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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시아 4부 : 여기사 메조 만들기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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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892 회 작성일 24-01-15 07:2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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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시아 시리즈 4부 : 여기사 메조 만들기

*****

등장인물 :


엘러시아 : 26살의 세이르족 여전사. 183cm, 체중은 모르지만 꽤 나갈 듯. 45-25-42(인치)의 대단한 글래머. 암살 및 전투에 능함. 사반트에게 사로잡힌 후 메조키스트가 되었음. 사반트의 메조키스트 성노예.

사반트 : 후작. 34살의 귀족 남자. 188cm, 135kg. 프로레슬러를 연상시키는 몸집의 소유자. 사디스트이자 폭군. 세이르족을 침공하는 과정에서 엘러시아를 사로잡고 학대했음. 엘러시아의 주인.

세이토렌 : 26살의 사반트 후작국 귀족 여자. 기사. 185cm. 체중은 모르지만 꽤 나갈 것으로 예상됨. 44-25-42(인치)의 엘러시아 못 잖은 글래머. 엘러시아의 친구. 사반트에게 붙들려 메조키스트로 길들여져 감.

도리스 : 고문관. 30살의 평민 남자. 195cm, 137kg. 건장한 체격. 야비하고 잔인한 성품의 소유자. 사반트의 부하.

토토스 : 고문관. 52살의 평민 남자. 185cm, 125kg. 다소 뚱뚱하나 건장한 체격.

베로스 : 29살의 평민 남자. 190cm, 95kg. 건장한 체격. 사반트의 강제 및 도리스의 추천으로 엘러시아의 남편이 됨.

자이렌 : 자작. 56세의 귀족 남자. 187cm, 120kg. 세이토렌의 아버지.

로쉬케 : 24살의 세이르족 여전사. 177cm. 38-25-38(인치)의 적당한 체격. 암살 및 전투에 능함.

알카디안 : 27세의 귀족 남자. 기사. 185cm, 90kg. 날렵한 근육질 체격.

****

3.



세이토렌의 손발이 되고 똥오줌도 받아내고 있던 엘러시아에게 전갈이 왔다. 토토스가 이를 전하고 있었다.


"쟈테이족과의 전쟁에 널 데리고 가기로 했다는 후작님의 명이다."


"세이토렌은 어떻게 되나요?"


"같이 간다. 렌은 지금 아주 위험한 상황에 있어. 비밀 유지를 못 하면 후작님의 정치적 입지가 약화될 수 있는 상황이거든? 때문에 비밀이 새나가면 즉시 렌은 죽을 것이다. 그러니 입 단속 단단히 해라. 세이토렌이 여기 있다는 걸 말하면 안 된다."


"예, 토토스님. 절 왜 데리고 가신다는 거죠?"


"길앞잡이겠지."


레인져라는 소리였다. 밀림을 헤치면서 레인져 노릇을 해본 적은 꽤 있었다. 오랜 원수 쟈테이족을 멸종시키러 간다는 말에 엘러시아는 기뻣다. 많은 친척과 친구를 쟈테이족에게 잃은 엘러시아였다. 사반트 후작국의 손을 빌어서긴 하지만 쟈테이족을 치러 간다는 건 세이르족 여전사인 엘러시아에게 있어 짜릿한 경험이 될 것 같았다.


26살의 초봄, 엘러시아는 쟈테이족 원정대에 포함되어 멀리 남쪽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지는 엘러시아였다. 사반트에게 으깨어져 남자는 환관으로 여자는 성노예로 팔려간 동족이었다. 게다가, 고문에 의한 것이라곤 하지만 그 동족의 위치를 자신이 말해서 멸망당하게 만들었다. 도저히 세이르족에게 떳떳할 수 없는 엘러시아였다.


쟈테이족을 치러가는 사반트의 병력은 4만이었다. 로렌토르가와 자이렌가가 참가했다. 창녀들도 대거 따라가는 제대로 된 병력 구성이었다. 저번에 여자로는 엘러시아 혼자만 끌고 갔을 때엔 통제가 어려워서 사반트는 또 다시 그런 모험은 하기 싫었다.


