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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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아.. 하아... 』
한 여자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숲을 가로질러 뛰고 있었다. 무엇인가에 쫓기듯이 연신 뒤를 돌아보며 길도 나있지 않은 숲의 커다랗게 자라있는 풀들을 해치며 뛰고 있었다. 이미 숲을 헤쳐가면서 나뭇가지등에 옷가지는 여기저기 너덜너덜하게 찢겨져 있었고 찢겨진 옷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얀 팔에도 풀등에 긁힌듯 보이는 상처가 눈에 띄었다.
정신없이 앞만보고 뛰어가는 여자...
여자의 머리속에 악몽같은 일이 떠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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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지지직...!!
『꺄아아아악!!! 』
살을 태우는 매캐한 냄새와 함께 들려오는 날카로운 여자의 비명소리...
양팔이 뒤로 묶여있는 상태에서 여자는 고통을 참기 어려운듯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크크크크 이걸로 넌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노예가 되었다... 』
괴로움에 진저리를 치고있던 여자가 고통으로 흐릿해진 눈으로 자신의 앞에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앞으로 흘러내린 진한 검은색의 머리카락이 눈까지 살짝 덮고 있는 남자의 얼굴은 여자라 해도 딱히 반박하기 어려울만큼 아름다웠다. 말그대로 물한방울 손에 묻혀본 적이 없을듯이 고귀하게 자라온 듯한 귀티가 흐르고 있었다.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생김새부터 입고있는 옷까지 얼핏보아도 상당히 귀한 대접을 받으며 살아온듯 보이는 남자의 등.. 그의 등에는 커다란 날개가 달려있었다. 특이한 점은 양쪽에 하나씩 있는 한 쌍의 날개가 아닌 비정상적으로 한쪽에만 날개가 붙어있다는 점이었다.
여전히 고통스러운 얼굴로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던 여자의 시선이 남자의 손으로 이동했다. 남자의 손에는 길다란 쇠막대기같은 것이 들려져 있었다. 그 쇠막대 자체가 발광이라도 하고있는듯 묘한 푸른빛을 내는 막대.. 그 끝에는 특이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마치.. 다이아몬드를 두개의 꽃잎이 떠받들고 있는듯한 문양...
여자의 시선이 남자가 들고 있는 푸른빛을 발광하는 쇠막대에서 자신의 하체쪽으로 이동했다. 발가벗겨져 있는 여자의 하체.. 그 하복부에는 막대끝에 위치한 문양과 똑같이 생긴 문양이 마치 문신처럼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붉게 빛을 발하고 있는 그 문양은 조금씩 흐려지는듯 싶더니 그런 문양따위는 원래 없었던듯 스르르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하아.. 무.. 무슨 짓을... 한거야... 』
남자가 무엇인가를 들고왔다..
작은 컵과같은 것을 들고온 남자가 여자를 보고 씨익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컵속에 손을 넣었다 빼내고는 여자에게 보여주듯이 잠시 희멀건 액체가 묻어있는 손을 들어보였다.
『또.. 무슨짓을 하려는거야... 』
『아.. 별거아냐.. 보여주려고... 그 인장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
남자는 자신을 노려보는 여자에게 씨익 웃어보이며 결박당해있는 여자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조금전 컵에 집어넣었던 손을 털하나 없는 여자의 다리사이에 가져갔다. 여자의 숨소리에 맞춰 조금씩 열렸다 닫히며 그 붉은 속살을 숨기고 있는 여자의 비소.. 그 안으로 남자의 손가락이 살짝 닿았다.
『하아악..!!!! 』
여자를 묶고있는 결박만 없다면 그대로 쓰러질듯이 힘없이 결박에 몸을 의지하고 있던 여자의 얼굴이 큰 반원을 그리며 들어올려졌다. 눈은 더이상 커질수 없을만큼 동그랗게 치떠지고 동공이 확대되었으며 여자의 몸은 주체하기 어려울정도로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무...무...무슨.. 지...짓을 하...한거야... 』
떨리는 음성...
