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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울펜슈타인 2편. (0.1버젼) 2부 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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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735 회 작성일 24-01-13 04:4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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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차 대서양 전투의 시작 -


41년 6월, 북해와 시베리아에서의 [참패]를 만회하고 전황을 개선할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미/영 연합군은 대서양에 대한 작전을 재개하기로 했다. 물론 39년과 40년에 걸쳐 벌어진 대서양 해전에서의 두차례 패배는 상당히 심각한 것이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미국은 받은 피해의 회복이 빨랐다. 영국도 식민지에서 긁어모은 노후함대에 대폭적인 현대화 개수를 가해 싸움 준비를 어느정도 마친 상태였다.


물론 그동안도 대서양이 완전히 조용했던 것은 아니고, 북아프리카의 영국군을 지원하기 위한 미영 연합군의 수송작전을 방해하기 위한 산발적인 전투가 몆차례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은 선에서 끝났고, 그나마도 연합군의 근소한 우세였다. 나름 열심히 생산하는데도 독일은 언제나 해군 전력이 부족했다.


하지만 이번 작전은 그 규모부터가 달랐다. 그 전력은 중항모 4척(그중엔 일전의 패배의 데미지를 회복한 글로리어스가 포함되어 있었다)과 경항모 2척, 6척의 전함, 17척의 구축함과 15척의 경/중 순양함, 9척의 공격잠수함으로 이뤄져 있었고, 1척의 상륙전용 지휘함이 대동하고 있었다(이 함은 해전에선 전력외). 미군은 태평양에 배치한 순양함들과 구축함들을 좀 더 빼오고 싶어했지만 소련의 무제한 잠수함 작전이 그 발목을 잡고 있었고, 때문에 전함들은 어느정도 대공능력을 갖추기 위해 손을 더 봐 두어야 했다(그래서 시간이 더 걸렸다).


작전의 목표는 대서양 한가운데의 섬인 세인트 헬레나 섬. 유명한 나폴레옹의 유배지이기도 한 이 섬은 대서양 전체를 제압하고 아일랜드와 영국에 대한 상륙(수복)작전을 위한 전진기지로 쓰기에 위치가 상당히 괜찮았다.(미드웨이나 하와이 정도에 비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 섬의 지정학적 위치에 주목한 독일군도 이곳에 대형함을 위한 접안시설을 갖춘 항구(건설중)와 레이다 기지를 세우고 연료와 보급품도 갖추어 두고 있었다.


" 하지만 적이 이곳을 타격해 온다는 보장도 없지 않나? 무엇보다 북극해를 지나서 오는 우회로가 아직 열려 있고... "


작전통제실에서 되니츠의 반문에 슈발츠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해군 참모총장으로 이번 세인트헬레나 수비전의 지휘를 직접 하기 위해 베를린에서 날아왔다. 그리고 그의 참모는 슈발츠였다.


" 물론 곧 여름이고 북극해가 열리긴 하지만, 분명 적은 이곳으로 옵니다. 이곳을 거치지 않고 한번에 대서양을 건너 아일랜드나 영국을 노리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지만 그들이 노리는 것은 한번에 상륙작전을 성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 세인트헬레나에서 영국과 아일랜드 수복을 위한 경험을 쌓는데 있습니다. 영국군은 아니지만 미군은 실전경험이 없는 초짜 병력들이니까요. 그들의 [예행 연습]에 안성맞춤인 곳이 대군의 수비대를 두기엔 작은 섬이지만 보급기지로 쓰기에 안성맞춤인 이 세인트 헬레나 입니다. 우리로써는 방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거지요. "


대서양의 해도 앞에서, 나름 제갈량 흉내를 내듯이 슈발츠는 손에 들고 있던 지휘봉을 만지작 거렸다. 되니츠 역시 무지한 군인이 아니었다. 해군 전체를 통솔하는 그가 베를린에서 직접 날아온 이유도 이 작전이 독일 해군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 그럼 어떡할건가? "


지금까지 슈발츠가 얻은 두차례의 승리는 물론 베오울프의 사기스러운 능력 덕이기도 했지만 대부분 기습이나 유인, 공중전 우위를 통한 간접적인 타격을 바탕으로 한 승리였다. 공격자측의 이점을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독일 해군은 방어자 측에 서게 된다. 적은 어디서나 올 수 있지만 독일 해군은 섬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공격형 지휘관으로써의 능력을 한껏 보여준 슈발츠지만 수비엔 어떨까 하는 것이 되니츠의 질문의 요지였다.


