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3부 20편 <3부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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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창세.
항구에 전용선을 대고 내렸을 때, 슈발츠는 도시의 지도자들의 환대를 받았다. 파이어 나이브즈와 나이트 마스크는 그 근거지에서도 민폐라는 평을 받고 있었는지 그 일에 대해서도 도시의 지도자들은 감사해 마지 않는 눈치였다. 환영을 위한 연회를 여는것은 그 자신이 정중하게 사양했고, 대신 마중나와 준 도시의 대표자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선물을 했다. 젤로나가 제작한, 각각이 대단히 가치가 있는 마법물품들이었다. 겸손하면서도 통이 크다는 평이 퍼졌다.
상단의 지부로 사용될 건물에 마련된 숙소에서, 슈발츠는 새로운 원정을 위한 준비를 차근 차근히 했다.
나이트 마스크의 고위층이 흡혈귀들이라는 정보는 이미 입수되어 있었다. 아니 입수했다기보다는 슈발츠의 현상금 정책 덕에 많은 비밀이 까발려져 버려, 어지간한 단체에는 다 알려져 있는 공공연한 사실이 되어 있었다. 문제는 그 흡혈귀 잔당들이 어디 처박혀 있는지를 찾아내는 것이었는데, 슈발츠가 웨스트게이트를 직접 방문했던 것은 그 문제에 진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까지 웨스트게이트로 몰려든 현상금 사냥꾼들은 도시 전체를 거의 훝어버리다시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르바크라 알려진 가면 쓴 박쥐새끼와 그 추종자인 쥐새끼들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은 그들의 [안전 가옥]이 도시에 있으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다른말로 도시와 겹친 다른 차원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현상금 사냥꾼 중에서 마법 시전자들은 그런 의심을 바탕으로 여러가지 마법적 방법을 동원해 도시에서의 차원적 연결점을 탐색했다.
슈발츠가 도착하기 얼마 전에 그는 하나의 제보를 받았다. 웨스트게이트의 모처에 일종의 차원문이 있고, 그 차원문은 나이트 마스크의 떨거지들의 은신처로 가는 통로일지도 모른다는 제보였다. 제보자는 슈발츠에게 정보원으로 고용된 한 마법사였는데, 차원문의 위치가 담긴 지도와 그 안을 탐험해 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실종되었다.
숨겨진 차원문의 위치로 지목된 곳은 도시에서도 변두리의 구석에 있는 성벽과 면해 있었다. 이번에는 누군가의 눈에 뜨리는 것이 곤란했기 때문에, 슈발츠는 평범한 다른 엘프로 변복을 하고 그 도시의 시장과 [슬럼가]를 지나 목표한 지점으로 갔다.얼핏 보면 평범할 수도 있는 석재 벽 위로, 마법적인 오라의 흔들림이 감지되는 곳이었다.
언제나처럼 수행하는 두르나가 보는 앞에서, 슈발츠는 그 차원문에 손을 뻗었다. 처음엔 아무런 반응이 없었지만, 혹시나 싶어 주화의 오라를 일으키자 마자 소리도 없이 그의 팔이 허공에서 사라졌다.
" 우, 우왓, 주인님? "
질겁을 하는 두르나 앞에서, 슈발츠는 웃으며 팔을 꺼내어 보였다. 이 지점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것 같았다. 마법 오라를 내뿜는 물품을 가지고 있거나, 스스로 마법 오라를 뿜어낼 수 있다면 말이다. 처음에 그의 움직임에 반응하지 않았던 것은 지니고 있는 마법 물품 일체가 마법적인 오라를 내 뿜지 않도록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곧 두르나가 자신의 레이피어(이것도 역시 마법검이다)를 뽑아 찔러 넣자, 그 칼날도 소리없이[문]내부로 사라졌다. 슈발츠의 통찰은 옳았다. 두르나는 미리 준비해 온 부적을 목에 걸어 음에너지로 부터 자신을 보호했다. 슈발츠 자신은 음 에너지 계열의 공격에 면역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선두에 서서 차원문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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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온 곳은 오래된 지하묘지 같았다. 공기에서 습기가 듬뿍 함유된 오래된 무덤 이끼 냄새가 났다. 칠흑같은 암흑은 장애가 되지 않았다. 슈발츠와 두르나는 모두 암흑시야를 가지고 있어서 어둠 속을 꿰뚫고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도착한 곳은 일종의 지하 통로였다. 하수구같은 구조의 그 천정은 드래곤 형태의 슈발츠가 서면 머리 끝이 닿을 정도의 높이였고, 바닥엔 발목 깊이의 물이 채워져 있었다. 슈발츠는 곧 그 물이 고여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둠 속을 헤치며 전진해 나가는 동안, 나이트 마스크의 뱀파이어들이 만들어 두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함정 몆개를 해체하고, 벽을 판 형태의 무덤에 안치된 해골들에 일일이 성수를 부어 만약의 사태(일어나서 공격해 오는)에 대비했다.
