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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펜슈타인 2편. (0.1버젼) 2부 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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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343 회 작성일 24-01-13 12:0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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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헬레나 해전>


되니츠가 유럽에서 총통발 급전을 받고 프랑스로 복귀해버린 후 슈발츠에게 넘겨진 것은 제 2차 대서양 해전을 위해 세인트 헬레나에 마련된 사령부였다. 이제 세인트헬레나의 방위전을 지휘할 책임이 그에게 지워진 것이었다.


일단 그는 통상적인 방어전을 수행하고자 했지만, 이번엔 연합함대측이 그의 예상을 뒤엎었다. 이미 두번이나 뼈아픈 패배를 안긴 슈발츠와 베오울프가 세인트헬레나에 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허슬 경이 작전을 수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숫적 우위를 이용해 연합함대를 함대를 몆개의 작은 함대로 쪼개어 대양에 넓게 포진하는 전술로 바꾸었다. 게다가 비행기와 쾌속선 등을 동원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슈발츠의 함대를 염탐하기 시작했다. 그 연합함대의 배치 덕에, 전선은 본격적인 접전이 아니라 소규모의 함대함 전투가 넓은 전역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양상으로 바뀌었다.


이건 부분적으로는 슈발츠 자신에게도 원인이 있었는데, 그동안 두차례나 우세한 전력을 가지고 있었던 연합함대에게 큰 패배를 안긴 덕에 그와 직접 교전하지 않은 연합군의 해군 장교단들 사이에서도 슈발츠와 그의 기함, 베오울프에게 일종의 경외심 가까운 두려움이 퍼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슈발츠는 난처해졌다.


소규모의 접전이라면 수병의 훈련이나 함정의 숫자 쪽에서 우위인 연합군측이 단연 우세였다. 슈발츠도 그걸 알기 때문에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는 절대적으로 전투를 회피하라고 지시해 두고 있었다. 그 덕에 결정적인 교전이나 피해는 없었지만, 세인트 헬레나를 중심으로 한 독일 대서양 함대는 외해로부터 서서히 좁혀드는 거대한 그물망 같은 전선의 압박을 받는 상황이 되었다.


이렇게되면 아무리 슈발츠라고 해도 뾰족한 수가 있을 리가 없었다. 분명 단일 함대함 전투에서는 베오울프의 능력은 압도적이지만, 한곳의 전선을 지원하기 위해 움직였다간 곧바로 다른 방면에서 돌파를 들어올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세인트 헬레나 인근의 해상에 주둔한 채 꼼짝달싹 할 수 없는 처지에 빠졌던 것이었다. 지금까지 결전주의로 나오던 연합군의 갑작스러운 전략 수정에 슈발츠도 적잖이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적이 치고 나와야 유인을 하던 기습을 하던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 음... 어찌할까나... "


해도를 보면서 슈발츠는 골을 싸매고 있었다.


" 아아, 애시당초 난 머리를 쓰는 타입이 아니라구. "


연합군측의 전력과 배치 상황은 어느 정도 꿰고 있었다. 슈발츠가 박아놓은 내부 첩자도 있었고, 부지런하게 정찰을 내 보낸 덕에 영국측의 함대 배치는 거의 정확히 알 수 있었지만, 문제는 그 배치를 보고 있어도 이 상황을 벗어날만한 타개책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연합함대 사령관인 허슬은 분명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선임된 지휘관일지 모르나, 그 진중한 실력주의 만큼은 로열 네이비 다운 백전연마의 노장이었다. 숫적인 우위를 이용한 견실하고 철저한 포위망은 약간의 틈도 없어 보였다.


" 흐음, 뭔가 돌파구가 필요한데... "


해도 옆에는 정보원들이 보내온 정보들이 기록된 기밀서류들이 산이 쌓여 있었다. 그중 일부분은 총사령부에도 보내지지 않고 슈발츠 앞으로 직접 보내진 것들이었는데, 바로 그가 조교한 여자들을 사용해 얻는 정보들이었다. 눈에 들어온 김에 슈발츠는 그 서류의 산을 뒤적거리며 새로운 전환점으로 써먹을 만한 정보를 찾아 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뉴욕발 직접 전문의 내용이 눈에 띄였다. 바로 허슬 경의 숨겨진 애인 역을 하고 있는 케이트가 보낸 것이었다.


