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번/MC] 검은 욕망 - 타츠미재판 (3) -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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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DESIRE
0.
신문부의 아침은 빠르다.
아침에 뿌린 호외를 학생들이 등교하기전까지 인쇄를 마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종인 날은 대부분 정문이 열릴 때 와 동시에
때에 따라서는 남몰래 그 이전에 개구멍으로 학교에 숨어들게 된다.
자칭「성련 제일의 폭속뉴스」도 예외는 아니다.
금년 1학기의 마지막 학생 총회가 거행되는 이 날
당연히 그녀들 신문부는 아침 일찍 아직 사위가 어슴푸레할 때부터 벌써
자신들의 부실(이라고 부르며 마음대로 점거하고 있는 문화부동의 빈 방)
에서 기사 작성에 힘쓰고 있었다.
「결국, 어느 쪽이 이기게 될까요?」
차를 마시며 PC의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것이 신문부의 2 학년
巾足立華(하바타리 리카)다. 한가한 목소리로 하품을 눌러 참으며 하는 작업이지만
그 손가락 만큼은 마치 기계와 같은 정확도로 움직임을 계속한다.
그녀는 작년에 자신의 클래스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계기로 현재의 부장과 알게 되어
그것이 인연이 되어 신문부에 가입하는 처지가 되었다.
기계의 취급에 뛰어나기 때문에 신문부에서는 애지 중지 되는 입장이다.
「그런 것은 신만이 알고 있겠지요. 그래서 이렇게 2가지 기사 모두를 만드는 거지만」
그 맞은편 자리에서 랩탑(lap-top) PC를 조작하고 있던 신문부 부장·?林藍子(츠타바야시 란코)
가 갑자기 고개를 옆으로 빼꼼히 내밀며 대답했다.
그녀에게서는 전혀 아침의 권태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제의 앙케이트에서는 반대파가 약간 많았습니다만?」
「그정도는 최종 토론으로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는 차이에요.
게다가 아직 의견을 보류하고 있는 VIP도 있기 때문에」
「……시즈루님 말입니까? 그 분은 반대파의 멤버와 비교적 친한 관계이니깐
그쪽을 지지하는 것 아닐지?」
「어떨까나……. 생도회측으로부터도 어프로치가 있었던 같지만
입장에 따라 생도회를 비판 할 수도 있는 일이니깐..」
란코의 어조에는 웃음이 머금어 있었다. 뉴스 거리가 있을 때 그녀는 언제나 이러하다.
내면으로부터 스며 나오는 환희를 숨기지 못하고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이전에 리카가 물어 보았었는데 「천직을 완수하고 있는데 어찌 즐겁지 아니할쏘냐」하고
아주 진지하게 대답한 적이있다.
그 이후로 란코가 이렇게 기분 좋을때는 가능한 한 그녀를 따라 주고 있다.
「란코씨는 불안하지 않습니까?」
「불안? 무슨말입니까?」
문득 리카의 입에서 나온 의문에 란코는 고개를 갸웃한다.
「오늘의 총회, 결과에 따라서 성련학원이 크게 흔들릴거에요.
어쩌면 작년 보다 더 대단한 일이 될지도……」
「아, 그러고 보니. 큰일이네요」
응응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란코.
이 사람에게도 보통 수준의 위기감이 있었던 것인가?
하고 이상한 감회를 느끼는 리카였다.
「최대한 서두른다고 해도 여기 있는 장비만으로는 시간이 부족하겠는걸요?」
……시원스럽게 그 감회는 사라졌다.
「무슨 소리세요! 두렵지 않으세요? 란코씨는?」
「두려워? 무엇이 말입니까?」
진심으로 의외라는 표정으로 리카의 얼굴을 물끄러미 응시하는 란코.
「리카. 호기심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구인 것입니다.
사과의 수수께끼를 파헤치는 것으로 부터 중력이 발견되었고
먼 곳에 사는 사람들의 소식을 알고 싶어 했기 때문에 전화가 발명되었고
하늘위의 진실을 알고 싶어 했기 때문에 천동설이 부정되었습니다.
연애조차 이성에 대한 흥미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인간의 존재 의의는 확실히「새로운 것을 아는 것」에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란코 특유의 개똥철학에 리카는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처음 들었을 떄는 그녀의 철학에 새삼 감탄했지만
매월 한번 정도는 꼬박 꼬박 듣다 보면 이제 귀에 딱지가 앉아도 이상하지 않다.
적당하게 들는척 마는척 하면서 기사를 쓰는 데 전념한다.
