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펜슈타인 2편. (0.1버젼) 2부 1~6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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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lfenstein.<소피 마르소 편>
스파이
" 그래서... 전 독일군 장교를 유혹해야 했습니다... 수치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성공했지요. "
케이트는 자신의 주변에 몰려든 정장차림의 신사들을 한번 돌아본 직후, 살짝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 보였다. 조국을 배신하고 독일군에게 동생을 팔아 넘긴 남자를 버리고 유일한 육친이라 할 수 있는 케이라를 구출하기 위해 독일 장교를 유혹하던 이야기를 하던 참이었다. 법적인 권리니 양성평등이나 외치던 드센 신여성들만 보아 오던 뉴욕 사교계의 남자들은 이 기품있고 나긋나긋한, 그리고 순종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영국 귀부인에게 정신없이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 그래서 스페인까지 도망칠 수 있었지요. "
연회장의 다른 한쪽에서는 케이라가 또 한무리의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케이트가 귀부인이라면 케이라는 귀처녀 쯤 되는 존재로, 그녀 역시 사교계의 아이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케이트처럼 연약한체를 하거나, 자주 눈물짓지는 않았지만 의연함 속에 배어있는 기품과 재치있는 화술, 그리고 미모로 남자들의 우상이 되어 가는 중이었다.
" 전 나치에 반대해요. 그래서 케이트양을... "
또 다른 한쪽 구석에선 클라우디아가 일부러 약간 독일어 억양이 묻어나는 영어를 구사하며 신사들을 현혹하고 있었다. 이곳 뉴욕에는 독일인도 제법 살고 있었고, 그중엔 나치에 반대해 망명한 사람도 적지 않았는데, 그녀는 바로 그런 독일인을 가장하고 있었다. 게다가 보통 나치 반대자가 아니라 [나치의 손에서 두 귀부인을 탈출시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훌륭한 독일 신여성]행세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굳이 그런 가면을 쓰지 않아도, 그녀의 훌륭한 금발과 조각같은 용모는 그녀가 독일인이라는 사실 자체를 남자들의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기에 충분했다.
망명한 영국인들 중에서는 케이라와 케이트, 그리고 런던 공방전에서 뒤에 남겨진 위번하트 공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그중 몆몆은 기꺼이 세 여자들의 신분을 보장해 주고 후견인이 되어 주었다. 명망있는 귀족 가문의 며느리와 딸, 그리고 그녀들을 구출하는데 위험을 무릅쓴 독일의 젊은 신여성... 누구도 그녀들을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그 덕에 뉴욕의 사교계로의 진입은 순조로웠고, 따라서 세 여자의 임무도 순조로웠다.
세 여자의 임무는 별것이 아니었다. 적국에 잠입하여 되도록 고위직의 인물의 애인(케이트, 클라우디아)이나 아내(케이라)가 되어 정보를 캐내는 것이었다. 알아낸 정보는 [3자매]라는 이름으로 특정 라디오 프로그램에 사연을 신청하는 방법을 통해 영국이나 독일에 있을 슈발츠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게 된다.
케이트가 유혹한 것은 새로이 조직될 미-영 연합함대의 사령관으로 내정되어 있었던 조지 허슬 경(영국 : 가상의 인물)이었다. 그는 올해 나이가 육순을 넘긴 퇴역 장성이었다. 별다른 전공을 갖지 못한 그가 대서양함대를 지휘하는 중책을 맏게 된 까닭은 정치적인 파워 게임의 결과였다. 아직도 상당한 전력과 영향력을 갖고 있는 영국의 망명정부는 적어도 본토 수복작전을 위해 해군만은 주도하기를 원했고, 미군은 대서양에까지 투입할 전력의 여유가 부족한 탓에(태평양에서의 그들의 동맹인 일본은 빈말이라도 정예라고는 부르기 힘든 전력을 가진 한심한 종이군대였다. 사기만은 높았지만, 사기 뿐이었다.) 그런 영국 망명자들의 비위를 건드리면서까지 미국군인을 함대 사령관으로 고집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완전히 대서양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릴수가 없었기 때문에 적절한 선에서 타협을 본 것이다. 미국으로써는 영향력을 끼치키 쉬운, 그리 존재감이 없던 영국인 장성을 사령관으로 임명한 것으로 두 나라의 알력은 줄어들 수 있었다.
케이라가 유혹한 남자는 미군의 대서양사령부의 핵심 조직인 참모부에 근무하는 젊은 장교인 벤 핸더슨(미국 : 가상의 인물)이었다. 도버 해협에서부터 독일군과 상대해 온 이 젊은 정보장교는 미군의 가장 핵심적인 정보를 다루며 접근할 수 있었다. 케이라는 우연한 만남을 가장하여 몆번이나 이 젊은 장교의 마음을 사로잡은 후 그에게 고백받았다. 그리고 결혼 후 그에게 처녀를 바쳤다. 그리고 사이좋은 잉꼬부부가 된 케이라와 벤은 무엇이든 서로 의논하는 사이가 되었다.
클라우디아는 미국의 군사기술 연구소의 연구원 중 한명인 윌 오함마 박사(미국: 가상의 인물)의 애인이 되엇다. 불륜을 주도한 끝에, 그녀는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그를 압도할 수 있었다. 밀회를 위해서 오하마 박사는 클라우디아를 독일인은 취업 자체가 불가능하던 연구소에 취직시켰고 가장 비밀스러운 프로잭트를 수행하는 곳까지도 무사통과할 수 있는 패스카드를 만들어 주었다. 밀회를 하면서, 클라우디아는 미국의 최신기술을 마음껏 엿볼 수 있었다.
세명의 여자는 완벽하게 잠입 스파이 노릇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쟁의 진행 상황은 대서양 해전에서 두차례의 쓴맛을 본 미국/영국(망명)/프랑스(망명)의 연합국과, 유럽을 정복한 독일이 서로를 노려본 채 숨을 고르고 있는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황혼의 사랑-
케이트가 유혹한 것은 새로이 조직될 미-영 연합함대의 사령관으로 내정되어 있었던 조지 허슬 경(영국 : 가상의 인물)이었다. 그는 올해 나이가 육순을 넘긴 퇴역 장성이었다. 별다른 인상적인 전공을 기록한 적이 없는 그가 대서양함대를 지휘하는 중책을 맏게 된 까닭은 정치적인 파워 게임의 결과였다. 아직도 상당한 전력과 영향력을 갖고 있는 영국의 망명정부는 적어도 본토 수복작전을 위해 해군만은 주도하기를 원했고, 미군은 대서양에까지 투입할 전력의 여유가 부족한 탓에(태평양에서의 그들의 동맹인 일본은 빈말이라도 정예라고는 부르기 힘든 전력을 가진 한심한 종이군대였다. 사기만은 높았지만, 사기 뿐이었다.) 그런 영국 망명자들의 비위를 건드리면서까지 미국군인을 함대 사령관으로 고집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완전히 대서양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릴수가 없었기 때문에 적절한 선에서 타협을 본 것이다. 미국으로써는 영향력을 끼치키 쉬운, 그리 존재감이 없던 영국인 장성을 사령관으로 임명한 것으로 두 나라의 알력은 줄어들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문에, 필연적으로 허슬 경 자신은 미국과 영국 망명정부 사이에서 우왕좌왕 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리고 거기에 케이트가 끼어든 것이었다. 그녀는 교묘한 화술과 사교계 여인 특유의 필살기인 갸냘픈 척을 동원해 허슬 경의 마음을 온통 흔들어버린 다음, 잠자리에서는 과감한 테크닉으로 허슬 경을 완전히 사로잡아버렸다. 그 결과로, 케이트는 영국과 미국의 연합함대에 대한 일급기밀을 마치 자기네 집 가계부 들여다보듯이 알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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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허슬 경(61)은 지금까지 줄곧 2인자였다. 그는 인디아 주둔지의 시크교도 반란부터 보어-트랜스발 전쟁, 1차 세계대전 등을 거쳐오면서 로열 네이비의 자랑스러운 일원으로 복무했지만, 언제나 전면에 나서는 일은 없었다. 전형적인 영국 군인이 그렇듯이, 견실하고 꼼꼼한 성격을 가진 그는 주로 행정/보급계통에 자주 종사했고, 직접 전투에 참가한 일은 한 손에 꼽을 만큼도 안되었다. 1차 대전에서도 수송함을 호위하는 함대를 지휘하는 역할을 맏아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했지만 그의 수고를 알아주는 사람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몆몆 상급자 밖에 없었다.
