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마구출대 시아 #20 백마 피에르와의 만남
페이지 정보
본문
->아니다. 조금 고되어 보이지만 크게 위험해보이지 않는 군 부대의 축사 청소나 하기로 하자.
"역시 축사 청소가 낫겠어."
시아의 말에 가스통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그게 좋을 것 같아. 연금술사나 마법사와 연관된 일치고 위험하지 않은 일이 없으니까 말야."
그의 말에 시아는 맞다고 맞장구를 쳐준 뒤, 그에게서 의뢰인이 있는 장소를 알아낸 뒤 그곳으로 향했다.
"이곳인가...?"
그녀가 도착을 한 곳은, 거대한 마구간이었다.
"엄청 크군. 이 정도나 많은 말들을 관리하다니 대단한 걸?"
시아는 마오라는 장군이 소유하고 있는 그곳을 보며 감탄을 하였다.
"역시 군부에서 가장 위세가 크다는 소문이 있는 마오 장군다워."
세 명의 대장군 중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은 마오 장군이었다.
동물을 무척이나 좋아하기로 소문난 그는, 애완견을 위해 취사병과 관리병을 따로 붙여줄 정도로 동물에 대해 광적인 애정을 보
이고 있었다.
"과연 그런만큼 이 축사도 대단히 관리가 잘 되어있군."
시아는 축사 특유의 거름냄새가 진동하긴 했지만, 꽤나 깨끗한 시설에 다시 한번 놀라고 말았다.
게다가 말들 역시 관리가 잘 되어있는지 털에 윤기가 반지르르하고 매우 깨끗하였다.
"와아~ 당신이 이번에 절 도와주러 온 사람인가요?"
그런 시아에게 다가온 사람은 아직 젊고 아름다운 소녀였다.
발랄하고 건강해 보이는 그녀는 햇빛에 그으른 듯 아름다운 갈색 피부를 뽐내고 있었다.
"남부의 만족인가?"
시아는 그런 소녀를 보며 순간 생각했다.
윈버실이라고 불리는 남부의 밀림에는 갈색 피부를 가진 아메리아 계의 사람들과 완전히 검은 피부를 가진 카리프아인들이 같이
공존하고 있다고 들었다.
물론 드물긴 하지만 그런 야만족들이 가르덴하르크에서 많이 용병으로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 놀라운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 어린 만족 소녀가 브린힐트의 축사를 담당하고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래, 내가 이번 일을 도와주러 온 시아란다."
의뢰인이긴 했지만 아직 어린 소녀라서 경계를 푼 시아가 살짝 눈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녀는 어린 아이들에게 무척이나 약한 면이 있었다.
하긴 그러니 로제타 때문에 이렇게 사서 고생하는 것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자꾸 동생들이 생각나서 어쩔 수 없는 걸..."
이미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동생들을 생각하며 시아는 잠시 씁쓸한 기분이 되었다.
그녀 스스로도 잘 알지만 절대로 감출 수 없는 약점.
테스에게도 약한 면을 보인 것은 바로 그때문이기도 하였다.
"잘 오셨어요. 시아님. 안그래도 바빠서 힘들었는데 잘 됐네요. 저는 이르마라고 해요."
아메리아인 소녀, 이르마는 활짝 순진하게 웃으며 시아를 환영했다.
그리고선 그녀는 시아에게 물었다.
"혹시 말을 다룰 줄 아시나요? 아니면 관리를 해보신 적이나?"
이르마의 물음에 시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전에 승마를 배우면서 말을 관리해본 적이 있어."
"승마를요?"
용병으로 보이는 시아가 말을 탈 줄 안다는 말에 잠시 놀란 이르마였다.
그 시대에 여성이 말을 탄 줄 안다는 건 대단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응. 그런 기회가 있었을 뿐이야."
별 거 아니라는 듯 덮어두려는 시아는 재빨리 말을 바꾸며 말하였다.
"그럼 난 뭘해야 하는거지?"
그녀의 말에 이르마는 곧 정신을 차리고는, 말 한마리를 데리고와서 소개시켜주었다.
"이 말의 이름은 피에르라고 해요. 마오 장군님이 아끼시는 명마지요."
이르마는 그러면서 말을 했다.
"시아님, 아니 시아 언니께서는 일주일동안 이 말을 관리해주시면 되요. 안 그래도 그 녀석은 언니처럼 크고 아름다운 여자만 따라서 제가 애를 먹고 있었거든요."
말 관리사로서의 자존심이 상한 듯, 심통이 나 그렇게 말한 이르마는 피에르를 돌보는 것 이외엔 틈틈히 마구간의 청소만 해주면 된다고 하였다.
"피에르 녀석은 매우 사나우니까 조심하세요. 뭐, 지금 언니에게 하는 행동을 봐서는 그런 충고는 있으느니 못하지만요."
아닌 게 아니라 피에르는 시아를 본 순간부터 그녀의 얼굴에 뺨을 비비면서 매우 흡족해하고 있었다.
