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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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깨어난 것은3년 후였다. 나는 마치 잠깐 잠들었던 사람처럼 벌떡 일어났다.
몸이 무겁거나 결리기는커녕 한결 가볍고 유연했다. 맘 먹으면 덤블링이라도 할 수 있을 것처럼.
수십 명의 스태프와 김여갑 선생이 나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내가 깨어나는 시간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때 괜찮지? 더 빨리 해결하지 못해 미안해. 대신 이번에 정말 완벽에 가까운 몸을 구현했어. 어차피, 이게 완성형이라고 나는 생각해. 신체 밸런스라던지 중추신경계와 호르몬 대사를 제어하기가 더 쉬우니까."
김여갑 선생이 부드럽지만 긴장된 말투로 말했다.
벗겨진 내 몸뚱이를 살펴보았다. 눈에 보이는 곳은 다 달라져 있었다.
완벽하게 균형 잡힌 근육과 골격. 놀랍기보단 신기했다. 이게 내 것이라니....
거울을 봤다. 다행히 내 얼굴이었다. 새로운 몸과 얼굴이 제법 잘 어울렸다.
"결국 모가지 아래론 다 작살이 난 거군요? 사실상 나라는 인간의 실체가 거의 없어진 거네요."
"........하지만, 신체의 완성도는 훨씬 높아졌어. 신체 각 부위의 성능은 정말 경이로운 수준이야. 물론 그걸 직접적으로 평가하는 건 자네의 몫이겠지만 말이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찌됐든 나는 또 살아남았다. 회사도 내가 가능한 한 오래 살아남아주기를 바랄 것이다.
게다가 의사의 말 대로라면 더욱 뛰어난 신체를 갖게 되었다지 않는가.
생존한 자는 자신의 존재를 감하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 그게 정신건강에 이로울 테니까.
스태프들 사이에서 유하영이 보였다. 어깨가 둥글고, 가슴이 모아지고, 골반이 넓은...... 아름다운 몸매의 소유자.
그녀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 역시 감사할 일이다. 여하간 살아있다는 건 무조건 감사할 일인 거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생긋 웃어주던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떨궜다.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 이 이런!!"
내 자지가, 단단하게 발기돼 있는 것이 아닌가. 뻐근한 느낌과 함께 끄덕거리며 더욱 곧추서고 있었다.
김여갑 선생이 손짓으로 스태프들을 내보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이것도 자네 거야. 내 선물이지. 이 정도면 가짜와 진짜의 구분도 무의미하달 수 있지 않겠나?"
"정상적인 기능이 가능하단 말씀이세요?"
"방금 자네가 확인했잖나. 흠모하던 하영 선생을 보고 발기한거 아니었나?"
"......."
"우린 잔존 신체기관의 장기들이 점차 훼손된 이유가 결국 지속적인 스트레스 외에 다름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어. 그 스트레스의 여러 원인 중에서도 성 기관의 상실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봤지. 약물이나 기타 대체수단을 이용해서 성욕을 충족시키는 방법도 있지만, 우리는 성기를 복원하기로 한 거야."
"신....신기하네요."
"임상에서 보완할 부분이 많을 거야. 발기력이나 지속시간, 사정의 양, 내구성 등등 수도 없지. 특히 자네에게 남은 그 머리와 새로 장착한 물건이 얼마나 궁합을 이루느냐 그게 아주 중요하지."
믿기 힘든 얘기였다. 6년 전, 교통사고로 가슴 아래 신체를 잃었을 때부터 나는 오로지 생존해야 한다는 생각만을 하고 살았다.
남은 몸뚱이에 로봇 신체를 이식하기로 결심했을 때도 그저 자유롭게 걷고 싶다는 간절함 뿐이었다.
발기라니...섹스라니... 그런 건 완전히 물 건너간 줄만 알았는데.....
이제 대가리만 남은 괴물이 됐지만, 외관상 나는 더 훌륭한 신체를 선물받은 것이다.
괴물이면 어떤가. 남들에게 벗은 몸을 보여주고 실험용 쥐처럼 관찰되면 어떤가. 다 상관 없다.
"몇 가지 실험을 할 걸세. 나름 재미있을 지도 몰라. 발기력과 지속시간 같은 걸 측정할 거고, 조절할 거니까."
"뭐 좋을 대로 하세요."
"크기는 어때? 맘에 드나?"
그 사이 작아진 자지를 봤다. 작아졌다곤 해도 제법 묵직하다. 족히 10센티는 된다.
발기했을 땐 포르노에 나오는 남자들 자지 못지 않았다. 무엇보다 푸짐하고 탄력 있는 귀두가 맘에 든다.
교통사고 전 오리지날 물건은 귀두가 초라해서 늘 불만이었는데....
"네... 맘에 듭니다. 꽤 크네요."
"잘 됐군. 성능도 맘에 들길 바라네. 임상실험을 통해서 검증할 수 있을 거야."
"임상실험은 어떻게 하나요?"
"말 그대로 임상실험이야. 자네가 남자니까, 상대는 당연히 여자지."
"아.... 무슨 장비나 로봇이 있는 줄 알았어요."
"우리도 고민을 많이 했어. 자네더러 갑자기 누굴 사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애인이 생긴다 해도 우리가 모니터링을 하는 것에 동의할 지도 의문이고.... 더구나 법적 분쟁이나 기술 유출을 피하려면 스태프 중에서 파트너가 나와 줘야 한다는 데까지 의견을 모았지."
"스태프 중 한 명과 섹스를 한다고요? 그걸 모니터 하고요? 하하... 그건 제 쪽에서도 싫습니다. 다들 오랫동안 봐온 분들이고..... 제가 괜찮다 하더라도 여자 입장에선 용납이 되지 않을 거예요."
"우린 내부적으로 결정을 내렸어. 이하영 선생이 자네 상대가 될 거야. 물론 자네가 동의한다는 전제 하에 말이야."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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