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4부 <신들의 황혼> Part 5_1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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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 가로막지 마라... 어리석은 자여! "/슈발츠
시체로 쌓여진 언덕 위에서, 슈발츠는 용의 모습인 채로 엘민스터와 대치하고 있었다. 쉐도우데일의 현자이며, 미스트라의 사랑을 받는 [선택된 자]인 노영웅 본인 말이다.
" 여신께 가게는 못하지. 그대의 걸음은 여기에서 멈추어야 한다네, 반룡이여. "/엘민스터
피로 범벅이 된 노안에 미소를 떠올리며, 엘민스터가 웃었다. 그러고보면 슈발츠도 엘민스터도 온통 피를 뒤집어서서 몰골이 엉망인 상태였다. 주변에 널브러진 시체들은 태반이 쉐이드였고, 나머지 절반은 악마나 어중이 떠중이로 이뤄져 있었다. 엘민스터와 그의 동지들이 미스트라 차원으로 침입해 들어온 쉐이드 군대를 가로막은 흔적이며, 또한 슈발츠가 그들 사이를 누볐던 흔적이다.
물론 이정도 격전이니 엘민스터 쪽도 무거운 댓가를 치루었다. 노영웅의 동료들은 그를 제외한 모두가 저 시체 더미 어딘가에서 쓰러져 있었으니까. 벨샤룬이 연 차원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온 어비스의 군대를 맞아 싸운 영웅적인 업적의 결과였다. 그리고 남은 노영웅의 어께 너머로, 치열하게 싸우는 두 여신이 일으키는 섬광과 충격파가 드웨머 하트의 별빛이 찬란한 자주색 하늘 위로 터져 번지고 있었다.
" 몆번이나 말하게 하지 말라 노인, 내 목적은 미스트라가 아니라 시어릭이다. "/슈발츠
" 시어릭은 저 위에 없네, 자네는 거짓말에 능숙하진 못하구먼. "/엘민스터
" 크르르르... 이런 망할, 정말 피를 봐야겠나! "/슈발츠
슈발츠는 짜증을 낼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충분히 지체당했다. 그는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렸는데, 그대로 드래곤 고유의 존재감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공포의 파동을 만들었다. 하지만 일반인이라면 즉시로 기절하거나 미쳐버릴 정도의 공포감을 초래하는 그의 드래곤적인 [존재감]도 수천년을 살아온 노영웅 엘민스터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검과 지팡이가 슈발츠를 향하고, 다시 하늘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구체들이 허공에서 연속해서 생겨나더니 슈발츠를 향해 빠른 속도로 쏘아져 날아왔다.
" 이런... 잔재주 따위! "/슈발츠
콰콰광!!! 퍼버버벙!!!...
슈발츠가 진천을 휘둘러 하늘색 구체를 베어내자 마자 순수한 마법 에너지가 화려하게 폭발하며 슈발츠의 전신으로 충격파가 쏟아졌다. 엘민스터 고유의 마법 중 하나다. 폭발의 여파로 몆걸음이나 뒤로 물러선 슈발츠를 보며 엘민스터는 놀라고 있었다. 그리 치명적인 주문은 아니었지만, 일반인(?)이라면 수십미터 정도는 족히 뒤로 날려 간 후에 기절했을 것이다. 그러나 랠름 제일의 마법사 중 하나인 엘민스터의 마법은 슈발츠에게조차 먹히는 것이다. 소신격 정도는 죽일 수 있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다.
" 차앗! "
파아아...
슈발츠의 손 끝에서 은색 섬광이 작렬하며 타올랐고, 그것이 엘민스터를 향해 날아갔다. 주화의 불길이었다. 하지만 엘민스터도 은화 사용자 중 한명이다 슈발츠가 쏘아 낸 주화의 불길은 엘민스터가 일으킨 은화의 장벽에 막혀서 사라졌다.
" 하하, 이정도야... 헉? "
주화를 무효화 시킨 엘민스터가 호탕하게 웃으려는 찰나, 그의 눈앞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슈발츠가 어느 틈엔가 수평으로 도약해 거리를 좁혀 온 것이다. 드물게 뛰어난 전투 기동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슈발츠의 양손에 들려 있는 두 칼의 위력을 싫을 정도로 보아 왔던 엘민스터다. 그는 슈발츠의 사정권 안에 들어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빠르게 주문을 영창해 순간이동으로 슈발츠의 공격권을 벗어났다.