엘러시아는 사반트의 본진에 포함되어 내려갔다. 수레 위에 있는 검은 장막 안에서 엘러시아는 세이토렌을 돌봤다. 엘러시아의 정성 탓인지 1주일 전 쯤을 전후해서 세이토렌은 조금씩 반응을 보이게 되었다. 이젠 음식도 알아서 넘겼고, 보지나 똥구멍을 핥고 빨아주면 몸을 움찔거리기도 했다. 의식이 돌아온 건 아니었다. 누구도 알아 보지 못 했다. 그런 세이토렌을 사반트는 가끔 와서 강간하고 갔다.


사반트가 올 때, 엘러시아는 세이토렌을 엎드린 자세로 자신의 몸 위에 올려 놓고 있었다. 세이토렌의 하체 아래에 엘러시아의 얼굴이 자리했다. 이런 자세에서는 세이토렌의 똥구멍에 자지를 신나게 박다가 언제든 엘러시아의 입에 처넣을 수 있었다. 엘러시아가 세이토렌의 보지와 똥구멍을 오가면서 싹싹 핥고 빨며 이빨로 물고 살짝 살짝 당기는 것도 구경할 수 있었다. 사반트는 엘러시아의 끈덕진 애무로 인해 세이토렌이 보짓물을 싸는 걸 즐겁게 보았고 그렇게 흥분해서 음핵을 세운 보지에 자신의 자지를 부드럽게 박아넣었다. 세이토렌의 보지와 똥구멍은 둘 다 쫄깃쫄깃하다고 사반트는 좋아했다. 세이토렌은 넋 나간 상태에서 당하는 것이라 그런지 본능적으로 귀여운 신음 소리를 내지르곤 했다.


사반트는 엘러시아에게, "어서 입에도 안심하고 넣을 수 있게 해라."라고 다그쳤다.


세이토렌의 하체에 들어갔다 나온 사반트의 오물 투성이 자지를 따뜻하게 감싼 채 핥고 빨아 깨끗하게 하면서 엘러시아는 생각했다.


"끊어서 씹어 삼킬까."


무의미한 상상이었다.


그렇게 하면 자신도 세이토렌도 죽을 것이고 숱한 세이르족이 학살을 당할 것이다. 뭔가 사반트를 파멸시킬 더 좋은 방법을 찾아야 했다. 길은 보이지 않았다.


엘러시아의 속마음이 그렇다는 걸 사반트는 눈치채지 못 하고 있었다. 엘러시아가 자신을 향해 다시 칼을 갈고 있다는 걸 사반트는 몰랐다. 여전히 마음 속 깊이 능욕자인 사반트 자신을 흠모하고 존경하며 사랑하는 고기노예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한 번 굳게 믿은 사람은 쉽게 안 믿지 못 하는 것이 사반트와 같이 공격성 높은 사람의 특징 중 하나다.


베로스는 각종 병장기를 수리하고 때로는 만들어내면서 바쁜 일정을 소화해냈다. 대장장이들은 많았고 군사 훈련도 틈틈이 함께 받았다. 기본적인 보병으로서의 훈련이었다. 한시도 쉴 틈이 없었다. 일과가 끝나면 보병들이 구축해 놓은 진지에 들어가 쓰러졌고 쓰러지자마자 잠이 쏟아졌다. 하루에 5시간 베로스는 잤다. 엘러시아가 어디쯤 있는지 베로스는 알 수 없었다. 여러가지 일이 겹치면서 요즘 들어 다소 살이 빠졌다고 베로스는 생각했다. 그래도 건장하고 튼튼한 체격이었다. 사반트 후작국 남자의 평균 키는 180cm이고 여자는 174cm이니 평균으로 따져도 베로스는 큰 몸을 갖고 있었다.


남쪽 밀림에 다다렀다. 아직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아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사반트군은 진영을 꾸렸다.


사반트는 알카디안을 불렀다.


