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러시아 3부 : 엘러시아의 사랑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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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사 메조 만들기"의 속편이므로 "여전사 메조 만들기"를 보시면 내용 이해가 더 쉬우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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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
엘러시아 : 24살의 세이르족 여전사. 183cm, 체중은 모르지만 꽤 나갈 듯. 45-25-42(인치)의 대단한 글래머. 암살 및 전투에 능함. 사반트에게 사로잡힌 후 메조키스트가 되었음. 사반트의 메조키스트 성노예.
사반트 : 후작. 32살의 귀족 남자. 188cm, 135kg. 프로레슬러를 연상시키는 몸집의 소유자. 사디스트이자 폭군. 세이르족을 침공하는 과정에서 엘러시아를 사로잡고 학대했음. 엘러시아의 주인.
세이토렌 : 24살의 사반트 후작국 귀족 여자. 기사. 185cm. 체중은 모르지만 꽤 나갈 것으로 예상됨. 44-25-42(인치)의 엘러시아 못 잖은 글래머. 엘러시아의 친구.
도리스 : 고문관. 28살의 평민 남자. 195cm, 137kg. 건장한 체격. 야비하고 잔인한 성품의 소유자. 사반트의 부하.
베로스 : 27살의 평민 남자. 190cm, 105kg. 건장한 체격. 사반트의 강제 및 도리스의 추천으로 엘러시아의 남편이 됨.
*이 번 편에서 다들 1살 씩을 먹게 됨.
1인치 = 2.54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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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엘러시아, 엄마가 되다
가출한 엘러시아를 찾기 시작한 지도 한나절이 훌쩍 지났다.
베로스는 서남쪽으로 가는 길을 서두르고 있었다. 해, 별, 나무 따위를 보고 방향을 아는 법을 알고 있었기에 제대로 찾아갈 수 있으리라 자신했다. 로렌토르 자작가와 자이렌 자작가는 가까웠다. 가깝다고는 하지만 양쪽의 영지가 엄청나게 넓기 때문에 돌아다니면서 찾는 데엔 적잖은 시간이 걸릴 터였다.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 지는 막막했다. 산과 들에 먹을 게 많은 사반트 후작국이니 큰 어려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걱정이 앞서긴 했다. 벌목공 생활을 오래 했기에 식용으로 쓸 수 있는 식물을 잘 구분 할 줄 아는 베로스였다. 얼마나 걸었는 지 알 수도 없었다. 베로스는 사반트성이 잘 안 보이는 어느 벼랑 아래 풀밭에 길게 몸을 눕혔다.
어느덧 가을이라 낙엽이 많이 져 있었다. 저녁이라 조금 쌀쌀했다. 베로스는 신발을 벗었다. 물집이 많이 잡혀 있었다. 가지고 온 단검으로 작게 구멍을 내서 물을 뺀 다음 누워 잠깐 잠을 청했다. 깨어나보니 어슴푸레한 것이 새벽인 듯 했다. 베로스는 잠시 일어나 걷기로 했다. 로렌토르 자작가와 자이렌 자작가 중 어디를 먼저 방문할 지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꽃을 찾아 꽃 점을 쳐보기로 했다. 한 장 한 장 꽃잎을 뜯으면서 자이렌과 로렌토르의 이름을 되뇌일 것이고 한 장 남은 꽃잎을 뜯을 때까지 가슴을 설레이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꽃을 찾아 걷는데 발에 걸리는 게 있었다. 베로스는 놀라 아래를 보았다.
엘러시아가 몸을 웅크린 채 누워 자고 있었다.
베로스는 그 옆에 앉아 남은 밤을 지샜다.
아침 일찍 엘러시아는 깨어났다. 윗 몸을 쭉 펴 기지개를 켜다가 손 끝에 뭔가가 걸려 놀라 뒤돌아보았다. 베로스가 웃음을 띈 채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오, 오빠"
"엘, 편지 읽어 봤어. 난 널 정말 좋아해"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껴안았다. 엘러시아는 울먹이면서 말했다.
"오빠, 날 제발 버리지 마. 오빠한테 버림 받으면 나 정말 미쳐 버릴 거야"
"널 내가 왜 버리겠어. 이렇게나 사랑스런 엘을"
"정말이지? 나 이래뵈도 싸움 잘 해. 오빠가 나 배신하면 나 오빠 죽이고 곧바로 뒤따라서 죽을 거야"
"절대로 버리지 않을 거야"
"이거 알아요? 오빠를 만나기 전까지 오랫동안 악몽만 꾸다가 깨곤 했다는 거. 세이토렌이랑 헤어진 다음엔 다시 악몽을 자주 꿨었어. 하지만 요즘엔 아주 가끔 좋은 꿈도 꿔"
둘은 서로의 입술을 가져다 댓다. 혀가 입 속에서 엉켰다. 둘이 입술을 떼었을 때 침이 길게 끌려 나와 입술을 훔쳐야 했다. 그러고 보니 엘러시아가 언제나 키스 뒤 침 처리를 잘 못 했다는 게 생각났고 능숙한 사람들은 키스 뒤에 침이 늘어진다든가 하지 않는다고 들은 것이 생각났다. 섹스에는 능숙하다고 소문난 그녀였고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키스하는 것 보다 각종 섹스에 훨씬 더 익숙한 엘러시아였다. 그런 엘러시아가 더욱 측은해진 베로스는 엘러시아를 꼭 안아주었다.
둘은 그날 낮 쯤에 집에 돌아갔다. 그날은 쉬고 다음날부터 다시 일을 시작했다.
이전과 다를 바 없는 날들이 조금씩 흘러갔다. 만나는 시간은 적었지만 베로스는 여전히 엘러시아에게 잘 해 주었다. 고민도 잘 들어주고 투정도 잘 받아주며 애정 표현도 많이 하는 베로스가 엘러시아는 고맙고 좋았다.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베로스의 기척만 느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볼이 달아오르곤 하는 엘러시아였다.
처음 옛 애인을 만났을 때 느꼈던 감정이 새록 새록 피어나는 걸 느꼈다. 이런 감정이 아직도 마음 깊숙한 곳에 숨어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기에 반가웠다. 엘러시아 자신도 인간임에는 틀림없다는 느낌이었다. 베로스의 언행들이 가식일 거라는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 버린 건 아니었다. 하지만 엘러시아는 그런 마음이 설령 베로스에게 있다 해도 그것을 돌려 놓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사반트성은 사반트 후작국 내에서도 가장 분위기가 자유로운 곳에 속했다. 강간 범죄가 많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강간 당한 여자를 심하게 백안시하는 건 아니었다. 공개적으로 수간 당했을 경우에야 심한 눈총이 쏟아지는 정도였다. 여자들의 옷차림은 대담했고 애정 표현도 적극적이었다. 여성의 권익이 비교적 높다는 증거였다. 엘러시아도 그런 것을 오고 가는 중에 자주 보게 되었고 그렇게 하고 싶다는 마음도 커져 갔다. 22살 때부터 24살 때까지 엘러시아는 처참하게 윤간만을 당하는 나날들을 보내야 했다. 영원히 유예될 것만 같았던 행복의 기회를 가까스로 얻은 지금 그것을 얻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욕망이었다.