" 크르르르!... 이런 약아 빠진... "
일반적인 경우라면 슈발츠도 순간이동으로 쫒아 가겠지만, 그림자 위브의 사용자가 아닌 이상 위브의 여신이 지배하고 있는 차원인 이 드웨머 하트에서는 허락받은 자만이 특정한 마법(순간이동 등 강력한 고위 마법)을 쓸 수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슈발츠는 [허락받은 자]가 아니다. 슈발츠는 이를 갈면서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라 에버라스카의 아크를 꺼내어 네발의 화살을 차례대로 날렸다. 모두 마법 무효화 세공이 된 한철 화살촉을 가진 화살들이다.
쇄애액!... 터엉!!
" 후웃!... 대단하군. "
쏘아진 화살이 광선처럼 날아와 박힌 것과 소리가 들린 것에는 시간차가 있었다. 그리고 화살이 박힌 자리로부터 충격파가 일어나 엘민스터의 로브 자락을 두드렸다. 단순한 화살인데, 음속을 넘나드는 속도를 가진 것이다. 새삼 엘민스터는 슈발츠의 상식을 초월하는 막강한 완력을 실감했다. 그는 다시 주문을 영창해 무지개 색 결계를 만들어 슈발츠를 가두려 했지만, 이번엔 슈발츠의 기합이 이겼다. 막 형성되려는 무지개 장벽을 이마로 들이받아 부순 슈발츠는 그대로 허공에서 화살처럼 내려 꽂히듯 급강하하며 입을 크게 벌렸다.
" 캬아아!... "/슈발츠
쿠콰콰콰콰콰!!!
슈발츠의 입에서부터 모든것을 얼어붙게 만드는 냉기의 브레스가 뿜어져 나왔다. 비단 거리도 가까웠을 뿐더러, 그런 식의 변칙적인 공격을 예측하지 못했던 엘민스터는 그만 피할 타이밍을 놓치고 꼼짝없이 슈발츠의 브레스를 덮어 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브레스는 피해를 입히진 않았고, 대신 그 노영웅의 전신에 하얀 서리가 덮어 씌워지며 얼어붙어 버렸다. 꼼짝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 우...어어... "/엘민스터
슈발츠는 엘민스터가 얼어붙은 것을 확인하고 그 노영웅의 앞에 착지했다. 평소 성질 대로라면 그를 잘게 채로 썰어 줘야 마땅하겠지만, 죽이지 말아 달라는 미스트라 스폰 자매들의 부탁도 있었고, 어쨌거나 자신은 미스트라 여신에게 급전을 전하러 온것이다. 여신에게 전언을 전하러 온 전령(?)이 길을 가로막는다고 여신의 부하를 패죽인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 내가 적이 아니라고 했지!... 크르르... 미스트라 여신을 구하고 나서 보자. 늙은이!... "/슈발츠
두려움과 황당함이 뒤섞인 시선으로 올려다보는 마법사를 향해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한번 이를 갈아붙여준 후, 슈발츠는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라 그를 지나쳤다.
드웨머 하트 차원은 구조는 단순했지만 광활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미스트라의 신성한 의지에 따라 변하는 차원이라 허락받지 않은 침입자(예를 들자면 슈발츠)들에게 훨씬 더 먼 거리가 되는 것이다. 슈발츠는 빠른 비행 속도를 가졌지만, 그때 만큼은 자신이 굼뱅이 같다고 느꼈다. 또한 평소라면 젤롯 4호기를 작동시킬 생각을 했었겠지만, 이번엔 너무 정신없이 바쁜 나머지 그 생각을 하지 못했다.
곧 드웨머 하트의 중심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샤르 여신과 미스트라 여신의 싸움은 충분히 장절한 전투였다. 신들의 전투란 직접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하물며 빛과 어둠의 위브를 주관하는 여신들 끼리의 공방전이다. 필연적으로 주문 전투가 벌어질 수 밖에 없다.
두 여신 사이의 공간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이 터져나오는 빛과 어둠이 휘황찬란하게 어우러지고 있었고, 추측할 수도 없을 정도의 마법과 마력이 소용돌이쳤다.
미스트라는 전력을 다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어쨌든 이곳은 그녀의 차원인 것이다. 개도 자기 구역에서는 호랑이만큼이나 위세가 센 법이고, 두 여신의 우열은 종이 한장 차이였다. 따라서 단순히 맞붙는 거라면 그녀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했고, 실제로도 샤르 여신이 점점 물러나고 있었다.
