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4부 <신들의 황혼> Part 3_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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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티르 왕실과의 [외교적]인 거래를 해결하고 칼라디나로 돌아온 슈발츠에게 헬베티아 편으로 스자스 탐으로부터 편지가 도착해 있었다. 편지엔 태이의 최근 정세와 새로운 소식들이 적혀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스자스 탐이 [시어릭의 동맹자]로 지명한 변화술 아카데미의 새로운 학장에 대한 자료가 그의 눈을 끈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엠으로의 모험은 유니콘의 서를 파괴하는 것으로 끝맺음을 맺었지만, 그 덕분에 시어릭 교도들의 토벌 건은 사실상 흐지부지 된 상태였다. 비록 엠의 6인 회의에서 시어릭 교에 대한 묵인 정책을 포기하도록 만들었지만, 또한 시어릭 교도의 축출 작업 자체는 열성적이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스자스 탐이 다음 목표로 찍은 것은 사피아(Shafia Fathfinder: 진정한 중립 인간 여성 변화사 10/레드 위저드 9)였다. 최근에 생긴 소란(줄키르 자리를 노리는 학파 내부의 내전)을 거쳐 새로이 변화술의 줄키르가 된 이 젊고 매력적인 천재 마법사는 다른 줄키르들의 권력투쟁이나 알력에는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고 새로운 변화술 마법 연구에만 몰두하는 학구파였지만, 바로 그때문에 전임자보다 그가 제어하기 어려운 상대였다. 뇌물도 협박도 통하지 않는 이 줄키르를 배제하기 위해, 스자스 탐은 결국 슈발츠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이었다.
이미 그녀를 시어릭 교도로 [곡해]시킨바 있는 스자스 탐의 다음 작업은 간단했다. 그녀가 가끔 홀로 래쉬맨의 변경에 있는 이마스카리의 고대 유적을 탐험한다는 정보를 흘리기만 하면, 나머지는 슈발츠가 알아서 할것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슈발츠로부터는 그녀를 잡기 위해 암살자를 수배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슈발츠가 직접 나서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던 스자스 탐은 약간은 실망했지만, 슈발츠가 착수하는 일은 언제나 만족스러운 결과로 끝났다. 슌 7세를 추적하는 작업의 고삐를 늦추지 않으면서, 그는 느긋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사피아 쪽의 일은 안좋게 돌아갔다. 어새신들이 (처참하게)실패한 것이다. 사실 일부러 슈발츠가 실력이 떨어지는 2류를 고용하기도 했지만, 2류는 2류 나름의 훌륭한 점이 있었다. 스스로의 실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자각하고 다른 수단으로 모자란 실력을 메꾸기 때문이다. 그런 2류들이 처참하게 실패했다는 것은 사피아라는 이 젊은 줄키르가 2류의 방식에도 대처 경험이 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무렵 슈발츠에게 사피아의 초상과 자세한 신상정보들이 도착했다. 초상에서 웃고 있는 것은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였다. 대머리라는 점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마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 내의 문제였기 때문에). 슈발츠는 보통 아름다운 여자를 무조건적으로 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 드는 여자들을 필요에 따라 소유했는데, 사피아도 슈발츠의 마음에 드는 범주에 속하는 여자였다. 게다가 태이의 줄키르다. 활용가치가 더없이 높은 목표였던 것이다. 때문에 그는 사피아를 죽이는 대신, 자신의 노예로 삼기로 했다.
헬베티아측에서도 새로운 정보가 도착했다. 스자스 탐이 슌 7세를 거의 추적해 냈으며, 그 데미리치가 궁지에 빠져 있다는 사실과, 스자스 탐이 그 데미리치와 거래를 시도할지도 모른다는 정보였다. 리치와 데미리치가 손을 잡으면 그 동맹으로부터 나오는 일이라고는 살아있는 자들에게는 민폐스러운 일들 뿐일 것이다. 슈발츠는 일이 그렇게 돌아가게 둘 수는 없었다.
