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 짧다면 짧은 이야기 1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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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다면 짧은 이야기 part 2-7
다음 날부터 윤아는 우리 집의 무상출입권을 갖게 되었다.
휴식기라고는 해도 연습하랴, 예능 출연하랴, 애들은 여전히 바쁜 것 같았다. 앨범 활동할 때보다야 조금 덜 바빠서 그렇지, 바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바쁜 와중에도 윤아는 시간만 나면 문자하고, 전화하고, 닭살을 떨어댔다. 그러니, 다른 멤버들이나 매니저가, 윤아가 누군가와 사귄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다만, 상대가 누구인지 모를 뿐이지, 윤아에게 남자가 생겼다는 소문이 SM 내에 파다하게 퍼졌다.
다른 멤버들은 상대가 나란 걸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시치미를 뗐고. 매니저만 관리 소홀로 심한 질책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윤아에게는 간단한 주의 정도? 왜냐고? 일단 상대가 누구인지 안 밝혀졌고 결정적인 건, 증거가 없잖아.
아무튼, 회사의 감시와 보호는 윤아에게 집중되어 있었고, 상대적으로 다른 애들에게는 주의가 좀 느슨해졌다. 윤아와는 밤늦게나 돼서야 통화라도 어렵사리 할 수 있었고, 그것도 자기 휴대폰으로는 못 하고, 다른 애들 전화로나 간신히 할 수 있었다.
애들이 개인 활동으로 바쁜 것도, 어떻게 보면 나에게는 좋은 점이 더 많았다.
각자 스케쥴이 다르니 쉬는 때도 다르고, 그 얘긴 즉 번갈아 가며 만날 수 있다는 그런 점들?
나쁜점이라면 공부할 시간이 조금 줄어들었다는 그 정도? 아! 주머니에 돈이 안 남아난다는 것도...
이제는 애들이, 사람들 눈을 피하는 변장술도 달인의 경지에 달해, 수수하게 꾸미고 살짝만 변화를 주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 그러니 가고 싶은 데 갈수 있고,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조심하느라 너무 사람 많은 곳은 좀 힘들다고나 할까? 어디나 눈썰미 좋은 사람들 한두 명은 있을 테니...
그나저나 요즘 미영이가 너무 바빠서 만날 시간이 잘 나지 않았다. 태연이 만나면 된다고? 근데 태연이는 좀 무섭다고나 할까? 아니! 내가 좀 찔리는 게 많아서 부담스럽다고 할까나...
어쨌거나, 오늘은 태연이 오전부터 나오라고 하니, 찔리는 게 있어도 나가야지.
만나기로 한 카페에 들어가니 태연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 시간보다 10분이나 먼저 왔는데도 먼저 와서 기다리는 건 내가 게을러서야? 아니면, 숙소 앞이라 그런 거야?
카페에 들어가는데 주인이 나를 알아보고 눈인사를 한다. 전에 태연이를 울렸을 때, 나를 요주의 인물로 체크해 놨는지, 그 후로 알아보는 듯했다. 에요~ 이제는 만나는 장소를 옮겨야 하려나...
옅은 화장에 동그란 패션 안경, 살짝 웨이브 진 반 묶음 머리, 대충 봐서는 나도 잘 몰라볼 정도로
잘 된 분장을 하고 나왔다. 무릎 위로 살짝 올라가는 흰색치마, 몸에 붙는 하얀색 티, 연한 하늘빛바탕에 분홍과 주홍이 섞인 무늬를 넣은, 얇은 가디건을 걸치고 나온 태연은, 마치 연예인처럼 예뻤다. 아~ 얘 가수였지, 그것도 잘 나가는 아이돌가수~
오늘 신경 써서 입고 나온 듯한데, 물 빠진 청바지에 후드 티 하나 달랑 걸치고 나온, 나와는 매치가 잘되지 않았다. 평범하게 입고 나올 줄 알고 이렇게 입은 건데...
"빨리 왔네? 오래 기다렸어?"
"나도 금방 왔어."
