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4부 <신들의 황혼> Part 3_3편.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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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恐皇) 4부 <신들의 황혼> Part 3_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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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779 회 작성일 24-01-16 09:1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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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아는 원래부터 자주 외유를 다니고 대학의 일은 다른 교수들을 조직해서 자신의 부재시에도 문제 없이 돌아갈 수 있게 만들어 두었었기 때문에, 그녀의 실종은 처음엔 대수롭지 않은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사피아가 없는 틈을 타서 스자스 탐은 자신이 하고싶은대로 계속 다른 줄키르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회유하거나 협박해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계획들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그것은 궁극적으로는 태이의 지배로 귀결될 것이었다.


슌 7세와의 문제에 대해서는, 슈발츠의 뜻대로 일이 돌아갔다. 지상의 정보원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제멋대로 편집증적으로 해석한 그 데미리치는 멋대로 스자스 탐을 자신의 새로운 적으로 규정하고, [반격]할 힘을 모으기 위해 에테르 차원에서 더 깊숙히 숨어들었다. 슌 7세가 숨어든 에테르 차원은 죽은 신들의 무덤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죽은 신의 잔해 속은 숨을 장소가 무궁무진한 은신처였다. 슌 7세가 스스로 모습을 나타내기 전까지 그를 직접적으로 탐색해 찾아내기는 점점 어려워져 가고 있었다.


한편, 심불은 스자스 탐의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다각도로 모험자들과 정보원들을 혹사시키는 중이었다. 슈발츠의 역정보 공작의 훌륭한 점이었지만, 약간의 진실이 담긴 거짓에 그녀는 완전히 속고 있었다. 그녀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독자적인 루트로 슌 7세를 추적했는데, 이 과정에서 데미리치의 수하들과 약간의 마찰도 발생했다. 이 [적대적]인 전투 정찰을 스자스 탐의 짓으로 착각한 슌 7세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스자스 탐에게 앙심을 품게 되었다. 지금까지 젤로나에 대한 복수를 꾸미던 그 데미리치는, 이제 스자스 탐에 맞설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사피아의 문제를 처리한 직후, 슈발츠는 쉴 새도 없이 다시 다음 문제에 맞닥뜨리고 있었다.


보통 발레리아 같은 결사적이며 또한 아름다운 탄원자가 아니면, 슈발츠는 일개인의 탄원에는 움직이지 않는 편이었다. 참견도 참견이지만, 슈발츠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의 크기가 크기인 만큼 그가 섣불리 어떤 문제에 개입하면 그 영향을 장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소소한 힘을 가진 자가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돌 하나에는 개구리가 맞아죽는 정도가 고작이라면, 그가 던진 돌은 개구리를 관통하고 수면에 명중해 해일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슈발츠는 이기적이고 잔인하긴 했어도, 개념이 없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남았고 거대한 세력들과도 맞싸울 만한 힘을 기르게 된 것이지만.


하지만 이번 탄원자들은 발레리아같은 미인은 커녕 우락부락한 기사들이었다. 게다가 가져온 문제가 보통 골치아픈 문제도 아니었다. 무려 지옥으로 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발츠가 탄원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탄원을 들어준 것은, 이 탄원자들이 플로라의 어께 너머로 탄원을 해 온 탓이었다.


[타임 오브 트러블]때 사라진 신 중 한명인 상인의 신 와우킨은 현재(DR 1379년 가을)까지 행방불명 상태였다. 많은 모험자들과 우호적인 교단의 성직자들까지 동원된 수색작업이 벌어졌지만, 그녀의 소재에 대한 단서는 물론 생사 여부에 대한 정보도 전무한 상태였다. 와우킨의 추종자들은 애가 탈 수 밖에 없었다.


헌데 의외의 정보원으로부터 단서가 나왔다. 톰의 팔라딘들이 언제나처럼 그라즈트를 모시는 지상의 사교도들을 토벌하던 중에 잡은 포로 하나가 흥미로운 정보를 불었다. 그들의 [신(즉, 그라즈트)]가 한 신격을 포로로 잡고 있으며, 그 신격으로부터 신성한 힘을 흡수하기 위한 거대한 의식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지상의 사교도들이 평소보다 활발하게 움직였고, 그 덕에 톰의 팔라딘들이 적발해 낸 것이긴 하지만.