그리고 사실을 말하자면, 아직 독일 해군의 초중(超重)항공모함 은 오직 베오울프 한척 뿐이고, 2번함은 아직도 건조 중이었다. 대서양 전체를 커버하기 위해 퍼져 있는 함대들 중에서 되니츠가 박박 긁어서 가져온 것은 대전 이전에 만들어진 포켓전함 두척(중 하나는 일전에 구출한 그라프쉬페)과 U보트 8척, 그리고 대공포 개장이 된 비스마르크(베오울프의 함대를 구성하기 위해 많은 개조가 가해졌다)와 프린츠 오이겐, 샤른호스트(이 둘은 그대로 전함)였다. 거기에 새로 진수된 구축함 두척이 추가로, 이 구축함들은 베오울프를 위해 만들어진 호위함 역할을 할 예정이었다. 이로써 공중전에서의 열세에 몰릴 것은 분명했고, 동행할 세척의 전함이 뛰어나다곤 하지만 영국의 전함들도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닐 것이었다. 게다가 구축함들이 있는 상태에서 U보트의 기습 카드를 사용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상태고 항모 옆에 경순이 바싹 붙어서 호위할 것이 분명해서 하늘로부터의 뇌격기 공격도 쉽지 않을 것이었다. 분명하게 열세인 전력을 가지고 요새화 되지도 않은 섬을 지켜야 하는 것이니 되니츠가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 일단 총 지휘를 하시는 분은 제독이십니다. 저는 제독의 보좌일 뿐입니다. "


되니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슈발츠를 정면으로 직시했다. 슈발츠의 시선과 되니츠의 시선에 허공에서 맞물렸다.


" 그래, 그렇지. 다시 묻겠네, 생각해 둔것이 있는가? "


" 있습니다. "


" 말해보게. "


" 지금까지의 첩보로 밝혀진 적의 전력으로 보면 우리는 분명한 열세에 있습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저들은 대함대고, 대서양이라는 호락호락 하지 않은 바다를 건너 여기까지 와야 합니다. 때문에... "


슈발츠가 노리는 것의 요지는 간단했다. 적은 대함대이고, 상륙전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전투함 외에도 딸린 식구가 많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함대의 중요한 함선은 몰라도 군식구들을 모두 커버하기는 힘들 것이었다. 원래 통상 파괴용으로 만들어진 그라프쉬페 등 포켓함 클래스는 비교적 빠르고 방어력도 적절한 편이기 때문에 미끼인 선봉으로 세우기 좋았다. 슈발츠는 해도를 펼쳐 놓고 세인트 헬레나로 향하는 특정한 해역 한곳을 지목했다. 그곳은 최근의 조사로 복잡한 해저 산맥이 이뤄져 있는 것을 확인한 구역으로, 잠수함을 숨기기 좋은 곳이기도 했다.


" 이 두척의 함정이 통상 파괴전을 수행하는 것으로 가장해 세인트 헬레나로 가는 길목에서 [우연히]연합군 함대와 조우하고, 연합군 함대의 일부라도 이쪽으로 유인합니다. 유인이 성공하든 그렇지 않든 적 함대의 이목이 두척의 포켓함에 쏠려 있을때, 이곳에 미리 매복하고 있던 U보트로 적의 보급선과 지휘함을 파괴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 양동 작전으로 보급에 차질을 빚고 지휘계통에 타격을 입은 적이 전열을 수습하기 전에 베오울프와 전함들 등 남은 함대를 총 집결해 적의 선봉을 치고, 흩어져서 행동하고 있을 중항모와 경항모들을 각개격파 하는 겁니다. "


