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러시아 5부 : 혁명을 바라는 여자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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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시아 시리즈 5부 "혁명을 바라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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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시아 : 26살의 세이르족 여전사. 183cm, 체중은 모르지만 꽤 나갈 듯. 45-25-42(인치)의 대단한 글래머. 암살과 전투에 능함.
세이토렌 : 26살의 사반트 후작국 귀족 여자. 기사. 185cm. 체중은 모르지만 꽤 나갈 것으로 예상됨. 44-25-42(인치)의 엘러시아 못 잖은 글래머. 엘러시아의 친구. 사반트에게 붙들려 메조키스트로 길들여져 갔었음.
베로스 : 29살의 평민 남자. 기사. 190cm, 105kg. 건장한 체격. 엘러시아의 남편.
루이페르 : 26살의 귀족 남자. 준남작. 191cm, 108kg. 탄탄한 체격, 세이토렌의 남편.
사반트 : 후작. 34살의 귀족 남자. 188cm, 135kg. 프로레슬러를 연상시키는 몸집의 소유자. 사디스트이자 폭군. 세이르족을 침공하는 과정에서 엘러시아를 사로잡고 학대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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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드래곤 알렌쉴드는 와이번들의 보고를 받았다.
드래곤의 먼 일족이지만, 드래곤과는 달리 지능도 마법도 덩치도 없는 와이번은 알렌쉴드의 좋은 먹잇감이었고 노예였다. 알렌쉴드는 사반트 후작국 북쪽의 하늘에 와이번들을 뿌려 정찰을 하게 했다.
"...사실이라는 건가..."
누군가가 익명의 지도를 알렌쉴드에게 보내왔다. 그 지도엔 사반트 후작국 북쪽의 금광들과, 황금 및 보석 창고들의 위치가 있었다. 지도가 말하는 위치가 맞는지 와이번을 보내 정찰하게 했고 지도의 묘사는 제대로인 듯보였다. 알렌쉴드는 엄청나게 거대하고 비늘로 뒤덮인 몸 깊숙이에서 브레스를 뽑아내어 뱉었다. 동굴 벽이 한순간 브레스로 인해 밝아졌다가 금새 사그라들었다.
드래곤은 황금을 베고 누울 때 힘이 세지고, 보석을 먹으면 또 힘이 세진다. 알렌쉴드는 싸움을 좋아하는 드래곤이었다. 드래곤은 서로 협력하지 않았고, 드래곤의 새끼인 헤츨링이 아닌 이상 서로 보호해주지도 않는다. 알렌쉴드는 그 방임된 자유를 만끽해왔다. 알렌쉴드는 드래곤이라는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고 싶었다.
지도를 누가 보냈는지 알렌쉴드는 따지지 않기로 했다. 그 안에 담긴 정보가 신빙성이 있는데 그런 걸 따질 이유는 없었다.
알렌쉴드는 가공할만한 공포를 내뿜었다. 알렌쉴드와 같은 나이 든 드래곤이 내뿜는 공포는 일종의 마법이고, 그걸 느끼는 존재에게 복종을 강요한다. 하나의 산맥을 차지하고 들어앉은 알렌쉴드의 깃발 아래 그 산맥의 모든 몬스터들이 두려움에 질려 모여들었다. 평소엔 오합지졸로서, 알렌쉴드의 노예이자 먹잇감인 몬스터들이지만 이제 알렌쉴드의 정예 군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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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알렌쉴드에게 약간의 정보가 담긴 지도를 보낸 것은 사반트 후작이었다.
세이토렌을 사반트가 윤간한 것 때문에 귀족들의 신뢰는 떨어졌다. 사반트 자신이 유부녀이자 대귀족인 세이토렌을 윤간했다는 것은 사반트 후작국 귀족 사회 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있었다. 사반트로서는 그것을 묻어둘만한 강력한 이슈가 필요했다.
엘러시아가 선생으로 한때 일했던, 에릭세른 요새를 전후한 방대한 영토의 편집한 지도를 드래곤 알렌쉴드에게 보냈다. 사반트는 북쪽에서 전쟁을 일으킴으로서, 자신의 지위를 귀족들 사이에서 확립하고 싶어했다. 종주국이자, 후작 부인 메리안 미룬 케이라의 모국인 케이라 왕국과의 국경선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국제관계에서 사반트의 건재함을 보여줄 터였다. 사반트는 정당방위에 해당되는 전쟁에서 총사령관을 맡게 되는 것이다. 후작국의 그 누구도 사반트의 권위와 권력에 도전할 수 없을 것이다. 명분도 실리도 크게 부족했던 쟈테이족 섬멸전과는 종류가 달랐다. 드래곤을 상대로 한 전쟁이므로 잘하면 트롤 마을이나 드워프 광산을 차지할 수도 있다.
사반트의 속셈은 이러했다.
"날 얕보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겠다. 특히 자이렌가와 로렌토르가는 멸문시켜 주지. 세이토렌도 엘러시아도 도로 성노예로 만들어주마. 유부녀에게 있는 권리 따위는 두 가문만 멸족시킨다면 존재하지 않는다."
자이렌가도 로렌토르가도 사반트가와 피로 맺어져 있었지만, 사반트 후작에게 그런 관계는 안중에 없었다.
사반트는 왕과 같은 권위를 세우고 싶었다. 귀족들의 수장에 불과했기에 세이토렌을 풀어줄 수 밖에 없었는데, 진정으로 귀족들 위에 군림하고 싶었던 것이다. 인명과 국가를 지킨다는 걸 핑계로 닥치는데로 재산을 수탈하고 목숨을 빨아 마실 수 있는 것이 방어전 아니던가.
이 전쟁은 진실이었다. 때문에 사반트에겐 실제로 상비군이 필요했다. 사반트는 아시드 백작과 회동했다.
"아시드 백작님, 새로 귀족 회의 의장이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아시드 백작의 딸 두 명이 사반트의 후실로 있었다. 딸이 많은 노인이었다. 장인 어른인 셈이었지만, 사반트 후작국에게 있어 후작의 지위가 더 중요했다. 백발이 성성한 늙은 대마법사가 답했다.
"다 후작님의 은혜로움이지요. 후작님께서 어찌 이 늙은이를 부르셨는지 궁금합니다."
"왕국에서는 이 몸이 귀족 회의 의장 지위를 잃은 것을 두고 사반트 후작국의 국론이 분열되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충분히 그리 생각할 수 있겠지요."
"케이라 왕국은 사반트 후작국의 기름진 땅을 탐낼지도 모릅니다. 후작국의 힘이 분열되었다고 볼테니 능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니 무력 시위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에릭세른 요새 앞에 펼쳐진 평원에서 대규모 군사 훈련을 벌일 것입니다. 마법사 길드의 협조가 절대적인 변수입니다. 길드 마스터인 백작님께서 마법사들을 모아 주셨으면 합니다. 하늘에 마법으로 불꽃놀이를 수놓고, 마법 용품을 파는 큰 시장을 열 것입니다."
고리대금업자이기도 한 아시드 백작은 눈을 빛냈다. 대규모 군사 훈련이라면 귀족들도 많이 모일 것이니 마법 시장도 활기를 띌 것이다. 왕국과 맞닿는 곳에서 벌이는 마법 시장이므로 왕국의 국민들도 고객이 될 터였다. 아시드는 사반트의 할아버지 때부터 사반트 가문에 협력해 왔다. 고급 나무 원단으로 만들어진 탁자 위로 사반트는 아시드에게 보석을 내밀었다. 사반트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이었다.
"백작께서는 평온한 노후 생활을 바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돈과 권력은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붙들고 있어야지요. 만약 백작께서 제가 보장해주는 미래를 거부하고 왕국 편에 선다면 최후는 비참할 것입니다."
"하하. 제가 모험심 넘치는 팔팔한 젊은이도 아닌데 어찌 배신하는 걸 걱정하십니까. 최대한 협력하겠습니다."
아시드가 대답했다. 마법사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장원이나 탑에 틀어박혀 마법용품을 만들거나 마법으로 생산 활동을 하거나 하면서 돈을 벌었다. 마법사들은 생산수단과 노동력을 겸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투 마법사들도 결코 적지 않았다. 그런 마법사들을 효과적으로 전쟁터에 끌어 들이려면 더 큰 이득을 약속할수록 좋은 것이다.
사반트는 아시드를 좋게 보지 않았다. 귀족 회의 의장이 되어 보겠다고 적극적인 로비를 펼친 아시드였기 때문이었다. 온갖 감언이설로 사반트 앞에선 예의를 갖췄고 귀족들에겐 마법사도 한 번 의장직을 맡아야 한다고 선동했다. 사반트는 표결 이후 늙은 대마법사가 한 번 의장직을 맡는 것도 좋겠다는 입장을 취해 한 발 물러섰다. 표결이 귀족들의 뜻을 말해주고 있었고 아시드는 어느 정도 사반트에게 줄을 대고 있었으므로 사반트는 이를 인정했다. 그러나 아니꼬운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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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반트가 보낸 지도를 알렌쉴드가 읽고 있을 무렵이었다.
