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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영웅-(부제: 로얄 블러드) - #1 무사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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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924 회 작성일 24-01-15 14: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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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랜드 대륙 남동쪽에 위치한 로드리아 왕국.
총인구 150만 정도의 작은 왕국으로 풍부한 광산자원으로 부와 번영을 누리는 곳으로 5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유서깊은 왕국이었다.
북으로는 천연의 요새같은 아프스 산맥이 버티고 있었고, 남쪽으로는 드넓은 평야와 강이 있어 지상의 낙원이라고까지 불리던 곳인데, 험난한 아프스 산맥의 광산에서 나는 대량의 철광석을 이용해 부국강병으로도 유명했던 곳이었다.
그로 인해 끊임없이 이웃의 제국들이 눈독을 들이고 넘보았으나 한번도 그 꿈을 이루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긴 역사를 자랑하던 곳이었으나 두 개의 제국의 연합과 대대적인 침공에 끝내 7년만에 정복을 당하고야 말았다.
비록 점령을 당했다해도 오랜 역사에서 나오는 국민들의 단결된 저항은 끊임이 없었다.
무엇보다 침공 당시 마지막 전투 때 무사히 피신을 한 왕족들을 중심으로 한 끈질긴 로드리아의 저항활동은 제국들의 후환거리가 되어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


 


그런 저항군들 중에서도 특출났던 건 왕실의 상징인 "피닉스"를 본따 탄생한 저항군 "붉은 매"였다.
왕국의 정통 후계자인 왕자 "란셀롯"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레지스탕스.



란셀롯의 천재적인 전술로 인해 제국은 매번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처절하게 소규모 게릴라전만을 고집하는 다른 저항군과는 다르게 붉은 매들은 출처를 알 수 없는 튼튼한 자금줄과 안정적인 보급선으로 대규모 군사활동까지 자행했던 제국의 골칫거리였다.


그러한 모든 것은 전부 약관의 천재 란셀롯이 이루어낸 일이었는데, 그 덕분에 란셀롯이 멸망한 왕국의 숨겨진 재보를 이용해서 저항활동을 한다는 소문이 생겨났다.


 


제노비아 황태자 살해 사건.
해상도시 코린트 점령.
델피니아 제국 수도 델파이 습격사건.
연속적인 로드리아 점령군 보급로 붕괴사건.


 


신출귀몰한 대규모 용병술과 든든한 자금줄 그리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안정적인 보급선까지 가진 붉은 매들은 제국 역사상 최악의 반란군으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


그랬던 붉은 매군이였지만, 제국의 회유가 된 내부의 배신자로 인해 위치가 탄로나 공중분해가 되어야 했으며, 수괴였던 "란셀롯"은 붙잡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란셀롯은 포기하질 않았다.
위치가 발각되어 대규모 토벌전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그는 끝까지 저항해 자신의 부하들을 도망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애써 란셀롯과 붉은 매들을 토벌한 제국군이었지만 란셀롯을 바로 처형할 순 없었다.
붉은 매 잔당들과 소문의 숨겨진 재보를 찾지 않는 한 두고 두고 후환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외부로는 처형되었다 알려졌지만 결국 숨겨진 재보와 붉은매 잔당들로 인해 란셀롯은 살 수 있었다.


제국으로써는 어떻게든 반적들의 수괴인 란셀롯을 통해 그것들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란셀롯은 불지 않았다.
그로부터 약 3년, 그 긴 시간동안 그는 자신의 여동생에게 구출되기까지 제국에 저항해 끈질기게 살아왔던 것이다.



"으으음...!"


 


눈부신 햇살이 감긴 눈을 통해 느껴졌다.
도대체 몇 년만일까?


 


"여기는...?"


 


힘겹게 피곤한 눈을 뜬 란셀롯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너무나 생소하기만 한 장소.


 


"아, 그렇군. 나 무사히 구출된 거였지?"


 


그는 이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깨달았다.


 


"후우~~."


 


따뜻했다.
습기차고 차가웠던 지하 감옥에서는 느껴보지 못할, 정말 너무 오랜 만에 느껴보는 따스하고 포근한 침대의 감촉과 아침햇살.


 


"정말 너무나 고통스러웠는데....꿈만 같군."


 


솔직히 지금 자신이 느끼고 있는 것이 전부 환상같아서 불안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똑! 똑!


 


두 번의 가벼운 노크 소리와 함께 찰칵하며 방의 문이 열렸다.
아마도 심신이 피로한 그가 아직도 자고 있을 거라 생각한 듯 싶었다.


 


"아...!"


 


방 안에 들어온 것은 메이드로 보이는 소녀였다.
그녀는 방 안의 주인이 깨어 있는 것을 보고는 잠시 놀랐으나, 그렇다고 자신의 본분을 잊진 않았다.


 


"저...식사를 대령했는데요..."


 


수줍은 듯 기어가는 목소리였으나, 란셀롯은 그녀의 손에 든 식기들에서 흘러나오는 따스한 스프의 냄새를 맡자 식욕이 일어서 다른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


 


"음."


