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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 두려운 소년의 나날 -프롤로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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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020 회 작성일 24-01-14 06:0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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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성장과정



 

"자, 우리아기 코 해야지~"


꿈속의 어머니는, 내가 알고 있는 그 모습보다 젋고, 아름다웠다.
머리를 뒤로 묶은, 포니테일 스타일은 더욱더 젋게 보였다.
시선을 방 구석으로 옮겨보니, 아버지는 어질러진 장난감과 동화책을 정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린 나는 어머니에게만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어린 나를 내려다보며 만면의 미소를 띄운 어머니가, 자애롭게 팔을 벌려 천천히 등 뒤로 감아올린다. 어머니의 어리 정도 밖에 도지 않던 내 시선이 어머니와 같은 눈높이로 맞춰졌다.
내 시선이 어머니의 시선과 엉켜 서로의 눈을 들여다본다.
어머니의 눈동자에 비치는건 나에 대한 따뜻한 애정.
그에 반해, 내 눈에 나타나는 감정은 분명, 다른 것이었다.
어린 나를 지긋이, 어머니가 쳐다 보고 있었다.



"너무 늦게 자면, 아침에 일어나지 못한단다"



어린 나의 몸을 단단히 안아올리고, 어머니가 날 쳐다봤다.
어린 나는 어머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잠자코 바라보는 나의 모습은,  어릴적의 나보다 조금 성장해서, 어머니 보다 약간 키가 더 컸다.



그런 나에게 어머니의 시선이 와닿았지만 그 눈동자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고, 나를 스쳐 윗층으로 올라갔다.



알고있어.....이건 꿈이야.
지금까지 몇번이고 봐왔던 꿈.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었다.



어머니가 계단을 올라가며 그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쯤에 어린 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 눈에 보이는건 공포, 그것에 기인한 두려움이었다.
그리고 지금, 내 눈에 떠오른 감정도, 분명 같은 것이겠지.
나에겐, 어린 내가 품고 있는 기분이 이해 되었다.



어린 나와의 해후는 순간이었다.
말이 나오기 전에 어린 나는 어머니와 함께 2층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것과 동시에 눈앞으로 천천히 하얀 안개가 펼쳐졌다.
차츰차츰 의식이 희미해져갔다.
깨어난 순간 내 눈앞에 보인건 익숙한 천장과, 창문에서 비치는 햇빛이었다.



침대 옆에 놓인 수건으로 잽싸게 땀을 닦아내고, 교복으로 갈아입은 뒤, 될수 있는한 발소리를 내지 않으면 1층으로 내려갔다.
거실에서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멈춰선뒤 조금씩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크게 들여마시고.....뱉고....마시고.....뱉고....마시고.



가슴에 손을 대자 규칙적으로 뛰는 심장의 고동 소리가 전해져왔다.
가슴에 얹고 있던 손을 눈앞으로 가져오자, 손가락이 희미하게 흔들려왔다.
옆에서 보면 알콜 중독자 처럼 보이겠지.



"괜찮아, 괜찮을꺼야. 지금까지도 괜찮았잖아, 오늘도 아무렇지도 않게 보낼수 있을꺼야."



마지막으로 숨을 크게 들여마신뒤, 부모님이 있는 거실로 발길을 옮겼다.



"잘 잤느냐 켄이치, 몸은 좀 어떠니?"



거실로 들어감과 동시에 신문을 보고 있던 아버지가 얼굴을 들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잠옷 차림이 아닌, 양복으로 갈아입으신 모습을 보니, 출근하시기 전에 한숨 돌리는 중이신거 같았다.
난 괜찮다고 말 한뒤에 아버지 옆에 허리를 내렸다.



"너무 무리하지는 말거라, 넌 금방 상태가 안 좋아지니, 보는 쪽도 불안해 지는구나.
 조금이라도 몸이 아프면 양호실을 가던가 조퇴를 하던가 하거라."



나의 얼굴을 들여다 보며 아버지가 충고를 해왓다.
그 눈동자에는 아들에 대한 걱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말 할수는 없었다.
부모님 뿐만이 아닌 타인과 같은 장소에 있는것만으로 괴로우며, 몸이 약한건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것을.



난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보고 미소를 보인 아버지는 다시 신문을 보기 시작했다.
난 눈치채이지 않도록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 입맛 없으면 남겨도 된단다."



어느새 아침을 차린 어머니가 타이밍 좋게 토스트와 오렌지 쥬스를 내 앞에 내려놓았다.



"네....잘 먹겠습니다..."