조금전의 반항적이고 적대적인 말투와는 전혀 다른 떨리는 음성이었다.
『어때? 죽이지?? 살짝 닿기만 했는데도 미쳐버릴것 같지? 』
『 정액이 네 몸안에 있으면 넌 또 끓어오르는 욕정에 고통스러워하겠지.. 그걸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네 몸으로 정액을 받아내는 것 뿐... 하지만 새로들어온 정액은 또다시 네 몸을 욕정에 끓어오르게 만들겠지... 그걸 해결하는 길은 역시 또다시 정액을 받아들이는 것... 결국 넌 끝없는 욕정속에서 고통받게 되는 것이지.. 크크크 』
『비록 주기적으로 욕정이 발동하지만.. 근본적으로 정액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음 주기에는 더욱 극심해지게돼지.. 아무리 의지가 강하다한들 하루를 버티기 어려울껄? 더구나.. 이 인장을 없애는 방법은 오직 하나.. 시전자인 내가 죽는 방법밖에 없다... 설령 네가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다해도 내가 죽지않는 이상 인장은 사라지지 않아... 』
남자의 말에 여자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여자의 몸은 여전히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으나 그것이 조금전의 자극때문인지 남자의 말에의한 두려움때문인지 구분하기는 어려웠다.
『크크크.. 떨고 있군... 결국 날 죽이던지... 아니면 매일같이 내게 정액을 구걸하며 살던지... 아~ 방법이 또하나 있지... 종족이나 개체에따라 다르긴해도 보통 정액은 체내에서 10일정도 이상 남아있기 어렵지.. 10일.. 10일만 참아내면 그 고통에서 해방 될 수 있다... 물론... 다시 조금이라도 정액을 받게되면 원래대로 돌아가겠지만 말이야 크크크크 그럼.. 시작해 볼까? 』
남자는 들고있던 컵을 가지고 여자에게 다가갔다.
남자가 가까이 다가가자 여자가 결박을 풀기라도 할듯 급격히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크크 소용없어.. 』
『아.. 안돼.... 으으읍..!! 』
여자에게 다가간 남자가 여자의 입에 컵에 담겨져있던 정액을 모두 털어넣고 여자의 입과 코를 틀어막았다. 남자가 밀어넣은 정액을 입에 담고 머리를 흔들며 저항하던 여자의 몸이 순간 또다시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대충 마신 모양이군... 』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한 손을 밑으로 내려 여자의 다리사이에 가져갔다. 그리고는 하복부 주위만을 빙글빙글 간지럽히듯 움직여대고 있었다. 여자는 여전히 온 몸을 부들부들 떨고있었고 초점마저 흐릿해지는듯 보였다. 남자가 손을 떼고도 여전히 벌어진 입에서는 침이 흘러나와 턱을 타고 밑으로 떨어지고 있음에도 여자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하아으응... 』
하복부를 간지럽히던 남자의 손이 붉은 속살을 내비치고 있는 여자의 비소안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하은... 하아하아.. 흐응.. 』
남자의 손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음에도 여자의 입에서는 쉴새없이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조금씩 붉게 달아오르듯 상기되어가는 여자의 얼굴...
『어때? 상당하지? 인장이 있는 상태에서 정액을 받아들이면 그 만족도나 쾌감이 수백배로 늘어나지.. 평상시라면 절대 느낄 수 없는 쾌락이 느껴진단 말이야 크크크 네 작은 보지속에 내 자지를 박아달라고 사정이라도 하고싶지 않아? 크크크 그럼 원하는대로 해 줄 수도 있지... 크크크 』
『하아... 하윽... 』
여자의 입에서는 참기어려운듯 쉴새없이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고있었지만 여자는 남자의 말에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려버렸다.