베로스는 엘러시아와 함께 쉬는 날이면 가끔 시내에 나들이를 가곤 했는데 그날도 그렇게 둘이 함께 시내로 나갔다. 베로스는 원체 성실한 편이었고 엘러시아가 착실하고 일도 잘 한데다 몸을 함부로 굴리지도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떠들섞한 시장통에서 싸구려 음식들을 잔뜩 사먹은 다음 돌아가는 길이었다. 어느덧 저녁 노을이 져오고 있었고 거리는 한산했으며 바람은 소슬하게 불고 있었다. 엘러시아는 지금이 기회다 싶어 뒤로 살금 살금 빠졌다.
베로스는 눈치를 조금도 채지 못 하고 계속 걸었다.
그때 뒤에서 똥침이 날아왔다.
"아악~!!"
엘러시아가 뒤에서 히죽거리고 있었다. 베로스는 당황했지만 엘러시아에게 살짝 꿀밤을 먹이고는 계속 길을 갔다. 엘러시아는 잠시 나란히 걷다가 발 걸음을 느리게 해서 베로스가 앞서가게 한 다음 두 검지를 모으고 자세를 낮춘 다음 베로스의 엉덩이에 조준하고 두 팔을 쭉 뻗었다. 또 다시 똥침을 당한 베로스는 화를 내면서 엘러시아의 양 볼을 꼬집었다.
"하지 마!"
"나, 옛날 애인 하고는 이런 장난 많이 쳤어. 뭐하면 오빠도 똑 같이 하면 되잖아"
"싫어. 도대체 부부끼리 이런 장난을 왜 치냐?"
"고지식해"
베로스는 엘러시아의 팔짱을 꼈다. 이러면 못 하겠지라는 심산이었다. 엘러시아는 부운 얼굴을 한 채 따라 걸어갔다. 집에 도착했다. 베로스는 늘상 하던대로 먼저 계단을 올라갔다. 습관대로 한 일이었다. 엘러시아는 재빨리 베로스에게 똥침을 먹여줬다.
"그만하라니까! 엘, 너 왜 그래?"
엘러시아가 덥섞 베로스에게 안기면서 말했다.
"오빠, 나한테 복수하고 싶지?"
"그래"
"그러면 나한테 똥침 먹여 줘. 손가락 말고 오빠 자지로"
"싫어"
"오빠가 왜 내 똥구멍에 자지 안 넣으려고 하는 지는 잘 알아. 예전에 못 된 놈들한테 당한 거 때문에 그러는 거지. 하지만 나도 많이 당했어. 내 똥구멍에 자지를 가장 먼저 넣은 건 내 옛 애인이 아닌 사반트였어. 그러니까 오빠가 나한테 넣어 줘서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 봐"
"알았어"
베로스는 화가 조금 난 상태였기 때문에 엘러시아를 데리고 올라가서 문을 걸어 잠그고는 침대에 눕혔다. 두 부부는 재빨리 옷을 벗었다. 베로스는 여자 경험이라곤 엘러시아 밖에 없는 사람이라서 항문 섹스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엘러시아의 탱탱한 알몸을 보자 베로스의 자지는 금새 크게 부풀어올랐다. 신혼이라 그런지 엘러시아가 특별히 섹시해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엘러시아는 침대 위에 상반신을 걸치고 엉덩이를 베로스 쪽으로 내민 자세를 취했다. 뒤로 튀어 나온 엘러시아의 엉덩이는 매우 크면서도 새하얗고 탄력이 넘쳤다. 베로스는 엘러시아의 똥구멍을 벌리고는 그 안에 천천히 자신의 자지를 밀어넣었다. 조금 집어 넣지 않아 걸죽한 것을 뚫고 들어가는 느낌이 났다.
"이거 뭐야?"
"뭐긴 뭐야. 내 똥이지. 오빠, 빨리 더 깊이 집어 넣어"
"묻는 거 아냐?"
"그럼 안 묻을 줄 알았어? 걱정마. 내가 다 혀로 깨끗이 해 줄 게"
베로스는 자지를 뿌리 끝까지 집어 넣었다. 조여드는 느낌이 대단했지만 포경 수술 따위는 하지 않은 베로스였기에 귀두에서 받는 쾌감이 대단했으므로 보지 보다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엘러시아는 엉덩이 살이 아주 많으면서도 탱탱했기 때문에 보지든 똥구멍이든 박을 때 남자에게 고통을 조금도 주지 않았다. 곧 베로스는 격렬하게 움직였다. 엘러시아도 엉덩이를 세게 돌리면서 이에 응해왔다. 베로스와 사는 동안 거의 항문 섹스를 안 한 엘러시아였기에 똥구멍은 거의 원상태로 작아진 상태라 조임이 상당했다. 보지도 사람이나 사람 보다 작은 동물과만 했으므로 크기가 원상태 가까이 작아진 상태였기에 베로스는 최근 들어 더욱 만족을 느끼고 있던 시점이었다.
"나 정액은 엘러시아의 보지에 넣고 싶어"
"알았어"
엘러시아는 베로스의 자지를 자신의 직장에서 빼냈다. 베로스의 자지엔 뿌리 근방까지 자신의 똥으로 물들어 있었지만 엘러시아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뿌리 끝까지 입 안에 머금고 깨끗이 핥고 빨아냈다.
"오빠 자지가 너무 귀여워. 너무 사랑스러워"
엘러시아는 펠라치오 해주면서 이렇게 기뻣던 적은 처음이었다. 엘러시아가 눈물 까지 흘렸기 때문에 베로스는 깜짝 놀라 혹시 지금까지의 자기 행동이 기분 나빠 그런 거냐고 물었지만 엘러시아는 부인했다.
"아잉, 오빠 자지가 줄었네. 다시 세워 줄게"
엘러시아는 몸으로 말하는 베로스의 모습이 기뻣다. 만약 베로스의 지금 언행이 엘러시아의 슬픔을 즐기는 가식이었다면 결코 줄어 들지 않았을 자지였다. 하지만 베로스의 자지는 엘러시아의 슬픔을 인식하자 줄어 들었다. 베로스가 진심으로 엘러시아를 대하고 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였다. 엘러시아는 애정과 정성이 듬뿍 담긴 펠라치오를 해주었다. 남자의 감정에 따라 발기 상태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건 세이르족 옛 애인을 통해 알고 있었다.
베로스의 자지가 다시 딱딱하게 서자 엘러시아는 베로스를 침대에 눕히고는 자신이 위로 올라가서 베로스의 자지를 자신의 보지에 집어 넣고 위 아래로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베로스도 몸을 위 아래로 버튕겨 박자를 맞춰 주었다.
베로스는 엘러시아의 보지에 사정했다. 자지에 묻은 정액 찌꺼기는 엘러시아가 핥고 빨아서 없어지게 했다. 베로스가 나가려 하자 엘러시아는 베로스의 다리를 붙잡고는 말했다.
"오줌 싸러 가지? 내 입에 싸 줘"
"안 돼"
"치, 내 똥을 방금 먹게 한 주제에 왜 그건 안 된다는 거야"
"그, 그건 일부였잖아.... 다시는 안 그럴게! 나한테 있는 오줌을 몽땅 너한테 먹이라는 거야? 그건 안 돼. 넌 내 아내지 변소가 아니라고"
베로스는 문 밖으로 나갔다. 변소래봤자 함께 쓰는 거름통에 불과한 곳이었다. 엘러시아는 침대에 누웠다. 베로스는 얼마 뒤 다시 들어 와 침대에 누워 엘러시아를 껴안았다.