엘러시아는 자이렌성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딸인 미리암을 보고 있었다. 여자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한 후작국이다 보니 보육원도 마련되어 있었다. 신전에서 고급 창녀인 수녀로 일하다가 요즘엔 견습기사 노릇을 하고 있는 엘러시아였다. 견습기사로 일할 때에 보육원에 맡겼던 아이를 퇴근해서는 집에 데려 와서 함께 놀아 주고 있는 것이다. 세이르족은 모계 사회여서 엘러시아가 아기를 볼 기회는 있었지만, 청소년기에 워낙 전투를 배우느라 그럴 시간이 없었다. 엘러시아가 그렇게하여 아기 보는 재주가 모자란 것도 겹쳐 보육원에 많이 기대고 있는 실정이었다. 보육원에선 미리암에게 신경을 많이 썼다. 세이토렌이 미리암을 양녀로 들인 상태였던 것이다. 세이토렌은 보육원에서 미리암에게 신경 쓰게 하려면 로렌토르가의 아이인 편이 낫다고 보아서 그렇게 했다. 나중에 미리암을 다시 베로스 호적에 올리기로 합의가 되어 있었다.
가끔 엘러시아는 자신이 이런 행복을 누려도 괜찮은지 하고 자문했다.
"나 말고 다른 세이르족들은 지독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겠지. 내가 사반트 밑에서 신음하던 것처럼.... 내가 기사가 되면 한 명이라도 거둬서 노예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야겠어. 그게 세이토렌에게서 받은 은혜를 다른 이에게 갚는 것이 되겠지."
현관 문이 열렸다.
베로스와 엘러시아의 집 현관 문 열쇠를 갖고 있는 건 몇 명 없었다.
엘러시아는 벌떡 일어서서 환한 미소와 함께 밝은 목소리로 상대를 맞이했다.
"렌이구나! 오랫만이야."
"그래, 오랫만이다. 한달 넘었지?"
세이토렌은 적갈색 살짝 각진 갸름한 얼굴에 자리 잡은 째진 붉은빛 눈에 한가득 웃음을 머금은 채 엘러시아를 바라보았다.
세이토렌은 자이렌성에 큼직한 건물을 여러 채 갖고 있었다. 여러 상점들로 세를 놓고 있었는데, 어느 업종으로 얼마나 세를 거둘지, 어느 업종을 어떤 거리에 배치해야 장사가 잘 될지 등등 경영의 핵심적인 측면들은 세이토렌이 직접 하고 있었다. 세이토렌의 경영은 제법 봐줄만한 것이어서 상점가는 활황이었다. 또한 로렌토르성 근방엔 세이토렌과 그녀의 남편 루이페르가 사는 장원이 있었다. 루이페르는 과감하게도 몬스터들이 있는 산맥 근처에 장원을 설치했다. 때문에 세이토렌은 굉장히 바빳다. 루이페르와 세이토렌은, 귀족은 평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기에 우월하다는 사상에 충실했다. 두 사람은 몬스터들과 숱한 전투를 치러왔다. 세이토렌은 부부가 사업 파트너이기도 하다는 점을 충족시키려고 애썼다.
세이토렌은 그 와중에 틈을 내어 엘러시아에게 온 것이다.
세이토렌은 가지고 온 큼직한 바구니를 마루에 내려놓았다. 바구니 안엔 빵과 과일이 한 광주리 가득 들어있었다. 엘러시아는 차와 술과 훈제 고기를 내왔다. 둘만의 조촐한 파티를 즐기면서 엘러시아가 말했다.
"술 보니까 생각나네. 나, 널 처음 만났을 때 술독에 빠져 지내기 일보 직전의 마음이었어. 렌, 네가 내 룸메이트가 되겠다고 자원하지 않았으면 난 술독에 빠져서 폐인이 되었겠지. 정말 넌 생각하면 할수록 내게 고마운 사람이야."
엘러시아는 눈웃음쳤다. 큼직한 초록빛 눈동자가 수려한 코와 입술과 어우러진 엘러시아의 갸름한 얼굴은 무척 아름다웠다.
"너도 나한테 그런 걸, 엘. 사반트에게 당해서 미쳐 버린 날 구해주려고, 도망칠 수도 있던 기회를 저버리고 나한테 온 네가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그런 상황에서도 그토록 날 아껴주고 보듬어 주고... 요즘 나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 쫙 퍼져서 한낱 병사들에게까지 내가 최저질로 평가 받고 있지만, 넌 언제나 내게 용기를 줘. 하, 말이 좀 이상하다."
세이토렌은 재판 과정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고문관들이 자신을 윤간했다는 말을 꾸며내서 진술했다. 사반트에겐 못 하더라도, 고문관들에게라도 복수하고 싶었다. 재판관들은 세이토렌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럼에도 병사들은 나쁜 말들을 수근거리고 있을 것이 뻔한 일이었다. 물론 그 사실이 세이토렌의 귀에 들어 간 것은 아니었다.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둘은 사이좋게 함께 했다.
부엌 바닥에서 엘러시아가 물구나무를 서더니 말했다.
"렌, 네 낭군님인 루이페르 준남작님이 풀프레이트 메일 입고 이렇게 하는 거 나 본 적 있다."
엘러시아는 물구나무를 선 채 팔굽혀펴기를 해보였다. 엘러시아의 팔뚝은 굵지 않았고 근육이 두드러지게 나오지도 않았다. 세이토렌의 팔도 마찬가지였다. 세이토렌이 피식 웃었다.
"내가 못 할 거 같니? 기사로서 그 정도는 할 줄 알아야지."
세이토렌도 물구나무를 서고 팔굽혀펴기를 했다. 몇 번 하고 나서 두 여자는 다시 바로 섰다. 엘러시아가 말했다.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는 못 하지?"
"응. 그렇게는 못 해."
"나도."
엘러시아가 혀를 쏙 내밀었다.
세이토렌은 엘러시아에게 다가가 고운 입술을 맞댓다. 두 글래머 미녀의 혀가 서로의 입안에서 엉켰다. 세이토렌은 엘러시아의 풍만한 젖가슴을 만지면서 젖꼭지를 손끝으로 살짝 문질렀다. 둘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가볍게 입맞춤을 하곤 했었다. 하지만 세이토렌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대해오는 것은 사반트에게서 풀려난 이래 처음이었다.
"렌, 너 좀 이상해."
"나 너랑 하고 싶어. 옛날에 너한테 더럽다고 욕한 거 미안해. 나 사반트에게 당하면서 정말 죽고 싶었지만, 그때 넌 내게 한줄기 빛이었어. 지금 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어. 악몽도 거의 매일 밤 꾸고, 남자만 보면 모두들 강간범 같아서 진절머리가 나. 난 귀족의 딸로 태어나서 지금껏 막연히 세상을 안전한 곳으로 생각해 왔어. 하지만 그게 아니란 걸 너무나 뼈저리게 알았어. 그러면서도 자위하면서 사반트를 떠올려. 다시는 강간당하기 싫어하면서 말야. 너라면 이런 날 이해해줄 수 있겠지?"
세이토렌은 세상에서 가장 온전하게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엘러시아라고 믿었다. 엘러시아는 안타까웠다.
"일단 애부터 재우자."
"응, 엘."
두 여자는 합심해서 미리암을 재웠다.
세이토렌이 눈물을 흘리자 엘러시아가 굳은 표정이 되어 물었다.
"왜 울어, 렌? 내가 뭐 잘못이라도 했니?"
"아니. 사반트한테 낙태를 당하지 않았으면 내 애도 쟤 보다 조금 작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엘러시아의 큼직한 초록빛 눈에도 금새 눈물이 맺혔다. 울먹이면서 엘러시아가 물었다.
"그거 네 신랑도 아니?"
"응. 내 남편은 깰 때마다 꼭 자식의 원수를 갚겠다고 다짐을 해... 솔직히 사반트에게 복수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사반트는 법과 원칙의 수호자임을 자임하잖아. 하지만 그건 법과 원칙을 사반트 자신의 유효한 수단으로 만들기 위한 술책일 뿐이지. 만약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재판을 걸었으면 졌을 거라고 아버님이 말씀하셔. 아니 지는 걸 넘어서 가문 전체가 위기에 빠졌을 거라고 하셨어."
엘러시아는 세이토렌과 함께 침실로 들어갔다. 두 여자는 옷을 모두 벗고 탱탱한 알몸을 서로에게 드러냈다. 몽실몽실한 서로의 가슴을 매만지거나 탱탱한 엉덩이와 매끄러운 허벅지를 사근 사근 만져댓다. 세이토렌과 엘러시아는 입술을 맞대고 서로의 혀를 빨고 핥았다. 분홍빛 입술과 분홍빛 혀로 두 미녀가 딥키스를 하는 모습이 색정적이었다. 네 입술은 참 달다고 엘러시아가 세이토렌에게 속삭였다.