그렇게 2차 대전이 일어나기 직전, 그는 중장으로 퇴역하기로 했다.
전역신청을 하고, 고용인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사를 하기 위해 짐을 꾸리는 동안, 젊은 시절에 쓰던 기병도 등의 물품들을 몆가지 발견한 그는 그는 잠시 회상에 젖었다.
[그때는 참 꿈많은 청년이었지. 아니, 그럭저럭 훌륭한 인생 아니었던가?... 이만 하면 된게지.]
철저한 군인이었던 덕에, 그는 가정에 그리 충실한 남편이라고는 입이 비뚤어져도 말하기 힘든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죽은 아내는 그런 그를 이해해 주었고, 두 아들도 그를 동경해 사관생도가 되었었다. 하지만 수십년동안 복무한 그에 대한 군부의 푸대접에 실망한 두 아들은 미국으로 이주해 가정을 꾸리고 터전을 잡았고, 이제 그도 그들과 함께 여생을 보내기 위해 짐을 꾸리는 것이엇다.
하지만 그가 대서양을 건너는 동안 독일이 폴란드를 단 사흘 만에 점령했다는 믿기 어려운 뉴스와 함께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했다. 아직도 자신이 현역이라고 생각한 그는 급히 본국에 복무복귀신청을 냈고, 받아들여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도버 해협 공방전이 시작되었다.
독일군 답지 않은 압도적인 물량공세로 인해 사령부에서 고수하려던 도버 라인이 무너진 것을 안 것은 그가 엔트워프항에 도착한 직후였다. 독일의 2개 사단이 런던 인근에 상륙했다는 사실을 안 그는 당장 런던 방어전에 지원했지만, 사령부로부터 받은 명령은 최대한의 인원과 전략물자를 챙겨서 미국으로 수송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수송함인 [7월]호와 1차 대전때 사용하던 호위 구축함인 [시 서팬트]호를 지휘하여 1700명에 달하는 피난민을 대서양을 건너 뉴욕까지 실어날랐다.
서쪽으로 향한지 이틀째 되던 날, 그는 대영제국의 수도인 런던이 함락된 사실을 무전으로 전해 들었다. 부함장을 비롯한 많은 사관들이 어린애처럼 울었지만, 그는 그들을 격려하고 다그쳐 뉴욕까지 무사히 피난민들을 호위했다.
그리고 대서양에서 벌어진 1차, 2차 해전에 종사했다. 그리고 2차 해전에서 그는 처음으로 슈발츠를, 아니 그가 탄 기함인 베오울프를 대면하게 되었다.
" 함장님, 앞에 아군 함정이!... "
" 이대로 전진한다. 주포의 사수들은 준비 해라. "
눈앞에 아군 구축함이 불꽃에 휩싸이는 것을 보면서도 그는 부하를 독려해서 아군의 대열을 헤치고 베오울프가 육안으로 보일 정도의 거리까지 접근해 갔다. 그때 그는 그 [늑대 인간]의 거대한 함체와, 그 300mm주포가 불을 뿜는 것을 처음 보았다.
[괴물 같구나...]
그가 처음 베오울프에게 받은 인상은 그것이었다.
" 사거리를 확보해라. 대공장비는 어떻게 된건가? "
" 2번함 굉침, 아크 로열과 교신이 끊어졌습니다. 함장님, 이렇게 가다간 전멸입니다! "
" 아니, 이대로 전진한다. 진로는 북동으로! 주포 일제발사! 놈들에게 로열 네이비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걸 보여줘라! "
수십차례, 귀청을 찢는 포격음이 함교를 떨어울렸다. 절반은 시 서팬트의 것이고, 절반은 베오울프의 포탄에 맞아서 나는 소리였다. 바다뱀과 늑대인간은 서로 십수발의 포탄을 교환했다. 하지만 상대의 300미리 주포의 위력은 그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컸다. 그리고 하늘이 베오울프의 것이었다.
베오울프측의 공격 중에 세발의 포격과 두발의 뢰격이 시 서팬트에 적중했다. 그것은 바다뱀에게 항해 불능에 가까운 타격을 입혔다. 초탄과 후발탄의 명중으로 제 2 주포가 전투불능이 되었고 마지막 세발째의 포탄은 함교의 아래층을 직격했다. 그 덕에 통신이고 지휘고 온통 마비상태가 된 것은 물론이었고, 두발의 어뢰가 명중하여 기관부까지 한때 침수당했다.
" 이탈! 북쪽으로 이탈한다! 해류를 타라! 전 승무원은 수리와 소화 작업을 서둘러라! "
그가 전투중에 마지막으로 내린 명령은 이것이었다.
이 전투로 그는 60여명의 승무원을 잃었다. 시 서팬트에서 발사된 180mm함포의 포탄 중 절반 이상(약 십여발)이 베오울프를 직격했지만 흠집 하나 내지 못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하지만 그 용감한 돌격 덕분인지, 의외로 배는 무사히 전역을 벗어날 수 있었다. 베오울프의 함교에서 시 서팬트를 전투 불능으로 분류한 덕이긴 하지만, 그는 그것까진 몰랐다. 이 전투에서 그는 바닥에서 튀어오른 파편을 허벅지에 맞았지만 전투가 끝날 때 까지 그것을 느낄 수가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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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벅지의 상처를 치료할 겨를도 없이 겨우 뉴욕으로 복귀한 그를 기다리는 것은 2계급 특진(즉 원수)과 이제 거의 껍데기만 남은 로열 네이비와 미국의 대서양 함대를 합친 연합함대의 제독이라는 허울좋은 타이틀이었다. 베오울프와의 단 한차례의 충돌 만으로 영국 해군의 대부분의 지휘관이 불귀의 객이 되었던 탓이었다. 거기에 얼마 후에는 아프리카로부터 달려오던 인도양함대까지 베오울프의 손에 분쇄되어 버렸다는 뉴스가 추가되어 한층 더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망명정부의 수뇌부는 미국으로부터 분배받은 자원과 인력 모두를 함대 재건에 투입하기로 결정하지 않았다. 케추아라는, 뉴욕에서 가까운 고산지대를 중심으로 상륙을 대비한 육군의 훈련장도 건설했기 때문이었다. 허슬 경은 아직 완전하지 않은 독일 해군을 신속하게 격파하는 것이 당면의 최 우선 과제라고 생각했지만, 양군 사령부의 생각은 독일이 당분간은 대서양을 건너서까지 타격을 가할 만한 여력이 없기 때문에, 무리한 공격을 하기보다는 주어진 시간과 비축된 힘을 최대한 사용해서 모든 상황에 대비하자는 것이었다.
일견 올바른 전략같아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그 덕에 독일은 유럽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귀중한 시간을 벌게 되었다. 프랑스와 영국에 확고한 기반을 마련하게 된 독일이 대서양 건너를 넘겨다 볼것은 자명한 이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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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지부진한 해군의 회복을 도모하던 가운데, 그는 케이트를 만났다.