차주문을 하고 태연이 눈치를 보니, 기분이 그리 나쁘지는 않은 듯했다. "오늘은 무사하겠군."
"얼굴 본지 보름은 넘은 거 같은데?"
"스케쥴 비는 날이 거의 없어서 그래, 오늘도 라디오 생방 하나 있어. 그래도 오빠는 좋잖아?"
"뭐가 좋아? 보고 싶어도 못 보는, 그 심정을 니가 알아?"
"치~ 거짓말쟁이. 미영이랑 만난 거, 다 알고 있는데!"
말은 그렇게 해도 내 말이 듣기 좋았나 보다. 태연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기왕 띄워주는 거 이참에 점수를 왕창 따놓자 싶었다.
"연인을 연인이라 하지 못하고, 티브이에서만 봐야 하는 이 심정을 너는 모를 거야."
"헤헤헤, 그렇게 보고 싶었어?"
나이샷!~ 한 방에 보냈다. 아까는 살짝 웃었다면, 지금은 입이 귓가에 걸려 있었다.
"응. 많이 보고 싶었어. 자기는 나 안 보고 싶었어?"
"나도 많이 보고 싶었쪄~~"
말투에서도 애교가 뚝뚝 떨어지는 게, 오늘 1차 미션 클리어~ 하루가 행복한 날 되시겠다~
매니저가 6시까지 숙소로 온다니, 그때까지 뭘 하고 놀아야 잘 놀았다고 할까나.
일단, 이른 점심을 먹고 학교 구경이나 시켜줄까? 근데 가보고 싶어할까? 태연에게 물어봤다.
"밥 먹고 오빠학교 구경이나 갈까? 갈만한 곳도 별로 없는데."
"나, 오빠 다니는 학교 가보고 싶었어. 그런데 다니는 사람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했었어.
이왕이면 밥도 학교식당에서 먹자."
태연이 아주 좋아하며 밥도 학교에서 먹자고 했다. 그런데 우리학교 애들 생긴거는 왜 궁금한데?
우리가 보기엔 니들이 더 궁금하거든...
아무튼, 이렇게 해서 오늘 하루 데이트 일정이 정해졌다. 아차! 급한 일 있다고 강의 대출시켜서, 친구들과 마주치면 좀 곤란해질 것도 같은데... 에라이 기왕 결정한 거, 걸리면 안면 철판 신공으로 버티기로 마음먹고 학교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정문으로 들어가 학생회관에서 내렸다.
"일단 밥부터 먹고 돌아보자, 볼 것도 많고 걷기도 많이 걸어야 하니 배부터 채워야 해."
"와~ 산 위까지 건물이 있어. 돌아보려면 한참 걸리겠다."
"건물만 볼 게 아니고, 박물관이나 규장각 같은데도 들어가 봐야 하니 서두르자."
식당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나오려 하자, 기념품 상점에서 이것, 저것 고르고 있었다.
"빨리 가자. 시간 없어."
"그래도, 기념으로 뭐라도 하나 사고 싶어."
"흠! 그래? 그럼 천천히 골라."
태연의 말에 학교를 보여주나, 기념품을 보여주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 원하는 대로 하라고
선심 쓰듯 내 버려뒀다. 같은 값이면 좋은 게 좋은 거지. 한참을 구경하던 태연이 손에 기념품
몇 개를 들고 나를 바라봤다.
고른 걸 다 샀으면 하는 것 같아 전부 계산을 하고는, 커피를 뽑아들고 규장각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규장각을 한 바퀴 돌고 나와, 자하연 쪽으로 걸었다. 박물관도 보여주고 싶었지만, 시간이 모자랄 것 같아 자하연만 보여주고 숙소에 갈 생각이었다.
문제는 지금 여기 있을 리가 없는 몇 놈이 여기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이!"
어이!라니? 차라리 이름을 부르지, 여자랑 있으면 모른 체 해주는 게 예의 아니야?