침대 위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몸을 날렸다. 서로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대고 서로의 보지를 핥고 빨고 깨물고 매만졌다. 사반트에 의해 강요받아야 했던 체위였지만 지금은 서로의 마음대로 하는 것이었다. 둘의 보지가 충분히 젖자 엘러시아는 벽장에서 양쪽에 귀두 모형이 달린, 남자 자지 보다 2배 정도 긴 딜도를 꺼냈다. 그것을 엘러시아가 보지 속에 집어넣자 마치 자지가 달린 것처럼 보였다. 엘러시아의 벽장 안엔 성적 도구들이 가득했다. 신전에서 일하면서 받아온 것들이었다. 세이토렌은 엘러시아의 입술에 뽀뽀하곤 속삭였다.
"사랑해, 엘러시아."
"나도 널 사랑해, 세이토렌."
엘러시아는 세이토렌의 보지에 자신의 보지에 들어가 있는 딜도를 조심스럽게 집어넣었다. 두 여자의 자궁 입구까지 꼭 맞물리는 긴 딜도였다. 그 서슬에 세이토렌과 엘러시아의 엉덩이가 서로 맞닿았다. 세이토렌과 엘러시아의 길고 늘씬한 다리가 서로 엇갈렸다. 두 여자는 엉덩이를 서로 돌리고 부딪치면서 열락에 잠겨들어갔다. 탄력 넘치는 풍만한 엉덩이 두 개가 딜도를 품고 부딪치는 것은 박음직스러운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두 여자의 레즈질을 침실 문에 난 창문을 통해 보고 있는 두 사내가 있었다.
두 사내는 엘러시아 집의 열쇠를 갖고 있었다. 즉 루이페르와 베로스였다. 세이토렌을 먼저 보낸 뒤, 루이페르의 충동질로 베로스의 집으로 두 사내는 갔던 것이다. 가끔 환상 속에서 보곤 했던 예상된 풍경이었다. 루이페르가 말했다.
"베로스 형, 저건 비밀로 하자."
"예, 준남작님."
루이페르가 윙크를 했다.
"만약 렌을 갖고 싶다면 지금 같이 들어가자. 난 신전에서 엘러시아를 맛본 적이 있는데 형은 내 아내를 건드리지도 못 했잖아."
"세이토렌님은 마음이 아파서 저렇게라도 위로를 받고 싶어하는 게 아닐까요. 우리가 들어가면 많이 놀랄 것 같습니다."
"하하, 농담이야. 형을 믿을 수 있겠어. 여자의 상처를 건드리는 건 할 짓이 아니지. 하지만 설득하고 싶지 않아? 우리 사이를 더욱 친밀하게 만드는 데엔 아내를 바꿔 보는 것도 괜찮잖아. 나중에 나도 형도 첩을 갖게 될지도 몰라. 처첩들이 끼리끼리 저런 관계를 맺는 것이 여러모로 남자에겐 좋지. 처첩들끼리 사이 좋으면 얼마나 좋아. 처첩들끼리 저런 관계를 맺는 게 좋다고 보는 건 남자들만의 비밀이야."
사반트 후작국도 동성애를 증오했지만, 남자들이 레즈를 보는 시선은 어느 정도 너그러웠다. 베로스가 답했다.
"세이토렌님은 정숙한 부인이신데 싫어하지 않을까요?"
루이페르는 사실 농담으로 한 말이었다. 실제로 세이토렌을 베로스가 갖고 싶다고 했다면 정색하며 분노를 표시했을 것이다. 루이페르에겐 세이토렌을 남에게 돌릴 생각이 없었다.
"하하. 일단 나가자고."
두 남자는 미소를 교환했다. 베로스는 이제 막 기사가 되었지만, 루이페르는 세이토렌의 말을 통해 베로스를 무척 좋게 보고 있었고 이는 사실이었다. 베로스는 예의 바르고 겸손한 태도를 가진 사내였다. 귀족의 복잡한 예법은 몰랐지만, 저절로 배어 나오는 예절이 베로스에겐 있었다.
한편 침실 안에서는 엘러시아가 수상한 소리를 들었다. 세이르족 레인져로서 단련된 감각이 힘을 발휘했다. 엘러시아는 소곤거렸다.
"렌, 밖에 누군가 있어. 도둑일지도 몰라."
엘러시아와 세이토렌은 딜도를 보지에서 빼내고 서둘러 옷을 입었다. 활동성이 높은 바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엘러시아는 침대 밑에 있는 칼을 꺼내 들었다. 세이토렌도 칼을 받아 들었다. 엘러시아는 일어서서 침실 창문을 통해 두 사내의 뒷모습을 확인했다. 문을 살금 살금 열었다. 세이토렌이 다가갔다. 엘러시아가 소곤소곤 말했다.
"우리 신랑들이야. 괜히 놀랐네."
"뭐?"
세이토렌의 탐스러운 적갈색 살결이 더욱 빨갛게 물들었다. 세이토렌은 침대로 가서 이불을 휘감고 앉았다.
"나 어떻게 낭군님을 봐. 너랑 하는 거 들켰을 거 아냐."
엘러시아는 순식간에 발가벗고는 침대 위로 올라가 세이토렌에게 가깝게 기어갔다. 침대 위에 엎드린 자세인데도, 엘러시아의 머리 보다 살짝 큰 뭉클뭉클한 유방은 탄탄하게 뭉쳐져 늘어진 느낌이 없었다. 엘러시아는 우유빛 살결을 갖고 있었다. 엄청나게 크고 뒤로 힘있게 튀어 나와 있는 엉덩이도, 길고 늘씬한 팔다리도, 모양 좋고 큼직한 젖통도, 잘록한 허리와 날렵한 배도 엘러시아와 세이토렌의 그것들은 닮아 있었다. 분홍빛이 선명한 보지에서 잘 길들여진 똥구멍에 이르는 구간의 털은 깨끗하게 깍으면서도, 보지와 배꼽 사이에 솜처럼 뭉친 황금빛 보지털을 깍지 않는 방식의 털 다듬기도 엘러시아가 사반트 일당에게서 배워 온 바대로였다. 세이토렌의 살결이 윤기나는 적갈색이어서 좀 더 기름져 보인다는 점 정도가 차이랄까. 탄력 넘치는 터질듯한 몸매의 소유자인 두 미녀였다. 엘러시아가 세이토렌의 볼에 입을 맞추곤 말했다.
"문제 삼지 않을 거야. 날 네 신랑이 돈 주고 산 적도 있는 걸. 세이토렌 너의 남편이기에 더욱 화끈하게 잘 해줬지."
"진짜? 어떻게 둘이서 나 몰래 붙을 수가 있어?"
"네 신랑도 너한테 뭐라 할 처지는 안 된다는 거야. 맞바람 피운 걸로 생각하는 게 어때? 난 단지 몸만 루이페르님에게 준 거야."
세이토렌이 엘러시아를 껴안고 키스를 퍼부었다.
"난 베로스씨랑 하기는 싫어. 하지만 너라면 좋아, 엘. 남자라면 지긋지긋한 걸. 이제 내 신랑과의 잠자리도 거부할 수 있는 이유가 생겼어."
"그렇다고 루이페르님이랑 멀어지지는 마. 그분 좋은 사람이야."
"내가 더 잘 알아."
"베로스 오빠도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 네가 베로스 오빠 밑에 깔려 있는 걸 보고 싶은걸."
"엘, 너."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아직 젊은 여자가 파릇파릇한 신랑까지 싫어하면 어떻게 해. 고문관조차 나에게 언제나 못 되게 구는 건 아니라는 마음으로 살아 왔어. 그런 건 배웠으면 해."
"그러고 보니 그렇구나. 네가 이렇게 멀쩡히 살아 숨쉬는데 내가 이러면 안 되지."
"어머, 나 욕하는 거니?"
"그렇게 되네."
두 여자의 혀가 뜨겁게 엉켰다. 깊은 키스였다. 엘러시아는 세이토렌의 옷을 벗겼다. 양방향 딜도가 다시 한번 두 여자의 보지를 가르고 깊숙히 들어갔다. 세이토렌은 엘러시아의 고운 발을 붙잡고 발가락 사이 사이에 침을 묻혀 빨아댓다. 새하얀 발바닥에 혀를 길게 대어 핥기도 했다.
"아직도 발이 창피하지? 이 세이르족의 암퇘지."
엘러시아도 세이토렌의 발을 머금고 핥고 빨면서 대답했다.
"응, 렌. 창피해. 핥아줘, 내 사랑 렌. 렌이 베로스 오빠의 좃을 핥고 빠는 걸 보고 싶어. 피임약 먹고 하면 루이페르님도 허락해 줄 거야."
세이토렌이 갑자기 정색을 하더니 말했다.
"엘, 나 비밀 하나 알려줄까?"
"뭔데?"
"나 너랑 같은 방 쓰고 싶다고 해서 만난 거였잖아. 너한테 곧바로는 숨겼었지만.... 나 실은 네가 어떤 여자인지 알아 보고 싶었다. 또 한편으론 네가 새로운 호위기사가 된다기에 인맥을 만들어 두고도 싶었어. 그러다가 네가 호위기사가 되었지만 명색 뿐일 거란 걸 눈치 채고 미련 없이 널 떠났던 거야. 나 밉지?"
"렌, 그런 말 마. 그럼 나랑 오고 갔던 편지들은 뭐니? 내가 창녀 생활 하던 와중에도 넌 끊김없이 편지를 보냈었어. 또 베로스 오빠랑 결혼한 뒤 네가 찾아와서 준 돈 덕에 형편도 피고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엘, 네가 강하고 착한 아이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안 했을 거야."