「육체에 호흡이 필요하듯이 영혼에는 지식의 흡수가 필요합니다.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행위를 부정하는 것은 영혼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과 같아요.
이 근원적 욕구의 앞에서는 설령 세계가 멸망하든 구세주가 탄생하든 아마게돈이 일어나든
전혀 두려워 할 일이 아니에요.」
「네네, 그러니까 란코씨는 학원에 새로운 사실을 알릴 의무만 있다는 거네요.
……생도회가 이겼을 때의 기사는 다 만들었어요.
타이틀 넣지 않으면 레이아웃을 만들 수 없으니깐 이제 슬슬 타이틀을 정해야 해요.」
프린터로부터 출력된 교정쇄를 불퉁하게 건네받는 란코.
도중에 이야기를 짤려 불만 어린듯 그것을 받아들고는
역시 불만가득한 목소리로 「뭐, 이정도면 되겠죠」라고 승낙했다.
「그럼... 타이틀은 정하셨어요?」
「진작에 정했죠. 역시 일면은 한눈에 임펙트를 주지 못하면 안되기 때문에...」
일면이고 뭐고 한장짜리 호외 입니다만...이라고 리카는 생각했지만 그것을 입밖으로 내어
말하지는 않기로 했다. 이대로 빨리 교정을 끝내면 1교시가 시작되기 전에 조금
졸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후배의 기대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란코는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
「이번 학생 총회는 결국 1년 전에 벌어졌던 사건의 연장 선상입니다.」
「하아……1년전이라면, 7월 사건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확실히 그 때의 「사건」의 결착이 오늘의 투표에 의해 「판결」내려집니다.
그러니까……」
아이코는 집게 손가락을 앞으로 내밀며 가슴을 활짝핀 포즈로 엄숙하게 고했다.
「……오늘의 총회는 그야말로 재판 「타츠미 재판」인 것입니다!!」
이 때 금년 1 학기 최대의 사건으로 다음호의 「야마유리」에 기록되는
7월 학생 총회의 속칭이 결정된 것에서 만났다.
BLACK DESIRE
#9 타츠미재판 III
1.
새벽녘 문득 눈을 뜨자 아직 밖은 어슴푸레했다.
보조 탁자에 있는 시계를 들여다 보니, 5시 30분.
언제나 일어나는 시간까지는 아직 1시간 가까이 남았다.
다시 한숨 잘만한 시간은 충분하지만
문득 오늘 열리는 학생 총회가 머리에 떠올라 버렸다.
일단 신경이 쓰여 버리면, 그 이후는 아무리 눈을 감으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는다.
억지로 잠을 청해 보지만 구름이 개이듯이 떠나 버린 수마를 다시 불러 오지 못하고
나는 단념하고 몸을 일으켰다. 그대로 침대에서 내려와 슬리퍼를 신는다.
벽에 눈을 돌리고 어라 하고 고개를 갸웃한다.
거기에는 걸려 있어야할 제복이 없었다.
어제 밤 자기 전에는 확실히 거기에 있었던 같은 생각이 드는데…….
(트바리가 치웠나……? )
우선, 적당리 바지만 입고 방을 나와 아래층으로 향했다.
벌써 아침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지 좋은 냄새가 난다.
「트바리, 있어?」
주방을 확 들여다 보았지만 냄비나 밥솥만 있을 뿐 정작 사람은 없었다.
시험삼아 냄비의 뚜껑을 열어 보자 미역과 감자가 들어간 된장국이 있었다.
(어디에 있지? )
식당에서 빠져 나와 거실을 지나 계단이 있는 로비로 돌아간다.
거기서 나는 로비로부터 뻗어가는 통로의 끝에 불이 켜져 있는 방이 있는 것에 깨달았다.
(저기인가?)
기억이 틀리지 않으면 거기는 세탁기가 놓여져 있는 방일 것이다.
아침부터 빨랫감이라도 있는 것일까.
나는 그 쪽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아침의 적막한 공기의 탓인지
큰 소리를 낼 마음이 들지 않아 「트바리……?」하고 중얼거리듯이
말하며 그 방을 들여다 보았다.
트바리는 거기에 있었다. 방의 중앙에 있는 큰 받침대의 앞에서
평소의 검은 옷의 소매를 걷어 붙인채 나의 제복을 다림질하고 있었다.
그것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나는 트바리가 일하고 있는 모습은
사실 그다지 봤던 적이 없었다.