난 모기만한 목소리로 어머니에게 대답한뒤 억지로 어머니의 얼굴에 시선을 맞췄다.
어머니는 그런 나의 머리를 쓰다듬고 싱크대에서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입맛은 전혀 없었다.



"이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됬네..슬슬 출근해야겠군"



시계를 들여다보던 아버지는, 어슬렁 의자에서 일어났다.
의자옆에 놓인 가방을 집은뒤, 내 머리를 가볍게 두들기시곤 거실을 나가셨다.
어머니는 마중을 나가기 위해 손에 묻은 세제를 가볍게 씻고, 걸어둔 수건으로 닦으시곤 아버지의 뒤를 따라나섰다.



난 차려진 아침을 마지못해 입으로 밀어넣고 쥬스로 삼켜버렸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점심은 되서야 다 먹을수 있을거 같아서였다.
겨우 아침을 다 먹은뒤 의자에서 일어났고, 이어서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망가지 않으면..이대로는 어머니와 딱 마주치고 만다.
난 될수있는한 발소리를 내지 않으며 거실을 나왔고, 지체없이 2층으로 도망갔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한적한 주택가라는 말이 알맞을 정도로 사람 한명 없었다.
난 그런 와중에, 더욱더 몸을 웅크리고는 학교로 서둘렀다.
우리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20분 남짓.
여유를 가지고 집을 나섰지만, 몇번이고 도중에 빙 돌아서 가기 때문에 언제나 일찍 집을 나서곤했다.



"오른쪽....아무도 없고, 왼쪽....아무도 없, 아, 누가오잖아!"



도중 교차로에서 나온 찰나에 좌우를 살펴 사람이 없는지 확인한다.
아무도 없으면 서둘러 지나가고, 누가 오면 잽싸게 달려갔다.



"하아, 하아, 하아, 조금만 더 가면 학교에 도착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철이 들고 나서부터, 나의 세계는 두려운 것으로 넘쳐났다.
라고해도, 딱히 치안이 나쁘다거나, 가정환경이 좋지 않은것도 아니었다.
단지, 난 남에 비해 몇십배 겁쟁이이며, 내성적이었다.



자의식 과잉이 아니라, 타인의 존재에 끝없는 공포감을 느꼈다.
어릴적은 왠만한 일이 아니면 절대로 혼자서 밖을 나가는 법이 없었다.
유치원을 다닐적에는 혼자서 책을 읽고, 혼자서 놀았었다.
누가보면 정말 낯가리는게 심하다고 흉을 볼지 모르지만, 난 혼자 있는게 편했다.



어릴때는 괜찮았다.
부모님 뒤에 숨어있으면, 그 눈은 저절로 부모님을 향했다.
때때로 부모님이 겁나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괜찮았다.



이런 생활에 조금씩 위기감이 느껴진건,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를 입학하면서 부터였다.



하루는, 수업중에 날 포함한 모든 학생이, 교단에 서있는 선생님과, 그 뒤에있는 칠판에 시선을 주고 있었다.
난 그 당시, 창문옆 제일 뒷자리였는데, 언제나와 같이 판서를 노트에 받아적고는 고개를 들어 반친구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그 때, 등줄기를 가로지르는 냉기가, 나의 심장을 움겨 쥐었다



농담이 아니라 난 그 순간에 자신이 얼어붙었다고 착각할 정도였다.
그리고는 몸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며 내 속옷을 푹 적시기 시작했다.
목줄기까지 치고 올라오는 비명을 반사적으로 올라온 왼손으로 입을 막으며 겨우 자제해내고, 오른손을 꽉 움겨쥔채 버텨냈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의 인사가 끝난 순간에 탄환처럼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신발을 벗는둥 마는둥 하며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죽여 눈물을 흘렸다.



그 뒤로 매일같이 폭발할것만 같은 공포와, 튀어나올듯한 비명을 삼키며, 수업을 듣는게 내 학교 생활이 되었다.



내 다대한 위험감과, 타인과 같은 공간에 있는 고통을 자각한건, 중학교에 입학하고 첫 여름이 가까워질 무렵의 어느날, 기말고사가 끝나고, 종업식이 눈앞으로 다가온 더운날의 오후였다



난 그날, 도서관의 들리는 바람에 평소보다 조금 늦은 귀가길을 혼자서 걷고 있었다.
내가 이용하는 도서관은 꽤나 한적해서, 이용하는 손님도 달에 몇십명 정도로 안심하고 책을 읽을수 있었다.


그 귀가길에, 문득 고개를 들어 정면을 보니 어떤 여자아이가 개를 데리고 산보를 하는 중이었다.