" 오호라, 지금 여기와 있는 함대가 연합군 쪽에서 동원할 수 있는 전력 전부라 이건가... 어째 너무 많다 싶었는데... "


그 정보 대로라면 독일군의 해상전력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이 끝난(게다가 뼈저린 일격을 맞은 장본인이기도 한)허슬경은 이 작전에 반대했지만, 연합군의 수뇌부는 빠른 본토 수복을 원하는 영국 임시정부의 의향에 따라 약간 무리를 해서 긁어모을 수 있는 모든 전력을 대서양 방면에 투입한 모양이었다. 게다가 급하게 긁어모은 전력이라 영국 함선에 미국인 병사를 태우는 등 함선 내부에서는 지휘계통까지 뒤죽박죽이었다.


" 허장성세란 말인가... 포진은 견실 그 자체이면서 영국군 답지 않구만... 하긴 미국이 아무리 생산력이 끔찍하다지만 겨우 7개월인데 너무 많다 했어. "


다시 서류에서 눈을 뗀 후 해도로 시선을 돌린 슈발츠.


" 하지만 어떤게 진짜인지, 어떤게 허장성세인지 알아낼 방법이... 문제로군 "


해도위에 찍힌 수많은 붉은 핀들의 배치를 보며, 슈발츠는 다시 생각에 빠지는 것이었다.


.
.
.


41년 6월 3일 새벽 03시. 새벽에 긴급 소집을 받은 지휘관들은 두패로 반응이 나뉘었다. SSI의 하급 지휘관들이야 슈발츠의 지휘 스타일을 안다. 그는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호출하고 지시했으며, 지금까지 그의 작전은 언제나 승리를 가져왔다. 그들의 슈발츠에 대한 충성과 신뢰는 절대적이었다. 그가 부른다면 그들은 아내와 애인과의 잠자리라도 내팽개치고 기꺼이 달려올 것이었다.


한편 SSI 소속이 아닌 해군 소속의 지휘관들은 명령체계의 혼선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편이엇다. 일단 슈발츠는 그들 눈에는 단지 친위대의 지휘관이었을 뿐이고, 계급은 대령이었다. 총사령관인 되니츠가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대령인 그가 마치 제독인양 지휘하는 것은 월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독일군이기에, 그들은 그런 의문을 가지면서도 결코 항명은 하지 않았다. 때문에 슈발츠도 그들을 한밤중에 소집해 부려먹을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이었고.


" 작전은 이렇다. "


슈발츠는 아주 간단하게 표현했다. 지금 독일 해군이 가진 전력은 U보트 8척, 전함 3척(비스마르크, 프린츠 오이겐, 샤른호스트), 순양함 2, 포켓함 3척(그라프 쉬페 포함) 구축함 4척, 그리고 항공모함 1척(베오울프)이었다(중간에 또 되니츠가 박박 긁어보내 약간 전력이 늘었다). 전함 3척이 포켓함과 함께 선봉으로 3군데를 찔러 나간다. U보트는 예정대로 적 함대의 퇴로로 예상되는 해저산맥 인근의 소나 탐지가 어려운 해역으로 이동해 잠복한다. 구축함은 베오울프와 함께 3지점의 타격점 중간에 머무르고, 베오울프는 항공 지원을 한다.


적함의 숫자는 독일해군보다 2배~3배 정도 되지만 독일군에 대한 포위망을 구축하느라 서로 제법 멀리 떨어져 있고, 공격 지점을 지원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3군데를 공격한다지만 독일군은 서로 가까운 거리에서 지원할 수 있고 그 이점을 살려 적의 추가 함대가 지원오기 전에 3군데 중 가장 약체를 돌파한다. 그리고 분단된 적을 골라잡아 잡숫는다.