취사나 청소는 대충 알아서 하도록 언제나 맡겨 뒀었고 그런 것도
대체로는 내가 학교에 있는 동안 해 버리는 것 같아
일하는 모습이라고 하면 식사를 가져다 준다던가 간단한 음료를 가져다 주는 것
정도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더더욱 악마인 트바리가 쉭 쉭 증기를 뿜고 있는 스팀 다리미로 정중하고
나의 제복의 주름을 펴고 있는 광경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나의 시선을 알아차렸는지 트바리는 고개를 들고 다리미를 받침대에 세우면서
소매를 바로 잡아내리고는 공손하게 나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히 주무셨는지도, 이쿠타님」
「아, 응. 안녕」
왠지 훔쳐 보던 것이 들킨 것 같아 조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변명 처럼 「그, 제복……」이라고 말을 꺼냈다.
「방에 없길래 찾고 있었어」
「죄송합니다. 이쿠타님이 일어나시기 전에 끝내려고 생각했습니다만」
「아, 괜찮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좋은데....」
그렇게 말하면서 내심 고개를 갸웃했다.
성련의 제복은 다림질이 거의 필요 없는 옷감으로
거의 주름이 지지 않기 때문에 주1회 정도 주말에나 가끔 다림질을 해두면
충분할 터이다. 왜 주중인 수요일의 아침에 갑자기 다림질을 하는 걸까?
세탁을 했었던가?
트바리는 마침 작업이 끝났었는지 허둥지둥 제복을 옷걸이에 걸며 말했다.
「이대로 더 주무시지 않으실거면 아침 식사의 준비를 하겠습니다.」
「아, 부탁해. 씻고 올테니까 준비해줘.」
「알겠습니다. 제복은 이쿠타님의 방에 걸어 두면 될까요?」
「응」
트바리는 꾸벅 고개를 숙이고 앞서의 로비로 나갔다.
나는 일찍 일어난 덕에 드문 광경을 볼 수 있었다 하고 이상한 감상을 느끼며
로비로 돌아와 2층으로 계단을 올라 갔다.
아침의 시간은 왠지 다른 시간대에 비해 확실히 시간이 금새 지나는 것 같다.
아침 식사를 끝내고 아직 시간이 남아 한가로이 홍차를 한 잔 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정신을 차려 보자 출발해야 하는 시간이 되어 있었다.
「잘 먹었어요」라고 얘기하며 일어서 현관으로 향하자
나의 가방을 가지고 트바리가 전송을 하러 왔다.
「다녀오세요.」
「응」
현관에서 가방을 받아들며 깊게 인사 하는 트바리에게 대답 한다.
그 때 문득 방금 전의 의문이 다시 떠올랐다.
앞으로 걷던 발길을 멈추고 다시 트바리쪽으로 돌아 보았다.
「트바리」
「네」
인사를 한 채 그대로였던 그녀가 고개를 들며 갸웃 한다.
「이 제복말이야, 언제나 주말에 다림질 하지 않았던가」
「네. 항상 그렇게 해왔습니다.」
「그럼 오늘은 왜 아침 일찍부터?」
「……?」
트바리는 고개를 갸웃한 채로 침묵했다.
그것은 질문의 의미를 모르겠다고 하는 것 처럼도 보몄고 어떻게 보면
자신도 그 대답을 잘 알지 못하겠다는 것 처럼도 보였다.
「……」
「……」
가볍게 30초 정도는 지났을까.
「왜 이러고 서있는 걸까?」하고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했을 무렵
간신히 트바리는 입을 열었다.
「오늘은……」
「응……?」
「무엇인가 이쿠타님에게 중요한 날이 될 것 같았어요.」
「……그렇구나」
「네」
……나는 트바리에게는 오늘이 총원 투표일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다.
그렇지만 트바리는 이 1주간의 나의 상태를 보고
오늘이 나에게 있어 중대한 분기가 되는 날이라고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침 일찍부터 제복을 다림질해 내가 볼품 없어 보이지 않도록
배려를 해 주었던 것인가…….
「……고마워」
자연스럽게, 그 말이 나왔다.
「언제나 고마워, 트바리」
「……」
나의 말에 트바리는 표정은 그대로 였지만
조금 당황한 것 같은 반응을 보인다.
「……이것은 계약자인 이쿠타님에 대한 저의 의무이기 때문에」
「알아. 그리고 네가 있어 주는 덕분에 언제나 힘이나. 고마워.」
나는 한번 더 트바리의 눈을 똑바로 보며 그 말을 했다.
그녀도 신기한 얼굴로 가만히 되돌아보고 있다.
