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MC] 미드나이트 플롯 : 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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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 심야의 게임
수많은 사람들이 가상현실 게임에 열광할 때 오하라 타쿠야, 통칭 “오타쿠”는 게임을 하는 것보다는 만드는 것에 열광했다.
가상현실 게임이라는 것은 결국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즐길 수 있다는 망상의 결정체로써 오타쿠에게 다가왔고, 그것은 더욱 더 설정의 세계에 파고들게 만들었다.
아무튼 그런 오타쿠의 행동에 많은 주변인들이 혐오감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뚱뚱한 몸, 기름진 피부, 떡이 진 머리, 쾨쾨한 체향.
이 모든 것이 혐오감을 가지게 만들기 충분했고, 덕분에 오타쿠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날까지 주변에 모든 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런 오타쿠가 수도권의 최고 대학에 합격한 것은 이른바 오타쿠 정신에 입각한 벼락치기 덕분이었는데, 평소 관심을 가지지 않던 공부에 관심을 가지게 된 원인은 전적으로 수도권의 명문대 어느 동아리에 대한 소문 때문이었다.
“가상현실 게임 제작 동호회?”
이것이다 하는 느낌에 오타쿠는 죽어라 공부를 해서 성적을 향상시켰고, 결국 그 대학에 들어가는 것에 성공한다.
하지만 가상현실 게임 제작 동호회는 대학 내에서도 성적 우수, 용모 단정한 몇몇 이들이 모여서 가상현실 게임을 학교 내에서 즐기기 위해 만든 동호회였고, 그 안에서 오타쿠가 따돌림 당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나마 이 동호회에 가입할 수 있었던 것도 오타쿠의 아버지가 엄청난 부자이며, 매달 오타쿠가 받는 용돈이라는 것이 일반 사무직 월급의 몇 배를 상회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즉, 물주로 뽑혔다는 이야기다.
이 동호회에는 남자가 다섯, 여자가 아홉 명 있었는데, 이들 모두 어느 온라인 게임의 마니아였다.
게다가 레벨도 높아서 그 게임의 랭킹 안에 꼭 들어가는 수준이었는데, 비록 순위는 낮아도 그 정도로 레벨이 높고 게임 실력도 좋은 이들이 모인 이 동호회는 대학 내에서도 연일 이슈가 되고는 했다.
그 와중에 오타쿠는 이 동호회를 졸업 뒤에도 찾는 이들이 있다는 것과 그들이 생각보다 꽤 잘 나가는 사회인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들 역시 오타쿠를 같은 동호회의 회원이 아닌 물주로써 이용해 먹으려 들었고, 오타쿠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기억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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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소문 들었어? 어느 개인 서버로 운영되는 온라인 게임이 있는데... 현실감이 최고래!”
“아, 들었어. 그거 한 번 하면 다른 게임은 하지도 못한다더라?”
“당연하지. 일반 게임은 말도 못할 정도로 수준 차이가 나니까.”
“으음. 그 게임 하려면 전용 카드가 필요하다던데...”
“그렇기는 하지.”
최근 동호회 내에서 어떤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한 유명 게이머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 하나로 인한 소문이었는데, 오로지 자정부터 새벽 여섯시까지... 하루 여섯 시간만 접속 가능한 어느 환상의 온라인 게임에 대한 소문이었다.
가상현실 게임이 등장한 이후 프리서버나 개인서버 같은 것들은 존재할 수 없다고 자신하는 게임 제작사와 달리 어떻게든 이 가상현실 게임의 접속이 가능한 개인서버를 만들어내는 이들이 있었다.
물론 이것은 불법이지만, 암암리에 몇몇 이들만 모여서 즐기는 가상현실 게임은 은연중에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당연히 여러 경로로 이것들은 차단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개인 서버를 만들어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자 하는 이들은 늘어났다.
당연히 그로 인한 가상현실 게임 제작 기술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고, 개인용 컴퓨터로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어내 즐기는 이들도 꽤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미 기술력은 그것을 보조해줄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으며, 그에 따른 여러 부가 기기들이 발매되고 있으니...
아무튼 그런 이유로 동호회 내에서도 그 게임에 대한 소문이 퍼지자 누군가 대박 게임을 만들어냈다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아, 나도 하고싶다.”
