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삼총사 #21 달타냥의 집 찾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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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듯 아라미스를 피해 아토스들이 기다리고 있는 단골술집에 간 달타냥은 곧 포르토스의 폭소를 들어야 했다.
아토스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포르토스는 급한 볼 일이 생겨 잠시 자리를 비웠다고 헀다.
"크크큭, 그래서 결국 도망쳐 나왔군."
사정을 전해들은 포르토스는 낄낄 거리며 웃었다.
아라미스가 여성을 좋아한다는 걸 몰랐던 달타냥이 불쌍했다.
"우, 웃지말아요. 포르토스."
달타냥은 얼굴을 붉히며 투정했다.
미리 그걸 안 알려준 포르토스가 밉다는 듯 말이다.
설마 아라미스에게 그런 취미가 있는 줄은 몰랐다.
그런 줄 알았다면 좋다고 따라가진 않았으리라.
"하하하, 미안 미안."
포르토스는 너무 웃어 눈물을 글썽인 상태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 얘기, 아토스에겐 하지마."
"왜요?"
달타냥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토스는 레즈비언을 증오하거든."
포르토스는 목소리를 낮추며 속삭였다.
"아토스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야. 그렇기 때문에 동성애를 싫어해."
결혼과 성행위를 아기를 낳기 위한 행위이자 하나님이 정하신 법으로 이해하는 가톨릭에선 동성애를 죄악으로 보았다.
한 예로 소돔과 고모라도 동성애로 인해 유황불에 불타버리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또다른 생명을 잉태할 수 없는 동성애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죄였다.
"그런데다 아토스는 전에 결혼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배우자가 하필이면 동성애자였어. 덕분에 그의 결혼은 파탄이 났었지."
"에에!? 그래요?"
달타냥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래. 그래서 아토스는 동성애라면 치를 떨고 싫어해. 그는 아라미스가 그런 취미가 있다는 걸 몰라. 오직 나만이 알고 있지."
아토스가 결혼을 했었던 유부남이란 것도 놀랍지만,
하필이면 그 결혼한 상대가 그가 증오하는 동성애자라는 것도 놀랐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참 운도 지지리 없는 아토스였다.
"정말 사랑했던 여자였다는데 너무 불행한 일이었던거지. 그 후로 아토스는 다시는 여자를 바라보지 않고 있어. 다시 결혼 할 생각도 없어보이고."
"...."
달타냥은 일이 생겨 그곳에 없는 아토스를 생각하며 동정했다.
가끔씩 아토스가 보이는 쓸쓸한 표정은 바로 그떄문인 것 같았다.
"그나저나 끝내 집을 못 구했다면 내가 아는 곳을 알아봐줄께."
"하지만..."
"걱정마. 최대한 싼 곳으로 찾아봐 줄테니까. 그리고 총사대 본부와 가까운 곳으로 알아봐줄께. 그 편이 왔다갔다 하기 편하잖아?"
포르토스의 말에 달타냥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달타냥의 우려을 전부 이해하고 있었다.
"...고마워요. 포르토스."
달타냥은 자신의 사정을 전부 고려해주는 포르토스가 고마웠다.
순결을 빼앗아간 나쁜 사람이긴 했지만, 이런 면은 듬직했다.
"뭘 이런 걸 가지고."
포르토스는 이를 드러내며 호쾌하게 웃어보였다.
그는 달타냥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무척 기쁜 듯 보였다.
"...."
-두근 두근.
그 모습에 달타냥은 고마움과 함께, 가슴이 빠르게 콩닥거려 볼이 살짝 붉어졌다.
포르토스의 잘 생긴 얼굴을 바라보자 가슴이 떨려서 제대로 그의 모습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하아...이상해...왜 포르토스의 얼굴을 보자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는거지?)
달타냥은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복잡한 마음에, 애꿎은 포크만 만지작거렸다.
(이러다 정말 포르토스가 좋아지면 어떻하지?)
달타냥은 점점 포르토스가 좋아지는 감정이 참을 수가 없어졌다.
자신이 없어져 갔다.
(그럼 안되는데...나 실은 남자인데...그에게 반하면 안되는데...)
그녀는 욱씬거리는 가슴을 움켜쥐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한숨과 함께 그렇게 밤이 지나갔다.
xxx
다음 날, 달타냥은 견습 총사대 연습을 끝내곤 돌아갈 채비를 했다.