" 어머, 실례합니다. "
영국군의 전/현직 고위 장성들과 그 가족들끼리 모이는 만찬에서, 허슬 경은 처음 케이트와 만났다. 좁은 통로에서 허슬 경과 마주친 그녀는 가볍게 놀라면서 마치 소녀처럼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숙이고 그의 옆을 지나쳐 갔다. 그녀의 머리로부터 풍겨나오는 익숙한 향기 때문에, 허슬 경은 죽은 아내를 떠올렸다.
파티의 분위기와는 좀 따로 놀면서 구석에 우두커니 서 있던 허슬 경에게 말을 걸어온 것은 케이트였다.
" 혼자 서 계시는게 쓸쓸해 보이네요. 부인께서는 오지 않으셨나요? "
이번엔 허슬 경이 깜짝 놀랄 차례였다. 하지만 잘해야 딸이나 손녀뻘 되는 여인과 처음 마주친 후 마치 소년같은 기분이 든 그는 그녀의 접근이 싫지 않았다.
그리고 금새 그는 이 젊고 아름다운 여인에게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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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만남은 비밀로 하기로 하지. "
서로를 알아간지 1개월째 되던 어느 날이었다. 허슬 경의 말에 케이트는 금새 울상이 되었다.
" ... 제가 싫으신 건가요? "
허슬 경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 그럴 리가 있는가... 나에게 과분한 복이지. 하지만 남의 눈이란게 있으니 말이야. 그리고 케이트 너도 언젠가는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할것인데 이런 일로 흠집이 나서야 되겠나. "
허슬 경이 손을 뻗어 뺨을 쓰다듬자, 케이트는 그의 손을 붙잡고 뺨을 부비대며 아양을 떨었다.
" 아아...저는 당신밖에 없어요. 그리고 제 전남편은... 실수는 한번으로 족해요. 재혼은 하지 않을거에요. 하지만... 당신이 싫으시다면 비밀로 할께요. "
그 사랑스러운 모습에 허슬 경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끌어당겨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두사람의 [비밀스러운 관계]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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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응... 그래서 당신은 함대를 좀 더 원하는데, 윗선의 정치인들은 육군에 신경쓰고 있다는 거네요?... "
밀회장소인 케이트 소유의 별장의 침실에서, 허슬 경의 품에 고개를 묻은 케이트가 넌즈시 그를 떠보며 정보를 캐내고 있었다. 그녀의 질문 방식이 워낙 은근하고 천연덕스러웠기 때문에, 허슬 경은 별 경계심 없이 자신이 아는 바를 그녀에게 말해 주고 있었다.
" 그렇지, 사실상 우리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당장 독일 해군을 격파하기 위해선 함대에 올인해도 모자랄 판국에... 거기에 걸핏하면 미국과 쓸데없이 마찰을 일으키질 않나... "
" 마찰을 일으킨다니요? "
허슬 경은 고개를 저었다.
" 아직도 세계의 바다를 지배하는 대영제국으로 착각하는건지, 망명정부의 정치인들은 걸핏하면 미국과 신경전을 벌여. 지금 우리가 독일을 이기기 위해서 필요한건 자원이지 자존심이 아닌데... "
" 한심하네요. "
" 그래, 한심하고 한심하지. 그리고 나도 한심하고. 그래도 어쩌겠나... "
허슬 경은 자신을 올려다보는 케이트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어 주었다.
" 우리에게 남은 거라곤 그런거 뿐일지도 모르지. "
" 어머 불쌍한 분. 제가 위로해 드리죠. "
케이트는 야릇한 웃음을 지으며 이불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허슬 경의 성기를 더듬어 찾아냈다.
" 으음... 좋군. "
그녀의 길고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터치를 당하자, 허슬 경은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터트렸다. 케이트는 교묘한 손가락 테크닉으로 축 늘어져 있던 그의 남성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었다.
다시 허슬 경과 길게 입맞춤을 하면서, 케이트는 그의 몸 위로 올라갔다. 그의 성기를 자신의 보지 속에 잘 맞추어 삽입한 후, 그녀는 보지를 부드럽게 조이며 몸을 일으켰다.
" 으음... "
다시 허슬 경의 입술 사이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런 그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케이트는 서서히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의 동시에, 허슬 경의 손이 그녀의 엉덩이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 아으응!... 좋아요. "
색에 도취된 음탕한 표정을 지으며, 케이트는 다시 섹스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뜨거운 열기가 다시 한몸이 된 두명을 감싸고 방안을 채워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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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슬 경이 잠든 사이, 그의 서류가방을 열어서 서류들을 하나 하나 사진을 찍은 케이트는 다시 모든걸 원래대로 해 놓고 침대로 돌아갔다. 세상 모르고 잠든 아버지뻘의 남자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그녀는 측은함을 느꼈다. 그와의 섹스는 온통 연기일 뿐이었다. 슬플 정도로, 그의 남성으로부터 아무런 쾌감을 느낄 수 없었다. 이미 그녀는 슈발츠로부터 주어진 변태적인 쾌감에 뼈 속까지 담금질 된 상태 였기 때문 이었다. 그를 동정하면서도, 그를 이용해 캐낸 정보의 [보상]으로 주어질 쾌감을 생각하며 케이트는 다시 아랫도리를 축축하게 적시는 것이었다.
" 잘자요... "
그녀는 그의 이불을 정돈해 주고 침실을 나왔다. 현관을 나서서 바깥의 차가운 공기를 쐬자, 조금은 정신이 드는 느낌이었다. 케이트는 생각했다. 그녀가 하는 행위는 조국을 배신하는 행위였다. 하지만 조국이 그녀에게 무엇을 해주었는가 라는 질문이 다시 던져졌다. 그리고 그녀는 주인님, 즉 슈발츠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주었던 압도적인 쾌감을 떠올리자 마자, 그녀는 다시 정신이 아득해져 왔다. 그 쾌감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 아... "
쾌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혼몽 상태가 되어버린 케이트의 앞에서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큰 키에, 육감적인 몸매를 한눈에 드러내는 검은 야행복 차림을 한 방문자는 클라우디아였다.
아무말 없이 클라우디아가 내민 손에 카메라의 필름을 넘긴 케이트. 클라우디아는 야릇한 웃음을 지으며 케이트에게 바싹 다가섰다. 그녀는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주인님이 주는 보상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클라우디아도 그녀에게 보상을 줄 수 있었고, 그럴 생각이었다.
" 자 이걸 봐. "
클라우디아가 내민 손바닥에 올려진 하얀 알약을, 케이트는 알고 있었다. 노예가 되면서 먹었던 바로 그 알약이었다. 격주에 한번씩, 그녀는 정기적으로 그 알약을 지급받았다. 지금까지도 그녀는 그 알약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다만 그것만 보면 입안에 군침이 돌고 심장이 뛰었다. 그녀는 그것을 간절히 원했다.
마치 먹이를 보는 굶주린 짐승같은 케이트의 표정을 내려다보며, 클라우디아는 웃었다. 웃으며 손바닥에 놓여진 알약을 자기 입에 털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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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의 놀라움도 잠시, 알약을 입에 넣은채, 클라우디아는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받쳐올리고 그녀의 입술에 자기 입술을 포개었다. 여유가 있는 다른 손은 케이트의 허리를 안고 그녀를 바싹 끌어당긴 후 엉덩이의 골짜기를 더듬었다.
케이트의 입이 열리고 엉덩이도 열렸다. 입으로는 클라우디아의 혀가 침입해와 알약을 건네주었고, 그녀는 그것을 기꺼이 삼켰다. 동시에 다시 허리가 거칠게 끌어당겨지고, 클라우디아의 손가락이 그녀의 항문을 침입해 들어왔다. 그리고 격렬하게 혀를 빨리웠다. 순식간에, 그녀의 정신은 도원경으로 날아갔다.
" ...응읍!... 으... 으으으으... "
케이트의 눈동자가 뒤집어지며, 한줄기 씩의 눈물이 각각 양쪽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키스와 항문의 애무만으로 절정에 달해 버렸던 것이었다.