젊은 기사인 알카디안은 준남작의 셋째 아들이었다. 첫째 아들이 아닌 이상 귀족이라도 아버지의 지위를 물려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온 힘을 다해 공을 세우려고 하는 것이다. 알카디안은 쟈테이족을 무찌름으로서 공을 세우고 이를 통해 세토스 지역에 영지를 하사받고 싶어했다. 185cm에 90kg인 알카디안은 날렵해 보이는 근육질 몸을 갖고 있었다. 무예로 단련된 그의 모습에 사반트는 만족감을 느꼈다. 알카디안은 최근 들어 중소 규모의 오크 무리들을 저지하는 등 자잘한 공을 세웠다.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알카디안은 느끼고 있었고 공을 세울 기회를 달라고 탄원하는 일이 잦았다. 사반트가 말했다.


"알카디안이라고 했나?"


"예, 전하."


알카디안은 무릎을 꿇은 채 대답했다.


"레인져 노릇을 많이 한 걸로 알고 있다."


"예, 전하."


"남쪽은 처음이지? 너에게 세이르족 레인져들의 대장을 맡긴다. 대장이라지만 실제로는 나와 그들을 연결해주는 일이 더 많을 거다."


"감사합니다, 후작님."


"엘!"


엘러시아는 그 말을 듣고 화들짝 놀라 사반트와 알카디안 사이에 섰다. 입술 주변은 침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커다란 개 한마리가 엘러시아의 몸에 메달려 엉덩이를 엘러시아의 허벅지에 대고 찔러댓다. 개의 자지를 핥고 빨다가 불려 나온 것이다. 엘러시아는 서둘러 개의 턱에 무릎을 박아넣었다. 개가 꼬리를 말고 도망쳤다.


알카디안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알카디안, 이 계집도 데리고 가라. 엘, 옛 친구들을 만나게 될 거다. 알카디안, 엘은 이곳에 일정 시간 머물러야 한다. 너무 많은 일을 시키지 마라."


사반트의 얼굴에 가학심이 서렸다. 엘러시아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세이르족 생존자들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어떻게 대할까. 사반트는 말을 이었다.


"세이르족 레인져 년놈들에겐 옷을 입히지 마라."


"예, 전하."


알카디안은 씩씩하게 대답하곤 진지에서 물러났다. 엘러시아도 따라갔다.


"엘러시아 맞지?"


"예, 기사님."


엘러시아는 쾌활한 어조로 대답했다.


"네 년이 유명한 창녀라는 건 들어 알고 있다. 좋게 좋게 가자. 난 네가 제 몫을 충분히 해내기를 바랄 뿐이다."


"걱정마세요, 잘 해드릴게요. 제가 얼마나 명랑하게 잘 빠는데요."


"뭐 내가 바란다면 너에게 섹스를 요구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건 네 년이 일을 잘 해낸 다음의 문제야."


꼬장꼬장한 작자 같다고 엘러시아는 생각했다. 하지만 알카디안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말은 저렇게 하고 있지만 속마음은 다를 거다. 자신의 알몸을 보고 성욕이 일어나지 않는 남자는 없을 거라고 엘러시아는 자신하고 있었다. 엘러시아는 한쪽 어께에서 다른쪽 옆구리로 이어지는 끈 한 자락 말고는 몸에 걸친 것이 없었다. 사반트 후작국 국민들은 무덥게 여기는 날씨였지만, 엘러시아는 고향에 돌아와서 시원스럽기만 했다. 늘씬하고 탄력 넘치는 엘러시아의 새하얀 알몸이 땀에 번들거리고 있는 모습은 육감적이었다.

알카디안은 말에 올라탓다. 자신 옆에서 씩씩하게 걸어 가는 엘러시아의 알몸을 쳐다 보고 천박한 휘파람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소리가 듣기 싫어 알카디안은 인상을 찌푸렸다.


"내 뒤에 타라."


"네, 기사님."


엘러시아는 재빨리 말 위에 올라탓다. 알카디안의 허리를 팔로 감고, 큼직하고 탄력 넘치는 젖무덤을 그의 넓찍한 등에 대고 눌렀다.