슈발츠는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를 얻는데 능숙했지만, 또한 반대로 역정보를 흘리는 데도 능숙했다. 자신이 연루되었다는 정보를 쏙 빼먹은 채로 스자스 탐이 전설의 데미리치 슌 7세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그와 손을 잡을지도 모른다는 정보를 녹석궁(미스트라 스폰의 하나인 아글라론드의 마녀 여왕, 심불의 궁전이다)의 내부로 흘려넣는 일은 조금 귀찮은 작업을 요구하긴 했지만 어렵지는 않은 일이었다. 그저 몆가지 단서들, 즉 스자스 탐이 최근에 사들인 마법 연구 재료 목록과, 그의 래드 위저드 에이전트가 각지의 도서관에서 슌 7세에 대한 고대 문헌을 찾아봤던 정보를 잘 흩어서 거래하고 있는 상인의 어께 너머로 녹석궁의 정보망에 던져넣어 주기만 하면, 나머지는 일사천리였다.
그리고 적대국가인 태이의 수장이 꾸미는 음모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마녀 여왕의 반응이 어떨지 정도는 명백한 것이었다. 다만 이 반응은 슈발츠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되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되도록이면 슈발츠가 원하는 시기에 터져 주면 더 좋고. 이번에도 그는 일종의 [멀티 태스킹]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한편으로는 사피아를 아무도 모르게 제압하는 작업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심불과 슌 7세와 스자스 탐이 3파전을 하도록 [조절]하는 작업이었다. 전자는 직접 해야 했고, 두번째는 휘하의 [정보 조직(즉, 원지로부터 거래하는 독립 상인들과 영내에서 활동을 인가받고 있는 스파이들)]을 다시 동원했다.
영혼 보석이 몽땅 부서지고 유니콘의 서가 파괴당하는 통렬한 타격을 입었지만, 슈발츠는 슌 7세가 재기할 능력이 있음을 의심치 않았다. 지식은 곧 힘인 마법사들의 세상에서, 슌 7세만큼 방대한 지식과 노련함을 가진 자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게 언제냐 하는 것이다. 스자스 탐과 같은 자와 손을 잡는다면 그 복귀 시기는 극적으로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었다. 따라서 슈발츠는 그와 스자스 탐이 손을 잡는 사태도 미연에 막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슌 7세는 비록 당분간 재기하기 힘들 정도로 강렬한 타격을 입은 채 에테르계에 세운 자신의 비밀 아지트에 처박히긴 했어도, 여전히 지상에 눈과 귀를 가지고 있었다. 그를 위해 일해주는 언데드나, 현혹된 자들 따위의 정보원으로부터 수시로 지상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반대의 상황에서 슈발츠 자신도 그러리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슈발츠 역시 슌 7세의 지상 정보망의 존재 유무에 대해 의심하지는 않았다. 또한 그는 지상에 있는 슌 7세의 정보원을 찾아낼 가망성에 기대지도 않았다. 거기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적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는 슌 7세의 정보원들에게 스자스 탐이 슌 7세에 대해 뭔가 불리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게끔 만드는 정보를 던져주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이 문제에 있어서 슈발츠는 한가지 유리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스자스 탐이 [전과]가 있다는 점이었다. 잘 알려져 있진 않았지만 그는 DR 1372년에 고대의 악마 하나를 영원히 속박하려다 오히려 그 악마를 풀어주는 대사건을 저질러서 줄키르 사이에서 그 체면이 크게 깎이는 일이 있었다. 당시엔 슈발츠도 몰랐지만, 슈발츠의 새 동맹자인 헬베티아가 그 정보를 물어 왔던 것이었다. 이만한 대사건이라면 슌 7세의 정보망에 걸려들지 않을 리가 없었다.