그녀가 온 몸을 부르르 떨며 절정에 달하는 동안, 클라우디아는 그녀가 망가지는 모양을 재미있다는 듯한 눈빛으로 관찰하며 혀와 손가락으로 케이트의 입과 항문을 범했다. 몆번이나 거듭해서 진저리를 친 후, 힘이 쭉 빠져나가는 케이트의 입술에서 자신의 입술을 뗀 클라우디아는, 케이트가 자신의 말앞에서 서서히 허물어지는 광경을 보며 항문에 끼워넣었던 손가락도 빼냈다.
" 하아!... 아... 아으으... 으아아아... "
너무 좋은 나머지, 케이트는 웃으며 울고 있었다. 배설기관인 항문을 통해, 동성인 클라우디아의 손가락으로 받은 쾌감은 허슬 경의 시든 자지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렬했다. 배덕적이고도 수치스러웠지만 그것이야 말로 그녀가 원하는 쾌감이었다. 클라우디아의 애무에 삽시간에 압도당한 그녀는 잠시도 주체하지 못하고 입과 항문으로 절정에 달해 버렸고, 그대로 클라우디아 앞에서 마룻바닥에 허물어지듯 쓰러졌다.
클라우디아는 쓰러진 케이트의 잠옷 치마를 들추었다. 전형적인 영국 귀부인들이 사용하는 섬세한 레이스가 달린 속옷이 아까울 정도로, 다리 사이가 온통 흥건하게 젖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손으로 그것을 잡아당겨 무릎까지 내린 후, 드러난 보지를 보니 클리토리스가 충혈된 것이 보였다. 농염하고, 한편으로는 귀여운 모습이었다. 그것에 키스해주고난 후, 클라우디아는 다시 케이트의 옷매무새를 원래대로 고쳐두었다.
" 계속 열심히 하도록. 결과가 좋으면, 다음엔 이곳을 귀여워 해줄지도 몰라. "
" 아...아하...네...열심, 열심히...하겠습니다. "
눈물, 콧물까지 흘리며, 케이트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케이트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켰을 무렵엔 클라우디아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 자유 연애 -
벤 핸더슨은 젊고 전도 유망한 장교였다. 그는 표면적으로는 대서양 함대 사령부의 참모부에 속해 있었지만 실상은 대 유럽 정보전 관련 부서에서 유럽 대륙에서의 레지스탕스 작전을 입안하고 지휘하는 더없이 중요한 임무를 맏고 있는 몆명 안되는 고위 장교 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젊은 인물이었다.
다른 정보장교들과 달리, 그는 유럽 현지의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과 접선해 그들로부터 독일군의 최신 정보를 얻는 작전을 실행하고 있었다. 그가 사용하는 손은 주로 중립국인 스페인으로부터 투입한 공작원으로, 대부분이 전쟁을 피해 피난온 프랑스의 일반인들, 그것도 주로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이었다. 이들이 다른 스파이들보다 유리한 점은 현지인이라 현지 지리와 사정에 밝다는 점, 그리고 독일군 장교들에게 자연스럽게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원래 그가 입안한 작전은 독일 국내의 사정을 알기 위해 독일 여자들을 세뇌시켜서 역 스파이로 투입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본격적인 전쟁이 벌어지기 전부터 시작했는데 작전이 시작되기도 전에 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목적하는 방향과 타겟이 바뀌어 버렸다. 그러나 이미 작업한(?) 것도 있고 해서, 그럭저럭 삼년여의 시간을 소비한 결과, 유럽에서의 정보망 구축은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고 있었다.
그가 케이라를 따로 만난 것도 처음엔 그런 자신의 [일]에 협조를 구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적당히 가벼운 마음이기도 했고). 하지만 그가 처음에 간과한 사실이 발목을 잡았다. 케이라는 한번 독일군에 의해 체포되었던 몸이고, 아마도 지금도 추적당하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일을 단념한 벤의 눈에 비친 것은 영국 귀족 출신 영애의 아름답고 기품있는 자태였다. 그때까지 여자들을 자신의 임무수행을 위한 도구로만 보아 왔던 벤이었지만 새삼 케이라의 아름다움에 끌렸던 것이었다. 물론 거기엔 영국 귀족 출신의 여자라는 묘한 도전정신 같은 것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몆번이나 만남을 가지는 동안, 벤은 케이라에게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그녀에겐 미국의 자유분방한 젊은 여성들에게는 없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벤은 케이라를 위해 반지를 사게 되었다. 그리고 한달음에 케이라가 살고 있는 집으로 달려갔다.
" 무슨 일인가요 벤? "
현관의 문을 열고 나온 케이라의 뒤로부터 불빛이 비쳐 나와, 그녀의 부드러운 목의 선이 우아하고도 매혹적인 라인을 만들고 있었다. 그것은 벤에게는 아찔할 정도로 섹시한 모습이었다. 벤은 그대로 그녀의 손을 붙잡고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등에 키스를 퍼부었다.
" 아이, 여기서 이러시면 제가 부끄럽잖아요. 들어오세요. "
" 아니, 이대로 당신에게 하고 싶은 청이 한가지 있소. "
" 무엇인가요? "
벤은 품에서 반지가 담긴 작은 곽을 꺼내어 열어 보였다. 케이라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작은 다이아몬드가 박힌 은반지였다. 원래 화려한 생활을 즐기던 영국 귀족의 영애의 눈에는 차지 않을 정도로 작고 볼품없는 반지이긴 했지만, 벤 같은 미국의 젊은 장교가 방탕한 생활을 자제하고 정직하게 월급을 모아 산 반지였다.
케이라는 얼굴을 붉혔다. 손으로 입을 가린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 케이라 양, 나와 결혼해 주시겠소? "
" 네, 그럴께요, 그러구 말구요... "
참을 수 없다는 듯 벤에게 달려들어 그의 목을 끌어안은 케이라는 그와 열정적으로 키스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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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하해~ "
" 축하해요~ "
박수와 환호소리, 휘파람 소리, 사람들의 축하와 함께, 케이라는 벤과 결혼식을 올렸다. 케이라의 의향을 반영한 벤의 주도로, 해군기지에서 가까운 교회에서 몆몆 지인들만 초대한 채 조촐한 규모로 연 결혼식이었다. 물론 [탈출]의 동료이던 클라우디아와 케이트는 케이라측의 하객으로 참가했다. 벤의 임무 때문에 신혼여행도 뒤로 미루어야 했지만, 케이라는 그런건 상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녀가 자신의 일을 이해해 준다고 생각한 벤은 그녀의 마음 씀씀이가 기쁘고 고마웠다.
결혼을 앞두고 미리 사령부 근처에 자신과 새로운 가족인 케이라를 위한 관사를 얻은 그는 결혼식이 끝나자 마자 곧바로 그녀를 납치하다시피 차에 태워 관사로 차를 날듯이 몰았다.
" 이곳이 우리의 새 보금자리야. "
" 좋네요. 정말 아담하니 멋진 집이에요. 어멋!... "
관사는 하얗게 페인트칠 되어 있어서 대서양의 여름 태양 아래서 환하게 빛났다. 조수석에서 그녀가 일어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벤은 그녀를 안아 들고 곧바로 관사로 성큼섬큼 걸음을 옮겼다.
" 이것이야말로 로마식 전통이지. "
벤의 품에 안긴채, 케이라는아무말 없이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자신을 기다리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 아아!... "
벤은 제법 난폭하게 케이라를 침대 위로 던졌고, 곧바로 그녀의 옷을 벗기려고 했다. 케이라는 당황해서 소리쳤다.
" 먼, 먼저 샤워부터... 꺄악! 왜그리 급해요? "
케이라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자, 그제사 벤은 정신을 차렸다.
" 아, 미안... 당신이 너무 아름다와서 나도 모르게... "
벤이 사과하는 틈을 타서, 케이라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일어섰다.