"네가 좋아서 이러는 게 아니다. 그저 빨리 목적지에 가야 할 뿐이야."


"예, 예~"


알카디안은 재빨리 말을 달렸다.


세이르족 레인져들이 모인 진지에서 알카디안은 말을 멈추었다. 명령서를 가져온 알카디안에게 레인져들은 다들 모여 예를 표했다. 세이르족 레인져들은 엘러시아를 못 마땅하고 차가운 눈길로 쳐다보았다. 엘러시아는 쉽게 적응하지 못 할 것임을 직감했다. 레인져들은 가벼운 가죽 갑옷을 걸치고 있었다.


알카디안이 말했다.


"옷을 입지 말라는 후작님의 명령이다. 나도 어쩔 수가 없으니 어서들 벗어라."


레인져들은 서슴없이 옷들을 벗어던졌다. 남자들은 건장했고 여자들은 늘씬했다. 전사의 골격이 탄력 있는 몸매에 새겨져 있었다. 남자들은 한결같이 음낭이 없었고 음경은 축 늘어져 발기될 수 없는 상태였다. 세이르족에게 떨어진 모진 폭력에 엘러시아는 눈시울을 붉혔다. 신발을 벗으라는 말은 하지 않았으므로 신들은 벗지 않았다. 엘러시아만 맨발이었다.


알카디안은 무예 실력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절도 있는 동작으로 레인져들은 창과 검을 다루었다.


알카디안은 고개를 끄덕이곤 세이르족 레인져 무리의 남자 대장 및 가장 잘 무기를 다루는 남자 대원들과 더불어 어디론가 사라졌다. 웬만한 남자 보다 무예 실력이 뛰어난 여자는 있다. 하지만 강한 남자를 강한 여자는 이기지 못 한다. 체력 면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다. 알카디안은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알카디안은 이들과 함께 앞으로의 일을 의논하러 간 것이다.


알카디안이 없어지자 세이르족 레인져들이 엘러시아에게 다가들었다.


세이르족 레인져들의 여자 대장 로쉬케가 날카로운 말투로 말했다.


"네가 엘러시아냐?"


"그래."


"네 년이 우리 종족의 집결지 위치를 팔지만 않았어도 우리는 안 망했을지도 몰라! 우리 종족의 상급 전사라는 년이 종족을 배신했어."


엘러시아는 로쉬케를 응시했다.


로쉬케는 키 177cm의 늘씬하고 날렵한 몸매를 가진 미녀 레인져였다. 벌거벗은 탐스러운 여체 곳곳엔 상처가 나있어 어려운 삶을 살았음을 짐작케했다. 큼직한 초록빛 눈과 갸름한 얼굴, 새하얗고 고운 살결이 세이르족임을 느끼게 했다. 세이르족은 살결에 독특한 기름이 돌았고, 이것이 햇볕을 잘 반사하여, 열대지방에서 새하얀 살결을 유지함에도 각종 피부병에 걸리지 않았다.


이런 질문을 들을 거라고 예상했었다. 엘러시아는 눈을 한 번 굳게 감았다가 떠서 눈물이 흘러내리게 만들었다.


"난 그때 팔다리를 잘린 체로 수많은 사내 놈들에게 돌림빵을 당했어. 차가운 돌바닥을 팔다리도 없는 몸으로 굴러다녀야 했어. 말 안 하려고 무척 노력했어. 마약에 취한 채 똥오줌을 싸면서도 버텼어. 하지만 정신이 나가버렸어. 정신 나간 와중에 말했던 거야. 너 같았으면 안 말했을 거 같아?"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침묵을 깬 건 로쉬케였다.


"죽지 왜 살았냐?"


"혀를 수없이 끊었어. 하지만... 하지만 놈들이 포션을 입 안에 쏟아서 죽지도 못 하게 했어."


"그럼 나중에라도 죽었어야지. 성노예로 살아서 좃물 살이 투실투실하게 오른 주제에. 뭐, 우리야 노예로 일단 팔리기는 했지만 보다시피 용병단에 들어가서 살았어."