슈발츠의 작전 설명에, 되니츠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 U보트들을 적에게 던져주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리고 적에게도 잠수함이 있어. 이 작전은 가당치 않네.  "


" U보트들이 적의 지휘계통을 공격하고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선봉을 공격하게 되면 적은 우리 함대가 주력을 어디에 집중하고 있는 것인지 알기 어렵게 됩니다. 분명 잠수함을 상대할 구축함들과 잠수함들은 핵심 전력인 항공모함과 함께 행동할 것이니 함대 후미를 공격하는 U보트들을 사냥하기 위해 반응할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거기에 돌아서면 정면에서 전함들을 앞세운 베오울프가 공격할 것이니 섣불리 그렇게 행동할 수도 없을 것이고요. 이 작전의 요지는 적의 공중 제압 능력을 조기에 봉쇄하는 것입니다. 그러지 못한다면 적어도 적의 보급과 상륙 능력 만이라도 소모시켜야 합니다. "


" ... "


" 지난 전투에서도 보셨듯이 완전히 탁 트인 공해상에선 공중을 지배하는 쪽이 이기는 싸움입니다. 적이 지휘통제를 회복하고 베오울프를 찾기 전에 적어도 하나의 항모를 전투불능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지 못한다면 우리의 전력이 절대 열세이기 때문에 승리하기 어렵습니다. "


좋든 싫든, 세인트 헬레나를 호락호락 넘겨줄수는 없었다. 그리고 되니츠도 정면 승부는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 좋네, 나도 딱히 돌파구가 보이지 않던 참이고, 그동안 육군의 장성들이 자네를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 이유가 있겠지. 이 작전은 자네의 안으로 가지. 단 함대 지휘는 내가 하겟네. 자네는 지금처럼 베오울프의 함장으로 내 지휘에 따르도록. "


" 물론이지요. 감사합니다, 제독. "


슈발츠는 싱긋 웃어 보이며 지휘봉을 거둬들였다.


이미 미끼는 던져졌다. 그리고 미/영의 연합함대가 미끼를 물지 그렇지 않을지는 운에 달려 있었다.


.
.
.


감금 2주째인 다이앤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일찌기 다른 노예들이 그랬던 것 처럼, 다이앤은 철저하게 망가져야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다른 노예 후보생들과 달리 다이앤은 강건한 여자였다. 그녀는 프로이센부터의 명망있는 융커 집안의 따님이었고, SS에 지원할 만큼 굳은 신념과 조국에 대한 강한 애국심을 가지고 있었다. 체력 이상으로 정신력도 강했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녀에겐 화근으로 작용했다. 몆번이나 나디아에게 지독한 취조와 성적인 학대를 당하면서도, 다이앤은 끝까지 자신은 조국을 배신하지 않았노라며 버텼다.


그것이 사실이기도 했기 때문에, 다이앤의 저항은 결사적이었다. 게다가 슈발츠는 성을 떠나기 전 나디아에게 내린 명령을 통해 다이앤의 [조교 준비]를 시켜두되, 육체적인 상해를 입힐 정도의 학대를 금지했기 때문에, 나디아로써는 답답할 뿐이었다. 그녀의 입장에서 다이앤은 생전 처음 만나는 강적이었다. 게다가 순수 게르만 혈통이라는, 그녀가 가지고 있지 않은 [어드벤티지]도 가진 다이앤이다. 언니격인 클라우디아는 차치하고서라도, 지금까지 슈발츠에게 받았던 총애를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나디아로써는 다이앤을 어떻게든 [꺾어둘] 필요를 절실히 느끼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고민의 결과는 결국 다이앤을 굶주림과 인간 이하의 수치스러움을 감당해야 할 지경까지 몰고갔다.


다이앤은 다른 죄수들만큼의 식사조차 보장받지 못해 굶주렸고, 배설을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시설(?)인 냄새나는 변기통까지 빼앗겨 감옥 바닥에 대소변을 해결할 수 밖에 없었다. 옷조차 주어지지 않았고, 5월에도 눈이 내리는 중동부 유럽의 고산지대에 위치한 울펜슈타인의 춥기 그지 없는 감옥 속에서 담요 하나가 그녀에게 허용된 유일한 방한 수단이었다.