" 강간이라도 할 셈인가요? "
" 미안, 미안해. "
케이라는 짐짓 화난 표정을 지으며 눈을 흘겨준 후, 침대에서 내려와 샤워실로 향했다.
" 후우우... "
옷을 벗고난 후, 그녀는 거울에 스스로의 몸을 비추어 보았다. 금발의, 버들가지 처럼 마른 몸을 가진 여자가 거기 있었다. 스스로의 가슴을 보고난 후, 케이라는 케이트의 가슴을 생각해낸 후 한숨쉬었다. 그녀는 자신이 가슴이 조금 더 컸더라면 [주인님]이 자신의 처녀를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주인님은 그녀의 처녀를 가지지 않았고, 지금 그녀는 자신의 처녀를 혐오스러운 미국인 장교에게 바쳐야 했다. 아무리 [임무]라지만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그랬다. 벤으로부터 청온을 받았을때, 케이라는 속으로는 비명을 질렀다. 클라우디아와 함게 공작한 결과였고 예상하던 바였지만 제발 실패하기를 바랄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기회는 지나갔고, 주인님으로부터 진정한 노예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저 징그러운 고릴라 같은(사실 벤은 꽤 미남 축에 속했는데, 슈발츠의 완벽한 모습을 이미 보아버린데다 그에게 맞추어 세뇌 조교된 케이라는 그의 근육질 몸매를 보고도 두려움과 역겨움이 앞설 뿐이었다) 남자에게 고이 간직해 오던 순결을 바치고 그의 사랑과 신뢰를 완벽하게 얻어야 했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면서, 수심에 잠기어 있던 케이라는 마침내 마음을 다잡고 입술을 깨물었다. 몸을 닦은 후 샤워 가운만을 걸친 그녀는 과감하게 그 [고릴라]가 기다리는 침실로 가기 위해 욕실의 문을 열었다.
" 오래 기다렸어요? "
" 아니, 아니 그래. 정말로 몆분간인데 죽을 것 같았어. "
벤은 횡설수설하다가 안절부절했다. 그는 마치 케이라가 건드리면 깨지는 유리라도 되는 양 소중히 조심조심 다루었다.
"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돼요. 당신은 내 남편이고 나는 당신의 부인이에요. 그리고 나는 당신이 훌륭한 남자인걸 알아요. "
벤에게 용기를 북돋워준 후 케이라는 스스로 침대 위에 올라가 누웠다. 그리고 눈을 감고, 입고 있던 가운의 앞 매듭을 풀었다.
" !! ... "
벤의 입이 함지박한큼 벌어진것을, 케이라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벤의 입이 딱 벌어진건 사실이고, 곧이어 그의 머릿속에서 이성의 끈이 [툭]소리를 내며 끊어져 나간 것도 사실이었다.
" 오오오! 케이라! 케이라! 사랑해에에에!!! "
곧바로 알몸이 되어버린 벤은 야수처럼 괴성을 지르며 케이라를 덮쳐왔다.
" 꺄아악! "
" 하앗!... 하악!... "
다리가 벌려지자 마자, 다시 살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끼며, 케이라는 비명을 질렀다. 채찍으로 맞는 것에 비할 수는 없는 고통이었지만, 아픈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타격이 컸다. 어린애처럼 울면서, 케이라는 클라우디아가 가르쳐준 대로 벤을 꽉 끌어안았다.
" 아아 벤~! "
" 오오 케이라!... "
케이라는 벤를 힘껏 끌어안자 한결 고통이 가시는 것을 느꼈다. 아프기만 하고 좋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벤의 짧고 폭풍같은 정사가 끝날 때 케이라 역시 절정을 가장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 아아... 아아... "
" 허억허억... "
뜨거운 사정감, 속으로 혐오감을 삭이면서, 케이라는 감격했다는 얼굴을 가장하고 벤을 올려다보았다. 그녀를 정복했다고 믿는 야비한 미국 남자의 얼굴이 가까이 있었다. 그가 헐떡이며 내쉬는 숨이 심히 역겨워서 다시 그를 끌어안으며, 케이라는 서러움에 울었다.
" 아아 벤...벤... "
차마 주인님이라 부를 수 없어서 더더욱 서러운 케이라였다. 하지만 벤이야 그것을 알리가 없으니, 다만 감격하고 또 감격할 뿐이었다.
그렇게 서로 다른 꿈을 꾼 폭풍같은 첫날밤이 시작되고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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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왕님 -
" 허억...허억... 클, 클라우디아! 허어억!... "
클라우디아는 새로운 [애인]인 윌의 몸 위에 올라타고 허리를 정신없이 놀리고 있었다. 사방이 방음벽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그녀의 새로운 [직장]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신성한 직장에서 업무시간인 그녀의 엉덩이 아래 깔린 남자인 윌은 천재들이 모인 미국의 국방연구소의 연구원으로, 미국의 최신 군사기술의 집약지인 맨해튼 연구소(가명)의 부소장이기도 했다.
" 하아...하아... 좋아요. 당신, 좀더... 하아앗! "
" 우우욱!... 클라우디아아!!... "
막 절정을 맞이하며 사정하는 남자의 타이밍에 맞추어, 클라우디아는 엉덩이를 들어 자지를 빼내었다. 윌이 발사한 정액은 허무하게도 허공을 흩날리다가 대부분 그 자신의 배 위로 떨어졌다.
" 하아...하아... "
" 허억...허억... "
잠시동안, 클라우디아는 일부러, 윌은 어쩔 수 없이 아무말도 못하고 절정 후의 여운을 즐겼다. 슈발츠에게 길들여진 클라우디아로써는 윌과의 섹스는 단지 연기일 뿐이었다. 하지만 상대인 윌은 그녀의 압도적인 색기와 테크닉에 압도당해 아무것도 못한 채 그냥 발사하고 마는 것이었다.
" 아...좋았어요 당신. "
클라우디아는 색기를 가득 머금은 미소를 지으며 윌의 품안에 매달렸다. 윌은 그녀의 교태에 넘어가 헤벌레 하면서 클라우디아의 이마에 키스했다. 윌의 품에 안긴채 그를 올려다보며(사실, 클라우디아의 키는 윌보다 컸다...) 다시 윌에게 말을 걸었다.
" 아... 그나저나, 밀회 장소론 정말 적절하네요 이곳. "
" 그래, 무엇보다도 나 이외엔 아무도 출입할 수 없는 곳이니까. "
그들의 밀회장소는 단순한 방음시설이 된 방이 아니라 연구소에서도 최 중심부에 속하는 음파병기(윌의 연구) 실험실이었다. 지금은 치우고 없지만, 음파의 공명을 이용해 강철로 된 물건들을 엿가락처럼 만들어버리는 프로토타입 음파무기를 설치해 다양한 실험을 하도록 만들어진 곳이었다.
사방을 주의깊게 관찰하면서, 클라우디아는 자신이 유혹한 이 남자, [윌]의 사정을 떠올렸다. 그의 아내인 라찌는 중국 이민자 출신으로, 현모양처의 귀감이라 할만한 여자였다. 윌도 처음엔 라찌의 동양적인 매력에 빠져 금슬좋은 몆년을 보내었다. 다만 원래부터 잠자리에 대해서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던 그녀는 아이들을 낳고 나서 몸이 불어나기 시작하자 점점 더 윌과의 잠자리를 멀리하게 되었고, 윌 역시도 몸이 불어난 라찌에게서 성적인 매력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이 섹스리스의 상태인 윌을 구제해준 천사가 바로 클라우디아였다. 슈발츠의 명령 하에서 몆번이나 비슷한 상태인 나치의 뚱보들을 상대해보았던 클라우디아는 윌의 욕구불만을 단번에 파악했고, 그 상태에서 유혹하는 것 자체는 손바닥 뒤집기보다 쉬운 일이었다. 무엇보다 클라우디아는 최상급의 독일산 미인이었고 슈발츠의 가장 훌륭한 노예이자 잠자리 상대였으니.
