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삼총사 #35 사천왕 야콥과의 재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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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난 야콥은 활짝 열린 문쪽을 향해 소리를 쳤다.
"누구냐!?"
그의 외침을 듣으며 안에 들어온 이는 짜증나는 정의의 사도가 아닌, 동료 시빌이었다.
같은 근위대 소속으로 사천왕이라 불리는 암기의 달인.
"뭐야. 시빌이잖아. 도대체 무슨 일로 그렇게 허겁지겁하고 그래?"
야콥은 안에 들어온 이가 동료 시빌이자, 자신이 하던 일을 계속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런 그를 시빌은 다가와서 말렸다.
"이러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적의 미행이 따라붙었어. 조만간 놈들의 증원이 있을거다."
시빌의 말에 야콥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쫒아갔던 녀석을 처리하지 못한거냐? 실력이 줄었군."
야콥은 방해가 계속되자 완전히 흥이 깨져서 투덜거렸다.
"그럼 이년부터 다른 곳으로 옮겨야겠군."
그는 바지춤을 올린 뒤, 아쉬운 듯 군침을 닦은 후 콘스탄틴을 부축했다.
-와장창! 챙! 챙!
그들이 막 고문실을 벗어나려 할 때 밖에서 소음이 들려왔다.
뭔가 부서지는 소리와 검끼리 부딪치는 소리들이었다.
"벌써 여기까지 온건가?"
너무나 빠른 적들의 침입에 시빌은 놀란 얼굴로 소리쳤다.
아무리 빨리 쫒아왔다해도 적들은 너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호오...)
경악한 시빌의 표정을 보는 것이 오래간만이라 야콥은 신선함을 느꼈지만, 그보다도 이정도까지 간단하게 수비망을 뚫고 들어오는 적들이 있다는데 더 놀랐다. 과연 평소에 얼음처럼 냉정하던 동료가 놀랄만 하달까.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도록 하지."
야콥과 시빌은 축 늘어진 콘스탄틴을 들쳐엎고는 서둘러 비밀통로 쪽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곳에 거의 다 와 갈 때쯤 침입한 적들과 조우해야만 했다.
"아니 네 녀석은?!"
침입자들 중 달타냥의 얼굴을 본 야콥이 놀라서 소리쳤다.
설마 무앙에서 보았던 그 건방진 꼬맹이를 이곳에서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흥, 원수는 외다리 나무에서 만난다더니 지금이 딱 그 꼴이군."
달타냥 역시도 야콥을 알아보고는 검손잡이에 힘을 꽉 불어넣었다.
사천왕 시빌에 이어 뚱땡이 사천왕인 야콥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렇게 찾을 때는 안 보이더니 이렇게 우연찮게 만나게 될 줄이야....
하지만 이건 기회이기도 하였다.
놈들 중 한 명만이라도 잡으면 괴승 라스푸틴이 어디있는지 알 수 있을테니 말이다.
미네르바와 달타냥 그리고 포르토스는 사천왕 시빌과 야콥과 대치를 하였다.
콘스탄틴이 인질로 잡힌 이상 함부러 나설 수는 없었지만, 전황상 달타냥들이 더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뒤에 쫒아오는 잔챙이들을 내가 처리하지."
미네르바는 후방을 든든히 지켜주며 말했다.
"그럼, 이 음침한 녀석은 내게 맡겨."
포르토스 역시 사천왕 시빌의 앞에 나서며 말했다.
그는 비록 한쪽 팔을 다치긴 했지만 씩씩한 모습으로 앞으로 나섰다.
등을 보이며 앞으로 나서는 그의 모습이 매우 든든해서 달타냥은 미소를 지었다.
사내다운 포르토스의 모습이 너무 믿음직스러워서 가슴이 꽉 차는 듯한 든든함을 느꼈다.
포르토스는 바람둥이이긴 하지만 정말로 듬직하고 믿음직한 동료였다.
-두근 두근!
그런 그의 모습에 괜시리 가슴이 두근거려 남몰래 얼굴을 붉히고 만 달타냥이었다.
"흥, 네 녀석. 어느 새 총사가 되어버린거냐?"
야콥은 달타냥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자 그녀를 바라보며 비이냥거렸다.
그의 비이냥에 달타냥은 고개를 돌려 그를 노려보았다.
"라스푸틴의 저주로 인해 여자가 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제는 치마까지 입게 된 것이냐? 완전 계집이 다 되었군."
"윽...!"
야콥의 지적에 달타냥은 얼굴을 붉혔다.
현재 달타냥은 총사대에서 지금되는 여성용 총사복을 입고 있었다.
짧은 프릴이 달린 치마는 날렵해보이긴 했지만 짧았기에 그녀의 늘씬한 허벅지가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원래 달타냥은 바지를 선호하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 여성옷에 익숙해진 관계로 여성전용 총사복을 자주 애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화끈!
부끄러움에 달타냥은 얼굴이 능금처럼 붉어졌다.
귀가 빨개져서 부끄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이 매우 귀여웠다.
"라, 라스푸틴은 어디있지?"
달타냥은 애써 그런 얼굴을 감추며 화제를 바꾸듯 물어보았다.