" 하지만 항공모함은 어쩌실 것입니까? 적의 항공모함들은 공중지원을 해올 겁니다. "


장교 중의 한명의 질문에 슈발츠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서 밤에 가는 것이다. 우리쪽 함상기와 군함들은 목표의 좌표를 알면 야간 타격이 가능하지만, 아직 영국군의 함상기들은 야간 작전이 가능하지 않거든. 게다가 오늘밤은 그믐이지. 적의 공중 전력을 봉쇄하는데 이만큼 좋은 조건은 없다. "


그제사 해군측 지휘관들 중에서 몆몆이 고개를 끄덕였다. 베오울프의 전투기와 폭격기엔 지상군을 위한 야간 조준 장치를 개조한 적외선 조준 장비가 장비되어 있었다. 그것은 딱히 아주 뛰어난 물품은 아니었지만, 밤에 장님인 연합군 전투기들에 비해서는 압도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해 주기에 충분한 장비였다. 야간 공중전이 벌어진다면, 그것은 슈발츠가 바라는 대로 일방적인 게임이 될것이었다.


하지만 말이 쉽지, 이것은 야습이었다. 공중전에서는 특히 피아의 구분이 어려울 것은 분명했다. 슈발츠의 바램은 분명 숫적인 열세에 처할 전함들이 야음이라는 조건을 최대한 이용해 선전해주는 것이었다. 그들이 적의 정확한 위치와 규모만 파악해 준다면, 그리고 3군데의 공격 지점 중 가장 약체인 곳을 최대한 빠르게 찾아 그곳으로 화력을 집중할 수만 있다면 승산은 있었다. 분명 허술한 곳이 있을 것이라는 정보가 아니었다면, 슈발츠는 이런 모험적인 작전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리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6월 3일 하루동안 독일 함대는 야간 작전 준비로 지극히 바빴다. 그리고 마침내 6월 4일 00:00시 정각을 기해, 베오울프를 필두로 한 독일 해군의 주력은 세인트헬레나에 건축중인 접안시설에서 벗어나 대양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한편 같은 시각, 연합함대의 지휘관인 허슬 경은 자신의 새 기함인 [글로리어스]의 함교에 서서 조만간에 있을 상륙작전을 구상하면서 조바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의 작전은 아직은 허술한 상태의 주력함대로 허장성세를 부리면서 필요한 전력이 갖춰지고 명령 체계가 잡히는 동안 잘 무장된 소규모의 선봉함대를 이용해 되도록 독일군측에 손해를 많이 입히는 것이었다. 헌데 그의 허장성세 작전이 너무 잘 먹혀든건지 독일군들은 연합함대를 만나면 숫자에 상관없이 도망치기에 바빴다.


피해 없이 우세한 위치를 선점하게 된 것은 좋았지만, 세인트헬레나에 모인 독일 해군의 전력에 대한 보고를 받은 그는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베오울프를 포함하여, 통상파괴전을 실행하는 전력 이외의 독일해군의 모든 전력이 세인트헬레나 인근에 모여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이 상태에서 허장성세를 들키기라도 하는 날에는 꼼짝없이 당할 판국이었다. 그런데도 연함사령부 측에서는 그가 요청한 사안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한 채 함대를 이끌고 당장 본토에 상륙하라는 따위의 말도 안되는 무리한 요구만 해오고 있었다.


당장에 미국 배와 영국 배가 구분도 안되는 통에 그가 1함대를 부르면 미국의 1함대와 영국의 1함대가 동시에 반응하는 등의 삽질을 하고 있는데도 숫자만 채우면 전쟁이 되는 것으로 믿는 모양이었다.


확실히 상륙작전을 위한 전력은 훌륭했다. 하지만 상륙함이 아무리 많더라도 해안을 제압할 대포와 항공기를 싣고 움직이는 해군 없이는 상륙작전 자체가 불가능할 뿐더러, 해전에서 상륙함은 어선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현실을 모르는건지 일부러 외면하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답답하고 우왕좌왕하는 무능한 사령부에 질린 허슬은 일단 세인트헬레나에 대한 작전을 기획하기는 했지만 자기가 필요한 전력을 갖추기 전에는 움직이지 않을 심산이었다.


그리고 슈발츠는 그의 패를 바로 앞에서 읽고있다는 듯이 행동해왔다.


