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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영웅-(부제: 로얄 블러드) - #23 강행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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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056 회 작성일 24-01-15 17:0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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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군을 재편성한 로드리아 저항군의 군사들은 두 개의 군으로 나뉘어서 이동을 시작하였다.


 


총 4천명의 병사들이 움직이는 대규모 군사작전이었다.
로자리아 왕녀가 이끄는 1군과 란셀롯 왕자가 이끄는 2군,
1군은 궁수, 창병, 검병, 그리고 왕녀의 친위대인 피닉스 기사단으로 이루어진 총 3천5백명의 대군단이었고,
란셀롯 왕자가 이끄는 2군은 순수하게 기마병단으로만 이루어져 기동력을 최우선시한 단일 기마 부대였다.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일 수 있는 그런 군대를 가진 란셀롯 왕자는 요새를 나서자마자 빠르게 행동을 개시했다.
란셀롯이 이끄는 2군은 빠른 속도로 적들의 운송부대를 향해 나아갓다.
기병들로 이루어진 탓에 그들의 속도는 놀라울 정도였다.


 


-두두두두~~~!!


 


(도대체 란셀롯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란셀롯의 곁에서 보좌를 하듯 말을 달리고 있던 카렌이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란셀롯을 몰래 쳐다보며 생각했다.


 


(기마병으로만 이루어진 부대는 공격력에서는 최강이지만, 방어력은 전무하다 싶을 정도이기에 단독운영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은 병법에서 상식이거늘...)


 


뛰어난 돌파력과 가속도에서 오는 강력한 공격력은 기마병만이 지닐 수 있는 최고의 무기였다.


하지만 그 가속도라는 것은 언제나 양날의 칼날과 같은 것이었는데,
창병들로 이루어진 단단한 방진에 돌격을 하게 되거나, 가속도가 떨어진 뒤에 오는 순간의 경직이나. 적진 한가운데에 고립되었을 때 오는 접근전에서의 취약점 등은 기마병들의 몰살로 이어질 수 있는 최대 약점이기도 했다. 
그 때문에 고대부터 기마병단을 운영을 하려면 그를 보조해줄 수 있는 궁병이나 검병 등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당연시 되었다


 


(이전의 란셀롯이라면 분명히 그렇게 했을텐데...)


 


카렌은 란셀롯을 믿었지만 그의 병법은 의심이 자꾸만 되었다.
기병으로만 이루어진 군단이라니 듣도 보지도 못했다.


 


(역시 물어봐야 하나...)


 


자칫 잘못하다가는 소중한 부하들이 죽음으로 내몰릴 수가 있었다.
때문에 카렌은 긴 행군 끝에 숲에서 쉬는 시간을 갖자 란셀롯에게 다가갔다.


 


"왕자님. 과연 적기마병단만으로 적들을 무찌를 수 있을까요?"


 


그녀는 주위에 쉬고 있는 다른 병사들을 의식해 높임말로 그에게 다가가 물어보았다.
조금 근심으로 가득찬 듯한 목소리로 그녀가 물어보자 란셀롯은 미소를 지으며 되물어보았다.


 


"걱정되는가, 카렌?"


 


여유가 넘치는 모습.
그런 란셀롯의 모습을 본 카렌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걱정이 안된다면 거짓이겠지요. 기병으로만 이루어진 군단이란 건 들어보지도 못 했으니까요."


 


게다가 그 수가 고작 500기이다.
군단이라 말하기도 미안한 숫자를 가지고 작전에 임하려는 란셀롯의 정신상태가 미친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의심을 해볼만한 사항이었다.


 


"하긴 그건 그렇지.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마. 카렌. 정 안되면 군사를 늘릴 생각이니까."


 


쿡쿡 악동처럼 웃는 란셀롯의 말에 카렌은 약간 어이가 없어졌다.


 


(군사를 늘려? 도대체 란셀롯은 어디서 군사를 데려오겠다는 말인가? 지금의 인원이 우리 저항군의 최대 병력이거늘.)


 


저항군에 더이상의 여유병력이란 없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카렌은 란셀롯의 말이 장난처럼 들렸다.


 


(하지만 지금 물어본다고 해도 답을 가르쳐주실 것 같지 않으니 일단 지켜보기로 할까.)


 


천재 지략가로 이름높은 란셀롯이다.
이전에도 실현 불가능할 것 같았던 작전들을 멋지게 성공시켰던 그였기에 카렌은 그냥 믿기로 했다.


분명 란셀롯이라면 없는 군사도 만들어낼 것이다.
카렌은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과연 카렌...! 드골이나 로자리아 왕녀와는 확실히 다르군.)


 


끝까지 근심을 놓지 못하던 드골이나 로자리아에 반해, 카렌의 두 눈동자에서는 그를 완전히 신뢰 하는 듯 흔들림이 사라지자 란셀롯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 그를 믿어준다는 것이 그토록 기쁠 수가 없었다.
카렌이라면 그의 무모해보이는 작전을 따라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실제 보게 되자 든든했다.


 


(서로 간의 호흡이 중요한 작전이야. 이런 카렌과 함께라면 반드시 성공한다..!)


 


란셀롯은 그런 확신을 갖게 되었다.