모르는 척하고 돌아서자니 그런다고 놔둘 놈들도 아니고 할 수 없이 아는 체를 했다.
"어! 소덕대표A 아니야? 이 시간에 여기는 웬일?"
덕후놈들이 내게 걸어오다, 내 옆의 태연을 이제야 봤는지 걸음을 멈추고 쭈뼛거렸다.
"야! 늦었거든."
"헤헤헤. 미안하다.”
미안하다며 실없이 웃는 친구놈을 보고 나도 웃었다.
"인사해라. 이놈이 소덕대표A 저놈이B 저놈이C야. 이쪽은 김태연이라고 잘 알지?"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C라고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A입니다." "B라고 해요 잘 부탁해요"
얼어서 딱딱하게 굳은 C놈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야! 동생인데, 뭘 그리 얼고 그래."
"쓰~읍~ 넌 저리 꺼지지?"
이놈이 태연일 보더니 눈이 뒤집혔나? 감히 나에게 꺼지란 표현을 쓰다니.
그래도 마음도 넓고, 키도 크고, 결정적으로 예쁜 애인이랑 같이 있는 내가 참기로 했다.
"정신 차리고, 이쪽으로 왜 내려오는 건데?"
"다향에서 누구를 좀 만나려고."
"그래? 그럼 잘 가라."
"여보게 친구! 약속 캔슬 됐다고, 금방 문자 왔다네."
헐! 이놈이 어디서 거짓말을~ 휴대폰 꺼내는 걸 못 봤구만, 그래도 마음도 넓고 공부도 잘 하고, 역시 눈이 돌아갈 만큼 귀여운 애인이랑 데이트하는 내가 넘어가 줘야지.
"태연인 스케쥴 있어서 좀 있다 가야 하니까, 차나 한잔할까?"
"차는 뭔 차냐. 바쁠 텐데 어서 가봐라."
늘 내 옆에서 나를 챙겨주는 고마운 친구놈들, 이럴 때 인심 써야지 언제 쓰랴 싶어, 친구들을 끌고
호프집에 들어갔다. 안 간다고 버티는 척하다, 못 이기는 척 따라오는 놈들을 본,
태연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자리에 앉아 귓속말로 태연에게 얘기했다.
"니가 궁금해하던 인간들 자세히 봐 둬라"
태연이 내 옆구리를 사정없이 꼬집고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시치미를 뗐다.
친구들과 태연은 생각보다는 쉽게 친해졌다. 나라는 공통 분모가 있으니 씹을거리는 충분했고,
나를 흉보며 서로의 종지의식을 쌓아갔다. 태연아 나를 씹는 게 그렇게 즐겁고 재미나더냐!!
친구들과 나는 호프를 마시고, 태연은 좀 있다 방송이 있으니 쥬스를 마셨다. 이얘기, 저얘기, 나누다 보니 친구놈들이 나에게 묻고싶은 게 있는 듯 했다. 짐작이 가기는 하지만, 태연이 있는데서 할 이야기는 아닌 듯했다. 그렇지만, 언제 해도 할 이야기고, 이기회를 빌어 태연에게 얘기하고 싶기도 했다. 애들에게 궁금한 게 있느냐고 물었다.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
친구들에게 내가 말하자, 서로 눈치를 보며 머뭇거렸다.
"남자가 망설이기는... 뭘 물을지 짐작이 가니까, 부담갖지 말고 물어라."
내가 편하게 말해도 태연과 나를 보는게, 이 자리에서 묻기에는 거북한 모양이었다.
친구들의 부담도 덜어줄겸, 내가 간단하게 정리를 해줬다.
"어떤 걸 물어보든 솔직하게 말할 테니 부담 갖지말고 물어, 태연이에게 물어도 된다."
태연도 승락을 하자, A가 태연에게 질문을 했다.
"태연씨, 정훈이와 무슨 사이에요?"
내가 듣기로는 태연이 대답하기는 어려운 질문인데도, 태연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제가 좋아서 따라다니는 그런 사이라고나 할까요?"