" 11-4 공역에서 적의 공격입니다! "


함교의 오퍼레이터들의 외침에, 상념에 빠져있던 허슬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 제 5 함대의 크롬웰함 함교에서 긴급 지원요청! 11-5 공역에서도 적의 공격입니다! "


" 제 4 함대에서 긴급 전문! 적의 공격입니다! 전함급 적함의 존재 확인! "


처음의 공격신호 이후 동시다발적으로 3군데에서 지원요청과 함께 정보가 쏟아져져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글로리어스의 함교는 금새 시장통마냥 시끌벅적하게 변했다.


" 당황하지마라! 적은 우리에 비해 소수다. 각함에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 피아를 식별하고 색적하라고 지령하고, 3,4,5함대를 제외한 나머지 함대는 최대한의 속도로 가장 가까운 아군 함대를 지원하라고 전하라! 또한 3,4,5함대의 각함은 그자리에서 응전하라 전하라! "


지령은 각함에 지체없이 전달되었다.


" 야습이라니! 공중전력 없이도 기습이면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는건가 [늑대 인간]... "


단 한번 보았던 베오울프의 검은 거체를 떠올리며, 허슬은 이를 악물었다.


허장성세의 중심중 하나인 5함대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된 전력은 기함인 전함 크롬웰 한척 뿐이었다. 나머지는 구색만 갖춰놓은 상태. 연합함대 중에서도 미국 해군에 속한 구축함과 순양함들이 가장 먼저 혼란에 휩싸이고 곧이어 포격과 뢰격에 휩쓸리다시피 침몰당하는 동안에도, 크롬웰함은 지시대로 공역을 사수하며 굳건히 버텼다. 그 상대는 베오울프에서 출격한 일단의 뇌격기들과 샤른호스트, 호위로 붙은 구축함 두척이었다. 크롬휄의 지휘관인 홉킨스 대령은 적의 공군이 야간 전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글로리어스에 제일 먼저 알렸다.


" 침착하라! 제군들은 여왕폐하의 자랑스러운 병사들이다! 양키들처럼 벌벌 떨지 말고 응전하라! 전력을 적 전함에 집중하라! "


하지만 중과부적이었다. 이곳이 허장성세인것을 알아채자 마자, 베오울프의 뢰격기 대부분이 크롬웰에 달라붙었기 때문이었다. 20발에 이르는 뢰격에 의해 크롬웰이 굉침되기 전까지, 샤른호스트와 크롬웰은 각각 86발의 포탄을 서로 교환했다. 50발은 샤른호스트가, 36발은 크롬웰이 발사한 것이었다. 그중 절반 이상이 서로에게 명중할 정도로, 두 전함은 근접해서 박투를 벌였다. 그리고 크롬웰의 굉침을 끝으로 2시간 이상 치열한 격전을 치룬 끝에 5함대는 전멸했다. 독일측에서도 적지않은 사상자가 나왔다. 그중 대부분은 샤른호스트의 승무원들이었다. 131명의 수병과 샤른호스트의 부함장, 기관장이 전사했고, 함장과 그 못지않은 인원이 중상을 입었다. 베오울프의 호위함으로 개수하기 위해 주포의 구경을 올리고, 장갑을 추가하는 대신 기동성을 희생한 샤른호스트는 크롬웰의 무지막지한 포격을 거의 대부분 스스로의 동체로 받아내면서 다른 아군의 함정들을 지켰던 것이었다.


5함대가 전멸하는 동안, 근처의 나머지 함대들은 당황하고 우왕좌왕 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앞에도 독일 함대가 나타나서 포격을 퍼부었기 때문에, 응전을 해야 하는지 지원을 해야 하는지 혼선을 빚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직 미군쪽의 지휘관들은 허슬 경의 지휘에 완전 복종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제멋대로 혼자 돌격해 나온 구축함과 순양함들은 독일 해군의 야간 전투 능력의 진수를 맛보았다.


그중 딱한 케이스로는 원래 미 해군 대서양 함대 소속이었던 순양함 [워싱턴]으로, 카우보이 정신이 투철한 함장이 사거리 내에 들어온 비스마르크를 요격하기 위해 함대 이탈을 강행한 것 까진 좋았지만 비스마르크에 너무 접근해 버린 탓에 주 포탑과 함교에 비스마르크의 주포가 명중했다. 함장과 일등항해사가 전사하고 주 포탑의 장약이 대폭발을 일으켜서 그대로 전투 불능. 그 광경을 목도한 다른 배들은 공포에 질려 꽁지가 빠져라 퇴각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렇게 주변 함대들을 뒤흔들어 준 비스마르크와 프린츠 오이겐, 그리고 그 휘하에 붙었던 4대의 구축함들은 적을 [찔러] 본 후 그대로 후퇴해 베오울프를 호위하는 진용으로 돌아와 있었다.