오르바크는 슈발츠가 오는 것을 예견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가 방문한 시기 자체는 별로 좋지 않았다.
슈발츠와 두르나 일행이 통로의 끝에서 찾은 철문에 함정을 찾고, 그것 안을 탐색할 방법을 탐구하는 동안, 철문 너머의 거대한 지하 광장에서는 수백마리의 해골과 좀비들이 하나의 죽음의 기사와 함께 대기 중이었다. 그리고 그 뒤의 한단 높이 마련된 발코니에는 붉은 가면을 쓴 나이트 마스크의 총수, 오르바크가 서 있었다.
" 흐흐흐흐... "
언데드 군대를 내려다보는 오르바크의 가면 아래에서는 붉은 눈이 빛나고 있었다. 가면 아래로부터 뭔가 긁어내는 듯한 웃음소리가 지하 광장에 울려 퍼졌다.
" 슈발츠라는 엘프놈... 나를 이지경까지 몰다니. 하지만 나는 재기할 것이다. 이 언데드 군대와 함께!... "
처음에 슈발츠는 문 안의 사정을 정탐했지만 이 영역에선 탐지마법이 발휘되지 않았다. 철문 자체도 워낙 두텁게 만들어져 있었고 잠겨 있었기 때문에, 그 위로 소리를 듣는다는 것도 불가능했다. 할 수 없이 그는 문을 열어서 안을 엿보기로 했다. 철문의 자물쇠를 따는 것은 두르나가 감당했다. 그녀는 슈발츠의 도움이 되고자 하는 일념으로 지난 몆년동안 다양한 기예를 익혔는데, 잠긴 문을 여는 재주도 그중 하나였다.
" 음훼훼... "/두르나
두르나는 모처럼 자신이 쓸모있는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에 귀여운 웃음을 흘리며 문을 살짝 열어 그 안을 살폈다. 그리고 슈발츠쪽을 향해 시선을 한번 돌린 후, 다시 문 안을 확인하고, 문을 닫았다. 막 언데드 군대가 문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 주인님, 도망치는게 좋겠어요. "/두르나
" 뭣이라? "/슈발츠
이번엔 슈발츠가 문을 살짝 열고 안을 살핀 후, 다시 문을 닫고 두르나를 내려다 보았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 네 말이 맞구나. "/슈발츠
두르나를 앞세운 슈발츠가 달리기 시작했을 때, 문 너머로 해골들의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가까워져 갔다.
밖으로 나왔을 때 슈발츠가 놀란 것은,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이 빛을 잃었기 때문에 온통 어둠이 깔린 웨스트게이트의 거리와, 당황하고 두려워하며 신들에게 기도하는 시민들의 모습이었다. 그는 오르바크가 무언가 거대한 의식마법으로 일시적으로 그 도시의 태양을 가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지하에서 전진하던 언데드 군단에 이어 생각하자 그 의도가 분명해졌다.
오르바크는 대낮에 언데드 군대를 웨스트 게이트 시내에 풀어놓을 계획이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통찰을 증명해 주듯 시내 여기저기에서 포탈이 열렸고, 해골과 좀비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물론 그것들은 무장을 했던 그렇지 않던 간에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수개월에 걸친 오르바크의 의식마법은 웨스트게이트에 인공적인 일식을 일으켰고, 그 결과 언데드들이 강화되었다. 거기에 이 인공 일식의 영역 내에서 살해된 살아있는 존재들을 즉시 좀비화시켜 일으켰다. 슈발츠와 두르나의 사방에서 그런 참극이 벌어졌다.
오르바크는 자신만만했다. 이 기습적인 공세는 웨스트게이트를 거대한 언데드의 도시로 바꾸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가 예상을 하지 못했던 것은 슈발츠의 도래 뿐이었다.
슈발츠의 현상금 정책에 의해 오르바크에게 남은 심복은 황혼의 기사 한명 뿐이었는데, 그 타락한 뱀파이어 기사는 언데드의 군대의 선봉에 서 있었다. 그리고 명령을 받은 두르나가 도시의 다른 지도자들을 도우러 가는 동안, 슈발츠는 언데드 군대가 쏟아지는 기세를 꺾기 위해 그 기사와 대적했다.