다시 클라우디아는 윌에 대해 평가해 보았다. 그의 섹스 테크닉이나 지구력은 보통 이하였다. 그냥 단순히 결혼생활을 유지하기에 지장없을 정도의 솜씨였다. 하지만 그동안 좀 참았던 것이 한번에 폭발했는지, 윌의 성욕은 제법 왕성해서, 이렇게 근무시간 중에도 수시로 클라우디아 불러내곤 했다.
하지만 클라우디아는 달라고 다 주면 매력없는 여자라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고, 이렇게 대낮에 그와 섹스를 하는 것은 그가 새로운 흥미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녀의 [튕김]에 조바심이 난 윌은 클라우디아에게 자기 자랑질을 하고싶은 나머지 독일인은 취업 자체가 불가능한 맨해튼 연구소에 그녀를 위장취직 시켰고(자기 비서로) 거기에 더해 기밀지역을 성지순례하며 섹스를 즐기는 중이었던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 연구소에서 다루고 있는 많은 기밀들에 대한 자료가 클라우디아를 거쳐 슈발츠의 서류의 산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 하지만 당신. 이건 그냥 텅 빈 방일 뿐이잖아요?... "
" ... 훗훗훗, 누구나 처음엔 그렇게 생각하지. "
윌은 침대로 사용하고 있던 테이블에서 몸을 일으킨 후, 옷매무새를 추스리고 클라우디아를 데리고 방음실의 옆방으로 향했다. 두꺼운 유리를 통해 방금 그들이 있었던 방음실을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그 작은 방의 벽에는 기계장치들이 잔뜩 있었다.
" 잘 봐둬.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이거라구. "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윌은 기계장치 중 하나에 달린 빨간 스위치를 눌렀다.
우우웅... 따따따따따따...
기계음과 체인들이 얼크러지는 음향과 함께, 방음실의 바닥이 열리며 커다란 원통형 기계가 서서히 올라왔다.
철커덕!
완전히 다 올라온 그 기계가 고정되는 소리가 나자, 윌은 이번엔 다른 스위치를 눌렀다.
차라락... 철컹!
원통형 기계 앞에, 강철로 된 표적판이 모습을 나타내었다. 윌은 클라우디아를 돌아보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 원래는 며칠 더 있다가 확실해지면 보여 주려 했었는데 말이야, 참을수가 없어서 말이지. "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윌은 다음 스윗치를 눌렀다.
...
" 아무일도 없는데요? "
" 조금만 더 기다려 보라구. "
과연, 윌의 자신감엔 이유가 있었다. 원통형의 그 기계의 앞에 서있던 표적이 조금씩 뒤틀려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강철 재질에, 두께는 족히 5센티는 되어 보이는 표적판이 아무런 징후도 없이 마치 종잇장처럼 뒤틀리기 시작하는 광경에, 클라우디아는 경악할수 밖에 없었다.
푸르르르...
약 10초 정도 후, 윌은 스윗치를 껐다. 그제사 원통형의 기계는 부르르 떨면서 작동을 멈추었다.
" 어때? "
" 이야, 대단해요.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하죠? "
진심으로 감탄한 클라우디아의 질문에, 윌은 슬쩍 잘난체를 했다.
" 아직 이름이 정해지진 않았어. 그리고 실용화 하려면 아직도 넘어야 될 산도 많고. 하지만 일단 성공을 했으니까. 얼마후엔 이동식 장치도 개발할수 있을거야. "
" 대단해요 당신. 그때도 보여줘야되요? "
" 물론이지. 그때도 물론... 알지? "
" 아이...몰라요. 당연한거 아네요? "
클라우디아는 고양이마냥 아양을 피우며 윌을 끌어안고 뺨을 부비댔다. 그녀는 슈발츠에게 보낼 새로운 정보, 그것도 아주 왕건이를 건졌다는 사실이 기쁜 나머지, 윌이 말하는것은 뭐든지 다 들어주고 싶을 정도였다.
.
.
.
" 그래서, 다들 자리들은 잘 잡았다고? "
" 네, 케이트는 분발했는지 제법 대어를 물었더군요. "
투웅!
한차례 대화가 오간 후, 슈발츠는 시위를 놓았다. 각궁(角弓)의 시위 특유의 투박한 음향이 울렸고, 곧이어 수백 미터 밖의 과녁이 쓰러졌다는 신호로 푸른 경고등에 불이 들어왔다. 부재중인 클라우디아를 대신해 귀환해 슈발츠의 비서 역을 하고 있는 나디아는 보고를 하면서도 슈발츠가 쓰는 저 원시적인 병기의 사거리가 일반적인 저격총의 사거리(300m)를 넘는다는것에 놀라고 있었다(그녀는 SS의 스나이퍼 코스를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했다). 거기에 슈발츠의 솜씨와 정확도도. 그는 이제 막 59발째를 쏘고 있었는데, 빗나간 화살은 단 하나도 없었다.
" 좋군 좋아. 그래 케이라는 누구와 결혼했다고? "
" 벤 핸더슨이라는 해군 장교인데, 유럽에 대한 첩보공작을 맏고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직... "
투웅!
다시 화살을 날린 슈발츠. 하지만 붉은 신호가 떴다. 마지막의 화살은 빗나간 것이다. 일개 노예일 뿐인 케이라에게 그렇게 신경을 쓰신건가 하고 나디아는 속으로 약간 질투를 느꼈지만, 정작 빗맞힌 당사자인 슈발츠는 개운한 표정으로 그녀가 건네는 수건으로 얼굴을 훔쳤다.
" 그래, 그럼 우리쪽 일부터 진행하지. 성의 상태는 어떤가? "
" 새로 들여온 노예가 두마리 있고, 주인님께 선을 보이기 위해 지금 대기중입니다. 아직 조교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7번과 8번 유선 라인에 문제가 생겨 복구공사를 했습니다만, 그쪽 라인이 깔린 장소가 장소니만큼 계속 고장이 잦을 것 같습니다. 무선으로 교체하시는건 어떨지... 그리고 북문의 가드들을 주인님의 지시대로 다시 기계식으로 교체했습니다. "
보고를 들을 슈발츠는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좋아, 일단 유선 라인 문제는 두고 보자구. 무선은 아직까지 도청될 가능성이 너무 높아. "
" 네, 그러시다면 지금 노예들을 보시겠습니까? 이번엔 영국에서 하나, 프랑스에서 하나를 잡았습니다. 둘 다 영국년입니다. "
" 일단은 내 사무부터 보고 나서다. 노예들은 저녁식사 후에 보겠다. 그리고 나디아. 이번에 일처리 한것이 참으로 훌륭했으니, 나중에 노예의 선을 보인 후 포상을 주마. "
" 아...감, 감사합니다! "
금새 사무적인 표정에서 전형적인 노예의 황홀한 표정으로 바뀌어 버리는 나디아. 그녀의 뺨을 슬쩍 쓰다듬어준 후, 슈발츠는 자신의 업무를 위해 사무실로 올라갔다.
앞으로의 대서양 해전을 대비한 베오울프의 개수작업, SSI의 인원 보충 문제, 신무기의 시험운용 등 그의 결재를 기다리는 사안은 서류의 산이 되어 있었다. 그의 계급과 직함은 여전히 [대령]일 뿐이었지만 그는 단순한 일개 대령일수 없었다. 수많은 군공, SSI의 지휘권과 베오울프 등을 보아도 그는 이미 제 3 제국의 사령부에 즐비한 어지간한 원수보다도 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첫 서류는 프랑스에 관한 것이었다. 레지스탕스 활동이 격화 일로를 걷고 있다는 보고서였다. 같은 보고서가 이미 제 3제국의 최고사령부에 올라가 있을 것이고, 슈발츠는 이 사안에 대해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었지만 주요한 문건 자체는 언제나 열람할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배달되어 온 모양이었다.