크롬웰을 끝으로 3,4,5함대 중 가장 약체이던 5함대를 괴멸시킨 후, 피해상황을 확인한 슈발츠는 샤른호스트에게는 회항명령을 내린 후, 곧바로 다음 단계로 작전을 옮겨갔다. 독일의 함상기가 야간작전이 가능하다는 정보에 의해 대혼란에 빠진 영국의 주력함대, 즉 제 1함대에 대한 공격을 개시한 것이었다. 그리고 거기엔 물론 연합함대의 지휘함이자 영국 해군에 마지막 항공모함인 글로리어스가 포함되어 있었다.


새벽 4시 무렵, 글로리어스 측에서도 슈발츠의 본함대 위치를 파악하고 함재기들을 출격시켰다. 베오울프 측에서도 글로리어스의 위치를 파악한것은 마찬가지였고, 곧바로 함재기를 출격시켜 응전했다. 그 전투기와 뇌격기들의 무리에서 쏟아진 어뢰와 기총 소사가 본격적인 전투의 시작을 알렸다.


아직은 해가 뜨지 않은 검푸른 대양의 새벽 하늘을 배경으로, 화려하게까지 보이는 공중전이 그 하늘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고, 수상함들의 포격이 그에 가세했다. 야간 전투용 장비도 없이, 거의 시계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영국 해군의 조종사들은 이를 악물고 싸웠다. 베오울프의 비행단은 그들에 비해서는 압도적으로 유리한 조건에서 싸웠지만 야간전투는 적외선 장치가 있으나 없으나 위험하긴 마찬가지였다. 피아를 구분하기 위해 날개에 칠해 둔 특수 페인트 덕에 아군끼리의 오인사격은 거의 없었지만 야간이라는 악조건 자체는 그대로였기 때문에 함상에서, 혹은 공중에서, 적지 않은 사고가 발생했고, 비행기 뿐 아니라 한명을 키우는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파일럿 수십명이 죽거나 다쳤다.


글로리어스 뒤로 산개해 있던 상륙함과 수송함들은 전투가 시작되기도 전에 서쪽으로 도주하고 있었다. 슈발츠는 당분간 그들을 내버려두었다. 그는 그 칠면조들을 쫒기보다, 상처입고 장님이 된 맹수를 사냥하기로 작정한 상태였다. 즉, 이 전투로 연함함대의 대서양 전력을 괴멸시킬 생각이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거기에 집중했다.


세인트헬레나 해역 인근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던 연함함대의 나머지 함정들이 본대의 위기를 알고 달려왔을 무렵엔 이미 연합함대 1함대의 주력함 대부분이 침몰하거나, 전투불능이거나, 그에 준하는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글로리어스는 수십발의 어뢰와 포탄의 집중세례를 받았지만 구축함 두척과 경순양함 한척의 호위를 받으며 도망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연함함대는 1척의 중항모, 3척의 전함, 7척의 구축함, 3척의 중순양함, 6척의 경순양함, 4척의 공격 잠수함을 잃었다. 글로리어스를 포함한 중항모 3척은 뢰격을 맞고 중상을 입기는 했어도 그 멧집 덕에 침몰은 면했다. 하지만 그 중항모가 운용할 함재기들은 대부분 야간 전투를 견디지 못하고 바다에 추락하는 운명을 맞았고, 항모 자체도 성하지 못했다. 연합함대는 합쳐서 200대가 넘는 함재기들을 잃었고, 파일럿들의 희생 또한 막대했다. 수병과 장교의 희생은 몆명인지 집계조차 불가능할 정도였다.


 미 해군의 순양함 엔터프라이즈 호와 구축함 한척은 세인트 헬레나에 너무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퇴로를 막혀 할 수 없이 투항했다.


