤 못먹은 것 같이 안색이 안좋았다.


" 무슨 일이냐? "


슈발츠의 질문에 두 노예는 거의 동시에 말을 하려다가, 샤이라가 동생답게 언니에게 먼저 양보했다.


" 알루데시아가 심한 배탈이 났어요. "/젤라노라


" 그리고 그 원인은 젤라노라 언니의 쿠키에요. "/샤이라


"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 "/젤라노라


두 노예는 다시 논쟁을 시작하려 했지만, 슈발츠는 손을 들어 멈춘 후, 자기가 묻고 싶은 것 부터 시작했다.


" 데려온 공주는 어디다 뒀어? "


그제사 샤이라는 아직 시빌레 공주를 [납치용 밀가루 푸대] 속에 두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중간 설명%
[슈발츠의 납치용 밀가루 푸대]는 말 그대로 중간 크기 이하의 생명체를 그 안에 가두기 위해 만든 특별한 차원 주머니이다.


푸대의 겉모습은 전형적인 두터운 마대 자루처럼 생겼으며 그 표변에 새겨진 상표는 소유자의 의지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가벼운 환상 주문이 걸려 있다. 자루의 크기는 안에 가두는 크리처의 크기에 따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지만, 안에 생물체를 가두고 있을 때를 포함해 무게는 항상 320g밖에 나가지 않는다.


그 안에는 오직 살아있거나 혹은 살아있었던 것만을 담을 수 있으며, 살아있든 죽었든 의식이 있든 없은 이 마대 자루 안에 갇힌 생명체는 자력으로는 절대 탈출할 수 없다. 자루 안의 공기는 일반적으로 세시간 정도면 소진된다.


제작 비용 8000GP + 400 XP. 시전자 레벨 8레벨 필요.
%끝%


바닥에 던져진 마대자루의 어귀를 열고 벗거벗은 시빌레 공주를 꺼내었을 때, 그녀가 숨을 쉬지 않았기 때문에 샤이라는 대혼란에 빠졌다.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를 옆에 세워둔 후, 슈발츠는 죽은듯이 가로누여져 있던 공주의 명치를 손으로 강하게 압박했다.


" 커억!...  캑... 콜록콜록... "


곧바로 숨이 돌아온 시빌레 공주를 의자에 바로 앉히고  묶어서 고정시키는 일은 샤이라와 젤라노라가 했다. 몆번 기침을 한 후 다시 정신을 차린 시빌레 공주는 자신이 벌거벗겨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불같이 얼굴을 붉히며 당황했고, 그 다음은 눈앞의 슈발츠를 보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 당장 이걸 풀어, 이 괴물아! "/시빌레


" 음, 위세가 대단하시군... "/슈발츠


슈발츠는 노예가 되기 전의 알리샤라, 그러니까 심불을 떠올렸다. 그는 시빌레 공주를 노예로 삼을 생각은 없었지만, 이정도로 기가 드센 소녀가 어떻게 가짜 하다크 3세에겐 그리 고분고분했었는지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 부친이 가짜라는 것을 알고도 그의 명령에 따라 쌍동이 형제들을 공격하고, 수청까지 드는데다, 그지없이 얌전하던 것과는 딴판인걸. 게다가 임신하고 싶어하질 않나... "/슈발츠


" !... "/시빌레


갑자기 시빌레 공주가 입을 다물었다.


" 부친이 인질로 잡힌 건가? 아니 그렇다고 보기엔 너무 즐기던데. 게다가 사이아모페를 모시는 린다운(Rhindaun) 가문의 왕궁 지하에 난데없는 시어릭의 비밀 성소부터가 뭔가 아귀가 안맞고 말이야. "


슈발츠가 아무렇지 않게 발견한 것들을 늘어놓는 동안 시빌레 공주의 안색은 새하얗게 질리다 못해 새파랗게 변했다.


" ... 게다가 공주마마께서는 새도우 시프의 첩자를 써서 부친과 모친을 찾고 계시지. 아마도 좋은 의도는 아니라고 생각되는데,아마도 부친으로 변신하고 있는 [애인]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인가? "/슈발츠


" 너...너에게 대답해야 할 의무같은건 없어! "/시빌레


시빌레 공주는 울 것 같은 얼굴로 절규하듯 소리친 후, 의자 째로 일어나 슈발츠에게로 몸을 날려 왔지만 샤이라에게 재빨리 차단당해 바닥으로 쓰러졌다.