로쉬케는 한 발 물러나 손을 쭉 폇다. 엘러시아의 뺨을 후려칠 심산이었다. 로쉬케는 상당한 분노를 느끼고 있었고, 분노를 일부러라도 내야 할 상황이라고 느껴져 분노를 끌고 가고 있는 중이었다. 로쉬케는 새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얼마나 많은 우리 종족이 미치고 팔려 가고 죽어 갔는지 알아?! 넌 사반트랑 같은 방에서 먹고 자고 싼 적도 있다더라. 그때 사반트를 안 죽이고 뭐했니? 이 더러운 년아!"


로쉬케의 손이 엘러시아의 뺨을 향해 날아갔다. 엘러시아는 고개를 뒤로 젖혀 피하고 로쉬케의 팔을 붙잡아 꺽었다. 로쉬케는 등 뒤로 팔이 꺽여 돌아갔고 엘러시아에게 아래쪽으로 눌린 자세가 되었다. 로쉬케가 외쳤다.


"뭐야, 너희들 왜 가만히 있어?"


한 남자 레인져가 말했다.


"엘러시아도 혹독하게 당한 거 같다. 우리도 용병단질하느라 알게 모르게 사반트에게 협력한 꼴이 된 일 많았잖아."


사내의 마음 속에 엘러시아를 향한 애증이 피어올랐다. 세이르족 전사 시절 연모의 눈길로 바라보았던 엘러시아였다. 이젠 발기되지도 않는 쪼그라진 자지를 가진 이상 가질 수도 없게 된 여자였다.


로쉬케가 목소리를 높였다.


"엘러시아는 달라! 사반트랑 한 방에서 단둘이서 지냈던 년이라고. 얼마나 기회가 많았겠어? 안 그래? 입이 있으면 말해 봐, 이 년아."


"사반트 말고도 날 위협하는 기사 놈들이 없었을 거 같아? 내가 사반트를 죽이면 세이르족은 씨가 마를 거라는 게 그놈들이 내게 하던 농담이었어. 두번씩 우리 종족을 죽이라고? 사반트를 죽이면 나야 기분이 시원하겠지. 그놈이 나한테 한 짓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럼 난 죽을 거고 우리 종족도 많이 죽을 거야. 그런데 내가 어떻게 그렇게 해? 그래서 내 마음을 속이고 사반트를 사랑하려고 노력까지 했어. 나도 힘들었어."


로쉬케는 엘러시아에게서 풀려나왔다. 엘러시아가 그 말을 끝으로 땅바닥에 무릎 꿇고 주저 앉은 것이다. 풀이 잔뜩 있는 땅이었다. 로쉬케가 악을 썼다.


"울어?! 네 년이 뭘 잘 했다고 울어!"


로쉬케가 칼을 뽑아 들었다. 레인져들이 제지하고 나섰다.


"로쉬케, 진정해. 우리한테도 엘러시아를 벌할 자격은 없어."


"아니 죽여야 돼. 우리가 사반트를 여전히 증오하고 있다는 걸 그 원수 놈에게 알릴 년이야."


"사반트가 우릴 죽이려고 했다면 벌써 죽였어. 우리가 놈을 미워하고 있다는 걸 놈이 모를까? 우린 지금은 쟈테이족에게 먼저 복수할 차례야."


로쉬케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는 칼을 허공에 대고 휘둘렀다. 그리곤 칼을 칼집에 꼽았다. 로쉬케는 엘러시아에게 말했다.


"일어나. 못 들었어? 주저 앉아 있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야. 너에게 조금은 믿음을 주기로 했다. 일단 쟈테이족을 치는데 협력하자."


엘러시아는 비척 비척 일어났다. 몸에 쉽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로쉬케가 말을 이었다.


"넌 이번 일에 뭐가 어떻게 걸려 있는지 모르지만, 우리 보다는 절실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용병질의 일환으로 이 짓을 하는 거니까. 아직 우리 세이르족이 이 지역에 조금은 살고 있다고 알고 있어. 쟈테이족이 망해야 우리 종족이 편해져. 괜한 방해를 한다면 가만히 안 있어. 넌 그저 잘 따라오기만 하면 돼. 뭐 지난 4년간 용병질이라도 한 우리와는 달리 사반트의 좃빨개 짓이나 했을테니 무예도 형편 없어졌을 거고."