「……이쿠타님」
「응? 아 그런가, 이제 가지 않으면」
「네. 한가지더 말씀 드릴 것이..」
「에? 뭔데?」
트바리는 나의 등 뒤에 있는 문 쪽으로 시선을 가져가며 말했다.
「학우가 마중 나와 있는 것 같습니다. 문 왼쪽에 있으니... 찾아 주시기를...」
「응? 누구지?」
이상한 말을 한다. 마중 나온 사람이 누구인지도 신경이 쓰이지만
왜 일부러 찾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그러나 트바리는 벌써 현관앞까지 걸어가
손을 전에 모든 채 대기 모드가 되어 있었다.
다시 한번 되물을 만한 분위기가 아니기에 어쩔 수 없이 나는 「다녀올게」라고 말하며
문을 빠져 나간다. 시야의 구석에서 인사를 하는 카츄샤 장식이 보였다.
밖으로 나와 왼쪽을 보았지만 거기는 한산하기만 할 뿐 아무도 없었다.
쭉 타카하라 별저를 둘러싸는 벽이 계속될 뿐이다.
일단 반대쪽도 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학교에 간다면 이대로 오른쪽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되지만…….
한번 더 왼쪽을 보자 이번에은 그 쪽 끝의 골목 모퉁이에 살짝 흰 것이 보인 것 같았다.
7월의 아침해의 눈부심에도 지지 않는 순백의 스커트의 옷자락
틀림없이 성련의 제복이다.
그것이 트바리가 말한 인물이라 짐작을 한 나는 그쪽에 저벅저벅 걷기 시작했다.
스커트의 옷자락은 당황하며 골목의 뒤로 숨는다.
왜 도망치는거지? 뭔가 꺼림칙한 거라도?
골목을 들여다 보자, 체념을 한건지 아니면 숨느라고 숨은게 그건지.
흰 제복의 여학생이 전주 뒤에 등을 돌린채 주저앉아 있었다.
본 적 있는 갈색이 섞인 삐침 머리의 쇼트 컷.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런 곳에서 뭐 하는거야, 하루!」
「와앗!」
전혀 찾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 하루는 화들짝 놀라며
주뼛주뼛 이쪽을 뒤돌아 봤다,
어색한 웃음을 띄운다/
「아……아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웃을 일이 아니야. 왜 숨은거야?」
내가 한숨을 쉬며 말하자, 주춤 주춤 하루가 일어섰다.
「미안, 이쿠짱」
「별로 화나지는 않았어. 이유를 말해 줬으면 싶은 것 뿐이야.」
「응……」
응 이라고 말하면서도 나를 살짝 올려다 볼 뿐 정작 이유를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뭐, 그래도 대충은 알 것 같지만.
「흥. 어차피 소문의 나유미 별저를 확인하러 온 것이겠지.」
「에? 아, 응……그게……」
「보시는 바와 같이. 확실히 나는 그 녀석의 친척비슷한 거라
여기에서 식객으로 있는 신분이야」
「어라 아저씨도?」
「응, 아니……」
그런가 그러고 보니 하루도 우리 아버지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세히 설명하기는 귀찮다.
「지금은 일때문에 따라 살고 있어.」
「아저씨, 무슨 일하셨지」
「뭐, 세상의 어디에서 무언가 하고 있겠지.」
이제 시간이 조금 촉박해 졌다. 나는 하루를 재촉해 골목에서 나와
학교로 향하는 길을 함께 걷기 시작했다.
「그럼, 이쿠짱은 지금 조금 전의 가정부와 2명이 살아?」
「뭐야. 트바리도 보고 있었던 거야? 그래, 왜?」
「별로……」
그렇게 말하면서도 하루는 어쩐지 불만스러워 보인다.
뭐야 이녀석. 내가 어떤 생활하고 있든 관계 없을 텐데.
「왜, 말해봐. 분명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거 같은데?」
「없어」
「거짓말 하지 마. 너 만큼 알기 쉬운 놈은 없어」
「없다니까!」
빽하고 소리친 하루는 불만 어린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
곤란하게 됐네……내 잘못은 아닌데 이런 모습을 누군가 보면 괜히
내가 이녀석을 괴롭히고 있는 것 같이 보일거다. 어쩔 수 없다.
「트바리는」
「……」
「아, 트바리라고 하는 게 메이드이름인데
저녀석은 아버지에게 은혜를 입은 적이 있어서. 그 답례로 집에서 일을 도와주는 거야.」
「……에」
「그러니까 저녀석이 은혜를 갚고 있는 것은 아버지이며
나는 그 다음이야. 내가 돈을 지불하며 고용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구나」
조금은 기분이 나아졌는지 대답은 해 주게 되었다.