엘러시아는 세이토렌과의 우정 덕분에 견습 기사가 될 수 있었지만, 우정 때문만은 아니란 걸 두 여자 모두 잘 알았다. 엘러시아는 여러가지 무기에 능했고 매력적이었다. 그랬기에 신전 관리자를 설득해 수녀로 만들어줄 수가 있었다. 베로스를 자이렌 자작이 견습 기사로 만들어줬을 당시엔 베로스에게 약간의 돈이 있었고 억센 몸과 용기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관리자를 자이렌 자작이라도 설득할 수 없었을 터였다. 아니 베로스 자신이 기사 생활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요즘 신전의 제사장들은 엘러시아를 성기사로 만들어주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언제든 입술에 자지를 박아줄 수 있는 여자 성기사로 엘러시아를 만들고 싶어 했던 것이다.
엘러시아는 세이토렌의 허리를 붙잡고 돌렸다. 딜도 끝을 세이토렌의 똥구멍에 대고 문질렀다. 민감한 그곳이 자극되자 세이토렌이 말했다.
"똥꼬는 건드리지 마. 아파."
"알았어."
엘러시아는 아쉬웠다. 대신 엘러시아는 세이토렌의 분홍빛 똥구멍에 혀를 대고 속살까지 비집어가면서 핥았다. 그 기분이 너무 좋아서 세이토렌은 신음을 나직히 내면서 보짓물을 흘렸다.
그 시간 루이페르는 자이렌성에 있는 세이토렌과 자신의 별장에서 소드 마스터만 있는 세상에 대한 판타지 소설을 읽고 있었다. 대부분의 이런 류의 책들은 덧씌움과 과장과 전설이 섞여 있기 마련인데, 특이하게도 결핍을 소재로 삼은 글이었다. 귀족이자 작가인 인물이 썼고 고전 문학에 드는 글이었다. 아버지인 로렌토르 자작이 고전 검술 교재로 쓰라고 준 책 가운데 하나였고, 루이페르가 좋아하게 되어 여러 차례 읽게 된 글이었다.
그 글에 따르면, 세상엔 소드 마스터만이 존재했고 단 하나의 지성체만이 있었으니 바로 인류였다. 그 세상에선 루이페르의 세상엔 없는 것도 있었는데, 상대의 몸을 빨아들여 자신 몸의 정기로 삼는 기술이었다. 그 세상엔 불로불사의 사내가 있었다. 사내의 부하이며 역시 불로불사이지만 사내의 총애를 잃는 순간 정기를 빼앗겨 죽는 계집들이 있었다. 사내와 계집들의 새끼들로, 태어나는 즉시 감별되어 예쁘고 튼튼한 것들만 예비 계집이 되고 나머지는 사내와 계집들에게 먹히는 먹이들이 있었다. 계집들은 태어난 아기를 사내에게 흔쾌히 바쳤고 사내는 이를 마음대로 분배해 먹었다. 이 같은 사내들이 지배하는 하렘들이 곳곳에 펼쳐져 때때로 싸웠고 패배한 사내들과 계집들이 먹이가 되었다. 사내들은 가끔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 아들을 키웠고 그 아들이 아버지와 싸우기도 했다. 루이페르는 그 자신 별 다를 바 없이 설정만 다르고 인류는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전율했다.
베로스는 루이페르 옆에서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베로스는 전투용 무장 보다 2배가 무거운 연습용 무장을 입고 있었다. 베로스는 자신의 실력 부족을 통감하고 있었고 전력을 다해 연습을 했다. 베로스는 노력파였다. 벌목공과 대장장이로 일했을 때 다음날 못 일어나는 상태 직전까지 몸을 혹사시키던 버릇대로 베로스는 검술 훈련에 애썼다. 대장장이로 번 돈과, 엘러시아가 신전 수녀를 하면서 버는 돈이 모조리 베로스의 기사 일에 투입되었으므로 실패하면 파산이었다. 베로스는 실패하면 파산이라는 사실엔 주목하지 않고 하루 하루 오늘만 열심히 한다는 생각으로 연습에 몰두했다.
루이페르가 책상에서 일어섰다. 루이페르는 판타지 소설에서 읽은 검술의 오의를 실전에 적용시키고 싶었다. 연습용인 뭉툭한 목검을 쳐들었다. 납심이 박혀 있어 무거웠다. 루이페르가 베로스를 보고는 말했다.
"형, 대련하자."
"예, 준남작님."
베로스의 검술 실력은 최근 들어 급상승 중이었다. 무예 수련장에서 전사들과 훈련한 뒤에도 엘러시아와 틈틈히 대련을 하는 덕분이었다. 엘러시아의 검술은 세이르족 꼬마 전사 시절부터 기본기가 탄탄하게 잘 잡혀 있었다. 엘러시아의 검술은 루이페르 보다 힘은 딸리지만 기술 자체는 우수했다. 그러기에 베로스는 루이페르의 스파링 상대를 해줄 수 있었다.
한동안 두 사람의 검이 공중에서 부딪치고 있는데 종자가 뛰어 들어와 외쳤다.
"두 분 기사님, 일이 나왔습니다."
루이페르가 검을 멈추고 답했다.
"무슨 일인가?"
"도적떼가 한 미트란 토후국의 한 작은 마을을 공격했다고 합니다. 다른 마을로 진격 중이라는군요. 미트란 토후국에서 우리 토후국에 구원 요청을 해왔습니다."
"명성을 얻을 좋은 기회군. 수고했네."
루이페르 토후국의 영주인 루이페르 준남작은 미트란 토후국을 도움으로서 돈과 명성을 얻고자 했다. 지도력, 용맹, 성실함을 인정받을 좋은 기회였다.
루이페르와 베로스는 서둘러 전투복으로 갈아 입었다. 루이페르가 말했다.
"베로스 형, 난 자작 관저로 가서 허가를 맡고 전사들을 모을 거야. 형은 엘과 렌을 불러 와. 서둘러야 해."
가만히 있으면 점점 밀려나는 세상이란 걸 루이페르는 잘 알고 있었다. 생존조건부터가 인간은 끊임없이 먹어야 유지되는 생물이고 이러려면 공급을 받아야 한다. 일은 스스로 나아가 챙겨야 하는 것이다. 명령을 받은 베로스는 미소를 지으면서 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두 사람은 별장 밖으로 나와 각자의 말을 타고 내달렸다. 베로스가 탄 말도 종마였지만 다소 허약했다. 베로스는 말의 배를 다리로 치면서 내달렸다. 집 앞에서 베로스는 말에서 내렸다. 크지는 않았지만 작지도 않은 집이었다. 갑자기 감개가 무량해왔다. 엘러시아 같이 착하고 성실한 아내를 만나서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사랑은 만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해왔다. 그런 생각이 열매를 맺은 것이다.
베로스는 문을 따고 들어갔다.
"아직 두 사람이 서로 섹스를 하고 있으면 어쩌지? 그래도 불러야지 어쩔 수 없잖아. 급한 일이니까. 바로 따고 들어가는 건 무례한 일이니 거실에서 큰소리로 불러야겠어."
베로스가 걱정한 상황은 지속되지 않고 있었다. 베로스의 눈에 띈 풍경은 거실에서 연습용 무장을 갖추고 칼로 대련을 하고 있는 엘러시아와 세이토렌이었다. 두 여자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땀에 젖어 있었다. 루이페르, 베로스, 엘러시아, 세이토렌 네 사람 가운데 가장 검술 실력 좋은 건 엘러시아였다. 수녀라는 공창 생활 중에도 상대가 전사라면 짧게 대련부터 하고 매춘을 하는 경우가 잦았다고 했었다. 힘이야 넷 가운데 베로스가 가장 강했지만.
베로스가 말했다.
"일 나왔어요. 빨리 가자구요."
엘러시아가 다가와 베로스의 볼에 뽀뽀를 하고 윙크했다.
세이토렌이 쭈볏거렸다. 베로스에게 그런 세이토렌이 너무나 섹시하게 보였다. 작고 째진 붉은 눈, 수려한 코와 입술, 갸름하지만 살짝 각진 얼굴, 적갈색 살결의 조합은 세이토렌을 몹시 성숙하고 색기가 넘치게 보이게 했다. 색기 흐른다기 보다는 어딘가 유아적인 엘러시아의 얼굴과는 대비되었다. 엘러시아에 버금갈 정도로 탄력 넘치는 터질듯한 알몸을 방금 보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터이다. 그런 세이토렌이 귀여워서 베로스는 농을 걸고 싶어졌다.
"로렌토르 부인, 발그스름한 얼굴이 너무나 아름다우십니다."
세이토렌의 얼굴이 달아올라 더욱 붉어졌다. 세이토렌은 볼에 양손을 대고 고개를 돌렸다.
"세수하고 올게요. 더워요."
엘러시아가 베로스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오빠, 그런 말하면 어떻해. 렌은 오빠랑 루이페르님이 우리 섹스하는 거 지켜 본 거 알고 있어."