포르토스가 마중나오기로 했기 때문에 그녀는 그를 기디라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
"어이, 달타냥. 이것 좀 미네르바 대장님께 전해줘."
그럴 때 견습 총사 에밀레앙이 다가와 그녀에게 보호대를 건네주며 말했다.
에밀레앙은 남자 견습 총사로 달타냥과는 죽이 잘 맞아 삼총사만큼이나 친해진 미소년이었다.
몸은 여자라 해도, 정신이 남자인 탓에 달타냥은 여성 총사들보단 남자 총사들과 쉽게 친해졌다.
사내아이처럼 털털하면서 격이 없는 달타냥은 당연 남자 총사들 사이에서 인기였다.
다른 여성 견습 총사들과는 달리 콧대도 높지 않고 실력이 있다고 남자들을 깔보지도 않았기 떄문이다.
"응, 알았어. 그런데 에밀레앙, 혹시 포르토스가 날 찾아오면 좀 알려줘."
달타냥은 가슴 보호대를 받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에밀레앙은 알았다고 하면서 더 해줄 일은 없는지 물어왔다.
그는 달타냥을 그녀와 더 대화하길 바라고 있었다.
소년은 달타냥을 남몰래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달타냥은 더이상 없다며 바로 미네르바를 만나러 가버렸다.
덕분에 에밀레앙은 멍하니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똑똑!
"미네르바님, 부탁하신 물건을 가져왔습니다."
달타냥은 미네르바의 집무실에 도착하자 노크를 한 뒤, 성큼 안으로 들었다.
"아....!"
안에선 미네르바가 상의를 벗고서 땀을 닦고 있었다.
속옷이 반쯤 풀어지고, 새로운 브래지어가 있는 것으로 보아 속옷을 갈아입으려고 한 것 같았다.
"후우~, 난 또 누구라고. 달타냥이었군."
미네르바는 놀라서 가슴을 팔로 가리다가 그 상대가 달타냥이라는 걸 꺠닫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여성에게 알몸을 보인 것에 안심하는 듯 했다.
"그렇게 멍하니 있지 말고 빨리 들어와서 문을 닫아."
"네넷, 죄송합니다. 대장님."
안정을 되찾은 미네르바는 쿨한 태도로 말했다.
그때문에 오히려 당황한 달타냥은 알았다고 한 뒤 서둘러 문을 닫았다.
-두근 두근
달타냥은 미네르바의 반나체를 본 탓에 얼굴을 붉혔다.
(아름다운 가슴이었어.)
미네르바는 모르고 있겠지만 달타냥은 실은 사내아이였다.
몸은 여자지만 속은 남자인 이상한 상태인 것이다.
그런데 미네르바 같은 아름다운 미녀의 알몸을 보게 되자 자연스럽게 흥분을 하고 말았다.
"스읍~ 하아~"
그녀의 오르락 내리락 숨을 토하는 가슴이 너무 아름다웠다.
군살이 없는 배와 함께 봉긋 솟은 젖가슴은 아름답게 여물어 풍성한 크기를 자랑했다.
"그..그렇게 빤히 쳐다보지는 말아줄래?"
달타냥의 음흉한 시선을 느꼈는지 미네르바는 다시금 가슴을 손으로 가리면서 말했다.
언제나 쿨한 모습만 보이는 그녀가 볼을 살짝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신선했다.
"네? 아, 죄송합니다."
"달타냥, 너의 시선은 왠지 여자아이의 몸에 흥미를 보이는 사내아이의 것 같아서 부끄럽군..."
-뜨끔!
속마음을 들킨 것 같은 느낌에 달타냥은 흠칫 놀랐다.
미네르바는 살짝 얼굴을 붉힌 상태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왠지 너라면 허락해줘도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이런 내가 이상한가?"
달타냥은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후후, 아니긴. 그나저나 참 아쉽군. 달타냥, 네가 남자였다면 좋았을텐데. 아니면 네게 오라버니가 있던가. 널 보면 충분히 괜찮을 것 같거든? 그럼 난 이 일을 관두고 기꺼이 너의 집안의 신부가 될텐데 말야."
"!"