사라진 신격이라면 당장은 와우킨 밖에 없다. 모시는 신이 최근 수니를 찝적거리고 있는 탓에 수니 교단과도 활발한 교류를 벌이고 있던 톰 교단에서 수니 교단으로 연락이 갔다. 지체 없이 슌의 교단에서  리리아의 교단과 와우킨의 교단에 소식이 갔다. 세 신은 같은 차원을 공유하는 동지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리리아 여신은 행불되기 전에 와우킨 여신으로부터 그녀의 포트폴리오(신이 가호하는 영역. 즉 와우킨이라면 [상업]의 영역)를 대신 맏아서 그녀의 신자들에게 주문을 내려줄 정도로 의리가 두텁다는 평도 듣고 있는 중이었다.


세 교단은 합심해서 그라즈트의 음모를 분쇄하기로 의논을 정했다. 그리고 그 데몬 군주의 계획을 박살내는 첫걸음은 그 데몬 군주의 지상 교단의 박멸이 될 터였다. 이것은 톰의 교단이 담당하기로 했다.


또한 사교도들을 밀어부치는 것과 동시에 와우킨의 구출을 위한 물밑작업도 시작되었다.이는 어비스까지 내려가 마왕의 왕좌를 뒤흔들고, 여신을 구출하는 영웅적인 작업이 될 터였다.


자금과 인력은 충분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전쟁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앞장서서 무력을 행사할 존재가 필요 했다. 그리고 이번엔 지옥으로 내려가는 임무였으니 단순히 무력이 강한 인물을 뽑는 것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문제였다. 수니의 교단은 와우킨의 구출을 위해 자원한 기사들이 있었고, 그들을 구출대의 일원으로 파견하기로 했다.


와우킨과 리리아의 교단은 수니의 교단처럼 전문적인 팔라딘 조직을 두고 있지 않았으므로 용병을 사야 했다. 물론 용병이라지만 그녀들의 뜻을 따르는, 즉 와우킨이나 리리아를 따르는 신자들 중에서 적합한 지원자를 선발하는 것이다. 두 교단은 매우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에, 결국 인선은 공동으로 하기로 결정되었다.


많은 쟁쟁한 후보들이 있었지만, 와우킨 교단은 여신을 구출할 [구출팀]의 리더로 슈발츠를 지목했다. 그는 일개 상인으로 젠타림과 맞섰던 실력자로 명성이 높았고, 평소에 와우킨 사원에 기부도 많이 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화려한 이력을 알고 있는 리리아의 교단도 이의가 없었다.


처음에 슈발츠는 거절했다. 그리고 그 문제를 더이상 자신과 논하는 것도 금지했다. 그는 소환된 악마들과 싸울 의향은 있어도 지옥으로 직접 내려가서 악마를 상대할 정도로 미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어비스를 침공하는 것은 군대가 필요했다. 그것도 현실에서는 존재하기 힘들 정도의 아주 대규모의 군대가. 게다가 거기 있는지의 여부도 확실히 모르는 여신을 구출한다는 계획 자체도 황당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슈발츠는 와우킨이나 리리아 교단은 모르지만, 수니 교단과는 트러블이 있었다. 칼라디나를 비롯한 슈발츠령의 도시들에는 갖가지 신들의 신전이 있었지만, 수니 교단의 신전은 허락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도 재미있는데, 본래는 수니 신전이 펀칼라와 솜므에도 세워졌고, 칼라디나에도 세워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칼라디나에서 벌어진 한 청치적 사건은 슈발츠령에서 수니 신전의 추방을 결정하고, 그 건립을 금지하는 것에까지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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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치적 사건]이란 이렇다.


칼라디나엔 슈발츠 상단 말고도 슈발츠와 관계맺음을 하고 있는 많은 다른 상인들의 거처나 주재소가 있엇는데, 가장 세력이 큰 두 가문의 저택도 포함하고 있었다. [기타]와 [만돌린]이라는 이름의 이 두 가문은 칼라디나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대로를 중심으로 동서로 반대편 성벽 인근에 저택을 짓고 거주하고 있었다. 이들은 슈발츠만큼의 영향력은 없었지만 각자의 상선대를 보유할 정도의 갑부들이었고, 공교롭게도 무역업에 있어서도 경쟁자였다. 또한 당연하게도 슈발츠에겐 중요한 사업 파트너였다.