"엘러시아..."
"응, 왜 오빠"
"너도 알지? 나, 못 난 놈이야... 친척 하나 없고 친구도 별로 없고 돈은 더 없고... 넌 아름답고 젊고 매력적이야. 내가 널 가질 자격이 있는 지 모르겠어. 하지만 난 널 정말 사랑해. 네가 날 떠나려 한다해도 이것만은 알아 줬으면 해.... 날 떠나지 말아 줘, 엘"
엘러시아는 베로스의 품에 더욱 안겨들면서 말했다.
"무슨 말이야, 오빠. 오빠는 내 구원자인 걸"
"구원자? 무슨 용사 같잖아..."
"오빠, 날, 날 떠나지 마"
24살의 겨울이었다. 일은 고되고 점점 더 힘들어졌다. 겨울이라도 빨래 일을 쉴 수는 없었다. 얼음을 깨고 그렇게 해서 드러난 물에서 빨래를 하고 얼어 붙은 빨래를 대장간에서 녹이는 일은 평소 보다 훨씬 고된 일이었다. 겨울이라고 줄어드는 대장간 일이 아니어서 베로스는 안타까웠지만 엘러시아를 도울 수 없었다.
어김없이 쉬는 날은 찾아 오곤 했다.
어느날 엘러시아와 베로스는 근처에 있는 숲 제법 깊숙한 곳까지 나갔다. 엘러시아가 곧잘 사냥을 했기 때문에 둘은 작은 동물 몇 종류를 잡아 구워 먹으면서 소풍을 했다. 베로스는 엘러시아가 겨울 옷을 입으니 더 통통해 보인다고 했다. 엘러시아는 함박 웃음을 지었다. 사반트 후작국 남자의 이상형은 키가 작고 약간 통통한 여자였기 때문에 이것이 엘러시아를 모욕한 발언은 아니었다. 엘러시아는 키 작은 거랑은 거리가 멀었지만 약간 통통한 건 사실이었다.
눈이 내렸다. 둘은 잠시 모닥불 주위를 뛰면서 눈싸움을 했다. 눈은 본디 열대 지방에서 살던 엘러시아로서는 최근에야 안 것이었다. 눈밭 위에서 수없이 윤간당했던 음침한 기억들도 베로스와 함께 눈싸움을 하다보면 날아가 버리는 것이었다. 엘러시아는 베로스를 나무에 기대 서게 하고는 바지를 내리고 눈을 입 안에 머금은 체 베로스의 자지를 빨고 핥아주었다. 시원한 느낌이 제법 괜찮았기 때문에 베로스는 엘러시아의 보지에 눈을 약간 집어 넣은 다음 자지를 집어 넣고 피스톤 운동을 했다. 눈이 조금씩 내리는 속에서 하는 섹스는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베로스는 엘러시아의 똥구멍에 자신의 자지 보다 약간 짧은 길이의 고드름을 살살 돌려가면서 집어 넣었다가 뺏다를 반복했다. 엘러시아의 똥구멍은 움찔거리면서 고드름을 받아들였다.
"시원해, 오빠"
고드름이 웬만큼 녹자 베로스는 고드름을 버리고는 자신의 자지를 엘러시아의 보지에 깊숙히 집어넣었다.
"뭐야, 내 똥꼬를 귀여워해 주려는 게 아니었쪄?"
"난 네 보지가 제일 좋아"
집에 돌아가는 길에 엘러시아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엘러시아 보지는 말캉 말캉~~ 보지털은 복술 복술~~"
"그런 노래 좀 지어 부르지 마! 누가 들으면 또 너에 대해 이상한 소문이 돌 거야"
"메롱이다. 나랑 오빠 말고 지금 이 길에 누가 있다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엘러시아는 늦가을 쯤에 임신이 된 상태였다. 입덧도 헛구역질도 없던 엘러시아였기에 임신했다는 건 임신 5개월 쯤에서야 알 수가 있었다. 25살의 봄이었다. 임신을 했다는 건 두 사람 모두에게 긴장되는 사실이었다. 양육비가 들 것이기 때문이었다. 가난한 살림에 피임약을 사지를 못 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엘러시아는 의원에게 진찰 받고 돌아가는 길에 베로스에게 말했다.
"어쩌지... 피임약 효과가 꽤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돈도 돈이지만, 난 엘이 아이를 낳는 걸 보고 싶었어. 그래서 피임약을 안 산 거라고. 내 아이가 아니어도 괜찮아. 엘의 아기니까"
"성문 지키는 병사들 이후로는 딴 남자한테 대준 적 없어. 오빠 아이가 틀림없다고"
"돈을 더 벌어야겠다. 남자애면 좋겠는데... 그래야 일을 도와주지"
"그래도 최소한 몇 년 뒤잖아"
"한 10명만 낳자"
"윽. 너무 많아"
"알았어. 엘이 낳고 싶은 만큼만 낳자고"
"난 오빠가 고마워. 너무 오래 난 미래를 생각하지 못 하면서 살았어. 앞날은 너무나도 칙칙하게만 보였었지. 요즘에야 조금씩 미래를 생각하게 돼"
베로스와 엘러시아는 집에 돌아갔다. 집 앞에서는 도리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베로스가 말했다.
"오랫만이구나, 도리스"
"베로스, 아내가 좀 살찐 것 같네"
"임신했어"
"그래? 그렇담 나한테 보지를 대줘도 되겠네. 몇 달 동안 저 애하고 안 하니까 몸이 다 찌뿌둥해"
"도리스, 가줬으면 좋겠어"
"왜 그래? 친구끼린 언제든지 대주기로 약속했었잖아"
"그건 네가 엘한테 얼마나 심하게 했는 지 몰랐을 때 이야기지. 꺼져"
"이거 섭섭하네. 하지만 그건 직접 대주는 여자의 의견이 더 중요하지. 자, 어떻게 생각하니?"
"도리스님, 가줬으면 좋겠어요. 전 오빠 말고는 아무에게도 대주고 싶지 않아요"
"어허, 왜 이래?"
도리스는 화를 내면서 엘러시아에게 다가갔다. 베로스가 이를 말리려고 둘 사이에 뛰어들자 도리스의 주먹이 베로스의 볼을 강타했다. 도리스는 그리 빠르지는 않았지만 거대한 몸에서 터져 나오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었고 맷집도 아주 좋았다. 베로스는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치곤 되튕겨 땅바닥에 거꾸라졌다.
"자, 가자고"
도리스는 엘러시아에게 다가갔다.
엘러시아는 도리스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도리스는 양 팔을 벌렸다. 다음 순간 엘러시아가 올려 친 주먹이 도리스의 인중을 빠르고 정확하게 쳤다. 사반트라면 피할 수 있었겠지만 도리스는 아니었다. 도리스는 고개를 젖히고 뒤로 날아가듯 쓰러져 일어나지 못 했다. 엘러시아는 베로스에게 가서 그를 일으키면서 말했다.
"괜찮아, 오빠?"
"응. 저 자식, 기절했군"
"어, 오빠. 턱 빠졌어. 더 말하지 말고. 잠깐"
엘러시아는 베로스의 턱을 붙들고는 턱뼈를 맞춰줬다. 베로스는 상당히 아팟지만 참았다.
