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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삼총사 #4 여자가 되어버린 달타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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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359 회 작성일 24-01-13 20:5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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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무겁다.
달타냥은 몸이 너무 무거워서 가위에라도 걸린 것 같았다.
납처럼 무거워진 몸은 뒤척이기도 힘들었다.


"으윽..."


몸에 피가 안 통하는지 저린 느낌이 들어왔다.
달타냥은 그떄문에 고통스런 신음을 흘렸다.


"목 말라..."


갈증이 몰려왔다.
목 안이 모래알이라도 삼킨 듯 까끌거려 달타냥은 힘겹게 침을 삼키며 눈을 떴다.


"응...?"


아교에라도 달라붙은 듯 찰싹 달라붙어있던 눈을 힘겹게 뜬 달타냥은,
자신이 아직도 밧줄로 포박되어있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앗? 이게 어떻게 된거지?"


왠지 데자뷰를 보는 것 같았다.


"설마 아까 있었던 일은 꿈...?"


달타냥은 자신이 꿈에서처럼 포박이 되어있자, 아쉬움 반 안심 반이 되었다.
꿈에서 라스푸틴이라는 신비로운 노인을 만나서 처음 맛보는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꿀꺽!


"나의 퍼스트키스..."


너무 실감나는 꿈이었다.
그때를 생각하자 달타냥은 얼굴이 화끈거려왔다.
남자랑 하는 입맞춤인데도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있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하지만 꿈이라도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는 건 부정할 수가 없었다.


"그 빌어먹을 늙은이..."


달타냥은 애써 그 야릇한 기분을 억누르며 속으로 욕을 해댔다.
아무리 꿈이고 기분이 좋았다 하더라도 그런 걸 인정했다간 더이상 남자로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들어와서 말이다.


"그런 건 전부 꿈이야....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구..."


무엇보다 그 노인은 이상한 수법을 사용해 꼼짝 못하게 하지 않았던가.
정신이 든 지금은 왠지 사기를 당한 느낌이라 기분이 나빠졌다.


"응? 그런데 여긴 어디지..? 난 도대체 어디에 있는거야?"


달타냥은 잠시 그 달콤함과 불쾌감, 그리고 안도감으로 버무려진, 복잡한 기분을 맛보다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곳은 창고로 보이는 장소였다.
어두운 암흑이 짙게 깔려있어 주위가 어림붙이 보일 뿐이지만 농기구 같은 물건들이 주위에 있었고, 축축한 볏짙과 곰팡이와 먼지의 쾌쾌한 냄새가 맡아지니 그것은 확실했다.


"으윽...!"


몸이 다시금 저려오자 달타냥은 낮은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온몸을 구타당한 후유증이 몰려오는지, 아니면 오랫동안 피가 안 통해서 저리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저림과 통증이 몰려왔다.


"지독한 놈들...도대체 얼마나 두들겨 팬 거야."


만약 정식으로 싸웠다면 질리 없었던 승부였다.


"물론 그 칼자국의 사내는 힘들었겠지만..."


달타냥은 자신의 아버지보다 강했던 칼자국의 사내를 생각하며, 패배감과 씁쓸함을 맛봤다.
강한 자가 많기로 유명한 가스코뉴 지방에서도 한손가락 안에 드는 자신의 실력이 이렇게 형편없어질 줄은 몰랐다.
고향을 나와 처음 만났던 이가 그토록 강하다니, 역시 자신은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도 몰랐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끼이익!


바로 그때, 창고의 나무문이 삐걱거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호오, 일어나 있었군."


안에 들어온 이는 칼자국 사내의 부하 중 한 사람이었다.
약간 뚱뚱한 몸집을 한 사나이.
뚱뚱한 주제에 싸움수준은 수준급이던 사내였다.


"으득!"


달타냥은 그를 보자마자 이를 갈았다.
그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가장 능글맞은 표정으로 달타냥을 비웃던 남자였고,  마지막엔 몽둥이로 머리를 가격해 달타냥을 기절시켰던 사람이었다.
결국 지금 이 꼴이 된 것은 전적으로 그 남자때문이었기 떄문에 달타냥은 끝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익!!"


기절하기 전의 기억을 떠올린 달타냥이 몸부림을 치며 그에게 달려들려고 노력하자, 그는 여유롭게 부싯깃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크큭, 그렇게 발버둥쳐봐야 소용없다. 꼬마야."


-화륵!


그는 부싯돌로 부싯깃에 불이자, 곧 그걸 기름랜턴에 붙였다.
그러자 주위가 환해지며 창고 안이 밝아졌다.


"아니, 꼬마 아가씨라고 해야 하나?"


그는 주위가 환해지자 그렇게 말하며 군침을 닦았다.


"...?"


순간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 못한 달타냥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상대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가슴을 바라보자 곧 절대 있을 수 없는 이변을 발견하게 되었다.


"에엣?!"