예상치 못한 미네르바의 고백에 달타냥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게다가 너 정도의 실력있고 가능성이 있는 남자가 딱 내 취향이거든. 게다가 귀엽고 말야. 네가 여자인 것이 너무 아쉬워."
"미네르바 대장님...."
달타냥은 미네르바가 자신을 그렇게 높게 평가해주고 있는 점에 놀랐다.
"아하하, 미안. 나도 참 무슨 말을 하는거람. 너랑 있으면 이상하게 기분이 편해져서 그런 것 같아. 정말 미안하군, 달타냥."
미네르바는 황급히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그래서 예비 총사대는 지낼만한가? 불편한 점은 없고?"
그녀는 말을 돌리느라 자신을 향해 다가온 달타냥의 접근을 알아차리지 못 했다.
"달타냥...?"
뒤늦게 접근을 깨달은 미네르바는 당황한 듯 달타냥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진지한 눈빛으로 다가서는 달타냥의 모습에 위기감을 느꼈다.
"아...!"
달타냥의 시선을 본 미네르바는 꼼짝도 하지 못하다가 자신보다 키가 작은 소녀에게 손을 붙잡혀야 했다.
"미네르바 대장님..."
달타냥은 알 수 없는 충동을 느껴 한손으론 손을 잡은 채로, 다른 한손으로 미네르바의 뺨을 쓰다듬었다.
"...."
미네르바는 달타냥의 손길에 흠칫거리다 그녀의 손길이 조심스럽고 부드럽자 몸의 긴장을 풀었다.
-두근 두근 두근
두 명은 서로의 눈을 멍하니 응시하다 자신들도 모르게 눈을 감고 말았다.
심장이 폭발할 듯 떨려왔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달타냥은 눈을 감자 천천히 미네르바의 입술을 향해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왠지 지금 타이밍에서 그래줘야 할 것 같았다.
-스윽~
둘의 입술은 천천히 거리를 좁혀갔다.
서로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달콤한 한숨이 느껴졌다.
"하아...하아..."
그리고 서로의 촉촉한 입술이 마주치려 할 순간.
-똑똑!
누군가 야속하게도 문에 노크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흠칫!
(핫! 내가 지금 무슨 짓을...)
달타냥은 자신이 미네르바의 손을 힘껏 움켜준 채로 그녀의 입술을 훔치려 한 사실에 화들짝 놀랐다.
"...."
미네르바는 놀람과 부끄러움 그리고 아쉬움으로 뒤범벅된 얼굴로 시선을 피한 채 뺨을 살짝 붉혔다.
-두근 두근
평소의 얼음으로 만든 것 같은 싸늘한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라 달타냥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달깍!
"실례합니다."
그때 노크를 한 장본인이 안으로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온 이는 견습 총사 에밀레앙이었다.
"달타냥? 포르토스님께서 마중오셨어. 어서 정문 앞으로 가봐."
"아...응..."
달타냥은 아쉬운 듯 대답하며 미네르바를 뒤돌아보았다.
"...."
미네르바는 여전히 그녀의 시선을 피한 채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달타냥은 아쉬움을 뒤로 한채 그곳을 나와야 했다.
"달타냥, 혹시 포르토스님과 사귀는거야?"
정문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그녀를 뒤따라온 에밀레앙이 궁금한 듯 물어왔다.
"에엑? 에이, 설마~."
달타냥은 당황해서 황급히 부정했다.
그녀는 "남자" 였다.
달타냥은 복잡한 마음에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 힘들었다.
가슴속엔 아직도 유방을 가린 채 부끄러워하던 미네르바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래?"
달타냥의 부정에 에밀레앙은 다행이라는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럼, 달타냥. 후에 시간이 있으면 나랑 같이 어디 놀러가지 않을래?"
에밀레앙은 볼을 살짝 붉히며 물어보았다.
달타냥은 참 눈치없게도 그러자고 대답했다.
에밀레앙을 좋은 친구 정도로만 생각하는 그녀는 소년의 진심을 알아주지 못하고 별 생각없이 허락을 했다.
"그, 그래...? 알았어. 내가 좋은 곳을 한번 알아볼께."
미소년은 달타냥의 대답을 들은 것이 기쁜지 뛸듯이 좋아했다.
"?"
그런 에밀레앙이 이상하게 느껴진 달타냥이었지만, 어지간히 눈치 없는 성격 탓에 크게 마음에 두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