괴뢰정부를 세운 프랑스 문제는 심각했다. 프랑스의 경우 비시 내각의 정책 여부와는 상관없이 곳곳에서 레지스탕스가 창궐하여 골치를 썩였고, (슈발츠는 속으로 [과연 프랑스인]이라고 생각했다)스페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스파이들도 또한 골치를 썩였다. 국경선인 험준한 피레네 산맥의 몆몆 고갯길조차 단속할 여력이 없다는 프랑코 정권도 우호적인 중립이라지만 별다른 도움이 안되긴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적인것보다야 낫다고 위안해야 했다.
슈발츠가 직접 작전에 참가하고 일종의 [지분]을 갖고 있는 영국의 경우, 런던 점령 후 여왕과 내각이 싸워보지도 않고 국민을 버린 것이라 생각하는 여론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해서(일종의 언론조작. 이는 몆몆 유약하고 비겁한 귀족들을 배후조종함으로써 가능했다) 점령 통치 자체가 오히려 프랑스보다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우리야말로 로마제국의 후손]이라는 긍지를 가졌던 기개 있는 자들은 대부눈 런던 공방전에서 전사했고, 그 외에는 이렇다할 전투도 독일군에 의한 잔학행위도 없었다. 거기에 이 [임시 군정]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독일의 발표도 있어서, 영국의 일반인들도 이 점령 자체가 임시적인 조치라는데 비교적 만족하는 듯 했다.
게다가 아일랜드의 경우 총통의 관심 밖이었던 덕에 정말로 완전한 독립을 얻게 되어 그야말로 열렬한 혈맹이 되어 버렸다(독일의 총사령부는 기본적인 내정간섭조차 하지 않았다). 슈발츠는 말이 통하는 몆몆 육군 장성들(특히 가장 유능한 만슈타인, 롬멜, 구데리안)과 일종의 [붕당]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의외로 주효해서 서부 집단군의 사령부처럼 기능하고 있었다. 바로 이 [제 2사령부]를 통해 새로 얻은 우방인 아일랜드에 대해 영국군이 버리고 간 무장과 물자를 지원해주어서 동맹군답게 만드는 작업을 개시했다. 원래 영국군에 입대하고 있던 아일랜드인들도 좋다구나 하고 새로이 독립된 조국의 군대로 기꺼이 참가했기 때문에, 단기간에 일정한 수준 이상의 군대를 양성할 수 있으리라 기대되고 있었다.
또한 조국인 아일랜드의 독립은 미국 안의 아일랜드인(그들도 차별받고 있었다) 공동체에 심정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었다. 게다가 이 아일랜드가 중요한 우방으로 기대를 받고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원래 중요한 우방이던 무솔리니와 스탈린의 [선전] 덕이기도 했다.
무솔리니의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이탈리아를 포함한 지중해 인근에서는 일이 거의 안좋은 쪽으로만 풀렸다. 무솔리니가 북아프리카를 침공할 때만 해도, 슈발츠가 [경고]하기는 했지만 히틀러를 비롯한 제3제국의 최고사령부에서는 [설마]했다. 설마, 변변한 장비도 훈련도 받지 못한 북아프리카의 민병들과 식민지 주둔군(역시 빈약한 무장)을 압도하지 못할까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탈리아군의 에티오피아 침공은 무려 3개월이 넘게 지지부진하게 끌다가, 오히려 자유 프랑스군(드골 지휘)과 북아프리카 주둔 영국군(식민군)에게 전선의 측면을 사정없이 돌파당해 이탈리아의 아프리카 원정군은 20개 사단이 통째로 사라졌고, 막대한 장비와 물자를 노획당하고 12만이 넘는 포로를 낸 채 시칠리아 까지 밀렸다. 사실상의 괴멸이었다. 이 승리로 기세가 오른 동맹군측은 내친김에 시칠리아를 접수할 기세였다(참고로, 이 두 식민지 주둔군대는 아직 미군으로부터 지원을 받기도 전에 자력으로 이탈리아군과 전면전을 별여 그들을 발라버린 것이다).
또한 이 참패의 소식으로 인해 이탈리아의 여론도 크게 요동쳤다. 기존에 무솔리니에 반대하던 공산당들은 빨치산이 되었고, 일반 국민들마저도 무솔리니가 멍청이란 사실을 깨닫고 이탈리아 내부에서 무솔리니를 보는 시각이 점점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그 선두는 물론 이번 전쟁으로 남편과 자식들을 잃은 여성군단이었으니 아이러니다.(무솔리니의 제일 지지층도 그녀들이었다)
국내/외적으로 사면초가가 되어가던 무솔리니는 당연하게도 히틀러에게 SOS신호를 쳤다.
당황한 총통은 롬멜을 파견하려 했지만, 이번에도 슈발츠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그는 총통을 설득해 도움은 되지 않고 해악만 되는 동맹을 버리게 할 생각이었다. 당장의 장래만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스탈린이 동맹자로써는 훨씬 나았던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석유에 침을 흘려야 할 수 밖에 없는 제 3제국으로써는 북아프리카 역시 포기하기 힘든 기회의 땅임은 분명했다. 조금 훗날의 이야기지만 결국 타협을 봐서 [지중해와 북아프리카에 대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롬멜을 파견한다. 하지만 전선을 확대하지는 않는다]라는 방침으로 롬멜과 남부 집단군을 구성하게 된다.
발트해 쪽에선 소련이 삽질을 열심히 했다. 당초 39년 말에 독일과 공식적인(그리고 새로운) 평화우호조약을 맺은 직후(이 조약에는 슈발츠가 직접 참가했다. 여기엔 소련의 석유를 독일에 우선적으로 판다는 조건이 들어있었다) 스탈린은 발트 3국과 핀란드에 대해 공세를 취하려 했다. 스탈린은 일단 핀란드를 공격했지만 그과 휘하의 군 장성들의 무계획 덕에 오히려 깨끗하게 참패했고(유명한 겨울전쟁), 바로 다음해인 40년 초에 일본의 연해주 침공이 터졌다.
상대가 비리비리한 일본 만이면 그럭저럭 해볼만 할 텐데 곧이어 미국까지 참전하는 바람에, 스탈린은 동방 전선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때문에 40년 3월이 되기 전부터 핀란드 등과 평화협상에 들어가 결국 불리한 입장에서 평화조약을 맺어야 했다.
게다가 의도적인 연출이었지만(총통의 센스), 독일이 이 협상에서 중재자로 참석해 핀란드와 조약의 보증을 담보로 발트 3국에 대한 독립보장과 지원을 약속하는 바람에 나중에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스탈린은 분통을 터트렸던 것이었다. 이후 독일은 핀란드에 약속했던 군사적인 지원을 이행해 핀란드도 독일의 우방으로 끌어들였다.
하지만 시대는 스탈린이 화풀이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연해주까지 밀고 들어온 일본군과 미군들은 말 그대로 강적이었다. 블라디보스톡 등 동부 연안의 주요 거점을 차례로 잃은 소련군은 후퇴에 후퇴를 거듭했다. 스탈린이 얻은 유일한 위안은 40년 겨울까지 두차례의 큰 패배에도 불구하고, 발틱 함대가 미일 연합 태평양 함대를 북해에서 고립시켜 41년 초의 전선에 대한 보급에 심각한 차질을 야기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예측 정도.
