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엄마는 동급생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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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만에 글을 올립니다.
개인적인 사정에 의한 것이니 혹여 기다리셨던 분들이 계시다면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연재속도가 좋을것 같지는 않습니다. ^^;
= 이번회 등장인물 List =
최유정 32세 : 내일고등학교 2학년 1반. 여주인공
진성호 17세 : 내일고등학교 2학년 1반, 최유정의 아들
정우성 18세 : 내일고등학교 2학년 1반, 성호의 친구
강동수 18세 : 내일고등학교 2학년 1반, 성호와 같은반 문제아
이준호 33세 : 내일고등학교 2학년 1반 담임교사 겸 체육교사
정도일 40세 : 우성의 삼촌, 심부름센터업 및 사채업자
진영국 33세 : 진성호의 아빠
[ 나의 엄마는 동급생 (4) ]
“ 어떻게 된겁니까? “
“ 뭘…. 말씀하시는지….. “
다음날 교내 상담실 안, 이준호와 마주 앉아있는 최유정은 두손을 꼭 쥔 채로 초조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늦은 저녁시간에 미성년인 동수와 모텔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스스로도 변명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생각되었다.
“ 언제부텁니까? “
“ 오.. 오해예요.. 선생님.. “
“ 현장에서!! 그것도 둘이 안에서 나오는걸 내 눈으로 직접 봤는데!! 오햅니까!! “
이준호는 급격히 격양된 어조로 유정을 쏘아붙였다. 그건 선생으로써 학생을 훈계하기 위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준호 자신의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는 질투의 목소리였다.
32살의 청순가련한 모습의 아름다운 유부녀 유정은 이준호에게 학생보다 여자로써 더욱 크게 느껴지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여자친구 한명 없는 준호에게 늘 동경의 대상이었고, 유정이 유부녀가 아니었다면 벌써 몇번이라도 사랑을 고백했을지도 몰랐다.
“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요.. 단지.. 동수가 잘곳이 없어서 하룻밤 묵을 곳을 알아봐주고 나온 것 뿐이예요…. “
“ 그걸.. 믿으라는 겁니까!!! 그리고 유정학생은…….. 결혼……… 그럼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려도 되겠군요!! “
“ 선생님… 정말.. 믿어주세요.. “
“ 그렇게 당당하다면 오늘 남편 분 학교로 오라고 하시죠.. 제가 직접 말씀드릴께요 “
“ 선생님!!! 어떻게 그래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
“ 그럼 어쩌자는 말입니까… 교장선생님한테라도 말해야 됩니까!! “
“ 선생님… 선생님께서.. 한번만 믿어주고 넘어가주시면… “
이준호는 유정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화난듯 높아진 목소리와 표정이 무서웠는지 유정은 눈물을 머금고 어깨를 들썩이며 떨고 있었다. 사실 준호에게 유정을 곤란하게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아마 다른 누군가와 어제의 모텔에서의 모습을 같이 목격했더라면 그 사람의 입을 알아서 적극적으로 막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유정과 썸씽이 있던없던간에 같은 시간, 같이 모텔에서 웃으며 나온 동수는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유정의 곁에서 떼어내버리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 유정학생…. 아니… 유정씨!! 저도 유정씨는 믿어요… 안그럴사람이라는거 알아요.. 하지만, 동수는 용서할수 없습니다. 폭력을 저질러서 정학중인 학생이 착한 유정씨를 꾀어내서 모텔이나 출입하고.. 동수는 퇴학시켜야 될 것 같아요.. “
“ 선생님!!!! 동수도… “
“ 그만!! 그런 줄 알고 이만 교실로 돌아가요.. “
“ 선생님!! 선생님!! “
이준호는 자신을 애타게 불러대는 최유정을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상담실을 빠져나갔다. 유정의 안쓰러운 모습을 뒤돌아 보게된다면 마음이 약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상담실에 홀로 남은 최유정은 의자에 앉아 힘이 풀린채로 눈물을 흘리며 소리없이 흐느껴 울었다. 담임선생이 생각하고 있는 그런일들은 일어나지도 않았다. 아니 그런 생각조차 해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순간 자신은 다른남자와 그것도 15살이나 어린 학생과 불륜을 저질러버린 여자가 되어버렸다.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부끄러움과 억울함에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게다가 강동수는 어떻게 한단 말인가.. 자신과 얽힌 인연으로 학교로부터 정학까지 먹고, 이제는 퇴학을 당하게 될지도 몰랐다.
( 다.. 내 잘못이야… 내 잘못이야.. 어떡하든.. 제자리로 돌려놔야해.. )
유정은 자신으로 인해 벌어진 일들을 자신이 스스로 수습을 해야한다는 압박감이 생겼다. 그리고 유정은 울음을 참고 피가 날것처럼 입술을 이빨로 꽉 깨물고는 자리에서 벌덕 일어났다.
학생부가 위치한 교무실로 달려간 유정은 시간없다며 뿌리치는 이준호를 강제로 끌고는 학교 건물 뒷편으로 데려갔다.
“ 선생님…… 제가 어떻게 하면.. 그냥 넘어가 주실수 있죠..? “
“ 무슨말입니까.. 그냥 못넘어갑니다! “
“ ………. 동수 대신…… 제가……. 학교 그만둘께요… “
“ 네? 그게.. 무슨… 문제는 유정씨가 아니라… “
“ 제가 문제였어요… 저 때문에 그래요… “
“ 무슨 이야기죠… 그게…? “
유정은 할수없이 체육대회날 도서부실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이준호에게 이야기할 수 밖에 없었다.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난 이준호는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지며 어쩔줄 모르는 듯 표정이 제어가 되지 않았다.
“ 어떻게 그런일이!!!! “
“ 그러니까.. 동수학생은 용서해주세요.. 그리고.. 그냥 제가 학교를 그만둘께요.. “
“ 그래도!!! 유정씨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
“ 다..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잖아요… 게다가.. 이젠.. 선생님도 알아버리고.. 무슨 낯으로 학교를 다녀요.. 그 사건이 아니라도 이젠 학교 다닐수 없어요.. “
“ 유정씨!!!! “
이준호는 갑작스레 양손으로 유정의 두 어깨를 잡았다.
“ 제발… 학교를 그만둔단 이야기는 하지 말아요… “
“ 선….. 선생님.. 왜 이러세요.. “
“ 저… 유정씨… 좋아합니다.. 그러니까.. 학교는 다녀요.. 내가 어떻게 하든 해결해볼께요.. “
“ 선.. 생.. 님..
유정의 두 어깨를 굳게 잡고 있는 준호의 손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유정은 떨림이 전해져 오는 팔을 지나 준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미 준호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불타오를 듯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 선생님.. 저… 저는… “
“ 죄송해요… 유정씨.. 어떤 사람인지 알지만.. 그렇지만… 유정씨를 보고 있으면 좋아요.. 그러니까.. 학교는 다녀요.. 유정씨한테 피해가 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께요.. “
말이 끝나자 준호의 손이 유정의 어깨에서 떨어진다.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던 두 얼굴의 시선이 같이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준호가 고개를 들어 마지막 말을 남기고는 돌아서 먼저 걸어갔다.