물론 독일 해군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슈발츠의 지휘 덕에 침몰된 배는 한척도 없었지만, 샤른호스트를 비롯해 거의 침몰에 준하는 피해를 입은 배가 함대의 절반을 넘었다. 지휘관과 수병의 사상자도 엄청났다. 1함대 공격의 선봉에 선, 그래서 적함대의 공격이 집중된 비스마르크에서만 300명이 넘는 수병과 사관이 죽었다. 함포와 어뢰만 합쳐도 총 91발의 피탄을 당했고, 그중 11발이 연함함대의 잠수함에 의해 발사된 어뢰였다. 필사적인 수리작업을 지휘하던 비스마르크의 기관장은 유탄에 한쪽 눈을 잃었고, 다른 수병들도 열에 아홉은 제각기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프린츠 오이겐은 전투 중에 함교에 추락한 영국 전투기에 의해 함장과 대부분의 사관을 잃었지만, 그 후로도 일등항해사의 지휘를 받으며 자리를 지켰다. 비교적 피해가 경미해 잔여함대 추격임무를 담당했던 포켓 전함 그라프쉬페, 도이칠란트 역시도 각자 20발 내외의 피격을 당했고, 합쳐서 2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다. 다른 구축함이나 순양함에서의 피해도 말로 다 못할 정도였다. U보트들은 그나마 피해가 경미했다.


하지만 그 막대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세인트헬레나 공역에서 승리는 슈발츠가 지휘하는 독일해군이었다. 연함함대의 전력 중 60%이상을 바다 속에 처박고, 2000명에 이르는 포로를 잡았으며(구출했다고 보는 편이 옳을지도) 두척의 함선을 노획했다. 두말할 것 없는 압도적인 승리였다. 그리고 이 승리로 영국이 자랑하던 로열 네이비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이제 노후함조차 거의 대서양 바닥으로 사라진 셈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1차, 2차 해전에 이어 3차 해전에서도 참담한 패배를 당한 미&영 연합군은 또한번 슈발츠의 능력에 치를 떨어야 했다. 잔존함대를 수습해 이끌고 겨우 생환한 허슬 경은 무능을 이유로 탄핵당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자신을 탄핵하기 위해 소집된 사문위원회 앞에서 작전에 필요한 물자도 갖추지 못한 연함함대에게 무리한 작전을 강요한 연합군 사령부의 무능을 통렬하게 질타했다.


" 선원조차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군함을 몰고 나가 해전에 이기고, 상륙에 필요한 물자와 무기와 탄약도 없는 상태에서 대양을 건너 상륙작전을 감행하기를 강요하는 최고사령부의 명령은 수많은 영국과 미국의 젊은 목숨들을 대서양 바닥에 처박았소이다! 나의 유일한 잘못은 최고사령부의 그 황당한 명령을 되도록 현실화하기 위해 애쓴것 뿐이오! "


그 말을 끝으로 허슬 경은 자신의 어께에서 계급장을 떼어 내어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 이길 수 없는 싸움에 수많은 목숨을 뿌린 책임을 나더러 지라고 한다면 지겠소! 죽으라면 죽지! 하지만 더이상 당신네들 꼭두각시가 되어 젊은 목숨들을 바다에 꼬라박는 짓은 더이상 못하겠소이다! "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새파랗게 질려 있는 사문위원들을 등뒤로 하고 사문회장을 박차고 나왔다.

.

.

.

 

|>. 또 이겼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투로 해전 자원을 거의 다 소모해버렸기 때문에 앞으로 어찌 이겨야 할지는 오리무중...

 

그나저나, 이제부터는 3부 초입으로 들어가게 될겁니닷. 인디아나 존스를 보면서 쓰는 것이니 당연히 모험물...

 

언제나 그렇듯이, 읽은 후에 괜찮으시다고 생각되시면 [참 아잉해요] 도장을 찍어주시길 >.<)b+(재미들렷음), 울펜을 읽고 감동한 나머지 결재했다(말도 안되는 소리군)는 등등의 댓글도 환영. 

 

추신 : 제가 쓴 소설은 모두 네이버3에 연재됩니다. 최근 가입한 네이버 카페에 연재할 작품은 현재 고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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