"엘, 잘 했어. 너, 엄청 세구나. 부부 싸움 하면 나 죽겠다"
"걱정 마. 오빠를 때릴 땐 급소는 피할 테니까"
"윽"
"뭘 걱정해. 우리 지금까지 말다툼 한 번 안 했잖아. 자, 들어가자. 참, 도리스님을 치료해줘야 하는 거 아냐? 그래도 오빠 친군데"
"저런 새낀, 친구도 아냐"
엄청난 거구인 도리스의 주먹을 정통으로 맞았기 때문에 베로스는 적잖은 타격을 입은 상태여서 방에도 가까스로 들어 갔고 몸을 잘 가누지 못 했다. 엘러시아는 그런 베로스를 침대에 눕히고 자신은 침대 위에 걸터 앉았다. 도리스를 비롯한 여러 치한들에 관한 음침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죽고 싶었고 죽이고 싶었었다. 엘러시아는 거울을 꺼내어 보면서 혀를 내밀었다. 혀는 상처 투성이였다. 힐링 포션은 흉터까지 제대로 치료하지는 못 했다. 전문적인 의사들이 했던 사지 접합 수술은 잘 되어서 흉터 하나 없이 말끔했지만 힐링 포션만 무식하게 들이부운 혀는 이 모양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어금니로 자르려고 했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입을 다물어서 입 안 가득찬 피를 감추려고 했지만 그들은 입 안에 자지를 밀어 넣기 위해 억지로 입을 벌리게 했고 피가 흘러나오면 곧바로 고문관들이 달려 와 힐링 포션을 들이 붓곤 했다. 자신이 마음을 열어 준 첫번째 사반트 후작국 사람인 세이토렌이 엘러시아에게 독설을 퍼부었을 때는 목을 메달았던 적도 있었다. 비록 세이토렌이 구해 주긴 했지만 너무나도 슬펏었다. 엘러시아는 다리 사이에 머리를 파묻고 소리 죽여 울었다. 얼마 뒤 따뜻한 손이 뒤에서 엘러시아의 허리를 감싸 안아 왔다. 베로스였다.
"옛날 생각 났나 보구나. 실컷 울어. 넌 자주 울 필요가 있어. 울면 마음이 후련해지잖아"
엘러시아는 크게 울음을 터트렸다. 통곡에 가까웠다. 아니 통곡이었다.
한참을 울고 나서 진이 빠진 엘러시아는 침대에 길게 누웠다. 베로스는 이불을 끌어 당겨 덮어 주고는 엘러시아의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닦아 주었다.
도리스는 정부 관리였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도리스는 이 일을 문제 삼지는 않았다. 도리스가 의리가 있어서 일 수도 있었지만 그 즈음 로렌토르 자작이 사반트성을 정기 방문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로렌토르 자작은 자신의 아들 하나가 볼모로 거처하고 있는 커다란 저택에 자리를 잡고 무도회에 참석하는 등의 의례적인 일들을 했다. 엘러시아는 이 소문을 듣고 로렌토르 자작의 며느리 중 한 명인 세이토렌이 방문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들떳지만 좀처럼 소식이 없었다.
거의 포기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엘러시아는 손수레에 빨래감을 가득 담은 체 집으로 가고 있었다.
마을에 친한 아줌마들도 생겼고 편견도 많이 풀어진 상황이었다. 노예 상태에서 자유로워진 세이르족도 몇몇 생겼는데 이들이 접선해 와 사반트 후작국이 아닌 딴 나라에서 환관이 된 세이르족을 중심으로 계획이 세워지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질 없다고 생각해 거절했던 참이었다. 이들을 통해 고향의 세이르족도 완전 소멸된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지만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건 사실이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은 베로스의 아내라고 생각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가고 있는데 볼륨 있는 몸매의 금발 여기사 한 사람이 집 앞에서 대장간 사람 하나와 이야기하는 것이 보였다.
엘러시아는 그곳으로 다가갔다. 여기사는 전투복이 아닌 의장용 복장을 하고 있어서 옷에 노출이 다소 있는지라 팔과 허벅지가 드러나 있었다. 키가 크고 풍만하긴 했지만 머리카락이 길었고 살결이 적갈색이었다. 세이토렌의 살결은 우유빛이었고 단발을 고집했었다. 엘러시아는 실망한 체 그 옆을 지나치려 했다.
"엘, 엘 맞니?"
익숙한 목소리였다.
엘러시아는 옆을 돌아보았다. 작고 약간 째진 붉은 눈, 수려한 코와 입술, 갸름하지만 약간 각진 턱. 결코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렌...."
엘러시아와 세이토렌은 서로를 부둥켜 안았다.
그날 늦게까지 세이토렌과 엘러시아는 이야기를 했다. 며칠 뒤면 로렌토르 자작가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처지라 작정하고 빠져 나온 것이라 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찾아 가고 싶다고 했지만 대귀족가의 딸이자 며느리인 여자가 엘러시아 같은 천한 여자를 만나는 걸 허락할 수 없다고 해서 지금껏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는 거였다.
"지금 쯤 찾으려고 난리 났을 거야"
살결은 남편과 함께 아열대 지방의 국경 지대에서 근무를 하는 바람에 햇볕에 그을려서 이렇게 되었다는 거였다. 부부 기사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적지가 않았다. 사반트는 세이르족을 향한 원정에서 일부러 여자들을 뺏지만 여자도 군인으로 많이 일하는 사반트 후작국이었다.
"자, 봐 봐. 속살은 여전히 하예"
"그러네. 색깔이 너무 다르다"
베로스도 저녁 늦게 들어 와 함께 이야기를 했다. 베로스는 대귀족 앞이어서 무척이나 몸 둘 바를 몰라 했지만 세이토렌은 그를 편안하게 해주었다. 세이토렌은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대화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오늘은 늦었으니까 자고 가라, 렌"
"그렇게 하세요, 로렌토르 부인. 불편하겠지만요"
"그러죠. 더 찾으라고 그러지 뭐. 참, 옆에서 섹스해도 상관은 없는데 나랑 엘이 덩치가 비슷하다고 착각하고 덮치지는 마요"
"아마 오빠는 알면서 일부러 덮치고는 어둠 속이라 구분 못 했다고 그럴 껄"
"절, 절대로 안 그럴 거예요. 엘,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엘러시아는 등불을 껏다. 세이토렌은 극구 사양했지만 베로스가 너무 권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혼자 침대 위에 누웠다. 베로스와 엘러시아는 나란히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웠다. 다음날 아침 세이토렌은 상당량의 금화를 억지로 주고 떠났다.
한 달 뒤 그 돈을 밑천 삼아 베로스는 자신의 대장간을 마련하고 집도 작으나마 그 옆에 지었다. 그 집은 사반트 성 내를 흐르는 강의 다른 지류에 있었고 시장과 맞닿아 있었다. 엘러시아는 집 옆에 작은 음식점을 열었다. 그동안 엘러시아는 자주 요리를 했었고 또 많이 배웠었다. 엘러시아가 할 줄 아는 요리는 많지 않았지만 요리 보다는 재료를 많이 파는 가게여서 별 문제는 없었다. 사업은 번창하지는 않았지만 둘의 생활을 상당히 개선시킬 정도는 되었다.