“ 유정씨.. 내일 아침에 학교에서 꼭 볼수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이만.. “
담임선생이 떠난 자리에 그대로 서있던 유정의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있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이런 감정은 유정에겐 없었다. 중학교시절 일찍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한 탓에 다른 남자 한번 만나보지 못한 채 남편만을 자신의 사랑으로 알고 살아왔다.
그런데 어제 동수를 보고 떨렸던 마음도 그렇고 오늘 이준호에게 고백받고 난 유정의 가슴에는 스스로도 제어가 되지 않는 떨림이 느껴지고 있었다.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어 헛된 생각을 지우려고 노력을 해봐도 뛰는 가슴은 진정이 되지 않았다.
“ 엄마!!! 뭐하는거야!!! “
유정의 등뒤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들이었다.
“ 어… 어…. “
“ 어랏… 뭐야.. 이상해.. 여기서 뭐하는거야.. 혼자서.. ? “
“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
“ 아까.. 담탱이가 상담실에는 왜 부른거야? “
“ 어?.. 어.. 그냥… 공부 잘하고 있냐고… “
“ 정말.. 그거야? 엄마.. 요새 이상해!!! “
“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조그만게… 엄마 취조하듯이 뭐하는거야.. 쓸데없는 소리말고 교실 들어가자… “
유정은 아들이 자꾸만 자신에게 꼬치꼬치 캐묻는 것이 부담스러워.. 서둘러 변명을 끝내고는 등을 떠밀어 교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하교시간
유정의 아들 진성호는 자신의 핸드폰에 문자가 들어와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했다.
( 엄마.. 잠깐 친구네 좀 들렀다가 들어갈께.. 먼저 들어가.. )
“ 뭐야… 요새… 맨날… “
문자메세지를 보며 투덜거리는데 뒤에서 우성이가 성호의 등을 친다.
“ 뭐냐? “
“ 아니야.. 아무것도.. “
“ 뭐야~ 너 혹시.. 혼자 연애질하는거 아니야? 요새 말수도 없고, 나한테 뭐 숨기는 듯한데.. 이상해!! “
“ 됐다.. 임마!!! “
성호는 짜증난다는듯 우성을 째려보았다. 우성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는 순간 성호의 머리속에 떠떠오르는 것 있었다.
“ 우성아.. “
“ 왜.. 말해.. 임마.. “
“ 너.. 니네 삼촌인가.. 심부름센터 한다고 했었지? “
“ 근데..? 그건 왜? 너두 누구 돈빌려주고 때인적 있냐? “
“ 심부름센터에서 사람 뒷조사하고 그런것도 하는거 맞지? “
“ 하지.. 근데.. 왜 그러는데? “
“ 그럼.. 나 부탁 좀 하자… 니가 삼촌한테 이야기해서 우리엄마 뒷조사 좀 해달라고 하면 안될까? “
“ 아주머니? 야… 아주머니를 왜? “
“ 우리 엄마 요새 좀 이상해서 말이야.. 뭔가 힘든일이 있는거 같은데.. 말을 안해주니까.. 아들로써 뭘 알아야 도와주던지 하지.. 그러니까 니가 삼촌한테 잘 이야기해서 우리엄마 뭣땜에 요새 힘들어 하는지 좀 알아봐줘라.. 걱정되서 그래.. “
“ 그래…. 근데… 삼촌이.. 돈 욕심이 많아서 그런거 이야기하면 돈 많이 달라고 할텐데.. “
“ 그러니까 너한테 부탁하는거잖아.. 그냥 니가 알고 싶어하는 것처럼 해서 좀 알아봐줘라.. “
“ 뭐… 니네 엄마도 우리 엄마나 마찬가지니까.. 어려운일이 있다면 나도 가만히 있을순 없지.. 한번 노력해볼께.. “
정우성.. 진성호와는 유치원부터 같이 다닌 가장 친한 친구였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한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살았었고, 현재도 한 동네에 살고 있는 까닭에 서로의 집에도 왕래가 잦았다.
친구의 집에 방문하는 횟수는 정우성이 훨씬 잦았다. 위로 형을 셋이나 둔 우성의 어머니는 나이가 50을 넘은데다가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억척스럽고 괴팍한 시골 할머니들 같았다. 그에 반해 성호의 어머니인 유정은 우성의 형이 요즘 만나고 다니는 여자친구보다도 더욱 젊고 아름다워 보였다. 게다가 성격도 싹싹하기까지 하여 친구의 어머니가 아니라 큰누나라고 생각될 정도로 친근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고등학교에 편입하여 자신과 같은반 급우가 되질 않았던가..
성호의 부탁을 곰곰히 생각해보던 우성은 친구의 어머니를 아무도 모르게 뒷조사 한다는 것이 한한편으로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뭐.. 성호놈 부탁이긴 하지만… 아줌마의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내가 먼저 알수 있다… 나쁘진 않은걸.. 헤헤.. )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우성이 도착한 곳은 시장통안에 있는 어떤 허름한 상가빌딩 앞이었다.
우성은 핸드폰을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 띠리리리… 띠리리리… 띠리리리.. ………… 띠리리리.. 고객님이 전화를 받지않아… )
“ 뭐야.. 왜 안받고 그래.. 사무실에 없나? “
우성은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 3층에 위치한 사무실로 올라갔다. 올라가보면 누군가는 있을것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뭐.. 만약에 없더라도 우성 또한 사무실 열쇠를 하나 가지고 있기 때문에 들어가서 기다리면 될거라고 생각했다.
3층에 올라가 현관문을 손으로 잡아 돌렸다.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안에서 여자의 신음소리가 세워나왔다. 그리고 우성은 잡았던 손잡이를 조심스레 다시 놓았다.
( 뭐야… 누가 사무실에서.. 대낮부터….. 혹시.. 삼촌? )
우성은 만약에 지금 안에 있는 사람이 삼촌이라면.. 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생각해보면 우성의 삼촌은 예전부터 난봉꾼으로 유명했다. 워낙에 주변의 여자들과 바람을 많이 피워 작은어머니와도 수십차례 싸우기까지 했다. 2년전 이혼 이야기까지 오고가는 상황에서 삼촌이 백기를 들고 항복을 하면서 요새는 조용히 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만약 안쪽에 있는 사람이 삼촌이라면 정말 난처한 상황이었다.
( 아니… 그래!! 맞다. 안쪽에 삼촌이 있다면.. 어쩌면 아주머니 뒷조사도 꽁짜로 깔끔하게 할 수 있겠는걸… 흐흐.. )
우성은 다시 현관문 손잡이를 잡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살짝 문이 열린 틈으로 안을 들여다 보니 사무실 한가운데 쇼파에 벌거벗은 여자 한명이 상체를 꼿꼿이 세운채 아래위로 몸을 들썩거리며 신음을 지르고 있었다. 그러나 쇼파의 등받이에 가려져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손으로 쇼파를 잡고 남자 위에서 몸을 아래위로 움직이며 방아찍기를 하고 있는 여자는 언뜻 40대초반정도가 되어보이는 아줌마였다. 살집이 튼실하게 올라 전체적으로 풍만한 몸을 가지고 있었고, 몸이 움직움직일 때 출렁거리는 젖가슴은 젖소의 그것처럼 거대하게 늘어져 있었다.