"뭐? 너도 알아? 이런, 곤란해지겠다. 부인을 어떻게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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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시아 : 26살의 세이르족 여전사. 183cm, 체중은 모르지만 꽤 나갈 듯. 45-25-42(인치)의 대단한 글래머. 암살과 전투에 능함.
세이토렌 : 26살의 사반트 후작국 귀족 여자. 기사. 185cm. 체중은 모르지만 꽤 나갈 것으로 예상됨. 44-25-42(인치)의 엘러시아 못 잖은 글래머. 엘러시아의 친구. 사반트에게 붙들려 메조키스트로 길들여져 갔었음.
베로스 : 29살의 평민 남자. 기사. 190cm, 105kg. 건장한 체격. 엘러시아의 남편.
루이페르 : 26살의 귀족 남자. 준남작. 191cm, 108kg. 탄탄한 체격, 세이토렌의 남편.
사반트 : 후작. 34살의 귀족 남자. 188cm, 135kg. 프로레슬러를 연상시키는 몸집의 소유자. 사디스트이자 폭군. 세이르족을 침공하는 과정에서 엘러시아를 사로잡고 학대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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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드래곤 알렌쉴드는 와이번들의 보고를 받았다.
드래곤의 먼 일족이지만, 드래곤과는 달리 지능도 마법도 덩치도 없는 와이번은 알렌쉴드의 좋은 먹잇감이었고 노예였다. 알렌쉴드는 사반트 후작국 북쪽의 하늘에 와이번들을 뿌려 정찰을 하게 했다.
"...사실이라는 건가..."
누군가가 익명의 지도를 알렌쉴드에게 보내왔다. 그 지도엔 사반트 후작국 북쪽의 금광들과, 황금 및 보석 창고들의 위치가 있었다. 지도가 말하는 위치가 맞는지 와이번을 보내 정찰하게 했고 지도의 묘사는 제대로인 듯보였다. 알렌쉴드는 엄청나게 거대하고 비늘로 뒤덮인 몸 깊숙이에서 브레스를 뽑아내어 뱉었다. 동굴 벽이 한순간 브레스로 인해 밝아졌다가 금새 사그라들었다.
드래곤은 황금을 베고 누울 때 힘이 세지고, 보석을 먹으면 또 힘이 세진다. 알렌쉴드는 싸움을 좋아하는 드래곤이었다. 드래곤은 서로 협력하지 않았고, 드래곤의 새끼인 헤츨링이 아닌 이상 서로 보호해주지도 않는다. 알렌쉴드는 그 방임된 자유를 만끽해왔다. 알렌쉴드는 드래곤이라는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고 싶었다.
지도를 누가 보냈는지 알렌쉴드는 따지지 않기로 했다. 그 안에 담긴 정보가 신빙성이 있는데 그런 걸 따질 이유는 없었다.
알렌쉴드는 가공할만한 공포를 내뿜었다. 알렌쉴드와 같은 나이 든 드래곤이 내뿜는 공포는 일종의 마법이고, 그걸 느끼는 존재에게 복종을 강요한다. 하나의 산맥을 차지하고 들어앉은 알렌쉴드의 깃발 아래 그 산맥의 모든 몬스터들이 두려움에 질려 모여들었다. 평소엔 오합지졸로서, 알렌쉴드의 노예이자 먹잇감인 몬스터들이지만 이제 알렌쉴드의 정예 군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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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알렌쉴드에게 약간의 정보가 담긴 지도를 보낸 것은 사반트 후작이었다.
세이토렌을 사반트가 윤간한 것 때문에 귀족들의 신뢰는 떨어졌다. 사반트 자신이 유부녀이자 대귀족인 세이토렌을 윤간했다는 것은 사반트 후작국 귀족 사회 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있었다. 사반트로서는 그것을 묻어둘만한 강력한 이슈가 필요했다.
엘러시아가 선생으로 한때 일했던, 에릭세른 요새를 전후한 방대한 영토의 편집한 지도를 드래곤 알렌쉴드에게 보냈다. 사반트는 북쪽에서 전쟁을 일으킴으로서, 자신의 지위를 귀족들 사이에서 확립하고 싶어했다. 종주국이자, 후작 부인 메리안 미룬 케이라의 모국인 케이라 왕국과의 국경선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국제관계에서 사반트의 건재함을 보여줄 터였다. 사반트는 정당방위에 해당되는 전쟁에서 총사령관을 맡게 되는 것이다. 후작국의 그 누구도 사반트의 권위와 권력에 도전할 수 없을 것이다. 명분도 실리도 크게 부족했던 쟈테이족 섬멸전과는 종류가 달랐다. 드래곤을 상대로 한 전쟁이므로 잘하면 트롤 마을이나 드워프 광산을 차지할 수도 있다.
사반트의 속셈은 이러했다.
"날 얕보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겠다. 특히 자이렌가와 로렌토르가는 멸문시켜 주지. 세이토렌도 엘러시아도 도로 성노예로 만들어주마. 유부녀에게 있는 권리 따위는 두 가문만 멸족시킨다면 존재하지 않는다."
자이렌가도 로렌토르가도 사반트가와 피로 맺어져 있었지만, 사반트 후작에게 그런 관계는 안중에 없었다.
사반트는 왕과 같은 권위를 세우고 싶었다. 귀족들의 수장에 불과했기에 세이토렌을 풀어줄 수 밖에 없었는데, 진정으로 귀족들 위에 군림하고 싶었던 것이다. 인명과 국가를 지킨다는 걸 핑계로 닥치는데로 재산을 수탈하고 목숨을 빨아 마실 수 있는 것이 방어전 아니던가.
이 전쟁은 진실이었다. 때문에 사반트에겐 실제로 상비군이 필요했다. 사반트는 아시드 백작과 회동했다.
"아시드 백작님, 새로 귀족 회의 의장이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아시드 백작의 딸 두 명이 사반트의 후실로 있었다. 딸이 많은 노인이었다. 장인 어른인 셈이었지만, 사반트 후작국에게 있어 후작의 지위가 더 중요했다. 백발이 성성한 늙은 대마법사가 답했다.
"다 후작님의 은혜로움이지요. 후작님께서 어찌 이 늙은이를 부르셨는지 궁금합니다."
"왕국에서는 이 몸이 귀족 회의 의장 지위를 잃은 것을 두고 사반트 후작국의 국론이 분열되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충분히 그리 생각할 수 있겠지요."
"케이라 왕국은 사반트 후작국의 기름진 땅을 탐낼지도 모릅니다. 후작국의 힘이 분열되었다고 볼테니 능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니 무력 시위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에릭세른 요새 앞에 펼쳐진 평원에서 대규모 군사 훈련을 벌일 것입니다. 마법사 길드의 협조가 절대적인 변수입니다. 길드 마스터인 백작님께서 마법사들을 모아 주셨으면 합니다. 하늘에 마법으로 불꽃놀이를 수놓고, 마법 용품을 파는 큰 시장을 열 것입니다."
고리대금업자이기도 한 아시드 백작은 눈을 빛냈다. 대규모 군사 훈련이라면 귀족들도 많이 모일 것이니 마법 시장도 활기를 띌 것이다. 왕국과 맞닿는 곳에서 벌이는 마법 시장이므로 왕국의 국민들도 고객이 될 터였다. 아시드는 사반트의 할아버지 때부터 사반트 가문에 협력해 왔다. 고급 나무 원단으로 만들어진 탁자 위로 사반트는 아시드에게 보석을 내밀었다. 사반트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이었다.
"백작께서는 평온한 노후 생활을 바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돈과 권력은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붙들고 있어야지요. 만약 백작께서 제가 보장해주는 미래를 거부하고 왕국 편에 선다면 최후는 비참할 것입니다."
"하하. 제가 모험심 넘치는 팔팔한 젊은이도 아닌데 어찌 배신하는 걸 걱정하십니까. 최대한 협력하겠습니다."
아시드가 대답했다. 마법사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장원이나 탑에 틀어박혀 마법용품을 만들거나 마법으로 생산 활동을 하거나 하면서 돈을 벌었다. 마법사들은 생산수단과 노동력을 겸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투 마법사들도 결코 적지 않았다. 그런 마법사들을 효과적으로 전쟁터에 끌어 들이려면 더 큰 이득을 약속할수록 좋은 것이다.
사반트는 아시드를 좋게 보지 않았다. 귀족 회의 의장이 되어 보겠다고 적극적인 로비를 펼친 아시드였기 때문이었다. 온갖 감언이설로 사반트 앞에선 예의를 갖췄고 귀족들에겐 마법사도 한 번 의장직을 맡아야 한다고 선동했다. 사반트는 표결 이후 늙은 대마법사가 한 번 의장직을 맡는 것도 좋겠다는 입장을 취해 한 발 물러섰다. 표결이 귀족들의 뜻을 말해주고 있었고 아시드는 어느 정도 사반트에게 줄을 대고 있었으므로 사반트는 이를 인정했다. 그러나 아니꼬운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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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반트가 보낸 지도를 알렌쉴드가 읽고 있을 무렵이었다.