-뭉클


뭔가 부드럽고 풍만해보이는 둥근 물건.
둥그스름하게 부푼 자신의 가슴을 내려보며 달타냥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어라...? 이, 이거 절대로 맞아서 부운 건 아니겠지...?"


정신이 혼란스러워졌다.
왜 이런 물건이 자신의 가슴에 붙어있는거란 말인가.
이런 건 여자들이나 붙어있는 물건 아니었던가?


아기에게 젖을 물려주기 위해 존재하는 그런 물건.
일명 유방이라 불리는 물건이었다.
달타냥은 이해가 가지 않아 입을 쩌억 벌리고 말았다.


"설마 그 당돌했던 꼬맹이가 여자였을 줄이야. 어쩐지 얼굴이 계집애처럼 곱상하다 싶었지."


그는 군침을 흘리며 낄낄거렸다.


"이게 어떻게 된거지?"


달타냥은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그가 여성스럽게 생겼다고해도 갑자기 여자가 되어버리다니?
아니 더 어이가 없는 것은 몸의 이변이 그것뿐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어느새 길어져버린 머리카락.
금발의 아름다운 생머리가 어깨까지 길어져 목을 간지르고 있었다.
팔도 가늘어진 것 같고, 몸도 작아진 것 같았다.


"설마 아래쪽도...?"


달타냥은 왠지 모를 불안감에 다리를 오무렸다.
축축해져 있는 바지의 느낌이 기분나빴다.
마치 몽정을 했을 때 느낄 수 있는 끈적거림.
하지만 그 안에 존재해야 할 남성의 심볼은 느낄 수가 없었다.


"아아...이, 이럴수가..."


충격이었다.


"설마..아까 그 꿈은 꿈이 아니었던거야...?"


달타냥은 그제야 아까까지만 해도 꿈이었다 생각했던 일들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설마 그 약이...?!"


그(?)는 이제야 확신할 수 있었다.
자신은 정말로 라스푸틴이란 노인을 만났으며, 그와 키스를 했고, 그가 준 약을 받아먹고 여자가 되어버렸던 것이었다!


 "말도 안돼!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지?"


달타냥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런 마법같은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
그것도 자신에게 말이다!


-스윽~


그리고 달타냥은 너무나 혼란스러워서, 뚱뚱한 사내가 자신의 지근거리까지 다가왔음을 깨닫지 못했다.


"아앗?"


그, 아니 이제는 그녀가 되어버린 달타냥은 사내가 근처에서 단검을 꺼내자 놀라서 긴장을 했다.
도대체 그는 단검을 꺼내들고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일까?


-두근 두근  


왠지 모르게 본능적인 위험이 느껴졌다.
절로 몸이 움츠러들며 방어적인 모습이 되어졌다.


-찌익!


뚱뚱이 사내는 달타냥이 그러거나 말거나 다가와 ,주저없이 단검으로 그녀의 옷을 찢었다.


"아앗! 다, 당신 도대체 뭔 짓을 하려는겁니까?!"


달타냥은 계집처럼 가늘어져 버린 목소리로 소리쳣다.
아니 이제는 완전히 여자가 되었으니 계집이 맞앗다.


-찌익! 찌이익~!


뚱뚱이 사내는 징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달타냥의 옷을 능숙하게 잘라냈다.
묶여있는 밧줄이 방해가 될텐데도 그는 전혀 불편한 기색이 없었다.


"우우...!"


달타냥은 윗옷 뿐만 아니라 바지까지도 전부 발가벗겨지자 서늘한 냉기를 느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굴욕이었다.
승부에서 져버린 것도 한심한데, 남자에게 옷이 홀라당 벗겨지다니 당장에라도 피를 통하고 죽고 싶을 정도의 수치를 느꼈다.


"제길...!"


달타냥은 반항도 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이 너무 한심해, 눈물을 글썽였다.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죠?"


설마 겁탈이라도 하려는 것일까?
전쟁 중에 포로가 된 여성이 어떤 취급을 받게 되는지 아버지에게 전해들은 적이 있는 달타냥은 자신의 위기를 예감했다.
여자가 된 것도 억울한데, 같은 남성에게 안기게 된다니 죽는 것보다 더 굴욕스러웠다.


 "가만히 있거라. 널 따먹으려는 것이 아니니."


뚱뚱이 사내는 그러고는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쳇, 이렇게 먹음직스런 년을 따먹지 못한다니. 정말로 아쉽기 그지없군."


그는 그러면서 자신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설명을 해주었다.


"이봐, 꼬마야. 넌 레이디 고디바라고 알고 있느냐?"


"레이디 고디바?"


당연히 달타냥은 그 여인에 데헤 알고 있었다.