슌 7세의 정보원들은 주로 소드 코스트 인근에 흩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았고(거기가 옛 슌 제국의 영토였고, 최근까지 젤라노라의 몸을 빌려 돌아다녔었으니) 때문에 슈발츠의 역정보 공작은 거기서부터 시작했다. 그는 일부러 엠 일대에서 스자스 탐의 이름을 약간씩 흘리며 의식마법에 사용하는 마법 재료들을 비밀리에 사모았다. 평소에도 스자스 탐은 자신이 직접 관여했음을 밝히기 꺼려지는 작업에 들어가는 물품들은 원지에서 구매한다는 평판이 있었기 때문에, 이것은 유효했다. 돈은 많이 들었지만, 결과적으로만 보자면 그것은 돈값을 하는 공작이었다. 슈발츠의 공작이 슌 7세의 귀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공작은 새도우 시프가 건재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전의 사건으로 인해 엠에서의 세력이 크게 위축된 새도우 시프들은 좀 더 남쪽, 즉 테티르와 칼림샨 쪽으로 침투해 들어가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사피아에 대해서는 슈발츠 자신의 무력에 직접 호소해야 했다. 납치엔 암살자는 쓸모가 없었고, 더이상 누군가를 대신 시키다가 슈발츠 자신에 대한 정보가 흘러들어가는 것 보다는 조금 수고스럽지만 직접 일을 해결하는 것이 나았다.
래쉬맨과 슈발츠의 사이는 나쁘지 않았다. 목재과 엘프제 무기, 장신구 거래를 목적으로 슈발츠 상단의 지부가 오래전부터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래쉬맨의 마녀들은 무역이 국력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슈발츠의 상단과의 거래를 존중해 주었고, 때문에 슈발츠는 차원문의 도움을 받아 그들의 영토를 간단히 방문할 수 있었다. 언제나처럼 그의 곁에는 두르나가 따르고 있었다.
스자스 탐의 정보를 통해 사피아의 다음 목표물이 래쉬맨의 요새 도시인 멀산티르 인근에 있는 옛 이마스카리 유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슈발츠는 그녀가 그곳에 도착하기 전(당연하게도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사피아는 마법보다는 도보를 사용해야 했다)에 그 유적에 들어가서 함정을 놓을 생각이었다.
높은 수준의 주문시전자는 강력한 존재다. 비단 그들이 주문을 사용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렇다. 무슨 말인가 하면, 그들은 평소에 자신의 주문으로 창조한 갖가지 다양한 [유리점]을 가진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지금 슈발츠가 보고 있는 사피아 소유의 미스릴 고렘 같은 창조물은 보디가드로써는 어줍잖은 전사보다 훨씬 나았다. 그리고 고렘이 혼자 처리하지 못할 정도의 규모로 적이 나오면, 그냥 옷소매 안이나 허리춤에 숨겨둔 주문이 저장된 롯드를 꺼내어 쓰면 그만이라는 식이었다. 마법사가 진정 준비해 둔 [주문]을 쓰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게다가 그녀는 태이의 줄키르다. 사용할 수 있는 자원에 대해서라면 당대 최고 반열에 속하는 존재였다.
다만 태이의 줄키르이기 때문에, 태이와는 적대관계인 래쉬맨에 대규모의 탐사단을 데려올 수는 없었다. 모험이든 탐사이든 되도록 소규모로, 이경우에는 그녀가 직접 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그녀에겐 대단히 불리한 점이었다.
하루 동안 숨어서 사피아의 전술을 살핀 슈발츠는, 어줍잖은 함정을 쓰느니 조심스럽게 추적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그녀가 자원을 소모하기를 기다리는 편이 훨씬 더 현명한 선택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그녀가 주특기로 삼는 변화술 마법은 슈발츠의 비늘이 퉁겨낼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섣불리 덤비다가 그녀의 보디가드인 미스릴 고렘 앞에서 개구리나 쥐로 변하기라도 한다면, 망신은 둘째 치고 목숨이 위험했다.
이마스카리 유적의 수호자(인 정령들)와 래쉬맨의 적대적인 스피릿들은 물론 사피아의 침입을 환영하지 않았다. 유적은 깊었고, 굉장히 복잡한 구조였으며, 한번 전투에 말려들면 빠져나오기 어려웠다. 슈발츠처럼 사피아도 안전한 휴식처를 창조하는 주문으로 자신을 재충전하긴 했지만, 미스릴 고렘과 다른 소환물들, 그리고 유한한 자원들의 소모는 숨기기 어려웠다. 반면에 슈발츠와 두르나는 은신과 잠행에 있어서는 전설적인 경지의 전문가인데다 함정 역시 수월하게 피해갈 수 있어서 그런 기예를 모르고 부하들을 앞세우고 도구를 써야 하는 사피아보다는 훨씬 유리했다.
