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영웅-(부제: 로얄 블러드) - #22 그의 안에서 깨어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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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 전하. 너무 무모한 것 아닌지요?"
걱정스럽다는 듯이 드골은 란셀롯에게 물어보았다.
천재 전술가로 이름높은 란셀롯이였지만 이번 작전은 너무 위험했다.
열배나 되는 적을 그것도 어떤 함정이 도사리는지 모르는데 공격을 하려 하다니 자살이라도 하고 싶은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혹시 흔히 천재들이 잘 빠진다는 과도한 자신감의 함정에 빠진 건 아닐까?)
3여년의 공백이 그를 승리에 목말라하게 만드는지도 몰랐다.
소수의 숫자로 대군을 무찌름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싶어하는지도 몰랐다.
그런 것들이 두려운 드골은 충고 겸 걱정을 담아 말을 건넸다.
"양쪽 다 함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하."
드골의 걱정스러운 말에 란셀롯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내 생각도 그렇소."
놀랍게도 대답하는 란셀롯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마치 그 정도는 다 예측하고 있다는 듯한 란셀롯의 말에 드골이 오히려 놀랐다.
"그럼 왜 그런 무리한 작전을?"
옛날의 란셀롯이라면 100%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무모한 작전을 세우지도 실행하려 하지도 않았다.
언제나 충분히 납득이 가는 작전이였기에 드골은 그를 믿고 따를 수가 있었다.
"후후~ 내게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런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장군."
란셀롯은 아직도 완전히 근심을 놓지 못하는 드골을 바라보며 가볍게 미소 지었다.
(역시 란셀롯 왕자님께선 뭔가 복안이 있으신가 보구나.)
드골은 단지 그렇게 믿기로 했다.
언제나 주도면밀한 란셀롯 왕자다.
절대 이기지 못할 싸움을 하진 않을 터였다.
"그리고 어차피 신료들을 한번 깔아뭉개줄 필요가 있었소"
"네?"
하지만 뒤이어진 란셀롯의 말에 드골은 또다시 약간의 불안감을 느껴야만 했다.
"앞으로 내가 하려고 하는 일들은 하나같이 무모해 보일 것이오. 그런 것들을 전부 밀어붙이기 위해선 미리 내 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지."
씨익 웃는 그의 모습에서 드골은 그 스스로도 모를 불안과 소름끼치는 그 어떤 미지의 공포를 느껴야만 했다.
(모르겠어. 이 분의 생각을 도저히 모르겠어.)
이전에도 그 속을 알 수 없었는데, 이제는 더 속을 알 수 없는 괴물이 되어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선왕의 자질을 깨우쳤다 생각했는데... 도대체 지난 3년 간의 지하 감옥에서의 생활은 이 분의 안에서 무엇을 깨운 것인가...?)
드골은 결국 그 어떠한 답변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란셀롯 왕자와 헤어져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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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버니."
드골과 헤어지고 자신의 처소 근처까지 이동을 한 란셀롯은, 그 곳에서도 이미 누군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음을 알게 되
었다.
(오늘은 묘하게 날 찾는 이들이 많군.)
회의가 끝나고나서도 자신에게 아무 말을 하지 않았던 로자리아가 자신의 처소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자 란셀롯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그렇게 생각을 하였다.
"로자리아. 네가 대체 무슨 일로 이곳을 온 것이냐?"
대충은 로자리아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란셀롯은 감이 왔다. 그녀 역시 그의 무모한 작전에 대해 뭔가 말을 하고 싶은
것 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굳이 모른 척을 하며 물어보았다.
"...정말 그 정도 인원 가지고서 이기실 수 있겠어요?"
역시나 로자리아는 란셀롯의 작전에 대해 걱정이 섞인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작전 회의실에서의 그 당당하고 확고했던 모습은 잊은 것인지 그녀의 목소리에는 염려로 가득했다.
"그래. 너무 걱정말거라."
공적인 자리가 아니었기에 말을 자연스레 놓고 있던 란셀롯은 자신보다 10살이나 어린, 저항군의 작은 리더를 바라보았다.
열 아홉의 이제 막 화사하게 꽃피려는 아름다운 소녀.
로드리아의 강철꽃이라 불릴 정도로 냉철하고 아름다운 그녀가 자신을 걱정해주자 왠지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지는 란셀롯이었다.
"...너무 무리한 행동은 삼가해주세요.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피하시고요."
그녀는 무엇이 그리 걱정인지 그 외에도 여러가지로 당부의 말을 꺼내었다.
그 모습이 아기새를 떠나보내려니 걱정으로 안절부절하는 어미새 같아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이제 정말 몸은 다 나으신거죠?"