“ 아훕… 아훕… 아훕… 나 죽어… 아훕… 아훕.. “
“ 욱… 욱.. 욱… 허리 좀 더 잘 돌려보라구.. 아줌마.. “
감춰진 쇼파쪽에서 들려온 남자의 목소리는 분명 삼촌의 목소리였다. 우성은 삼촌의 목소리를 알아차리자..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카메라를 동영상모드로 놓고 문틈에 대고 촬영을 시작하였다.
“ 아훕.. 아훕.. 그만…. 그만.. 힘들어요… 아훕… 사장님이.. 위에서.. 아훕.. “
“ 알았어.. “
남자의 맨몸둥이가 쇼파 안쪽에서 등을 보이며 들어났다. 남자는 여자를 품에 안은채 자세를 바꾸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 아욱… 좁아.. 이거 원 침대를 하나 놓던지 해야지.. “
남자는 투덜거리면서 여자를 쇼파에 눕히고는 다시 여자의 두 다리를 잡고 들어올려 그 사이에 자신의 아랫도리를 가져다 댔다.
남자가 자세를 잡는 모습이 핸드폰 동영상으로 저장이 되면서 화면에 삼촌의 얼굴이 자세히 나타났다.
( 됐다… 흐흐흐… 삼촌.. 한창 즐기고 있는데 미안해.. 현장포착이 중요하니깐.. )
우성은 지금이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고는 바로 문고리에 손을 잡고 활짝 열어 재꼈다.
“ 삼촌!! 있어요~~~!! “
“ 꺄~~~아~~~악!!! “
“ 누…누…누구….야… “
갑작스럽게 열린 문 안쪽으로 두 남녀는 긴장한 표정으로 문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너무나 급작스러운 상황에 아직도 둘은 서로를 껴안은채 그대로 몸이 굳어있었고 우성은 충격적인 장면을 본듯한 표정으로 남자를 다시 불렀다.
“ 삼…..촌…. “
“ 우… 우성아…. “
우성은 삼촌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못볼것을 보았다는 듯 잡고 있던 문을 놓고 뒤를 돌아 밖을 향해 내려갔다. 분명히 삼촌이 자신을 붙잡으려 쫓아올것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다만 삼촌을 옷을 입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하여.. 1층에 내려가 한쪽 구석에 쪼그려 앉아 고민하는 척을 하고 있었다.
잠시 뒤, 역시나 우성의 삼촌인 정도일이 옷을 대충 껴입은채로 헐레벌떡 밖으로 뛰쳐나온다.
건물밖의 길 양쪽을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우성을 찾다가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우성을 발견하여 우성의 옆으로 와서 우성의 양어깨를 잡는다.
“ 우성아… 어쩐 일로… 온거냐… “
“ 그냥… 삼촌이.. 보고 싶어서… 부탁할 것도 있고… “
“ 그래.. 부탁? 무슨 부탁? “
“ 그것보다 안에 같이 있던 아줌마는… 누구야….? “
“ 아…. 너는 몰라도 되는 사람이야… 그냥.. 삼촌이랑 친구… “
“ 친구랑… 그거 해도 되는거야… “
“ 으…응… 그러니까.. “
“ 작은엄마랑 그것 때문에 이혼까지 할뻔해놓고… 작은엄마가 불쌍해.. “
“ 우성아.. 그러니까… 이번 한번만 비밀로 하자… 응.. “
정도일은 이마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도 우성을 설득하기 위해서 온갖 회유와 설득을 계속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아내의 경고도 무서웠지만 더욱 무서운건 자신의 형이자 우성의 아버지였다.
우성의 아버지는 경찰이었다. 지역 관할 경찰서의 형사과장으로 근무를 하고 있었고, 정도일이 심부름센터를 가장하여 사채, 협박, 갈취, 도청 등 온갖 탈법을 저지르는 것을 방어해주고 있었다.
우성의 아버지 정도영은 동생의 비리는 눈을 감아주면서도 사회적으로는 정의감이 뛰어나고 품행이 바르며, 업무에 빈틈이 없는 것으로 유명했다. 게다가 가정적이기까지 해서 우성의 엄마와는 부부금실도 좋았다. 그래서 정도일이 바람을 피워 이혼사태에 이르렀을 때 정도영은 지금껏 동생에게 화를 낸것중 가장 심하게 야단을 쳤고, 만약 이혼을 당할시에는 뒤를 봐주는 일도 그만두겠다고 단언한 상태였다.
“ 우성아.. 제발 한번만 넘어가자… 이번만 삼촌 사정봐주면 내가 무슨 소원이든 들어줄께.. 응~ “
“ 그럼… 삼촌… “
“ 그래! 뭐든지 말해봐.. “
“ 그게… 누구 뒷조사 좀 해야할일이 있는데…. “
“ 뒷조사? 고등학생이 그런건 왜… ? “
“ 아니… 다른게 아니구 친구가 부탁한건데… 친구 어머니가 요새 고민거리가 많은 것 같은데 알수가 없어서.. 무슨 고민이 있나 좀 알아봐달라고… “
“ 하하하.. 그래.. 그런거야 쉽지.. 얼마든지 해주마… “
“ 친구가.. 돈은.. 없데… “
“ 아니!! 우리 우성이 친구라면 그 친구도 내 조카나 마찬가지인데 돈은 무슨 걱정하지마.. “
“ 고마워.. 삼촌.. “
“ 고맙긴.. 오히려 내가 고맙지.. 그래.. 그럼 친구한테 조사할 사람 이름이랑 주민번호, 집주소, 그리고 사진 한장만 가져오라구 해.. 그럼 바로 내가 알아봐줄께.. “
“ 알았어.. 삼촌.. 그리고… “
우성은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 들어있던 핸드폰을 꺼내려고 손을 넣어 핸드폰을 잡는다. 그리고는 잠시 몇초의 생각끝에 다시 핸드폰을 주머니에 그래도 넣는다.
핸드폰에 찍혀진 삼촌의 영상을 보여주고 지우려고 했다가 혹시라도 후에 일이 잘못되면 써먹을써먹 있을 것 같아 삼촌에게는 동영상의 일은 말을 하지 않았다.
우성은 성호를 만나 유정의 신상정보와 사진 하나를 받아 삼촌에게 넘겼다. 삼촌은 한 1주일정도면 모든 조사가 끝날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우성은 유정 아줌마가 무슨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지 궁금함에 떨면서 일주일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같은 시간.. 이준호의 학교근처 오피스텔 집안에는 이준호와 최유정이 같이 있었다.
“ 선생님… “
“ 뭐라고 말해도 동수는 퇴학입니다.. “
“ 제발.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흑흑… 저 때문에 어린아이 앞길을 이렇게. 막을순.. 흑. “
“ ……. 유정씨…. “
“ 퇴학만은 면하게 해주세요. 무슨 일이든… 선생님 말씀대로 할께요.. 네?.. “
준호는 쇼파 등받이에 기대고 앉아 팔짱을 끼고는 앞에 있는 유정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한 학생의 구제를 위해 자신의 집까지 찾아와 사정을 하며 울고있는 여자의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진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눈앞의 연약한 여자의 모습에 사랑의 감정이 솟구치고 있었다.