2주째가 되던 날, 그때까지 오기와 정신력으로 버티던 다이앤은 결국 심한 열을 동반한 폐렴에 걸렸다. 차가운 감옥 구석에서 의식을 잃은채 하나뿐인 담요를 뭄에 두르고 벌벌 떨며 헛소리를 하는 그녀가 발견된 것은 나디아가 자신의 보지를 빨게 하기 위해 알파와 베타를 데리고 그녀의 감방을 찾았을 때 였다.


그녀는 즉시 노예용 병실로 옮겨졌다. 그리고 그와 때를 맞추어 슈발츠가 성에 돌아왔다. 소피를 동반한 채. 당황한 나머지 나디아는 죽어버릴까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노예 의사의 진단서를 살펴보고 노예용 병실에서 헛소리를 하고 있는 다이앤을 살펴본 후, 슈발츠는 나디아를 향해 한번도 보이지 않았던 경멸의 시선을 보냈다. 불쌍한 나디아는 죄인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 그의 처분만을 기다렸다.


" 고개를 들어라. "


" ... "


슈발츠와 나디아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부닥쳤다. 완전 불쌍한 병아리모드로 벌벌 떨고 있는 나디아를 본 후, 슈발츠는 크게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저었다. 애시당초 이런 위험을 감안하고 나디아에게 맏긴 것이 아니던가.


" 그려, 맏기고 간 내가 잘못이재... "/한국어


" ... 네?... "


슈발츠가 쓴 언어를 알아듣지 못한 나디아가 반문하자, 슈발츠는 손을 뻗어 나디아의 버리를 쓰다듬었다.


" 아니다. 나디아, 다시는 이러지 마라. 그러면 됐다. "


" 아, 감... 감사합니다 주인님!...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겠습니다. "


황송한 나머지 눈물까지 흘리며, 나디아는 바닥에 엎드려 몆번이나 거듭해 고개를 조아렸다. 그녀의 주인은 실수라는 것을 모르는 강인하고 잔혹한 인물이었다. 헌데 오늘 그녀는 실수를 용서받았던 것이었다. 소중히 여겨지고 있다는 생각에 나디아의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진심으로 [주인님]을 위해 목숨이라도 기꺼이 바치리라 다짐하면서, 그의 구두에 키스했다.


" 대신 이제부터는 노예에 대한 조교를 하거나 조교를 준비할때 계획서를 지참하고 내 허락을 받도록. 이것은 내가 원지에 가 있을 때도 그대로 시행하도록 한다. 알겠나? "


" 네 주인님. "


나디아를 돌려보낸 후, 슈발츠는 열에 들떠서 헛소리를 흘리고 있는 다이앤을 한번 더 살펴보았다.


" 아무튼, 불운한 계집이군. "


이미 소피에게 완전한 자백을 받아낸 슈발츠는 그녀에게 죄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문제는 독일의 군사법정이 이미 그녀에게 사형을 언도했고, 그런 전차로 그녀는 이미 외부 세계에선 [죽은 상태]라는 사실이었다.


.
.
.


" ... ? "


다이앤이 깨어나서 제일 먼저 느낀 것은 따스하고 포근한 느낌이었다. 눈을 몆번 깜박여 눈물을 흘려내고 나자, 하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지붕이 있는 천장이었다.


" 정신이 드나? "


몆번 들은적이 있는 슈발츠의 음성은 기억하고 있었다. 고문 중에 끊임없이 죄를 추궁하던 그 목소리를 잊을래야 잊을수 없었다. 하지만 거기에 반응해야 할 정신은 아직도 안개 속에 내던져진것 같은 멍~한 상태였기 때문에, 다이앤은 눈을 다시 한번 감았다 떴을 뿐이었다.