동호회의 가장 연장자이자 회장인 히메의 말에 다른 이들도 동조했고, 그것을 지켜보던 이는 조용히 미소지었다.
그리고 어느 날 히메에게 은밀하게 보내진 하나의 소포.
“이건...?”
아무런 코드도 적혀 있지 않은 접속카드. 이것은 가상현실 게임의 접속에 필요한 최소한의 도구였다.
이것을 접속기에 집어넣고 실행하면 자동으로 그 카드에 기록된 주소의 서버로 접속해 가상현실 게임에 접속하게 된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는 오로지 검은색으로 되어 있는 접속카드에 히메가 이게 뭔가 하다가 문뜩 떠오르는 것이 있어 소포 상자 안을 뒤졌다.
그리고 거기에 있는 검은색 마스크가 그려진 명함을 발견했다.
“접속시간은 0~6시 사이... 이거다!”
히메가 받은 것은 바로 그 유명한 ‘환상의 게임’에 대한 접속카드!
자신이 이것을 받은 것이 알려지면 이것을 원하는 선배들이나 후배들에게 시달릴 것이 뻔하므로 일단 이것을 자신이 사용하기로 결정한 히메는 다급히 집으로 돌아갔다.
평소 게임을 즐기는 동호회의 회실로 갈 수도 있으나, 현재 히메는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상황이 아니었던 것.
그렇게 집으로 돌아간 히메는 자정이 되기를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딱 열두시가 넘는 시점에서 카드를 접속기에 투입하고는 바로 가동했다.
잠시 빛이 반짝 하는 것 같은, 그리고 뭔가 붕 뜨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주변이 어두워졌고, 다시 밝아 졌다.
그러면서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처음 듣는 것이지만 매우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의 자장가처럼 느껴졌다.
‘아... 이게 접속과정?’
왜 환상의 게임이라 했는지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분이 좋아지고, 이 느낌이 너무나도 좋은 히메는 이대로 시간이 계속되길 바랐으나 결국 게임의 접속을 위한 초기 과정이 시작되었다.
거대한 성문이 있고, 그 성문을 지나는 이를 검문하는 병사가 히메를 바라보더니 물었다.
“... 이름은?”
“아, 저는...”
뭔가 대답하려는 순간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아주 자연스럽게 시선을 따라 움직이며, 반투명하여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다른 것이 그대로 투과되는 정도의 메시지 창은 매우 자연스러웠다.
[이름을 정해주십시오.]
“아... 히메.”
어째서인지 히메는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닉네임도 잊어버리고 자신의 본명을 말했다. 하지만,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가끔 자신의 이름으로 캐릭터를 만든 경우도 있고 하니 그냥 이번에도 그렇게 하자고 결정해버린 것.
“히메라... 어디 출신인가?”
[출신지를 선택해 주십시오.]
[1. 레그나 제국]
[2. 코르 왕국]
[3. 라딕스 왕국]
[4. 티그리스 공국]
[5. 페르 공화국]
[6. 없음]
히메는 다시 떠오른 메시지를 보며 잠시 무얼 고를까 하다가 하나의 이름을 살피는 순간 옆으로 추가되는 메시지 창을 발견했다.
[레그나 제국Empire the REGNA]
[등급 : S] [인구 : S] [기술 : S]
[문화 : A] [학문 : A] [전투 : S]
[티에라 유일 제국. 전체적으로 시민 대부분이 부유하며, 향락과 사치를 즐기며, 명예와 예의를 중요시한다. 또한 티에라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어 치안이 가장 좋다. 빈민에게는 기본적으로 매달 2골드의 생활보조금이 지급되며, 유저의 경우 레벨 10까지 매달 2골드가 지급된다. (현실 시간 1 : 게임 시간 12)]
‘헉, 1:12!?’
설명을 읽다가 현실 시간으로 1시간이 게임 시간으로 12시간으로 인정된다는 부분에서 깜짝 놀라는 히메였다.