드래곤 형태로 돌아온 슈발츠가 이도류를 휘두르며 사방을 메운 좀비와 해골들을 베어 넘기거나 발로 밟아서 박살내면서 전진하는 동안, 황혼의 기사도 그의 뛰어남을 알아보고 그를 향해 다가왔다.
쐐애애액!...
접근하기에 앞서 황혼의 기사는 슈발츠에게 투창을 던졌는데, 슈발츠는 마법 방패를 펼쳐 그 투창을 막았다. 하지만 투창은 마법 방패 위를 두들기며 거대한 에너지의 폭발을 일으켰다.
터엉!...
마법 방패가 한번에 박살나면서 예사롭지 않은 엄청난 충격을 받고 두어 걸음 물러선 후, 슈발츠는 황혼의 기사가 던진 투창이 비범한 물건임을 깨달았다. 그 창은 어느샌가 다시 그 기사의 손에 들어가 있었다. 그가 다시 투창을 던지려는 자세를 취했을 때, 슈발츠는 왼손의 용수를 그 기사에게 날렸다.
쐐애액!...
용수는 황혼의 기사가 던진 창의 기세에 못지 않을 정도의 파공음을 울리면서 날아갔다. 황혼의 기사는 단순히 슈발츠가 무기를 던져 공격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몸을 비틀어 피하려고 했지만, 그 환도는 허공에서 갑자기 방향을 틀어 그의 허리 어림을 훝어버렷다.
" 크아악!... "
언데드도 고통은 느끼는 것인지, 황혼의 기사는 길게 베어진 배를 감싸며 몆걸음이나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용수는 그 기사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 것 처럼 그가 뒤로 물러서는 만큼 따라잡아 연거푸 공격을 퍼부었다. 황혼의 기사는 그 공격을 창으로 간신히 막아내다가, 창을 던지고 칼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그때쯤엔 슈발츠가 이미 진천과 마법을 사용해 주변의 언데드들을 뭉개놓고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 네놈은!... 대체?... "/황혼의 기사
" 뭐, 그럭저럭 한 성깔 하는 괴물이지. 우연히 지나는 길에 자네들이 벌이는 짓이 눈꼴사나워서 말이야... "/슈발츠
용수를 다시 왼손에 회수한 후, 슈발츠는 그대로 폭풍같은 공격을 퍼부었다. 보통 때라면 황혼의 기사도 어느 정도는 그의 맞상대가 되었겠지만, 기습적인 비검의 일격에 깊은 부상을 당한 직후다. 게다가 뱀파이어의 재생력을 통해 상처가 금새 아물어야 정상이건만 용수에 베인 상처는 아물지도 않았다. 황혼의 기사는 수세에 몰려 연거푸 몆걸음이나 뒤로 물러서야 했다.
" 크오오!... "
한번 크게 힘을 내어 슈발츠의 공세를 쳐내고 뒤로 훌쩍 몸을 날린 후, 황혼의 기사는 기합성과 함께 정신을 집중해 암흑의 마력을 일으켜 배의 상처를 봉합했다. 슈발츠는 충분히 방해할 수도 있었지만 그녕 뭐하는 짓인가 싶어 잠시 그를 내버려두고, 대신 그동안 자신도 주문을 걸었다. 상처를 치료한 황혼의 기사는 괴성을 지르며 슈발츠를 향해 돌격해 들어왔다.
터엉!...
검과 환도가 맞부닥치며 터무니없는 폭음과 불꽂이 튀었다. 황혼의 기사가 불러일으켜 검에 불어넣은 검은 오라가 산산히 흩어지며, 그 기사는 몆걸음이나 뒤로 물러섰다. 돌격과 함께 선에 대한 강타를 시도했던 것이었지만, 그 필살의 일격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슈발츠는 선한 자가 아닌 것이다. 당황하는 기사를 향해 슈발츠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씨익 웃어 보였다.
" 내 차례군. "
말처럼 이번엔 슈발츠 차례였다. 황혼의 기사가 주춤거리는 동안, 그는 손가락을 퉁겨 용수를 저장의 장갑 속으로 감춘 후, 왼손을 그 기사 쪽으로 뻗었다. 그의 손짓과 함께 보이지 않는 강력한 힘의 물결이 파도처럼 일어나 주변의 해골과 좀비의 잔재들이 허공에 떠올랐다. 그리고 하나씩 차례대로, 그 시체들은 마치 투석기나 노포에서 발사된 탄환처럼 쏜살같이 날아가 그 기사의 전신을 두들겼다.