엘러시아는 자이렌성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딸인 미리암을 보고 있었다. 여자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한 후작국이다 보니 보육원도 마련되어 있었다. 신전에서 고급 창녀인 수녀로 일하다가 요즘엔 견습기사 노릇을 하고 있는 엘러시아였다. 견습기사로 일할 때에 보육원에 맡겼던 아이를 퇴근해서는 집에 데려 와서 함께 놀아 주고 있는 것이다. 세이르족은 모계 사회여서 엘러시아가 아기를 볼 기회는 있었지만, 청소년기에 워낙 전투를 배우느라 그럴 시간이 없었다. 엘러시아가 그렇게하여 아기 보는 재주가 모자란 것도 겹쳐 보육원에 많이 기대고 있는 실정이었다. 보육원에선 미리암에게 신경을 많이 썼다. 세이토렌이 미리암을 양녀로 들인 상태였던 것이다. 세이토렌은 보육원에서 미리암에게 신경 쓰게 하려면 로렌토르가의 아이인 편이 낫다고 보아서 그렇게 했다. 나중에 미리암을 다시 베로스 호적에 올리기로 합의가 되어 있었다.
가끔 엘러시아는 자신이 이런 행복을 누려도 괜찮은지 하고 자문했다.
"나 말고 다른 세이르족들은 지독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겠지. 내가 사반트 밑에서 신음하던 것처럼.... 내가 기사가 되면 한 명이라도 거둬서 노예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야겠어. 그게 세이토렌에게서 받은 은혜를 다른 이에게 갚는 것이 되겠지."
현관 문이 열렸다.
베로스와 엘러시아의 집 현관 문 열쇠를 갖고 있는 건 몇 명 없었다.
엘러시아는 벌떡 일어서서 환한 미소와 함께 밝은 목소리로 상대를 맞이했다.
"렌이구나! 오랫만이야."
"그래, 오랫만이다. 한달 넘었지?"
세이토렌은 적갈색 살짝 각진 갸름한 얼굴에 자리 잡은 째진 붉은빛 눈에 한가득 웃음을 머금은 채 엘러시아를 바라보았다.
세이토렌은 자이렌성에 큼직한 건물을 여러 채 갖고 있었다. 여러 상점들로 세를 놓고 있었는데, 어느 업종으로 얼마나 세를 거둘지, 어느 업종을 어떤 거리에 배치해야 장사가 잘 될지 등등 경영의 핵심적인 측면들은 세이토렌이 직접 하고 있었다. 세이토렌의 경영은 제법 봐줄만한 것이어서 상점가는 활황이었다. 또한 로렌토르성 근방엔 세이토렌과 그녀의 남편 루이페르가 사는 장원이 있었다. 루이페르는 과감하게도 몬스터들이 있는 산맥 근처에 장원을 설치했다. 때문에 세이토렌은 굉장히 바빳다. 루이페르와 세이토렌은, 귀족은 평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기에 우월하다는 사상에 충실했다. 두 사람은 몬스터들과 숱한 전투를 치러왔다. 세이토렌은 부부가 사업 파트너이기도 하다는 점을 충족시키려고 애썼다.
세이토렌은 그 와중에 틈을 내어 엘러시아에게 온 것이다.
세이토렌은 가지고 온 큼직한 바구니를 마루에 내려놓았다. 바구니 안엔 빵과 과일이 한 광주리 가득 들어있었다. 엘러시아는 차와 술과 훈제 고기를 내왔다. 둘만의 조촐한 파티를 즐기면서 엘러시아가 말했다.
"술 보니까 생각나네. 나, 널 처음 만났을 때 술독에 빠져 지내기 일보 직전의 마음이었어. 렌, 네가 내 룸메이트가 되겠다고 자원하지 않았으면 난 술독에 빠져서 폐인이 되었겠지. 정말 넌 생각하면 할수록 내게 고마운 사람이야."
엘러시아는 눈웃음쳤다. 큼직한 초록빛 눈동자가 수려한 코와 입술과 어우러진 엘러시아의 갸름한 얼굴은 무척 아름다웠다.
"너도 나한테 그런 걸, 엘. 사반트에게 당해서 미쳐 버린 날 구해주려고, 도망칠 수도 있던 기회를 저버리고 나한테 온 네가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그런 상황에서도 그토록 날 아껴주고 보듬어 주고... 요즘 나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 쫙 퍼져서 한낱 병사들에게까지 내가 최저질로 평가 받고 있지만, 넌 언제나 내게 용기를 줘. 하, 말이 좀 이상하다."
세이토렌은 재판 과정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고문관들이 자신을 윤간했다는 말을 꾸며내서 진술했다. 사반트에겐 못 하더라도, 고문관들에게라도 복수하고 싶었다. 재판관들은 세이토렌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럼에도 병사들은 나쁜 말들을 수근거리고 있을 것이 뻔한 일이었다. 물론 그 사실이 세이토렌의 귀에 들어 간 것은 아니었다.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둘은 사이좋게 함께 했다.
부엌 바닥에서 엘러시아가 물구나무를 서더니 말했다.
"렌, 네 낭군님인 루이페르 준남작님이 풀프레이트 메일 입고 이렇게 하는 거 나 본 적 있다."
엘러시아는 물구나무를 선 채 팔굽혀펴기를 해보였다. 엘러시아의 팔뚝은 굵지 않았고 근육이 두드러지게 나오지도 않았다. 세이토렌의 팔도 마찬가지였다. 세이토렌이 피식 웃었다.
"내가 못 할 거 같니? 기사로서 그 정도는 할 줄 알아야지."
세이토렌도 물구나무를 서고 팔굽혀펴기를 했다. 몇 번 하고 나서 두 여자는 다시 바로 섰다. 엘러시아가 말했다.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는 못 하지?"
"응. 그렇게는 못 해."
"나도."
엘러시아가 혀를 쏙 내밀었다.
세이토렌은 엘러시아에게 다가가 고운 입술을 맞댓다. 두 글래머 미녀의 혀가 서로의 입안에서 엉켰다. 세이토렌은 엘러시아의 풍만한 젖가슴을 만지면서 젖꼭지를 손끝으로 살짝 문질렀다. 둘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가볍게 입맞춤을 하곤 했었다. 하지만 세이토렌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대해오는 것은 사반트에게서 풀려난 이래 처음이었다.
"렌, 너 좀 이상해."
"나 너랑 하고 싶어. 옛날에 너한테 더럽다고 욕한 거 미안해. 나 사반트에게 당하면서 정말 죽고 싶었지만, 그때 넌 내게 한줄기 빛이었어. 지금 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어. 악몽도 거의 매일 밤 꾸고, 남자만 보면 모두들 강간범 같아서 진절머리가 나. 난 귀족의 딸로 태어나서 지금껏 막연히 세상을 안전한 곳으로 생각해 왔어. 하지만 그게 아니란 걸 너무나 뼈저리게 알았어. 그러면서도 자위하면서 사반트를 떠올려. 다시는 강간당하기 싫어하면서 말야. 너라면 이런 날 이해해줄 수 있겠지?"
세이토렌은 세상에서 가장 온전하게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엘러시아라고 믿었다. 엘러시아는 안타까웠다.
"일단 애부터 재우자."
"응, 엘."
두 여자는 합심해서 미리암을 재웠다.
세이토렌이 눈물을 흘리자 엘러시아가 굳은 표정이 되어 물었다.
"왜 울어, 렌? 내가 뭐 잘못이라도 했니?"
"아니. 사반트한테 낙태를 당하지 않았으면 내 애도 쟤 보다 조금 작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엘러시아의 큼직한 초록빛 눈에도 금새 눈물이 맺혔다. 울먹이면서 엘러시아가 물었다.
"그거 네 신랑도 아니?"
"응. 내 남편은 깰 때마다 꼭 자식의 원수를 갚겠다고 다짐을 해... 솔직히 사반트에게 복수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사반트는 법과 원칙의 수호자임을 자임하잖아. 하지만 그건 법과 원칙을 사반트 자신의 유효한 수단으로 만들기 위한 술책일 뿐이지. 만약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재판을 걸었으면 졌을 거라고 아버님이 말씀하셔. 아니 지는 걸 넘어서 가문 전체가 위기에 빠졌을 거라고 하셨어."
엘러시아는 세이토렌과 함께 침실로 들어갔다. 두 여자는 옷을 모두 벗고 탱탱한 알몸을 서로에게 드러냈다. 몽실몽실한 서로의 가슴을 매만지거나 탱탱한 엉덩이와 매끄러운 허벅지를 사근 사근 만져댓다. 세이토렌과 엘러시아는 입술을 맞대고 서로의 혀를 빨고 핥았다. 분홍빛 입술과 분홍빛 혀로 두 미녀가 딥키스를 하는 모습이 색정적이었다. 네 입술은 참 달다고 엘러시아가 세이토렌에게 속삭였다.
침대 위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몸을 날렸다. 서로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대고 서로의 보지를 핥고 빨고 깨물고 매만졌다. 사반트에 의해 강요받아야 했던 체위였지만 지금은 서로의 마음대로 하는 것이었다. 둘의 보지가 충분히 젖자 엘러시아는 벽장에서 양쪽에 귀두 모형이 달린, 남자 자지 보다 2배 정도 긴 딜도를 꺼냈다. 그것을 엘러시아가 보지 속에 집어넣자 마치 자지가 달린 것처럼 보였다. 엘러시아의 벽장 안엔 성적 도구들이 가득했다. 신전에서 일하면서 받아온 것들이었다. 세이토렌은 엘러시아의 입술에 뽀뽀하곤 속삭였다.