난 반사적으로 전봇대에 몸을 숨겼다.



여자아이는 금새 내 옆을 지나가고, 난 쓰러지듯 주저 앉았다.
아플정도로 쿵쾅 거리는 심장과, 거칠어진 숨소리를 필사적으로 가다듬기 위해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러는 와중에, 내 뇌리에는 한가지 사실이 빙글빙글 돌고있었다.
악화해 가고 있다는 절망감.
나의 대인 공포증은 더욱더 악화해 가고 있다는걸 알게된 것이었다.



후일, 그 날 빌린 책을 반납하고, 그 도서관에 가는일은 없게 되었다.



이대로는 안된다.



맛을 느끼지 못하는 아침밥, 점심 언저리에 구토감이 몰려오는 괴로움.
한계를 느꼈다.



여름방학 첫날,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녘부터 고민하며, 대인 공포증을 고치기로 결심했다.
다음 날 부터 난, 자신의 대인 공포증을 고치기 위해 시간을 소비했다.



될수 있는대로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고, 만원전철에 일부러 올라며, 통행인이 많은 번화가를 배회했다.


하지만 결국, 대인 공포증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악화일로를 걸으며 지금은 TV에 나오는 사람에게 까지 공포를 느끼게 되었다.



몇번이고 부모님에게 상담을 하려했지만, 난 끝까지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중학생 나름의 생각으로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드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신에게 기도하는 수 밖에 없었다.
조바심과 불안함에 그런 생각을 떠올렸고, 그 날부터 거의 하루종일, 신에게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3일뒤, 기적이 일어났다.
언제나 처럼 기도를 드리며 잠에 든 나는 꿈을 꿨다.
사람이 윤곽을 가진 하얀 안개가 내 눈앞에 서있는 기묘한 꿈이었다.
직감적으로 그것이 신이란 존재라는걸 깨달았다.



"부탁드립니다, 하느님, 부디 제 소원을 들어 주십시오."



분명 내 기도가 하늘에 닿은 것일터, 그리 생각한 난 필사적으로 부탁했다.



"제 소원을 들어주십시오.
 전 타인이 두렵습니다.
 남자도, 여자도, 아이도, 노인도, 모든것이 두렵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면 두번 다시 없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두렵습니다! 하느님, 이 공포를 사라지게 해주십시오
 더이상 그 누구도...그 누구도 두려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 말을 시작으로 돌연 하얀 안개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뭐,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그 안개와 나의 거리가 좁혀지며, 날 감싸왔다.
동시에 내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는걸 실감했다.



눈을 감고 참고있자, 안개는 조금씩 회전을 멈추더니 사라졌다.
그리고 눈을 뜨니 익숙한 내 방의 천장이 보였다.
커텐 사이에서 아침해가 비치며 방을 어슴푸레 밝히고 있었다.
덕분에 불을 킬 필요도 없이, 배개 옆 시계를 볼수 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시계를 확인했다.
평소보다 조금 이른 기상이었다.
시계에서 눈을 떼고 천천히 가슴에 손을 얹었다.



"저, 정말일까..."



이해가되었다.
내 안에 신으로 부터 받은 몇가지의 힘이 존재하는것을.


하지만 확신이 되지 않았다.
그건 단순한 꿈으로, 실제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 부모님에게 힘을 사용해보자"



결심한 나는 침대를 내려와 옷을 갈아 입은 뒤 받은 힘의 일부를 사용해 보았다.



"먼저...이건가? 그리고 요렇게해서...."



의식을 이마에 집중시키자, 머리 중심으로 부터 열이 퍼지는 감각.
망설임은 없었다.



"고감도변칙....개시"



힘의 해방은 한순간이었다.
나를 중심으로 폭발하듯이 원형으로 힘이 퍼져나갔다.



힘은 내 방의 벽을 지나, 옆집을 지나 훨씬 떨어진 역을지나고, 바다를 건너, 엄청난 범위로 퍼져나가는게 느껴졌다.
처음 사용하는 힘에 가벼운 피로감을 느끼며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슬금슬금 거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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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가입하고 처음 번역물을 올리게된 clannad 입니다.

 

원래는 더 일찍 올리려고 했는데 제가 번역 작업은 처음 해봐서 생각만큼 진도가 나가질 않네요.

 

거기다 프롤로그도 두편으로 나눠 올리게 됬습니다 ㅜㅜ

 

퇴근하고 짬짬히 하기는 했는데 이거 참;

 

 

여튼 1주일에 한 두편은 올릴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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