하지만 샤르 여신의 후퇴는 속임수며, 저건 함정이다, 슈발츠는 어딘가에 숨어 있을 시어릭을 찾기 위해 그녀들의 주변을 유심히 살피면서 날개에 힘을 넣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슈발츠가 소리치면 닿을 정도의 거리까지 두 여신에게 접근했을 때, 마침 한 발 앞으로 나선 미스트라의 그림자에서 부터 하나의 검은 환영이 떠올랐다. 불길한 검은 영기를 풀풀 흘려내는 길고 예리한 장검을 든 창백하고 비열한 인상의 젊은 청년, 예전에 슈발츠가 에테트 차원에서 처리했던 아바타와 거의 같은 생김새의 소유자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그 [시어릭]이었다.
" 이놈!!... "/슈발츠
슈발츠의 외침이 닿기도 전에, 시어릭의 행동이 좀 더 빨랐다. 환상처럼 떠오른 그의 검 끝이 미스트라 여신의 등에 찔러넣어진 후, 가슴 앞으로 검 끝이 비쭉하니 나오는 광경이 보였다.
" 아?... "/미스트라
마법 전투가 멈추었다. 마치 거짓말처럼 소용돌이치던 마력의 폭풍우가 사그라 들었다. 미스트라 여신이 자신의 가슴 사이로 비죽이 튀어 나온 검날을 멍하니 내려다보다가 비틀거리는 동안, 목적을 이룬 샤르 여신은 공격을 멈추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뒤로 물러섰다.
우우웅....
" 이히히힛!... 드디어!!!... "/시어릭
시어릭의 득의양양한 히죽거림 사이로, 분명하고도 낮은 진동음이 울렸다. 그리고 샤르가 한걸음 물러서는 사이로 슈발츠가 뛰어들었다. 어둠의 여신은 그때 까지 슈발츠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듯 약간 놀랐다. 그 덕분에 샤르 여신은 개입할 타이밍을 놓쳤다. 슈발츠의 손에는 어느틈엔가 진천과 용수가 들려 져 있었고, 그의 불타는 수은 덩어리 같은 눈의 시야 안에는 오직 시어릭의 모습 뿐이었다.
" 어?... 이익1... 왜 칼이 안빠지는 거...우아악!!... "/시어릭
" 뒈져라 이 쓰레기야!! "/슈발츠
시어릭은 슈발츠가 자신을 향해 달려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미스트라 여신의 등에 박아 넣었던 자신의 검 [갓스베인]을 빼내려 했지만, 그 검은 빠지지 않았다. 그리고 시어릭이 자신의 검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쓰며 당황하는 동안, 주저하지 않고 날듯이 뛰어든 슈발츠는 수중의 두자루 칼을 아낌없이 휘둘렀다.
스걱... 콰앙!!!
" 끄아악!!!... 우아아아아악!!! "/시어릭
다음 순간, 비명소리와 함께 허공으로 날아가는 것은 급한 김에 손을 내밀어 진천을 막으려 했던 시어릭의 오른이었다. 진천은 날은 신의 손도 잘라버렸던 것이다. 평소라면 슈발츠는 시어릭의 상대가 아니지만, 여긴 시어릭의 힘이 위축되는 미스트라의 차원이다. 게다가 그가 여신의 몸에 갓스베인이 박힌 것에 당황해 거기 집중하느라 제때 슈발츠의 공세를 막을 기회를 놓친 탔도 컸다.
" 이야앗!!! "
카가가각!!... 퍼엉!!!...
진천의 일격에 이어 곧바로 용수의 일격이 하얀 섬광이 되어 시어릭의 얼굴에 수직으로 내리쳐지고, 무언가를 심하게 긁어내리는 듯한 거북한 금속음이 울린 후 성대한 냉기의 폭발이 일어났다. 시어릭의 단단한 돌머리에 용수의 날이 정통으로 처박힌 것이다.
카앙! 콰드득!...
" 끄아아악!!!... "/시어릭
듣기에 따라 상쾌할 수도 있는 그 타격음과 함께, 신의 이마로 파고들었던 용수는 그 싸늘한 날로 시어릭의 오른쪽 눈과 코를 훝어버리고 지나갔다. 그리고 상처가 얼어붙으며 다시 공기까지 함께 얼어붙어 터지며 얼음 파편이 튀어올랐다. 한 손과 한 눈을 잃어버린 시어릭이 스스로의 칼마저 놓치고 처량한 비명을 지르며 몆걸음이나 비틀거리며 물러나는 동안, 슈발츠는 결정타를 먹이기 위해 다시 한번 도약했다.
하지만 슈발츠는 마무리를 할 수 없었다.
화아악!.... 슈팟!!!....
그 다음 순간, 미스트라의 차원, 드웨머 하트가 거대한 섬광과 함께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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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