진실은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지만, 뭐, 거짓말도 하나의 방편이다.
「그러면, 소문은 터무니 없는거야?」
「소문? 무슨 소문? 내가 저기에 살고 있는 것은 사실이야」
「에...그게 그 소문이 아니라……」
내가 나나미에게 들은 소문은 그 뿐이다. 그 밖에 다른 소문이 돌고 있었던 걸까?
「어떤 소문 말이야??」
「응……이쿠짱이, 취미로 여자친구에게 가정부의 옷을 입히고 동거하고 있다는 소문」
「뭐어!」
하마터면 자빠질 뻔했다.
「누구야! 그런 말도 안되는 소문을 퍼트리는게!」
「그렇지만! 이쿠짱 가정부 정말 좋아하잖아? 초등학교의 때의 꿈이 주인님이었지?
원래 집안일을 도와 주기만 하는 거면 에이프런만 걸쳐도 되는데
왜 저런 의상을 입히는 거야!」
「아니 확실히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남의 어릴 적의 꿈을 조작하지 마!」
「……취미로 그런 옷을 입히는 건 좋은 일이 아니야!」
「트집을 잡지 마」
나는 하루의 머리를 춉으로 때렸다. 이녀석과 대화를 하다보면 나까지 머리가 나빠질 것
같다. 정말로 이런 것이 그「세이렌·시스터의 여동생」후보였는가?
「그……메이드옷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한 작업복 같은 것이라고 전에도 설명 했잖아?
그 저택 봤어? 걸으면 한바퀴 도는데 10분은 걸릴 것 같은 넓이에
축구도 할 수 있을 만한 뜰까지 딸려 있단 말이야. 도저히 평상복을 입고
청소나 풀베기는 할 수 있는 넓이가 아니라고!」
「으응……」
「게다가 그 옷도 저택과 함께 빌린 것 같은 거야. 내 것이 아니라고」
「정말?」
「어. 그 옷은 트바리가 스스로 입는거야」
「그렇구나……」
간신히 납득하는 것 같았다.
정확히 눈앞에 나와 하루가 재회한 육교가 보여 왔다. 저것을 건너 공원을 가로지르면
성련학원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휴대폰을 보자, 서로 말다툼 하는 사이 시간이 꽤
지나 있었다.
「조금 서두르자. 늦겠다.」
「아, 기다려 이쿠짱!」
먼저 육교를 오르자, 하루는 나를 뒤쫓아 경쾌하게 계단을 뛰어 올라 왔다.
탕 탕 하는 그 발소리를 들으면서「그러고 보니 여기서부터 시작 되었어」
하고 보도교의 중앙에 눈길을 돌렸다.
당연, 지금은 거기에는 검은 표지의 책이 떨어져 있지 않지만
웬지 모르게 감개무량한 느낌이 들어 잠깐 발을 멈춘다.
「……? 왜 그러는 거야?」
「아, 아무것도 아니야……」
하루에게 재촉받아 걸음을 진행시키며 나는 성련학원으로 향했다.
그때로 부터 1개월반.
그 책을 주워 나의 운명이 바뀐 이후 그 만큼의 날이 지났다.
아직도 나유미를 소생하게 할 때까지 남은 길은 멀지만
웬지 모르게 오늘이라고 하는 날이 하나의 고비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7월 1일, 수요일.
오늘 오후의 학생 총회에서 신교칙에 대한 토론과 투표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학원 생활의 큰 갈림길이 된다.
(내가 이 학원에 계속 있기 위해 서는……이길 수 밖에 없다)
학생들 전원에게 검은 욕망의 능력을 사용하는 것은 가능할 리가 없다. 그렇기에
남은 것은 이제 토론회에서 하루 들이 분발해 줄것을 기대 할 수 밖에 없다.
내가 토론의 장에 서봤자 반감만을 사게될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인가?
마음 속에서 초조감이 남아 있다.
수학의 문제를 푼 후 검산을 하자 서로 결과가 맞지 않았을 때와 같은 감각.
이것이 정답인 것 같은데 무언가 부족하다.
답안을 제출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데 대답이 제대로 준비 되지 않았다. 스스로도 그것이 정답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무엇인가 아직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그리고 그 의문이 거듭되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 문제의 중심점에
있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문득 깨달았다.
(나는……성련에 있고 싶은 것일까? )
처음에는 마력의 회수를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대답이 선뜻 나오지 않는다.
답을 주지 않는 자기 자신에게 나는 조금 당황스러움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