로자리아의 말에 란셀롯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말을 타거나 검을 열댓번 휘두르는 정도는 무리가 없었다.
장시간을 지속할 순 없지만 검술도 어느정도 펼칠 수 있었다.
"그래. 활동을 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단다."
란셀롯은 걱정해주어 고맙다는 듯 온정을 담아 답해주었다.
"정말 우리 공주님은 걱정이 너무 많구나. 그렇게도 내가 걱정되느냐?"
그리곤 로자리아의 걱정이 너무 과하다며 후후후 웃는 얼굴로 란셀롯은 로자리아에게 물어보았다.
"..."
로자리아는 그런 란셀롯의 물음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뒤 침묵을 지켰다.
그녀는 왠지 가족이라 해도 그렇게 과하게 걱정을 해대는 자기 자신이 부끄러운 듯 했다.
"...."
수많은 걱정거리를 한꺼번에 늘어놓아서 순간 할 말을 잃은 탓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둘은 서로를 마주 바라보며 그저 미소만 지었다.
이심전심.
말은 필요없었다.
서로를 걱정하는 애뜻한 마음이 서로에게 전해졌다.
-붉그레~
말없이 란셀롯이 지긋이 바라보자 그녀의 얼굴은 살짝 빨갛게 홍조를 띄며 붉어졌다.
(아...란셀롯 오라버니...!)
로자리아는 란셀롯의 눈길을 계속 받다가는 스스로를 억제할 수 없을 것 같아져 황급히 이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내었다.
"저기...죄송했어요. 오라버니."
"뭐가 말이냐?"
침묵을 지키던 로자리아가 뜬금없이 잘못했다고 고백을 하자 의아한 듯 란셀롯이 되물었다.
"저...그동안 오라버니를 의심하고 있었어요."
로자리아는 그동안 란셀롯에게 감시를 붙였음을 털어놓았다.
리더였기에 모두를 위해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었지만, 가족이자 혈육인 란셀롯을 의심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니?"
그 말을 들은 란셀롯은 의외로 담담했다.
화를 내는 것도 아니요, 불신을 하는 표정도 아니었다.
놀라운 로자리아의 말을 듣고도 란셀롯의 표정은 그저 평온했다.
(...!)
란셀롯의 그런 태도에서 로자리아는 이미 란셀롯이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미...알고 계셨군요. 그런데 왜 여지껏 내색을 하지 않으셨죠?"
상대가 이미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화를 내지 않자 오히려 그것이 궁금해진 로자리아가 물어보았다.
"나 역시도 처음 구출되었을 때, 날 이용하려는 음모가 이닌지 의심을 했었거든. 결국 서로 의심을 한 것은 피차 마찬가지였다는 말이다. 그러니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거라."
란셀롯은 웃으며 답해주었다.
(그런...)
서로가 서로를 의심했었으니 더이상 서로에게 미안할 것이 없다는 란셀롯의 배려깊은 태도에, 왠지 그에게 용서를 받은
것 같아 마음이 놓이는 로자리아였다
(아아...오라버니는 참으로 마음이 넓으신 분이구나...나는 어쩌다 이런 분을 의심했었단 말인가?)
로자리아는 그런 대범한 란셀롯의 태도에 감명을 받았고, 또한 더욱 그가 좋아지게 되어 버렸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너의 부담을 덜어줄테니 넌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오라버니..."
마치 앞으로 로자리아 그녀를 지켜주겠다는 듯한 란셀롯의 든든한 말.
그 말을 들으니 한없이 의지가 되어 로자리아는 환하게 미소로 답해주었다.
하지만...
그가 그 말을 할 때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았다면 그녀는 그런 환한 미소를 지어주지 못 했을 것이다.
(크크큭~ 그래. 말한대로 앞으로 내가 너의 모든 것을 다 빼앗고 이용해주마. 너의 세력, 너의 군사, 그리고 너의 재능까지도 말이야.)
란셀롯은 자기에게 마음을 의지해오는 듯한 로자리아를 보면서 속으로 웃었다.
(넌 앞으로 날 위해 춤을 추는거다. 로자리아. 내가 너의 모든 것을 소유해주지.)
란셀롯은 그럼으로써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생각이었다.
그의 원래 목표는 제노비아 제국에의 복수.
가족들의 원수이자 고향을 불태운 악의 제국 제노비아를 멸망시키는 것이었다.
악마(惡魔).
제노비아는 그라는 악마를 깨운 것을 저주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만들어주마. 제노비아 제국놈들아. 이 내가 악마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