[레이디 고디바]
이웃 나라이자 숙적인, 섬나라 잉글랜드의 여인.
11세기경 잉글랜드 중부지방, 코벤트리의 레오프릭 백작의 부인이었던 그녀는 어느 날 남편의 과중한 세금정책을 비판하고 세금을 낮출 것을 요구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거만한 레오프릭 영주는 농노를 생각하는 마음이 그녀의 마음이 진심이라면 몸으로 직접 증명해 보이라며, 만약 그녀가 완전한 알몸으로 말을 타고 영지를 한 바퀴 돌면 세금 감면을 고려하겠다고 한다.
 영주 부인인 그녀가, 귀족인 그녀가 고작 농노를 위해 그럴리 없다는 걸 믿고 한 내기였지만 레이디 고디바는 긴 고민 끝에 그 내기를 받아들여 진짜 알몸으로 영지를 한바퀴 돌았다고 한다.




 영주 부인이 자신들을 위해 알몸으로 영지를 돈다는 소문을 접한 농노들은 그 마음에 감동하여 레이디 고디바가 영지를 돌 때, 누구도 그 알몸을 보지 않기로 하고 집집마다 문과 창을 걸어 잠그고 커튼을 내려서 영주 부인의 희생에 경의를 표했다고 하는 아름다운 이야기...


"그걸 왜 지금 말하는거죠?"


달타냥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들어 물어보았다.


"키키킥, 당연히 네가 지금부터 당해야 하는 형벌이 바로 그것과 상황이 같으니 말해주는거다. 그래서 내가 지금 네 옷을 전부 벗기는 것이고."


"!"


달타냥은 그의 말에 크게 놀라고 말았다.
도대체 이 악마들은 어디까지 자신을 모욕주려는 것일까?
그녀를 여자로 만든 걸로도 모자라 알몸으로 도시 한바퀴를 돌릴 생각을 하다니!


"아, 맞다. 루시푸틴인가 뭔가 하는 늙은이가 그렇게 하는 것이 네가 찾고자 하는 자유로움을 알게 되는 단초라고 전해달라는군."


그게 대체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인지.
그는 그게 뭘 뜻하는지 모르나 라스푸틴이 전해달라니 전해준다는 식으로, 말해줬다.


"그 분이 그렇게 말했다고...?"


달타냥은 그 말에 바로 복잡한 마음이 되어버렸다.


"이걸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달타냥은 라스푸틴이란 이름을 듣자마자 복잡해진 자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느새 라스푸틴이란 노인은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의 마음 깊숙히 자리잡고 있었다.
그녀를 여자로 만든 사내에게 아직도 그 분이란 존칭을 쓰고 있는 것이 그 증거였다.


사기당한 것 같은 마음과 자꾸 믿고 의지하고 싶기만 한 마음.
그 이율배반적인 마음에서 달타냥은 방황했다.
속은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아닌 것 같기도 한 기분에 혼란스러웠다.



라스푸틴이란 사제가 정말 꿈이 아니라면 그가 말한 것도 사실일지도 몰랐다.
그녀가 진짜 여성이 된 것이 그에 대한 반증이 아니겠는가.
육체의 껍질을 벗게 된다는 말.
그건 즉 그동안 여성스워서 부끄러워했던 자신의 컴플렉스에서 벗어나 진짜 여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그녀가 여성이 된 것이고 말이다.


"이 처벌을 받는 것이 자유로움을 찾게 되는 힌트를 얻게 된다라...만약 그 분이 말한 것이 정말이라면 어떡하지...? 내가 이런 모습이 된 이유가 정말로 존재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거야...?"


갑자기 여자가 되어 혼란스러운 것일까?
달타냥은 라스푸틴의 그 말을 믿어봐야 하는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되묻고 있었다.
라스푸틴은 분명히 시험을 받게 될거라고 했다.
그럼 이 처벌이 바로 그 시험이란 말은 아닐까?


"...."


달타냥은 잠시동안의 생각 끝에 그냥 부딪쳐 보기로 하였다.
그저 생각에만 빠져서 주저하는 것은 그녀의 성격에 맞지 않았다.


"조, 좋아...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어차피 내가 싫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할 생각이겠죠?"


달타냥은 자신도 모르게 붉어진 얼굴로, 그 치욕스런 형벌을 받길 승낙하고 있었다.
그녀는 끝내 라스푸틴의 말을 믿기로 한 것이다.
역시 세뇌의 힘은 무섭다랄까.


그리고 어차피 손잡이는 상대가 쥐고 있었다.
그녀가 반항을 해봐야 소용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판단했다.


"당연하지. 그나저나 정말 그 말을 믿는거냐?"


어이가 없다는 듯 사내는 달타냥을 바라봤다.
라스푸틴의 말을 듣곤 반신반의 했는데, 정말 그 말 한마디에 온순해지다니 그게 무슨 마법의 말 같았다.


"진정한 자유로움이라고? 그게 대체 뭐야?"


그는 잠시 속으로 불평을 해보았지만 곧 잊기로 하였다.


"뭐 나야 네가 말을 잘 들으니 편하고 좋지만."


킬킬거리며 웃어보인 그는, 그렇게 고분 고분해진 달타냥을 이끌고서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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