“ 그러면….. 퇴학은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대신 저의 조건을 들어주었으면 합니다. “
“ ….. 말씀해보세요.. 선생님.. “
“ 첫번째, 퇴학은 면하더라도 동수는 우리 반… 아니 우리학교에는 다닐수가 없습니다. 전학조치 하겠습니다. “
“ 그건….. 그렇게까지… “
“ 싫습니까? “
“ 네….? 아. 아니예요.. “
“ 둘째, 동수와는 앞으로 일체 어떤 일이 있더라도 만나지 말았으면 합니다. “
“ ……. “
“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의 친구가 되어 주십시오. “
“ 친..친구라니요.. 그게 무슨…? “
“ 제 조건은 그겁니다. 지켜주시겠다면 동수의 퇴학은 없는 일로 하죠. “
“ ……….. “
그리고 또 적막의 시간이 흐른다. 유정은 고개를 숙인채로 담임의 조건을 곰곰히 생각해보고 있었다.
우선 동수가 퇴학을 면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부모 없이 동생과 근근히 살아가면서도 열심히 다녔던 학교였다. 이번에 퇴학을 당한다면 분명 나쁜길로 빠질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싸움도 잘하니 더욱 걱정이 되었다. 전학을 가는것이 어쩌면 동수에게는 훨씬 좋은 방법일수도 있었다. 다만 문제는 담임선생의 자신에 대한 태도였다. 친구를 하자는 말이 곱게 들리지가 않았다 더구나 자신을 바라보는 이준호의 눈이 애절하다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렇게 고개를 숙인채 생각을 하던 유정의 머리에서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손길이 느껴졌다. 유정은 갑작스런 손길에 소스라치게 놀라 몸을 옆으로 움직여 손길을 피했다.
“ 히…익.!! “
유정이 너무 크게 놀란 반응을 보이자 준호도 멋적은 듯 손을 빼고 헛기침을 하여다.
“ 헙.. 헙.. “
“ 뭐하시는거예요..? “
“ 아니.. 난.. 그냥..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
유정은 자신의 눈을 피한채 고개를 돌리며 어쩔줄 몰라하는 준호의 모습을 보면서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는 잠시 뒤 말을 꺼낸다.
“ 다 선생님이 말씀하신대로 하세요.. 그대로 따를께요.. 그리고 친구도… 해드릴께요.. 다만, 제 몸에 손을 대지는 마세요!! 절대로!! “
“ 아니.. 뭐…. 헙.. 그.. 그래요… 그렇게 하죠.. “
이준호는 최유정이 똑부러지게 쏘아대자 아무런 말도 못하고는 꿂먹은 벙어리가 되었고, 유정이 집에서 나갈때까지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다만 유정이 나가고 난 후, 아쉬움에 입맛을 다지고 있었을 뿐이었다.
( 뚜르르.. 뚜르르. 뚜르르.. 여보세요… )
“ 동수야.. 나야.. 유정누나.. “
( 어. 어떻게 됐어? 학교에서는 아무일 없었어? )
“ 걱정하지 않아도 돼… .”
( 다행이네.. 그럼… 괜히 나 때문에 난처한 일 당하는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
“ 걱정해주었다니.. 고마운데… 후훗… 그런데.. 동수야…아…. 아니다.. 정학끝나면 학교에서보자.. “
( 왜.? 무슨일 있어..? 목소리가 안좋은 것 같은데.. )
“ 아니야… 아무일없어.. 나 이제 집에 들어가봐야 해.. 그만 끊을께.. 뚝..“
유정은 동수에게 하고 싶은 말, 해줘야하는 말을 하나도 하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눈가에는 눈물이 이슬처럼 맺혀 곧 떨어질것처럼 방울져 있었다.
집에 돌아오자 남편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 도데체 요새 왜 이렇게 늦게 다니는거야. “
“ 미안해요.. 친구 좀 만나느라고. “
“ 성호가 그러는데 매일 친구 만난다며? 갑자기 무슨 친구가 생겨서 그렇게 자주 만나는데.. “
“ 왜.. 또 날을 세우고 그래요.. 앞으로 일찍 다니면 되잖아요! “
“ 참.. 학교를 다닌다고 그러더니.. 노는것만 배워서 오나… 참.. 그건 그거고, 나 회사 옮길 것 같아.. “
“ 갑자기 회사는 왜요? “
“ 응.. 내일건설 알지? 거기서 설계분야 경력사원 충원중인데 스카우트 제의가 왔어.. 조건도 아주 좋고 말이야.. 추천인이 학교 선배인데.. 그 선배랑 잘맞고 해서 옮길까 생각중이야. “
“ 뭐.. 조건만 좋다면야… 당신 일이니까.. 당신이 알아서 잘 처신해요.. “
집에 돌아오자마자 시작된 남편의 잔소리를 피해보려고 유정은 남편의 말이 깊이 듣지않고 흘려버렸다. 오히려 오래 말을 하다가는 자신의 불안이 표출될까 더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1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강동수는 영문도 모른채 타지역의 고등학교로 전학 발령을 받아 학교를 떠났다. 단 하루 동수가 학교에 나오는날 유정은 결석을 하였다. 동수의 떠나는 모습을 도저히 볼수 없을 것 같았고, 담임 이준호도 유정의 결석에 오히려 찬성을 하였다.
그리고 유정은 그 일주일 내내 이준호에게 시달려야 했다. 친구가 되어 준다는 명목으로 준호는 매일같이 유정을 불러내 꼭 자신의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는 것 마냥 데리고 다녔고, 이준호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지어졌다.
그 일 때문에 하루는 남편과도 심하게 다툼이 있었다. 하루는 거의 새벽3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간 일 때문이었다.
다음날 아들인 성호의 중재로 부부싸움은 끝이 났지만, 유정은 준호와의 관계가 점점 부담되기 시작했다.
“ 어서와라.. 우성아. “
“ 삼촌.. 다 끝났어요? “
“ 그래.. 다 끝났지.. 여기 이렇게 자료도 다 수집해놨는걸.. “
정도일은 자신의 책상위에 놓여있던 서류봉투 하나를 들어 흔들어보였다. 서류봉툰는 한눈에 봐도 꽤 두툼하게 내용물을 채우고 있었다.
토요일이었던 어젯밤, 정도일은 정우성에게 전화를 하여 조사가 다 끝났으니 와서 자료 확인하고 받아가라고 전화를 했다. 그리고 우성은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삼촌에게로 달려간 것이었다.