 


꼬르륵!


 


"후훗!"


 


때마침 울려퍼진 란셀렛의 뱃소리에 메이드는 긴장을 풀 수가 있었다.
란셀롯은 약간 부끄러움을 느꼈지만 그보다 너무나 배가 고파서 예의를 차릴 수가 없었다.


 


"...후르륵~. 꿀꺽. 후르륵~"


 


3년만에 맛보는 따스한 음식이었다.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맛있었고, 세심한 배려가 느껴질 정도로 열기도 급하게 먹어도 될 정도로 적당했다.


 


"이틀동안 기절해 계셔서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요."


 


그가 먹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소녀가 근처에서 이야기를 건넸다.


 


"이틀?"


 


란셀롯은 그녀의 말을 통해 자신이 이틀이나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가 깨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이틀이란 그가 구출되고 나서의 이틀이기도 할 터였다.


 


"그동안 날 보살펴준 것이 이 메이드였겠군."


 


따스한 미음같은 스프 역시 그녀가 준비한 것이리라.
혼수상태에 빠져있던 그가 식사하기란 불가능할테니 넘기기 쉽도록 준비한 것일테지.


 


"감사히 잘 먹었소."


 


자신에 비해 나이가 어려보이는 것이 확실했지만 잘 알지 못하는 상대이기에 란셀롯은 반존대로 감사를 표하였다.


 


"괘, 괜찮습니다. 왕자 전하. 답례를 하실 필요까지는..."
 
오히려 그런 란셀롯의 태도에 당황한 것은 메이드였다. 그녀는 삭막하고 차갑지만 진심이 담긴 그의 말투를 듣자 내심 얼굴이 붉어져 버렸다.


 


"아니. 이틀 간 정성껏 날 돌봐준 것만으로도 답례하기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오."


 


침대 근처에 위급할 시 필요한 약재며 그의 땀을 닦을 때 필요한 수건 등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미 그를 통해 란셀롯은 메이드가 그를 위해 얼마나 정성껏 노력했는지를 알고 있었기에 그는 진심을 담아 메이드에게 답례를 표했다.
그가 이미 그러한 사실들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메이드는 새삼 그의 관찰력이 뛰어나다는 것과 함께 왠지 날카로워보이지만 믿을만한 사람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말에 진심을 담아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왠만한 사람들은 할 수 없는 것이기도 했지만 그러한 것은 그녀같은 아랫사람들에겐 쉽게 포착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왠지 모르게 소녀는 눈 앞의 사내가 꼬옥 마음에 들었다.


 


"아직 몸이 성치 않으실테니 식사를 다 하셨으면 조금만 더 침대에 누워서 쉬고 계세요. 왕자 저하께서 의식을 찾으셨다는 걸 왕


녀님께 전해드리겠습니다."


 


메이드는 약간은 상기된 얼굴로 정중히 식기들을 회수한 뒤, 란셀롯에게 말을 했다.


 


"음."


 


란셀롯은 내심 지하 감옥에서 만났던 왕녀라는 소녀를 연상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여동생이자 "로드리아의 모란"이라 불리었던 왕비의 소생.
그녀가 어떻게 자신을 구했는지는 그녀를 만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었다.


 


"...아, 잠깐."


 


정중히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가려는 메이드를 란셀롯은 잠시 불러세웠다.


 


"?"


 


어리둥절한 표정의 메이드.
그녀로서는 왜 그가 갑자기 불러세웠는지 궁금한 듯 싶었다.


 


"이름..."


"...?"


 


너무나 갑작스러워서 이해를 못하는 메이드의 얼굴을 본 란셀롯은 다시금 차분히 물어보았다.


 


"그대의 이름은?"


"...아!"


 


메이드는 비로서 자신의 이름을 친히 왕자가 물어본다는 깨달았고, 약간은 기쁜 마음이 들어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였다.


 


"메이리! 로드리아 왕성의 메이드였던 메이리라고 합니다. 전하."


 


자신의 이름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왕자를 본 메이드, 메이리는 들떠 버린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후다닥 식기를 들고 방을 나갔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귀여워서 내심 쓴웃음을 참지 못한 란셀롯이었지만, 그 이름을 마음에 새겨두었다.


 


"적어도 저런 순진한 아이를 내 곁에 붙여둔 것이라면 날 속이려는 음모는 아닌 것 같군."


 


처음엔 자신을 안심시켜 정보를 빼내려는 음모는 아닌가 의심을 해보았던 란셀롯이지만 그런 것치고는 뭔가 어설퍼 보이기에 그러한 의심은 바로 지워버렸다.


 


"무엇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면 그를 잘 아는 제국은, 절대 저런 이용해먹기 쉬워보이는 순진한 아이는 그의 곁에 배치시키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시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선 왕녀라는 여인을 만나보아야 할 듯 싶었다.


 


"그러려면 먼저 체력을 회복시켜두어야겠지?"


 


긴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요했다.
특히 서로의 속내를 숨긴 체 정보를 빼내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에선 특히나 말이다.
그렇기에 우선 란셀롯은 다시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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