게다가 슈발츠 일행은 사피아가 뚫어놓은 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으니, 자원의 소모라는 점에서 둘은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던전에서 사흘을 보내었다. 사피아는 꽤 깊은 곳 까지 내려갔고 제법 괜찮은 수확을 얻었지만, 이것이 한계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돌아가기 위해 던전의 바닥에 차원이동의 마법진을 그리는 그녀를 지켜보고 있던 슈발츠는 비로소 두르나에게 신호를 주었다.
마법사의 보호 마법의 성질을 알면, 그것을 부수는 방식 역시 알 수 있다. 젤로나는 방대한 지식을 가진 마법사였고, 때문에 변화술의 다양한 보호 수단에 대해 아는바가 많았다. 사피아를 잡으러 가기 전에, 그녀는 한철로 만든 화살을 슈발츠와 두르나에게 각각 다섯개씩 나누어 주었다. 그것은 변화술 마법을 일시적으로 무력화 시키는 세공이 되어 있는 화살이었다. 한번 이상 쓸 수 없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쐐액!...
" 아악!... "
두르나가 날린 화살 끝에는 드로우의 마비독이 묻어 있었다. 화살을 어께에 맞은 사피아는 비로소 습격자가 있음을 알아차렸고, 그것은 그녀의 호위병인 미스릴 고렘도 마찬가지였다.
슈우우우...
두르나를 향해 몸을 돌리는 미스릴 고렘의 등 뒤의 그림자 아래서 슈발츠가 홀연히 나타났다. 그리고 미처 그 고렘이 반응하기도 전에 용수를 휘둘러 고렘의 한 팔을 잘라 버렸다.
투캉!...
고렘의 팔이 하늘을 날았고, 이어서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고 뒤뚱거리는 미스릴 고렘의 다리를 걸어 자빠뜨린 슈발츠는 고렘의 위로 올라탄 다음 환도를 회수한 채 맨손에 마력을 집중해 그 고렘의 머리를 내려쳤다.
퍼석!...
굉장한 소리와 함게, 미스릴 고렘의 안면이 슈발츠의 주먹 모양으로 함몰되었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그 거대한 쇳덩이를 침묵시킬수는 없었다. 고렘이 반격으로 돌아서고, 격렬한 격투가 벌어졌다. 그리고 그 동안 두르나는 활을 버리고 채찍을 들었다. 독에 중독되어 비틀거리는 사피아를 향해 달려든 그녀는, 그 마법사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날렵한 동작으로 그녀를 밀쳐서 비틀거리게 한 후, 채찍을 휘둘러 그녀를 후려쳤다.
짜악!...
" 아악!... "
채찍이 주는 아픔에 비명을 흘리는 사피아.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마법봉이 땅바닥을 굴렀다. 때를 놓치지 않고 다시 채찍을 그녀의 다리에 감고 잡아당겨 쓰러드린 두르나는 왼손으로 레이피어를 꺼내러 그녀의 가슴에 갖다 댔다.
" 골렘을 멈춰! "
그렇게 전투는 끝났다. 제압당한 사피아는 이내 독의 효과로 인해 혼수상태에 빠져 들었고, 슈발츠와 두르나는 그녀의 상처를 치료해 준 대신 로브에서 팬티까지 몽땅 털었다. 그녀가 몸에 새긴 문신이 마법적인 효과를 가진다는 것을 알고 있던 슈발츠는 [지우개]의 마법이 저장된 롯드(이것도 젤로나가 만들어 준것)을 이용해 알몸이 된 사피아의 전신 구석구석에 있는 문신들을 정성들여 지웠다. 그러고 나자, 비로소 사피아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깨끗한 알몸이 되었다.
부서진 미스릴 고렘까지 회수한 슈발츠는 그대로 자신의 차원으로 돌아 왔다. 고렘은 젤로나에 의해 [재조립]과 [재인식]과정에 들어 갔고, 사피아는 슈발츠의 [서재]에 감금되어서 조교를 기다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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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나오신 사피아양은 네윈나 2 확팩에 나오신 그분이 맞습니다. 게임의 오리지널 캐릭터고, 공식은 아닙니다. 대머리치곤 매력적인 아가씨지요. 게다가 줄키르. 에픽에 근접한 변화술 특화 법사님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