스탈린에게는 무척 다행하게도, 40년의 삽질과는 달리 41년에 들어서면서 일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일본군은 물론, 미군도 동계 작전 준비가 허술하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러시아의 광활한 영토는 그 자체로 천연의 강력한 성벽이 되어 주고 있었다. 시베리아의 혹한은 농담이 아니었고, 게다가 미국은 바다라는 강력한 장애물까지 건너야 했다. 자연이라는 적에 맞서서는, 인간을 상대로는 연전 연승이던 미군도 버티지 못하고 사상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수상함들로 이뤄진 함대가 몆번이나 패배한 후에 결정된 일이지만, 우호조약을 체결할 당시 독일로부터 잠수함 제작기술을 공여받았던 러시아는 신속하게 U보트의 기술을 국산화하여 잠수함 작전을 펼쳤다.(얼마나 열심히 만들었던지, 40년 6월부터 41년 2월까지 생산된 공격용 잠수함의 숫자만 200여 척이였다. 거의 하루에 한대 꼴로 생산되어 나온 셈이다). 잠수함을 만드는 속도와 거기 태울 수병의 훈련속도가 너무 심하게 차이가 난 나머지, 독일로부터 해군 장교까지 초빙해 갈 정도였다(히틀러는 또 넉살좋게 그걸 승락했다). 집중은 스탈린의 가장 강력한 단점이자 장점이었다.
스탈린의 잠수함 작전은 40년엔 그리 빛을 보지 못했지만, 41년 초부터 태평양 곳곳에서 러시아 잠수함들이 날뛰기 시작하면서, 미군의 보급은 자연히 큰 차질을 빚게 되었다.
-시베리아의 봄-
41년 봄까지, 소비에트 연방과 미-일 연합군은 각기 서로 다른 이유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소비에트측은 지도자의 무계획적인 숙청으로 인한 군대의 질적 저하로 인해 전투에서 연전연패, 수많은 사상자를 초래했고, 미-일 연합군은 승리에 취해 지나치게 깊숙히 들어간 러시아의 내륙에서 보급부족으로 인해 수많은 병사를 잃었다. 거기에 일본의 경우 이 전선에 투입된 병사들은 중-일 전쟁과 러-일 전쟁을 거친 정예들이었고, 따라서 복구가 어려운 성질의 피해였다.
게다가 겨우내 발틱함대의 지연전술에 묶인 미일 연합함대는 전함 4척, 순양함 8척이 유빙에 갇혀 고립되어 버려졌고 전함 1척과 순양함 1척, 구축한 4척은 빙산과 충돌해 침몰했다. 말 그대로 괴멸적인 타격을 입은 것이었다. 북극해를 몰랐던 미국측의 뼈아픈 실수였다. 43년 4과 6월 사이, 러시아 해군은 버려진 연함함대의 배들을 차례로 노획했다. 선원들은 포로가 되거나 이미 동사한지 오래였고, 미일 연합함대는 겨울에 의해 받은 피해 덕에 블라디보스톡 인근까지 밀렸다.
위기감을 느낀 미국측의 최고사령부에선 내륙으로 진출한 군대에 후퇴명령을 내렸지만, 봄에도 겨울못지 않은 적들이 있었다. 유난히도 그해 봄이 따뜻했던 덕에, 동토에 쌓였던 눈이 녹으며 생긴 습지와 진창들이 군대의 퇴로를 가로막았기 때문이었다. 남은 변변한 수송수단이라고는 철도 정도 뿐이었는데, 이걸로는 후퇴에 필요한 운송량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그리고 지난 겨울까지 수없이 패배한 덕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복수심에 불타는 소련의 대군이 그들을 노리고 있었다.
=41년 3월 12일=
피레네 산맥을 넘는 길목에 위치한 작은 마을, 생 장 피트포르의 기차역엔 거의 알아 차릴 수 없을 정도의 은근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사복을 한 게슈타포 수사관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살기를 죽인채 평범한 여행자처럼 가장하고 역사와 그 인근의 카페 등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렇게 자리를 잡은 채 누군가를 기다렸다.
오후의 첫 기차가 도착하자 수사관들은 더욱 분주해졌다. 열차에서 내린 한 여성의 움직임에 모든 시선이 쏠렸다. 부드럽게 곱슬진 금발을 어께까지 늘어뜨린 아름다운 용모를 가진 여성이었다. 그녀는 전형적인 독일인으로 보였다.
수사관들이 매복해 있는줄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플랫폼을 가로질러 그대로 역사를 나와 역 앞의 조그마한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그녀 역시 누군가를 만나러 여기 온것이 분명했다.
" 지금이다. 모두 체포해. "
리더의 명령에 따라 삽시간에 사방에서 달려온 SS들은 금발의 여자를 제압했다.
" 꺄아악!... 무슨 짓이야! "
" 다이앤 뮐러! 당신을 애국법 위반과 스파이 혐의로 체포한다. "
게슈타포의 증명서를 보이자 다이앤이라 불리운 금발의 여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 기다려! 나는... "
" 연행해. "
" 이럴수가! 이럴수가!... "
다이앤의 절규에도 아랑곳없이, 그녀는 SS들에게 제압되어 죄수 호송차에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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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앤의 사정=
다이앤 뮐러(20)는 베를린 대학의 사회학과에 재학 중이었던 엘리트 여성으로, 한때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소르본느 대학에서 유학한 경험도 가지고 있었다(유학시절 소피를 알게 되었고, 그녀와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 사냥, 승마 등의 귀족적인 스포츠에도 소양을 가지고 있었고, 활달한 성격 덕에 친구도 많았다.
그녀의 외모를 보자면, 적당히 근육이 붙은 늘씬한 몸, 금발에 푸른 눈, 잡티하나 없이 깨끗한 순백의 피부는 아리안족의 이상형에 근접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그녀를 보는 게르만족의 남성들의 기대와는 조금 달랐다. 그녀는 이른바 남녀동권론자였다. 그것도 상당한 개념을 가진.
전쟁이 터진 후, 솔선해서(그녀는 원 프로이센의 융커 계급이었던 가문의 여성이었다) 모금활동을 하고, 부상자를 위한 요양병원에서 일하던 그녀는 SS에서 여성 대원을 모집한다는 포스터를 보고 SS에 지원했다. 하지만 그녀가 기대했던것과 달리 그냥 여성 SS는 친위대의 위문단이자 아이콘 같은 존재에 불과했고, 때문에 그녀는 주저없이 SS를 나와서 다시 병원으로 돌아갔다.
병원으로 돌아가 평범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와중에 그녀는 소피의 편지를 받았다. 스페인에 피난 가 있다가 프랑스로 돌아가려는데 입국에 독일인 친구의 보증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그녀는 흔쾌히 승락하고 소피의 입국에 필요한 보증을 섰지만, 그것이 그녀의 재앙의 시작이었다.
=소피의 사정=
소피 보나시외(19)는 원래 소르본느 대학에서 물리를 전공하던 학생이었다. 그녀는 학업에 뛰어난 영재로, 일찍 대학에 입학했다. 일반적인 다른 준재들과는 달리, 그녀는 얌전하고 소극적인 성격이었지만 편견 같은것은 없었고, 다이앤과는 절친한 사이였다. 아직도 대학에 여자가 드물던 시대였으니 여성끼리 동지의식으로 뭉쳤던 것이었다. 피아노에 상당한 소양이 있고, 대학에 가기 전까지 발레를 배웠다.
다이앤이 자기주장이 강한 당당한 신여성이라면, 소피는 그녀와 같은 시대와 의식을 공유하면서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기주장을 하는 여자였다. 그녀는 평소엔 남자 앞에서 얼굴을 붉히고, 얌전하고 다소곳했지만 할 때를 분명히 알고 [하는]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녀는 부드럽게 물결치듯 어께까지 늘어뜨려진 갈색 생머리에 약간 옅은 검은색 눈동자를 가졌고, 몸은 전체적으로 둥그스름하니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고 있었다. 건강미보다는 여자 본연의 색기가 넘치는 몸이랄까. 어릴적부터 배워 온 발레 덕에 유연한 몸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전쟁이 터지고, 나치가 파리로 밀려온다는 소식을 들은 소피는 가족과 함께 피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