헐! 그런 식으로 대답하다니~ 니가 나를 죽이려고 작심을 했구나. 아니나 다를까 세 놈이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이놈들은 내가 너를 동생으로만 여긴다고 생각하고 있단말이야~
"야! 질문이나 빨리해~ 쓸데없는 거 물어보지 말고 탱덕으로 평소에 궁금했던 거 물어라."
내가 말을 돌리자 평소 부터 탱덕임을 주장했던 C가 고민을 했다. C놈은 생각하라고 하고, �덕인 B에게 물으라고 해야 시간이 절약되겠지?
"B야 니가 물어봐, 저놈은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시간이 좀 걸릴 거 같다."
내 말에 태연이 웃자 덕후들은 태연의 웃는 모습에 정줄을 놓아 버렸다.
이거, 전에 미영이가 웃었을 때도 이런 현상이 있었던 거 같은데? 저놈들! 애들 웃음보고 정줄 놓는 게 습관이 된 건가? 정신을 차렸는지 B가 나를 보더니 물어봤다.
"너에게 묻는 거다. 진지하게 생각하고, 대답하기 거북하면 안 해도 된다."
정색을 하며 진지하게 묻는 B의 말에 나도 진지해질 수밖에 없었다. 좋은 친구들이니 쓸데없는 건
묻지 않을 테니까, 필요하다고 느꼈으니 이 자리에서 묻는 거겠지.
"우리가 전에 너에게 듣기로는, 니가 태연씨를 동생으로 생각한다고 들었는데, 태연씨의 말은 안 그런 거 같다. 넌 태연씨를 어떻게 생각하냐?"
B가 내게 물은 건 금방 대답할 수 있는 거지만, 이것만 묻고 싶었던 건 아닐 거다.
미영이나 윤아와의 관계를 어떻게 할 건지 묻고 싶었겠지만, 태연이 있으니 차마 묻지 못하고, 대신 이걸 물은 걸 테지. 태연이를 생각해서도 오래 생각할 일은 아니었다.
"동생으로만 생각하고 지내다가, 어느 때 부터인지는 몰라도 사랑하게 됐어."
직접적으로 얘기해야 나도 태연도 편할 테지. 내 말을 들은 친구들은 전부 심각한 표정으로 나와 태연을 바라봤다. 나를 보던 c가 나를 보며 물었다.
"마지막으로 물으마. 서로 사랑한다니 우리가 축하를 해줘야 하지만, 네 대답을 듣고 축하를 해도 하마. 둘의 사랑만으로 버티기엔 앞으로 어려운 일이 많을 텐데 끝까지 사랑할 수 있겠냐?"
친구들을 보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말을 듣고 있던 태연이 감격에 찬 표정으로, 내 목을 감싸 안고 귀에 속삭였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우리 둘을 보고 있던 친구들이 호프잔을 들고 다 같이 외쳤다.
"두사람을 위하여~~"
태연이 나를 놔 주고 친구들에게 인사했다.
"정말 고마워요."
"고마우면 싸인 해 주세요~~"
싸인 해달라는 B의 농반 진반에 우린 유쾌하게 웃을 수 있었다.
즐겁게 이 얘기, 저얘기하다보니 태연의 방송시간이 다 돼갔다.
"우린 이만 일어날게. 천천히들 마시다 가라."
"오빠들 오늘 즐거웠어요.
태연이 오빠라고 하자 좋아 죽는 얼굴들 봐라. 어이! 추접스러우니 입은 다물지?
태연이를 바래주고 집에 들어오니 어머니는 안 계시고, 아빠가 윤아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다녀왔... 어? 너 어떻게 이 시간에?”
“흠! 정훈이 왔으니, 난 나가 봐야겠다..”
“네...”
“아빠, 엄마는요?”
“이모네 일이 있어 먼저 갔다. 아빠도 갔어야 하는데 윤아 혼자 놔두고 가기가 걸려서 있었던거다. 엄마와 내일이나 올 거다.”
“무슨 일인데요?”