쿠당탕!...


슈발츠는 턱짓으로 샤이라를 시켜 다시 시빌레를 일으킨 다음, 이제 완전히 울고 있는 공주를 내려다보았다. 이제 슈발츠는 사건의 전모를 거의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 공주마마께서 시어릭과 새도우 시프의 힘을 빌려 쿠데타를 일으키고 가짜 부친을 만들어 낸 정도야 굳이 그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알 수 있지만, 내가 정말 궁금한 것은 그걸로 만족할 수 있는가 하는 거지. "/슈발츠


" ... "/시빌레


" 네 배덕적인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너의] 나라를 악신을 섬기는 찬탈자에게 넘기고, 너는 무엇을 얻을 셈이지? 가짜로는 결코 만족을 얻을 수 없을 것이고, 게다가 상대는 거짓 뿐인 시어릭의 종자야. "/슈발츠


" 그래도 괜찮아, 그래도 괜찮아... 내가 원하는건 왕국 따위가 아니야! "/시빌레


" 그럼 남자의 자지냐? "/슈발츠


그 노골적인 일격에 시빌레 공주가 휘청하는 동안 슈발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 이런 딸을 사랑으로 키우고 나에게 머리를 숙여 가며 지도를 부탁해 오던 하다크 3세가 불쌍하군. "/슈발츠


" ?!... "/시빌레


슈발츠는 잠깐 엘프 모습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드래곤 형상으로 되돌아갔다. 그걸 지켜보던 시빌레 공주의 눈이 똥그래졌다.


" 네 부친은 나에게 너와 다른 두명의 검술 지도를 부탁한 적이 있지. "/슈발츠


" ... "/시빌레


" 그리고 아마도 난 다른 경로로 검술 시범을 보여 줘야 할 듯 하군. "/슈발츠


" 그...그를 죽일 생각인가?... 안돼! "/시빌레


슈발츠는 코웃음을 쳤다.


" 시어릭을 돕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로도 죽을 이유는 충분해. 그리고 그 [도움]의 범주에 너도 포함되니, 지금은 자기 모가지 걱정부터 하시지. "


[효도]라는 개념이란건 슈발츠에겐 없지만, 그 조차도 효자나 충신을 존중할 줄 안다. 그리고 그 반대로 불효자나 배신자는 경멸한다. 시어릭 신자의 자지에 자신을 잃고 부모와 형제까지 배신한 시빌레 공주는 슈발츠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경멸을 받아 마땅한 대상으로, 노예로 삼을 가치조차 없는 상대였다.


슈발츠는 손에서 진천와 용수를 꺼내어 들고 일어서서 날개를 한번 펼쳐 보였다. 2미터가 넘는 장신을 가진 슈발츠는 그 등발 만으로도 충분히 박력 넘치는 존재였고, 그가 본격적으로 나설 마음이 들었을 때는 다른 용들과 마찬가지로 그 존재감 자체로 초월적인 공포의 파동이 일어나 주변을 물들인다. 그 모습은 왕족이라지만 결국 평범한 인간일 뿐인 시빌레 공주을 겁에 질리게 만들기에 족했다.


" 말해라. 그는 어디에 있는가? "


타오르는 수은 덩어리 같이 빛나는 슈발츠의 두 눈이 시빌레 공주의 시선과 마주쳤다.


.
.
.


-후기-


스톡홀롬 신드롬이라는 정신의학 용어가 있듯이, 인간은 의외로 길들이기가 쉬운 동물이라 합니다. 물론 현실에서 그 이론을 실현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자들 중 대부분은 철장 안에서 동료 범죄자들과, 혹은 지옥 밑바닥에서 악마들과 샤워장을 공유하며 비누를 줍고 있겠지요.


정직하면 손해를 본다지만, 그래도 정직한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으로 인간 사회의 [이상형]에 가까울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리시드(달리 마인드 플라이어라고도 부르는) 사회는 거짓이 무척 드문데, 그 이유인 즉슨 거의 모든 의사 소통이 텔레파시로 이뤄지는데다, 일리시드 도시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엘더 브레인의 정신 능력 앞에선 어떤 거짓말도 불가능하기 때문이지요.


뭐 이런 사회가 이상사회라고 하긴 어렵습니다만, D&D세계관 내에는 이런 사회도 있습니다. 그리고 일리시드 공동체는 소수정예인 주제에 무척 강력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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