그리고 진정한 문제는 이 두 가문이 대대로 이어지는 원수지간이었다는데 있었다. 단순히 같은 상품을 취급하는 정도의 경쟁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가문 구성원을 적대시하는 정도가 거의 도를 넘어설 지경으로, 이를테면 슈발츠가 엄정한 감시의 눈을 번뜩이고 있지 않는 내해의 다른 지역에서는 이 두 가문에 고용된 스파이들 끼리의 암살이나 상대의 상선에 대한 파괴공작이 공공연하게 행해져 오고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슈발츠는 자신의 영역 내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면 무관심했다. 그들도 슈발츠의 [성격]을 들어 아는 터라 해적 군도의 영내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사단을 벌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사건은 결국 터졌다.


칼라디나의 기타 가의 저택에서 벌어진 파티에 만돌린 가문의 젊은 패들이 난입해서 싸움이 벌어져서 한명이 죽고 여섯명이 중상을 입는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었다. 게다가 중상을 입은 손님 중에는 슈발츠의 상단의 서기도 있었다. 원인은 기타 가문의 후계자인 [아서스 기타]가  만돌린 가문의 젊은 영애인 [제이나 만돌린]를 항해 중에 납치해 감금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 역시 슈발츠령 밖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일단 친위대는 난입한 자들을 체포하고 이 사건을 티르의 사원에 송치했다. 슈발츠에게도 이 사건의 보고가 올라갔지만, 슈발츠는 그때는 사피아 납치의 뒤처리를 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던 데다 두 가문이 스스로 알아서 일을 수습하기를 바라고 있었기 때문에, 살인자들에게 교수형을 내리는 선에서 사태의 끝을 보길 원했다.


하지만 이튿날 이 공격에 대한 반격으로 항구에 있는 만돌린 가문의 창고가 불탔다. 그 창고만 불탄 것이 아니라 다른 상인들의 창고에도 불이 옮겨 붙어 수천 두아트에 상당하는 피해가 발생했고, 불을 끄려던 야경단원 두명이 사망했다.


기타 가문은 자신들의 짓임을 부인했지만, 마법을 통해 자초지종을 알아낸 바로는 그들의 진술과 달랐다. 기타의 젊은 패거리들이 저지른 짓이었던 것이다. 위증자와 방화범 모두 도망치기 위해 탑승했던 배 위에서 체포되어 법정에 서야 했다.


그리고 재판정에서 교수형이 선고되는 동안 한 결사적인 만돌린 가의 탄원자가 나타나 상황이 바뀌었다.


탄원자는 만돌린 가문에서 대대로 고용된 고용인 집안의 여성이었는데, 납치된 제이나 만돌린의 개인 시녀이기도 했다. 그녀는 납치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사실 제이나와 아서스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사랑의 도피를 한 것이라는 폭로였다. 실제로 그녀도 살해자중 한명을 몰래 사랑하는 처지였다. 속아서 저지른 일이니 살해자들에게 사형만은 면해달라는 것이 탄원의 요지였다.


문제가 이쯤 되니 슈발츠가 개입하게 되었다. 슈발츠는 두르나를 필두로 한 정보원들에게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라는 임무를 내렸다. 그리고 심문관들의 반응은 신속했다. 범인들은 별로 뜸들이지 않고 자신들의 행위들을 인정했다.


일단 슈발츠는 난입자들 중 죄질이 경미한 자들에겐 추방형을 내렸다. 직접 살해에 참가하고, 방화를 기획한 세명에게는 교수형이 언도되었다. 그리고 [사랑의 도피]문제에 대해서는, 신전 설립 문제로 칼라디나에 상주하고 있던 수니의 성직자들을 불러 자초지종을 캐물었다. 그녀들은 대답하지 못했다. 결국 진실을 말하도록 마법으로 강제한 후에야 그들은 자신들이 두사람의 사랑의 도피 장소를 물색해 주고 변장을 위한 마법 물약도 만들어 주었음을 실토했다.


자백에 따르면, 스캔들은 수니의 성직자의 도움을 얻어 이뤄졌다. 두사람의 만남은 성직자들이 개입한 바가 있다고 확신할 수 없었지만, 이후에 [사랑을 키워 가는]과정에서의 도움은 실로 지대했다.