잠시 후, 어느정도 정신이 돌아온 다이앤은 자신이 병실에 있으며, 따뜻한 모포에 감싸여 침대 위에 누여져 있다는 사실과, 그녀의 옆에서 슈발츠가 그녀를 내려다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 이제 정신이 들었나 보군. "


" ... "


다이앤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목이 메어서 소리를 낼 수 없었다. 슈발츠가 그녀의 뒤통수를 받쳐 올리고 그녀의 입에 물이 든 컵을 갖다 대 주자, 그녀는 그것을 열심히 삼켰다.


" 캑...캑캑!... 콜록!..."


몆번의 탁한 기침 후, 다이앤은 간신히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 내가 어디에 있는 건가요?... 그리고 당신은 누구고?... "


다이앤이 힘겹게 말을 하는 동안, 슈발츠는 손가락을 튕겨 노예 의사를 불렀다. 잽싸게 나타난 의사는 그녀의 팔에 연결된 링거에 모종의 주사를 놓았다.


" 그 대답이라면 나중에. 지금 당장은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넌 어느쪽을 먼저 듣길 원하나? "


잠시 생각해 본 후, 다이앤은 대답했다.


" 좋은 소식. "


" 좋은 소식은 너에겐 죄가 없다는 사실을 내가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


" !... "


다이앤의 눈이 똥그래 지는 것을 보며, 슈발츠는 말을 이어갔다.


" 하지만 나쁜 소식은, 그 사실이 너의 처지를 바꾸지는 못한다는 거지. 넌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여기서 정말로 과거의 너를 죽이고 나서 새롭게 태어나게 될거다. 나에게 충성하는 노예로. "


" 난 당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더구나 당신의 노예 따윈 되지 않을... 거... 야... "


불현듯 강렬한 졸음이 몰려 오는 것을 느끼며 다이앤은 마지막 단어를 끝마치는데 무척 애를 써야 했다.


" 그건 이미 네가 선택할 일이 아니다. 한숨 더 자고 내일부터 보기로 하지. 이제 넌 나디아가 아니라 내 소관이다. "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다이앤은 같은 말을 몆번씩 되풀이 하고 있었다.


.
.
.


- 법왕청의 움직임 -


41년 1월 1일.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교황 피우스 12세의 신년 미사가 집전되고 있을 무렵, 바티칸 시국(市國)의 심장부인 산 피에트로 성당 후문으로 한명의 수사(수도사)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수도사들이 입는 전형적인 통짜 로브의 후드를 덮어 얼굴을 가린 채, 약간 어색한 걸음새로 성당 한켠의 역대 교황들의 지하 묘지로 통하는 입구 앞으로 걸어갔다. 교황청 경비를 담당하던 경비병이 그를 제지하려 하다가, 그의 손에 들려있는 금으로 된 특이한 십자가를 보고 멈추어 서서 예를 표했다.


" 주님의 축복이 함께 하기를. 형제여. "


로브 아래에서, 쇳소리를 연상케 하는 카랑카랑한 소리로 감사의 인사를 건넨 수사는, 다시 경비를 지나쳐 역대 교황들의 묘지로 통하는 원형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교황청의 최심부인 교황들의 무덤에 도착했다.


수사는 역대 교황의 유해가 안장된 석관들에 일일이 예를 표한 후, 마지막으로 방 한가운데 서서 손에 들고 있던 금 십자가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십자가의 끝을 바닥의 대리석 틈에 난 작은 구멍 속으로 끼워넣었다.


드드드드드...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돌이 구르는 듯한 소리가 나며, 묘지의 바닥 중 일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십자가가 꽂힌 바닧에서부터 반지름 약 1m 에서부터 2m 정도까지의 동심원의 바깥 부분이 원의 중심으로부터 180도 회전을 한 후 그대로 아래로 내려가는 돌계단으로 바뀌었다. 마치 마법같은 광경이었다. 돌 계단이 드러난 후, 수사는 십자가를 꺼내어 다시 한번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볼 수 없엇던 날렵한 움직임으로 계단을 미끄러지듯이 뛰어 내려 가는 것이었다.