"흥, 내가 그런 걸 순순히 가르쳐줄 것 같으냐? 그 늙은이의 감언이설에 놀아나 무앙에서 험한 꼴을 당했으면서 아직도 그를 잊지 못해 찾고 있나 보지?"
"으윽...."
"이번에 그 늙은이를 만났다간 네 녀석은 반드시 따먹힌다. 그럴 바엔 내가 네 녀석을 쓰러뜨린 뒤 따먹어주지."
야콥은 달타냥을 비웃으며 말했다.
"우선 방해꾼인 네 녀석의 동료들을 처리한 뒤, 멈췄던 즐거움이나 마저 즐겨야겠다. 그 후에 네 녀석의 속살을 맛봐주지."
그는 그러면서 자신의 검을 앞으로 내찌르며 달타냥을 압박했는데 그의 밀어붙이는 힘은 대단했다.
(무앙에서도 느꼈지만 역시 이 사내의 힘은 대단해.)
무앙에서 야콥에게 몽동이로 얻어맞아 기절한 적이 있는 달타냥은 그의 힘에 주루룩 뒤로 밀리자 생각했다.
"무앙에서는 로슈포르 녀석의 방해로 너의 야들야들한 속살을 맛 못 봤지만, 이제는 실컷 가지고 놀다가 느긋하게 즐겨주마."
야콥은 흥분한 듯 달타냥을 계속 압박하며 소리쳤다.
그는 콘스탄틴과 달타냥 그리고 새로 등장한 미녀인 미네르바를 곁눈질했는데, 하나같이 미색인 여인들을 쓰러뜨린 뒤 품 안에 품을 상상에 아랫도리를 불끈 부풀리고 있었다.
"이 자식!"
달타냥은 자신 뿐만 아니라 미네르바나 콘스탄틴까지 희롱하려는 야콥에게 화가 났다.
그래서 마구 흥분해서 검을 휘두르다가 야콥의 힘에 밀려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는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달타냥! 흥분을 가라앉혀!"
그런 모습을 시빌과 싸우며 지켜보고 있던 포르토스가 충고했다.
"침착하게 본래의 네 실력을 발휘하는거야! 너는 사천왕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아! 너의 원래 힘을 믿으라구!"
(아...!)
달타냥은 포르토스의 충고에 정신을 차렸다.
그래서 뒤로 한발자국 물러나 침착하게 자세를 다잡았다.
(포르토스의 말이 맞아. 난 쥬사크도 이겼고, 아까 전엔 시빌까지도 거의 이길 뻔했지. 이렇게 성급하게 힘으로 맞서려고 해선 안돼.)
달타냥은 심호흡을 한번 하곤 침착함을 되찾자, 자신의 특기가 되어버린 적 주위를 빙빙 돌며 공격하기를 시도했다.
"응? 으윽? 뭐, 뭐냐? 이 기묘한 공격은?"
나비처럼 주위를 돌며 벌처럼 쏘아대는 공격.
아까까지와는 전혀 다른 달타냥의 공격에 야콥은 당황하고 말았다.
너무나 생소하고 이질적이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해졌다.
주위를 마구 돌며 검을 찔러오는 달타냥의 공격이 너무 날카로워 함부로 맞설 수가 없었다.
"크으윽...!"
힘으로 밀어붙이려해도 검이 부딪치기 전에 내뺴버리는 달타냥의 영리함에 그는 끊임없이 밀릴 뿐이었다.
"제길!"
야콥은 영리하게 공격해오는 달타냥의 공격에 뒤로 도망가기 급급했다.
(어떻게 된 것이지? 이렇게 실력이 일취월장하다니!)
무앙에서도 나름 실력을 갖춘 녀석이었는데, 한달도 안된 사이에 실력이 엄청나게 늘어난 걸 꺠달을 수 있었다.
(안되겠다. 이대로라면 내가 너무 불리해.)
동료인 시빌이나 부하들은 다른 총사들에게 막혀 도움을 바랄 수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목숨까지도 위험할지도 몰랐다.
"으득, 두고보자!"
야콥은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자 저주의 말을 남긴 뒤 서둘러 도망을 쳤다.
도망을 치며 두고보자는 그의 모습은 전형적인 악당의 모습이었다.
"...."
시빌은 야콥이 혼자 도망을 치자, 미네르바와 난투 중인 자신의 부하들에게 철수를 명령한 뒤 자신도 유유히 사라졌다.
달타냥이 서둘러 그런 그들을 뒤쫒으려 했지만 미네르바와 포르토스가
"휴우, 겨우 이겼네요."
달타냥은 적들이 콘스탄틴을 두고 도망치자 이마의 땀을 훔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군. 정말 수고했어. 달타냥."
"그래. 정말 멋진 활약이었어. 달타냥."
포르토스와 미네르바는 그런 달타냥에게 다가와 칭찬을 했다.
그들은 그런 뒤 알몸이나 다름없는 콘스탄틴에게 망토를 둘러준 다음, 의식을 잃은 그녀를 부축해서 적들의 아지트를 빠져나왔다.
매우 힘든 싸움이었지만 그들의 승리였다. 그들은 납치당한 콘스탄틴을 무사히 구출하자 그녀를 데리고서 달타냥의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