첫째로, 두명의 밀회 장소를 제공했다. 임시 성소라 해도 더운 지방인 칼라디나에선 더위를 피하기 위해 두껍고 견고한 벽을 둘러친 석조 건축물이었고, 사람들의 눈을 피할 만한 은밀한 공간을 만드는 데도 적격이었다.


둘째로, 게다가 그렇게 밀회 장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모자라서, 밀회와 도피를 위한 마법적인 도움까지 제공했다. 수니의 성직자가 준 마법 물약 덕에 모습을 바꿀 수 있었던 제이나는 쉽게 자신의 거처를 빠져나와 아서스에게로 갔던 것이다. 실제로 제이나를 [납치]한 후의 아서스도 같은 방식으로 웨스트게이트로 향한 후 종적을 감추었다. 거기서 육로를 통해 엠이나 다른 소드 코스트 연안의 붐비는 도시로 가서 숨어버리면, 내해 연안에서 아무리 세도가 큰 가문이라 해도 찾는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었다.


만약 이것이 그냥 그저 그런 중소 상인 가문의 후계자들의 사랑의 도피라면, 그리고 유혈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다면 눈감아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상단의 사무관 한명이 중상을 입었고, 야경단원 두명이 희생되었다. 사무관도 야경단원도 친위대 만큼 좋은 급료를 받지는 않지만 엄연히 슈발츠 휘하에서 종사하는 그의 부하였다. 그리고 슈발츠는 자신의 부하가 희생된 일에 대해서는 절대 관대한 인물이 아니었다.


칼라디나를 비롯해 슈발츠령에 건립되고 있던 수니 여신의 성소는 슈발츠 상단에 강제로 매입되고, 성직자들은 정중하지만 강경한 퇴거 명령을 받았다. 이 사태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성직자들은 위법한 일을 도운 댓가로 거액의 벌금까지 물어야 했다. 어떤 신격의 사원이든 슈발츠령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퇴출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명확히 한 것이다. 기타와 만돌린 두 가문 역시 문제를 일으킨 댓가로 거액의 벌금과 함께 칼라디나에서의 퇴거를 명령받았다.


이것이 수니 교단과의 악연이었다. 물론 수니 교단은 이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지만, 이후로 칼라디나나 다른 슈발츠령의 도시에 성소나 사원을 세우기 위한 공작을 더 걸어오진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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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치적인 처리는 끝났지만 한가지 처리해야 할 문제가 더 남아 있었다. 사랑의 도피를 한 장본인들.


슈발츠는 이들을 추적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들인 끝에, 엠의 외곽의 농장에 숨어 사는 젊은 부부를 찾아낼 수 있었다. 부하의 복수도 겸해서, 슈발츠는 이들의 문제를 직접 처리하기로 했다. 여름이 가기 전에 직접 가려 뽑은 보복부대와 함께 이 도피 커플의 신혼집에 들이닥쳤던 것이다.


" 대장님, 저 집이 맞습니다. "


교외의 소박한 통나무집에서 막 식사를 준비하는 것인지 연기가 오르고 있었다. 그보다 멀리 말이 끄는 수레가 보였다. 짐수레 위에 올라 말을 부리고 있는 남자의 얼굴은 초상화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아서스 기타]를 찾았던 것이다.


슈발츠는 손짓으로 능숙하게 부하들을 지휘했다. 죽이는 것 자체는 어려울 것이 없었지만, 그래도 머지 않은 곳에 다른 인가도 있었다. 필요없는 소란을 일으켜서 목격자를 늘리 봐야 좋을 것이 없었다. 슈발츠의 지시에 따라 보복부대원들이 집 근처를 감싸고 매복하는 동안, 아서스가 집에 도착했다. 방울 소리로 남편의 도래를 알아차린 제이나가 반가운 얼굴로 그를 맞았다.


슈발츠의 기대와 어긋났던 것은, 제이나의 뒤를 따라 나타난 두명의 인간들이었다. 한눈에 봐도 수니 교의 사제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차림(옷의 한군데가 크게 터져 있어 속살이 환하게 비치는)을 하고 있는 일남일녀는 아서스 부부와 잘 아는 사이인 듯 했다.


수니의 성직자가 다시 끼어들다니. 슈발츠는 속으로 짜증을 내면서, 보복부대원들에게 기어나오는 놈은 모두 사살하도록 지시한 후 두명의 부하만 거느리고 직접 문을 걷어 차고 들어갔다.