로쉬케는 거기까지 말하고 엘러시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아까 같이 온 기사 놈은 내 꺼야. 난 대장으로서 놈과 육체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어. 그러니 건드리지 마."


엘러시아는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나 그동안 약간은 몸 관리를 했어. 최근엔 무술 연습할 시간도 조금이나마 있었고... 내 실력이 심각하게 떨어진 건 아니야. 그리고 너 이름이 뭐야?"


"로쉬케"


"너와 내 자리가 바뀔 수도 있었어. 네가 사반트의 성노예가 되지 말란 법이 없었지. 아냐. 인생엔 만약이라는 게 없으니까."


"나도 돌림빵 당한 게 한 두번이 아니야. 너만 당했다고 생각하지 마. 너 보다 심하게 당한 건 아니겠지만 그렇다는 거야."


엘러시아의 마음은 무거웠다.


사반트는 그 시각 이곳에 파견된 관리들의 배알을 받고 있었다. 후작국의 번영과 안정에 세토스 지역이 많은 기여를 하고 있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선, 집쩍거리는 쟈테이족을 반드시 파멸시켜야 한다는 말들이 오고 갔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지역인가?"


관리들이 멈짓했다.


"보고 와야겠군."


사반트는 호기를 부리고 싶어졌다. 사반트는 막사 문을 열고 나섰다. 사반트는 날개 돋친 말인 페가수스 위에 올라탓다. 구두발로 페가수스의 배를 두들겼다. 페가수스는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사반트는 광활한 숲들과 호수들과 강들을 바라 볼 수 있었다.


별장을 세울만하다고 사반트는 생각했다.


사반트는 능숙하게 페가수스를 다루었다. 페가수스 기사 만큼 능숙하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솜씨였다. 페가수스를 다루 수 없어서야 무슨 기준으로 페가수스 기사를 판단할 수 있겠는가.


사반트는 하늘에서 내려와 페가수스 기사에게 페가수스를 넘겼다.


"자네는 대단하군. 하늘 멀미가 나지 않나?"


"익숙해서 괜찮습니다, 주군."


기사가 씩씩하고 절도 있게 대답했다.


이제 곧 만들어질 별장에서 사반트는, 후작 부인인 메리안과 자신의 두 자녀와 함께 있는 걸 상상했다. 자신의 영토를 물려 줄 9살 짜리 아들에게 호연지기를 키워주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사반트는 영원히 집권하고 싶었지만, 인간은 한 번 죽는다. 자신이 아들에게 후작국의 광대한 영토를 물려 주는 데 성공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능력이 사후에도 이어질 정도로 굳건하다는 걸 세상에 증명해보이는 것이라고 사반트는 믿었다.


그렇듯 사반트는 자신과 가족의 안녕 이외엔 관심이 없었다. 쟈테이족이 그 과정에서 수없이 죽게 되겠지만, 당하는 자가 죄인이고, 전투에서 적을 살육하고 적의 여자를 윤간하는 것은 기쁨인 것이다. 애초에 엘러시아가 어떤 비참한 상태에 떨어졌는지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말하자면 사반트는 전형적인 우파였다. 우파에겐 남에 대한 배려는 없다.


스스로 자청한 격무에 사반트가 시달린 끝에 엘러시아를 결혼시켰으니 당연히 그 남편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 하고 있다는 건 엘러시아에게도 베로스에게도 다행스런 일이었다.


물론 고문관 도리스는 베로스가 군대에 따라 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자를 권력자에게 뺏기는 경우가 어디 한둘인가. 하나 밖에 없는 딸내미를 싼 값에 합법적인 성노예랄 수 있는 말단 첩으로 넘겨도 굽신거려야 하는 세상이었다. 엘러시아도 처음엔 얼마나 사반트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썼던가. 때문에 도리스는 베로스가 돈 벌러 온 걸로만 생각했다. 또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실제로는 돈만 벌고 간다면 그건 똑 같지 않는가.