“ 우성아.. 이 여자.. 친구엄마라고 했냐? “
“ 네.. 왜요? “
“ 음.. 해달라고해서 뒷조사를 하긴 했다마는.. 이거 친구 보여주지는 못하겠는데.. “
“ 무슨일인데 그래요…? “
“ 에라.. 모르겠다.. 내가 남일 걱정할 것도 아니고, 이거 줄 테니까.. 니가 보고 알아서 판단해라.. 친구 보여주든지 말던지.. 아무튼 너에게는 꽤 큰 선물이 될 것 같구나.. 하하하.. “
우성은 삼촌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자료봉투를 받아들고는 사무실을 나서는데 삼촌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 우성아!! 그거 아무도 없는데서 혼자 몰래 봐야한다!! 하하하!! “
[ 나의 엄마는 동급생 4부.. 끝 ]
개인적인 사정에 의한 것이니 혹여 기다리셨던 분들이 계시다면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연재속도가 좋을것 같지는 않습니다. ^^;
= 이번회 등장인물 List =
최유정 32세 : 내일고등학교 2학년 1반. 여주인공
진성호 17세 : 내일고등학교 2학년 1반, 최유정의 아들
정우성 18세 : 내일고등학교 2학년 1반, 성호의 친구
강동수 18세 : 내일고등학교 2학년 1반, 성호와 같은반 문제아
이준호 33세 : 내일고등학교 2학년 1반 담임교사 겸 체육교사
정도일 40세 : 우성의 삼촌, 심부름센터업 및 사채업자
진영국 33세 : 진성호의 아빠
[ 나의 엄마는 동급생 (4) ]
“ 어떻게 된겁니까? “
“ 뭘…. 말씀하시는지….. “
다음날 교내 상담실 안, 이준호와 마주 앉아있는 최유정은 두손을 꼭 쥔 채로 초조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늦은 저녁시간에 미성년인 동수와 모텔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스스로도 변명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생각되었다.
“ 언제부텁니까? “
“ 오.. 오해예요.. 선생님.. “
“ 현장에서!! 그것도 둘이 안에서 나오는걸 내 눈으로 직접 봤는데!! 오햅니까!! “
이준호는 급격히 격양된 어조로 유정을 쏘아붙였다. 그건 선생으로써 학생을 훈계하기 위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준호 자신의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는 질투의 목소리였다.
32살의 청순가련한 모습의 아름다운 유부녀 유정은 이준호에게 학생보다 여자로써 더욱 크게 느껴지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여자친구 한명 없는 준호에게 늘 동경의 대상이었고, 유정이 유부녀가 아니었다면 벌써 몇번이라도 사랑을 고백했을지도 몰랐다.
“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요.. 단지.. 동수가 잘곳이 없어서 하룻밤 묵을 곳을 알아봐주고 나온 것 뿐이예요…. “
“ 그걸.. 믿으라는 겁니까!!! 그리고 유정학생은…….. 결혼……… 그럼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려도 되겠군요!! “
“ 선생님… 정말.. 믿어주세요.. “
“ 그렇게 당당하다면 오늘 남편 분 학교로 오라고 하시죠.. 제가 직접 말씀드릴께요 “
“ 선생님!!! 어떻게 그래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
“ 그럼 어쩌자는 말입니까… 교장선생님한테라도 말해야 됩니까!! “
“ 선생님… 선생님께서.. 한번만 믿어주고 넘어가주시면… “
이준호는 유정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화난듯 높아진 목소리와 표정이 무서웠는지 유정은 눈물을 머금고 어깨를 들썩이며 떨고 있었다. 사실 준호에게 유정을 곤란하게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아마 다른 누군가와 어제의 모텔에서의 모습을 같이 목격했더라면 그 사람의 입을 알아서 적극적으로 막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유정과 썸씽이 있던없던간에 같은 시간, 같이 모텔에서 웃으며 나온 동수는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유정의 곁에서 떼어내버리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 유정학생…. 아니… 유정씨!! 저도 유정씨는 믿어요… 안그럴사람이라는거 알아요.. 하지만, 동수는 용서할수 없습니다. 폭력을 저질러서 정학중인 학생이 착한 유정씨를 꾀어내서 모텔이나 출입하고.. 동수는 퇴학시켜야 될 것 같아요.. “
“ 선생님!!!! 동수도… “
“ 그만!! 그런 줄 알고 이만 교실로 돌아가요.. “
“ 선생님!! 선생님!! “
이준호는 자신을 애타게 불러대는 최유정을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상담실을 빠져나갔다. 유정의 안쓰러운 모습을 뒤돌아 보게된다면 마음이 약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상담실에 홀로 남은 최유정은 의자에 앉아 힘이 풀린채로 눈물을 흘리며 소리없이 흐느껴 울었다. 담임선생이 생각하고 있는 그런일들은 일어나지도 않았다. 아니 그런 생각조차 해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순간 자신은 다른남자와 그것도 15살이나 어린 학생과 불륜을 저질러버린 여자가 되어버렸다.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부끄러움과 억울함에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게다가 강동수는 어떻게 한단 말인가.. 자신과 얽힌 인연으로 학교로부터 정학까지 먹고, 이제는 퇴학을 당하게 될지도 몰랐다.
( 다.. 내 잘못이야… 내 잘못이야.. 어떡하든.. 제자리로 돌려놔야해.. )
유정은 자신으로 인해 벌어진 일들을 자신이 스스로 수습을 해야한다는 압박감이 생겼다. 그리고 유정은 울음을 참고 피가 날것처럼 입술을 이빨로 꽉 깨물고는 자리에서 벌덕 일어났다.
학생부가 위치한 교무실로 달려간 유정은 시간없다며 뿌리치는 이준호를 강제로 끌고는 학교 건물 뒷편으로 데려갔다.
“ 선생님…… 제가 어떻게 하면.. 그냥 넘어가 주실수 있죠..? “
“ 무슨말입니까.. 그냥 못넘어갑니다! “
“ ………. 동수 대신…… 제가……. 학교 그만둘께요… “
“ 네? 그게.. 무슨… 문제는 유정씨가 아니라… “
“ 제가 문제였어요… 저 때문에 그래요… “
“ 무슨 이야기죠… 그게…? “
유정은 할수없이 체육대회날 도서부실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이준호에게 이야기할 수 밖에 없었다.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난 이준호는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지며 어쩔줄 모르는 듯 표정이 제어가 되지 않았다.
“ 어떻게 그런일이!!!! “
“ 그러니까.. 동수학생은 용서해주세요.. 그리고.. 그냥 제가 학교를 그만둘께요.. “
“ 그래도!!! 유정씨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
“ 다..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잖아요… 게다가.. 이젠.. 선생님도 알아버리고.. 무슨 낯으로 학교를 다녀요.. 그 사건이 아니라도 이젠 학교 다닐수 없어요.. “
“ 유정씨!!!! “
이준호는 갑작스레 양손으로 유정의 두 어깨를 잡았다.
“ 제발… 학교를 그만둔단 이야기는 하지 말아요… “
“ 선….. 선생님.. 왜 이러세요.. “
“ 저… 유정씨… 좋아합니다.. 그러니까.. 학교는 다녀요.. 내가 어떻게 하든 해결해볼께요.. “
“ 선.. 생.. 님..
유정의 두 어깨를 굳게 잡고 있는 준호의 손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유정은 떨림이 전해져 오는 팔을 지나 준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미 준호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불타오를 듯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 선생님.. 저… 저는… “
“ 죄송해요… 유정씨.. 어떤 사람인지 알지만.. 그렇지만… 유정씨를 보고 있으면 좋아요.. 그러니까.. 학교는 다녀요.. 유정씨한테 피해가 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께요.. “
말이 끝나자 준호의 손이 유정의 어깨에서 떨어진다.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던 두 얼굴의 시선이 같이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준호가 고개를 들어 마지막 말을 남기고는 돌아서 먼저 걸어갔다.