 


 


 xxx


 


잠시 란셀롯의 2군이 그렇게 쉬고 있을 때였다.


 


"왕자님, 전방에 저희 나라 사람들로 보이는 상인들이 도적들에게 쫒기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척후로 보낸 병사 하나가 황급히 돌아와 쉬고 있던 란셀롯에게 부복한 뒤 보고를 하였다.


 


"상인들이라..."


 


란셀롯은 상인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도울 것인가? 아니면 그냥 모른 척 할 것인가?)


 


군사행동에 있어서 위치가 노출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중대사안이었다.


 


(하지만 죽게 내버려 둘 수도 없다.)


 


위험에 빠진 자국민들을 모른 척 한다면 애써 쌓아올린 그의 명성이 와르르 무너질 위험이 있었다.


 


(일단은 돕고 봐야겠군.)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이자 란셀롯은 순식간에 생각을 정리하곤 도적들로부터 상인들을 구해주도록 명을 내렸다.


 


"무엇을 머뭇거리는가? 어서 그들을 도와주도록 해라!"


 


"예, 전하!"


 


란셀롯의 명에 이미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던 적기마병단의 병사들이 일어났다.


 


-두두두두~~!!


 


힘차게 내달리는 말발굽 소리.
말을 달려 상인들을 구하러 가는 병사들을 본 란셀롯은 약간의 시간이 지난 뒤 그 뒤를 뒤쫒았다.


 


(벌써 끝났군. 하긴 최정예인 적기마병단이 이정도 도적들을 처리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면 말이 안되지.)


 


그가 도착을 했을 때에는 이미 모든 상황이 종료가 된 뒤였다.


 


"...제길!"


 


"크윽~~!!"


 


도적들은 압도적인 기마병단의 힘에 의해 생포되어 손발이 묶인 채 포박되어 있었고, 상인들은 자신들을 도와준 병사들에게 거듭 감사의 말을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역시 상인들은 로드리아의 옛 신민들이었다.
그들의 복장을 통해 그러한 사실을 발견한 란셀롯은 그들의 예를 정중히 받아들였다.


 


(이런....죽여서 입막음을 할 수도 없겠군.)


 


속으로 그렇게 생각한 란셀롯이었지만, 상인들 중 한 명이 그의 정체를 깨달은 듯 물어오자 미소로 답해줄 수 밖에 없었다.


 


"소문으로는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진짜인지 확신이 안 섰는데 진짜 왕자님께서는 살아계셨군요."


 


란셀롯이 로자리아에 의해 구출되었다는 이야기는 저항군들이 퍼뜨린 소문이었다.
한 때 불패의 전설을 자랑하던 그의 생환은 로드리아의 옛 신민들에게는 희망의 빛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왕자님, 진짜 다행입니다."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부디 로드리아를 다시 일으켜 주세요~!"


 


그들은 란셀롯이 다시금 군사들을 이끌고 로드리아의 해방을 위해 검을 들었다는 걸 알자 대단히 기뻐하였다.


 


"모두 고맙소. 그런데 다들 어디로 상행을 가는 중이었소?"


 


란셀롯은 그들의 격려가 기쁘기도 했지만, 위치가 아직은 탄로가 나서는 안되기 때문에 물어보았다.


 


"코린트를 경유해서 배를 타고 제노비아의 대도시 젠다로 가던 중입니다. 전하."


 


"그렇군."


 


다행히 상인들의 행로는 란셀롯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그들의 행로가 문제가 될 경우 잠시간 작전이 다 끝날 때까지 그들을 억류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었던 란셀롯에게는 나쁘지 않는 소식이었다.


 


(무엇보다 그곳으로 거쳐가는 상행이라... 마침 잘 되었군. 이들에게 한 가지 부탁을 좀 해야겠는 걸?)


 


란셀롯은 상인들이 어쩌면 매우 유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상처를 입은 상인들을 치료해주고 풀어주자, 그들은 보답으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물품들과 자금을 반이나 내놓았다.


 


"꼭 로드리아를 되찾아 주십시오. 왕자 전하."


 


그런 그들의 보답을 한사코 거절을 하려 했으나 그들은 막무가내였다.
이미 상행을 하며 나라 잃은 자들의 비운을 심하게 겪어보았던 상인들은 나라를 되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있었다. 때문에 그들이 더 도울 것이 없다는 점을 오히려 미안하게 생각하였다.


 


"부디 상행을 무사히 마치기를 빌겠소."


 


"네, 전하. 전하께옵서도 무운을 빕니다."


 


상인들과 헤어진 란셀롯들은 다시금 강행군을 시작했다.


 


"굳이 이럴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카렌은 멀어져 가는 상인들을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그들이 주고 간 물품들과 자금들은 상인들에게는 목숨같은 것들일 터였다.
한사코 사양을 하고 싶었으나 목숨을 구해준 것만으로도 그 정도는 당연하다는 그들의 말에 차마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괜찮아. 카렌. 그만큼 우리는 하루빨리 로드리아를 되찾으면 되는거야."


 


근처에서 말을 달리던 란셀롯의 말에 카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란셀롯의 말대로야 하루라도 빨리 조국을 되찾는 것이 상인들의 성의에 보답을 하는 길이야.)


 


카렌은 반드시 이번 작전을 성공시키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거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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