도리스는 베로스를 찾아갔다.


베로스는 방패를 두드려 펴다가 도리스가 오자 반갑게 맞았다. 대장장이 일에 관한 말을 몇마디 하다가 도리스가 말했다.


"베로스, 엘을 찾으러 온 거야?"


"아니."


"잘 생각했다. 만약 엘을 찾으려 한다면, 네 목숨이 위험해. 알지?"


"응."


"이제 이번 원정으로 돈 나오면 새 장가 가야지? 좋은 여자 소개해주마."


"그럼 나야 고맙지."


베로스가 시종일관 유쾌하게 말하는 걸 보고 도리스는 어느 정도 만족하고 돌아갔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현실 앞에서 쉽게 사라지는 거라고 도리스는 생각하고 있었다.


비슷한 시간에 알카디안은 남자 레인져들과 대화를 나눈 뒤 돌아왔다.


로쉬케가 탄력 넘치는 유방을 일렁이게 하면서 뛰어왔다. 끈 하나를 옆구리에서 어께까지 지나가게 하고 있었고, 그 끈에 칼집과 화살통과 활이 메어져 있었다. 다른 세이르족 레인져들과 같은 차림이었다.


"이들의 여자 대장 로쉬케라고 합니다. 24살이고, 지난 10년간 레인져 노릇을 해왔어요. 후작국에서 4년 동안 용병 생활도 했습니다. 앞의 10년에 4년이 포함되어 있어요."


당찬 모습이 마음에 든다고 알카디안은 생각했다. 알카디안이 말했다.


"꽤 예쁘군. 앞으로 잘 부탁한다."


"저도 잘 부탁합니다. 실력 있는 분이면 좋겠네요. 알카디안님, 시간 나면 함께 섹스나 할까요?"


"나야 좋지."


알카디안은 싱글거리면서 대답했다. 그는 잘 생긴 얼굴을 하고 있었고 체격도 듬직했다. 어느 정도 인정받은 기사였기에 꼬이는 여자는 있었다. 먹고 버린 여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알카디안은 좋은 가문의 여자와 결혼하기를 바랐기 때문에 능력을 기르려고 노력해왔고, 나쁜 가문의 여자는 따먹고 버려 왔던 것이다. 알카디안이 말했다.


"물론 섹스만 하는 거다. 그 이상의 것을 내게서 바라지는 마."


"전 보통 공짜로 해주지는 않아요. 하지만 돈 달라곤 안 할 게요. 일을 할 때 좋게 좋게 하기 위해서 하는 섹스에요."


"알겠다. 일단 같이 업무부터 파악하자. 여자 보단 일이 먼저야."


알카디안은 세이르족 레인져들을 이끌고 열대 밀림 속으로 들어갔다. 기본적인 정찰을 했다. 알카디안은 레인져들에게 밀림 특유의 정찰에 대해 여러가지를 익혔다.


돌아와서는 모닥불을 피우고 둘러 앉아 쟈테이족에 관한 여러 풍습들과 사냥 방법에 대해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알카디안은 지난 4년 동안 쟈테이족이 어떤 전략으로 사반트 후작국과 맞서 왔는지를 이들에게 설명했다.


"...쟈테이족은 독화살을 쓰고 있고 가벼운 갑옷을 입고 있다. 후, 정말 덥고 파리도 많군. 본디 쟈테이족은 스스로를 노예로 바치면서 후작국에 협력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우리 후작국은 쟈테이족 놈들이 바치는 약한 놈들을 노예로 쓰기엔 성이 차지 않았지. 또한 그 놈들이 차지한 땅도 개발할 필요가 있고."


알카디안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레인져들의 눈살이 안 좋은 걸 보고 이야기를 이었다.