"사랑해, 엘러시아."
"나도 널 사랑해, 세이토렌."
엘러시아는 세이토렌의 보지에 자신의 보지에 들어가 있는 딜도를 조심스럽게 집어넣었다. 두 여자의 자궁 입구까지 꼭 맞물리는 긴 딜도였다. 그 서슬에 세이토렌과 엘러시아의 엉덩이가 서로 맞닿았다. 세이토렌과 엘러시아의 길고 늘씬한 다리가 서로 엇갈렸다. 두 여자는 엉덩이를 서로 돌리고 부딪치면서 열락에 잠겨들어갔다. 탄력 넘치는 풍만한 엉덩이 두 개가 딜도를 품고 부딪치는 것은 박음직스러운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두 여자의 레즈질을 침실 문에 난 창문을 통해 보고 있는 두 사내가 있었다.
두 사내는 엘러시아 집의 열쇠를 갖고 있었다. 즉 루이페르와 베로스였다. 세이토렌을 먼저 보낸 뒤, 루이페르의 충동질로 베로스의 집으로 두 사내는 갔던 것이다. 가끔 환상 속에서 보곤 했던 예상된 풍경이었다. 루이페르가 말했다.
"베로스 형, 저건 비밀로 하자."
"예, 준남작님."
루이페르가 윙크를 했다.
"만약 렌을 갖고 싶다면 지금 같이 들어가자. 난 신전에서 엘러시아를 맛본 적이 있는데 형은 내 아내를 건드리지도 못 했잖아."
"세이토렌님은 마음이 아파서 저렇게라도 위로를 받고 싶어하는 게 아닐까요. 우리가 들어가면 많이 놀랄 것 같습니다."
"하하, 농담이야. 형을 믿을 수 있겠어. 여자의 상처를 건드리는 건 할 짓이 아니지. 하지만 설득하고 싶지 않아? 우리 사이를 더욱 친밀하게 만드는 데엔 아내를 바꿔 보는 것도 괜찮잖아. 나중에 나도 형도 첩을 갖게 될지도 몰라. 처첩들이 끼리끼리 저런 관계를 맺는 것이 여러모로 남자에겐 좋지. 처첩들끼리 사이 좋으면 얼마나 좋아. 처첩들끼리 저런 관계를 맺는 게 좋다고 보는 건 남자들만의 비밀이야."
사반트 후작국도 동성애를 증오했지만, 남자들이 레즈를 보는 시선은 어느 정도 너그러웠다. 베로스가 답했다.
"세이토렌님은 정숙한 부인이신데 싫어하지 않을까요?"
루이페르는 사실 농담으로 한 말이었다. 실제로 세이토렌을 베로스가 갖고 싶다고 했다면 정색하며 분노를 표시했을 것이다. 루이페르에겐 세이토렌을 남에게 돌릴 생각이 없었다.
"하하. 일단 나가자고."
두 남자는 미소를 교환했다. 베로스는 이제 막 기사가 되었지만, 루이페르는 세이토렌의 말을 통해 베로스를 무척 좋게 보고 있었고 이는 사실이었다. 베로스는 예의 바르고 겸손한 태도를 가진 사내였다. 귀족의 복잡한 예법은 몰랐지만, 저절로 배어 나오는 예절이 베로스에겐 있었다.
한편 침실 안에서는 엘러시아가 수상한 소리를 들었다. 세이르족 레인져로서 단련된 감각이 힘을 발휘했다. 엘러시아는 소곤거렸다.
"렌, 밖에 누군가 있어. 도둑일지도 몰라."
엘러시아와 세이토렌은 딜도를 보지에서 빼내고 서둘러 옷을 입었다. 활동성이 높은 바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엘러시아는 침대 밑에 있는 칼을 꺼내 들었다. 세이토렌도 칼을 받아 들었다. 엘러시아는 일어서서 침실 창문을 통해 두 사내의 뒷모습을 확인했다. 문을 살금 살금 열었다. 세이토렌이 다가갔다. 엘러시아가 소곤소곤 말했다.
"우리 신랑들이야. 괜히 놀랐네."
"뭐?"
세이토렌의 탐스러운 적갈색 살결이 더욱 빨갛게 물들었다. 세이토렌은 침대로 가서 이불을 휘감고 앉았다.
"나 어떻게 낭군님을 봐. 너랑 하는 거 들켰을 거 아냐."
엘러시아는 순식간에 발가벗고는 침대 위로 올라가 세이토렌에게 가깝게 기어갔다. 침대 위에 엎드린 자세인데도, 엘러시아의 머리 보다 살짝 큰 뭉클뭉클한 유방은 탄탄하게 뭉쳐져 늘어진 느낌이 없었다. 엘러시아는 우유빛 살결을 갖고 있었다. 엄청나게 크고 뒤로 힘있게 튀어 나와 있는 엉덩이도, 길고 늘씬한 팔다리도, 모양 좋고 큼직한 젖통도, 잘록한 허리와 날렵한 배도 엘러시아와 세이토렌의 그것들은 닮아 있었다. 분홍빛이 선명한 보지에서 잘 길들여진 똥구멍에 이르는 구간의 털은 깨끗하게 깍으면서도, 보지와 배꼽 사이에 솜처럼 뭉친 황금빛 보지털을 깍지 않는 방식의 털 다듬기도 엘러시아가 사반트 일당에게서 배워 온 바대로였다. 세이토렌의 살결이 윤기나는 적갈색이어서 좀 더 기름져 보인다는 점 정도가 차이랄까. 탄력 넘치는 터질듯한 몸매의 소유자인 두 미녀였다. 엘러시아가 세이토렌의 볼에 입을 맞추곤 말했다.
"문제 삼지 않을 거야. 날 네 신랑이 돈 주고 산 적도 있는 걸. 세이토렌 너의 남편이기에 더욱 화끈하게 잘 해줬지."
"진짜? 어떻게 둘이서 나 몰래 붙을 수가 있어?"
"네 신랑도 너한테 뭐라 할 처지는 안 된다는 거야. 맞바람 피운 걸로 생각하는 게 어때? 난 단지 몸만 루이페르님에게 준 거야."
세이토렌이 엘러시아를 껴안고 키스를 퍼부었다.
"난 베로스씨랑 하기는 싫어. 하지만 너라면 좋아, 엘. 남자라면 지긋지긋한 걸. 이제 내 신랑과의 잠자리도 거부할 수 있는 이유가 생겼어."
"그렇다고 루이페르님이랑 멀어지지는 마. 그분 좋은 사람이야."
"내가 더 잘 알아."
"베로스 오빠도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 네가 베로스 오빠 밑에 깔려 있는 걸 보고 싶은걸."
"엘, 너."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아직 젊은 여자가 파릇파릇한 신랑까지 싫어하면 어떻게 해. 고문관조차 나에게 언제나 못 되게 구는 건 아니라는 마음으로 살아 왔어. 그런 건 배웠으면 해."
"그러고 보니 그렇구나. 네가 이렇게 멀쩡히 살아 숨쉬는데 내가 이러면 안 되지."
"어머, 나 욕하는 거니?"
"그렇게 되네."
두 여자의 혀가 뜨겁게 엉켰다. 깊은 키스였다. 엘러시아는 세이토렌의 옷을 벗겼다. 양방향 딜도가 다시 한번 두 여자의 보지를 가르고 깊숙히 들어갔다. 세이토렌은 엘러시아의 고운 발을 붙잡고 발가락 사이 사이에 침을 묻혀 빨아댓다. 새하얀 발바닥에 혀를 길게 대어 핥기도 했다.
"아직도 발이 창피하지? 이 세이르족의 암퇘지."
엘러시아도 세이토렌의 발을 머금고 핥고 빨면서 대답했다.
"응, 렌. 창피해. 핥아줘, 내 사랑 렌. 렌이 베로스 오빠의 좃을 핥고 빠는 걸 보고 싶어. 피임약 먹고 하면 루이페르님도 허락해 줄 거야."
세이토렌이 갑자기 정색을 하더니 말했다.
"엘, 나 비밀 하나 알려줄까?"
"뭔데?"
"나 너랑 같은 방 쓰고 싶다고 해서 만난 거였잖아. 너한테 곧바로는 숨겼었지만.... 나 실은 네가 어떤 여자인지 알아 보고 싶었다. 또 한편으론 네가 새로운 호위기사가 된다기에 인맥을 만들어 두고도 싶었어. 그러다가 네가 호위기사가 되었지만 명색 뿐일 거란 걸 눈치 채고 미련 없이 널 떠났던 거야. 나 밉지?"
"렌, 그런 말 마. 그럼 나랑 오고 갔던 편지들은 뭐니? 내가 창녀 생활 하던 와중에도 넌 끊김없이 편지를 보냈었어. 또 베로스 오빠랑 결혼한 뒤 네가 찾아와서 준 돈 덕에 형편도 피고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엘, 네가 강하고 착한 아이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안 했을 거야."