콰앙!...


" 헛!... "


놀라서 돌아보는 아서스를 보면서, 슈발츠는 먼저 자신의 방문 목적을 알렸다.


" 아서스 기타. 제이나 만돌린과 함께 잠적한 일로 인해 슈발츠 상단의 인명과 재산에 손해를 끼친 죄를 물으러 왔노라. "/슈발츠


" 그...무슨? "/아서스


슈발츠는 은색의 눈동자를 이글거리며 웃었다.


" 죽은 자들의 목숨 빚, 그리고 불탄 창고의 물건 값. 너희 [부부]의 목숨으로 값아야 하지 않겠나... 실은 그러고도 약간은 변제하기에 모자란 감이 있지만. "/슈발츠


" 자, 잠깐만요! 이분들에겐 전혀 악의가 있는게... "/수니의 신도 A


수니의 신도 중의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슈발츠는 귀찮은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그대로 염동력을 일으켜 그녀를 옆으로 밀어붙였다.


" 어...어어어...? "/수니의 신도A


" 악의가 있었던 없었던. 자신들의 이기심으로 인해 야기된 희생에는 책임을 저야지. "/슈발츠


" 그런 말도 안되는... "/수니의 신도 B


다음 수니의 신도가 나서려는 것을 슈발츠가 턱짓으로 부하를 시켜 가로막았다. 그것을 보며 아서스가 슈발츠 앞을 가로막아 섰다.


" 책임을 지라면 지겠소! 하지만 내 아내는... 내 아내는 살려 주시기 바라오. "/아서스


" 흠, 제법 남자 답군. 그렇게 하지. "/슈발츠


내해 인근에서 슈발츠의 무용은 유명하다. 아서스도 검술을 배우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코르만도르의 드로우들을 물리치고 미쓰 드레노어의 수복을 도운 영웅을 자신이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까지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니 부질없이 반항하다가 제이나까지 해코지를 당하게 하느니 차라리 자신이 책임을 지고 깨끗하게 죽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 여보... "


일어서려는 제이나를 아서스가 다시 앉혔다. 그리고 다시 슈발츠 쪽을 돌아보았다. 슈발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 기개가 있군. 이런 일로 죽기엔 아까울 정도로 말이야.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


슈발츠는 허리춤에서 글람을 꺼내어 칼집 째로 아서스의 발치에 던졌다.


"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잘 알고 있으리라 믿네. "


아서스는 글람을 집어 들었다. [슬픔]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비범할 정도의 예기가 칼집 밖으로까지 풍겨나오는 강력한 마법검이다. 아서스가 그것을 꺼내 들자, 뒤에서 제이나가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


" 아악!... 안돼요!... "


그녀는 슈발츠도 놀랄 만한 속도로 일어나 아서스를 밀쳐내고는, 글람을 뺏아 들고 슈발츠를 향해 휘둘렀다. 여자의 손에 들려 있다 해도 마법검은 마법검. 슈발츠는 타이밍을 놓치고 어께를 제법 깊숙히 베였다.


" 크헛... "


피가 솟구쳐 오르며 시야를 가리는 동안, 슈발츠의 마법에 의해 눌러져 있던 수니의 신도도 품속에서 마법봉을 꺼내어 휘둘렀다.


" 이분들을 죽게 내버려 둘수는 없어! "/수니의 신도 A


콰콰쾅!!...


" 크윽!... "/슈발츠


천정으로부터 떨어진 신성한 화염이 슈발츠의 전신을 감싸며, 그를 원래의 용의 모습으로 되돌렸다. 아서스 무리가 그걸 보고 놀라서 주춤하는 동안, 보복 부대원들이 지체 없이 반응해 칼을 휘둘러 수니의 성직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슈발츠 역시 상당한 타격에 휘청거렸지만 곧바로 회복해 다시 칼을 찔러들어오는 제이나의 공격을 피해낸 후,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붙잡고 하늘 높이 들어올렸다.


" 아, 안돼!.. ."


우드득!... 퍼억!...


다음 순간, 슈발츠의 손에 붙잡힌 제이나의 몸이 그대로 대회전을 하며 목뼈가 부러지는 섬칫한 음향이 울려퍼졌다, 그리고 그대로 슈발츠는 부러진 수수깡 인형 모양이 된 제이나를 마룻바닥에 내동댕이쳤다.