"뭐 지금으로선 너희와 쟈테이족이 같은 꼴인 걸 알고 혹시 그들을 도와주려는 마음을 품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쟈테이족과 너희는 오랜 원수 아니었나? 세이르족이 많이 죽긴 했지만 지금은 후작국의 체제 안에 들어 와 있다고 생각된다. 민족이라는 게 별거냐? 같이 살다가 결혼하고 애 낳고 하다보면 같은 민족이 되는 거다. 사반트 후작국도 처음 이 땅에 정착했을 때엔 멸망된 부족이 하나 둘이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후작국의 이름 아래 같은 민족인 것처럼 아니 같은 민족으로 묶여 있다. 너희랑 우리는 애초부터 말도 비슷했다. 오랫동안 너희도 우리 영토 안에서 살다가 이곳으로 밀려 왔다고 들었다. 후작국 안의 모든 사람들을 하나의 민족으로 묶으려는 것이 로드 사반트의 정책이다. 잘해 보자."


레인져들은 돼지 고기를 뜯고, 닭고기가 듬뿍 든 스튜와 빵과 우유를 먹었다. 사반트 후작국의 물자는 풍족했다. 배를 채우고 나서 알카디안은 남자 레인져들 가운데 가장 잘 싸우는 패거리들과 함께 사라졌다. 전술을 검토하기 위함이었다. 술자리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난 가야 돼."


엘러시아는 알카디안이 사라지자 그렇게 말하곤 한숨을 쉬더니 말을 이었다.


"절대 사반트를 믿지마. 처음엔 사반트는 날 기사로 만들어 줄 것처럼 굴었어. 그러다가 기사가 됐긴 했지만 이름 뿐이고 말도 안 되는 대우 뿐이었지. 어느날 갑자기 싫증을 내곤 날 시장통으로 내다 버렸어. 덕분에 창녀 생활도 해야 했어. 사반트가 우리를 인정할 리가 없어. 기분 내키는데로 쓰다가 버릴 거야."


로쉬케가 대꾸했다.


"지금은 후작국 국민을 남편으로 두고 있는 주제에 말이 많구나."


"넌 어쩜 나에 대해 그렇게 잘 아니?"


"소문이 안 났을 것 같아?"


"됐어. 아무튼 내 말 새겨 들어. 사반트는 우릴 인정해주지 않을 거야. 우리 세이르족을 한 민족으로 인정할 리 없어."


엘러시아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참혹한 자신의 처지를 생각했다. 세이토렌에게 가야 할 시간이었다. 로쉬케가 대꾸했다.


"우리가 사반트를 믿을 거라고 생각해?"


"그럼 다행이고. 사반트는 내가 곁에서 봐서 안다는 이야기야."


"알았어. 엘러시아, 너 허툰 수작하면 죽게 될 거야."


"그럼 갈게."


로쉬케는 쾌활하게 인사하는 엘러시아가 싫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종족의 멸망을 사주한 그녀가 꺼려지는 건 사실이었다. 용병을 한 4년 동안 로쉬케는 세상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몬스터를 잡으러 다니면서 로쉬케는, 세상을 구하겠다는 용사란 작자들이 돈과 권력과 섹스를 밝히는 족속들에 불과하다는 걸 알았다. 귀족 가문들 사이의 분쟁에 끼어 들어서는 치정과 세력이 얽힌 온갖 사건들의 더러움을 익혔다. 돈을 떼인 적도 있었고 윤간을 당한 적도 있었다. 모든 악의 정점에 선 사반트를 믿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알면서도 끌려 다녀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어지러울 따름이었다.


엘러시아는 세이토렌이 있는 사반트의 본진으로 되돌아갔다. 오게 되어 있는 당직 고문관과 함께였다.


알카디안은 되돌아와서는 세이르족 레인져들에게 말했다.


"자 첫번째 정찰을 시작하자. 밀림은 나 보다 여러분이 더 익숙하니 잘 해주기 바란다."


무참하게 잘리고 태워진 나무들로 가득찬 사반트군의 진영을 떠나 레인져들은 익숙한 밀림 속으로 들어섰다. 어릴적 뛰어 놀던 추억이 깃든 곳이었지만 지금은 전쟁터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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