그 해 가을 엘러시아는 예쁜 딸을 낳았다.
<엘러시아의 사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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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
엘러시아 : 24살의 세이르족 여전사. 183cm, 체중은 모르지만 꽤 나갈 듯. 45-25-42(인치)의 대단한 글래머. 암살 및 전투에 능함. 사반트에게 사로잡힌 후 메조키스트가 되었음. 사반트의 메조키스트 성노예.
사반트 : 후작. 32살의 귀족 남자. 188cm, 135kg. 프로레슬러를 연상시키는 몸집의 소유자. 사디스트이자 폭군. 세이르족을 침공하는 과정에서 엘러시아를 사로잡고 학대했음. 엘러시아의 주인.
세이토렌 : 24살의 사반트 후작국 귀족 여자. 기사. 185cm. 체중은 모르지만 꽤 나갈 것으로 예상됨. 44-25-42(인치)의 엘러시아 못 잖은 글래머. 엘러시아의 친구.
도리스 : 고문관. 28살의 평민 남자. 195cm, 137kg. 건장한 체격. 야비하고 잔인한 성품의 소유자. 사반트의 부하.
베로스 : 27살의 평민 남자. 190cm, 105kg. 건장한 체격. 사반트의 강제 및 도리스의 추천으로 엘러시아의 남편이 됨.
*이 번 편에서 다들 1살 씩을 먹게 됨.
1인치 = 2.54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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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엘러시아, 엄마가 되다
가출한 엘러시아를 찾기 시작한 지도 한나절이 훌쩍 지났다.
베로스는 서남쪽으로 가는 길을 서두르고 있었다. 해, 별, 나무 따위를 보고 방향을 아는 법을 알고 있었기에 제대로 찾아갈 수 있으리라 자신했다. 로렌토르 자작가와 자이렌 자작가는 가까웠다. 가깝다고는 하지만 양쪽의 영지가 엄청나게 넓기 때문에 돌아다니면서 찾는 데엔 적잖은 시간이 걸릴 터였다.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 지는 막막했다. 산과 들에 먹을 게 많은 사반트 후작국이니 큰 어려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걱정이 앞서긴 했다. 벌목공 생활을 오래 했기에 식용으로 쓸 수 있는 식물을 잘 구분 할 줄 아는 베로스였다. 얼마나 걸었는 지 알 수도 없었다. 베로스는 사반트성이 잘 안 보이는 어느 벼랑 아래 풀밭에 길게 몸을 눕혔다.
어느덧 가을이라 낙엽이 많이 져 있었다. 저녁이라 조금 쌀쌀했다. 베로스는 신발을 벗었다. 물집이 많이 잡혀 있었다. 가지고 온 단검으로 작게 구멍을 내서 물을 뺀 다음 누워 잠깐 잠을 청했다. 깨어나보니 어슴푸레한 것이 새벽인 듯 했다. 베로스는 잠시 일어나 걷기로 했다. 로렌토르 자작가와 자이렌 자작가 중 어디를 먼저 방문할 지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꽃을 찾아 꽃 점을 쳐보기로 했다. 한 장 한 장 꽃잎을 뜯으면서 자이렌과 로렌토르의 이름을 되뇌일 것이고 한 장 남은 꽃잎을 뜯을 때까지 가슴을 설레이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꽃을 찾아 걷는데 발에 걸리는 게 있었다. 베로스는 놀라 아래를 보았다.
엘러시아가 몸을 웅크린 채 누워 자고 있었다.
베로스는 그 옆에 앉아 남은 밤을 지샜다.
아침 일찍 엘러시아는 깨어났다. 윗 몸을 쭉 펴 기지개를 켜다가 손 끝에 뭔가가 걸려 놀라 뒤돌아보았다. 베로스가 웃음을 띈 채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오, 오빠"
"엘, 편지 읽어 봤어. 난 널 정말 좋아해"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껴안았다. 엘러시아는 울먹이면서 말했다.
"오빠, 날 제발 버리지 마. 오빠한테 버림 받으면 나 정말 미쳐 버릴 거야"
"널 내가 왜 버리겠어. 이렇게나 사랑스런 엘을"
"정말이지? 나 이래뵈도 싸움 잘 해. 오빠가 나 배신하면 나 오빠 죽이고 곧바로 뒤따라서 죽을 거야"
"절대로 버리지 않을 거야"
"이거 알아요? 오빠를 만나기 전까지 오랫동안 악몽만 꾸다가 깨곤 했다는 거. 세이토렌이랑 헤어진 다음엔 다시 악몽을 자주 꿨었어. 하지만 요즘엔 아주 가끔 좋은 꿈도 꿔"
둘은 서로의 입술을 가져다 댓다. 혀가 입 속에서 엉켰다. 둘이 입술을 떼었을 때 침이 길게 끌려 나와 입술을 훔쳐야 했다. 그러고 보니 엘러시아가 언제나 키스 뒤 침 처리를 잘 못 했다는 게 생각났고 능숙한 사람들은 키스 뒤에 침이 늘어진다든가 하지 않는다고 들은 것이 생각났다. 섹스에는 능숙하다고 소문난 그녀였고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키스하는 것 보다 각종 섹스에 훨씬 더 익숙한 엘러시아였다. 그런 엘러시아가 더욱 측은해진 베로스는 엘러시아를 꼭 안아주었다.
둘은 그날 낮 쯤에 집에 돌아갔다. 그날은 쉬고 다음날부터 다시 일을 시작했다.
이전과 다를 바 없는 날들이 조금씩 흘러갔다. 만나는 시간은 적었지만 베로스는 여전히 엘러시아에게 잘 해 주었다. 고민도 잘 들어주고 투정도 잘 받아주며 애정 표현도 많이 하는 베로스가 엘러시아는 고맙고 좋았다.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베로스의 기척만 느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볼이 달아오르곤 하는 엘러시아였다.
처음 옛 애인을 만났을 때 느꼈던 감정이 새록 새록 피어나는 걸 느꼈다. 이런 감정이 아직도 마음 깊숙한 곳에 숨어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기에 반가웠다. 엘러시아 자신도 인간임에는 틀림없다는 느낌이었다. 베로스의 언행들이 가식일 거라는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 버린 건 아니었다. 하지만 엘러시아는 그런 마음이 설령 베로스에게 있다 해도 그것을 돌려 놓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사반트성은 사반트 후작국 내에서도 가장 분위기가 자유로운 곳에 속했다. 강간 범죄가 많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강간 당한 여자를 심하게 백안시하는 건 아니었다. 공개적으로 수간 당했을 경우에야 심한 눈총이 쏟아지는 정도였다. 여자들의 옷차림은 대담했고 애정 표현도 적극적이었다. 여성의 권익이 비교적 높다는 증거였다. 엘러시아도 그런 것을 오고 가는 중에 자주 보게 되었고 그렇게 하고 싶다는 마음도 커져 갔다. 22살 때부터 24살 때까지 엘러시아는 처참하게 윤간만을 당하는 나날들을 보내야 했다. 영원히 유예될 것만 같았던 행복의 기회를 가까스로 얻은 지금 그것을 얻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욕망이었다.