드드드드드...


수사가 몸을 날려 사라진 직후, 바닥은 다시 움직여 원래의 형태를 갖추었다. 마치 처음부터 움직인 적이 없었던 것 처럼 감쪽같았다.


직선으로 족히 수십미터는 될 깊이를 내려온 후, 수사의 눈 앞에는 두사람이 동시에 지나갈 정도의 너비, 사람 키의 한배 반 정도 되는 높이의 놋쇠 문이 서 있었다. 마치 금으로 된 문처럼 번쩍이는 그 놋쇠 문 위엔 각종 보석과 조각이 아로새겨져 있어서, 마치 솔로몬의 성전의 잃어버린 놋쇠 정문 같아 보였다. 문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수사는 다시 십자가를 들어 문 위의 복잡한 문양들 중 십자가가 들어갈 만한 홈을 찾아 십자가를 끼워넣었다.


콰드득...


이번엔 십자가를 뽑을 사이도 없이, 문이 양쪽으로 열렸다. 그리고 승강기처럼 보이는 금속 상자가 그 안에 있었다. 수사는 전혀 거리낌없이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 섰다.


드드드....


수사가 들어가고 난 후 문은 다시 조용히 닫혔다. 그리고 수사가 들어간 금속 상자는 비스듬히 아래 방향으로 미끄러지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얼마나 내려갔을까, 승강기는 족히 수백미터는 내려간 후 멈추었고, 다시 놋쇠의 문이 열렸다. 이번엔 소리가 나지 않았다.


" 어서 오게. "


전형적인 성직자의 차림새(주교복)를 한 뚱뚱한 중년 남자가 수사를 맞았다.


" 부르심을 받자와 도착했습니다. "


안그래도 고개를 숙이고 있던 수사는 주교를 향해 좀 더 공손히 고개를 조아렸다.


" 그래, 자네에게 신이 원하시는 것이 있다네. 신의 임무가... "


주교는 수사를 향해 의미 심장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수사는 주교의 안내를 받아 좀 더 내밀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소일노(一少一老)의 대화는 성직자들 끼리의 대화처럼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한쪽은 수사복을 입고 있었고 한명은 주교복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 바티칸의 지하 수백미터 아래에 위치한 벙커에서 무언가를 의논하는 중이었다.


" 독일군의 경호와는 별개로, 우린 다른 하나의 [괴물]도 상대 해야 합니다. "


" 슈발츠... "


주교의 얼굴이 침통하게 일그러졌다.


"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그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보낸 많은 형제자매들이 실종되었고, 그런 희생을 치루었음에도 우리는 그에 대한 어떠한 과거의 기록도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 "


" 그래서 자네가 직접 나서기로 한것이 아니었나. "


수사는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말을 이어갔다.


" 바티칸의 신성한 공방(工房)에 이 일을 위한 특별한 장비품을 의뢰했습니다. 그것이 완성되는 즉시 떠날 계획입니다. "


" 주님의 축복이 함께 할걸세. 그분을 위한 자네의 봉사는 아직 한번도 그분을 실망시켜 드리지 않았고, 이번에도 그러리라고 믿겠네. "


수사가 무릎을 꿇자, 주교는 기도문을 외며 그의 머리에 손을 얹고 그를 축복했다.


" 가게, 주님의 축복과 함께. "


수사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물러나왔다. 그리고 그가 왔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
.
후기 : 오랜만임돠~! >.

 

사실 쓰키야마 아키히로가 뒈질때 까지 절필하려고 생각했습니다만,  전두환 전통의 선례를 미루어 생각해보니 아키히로가 저보다 장수할 확률이 높더군요 -_-; 그래서 그냥 연재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오랜만의 연재 재개이기 때문에라도, 이번회는 야설이라기보다는 앞으로의 진행에 대한 떡밥만 뿌려놓는 정도에서 마칠까 합니다. -_-)/ 사실은 그동안 써놓은게 별루 없어용. 용...용서를...

 

그럼 다들 즐네이버3 하시길. 잇힝! 비베라 네이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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