엘러시아는 세이토렌과의 우정 덕분에 견습 기사가 될 수 있었지만, 우정 때문만은 아니란 걸 두 여자 모두 잘 알았다. 엘러시아는 여러가지 무기에 능했고 매력적이었다. 그랬기에 신전 관리자를 설득해 수녀로 만들어줄 수가 있었다. 베로스를 자이렌 자작이 견습 기사로 만들어줬을 당시엔 베로스에게 약간의 돈이 있었고 억센 몸과 용기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관리자를 자이렌 자작이라도 설득할 수 없었을 터였다. 아니 베로스 자신이 기사 생활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요즘 신전의 제사장들은 엘러시아를 성기사로 만들어주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언제든 입술에 자지를 박아줄 수 있는 여자 성기사로 엘러시아를 만들고 싶어 했던 것이다.
엘러시아는 세이토렌의 허리를 붙잡고 돌렸다. 딜도 끝을 세이토렌의 똥구멍에 대고 문질렀다. 민감한 그곳이 자극되자 세이토렌이 말했다.
"똥꼬는 건드리지 마. 아파."
"알았어."
엘러시아는 아쉬웠다. 대신 엘러시아는 세이토렌의 분홍빛 똥구멍에 혀를 대고 속살까지 비집어가면서 핥았다. 그 기분이 너무 좋아서 세이토렌은 신음을 나직히 내면서 보짓물을 흘렸다.
그 시간 루이페르는 자이렌성에 있는 세이토렌과 자신의 별장에서 소드 마스터만 있는 세상에 대한 판타지 소설을 읽고 있었다. 대부분의 이런 류의 책들은 덧씌움과 과장과 전설이 섞여 있기 마련인데, 특이하게도 결핍을 소재로 삼은 글이었다. 귀족이자 작가인 인물이 썼고 고전 문학에 드는 글이었다. 아버지인 로렌토르 자작이 고전 검술 교재로 쓰라고 준 책 가운데 하나였고, 루이페르가 좋아하게 되어 여러 차례 읽게 된 글이었다.
그 글에 따르면, 세상엔 소드 마스터만이 존재했고 단 하나의 지성체만이 있었으니 바로 인류였다. 그 세상에선 루이페르의 세상엔 없는 것도 있었는데, 상대의 몸을 빨아들여 자신 몸의 정기로 삼는 기술이었다. 그 세상엔 불로불사의 사내가 있었다. 사내의 부하이며 역시 불로불사이지만 사내의 총애를 잃는 순간 정기를 빼앗겨 죽는 계집들이 있었다. 사내와 계집들의 새끼들로, 태어나는 즉시 감별되어 예쁘고 튼튼한 것들만 예비 계집이 되고 나머지는 사내와 계집들에게 먹히는 먹이들이 있었다. 계집들은 태어난 아기를 사내에게 흔쾌히 바쳤고 사내는 이를 마음대로 분배해 먹었다. 이 같은 사내들이 지배하는 하렘들이 곳곳에 펼쳐져 때때로 싸웠고 패배한 사내들과 계집들이 먹이가 되었다. 사내들은 가끔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 아들을 키웠고 그 아들이 아버지와 싸우기도 했다. 루이페르는 그 자신 별 다를 바 없이 설정만 다르고 인류는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전율했다.
베로스는 루이페르 옆에서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베로스는 전투용 무장 보다 2배가 무거운 연습용 무장을 입고 있었다. 베로스는 자신의 실력 부족을 통감하고 있었고 전력을 다해 연습을 했다. 베로스는 노력파였다. 벌목공과 대장장이로 일했을 때 다음날 못 일어나는 상태 직전까지 몸을 혹사시키던 버릇대로 베로스는 검술 훈련에 애썼다. 대장장이로 번 돈과, 엘러시아가 신전 수녀를 하면서 버는 돈이 모조리 베로스의 기사 일에 투입되었으므로 실패하면 파산이었다. 베로스는 실패하면 파산이라는 사실엔 주목하지 않고 하루 하루 오늘만 열심히 한다는 생각으로 연습에 몰두했다.
루이페르가 책상에서 일어섰다. 루이페르는 판타지 소설에서 읽은 검술의 오의를 실전에 적용시키고 싶었다. 연습용인 뭉툭한 목검을 쳐들었다. 납심이 박혀 있어 무거웠다. 루이페르가 베로스를 보고는 말했다.
"형, 대련하자."
"예, 준남작님."
베로스의 검술 실력은 최근 들어 급상승 중이었다. 무예 수련장에서 전사들과 훈련한 뒤에도 엘러시아와 틈틈히 대련을 하는 덕분이었다. 엘러시아의 검술은 세이르족 꼬마 전사 시절부터 기본기가 탄탄하게 잘 잡혀 있었다. 엘러시아의 검술은 루이페르 보다 힘은 딸리지만 기술 자체는 우수했다. 그러기에 베로스는 루이페르의 스파링 상대를 해줄 수 있었다.
한동안 두 사람의 검이 공중에서 부딪치고 있는데 종자가 뛰어 들어와 외쳤다.
"두 분 기사님, 일이 나왔습니다."
루이페르가 검을 멈추고 답했다.
"무슨 일인가?"
"도적떼가 한 미트란 토후국의 한 작은 마을을 공격했다고 합니다. 다른 마을로 진격 중이라는군요. 미트란 토후국에서 우리 토후국에 구원 요청을 해왔습니다."
"명성을 얻을 좋은 기회군. 수고했네."
루이페르 토후국의 영주인 루이페르 준남작은 미트란 토후국을 도움으로서 돈과 명성을 얻고자 했다. 지도력, 용맹, 성실함을 인정받을 좋은 기회였다.
루이페르와 베로스는 서둘러 전투복으로 갈아 입었다. 루이페르가 말했다.
"베로스 형, 난 자작 관저로 가서 허가를 맡고 전사들을 모을 거야. 형은 엘과 렌을 불러 와. 서둘러야 해."
가만히 있으면 점점 밀려나는 세상이란 걸 루이페르는 잘 알고 있었다. 생존조건부터가 인간은 끊임없이 먹어야 유지되는 생물이고 이러려면 공급을 받아야 한다. 일은 스스로 나아가 챙겨야 하는 것이다. 명령을 받은 베로스는 미소를 지으면서 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두 사람은 별장 밖으로 나와 각자의 말을 타고 내달렸다. 베로스가 탄 말도 종마였지만 다소 허약했다. 베로스는 말의 배를 다리로 치면서 내달렸다. 집 앞에서 베로스는 말에서 내렸다. 크지는 않았지만 작지도 않은 집이었다. 갑자기 감개가 무량해왔다. 엘러시아 같이 착하고 성실한 아내를 만나서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사랑은 만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해왔다. 그런 생각이 열매를 맺은 것이다.
베로스는 문을 따고 들어갔다.
"아직 두 사람이 서로 섹스를 하고 있으면 어쩌지? 그래도 불러야지 어쩔 수 없잖아. 급한 일이니까. 바로 따고 들어가는 건 무례한 일이니 거실에서 큰소리로 불러야겠어."
베로스가 걱정한 상황은 지속되지 않고 있었다. 베로스의 눈에 띈 풍경은 거실에서 연습용 무장을 갖추고 칼로 대련을 하고 있는 엘러시아와 세이토렌이었다. 두 여자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땀에 젖어 있었다. 루이페르, 베로스, 엘러시아, 세이토렌 네 사람 가운데 가장 검술 실력 좋은 건 엘러시아였다. 수녀라는 공창 생활 중에도 상대가 전사라면 짧게 대련부터 하고 매춘을 하는 경우가 잦았다고 했었다. 힘이야 넷 가운데 베로스가 가장 강했지만.
베로스가 말했다.
"일 나왔어요. 빨리 가자구요."
엘러시아가 다가와 베로스의 볼에 뽀뽀를 하고 윙크했다.
세이토렌이 쭈볏거렸다. 베로스에게 그런 세이토렌이 너무나 섹시하게 보였다. 작고 째진 붉은 눈, 수려한 코와 입술, 갸름하지만 살짝 각진 얼굴, 적갈색 살결의 조합은 세이토렌을 몹시 성숙하고 색기가 넘치게 보이게 했다. 색기 흐른다기 보다는 어딘가 유아적인 엘러시아의 얼굴과는 대비되었다. 엘러시아에 버금갈 정도로 탄력 넘치는 터질듯한 알몸을 방금 보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터이다. 그런 세이토렌이 귀여워서 베로스는 농을 걸고 싶어졌다.
"로렌토르 부인, 발그스름한 얼굴이 너무나 아름다우십니다."
세이토렌의 얼굴이 달아올라 더욱 붉어졌다. 세이토렌은 볼에 양손을 대고 고개를 돌렸다.
"세수하고 올게요. 더워요."
엘러시아가 베로스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오빠, 그런 말하면 어떻해. 렌은 오빠랑 루이페르님이 우리 섹스하는 거 지켜 본 거 알고 있어."
"뭐? 너도 알아? 이런, 곤란해지겠다. 부인을 어떻게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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