베로스는 엘러시아와 함께 쉬는 날이면 가끔 시내에 나들이를 가곤 했는데 그날도 그렇게 둘이 함께 시내로 나갔다. 베로스는 원체 성실한 편이었고 엘러시아가 착실하고 일도 잘 한데다 몸을 함부로 굴리지도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떠들섞한 시장통에서 싸구려 음식들을 잔뜩 사먹은 다음 돌아가는 길이었다. 어느덧 저녁 노을이 져오고 있었고 거리는 한산했으며 바람은 소슬하게 불고 있었다. 엘러시아는 지금이 기회다 싶어 뒤로 살금 살금 빠졌다.
베로스는 눈치를 조금도 채지 못 하고 계속 걸었다.
그때 뒤에서 똥침이 날아왔다.
"아악~!!"
엘러시아가 뒤에서 히죽거리고 있었다. 베로스는 당황했지만 엘러시아에게 살짝 꿀밤을 먹이고는 계속 길을 갔다. 엘러시아는 잠시 나란히 걷다가 발 걸음을 느리게 해서 베로스가 앞서가게 한 다음 두 검지를 모으고 자세를 낮춘 다음 베로스의 엉덩이에 조준하고 두 팔을 쭉 뻗었다. 또 다시 똥침을 당한 베로스는 화를 내면서 엘러시아의 양 볼을 꼬집었다.
"하지 마!"
"나, 옛날 애인 하고는 이런 장난 많이 쳤어. 뭐하면 오빠도 똑 같이 하면 되잖아"
"싫어. 도대체 부부끼리 이런 장난을 왜 치냐?"
"고지식해"
베로스는 엘러시아의 팔짱을 꼈다. 이러면 못 하겠지라는 심산이었다. 엘러시아는 부운 얼굴을 한 채 따라 걸어갔다. 집에 도착했다. 베로스는 늘상 하던대로 먼저 계단을 올라갔다. 습관대로 한 일이었다. 엘러시아는 재빨리 베로스에게 똥침을 먹여줬다.
"그만하라니까! 엘, 너 왜 그래?"
엘러시아가 덥섞 베로스에게 안기면서 말했다.
"오빠, 나한테 복수하고 싶지?"
"그래"
"그러면 나한테 똥침 먹여 줘. 손가락 말고 오빠 자지로"
"싫어"
"오빠가 왜 내 똥구멍에 자지 안 넣으려고 하는 지는 잘 알아. 예전에 못 된 놈들한테 당한 거 때문에 그러는 거지. 하지만 나도 많이 당했어. 내 똥구멍에 자지를 가장 먼저 넣은 건 내 옛 애인이 아닌 사반트였어. 그러니까 오빠가 나한테 넣어 줘서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 봐"
"알았어"
베로스는 화가 조금 난 상태였기 때문에 엘러시아를 데리고 올라가서 문을 걸어 잠그고는 침대에 눕혔다. 두 부부는 재빨리 옷을 벗었다. 베로스는 여자 경험이라곤 엘러시아 밖에 없는 사람이라서 항문 섹스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엘러시아의 탱탱한 알몸을 보자 베로스의 자지는 금새 크게 부풀어올랐다. 신혼이라 그런지 엘러시아가 특별히 섹시해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엘러시아는 침대 위에 상반신을 걸치고 엉덩이를 베로스 쪽으로 내민 자세를 취했다. 뒤로 튀어 나온 엘러시아의 엉덩이는 매우 크면서도 새하얗고 탄력이 넘쳤다. 베로스는 엘러시아의 똥구멍을 벌리고는 그 안에 천천히 자신의 자지를 밀어넣었다. 조금 집어 넣지 않아 걸죽한 것을 뚫고 들어가는 느낌이 났다.
"이거 뭐야?"
"뭐긴 뭐야. 내 똥이지. 오빠, 빨리 더 깊이 집어 넣어"
"묻는 거 아냐?"
"그럼 안 묻을 줄 알았어? 걱정마. 내가 다 혀로 깨끗이 해 줄 게"
베로스는 자지를 뿌리 끝까지 집어 넣었다. 조여드는 느낌이 대단했지만 포경 수술 따위는 하지 않은 베로스였기에 귀두에서 받는 쾌감이 대단했으므로 보지 보다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엘러시아는 엉덩이 살이 아주 많으면서도 탱탱했기 때문에 보지든 똥구멍이든 박을 때 남자에게 고통을 조금도 주지 않았다. 곧 베로스는 격렬하게 움직였다. 엘러시아도 엉덩이를 세게 돌리면서 이에 응해왔다. 베로스와 사는 동안 거의 항문 섹스를 안 한 엘러시아였기에 똥구멍은 거의 원상태로 작아진 상태라 조임이 상당했다. 보지도 사람이나 사람 보다 작은 동물과만 했으므로 크기가 원상태 가까이 작아진 상태였기에 베로스는 최근 들어 더욱 만족을 느끼고 있던 시점이었다.
"나 정액은 엘러시아의 보지에 넣고 싶어"
"알았어"
엘러시아는 베로스의 자지를 자신의 직장에서 빼냈다. 베로스의 자지엔 뿌리 근방까지 자신의 똥으로 물들어 있었지만 엘러시아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뿌리 끝까지 입 안에 머금고 깨끗이 핥고 빨아냈다.
"오빠 자지가 너무 귀여워. 너무 사랑스러워"
엘러시아는 펠라치오 해주면서 이렇게 기뻣던 적은 처음이었다. 엘러시아가 눈물 까지 흘렸기 때문에 베로스는 깜짝 놀라 혹시 지금까지의 자기 행동이 기분 나빠 그런 거냐고 물었지만 엘러시아는 부인했다.
"아잉, 오빠 자지가 줄었네. 다시 세워 줄게"
엘러시아는 몸으로 말하는 베로스의 모습이 기뻣다. 만약 베로스의 지금 언행이 엘러시아의 슬픔을 즐기는 가식이었다면 결코 줄어 들지 않았을 자지였다. 하지만 베로스의 자지는 엘러시아의 슬픔을 인식하자 줄어 들었다. 베로스가 진심으로 엘러시아를 대하고 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였다. 엘러시아는 애정과 정성이 듬뿍 담긴 펠라치오를 해주었다. 남자의 감정에 따라 발기 상태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건 세이르족 옛 애인을 통해 알고 있었다.
베로스의 자지가 다시 딱딱하게 서자 엘러시아는 베로스를 침대에 눕히고는 자신이 위로 올라가서 베로스의 자지를 자신의 보지에 집어 넣고 위 아래로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베로스도 몸을 위 아래로 버튕겨 박자를 맞춰 주었다.
베로스는 엘러시아의 보지에 사정했다. 자지에 묻은 정액 찌꺼기는 엘러시아가 핥고 빨아서 없어지게 했다. 베로스가 나가려 하자 엘러시아는 베로스의 다리를 붙잡고는 말했다.
"오줌 싸러 가지? 내 입에 싸 줘"
"안 돼"
"치, 내 똥을 방금 먹게 한 주제에 왜 그건 안 된다는 거야"
"그, 그건 일부였잖아.... 다시는 안 그럴게! 나한테 있는 오줌을 몽땅 너한테 먹이라는 거야? 그건 안 돼. 넌 내 아내지 변소가 아니라고"
베로스는 문 밖으로 나갔다. 변소래봤자 함께 쓰는 거름통에 불과한 곳이었다. 엘러시아는 침대에 누웠다. 베로스는 얼마 뒤 다시 들어 와 침대에 누워 엘러시아를 껴안았다.