“ 유정씨.. 내일 아침에 학교에서 꼭 볼수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이만.. “
담임선생이 떠난 자리에 그대로 서있던 유정의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있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이런 감정은 유정에겐 없었다. 중학교시절 일찍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한 탓에 다른 남자 한번 만나보지 못한 채 남편만을 자신의 사랑으로 알고 살아왔다.
그런데 어제 동수를 보고 떨렸던 마음도 그렇고 오늘 이준호에게 고백받고 난 유정의 가슴에는 스스로도 제어가 되지 않는 떨림이 느껴지고 있었다.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어 헛된 생각을 지우려고 노력을 해봐도 뛰는 가슴은 진정이 되지 않았다.
“ 엄마!!! 뭐하는거야!!! “
유정의 등뒤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들이었다.
“ 어… 어…. “
“ 어랏… 뭐야.. 이상해.. 여기서 뭐하는거야.. 혼자서.. ? “
“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
“ 아까.. 담탱이가 상담실에는 왜 부른거야? “
“ 어?.. 어.. 그냥… 공부 잘하고 있냐고… “
“ 정말.. 그거야? 엄마.. 요새 이상해!!! “
“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조그만게… 엄마 취조하듯이 뭐하는거야.. 쓸데없는 소리말고 교실 들어가자… “
유정은 아들이 자꾸만 자신에게 꼬치꼬치 캐묻는 것이 부담스러워.. 서둘러 변명을 끝내고는 등을 떠밀어 교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하교시간
유정의 아들 진성호는 자신의 핸드폰에 문자가 들어와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했다.
( 엄마.. 잠깐 친구네 좀 들렀다가 들어갈께.. 먼저 들어가.. )
“ 뭐야… 요새… 맨날… “
문자메세지를 보며 투덜거리는데 뒤에서 우성이가 성호의 등을 친다.
“ 뭐냐? “
“ 아니야.. 아무것도.. “
“ 뭐야~ 너 혹시.. 혼자 연애질하는거 아니야? 요새 말수도 없고, 나한테 뭐 숨기는 듯한데.. 이상해!! “
“ 됐다.. 임마!!! “
성호는 짜증난다는듯 우성을 째려보았다. 우성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는 순간 성호의 머리속에 떠떠오르는 것 있었다.
“ 우성아.. “
“ 왜.. 말해.. 임마.. “
“ 너.. 니네 삼촌인가.. 심부름센터 한다고 했었지? “
“ 근데..? 그건 왜? 너두 누구 돈빌려주고 때인적 있냐? “
“ 심부름센터에서 사람 뒷조사하고 그런것도 하는거 맞지? “
“ 하지.. 근데.. 왜 그러는데? “
“ 그럼.. 나 부탁 좀 하자… 니가 삼촌한테 이야기해서 우리엄마 뒷조사 좀 해달라고 하면 안될까? “
“ 아주머니? 야… 아주머니를 왜? “
“ 우리 엄마 요새 좀 이상해서 말이야.. 뭔가 힘든일이 있는거 같은데.. 말을 안해주니까.. 아들로써 뭘 알아야 도와주던지 하지.. 그러니까 니가 삼촌한테 잘 이야기해서 우리엄마 뭣땜에 요새 힘들어 하는지 좀 알아봐줘라.. 걱정되서 그래.. “
“ 그래…. 근데… 삼촌이.. 돈 욕심이 많아서 그런거 이야기하면 돈 많이 달라고 할텐데.. “
“ 그러니까 너한테 부탁하는거잖아.. 그냥 니가 알고 싶어하는 것처럼 해서 좀 알아봐줘라.. “
“ 뭐… 니네 엄마도 우리 엄마나 마찬가지니까.. 어려운일이 있다면 나도 가만히 있을순 없지.. 한번 노력해볼께.. “
정우성.. 진성호와는 유치원부터 같이 다닌 가장 친한 친구였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한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살았었고, 현재도 한 동네에 살고 있는 까닭에 서로의 집에도 왕래가 잦았다.
친구의 집에 방문하는 횟수는 정우성이 훨씬 잦았다. 위로 형을 셋이나 둔 우성의 어머니는 나이가 50을 넘은데다가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억척스럽고 괴팍한 시골 할머니들 같았다. 그에 반해 성호의 어머니인 유정은 우성의 형이 요즘 만나고 다니는 여자친구보다도 더욱 젊고 아름다워 보였다. 게다가 성격도 싹싹하기까지 하여 친구의 어머니가 아니라 큰누나라고 생각될 정도로 친근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고등학교에 편입하여 자신과 같은반 급우가 되질 않았던가..
성호의 부탁을 곰곰히 생각해보던 우성은 친구의 어머니를 아무도 모르게 뒷조사 한다는 것이 한한편으로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뭐.. 성호놈 부탁이긴 하지만… 아줌마의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내가 먼저 알수 있다… 나쁘진 않은걸.. 헤헤.. )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우성이 도착한 곳은 시장통안에 있는 어떤 허름한 상가빌딩 앞이었다.
우성은 핸드폰을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 띠리리리… 띠리리리… 띠리리리.. ………… 띠리리리.. 고객님이 전화를 받지않아… )
“ 뭐야.. 왜 안받고 그래.. 사무실에 없나? “
우성은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 3층에 위치한 사무실로 올라갔다. 올라가보면 누군가는 있을것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뭐.. 만약에 없더라도 우성 또한 사무실 열쇠를 하나 가지고 있기 때문에 들어가서 기다리면 될거라고 생각했다.
3층에 올라가 현관문을 손으로 잡아 돌렸다.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안에서 여자의 신음소리가 세워나왔다. 그리고 우성은 잡았던 손잡이를 조심스레 다시 놓았다.
( 뭐야… 누가 사무실에서.. 대낮부터….. 혹시.. 삼촌? )
우성은 만약에 지금 안에 있는 사람이 삼촌이라면.. 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생각해보면 우성의 삼촌은 예전부터 난봉꾼으로 유명했다. 워낙에 주변의 여자들과 바람을 많이 피워 작은어머니와도 수십차례 싸우기까지 했다. 2년전 이혼 이야기까지 오고가는 상황에서 삼촌이 백기를 들고 항복을 하면서 요새는 조용히 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만약 안쪽에 있는 사람이 삼촌이라면 정말 난처한 상황이었다.
( 아니… 그래!! 맞다. 안쪽에 삼촌이 있다면.. 어쩌면 아주머니 뒷조사도 꽁짜로 깔끔하게 할 수 있겠는걸… 흐흐.. )
우성은 다시 현관문 손잡이를 잡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살짝 문이 열린 틈으로 안을 들여다 보니 사무실 한가운데 쇼파에 벌거벗은 여자 한명이 상체를 꼿꼿이 세운채 아래위로 몸을 들썩거리며 신음을 지르고 있었다. 그러나 쇼파의 등받이에 가려져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손으로 쇼파를 잡고 남자 위에서 몸을 아래위로 움직이며 방아찍기를 하고 있는 여자는 언뜻 40대초반정도가 되어보이는 아줌마였다. 살집이 튼실하게 올라 전체적으로 풍만한 몸을 가지고 있었고, 몸이 움직움직일 때 출렁거리는 젖가슴은 젖소의 그것처럼 거대하게 늘어져 있었다.