터엉!... 터어엉!...
황혼의 기사는 검을 휘두르거나 팔을 써서 연속으로 여섯구 까지의 시체를 막거나 퉁겨 냈지만, 그가 미처 막을 수 없었던 다른 시체들이 그의 갑옷 위를 차례로 두들겼다. 하나 하나가 바윗돌이라도 된 것 같이 묵직한 타격을 주면서, 황혼의 기사는 다시 몆걸음이나 뒤로 물러섰다. 그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반격하기 위해 자세를 바로잡았을 때, 슈발츠의 손에는 그가 아까 사용하던 투창이 들려 있었다. 그 투창은 던지는 자의 생명력을 갈취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황혼의 기사의 해골 가면 아래의 얼굴엔 득의로운 웃음이 걸렸다
쐐애애애액!!!...
황혼의 기사의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슈발츠의 손에서 던져진 그 기사의 투창은 갑옷을 관통했을 뿐 아니라, 기사 자신의 타락한 심장까지 관통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득의양양하던 웃음은 허탈한 웃음으로 바뀌어 있었다.
다시 두자루의 환도를 든 슈발츠는 비틀거리는 기사 앞으로 다가갔다.
" 그 창은 언데드가 쓰라고 만든게 아니더군. 주화 능력자들이 쓰도록 만들어진 것이었어. "/슈발츠
그 말을 끝으로, 슈발츠는 비틀거리던 황혼의 기사의 목을 쳐서 날렸다. 허공으로 뜬 목이 땅에 닿기도 전에, 목과 몸뚱이 모두 재가 되어 무너져 내렸다. 그는 갑옷을 관통하고 있는 창을 뽑아서 자신의 손에 들었다.
언데드를 지휘하고 있던 황혼의 기사가 사라지자, 지휘관을 잃은 언데드들의 움직임은 금새 중구난방이 되었다. 비로소 도시의 생존자들과 경비병들이 한숨 돌리면서 반격을 개시할 수 있게 되었다. 도시의 사원에서 튀어나온 팔라딘과 성직자들도 본격적으로 이 반격에 가세했다.
도시의 군주들을 도우라는 명령을 받았던 두르나가 다시 돌아왔을 무렵, 오르바크가 도시 한복판에 열린 차원문을 통해 화려하게 현신(?)하고 있었다. 그는 황혼의 기사가 도시의 주민들을 모두 도륙해 두었을 것을 기대하고 있었으나, 그의 눈에 비친것은 곳곳에서 무너져 가는 자신의 언데드 군단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언데드들을 밟아 부숴 버리면서 전진해 오는 슈발츠를 보았다.
슈발츠의 손에 들려 있는 투창을 보고, 오르바크는 황혼의 기사가 그의 손에 죽은것을 깨달았다.
" 네놈! 네놈이... "
황혼의 기사의 죽음으로 분노게이지가 만땅까지 차오른 오르바크는 슈발츠를 향해 주문을 날렸지만, 첫 주문의 선택이 좋이 않았다. 그가 선택한 주문은 에너지 드레인이었는데, 손가락 끝에서 쏘아진 그 검은색 광선은 슈발츠의 비늘에 반사되어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광선이 반사되었을때, 비로소 슈발츠는 오르바크의 붉은 가면을 알아보았다. 다른 소소한 언데드 떨거지들의 처리를 두르나에게 맏기고, 먼저 들고 있던 투창을 들어서 오르바크를 겨누어 던졌다. 그 창의 성질에 대해(일부만) 알고 있던 오르바크도 먼젓번의 황혼의 기사처럼 비웃음을 흘렷지만, 그가 미처 그 웃음을 거두기도 전에 찬란한 섬광을 뿌리며 날아온 창이 그의 마법 갑옷을 두드려 박살내 버렷다.
쐐애애액!... 콰아앙!...
" 크아아악!... "
폭발에 밀려 족히 6미터쯤 날아간 오르바크는 금새 몸을 벌떡 일으켰지만 크게 낭패한 기색이었다. 창은 사라졌다가 다시 슈발츠의 손에서 나타났고, 그는 돌아온 창을 다시 그 마법사에게 던졌다. 이번엔 막을 수단이 없다. 오르바크는 다급히 반지의 마법을 발동해서 에테르계로 도망쳤지만, 그가 안도하기도 전에 날아온 창에 의해 어께를 관통당했고, 균형을 잃으면서 크게 휘청거렸다. 유일하게 그에게 다행인 점이 있다면 날아온 창에 들어있던 암흑의 마력이 언데드인 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여 치명상을 입는 것은 면했던 것 뿐이었다. 오르바크는 고통을 참으며 이를 악물고 다음 주문을 영창하려 했지만, 흘러내리는 코피가 입으로 흘러들어가 발음 막혔다. 주문은 허공으로 사라져 버렸다.