"엘러시아..."
"응, 왜 오빠"
"너도 알지? 나, 못 난 놈이야... 친척 하나 없고 친구도 별로 없고 돈은 더 없고... 넌 아름답고 젊고 매력적이야. 내가 널 가질 자격이 있는 지 모르겠어. 하지만 난 널 정말 사랑해. 네가 날 떠나려 한다해도 이것만은 알아 줬으면 해.... 날 떠나지 말아 줘, 엘"
엘러시아는 베로스의 품에 더욱 안겨들면서 말했다.
"무슨 말이야, 오빠. 오빠는 내 구원자인 걸"
"구원자? 무슨 용사 같잖아..."
"오빠, 날, 날 떠나지 마"
24살의 겨울이었다. 일은 고되고 점점 더 힘들어졌다. 겨울이라도 빨래 일을 쉴 수는 없었다. 얼음을 깨고 그렇게 해서 드러난 물에서 빨래를 하고 얼어 붙은 빨래를 대장간에서 녹이는 일은 평소 보다 훨씬 고된 일이었다. 겨울이라고 줄어드는 대장간 일이 아니어서 베로스는 안타까웠지만 엘러시아를 도울 수 없었다.
어김없이 쉬는 날은 찾아 오곤 했다.
어느날 엘러시아와 베로스는 근처에 있는 숲 제법 깊숙한 곳까지 나갔다. 엘러시아가 곧잘 사냥을 했기 때문에 둘은 작은 동물 몇 종류를 잡아 구워 먹으면서 소풍을 했다. 베로스는 엘러시아가 겨울 옷을 입으니 더 통통해 보인다고 했다. 엘러시아는 함박 웃음을 지었다. 사반트 후작국 남자의 이상형은 키가 작고 약간 통통한 여자였기 때문에 이것이 엘러시아를 모욕한 발언은 아니었다. 엘러시아는 키 작은 거랑은 거리가 멀었지만 약간 통통한 건 사실이었다.
눈이 내렸다. 둘은 잠시 모닥불 주위를 뛰면서 눈싸움을 했다. 눈은 본디 열대 지방에서 살던 엘러시아로서는 최근에야 안 것이었다. 눈밭 위에서 수없이 윤간당했던 음침한 기억들도 베로스와 함께 눈싸움을 하다보면 날아가 버리는 것이었다. 엘러시아는 베로스를 나무에 기대 서게 하고는 바지를 내리고 눈을 입 안에 머금은 체 베로스의 자지를 빨고 핥아주었다. 시원한 느낌이 제법 괜찮았기 때문에 베로스는 엘러시아의 보지에 눈을 약간 집어 넣은 다음 자지를 집어 넣고 피스톤 운동을 했다. 눈이 조금씩 내리는 속에서 하는 섹스는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베로스는 엘러시아의 똥구멍에 자신의 자지 보다 약간 짧은 길이의 고드름을 살살 돌려가면서 집어 넣었다가 뺏다를 반복했다. 엘러시아의 똥구멍은 움찔거리면서 고드름을 받아들였다.
"시원해, 오빠"
고드름이 웬만큼 녹자 베로스는 고드름을 버리고는 자신의 자지를 엘러시아의 보지에 깊숙히 집어넣었다.
"뭐야, 내 똥꼬를 귀여워해 주려는 게 아니었쪄?"
"난 네 보지가 제일 좋아"
집에 돌아가는 길에 엘러시아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엘러시아 보지는 말캉 말캉~~ 보지털은 복술 복술~~"
"그런 노래 좀 지어 부르지 마! 누가 들으면 또 너에 대해 이상한 소문이 돌 거야"
"메롱이다. 나랑 오빠 말고 지금 이 길에 누가 있다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엘러시아는 늦가을 쯤에 임신이 된 상태였다. 입덧도 헛구역질도 없던 엘러시아였기에 임신했다는 건 임신 5개월 쯤에서야 알 수가 있었다. 25살의 봄이었다. 임신을 했다는 건 두 사람 모두에게 긴장되는 사실이었다. 양육비가 들 것이기 때문이었다. 가난한 살림에 피임약을 사지를 못 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엘러시아는 의원에게 진찰 받고 돌아가는 길에 베로스에게 말했다.
"어쩌지... 피임약 효과가 꽤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돈도 돈이지만, 난 엘이 아이를 낳는 걸 보고 싶었어. 그래서 피임약을 안 산 거라고. 내 아이가 아니어도 괜찮아. 엘의 아기니까"
"성문 지키는 병사들 이후로는 딴 남자한테 대준 적 없어. 오빠 아이가 틀림없다고"
"돈을 더 벌어야겠다. 남자애면 좋겠는데... 그래야 일을 도와주지"
"그래도 최소한 몇 년 뒤잖아"
"한 10명만 낳자"
"윽. 너무 많아"
"알았어. 엘이 낳고 싶은 만큼만 낳자고"
"난 오빠가 고마워. 너무 오래 난 미래를 생각하지 못 하면서 살았어. 앞날은 너무나도 칙칙하게만 보였었지. 요즘에야 조금씩 미래를 생각하게 돼"
베로스와 엘러시아는 집에 돌아갔다. 집 앞에서는 도리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베로스가 말했다.
"오랫만이구나, 도리스"
"베로스, 아내가 좀 살찐 것 같네"
"임신했어"
"그래? 그렇담 나한테 보지를 대줘도 되겠네. 몇 달 동안 저 애하고 안 하니까 몸이 다 찌뿌둥해"
"도리스, 가줬으면 좋겠어"
"왜 그래? 친구끼린 언제든지 대주기로 약속했었잖아"
"그건 네가 엘한테 얼마나 심하게 했는 지 몰랐을 때 이야기지. 꺼져"
"이거 섭섭하네. 하지만 그건 직접 대주는 여자의 의견이 더 중요하지. 자, 어떻게 생각하니?"
"도리스님, 가줬으면 좋겠어요. 전 오빠 말고는 아무에게도 대주고 싶지 않아요"
"어허, 왜 이래?"
도리스는 화를 내면서 엘러시아에게 다가갔다. 베로스가 이를 말리려고 둘 사이에 뛰어들자 도리스의 주먹이 베로스의 볼을 강타했다. 도리스는 그리 빠르지는 않았지만 거대한 몸에서 터져 나오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었고 맷집도 아주 좋았다. 베로스는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치곤 되튕겨 땅바닥에 거꾸라졌다.
"자, 가자고"
도리스는 엘러시아에게 다가갔다.
엘러시아는 도리스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도리스는 양 팔을 벌렸다. 다음 순간 엘러시아가 올려 친 주먹이 도리스의 인중을 빠르고 정확하게 쳤다. 사반트라면 피할 수 있었겠지만 도리스는 아니었다. 도리스는 고개를 젖히고 뒤로 날아가듯 쓰러져 일어나지 못 했다. 엘러시아는 베로스에게 가서 그를 일으키면서 말했다.
"괜찮아, 오빠?"
"응. 저 자식, 기절했군"
"어, 오빠. 턱 빠졌어. 더 말하지 말고. 잠깐"
엘러시아는 베로스의 턱을 붙들고는 턱뼈를 맞춰줬다. 베로스는 상당히 아팟지만 참았다.