“ 아훕… 아훕… 아훕… 나 죽어… 아훕… 아훕.. “
“ 욱… 욱.. 욱… 허리 좀 더 잘 돌려보라구.. 아줌마.. “
감춰진 쇼파쪽에서 들려온 남자의 목소리는 분명 삼촌의 목소리였다. 우성은 삼촌의 목소리를 알아차리자..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카메라를 동영상모드로 놓고 문틈에 대고 촬영을 시작하였다.
“ 아훕.. 아훕.. 그만…. 그만.. 힘들어요… 아훕… 사장님이.. 위에서.. 아훕.. “
“ 알았어.. “
남자의 맨몸둥이가 쇼파 안쪽에서 등을 보이며 들어났다. 남자는 여자를 품에 안은채 자세를 바꾸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 아욱… 좁아.. 이거 원 침대를 하나 놓던지 해야지.. “
남자는 투덜거리면서 여자를 쇼파에 눕히고는 다시 여자의 두 다리를 잡고 들어올려 그 사이에 자신의 아랫도리를 가져다 댔다.
남자가 자세를 잡는 모습이 핸드폰 동영상으로 저장이 되면서 화면에 삼촌의 얼굴이 자세히 나타났다.
( 됐다… 흐흐흐… 삼촌.. 한창 즐기고 있는데 미안해.. 현장포착이 중요하니깐.. )
우성은 지금이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고는 바로 문고리에 손을 잡고 활짝 열어 재꼈다.
“ 삼촌!! 있어요~~~!! “
“ 꺄~~~아~~~악!!! “
“ 누…누…누구….야… “
갑작스럽게 열린 문 안쪽으로 두 남녀는 긴장한 표정으로 문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너무나 급작스러운 상황에 아직도 둘은 서로를 껴안은채 그대로 몸이 굳어있었고 우성은 충격적인 장면을 본듯한 표정으로 남자를 다시 불렀다.
“ 삼…..촌…. “
“ 우… 우성아…. “
우성은 삼촌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못볼것을 보았다는 듯 잡고 있던 문을 놓고 뒤를 돌아 밖을 향해 내려갔다. 분명히 삼촌이 자신을 붙잡으려 쫓아올것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다만 삼촌을 옷을 입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하여.. 1층에 내려가 한쪽 구석에 쪼그려 앉아 고민하는 척을 하고 있었다.
잠시 뒤, 역시나 우성의 삼촌인 정도일이 옷을 대충 껴입은채로 헐레벌떡 밖으로 뛰쳐나온다.
건물밖의 길 양쪽을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우성을 찾다가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우성을 발견하여 우성의 옆으로 와서 우성의 양어깨를 잡는다.
“ 우성아… 어쩐 일로… 온거냐… “
“ 그냥… 삼촌이.. 보고 싶어서… 부탁할 것도 있고… “
“ 그래.. 부탁? 무슨 부탁? “
“ 그것보다 안에 같이 있던 아줌마는… 누구야….? “
“ 아…. 너는 몰라도 되는 사람이야… 그냥.. 삼촌이랑 친구… “
“ 친구랑… 그거 해도 되는거야… “
“ 으…응… 그러니까.. “
“ 작은엄마랑 그것 때문에 이혼까지 할뻔해놓고… 작은엄마가 불쌍해.. “
“ 우성아.. 그러니까… 이번 한번만 비밀로 하자… 응.. “
정도일은 이마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도 우성을 설득하기 위해서 온갖 회유와 설득을 계속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아내의 경고도 무서웠지만 더욱 무서운건 자신의 형이자 우성의 아버지였다.
우성의 아버지는 경찰이었다. 지역 관할 경찰서의 형사과장으로 근무를 하고 있었고, 정도일이 심부름센터를 가장하여 사채, 협박, 갈취, 도청 등 온갖 탈법을 저지르는 것을 방어해주고 있었다.
우성의 아버지 정도영은 동생의 비리는 눈을 감아주면서도 사회적으로는 정의감이 뛰어나고 품행이 바르며, 업무에 빈틈이 없는 것으로 유명했다. 게다가 가정적이기까지 해서 우성의 엄마와는 부부금실도 좋았다. 그래서 정도일이 바람을 피워 이혼사태에 이르렀을 때 정도영은 지금껏 동생에게 화를 낸것중 가장 심하게 야단을 쳤고, 만약 이혼을 당할시에는 뒤를 봐주는 일도 그만두겠다고 단언한 상태였다.
“ 우성아.. 제발 한번만 넘어가자… 이번만 삼촌 사정봐주면 내가 무슨 소원이든 들어줄께.. 응~ “
“ 그럼… 삼촌… “
“ 그래! 뭐든지 말해봐.. “
“ 그게… 누구 뒷조사 좀 해야할일이 있는데…. “
“ 뒷조사? 고등학생이 그런건 왜… ? “
“ 아니… 다른게 아니구 친구가 부탁한건데… 친구 어머니가 요새 고민거리가 많은 것 같은데 알수가 없어서.. 무슨 고민이 있나 좀 알아봐달라고… “
“ 하하하.. 그래.. 그런거야 쉽지.. 얼마든지 해주마… “
“ 친구가.. 돈은.. 없데… “
“ 아니!! 우리 우성이 친구라면 그 친구도 내 조카나 마찬가지인데 돈은 무슨 걱정하지마.. “
“ 고마워.. 삼촌.. “
“ 고맙긴.. 오히려 내가 고맙지.. 그래.. 그럼 친구한테 조사할 사람 이름이랑 주민번호, 집주소, 그리고 사진 한장만 가져오라구 해.. 그럼 바로 내가 알아봐줄께.. “
“ 알았어.. 삼촌.. 그리고… “
우성은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 들어있던 핸드폰을 꺼내려고 손을 넣어 핸드폰을 잡는다. 그리고는 잠시 몇초의 생각끝에 다시 핸드폰을 주머니에 그래도 넣는다.
핸드폰에 찍혀진 삼촌의 영상을 보여주고 지우려고 했다가 혹시라도 후에 일이 잘못되면 써먹을써먹 있을 것 같아 삼촌에게는 동영상의 일은 말을 하지 않았다.
우성은 성호를 만나 유정의 신상정보와 사진 하나를 받아 삼촌에게 넘겼다. 삼촌은 한 1주일정도면 모든 조사가 끝날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우성은 유정 아줌마가 무슨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지 궁금함에 떨면서 일주일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같은 시간.. 이준호의 학교근처 오피스텔 집안에는 이준호와 최유정이 같이 있었다.
“ 선생님… “
“ 뭐라고 말해도 동수는 퇴학입니다.. “
“ 제발.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흑흑… 저 때문에 어린아이 앞길을 이렇게. 막을순.. 흑. “
“ ……. 유정씨…. “
“ 퇴학만은 면하게 해주세요. 무슨 일이든… 선생님 말씀대로 할께요.. 네?.. “
준호는 쇼파 등받이에 기대고 앉아 팔짱을 끼고는 앞에 있는 유정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한 학생의 구제를 위해 자신의 집까지 찾아와 사정을 하며 울고있는 여자의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진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눈앞의 연약한 여자의 모습에 사랑의 감정이 솟구치고 있었다.