" 아아아!... 제이나!!! 제이나아아아아!!!... "


순식간에 참혹한 시체가 된 제이나를 부여잡고 오열하던 아서스는, 아직도 그녀의 손에 단단히 붙잡혀 있는 글람을 보고 눈을 번득였다. 주변에서 어지러운 싸움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의 눈에는 오직 증오스러운 슈발츠 밖에 보이지 않았다. 글람을 집어 든 아서스는 그대로 푸른 주화를 일으켜 상처를 회복하고 있는 슈발츠를 향해 검을 세우고 달려들어왔다.


서걱...


슈발츠의 손에서 뻗어 나온 은빛의 칼날이 아서스의 목을 잘라버린 것은 그 다음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의 새로운 마법적인 힘의 발로였던 그 은빛의 검날은, 환상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허공을 날아 떨어진 아서스의 머리는 아직도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모르는, 원한에 가득찬 표정이었다.


" 신들의 분노가 두렵지 않느냐, 이 괴물아!... "/수니의 신도 B


막 검에 찔려서 비틀거리던 수니의 성직자가 슈발츠를 향해 피를 토하듯이 외쳤다. 슈발츠는 아무말 없이 손을 뻗어 그 성직자의 모가지를 움켜 쥐고 벽에다 밀어붙였다. 통나무 집이 우지끈 하는 소리를 내며 흔들리면서, 수니의 성직자가 입 밖으로 피를 한움큼이나 토해 냈다.


" 크아악!... 크륵... "/수니의 신도 B


" 신들의 분노?... 나는 여기에 나와 내 부하들이 입은 피해의 댓가를 추궁하러 온 것이다. 저지른 일에는 책임을 져야지? 그런데 남의 일에 감놔라 배놔라 하면서 나서서 손해를 끼치고, 미리 싸움을 준비해 와서 비열한 기습을 한게 누구더라?... 아마도 [신성한] 예지마법 같은 것의 도움을 받았겠지? 그러고도 비겁이란 말이 입에서 나오나? 너같은 놈을 보고 세상의 쓰레기라고 부르는 것이다. "/슈발츠


슈발츠의 이글거리는 시선을 정면으로 받은 수니의 성직자는 공포에 질렸다. 그대로 슈발츠는 남은 손으로 그 얼굴을 두들겨 부숴 버린 후, 나머지 하나의 성직자를 향해 주문을 영창했다.


" 죽어라, 쓰레기! "/슈발츠


파바바바바밧...


" 끄아아악!... "/수니의 신도 A


펼쳐진 슈발츠의 손 주변에서 마법진 하나가 환상같이 떠오른 후, 그것이 여러개의 작은 하얀 차원문으로 바뀌어 나뉘면서 그 안에서 끝이 날카로운 얼음 기둥이 몆개나 튀어나와 날았다. 수니의 성직자는 날아온 얼음 기둥에 맞아 시체조차 온전히 보전할 수 없을 정도로 짓이겨지고 얼어붙은 시체가 되었다. 아니 심지어 얼음기둥들은 통나무 벽에 맞아서 부서져 사방으로 튀어 날아가 쓰러진 다른 시체들에까지 맞았다.


...


수라장이 되어버린 실내에서 서 있는 것은 슈발츠와 그의 보복부대원 두명 뿐이었다. 시체들은 온전한 것이 없었다. 참혹한 광경이었지만, 슈발츠는 물론 그의 부하들도 이런 광경엔 익숙했다. 다만 이번에는 입맛이 좀 쓸 뿐.


" 돌아 가자. "/슈발츠


" 존명! "/보복부대원


슈발츠는 집을 태워 뒷정리를 하라고 지시한 후에 보복부대원들을 이끌고 칼라디나로 돌아 갔다.


.
.
.


사실 저번편과 이번편은 나누기가 애매해서 좀 어중간하게 끊었습니다. 이것도 역시 퇴고가 안된 관계... 이니 너그러이 봐주시길. ㅠ.ㅠ

 

추신: 에픽 레벨로 가자 전혀 스토리가 안떠오르는군요.  대충 누구를 잡고 누구를 처리하고 정도는 뼈대가 서 있는데, 거기 살을 붙이기가 무지막지하게 애매합니다. 이번 파트 3에서보면 그 삽질을 절실히 보실수 있으실 겁니다. 어흐흙...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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