"엘, 잘 했어. 너, 엄청 세구나. 부부 싸움 하면 나 죽겠다"
"걱정 마. 오빠를 때릴 땐 급소는 피할 테니까"
"윽"
"뭘 걱정해. 우리 지금까지 말다툼 한 번 안 했잖아. 자, 들어가자. 참, 도리스님을 치료해줘야 하는 거 아냐? 그래도 오빠 친군데"
"저런 새낀, 친구도 아냐"
엄청난 거구인 도리스의 주먹을 정통으로 맞았기 때문에 베로스는 적잖은 타격을 입은 상태여서 방에도 가까스로 들어 갔고 몸을 잘 가누지 못 했다. 엘러시아는 그런 베로스를 침대에 눕히고 자신은 침대 위에 걸터 앉았다. 도리스를 비롯한 여러 치한들에 관한 음침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죽고 싶었고 죽이고 싶었었다. 엘러시아는 거울을 꺼내어 보면서 혀를 내밀었다. 혀는 상처 투성이였다. 힐링 포션은 흉터까지 제대로 치료하지는 못 했다. 전문적인 의사들이 했던 사지 접합 수술은 잘 되어서 흉터 하나 없이 말끔했지만 힐링 포션만 무식하게 들이부운 혀는 이 모양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어금니로 자르려고 했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입을 다물어서 입 안 가득찬 피를 감추려고 했지만 그들은 입 안에 자지를 밀어 넣기 위해 억지로 입을 벌리게 했고 피가 흘러나오면 곧바로 고문관들이 달려 와 힐링 포션을 들이 붓곤 했다. 자신이 마음을 열어 준 첫번째 사반트 후작국 사람인 세이토렌이 엘러시아에게 독설을 퍼부었을 때는 목을 메달았던 적도 있었다. 비록 세이토렌이 구해 주긴 했지만 너무나도 슬펏었다. 엘러시아는 다리 사이에 머리를 파묻고 소리 죽여 울었다. 얼마 뒤 따뜻한 손이 뒤에서 엘러시아의 허리를 감싸 안아 왔다. 베로스였다.
"옛날 생각 났나 보구나. 실컷 울어. 넌 자주 울 필요가 있어. 울면 마음이 후련해지잖아"
엘러시아는 크게 울음을 터트렸다. 통곡에 가까웠다. 아니 통곡이었다.
한참을 울고 나서 진이 빠진 엘러시아는 침대에 길게 누웠다. 베로스는 이불을 끌어 당겨 덮어 주고는 엘러시아의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닦아 주었다.
도리스는 정부 관리였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도리스는 이 일을 문제 삼지는 않았다. 도리스가 의리가 있어서 일 수도 있었지만 그 즈음 로렌토르 자작이 사반트성을 정기 방문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로렌토르 자작은 자신의 아들 하나가 볼모로 거처하고 있는 커다란 저택에 자리를 잡고 무도회에 참석하는 등의 의례적인 일들을 했다. 엘러시아는 이 소문을 듣고 로렌토르 자작의 며느리 중 한 명인 세이토렌이 방문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들떳지만 좀처럼 소식이 없었다.
거의 포기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엘러시아는 손수레에 빨래감을 가득 담은 체 집으로 가고 있었다.
마을에 친한 아줌마들도 생겼고 편견도 많이 풀어진 상황이었다. 노예 상태에서 자유로워진 세이르족도 몇몇 생겼는데 이들이 접선해 와 사반트 후작국이 아닌 딴 나라에서 환관이 된 세이르족을 중심으로 계획이 세워지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질 없다고 생각해 거절했던 참이었다. 이들을 통해 고향의 세이르족도 완전 소멸된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지만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건 사실이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은 베로스의 아내라고 생각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가고 있는데 볼륨 있는 몸매의 금발 여기사 한 사람이 집 앞에서 대장간 사람 하나와 이야기하는 것이 보였다.
엘러시아는 그곳으로 다가갔다. 여기사는 전투복이 아닌 의장용 복장을 하고 있어서 옷에 노출이 다소 있는지라 팔과 허벅지가 드러나 있었다. 키가 크고 풍만하긴 했지만 머리카락이 길었고 살결이 적갈색이었다. 세이토렌의 살결은 우유빛이었고 단발을 고집했었다. 엘러시아는 실망한 체 그 옆을 지나치려 했다.
"엘, 엘 맞니?"
익숙한 목소리였다.
엘러시아는 옆을 돌아보았다. 작고 약간 째진 붉은 눈, 수려한 코와 입술, 갸름하지만 약간 각진 턱. 결코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렌...."
엘러시아와 세이토렌은 서로를 부둥켜 안았다.
그날 늦게까지 세이토렌과 엘러시아는 이야기를 했다. 며칠 뒤면 로렌토르 자작가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처지라 작정하고 빠져 나온 것이라 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찾아 가고 싶다고 했지만 대귀족가의 딸이자 며느리인 여자가 엘러시아 같은 천한 여자를 만나는 걸 허락할 수 없다고 해서 지금껏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는 거였다.
"지금 쯤 찾으려고 난리 났을 거야"
살결은 남편과 함께 아열대 지방의 국경 지대에서 근무를 하는 바람에 햇볕에 그을려서 이렇게 되었다는 거였다. 부부 기사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적지가 않았다. 사반트는 세이르족을 향한 원정에서 일부러 여자들을 뺏지만 여자도 군인으로 많이 일하는 사반트 후작국이었다.
"자, 봐 봐. 속살은 여전히 하예"
"그러네. 색깔이 너무 다르다"
베로스도 저녁 늦게 들어 와 함께 이야기를 했다. 베로스는 대귀족 앞이어서 무척이나 몸 둘 바를 몰라 했지만 세이토렌은 그를 편안하게 해주었다. 세이토렌은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대화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오늘은 늦었으니까 자고 가라, 렌"
"그렇게 하세요, 로렌토르 부인. 불편하겠지만요"
"그러죠. 더 찾으라고 그러지 뭐. 참, 옆에서 섹스해도 상관은 없는데 나랑 엘이 덩치가 비슷하다고 착각하고 덮치지는 마요"
"아마 오빠는 알면서 일부러 덮치고는 어둠 속이라 구분 못 했다고 그럴 껄"
"절, 절대로 안 그럴 거예요. 엘,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엘러시아는 등불을 껏다. 세이토렌은 극구 사양했지만 베로스가 너무 권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혼자 침대 위에 누웠다. 베로스와 엘러시아는 나란히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웠다. 다음날 아침 세이토렌은 상당량의 금화를 억지로 주고 떠났다.
한 달 뒤 그 돈을 밑천 삼아 베로스는 자신의 대장간을 마련하고 집도 작으나마 그 옆에 지었다. 그 집은 사반트 성 내를 흐르는 강의 다른 지류에 있었고 시장과 맞닿아 있었다. 엘러시아는 집 옆에 작은 음식점을 열었다. 그동안 엘러시아는 자주 요리를 했었고 또 많이 배웠었다. 엘러시아가 할 줄 아는 요리는 많지 않았지만 요리 보다는 재료를 많이 파는 가게여서 별 문제는 없었다. 사업은 번창하지는 않았지만 둘의 생활을 상당히 개선시킬 정도는 되었다.
그 해 가을 엘러시아는 예쁜 딸을 낳았다.
<엘러시아의 사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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