다시 손으로 돌아온 창을 던지는 대신(슈발츠는 창이 빗맞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것을 화살통 속에 집어넣은 슈발츠는 시야에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오르바크를 찾기 위해 진실의 시야 주문을 영창했다. 주문이 끝나자 마자 그의 시야가 확장되면서 주물질계와 인접한 차원(에테르계)까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마법사가 서 있던 자리에 해당하는 에테르 차원에서 꾸물거리는 하얀 덩어리가 보였고, 그것에 집중하자 마자 그것이 에테르체가 된 마법사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오르바크만은 못하지만 슈발츠도 고위 주문 시전자이다. 에테르체가 된 적을 잡을 만한 수단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는 지체 없이 다음 주문을 외웠다.
오르바크는 슈발츠가 던진 창에 꿰뚫렸던 어께를 추스리자 마자 다시 투명한 공성 망치로 엊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다시 몆걸음이나 뒤로 물러서서 휘청거리는 그를 붙잡은 투명한 역장은, 그를 허공에 띄우고 전신을 휘감아 조르기 시작했다.
" 그아아아악!... 우아악!... "
눌려서 뼈마디가 뒤틀리는 충격을 받으며, 오르바크는 비명을 질렀다. 언데드라곤 하지만 감각은 여전했기 때문에, 조르기로 인한 고통은 고스란히 그에게 전해졌다. 그것은 마치 드래곤의 입에 물려서 씹히고 있거나, 거인의 손에 붙잡혀 조르기를 당하고 있는 듯 했다. 그는 이럴때를 대비해서 탈출하기 위한 마법을 스스로에게 걸어 두고 있었지만, 그 마법은 에테르계에서는 발동되지 않는 것이었다.
슈발츠가 오르바크를 붙잡은 채로 마력을 가해 한참을 뒤틀고 쥐어짜는 동안, 나머지 언데드들은 퇴치되었다. 그는 누가 보기 전에 엘프의 모습으로 다시 변신했다. 하지만 여전히 오르바크를 쥐어짜는 손길을 멈추지는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 마법사도 에테르계에서 다시 물질계로 돌아왔다.
보통은 그대로 쳐죽여서 재로 만들 것이었지만, 슈발츠는 오르바크가 인공적으로 일식을 창조할 정도의 마법을 구사했다는 점을 중시해 그를 포로로 잡았다. 엄중하게 마법으로 제압당한 오르바크는 일식이 돌아오기 전에 슈발츠의 전용선으로 끌려가서 마법을 사용할 수 없도록 팔이 잘리고 감금되었다.
추가로, 슈발츠는 특별히 직접 손을 써서 그가 외우고 있던 모든 마법을 빨아들여버렸고 직접 그의 모든 장비품들을 빼앗았는데, 특히 오르바크의 가면을 벗겼을 때 그는 낮익을 얼굴을 발견하고 적잖이 놀랐다. 가면 아래의 얼굴은 언젠가 스톰 실버핸드를 납치해 고문하던 젠타림의 마법사 맨슌의 그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르바크는 그는 알아보지 못하는 것으로 봐서, 뭔가 사연이 있는 모양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식이 걷히고, 다시 태양이 나타났다.
웨스트게이트의 통치자들은 불운했던(언데드가 쏟아져 나온 차원문 근처에 있었던 자들은 예외없이 참살당했다) 몆몆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살아남았다. 슈발츠는 장례식 비용과 희생자들의 가족들을 위한 연금으로 써 달라며 공식적인 조의금을 전달했다. 희생자들의 장례는 공동으로 치르기로 결정되었다. 장례식 기간 동안 원탁회의(도시를 통치하는 기구 중 하나로, 도시의 가장 오랜 귀족 가문 대표자들의 모임이다)의 이름으로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한 침묵의 기간이 선포되고, 점포들은 문을 닫았다.