"이모부가 하시는 사업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야. 나중에 얘기하기로 하고 이만 간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아빠! 감사해요. 잘다녀 오세요."
헐! 아빠라니? 언제부터 아빠가 된거냐? 그나저나 아빠라니까 좋아 죽는다. 하긴 평소 예쁜 딸내미
하나 갖고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양반이셨는데. 이 기회에 윤아를 여동생으로 입적을...
싸알도 안먹히는 소리하다가는 맞아 죽겠지?
아빠가 나가시고 윤아에게 물어봤다.
“너 당분간 못 나온다고 하지 않았어?”
윤아가 배시시 웃으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서있는 나에게로와 나를 껴앉더니 씩 웃으며 말을 했다.
"나 안보고 싶었어? 할말이 그거밖에 없어?"
어이! 너님이, 나님을 아무리 홀리려해도, 나님은 너의 정체를 다 알고 있다능...
내가 애교에 넘어가지 않자, 윤아는 토라진 듯 돌아서서 소파에 앉으며 나에게 말했다.
“내일은 학교에 가야 해서 스케쥴을 뺐거든. 집에 간다고 하고 이리 온 거야.”
“그러면? 너 여기 온 거 아무도 몰라?”
“집에도 전화해 놓았거든, 언니가 잘 대답할거야."
"부모님은?"
"오랜만에 친구랑 노는줄알아. 여기있는건 언니밖에 몰라."
내게 웃어주며 완벽한 알리바이 성립이라는 윤아야! 너 어떡하려고 이러니??
내가 헤픈놈이라서가 아니라, 솔직히 윤아정도 되는애가 "나는 당신이 좋아요!!" 이러는데 누가
그 치명적인 유혹을 거부할 수 있을까? 당신이? 아니면 저기서 모니터를 뚫어지게 보고 있는 저 사람이? 내가 단언하건데 정상적인 남자라면, 윤아가 당신을 보고 "헤~ 웃으며 몸을 살짝 비틀기만 해도" 다리에 힘이 빠지고 정신이 자기집을 이탈할 게 분명할 거다.
나나 되니까 버틸 수 있는거고 정신을 조금 챙길수 있는거지. 난 적응이 좀 됐거든~
흠흠! 그건 그렇고 한동안 못 보다가, 나를 보고싶어 "쇼생크탈출"처럼 치밀한 계획을 세워 엄청난 감시를 뚫고 나를 보러왔다는데 감격하는 척 이라도 해줘야지.
"윤아야! 내일까지는 쁘리~~한거네?"
"응. 너무 보고싶었어."
자연스럽게 말하란말야~ 몸을 안 꼬고, 얼굴을 안 붉히고 말해도 난 이미 너에게 중독됐으니까...
"윤아야~~ 오빠랑 술이나 한잔 할까."
60년대 영화에 나오는 허모씨처럼 느끼하게 말하자, 윤아는 배를 부여잡고 웃고 난리가 아니였다.
"아! 배 아파~ 오빠! 그게 모야~ 엄청 느끼하다. 헤헤헤"
느끼하라고 한건데 느끼하다면 성공이지 뭐~ 아빠가 엄청나게 아끼는 양주를 과감하게 병채로 들고 나왔다. 안주를 챙기고, 얼음을 챙기고, 셋팅을 해서 윤아랑 다정하게 "같이"앉았다.
양주병을 따서 윤아에게 한 잔 따라줬다. 독할 거 같아 얼음도 몇 개 넣어줬다.
“일단 한잔 마시면서 얘기하자.”
나는 스트레이트로 마시고,윤아에게는 얼음을 넣어 줬는데, 손의 체온으로 얼음을 녹이며 홀짝홀짝 잘도 마셨다.
술이 몇 잔 들어가자 윤아의 예쁜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랐다.
이제 갓 스무살, 소녀에서 여자로 접어드는, 그런 나이의 윤아의 유혹에서 나는 자유로울 수 없었다.
*대화체나 문자, 독백의 경우 문맥상 문법에 어긋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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