"우후후후~ 간지러워~."
말이 그녀를 잘 따르자, 생각보다 일이 쉬워질 것 같아서 시아는 미소를 지었다.
이르마는 일주일정도 일을 해보고, 더 할 생각이 있으면 언제든 알려달라고 하였다.
"응, 알았어. 이르마. 고마워."
그렇게 축사에서의 일이 시작되었다.
정말이지 눈 깜짝할 사이에 3일이란 시간이 지나가 버린 것이다.
"후우~"
시아는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한숨을 내쉬었다.
축사에서의 일은 단순하였다.
말들이 싼 똥들을 치우고선, 그 뒷처리를 해주는 것과 신선한 건초를 갈아주는 것이 전부였다.
물론 말들을 씻기는 것이나 똥의 뒷처리를 하는 것이 여성인 시아로선 곤혹이었으나, 이미 전에 많이 해보던 일이라 그리 어럽지는 않았다.
"어렸을 때 배워둔 지식을 요긴하게 쓰는구나."
잠시 세이버 왕국 시절을 생각하며 추억에 잠겼던 시아는 피에르가 똥을 다 싸자 손가락을 녀석의 항문에 삽입해 긁어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피에르란 이름은 그녀의 어린 동생들 중 한 명의 이름과 똑같아서 자꾸만 옛 일이 떠올랐다.
그녀는 어느 새 백마 피에르가 자신의 친동생만큼이나 좋아졌고, 피에르 역시 그런 시아를 잘 따랐다.
"히히힝~!"
항문을 훑어주자 기분이 좋은 듯 피에르가 흥에 겨운 울음소리를 내었다.
"호호호, 기분이 좋은가 보구나. 피에르."
시아는 그런 피에르를 보며 기분이 곧 풀려서 항문을 만졌던 손을 씻고는 녀석의 털을 빗겨주었다.
어렸을 때 말을 무척 좋아했던 그녀는, 말이 무엇을 하면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엇다.
"정말이지 넌 너무 멋진 말이구나. 정말 탐이 나."
하얀 비단같은 털을 빗겨주며 시아는 말을 하였다.
그녀는 정말 오랜만에 뭔가를 갖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이히히힝~~!!"
푸르르 기분좋은 듯 몸을 떤 피에르는 시아의 손길이 좋은 듯 그녀에게 몸을 맡기면서 낮게 울었다.
"게다가 영리하기까지 하고 말야."
시아는 계속 피에르를 칭찬하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근데 왠지 이 하얀 털을 바라보니 유니페르가 생각나네. 잘 지내고 있을까?"
시아는 피에르의 털을 쓰다듬어주며 그녀가 태어나서 가장 고귀해보이는 말인 유니페르를 생각했다.
마법을 구사하는 매우 좋은 동료였던 그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말이었다.
물론 매혹이란 주문이 상시 발동되는 신수 유니콘이기 때문이기도 했고, 그녀가 유독 말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푸르르릉~!!"
시아가 다른 생각을 하는 걸 눈치챘는지 피에르가 거친 숨을 내쉬며 화를 냈다.
"아, 미안 미안.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너랑 있을 땐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께."
서둘러 피에르에게 사과를 한 시아는, 간신히 그렇게 피에르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왠지 다른 남자를 생각하다 애인에게 들킨 것처럼 그녀는 매우 부끄러워졌다.
"근데...고작 3일 밖에 안되었는데 왜 이렇게 피에르랑 있는 것이 좋을까? 이렇게까지 정이 들다니 너무 이상한 걸...?"
가끔씩 이르마가 가져다 주는 청정향을 뿌릴 때면 더욱 그런 기분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녀는 그 향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인식은 하지 못했다.
"후아~ 이 달콤한 향기...이런 고급 향수를 말에게 아낌없이 쓰도록 하다니... 역시 동물을 끔찍히 아끼는 마오 장군만이 할 수 있는 사치겠지?"
말에게 그런 비싼 향수를 마구 쓰다니 상상도 하지 못할 사치였다.
하지만 그 호사스런 행위 덕분에 거북한 축사의 냄새도 참을 수 있게 된 시아였다.
처음 그녀는 축사일을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그 냄새때문에 걱정스러웠는데, 아제 그런 우려는 말끔히 사라졌으니 마이다.
"근데 이거 왠지 중독될 것 같아. 후에 돈을 많이 벌게 되면 나도 한번 이걸 향수 대신 써봐도 좋을 것 같구...."
시아는 그날 분의 청정향을 또다시 뿌리면서 생각했다.
왠지 그 향기를 맡다보면 세상에 대한 근심을 다 잊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아아~ 역시 이 향기를 맡으면 기분이 너무 좋아져..."
시아는 그 향덕분에 고된 축사 일이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거 부작용도 심해..."
청정향을 깊게 들이키며 그녀는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향이 너무나 중독성이 짙어서 자꾸만 그 향에 빠져든다는 첫번째 문제였고, 다른 하나는 그 향을 맡으면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몸이 근질 거린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