도시의 통치자들은 그가 두르나를 보내어 그들을 도운 것을 잊지 않았다(언데드 한부대의 명백한 강습이 도시 의회에 있었다. 두르나는 그 언데드 부대에 대해 경고를 하고 귀족들을 조직해 그 공격을 물리쳤다).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는 동안 그들은 원탁회의에 슈발츠의 자리를 만들었으며, 그의 대리인이 그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허락했다.
주고싶어하는 것을 받는 것도 정략이다. 게다가 이 경우엔 실질적인 이득도 있었다. 슈발츠는 부여된 영예를 겸손하게 받아들였지만, 웨스트게이트의 원탁회의 의 자기 자리는 당분간 비워두기로 했다. 자신이 직접 앉을 수 없을만큼 바쁜데다, 대리인을 두는 것은 그 회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그 겸손의 제스쳐는 그 회의의 생존자들을 어느 정도 안심시켰다.
포로가 된 오르바크는 칼라디나의 성채로 이송되어서 슈발츠의 직접 심문을 받았다. 고문 담당관은 태이의 전문가들이 아닌 두르나와 슈발츠 자신이었다. 물론 그들도 태이의 고문관에 비해 하등 떨어질것이 없는 고문의 전문가였다. 언데드에게 비명을 짜내기에 충분할 정도로 말이다.
오르바크가 맨슌의 낮짝을 하고 있던 이유는 금새 알 수 있었다. 그가 맨슌의 클론 중의 하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슈발츠는 나머지 클론들의 소재에 대해서도 추궁했지만, 젠타림의 맨슌 외에 하나의 클론이 더 살아남아 있다는 사실 이외엔 오르바크가 아는 바가 없었다. 그리고 그 젠타림의 맨슌은 젠틸 킵 함락 이후에는 행방불명 상태였다.(슈발츠가 쳐죽인것이 그 젠타림의 맨슌인지는 불분명했다)
대신 슈발츠는 다른 방면에서 소득을 얻었다. 그가 먼저 죽인 맨슌에게서 노획했던 물건 중에 그때까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던 [창세의 책]에 대해서였다. 오르바크는 차원문과 아티팩트에 대한 지식이 다른 맨슌보다 뛰어났고, 창세의 책에 대해 다른 차원에서 사용하는 물건이라는 단서를 제공했다.
그리고 결국 오르바크는 한줌의 재가 되었다. 그 지식을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살려두기엔 지나치게 강력하고 유능했기 때문이다. 슈발츠는 오르바크의 아지트와 그가 알고 있던 맨슌의 숨겨진 보물창고들을 털었고, 그가 가지고 있던 아티팩트 중에 두가지 [오클락의 아르그랄(Argraal of Orlak)]과 [야왕의 비치(飛齒; Flaying Fangs of the Night King)]는 파괴해 버렸다. 두가지 물품이 뱀파이어에게(만) 유용한 것으로 그에겐 쓸모가 없었을 뿐더러, 아까운 마음에 보관했다가 다른 자들의 손에 들어가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하게 만들기 보다는 부숴버리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오르바크를 처리한 후, 슈발츠는 창세의 책을 가지고 에테르 차원을 향한 차원문을 열었다. 그리고 에테르 차원으로 들어가서 그 책을 펼쳤다. 그때까지 평범한(?) 금글씨일 뿐이었던 그 책의 내용들은 이제 웅웅거리는 마법적인 오라를 발산하고 있었다.
" 블라블라... "
슈발츠가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하자, 글씨들은 책에서 [떨어져 나와서]허공에서 춤을 추듯이 움직였다. 안개 같은 에테르의 증기들이 그 글씨들을 따라 모이고, 응축되었으며, 마침내 그와 책을 중심으로 작은 구체를 이루어 회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그 구체의 표면을 투과해서 여전히 에테르계가 보였지만, 곧 그 구체의 표면은 빛을 투과하지 않게 변했다. 그리고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책을 모두 읽고 난 후에, 슈발츠는 작은 공터만한 크기의 원구 한가운데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곧 그 구의 내부를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작은 세계 하나를 창조하는데 성공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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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3부는 끝났습니다. 하, 길었군요. 다음 편은 슈발츠와 노예들의 캐릭터 시트(풀버전)입니다. 거듭 느끼는 거지만, 소설 쓰는거보다 캐릭터 시트 짜는게 더 어렵습니다 와하하하~! 내가 미쳤다고 디앤디 3.5를 기반으로 소설을 쓸 생각을 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서 암바를 걸고 싶은 심정입니다.
아무튼 졸렬한 글이지만 즐감하시길. 그리고 4부도 많은 기대와 격려 부탁드림돠 >. 비베라 네이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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