지금까지의 가상현실 게임들은 대부분 실시간 접속 비율을 가지고 있었다. 1:1은 기본이고, 가장 기술력이 좋은 회사에서도 1:2, 1:3을 겨우 운영하며, 최근에야 1:4의 비율을 지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1:12의 경우 인간의 정신에 크게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 이것으로부터 접속자의 정신을 보호할 기본적인 프로텍터가 없이는 지속될 수 없고, 접속자도 시간의 괴리감을 느끼며 기절해버릴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난 아직 멀쩡한데?’
고작 몇 분도 안 되었지만, 히메는 지금의 상태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정신적인 피로도 느껴지지 않으며 괴리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음... 그냥 계속 할까?”
히메는 결국 지금의 상황이 어떻든 계속 플레이 하기로 결정하고 국가의 선택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은 B는 커녕 C도 겨우 하나 있고, 다른 부분은 전부 D나 E로 점철되어 있는 것을 보고는 레그나 제국을 선택해버렸다.
“레그나 제국입니다.”
“음, 시민이었나? 그럼 안으로 들어가도록.”
히메는 캐릭터의 생성이 이 정도로 끝이라는 것에 약간 실망했다. 가상현실 게임의 매력은 자신의 모습을 마음대로 커스터마이즈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지금 보니 자신의 본래 모습 그대로 접속이 되었으니...
“캐릭터의 외형 설정은 안 되나?”
의외로 익명성을 지켜주지 않는구나 싶어 히메는 안타까움을 느끼며 성 안으로 들어섰다.
성 안은 아주 멋졌다. 벽돌을 깔아 만든 도로를 보며 확실히 기술력은 좋은 도시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성 내부를 살피던 히메는 몇몇 유저들이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이제 곧 저들처럼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거, 빵 냄새가...”
어디서부터인가 풍겨오는 빵 냄새에 식욕이 자극된 히메는 침을 삼키며 빵 냄새가 풍겨오는 곳을 향해 이동했다.
“빵 냄새라니... 아, 지금까지 냄새를 구현한 게임은... 없었는데! 게다가 이 빵 냄새... 최고급이야!”
얼마 전 식당에서 먹어본 그 빵의 향과 비슷한 향이 지금 느껴지는 빵의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며 빵집을 향해 다가간 히메는 잠시 고민했다.
자신한테 돈이 있던가?
“아, 인벤토리!”
인벤토리를 보려 살피지만, 그런 것은 없다.
“에? 인벤토리! 안 열리네?”
잠깐 고민하는데 그런 히메의 뒤로 다가오는 누군가.
“아가씨, 뭐 하나?”
“아. 누구...신지?”
“난 쿠로라고 하네. 흐음, 아가씨 이 게임 처음 접속한 거로군?”
“아, 예.”
“나는 게임을 한 지 좀 되는 올드 유저라네. 뭐, 테스트 시절부터 해서... 아무튼 이 게임은 인벤토리가 없지. 그 주머니로 손을 넣어 봐.”
“주머니... 아, 여기요?”
히메는 조언에 따라 주머니에 손을 넣어고, 그 안에 들어있는 몇 개의 금화를 꺼냈다.
“그게 기본 자금이지. 고작 10골드라고 하겠지만, 그것만 해도 초반에는 충분해.”
“아, 감사합니다. 그런데 인벤토리가 없으면 힘들지 않나요?”
“이 게임이 현실감 최고라 불리는 이유가 바로 그런 것 때문이지. 힘들어 보이겠지만, 돈 좀 모으고 레벨 좀 올리면 이렇게... 마법가방을 구입할 수 있거든.”
쿠로라는 사내가 보여주는 가방은 고작 핸드백 수준의 작은 가방이지만, 쿠로의 팔이 전부 들어가고, 그 안에서 거대한 검을 꺼내는 것을 보고는 히메는 깜짝 놀랐다.
쿠로는 그렇게 히메에게 이것저것 알려주며 조언을 해주기 시작했고, 히메는 어쩐지 이 사내가 믿음직해 보이는 것에 조금은 의지하게 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자, 그럼 내 설명은 여기까지일세. 이후의 게임은 스스로 풀어나가 보라고.”
“감사했습니다.”
히메는 그렇게 말하며 멀어지는 쿠로에게 인사했고, 이후 다시 만나면 꼭 보답을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히메는 쿠로의 조언에 따라 직업부터 가지기 위해서 이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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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의 게임...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