“ 그러면….. 퇴학은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대신 저의 조건을 들어주었으면 합니다. “
“ ….. 말씀해보세요.. 선생님.. “
“ 첫번째, 퇴학은 면하더라도 동수는 우리 반… 아니 우리학교에는 다닐수가 없습니다. 전학조치 하겠습니다. “
“ 그건….. 그렇게까지… “
“ 싫습니까? “
“ 네….? 아. 아니예요.. “
“ 둘째, 동수와는 앞으로 일체 어떤 일이 있더라도 만나지 말았으면 합니다. “
“ ……. “
“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의 친구가 되어 주십시오. “
“ 친..친구라니요.. 그게 무슨…? “
“ 제 조건은 그겁니다. 지켜주시겠다면 동수의 퇴학은 없는 일로 하죠. “
“ ……….. “
그리고 또 적막의 시간이 흐른다. 유정은 고개를 숙인채로 담임의 조건을 곰곰히 생각해보고 있었다.
우선 동수가 퇴학을 면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부모 없이 동생과 근근히 살아가면서도 열심히 다녔던 학교였다. 이번에 퇴학을 당한다면 분명 나쁜길로 빠질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싸움도 잘하니 더욱 걱정이 되었다. 전학을 가는것이 어쩌면 동수에게는 훨씬 좋은 방법일수도 있었다. 다만 문제는 담임선생의 자신에 대한 태도였다. 친구를 하자는 말이 곱게 들리지가 않았다 더구나 자신을 바라보는 이준호의 눈이 애절하다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렇게 고개를 숙인채 생각을 하던 유정의 머리에서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손길이 느껴졌다. 유정은 갑작스런 손길에 소스라치게 놀라 몸을 옆으로 움직여 손길을 피했다.
“ 히…익.!! “
유정이 너무 크게 놀란 반응을 보이자 준호도 멋적은 듯 손을 빼고 헛기침을 하여다.
“ 헙.. 헙.. “
“ 뭐하시는거예요..? “
“ 아니.. 난.. 그냥..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
유정은 자신의 눈을 피한채 고개를 돌리며 어쩔줄 몰라하는 준호의 모습을 보면서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는 잠시 뒤 말을 꺼낸다.
“ 다 선생님이 말씀하신대로 하세요.. 그대로 따를께요.. 그리고 친구도… 해드릴께요.. 다만, 제 몸에 손을 대지는 마세요!! 절대로!! “
“ 아니.. 뭐…. 헙.. 그.. 그래요… 그렇게 하죠.. “
이준호는 최유정이 똑부러지게 쏘아대자 아무런 말도 못하고는 꿂먹은 벙어리가 되었고, 유정이 집에서 나갈때까지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다만 유정이 나가고 난 후, 아쉬움에 입맛을 다지고 있었을 뿐이었다.
( 뚜르르.. 뚜르르. 뚜르르.. 여보세요… )
“ 동수야.. 나야.. 유정누나.. “
( 어. 어떻게 됐어? 학교에서는 아무일 없었어? )
“ 걱정하지 않아도 돼… .”
( 다행이네.. 그럼… 괜히 나 때문에 난처한 일 당하는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
“ 걱정해주었다니.. 고마운데… 후훗… 그런데.. 동수야…아…. 아니다.. 정학끝나면 학교에서보자.. “
( 왜.? 무슨일 있어..? 목소리가 안좋은 것 같은데.. )
“ 아니야… 아무일없어.. 나 이제 집에 들어가봐야 해.. 그만 끊을께.. 뚝..“
유정은 동수에게 하고 싶은 말, 해줘야하는 말을 하나도 하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눈가에는 눈물이 이슬처럼 맺혀 곧 떨어질것처럼 방울져 있었다.
집에 돌아오자 남편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 도데체 요새 왜 이렇게 늦게 다니는거야. “
“ 미안해요.. 친구 좀 만나느라고. “
“ 성호가 그러는데 매일 친구 만난다며? 갑자기 무슨 친구가 생겨서 그렇게 자주 만나는데.. “
“ 왜.. 또 날을 세우고 그래요.. 앞으로 일찍 다니면 되잖아요! “
“ 참.. 학교를 다닌다고 그러더니.. 노는것만 배워서 오나… 참.. 그건 그거고, 나 회사 옮길 것 같아.. “
“ 갑자기 회사는 왜요? “
“ 응.. 내일건설 알지? 거기서 설계분야 경력사원 충원중인데 스카우트 제의가 왔어.. 조건도 아주 좋고 말이야.. 추천인이 학교 선배인데.. 그 선배랑 잘맞고 해서 옮길까 생각중이야. “
“ 뭐.. 조건만 좋다면야… 당신 일이니까.. 당신이 알아서 잘 처신해요.. “
집에 돌아오자마자 시작된 남편의 잔소리를 피해보려고 유정은 남편의 말이 깊이 듣지않고 흘려버렸다. 오히려 오래 말을 하다가는 자신의 불안이 표출될까 더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1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강동수는 영문도 모른채 타지역의 고등학교로 전학 발령을 받아 학교를 떠났다. 단 하루 동수가 학교에 나오는날 유정은 결석을 하였다. 동수의 떠나는 모습을 도저히 볼수 없을 것 같았고, 담임 이준호도 유정의 결석에 오히려 찬성을 하였다.
그리고 유정은 그 일주일 내내 이준호에게 시달려야 했다. 친구가 되어 준다는 명목으로 준호는 매일같이 유정을 불러내 꼭 자신의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는 것 마냥 데리고 다녔고, 이준호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지어졌다.
그 일 때문에 하루는 남편과도 심하게 다툼이 있었다. 하루는 거의 새벽3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간 일 때문이었다.
다음날 아들인 성호의 중재로 부부싸움은 끝이 났지만, 유정은 준호와의 관계가 점점 부담되기 시작했다.
“ 어서와라.. 우성아. “
“ 삼촌.. 다 끝났어요? “
“ 그래.. 다 끝났지.. 여기 이렇게 자료도 다 수집해놨는걸.. “
정도일은 자신의 책상위에 놓여있던 서류봉투 하나를 들어 흔들어보였다. 서류봉툰는 한눈에 봐도 꽤 두툼하게 내용물을 채우고 있었다.
토요일이었던 어젯밤, 정도일은 정우성에게 전화를 하여 조사가 다 끝났으니 와서 자료 확인하고 받아가라고 전화를 했다. 그리고 우성은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삼촌에게로 달려간 것이었다.
“ 우성아.. 이 여자.. 친구엄마라고 했냐? “
“ 네.. 왜요? “
“ 음.. 해달라고해서 뒷조사를 하긴 했다마는.. 이거 친구 보여주지는 못하겠는데.. “
“ 무슨일인데 그래요…? “
“ 에라.. 모르겠다.. 내가 남일 걱정할 것도 아니고, 이거 줄 테니까.. 니가 보고 알아서 판단해라.. 친구 보여주든지 말던지.. 아무튼 너에게는 꽤 큰 선물이 될 것 같구나.. 하하하.. “
우성은 삼촌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자료봉투를 받아들고는 사무실을 나서는데 삼촌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 우성아!! 그거 아무도 없는데서 혼자 몰래 봐야한다!! 하하하!! “
[ 나의 엄마는 동급생 4부..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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