『호오.. 저항하시겠다? 역시.. 대단한걸? 하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
여자의 질속을 파고들어간 남자의 손의 움직임이 더욱 빠르고 거세졌다. 수도꼭지를 틀어놓기라도 한듯 여자의 비소에서는 흥건할정도로 많은 양의 애액이 쏟아져나와 남자의 손을 적시고 허벅지를 타고 바닥으로 흘러내리고 있었고 여자 역시 호흡이 곤란할정도로 가쁜 숨을 내쉬며 연신 신음소리를 흘려내면서도 남자를 외면하고 있었다.
『크크크.. 아주 멋지군.. 이정도까지 참을 수 있다니.. 그럼.. 그 뜻을 존중해줄까? 』
남자는 마치 여자를 위한다는 말투로 여자의 인내심에 감탄한듯이 말을 하고는 여자의 비소를 휘젓고 있는 손을 천천히 빼내기 시작했다.
『아..안돼... 』
순간...
여자의 입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크크크크 안된다고? 뭐가 안된다는거지? 』
남자는 여자에게서 완전히 손을 떼었다. 여자는 아쉬운듯한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다리를 비비꼬으며 온 몸을 비틀어대며 남자의 손이 주던 쾌락의 빈자리를 매꾸기위해 애처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후훗.. 역시 대단해.. 얼마나 버티는지... 두고 볼까? 』
결국.. 그녀는 이틀을 버티지 못하고 그 남자에게 정액을 구걸해야만 했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욕정과 그것을 참으려할때 느껴지는 고통... 그리고 다시 정액을 구걸하고 정액을 받을때의 그 만족감... 조금씩 그렇게 여자는 중독되어가며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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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고통스러운 기억에 몸사래를 쳤다. 생각만으로도 몸이 마비되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여자는 손으로 자신의 복부를 만져보았다. 지금쯤 옷속에서 그 문양이 붉게 빛을 발하고 있을것이었다.
『어떻게든.... 』
여자가 또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야할지 여자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그에게 도망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이곳은 그의 세계나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이대로 그렇게 있을 수만은 없다. 여자는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멈춰라!!! 』
우거진 숲을 지나 조금 넓은 터로 나오는 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숲 전체를 울리는듯한 엄중한 목소리에 여자는 흠짓 놀라며 주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딱히 누군가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쫓기고 있다는 두려움때문인지 여자는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초조하고 두려운 눈빛으로 주위를 재차 둘러보았다.
『이곳은 금지되어 있는 곳..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다.. 어서 나가라..!! 』
또다시 숲을 울리는듯한 웅장한 목소리...
여자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소리가 나는 곳에서 특별히 무슨 기척을 느낄 수는 없었다. 시간이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더 멀리.. 달아나야만 했다. 설사.. 소리를 내고있는 무엇인가가 자신을 공격한다한들.. 이곳에 발목이 붙잡혀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런 생각에 다시 여자가 한 걸음 내딛었을 때...
쿠웅...!!
이번에는 소리뿐만이 아니었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듯이 땅이 흔들리고 있었다.
"뭐..뭐지..???"
다시한번 주위를 둘러보는 여자...
여자의 눈에 무엇인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바위...??"
그러고보니 깎아지른듯이 높게 솟아오른 한쪽 절벽면아래에 잘 다듬어진 네모난 바위들로 탑을 쌓아놓은듯한 거대한 구조물이 하나 서 있었다. 그리고 그 구조물이 지금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금지된 구역이라 했다.. 더 이상 다가온다면... 』
쿠웅...!!
또다시 커다란 굉음과 함께 지진이라도 날듯이 땅이 흔들리고 있었다. 네모낳게 잘 깎아지른 돌이 아주 큰 것부터 작은것까지 모여 마치 사람처럼 두개의 다리와 두개의 팔 그리고 얼굴모형을 이루고 있는 거대한 석상이었다. 그 거대한 석상의 발이 크게 들어올려졌다 바닥을 힘있게 내리 친것이었다.
분명 서로 각각 떨어진 네모난 크고 작은 돌이었지만 그것들은 마치 자석에라도 이끌리는듯 하나의 인간처럼 구조를 이루고 움직이고 있었다. 여자는 잠시 그 거대함에 넋을 잃은듯 멍하니 석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당황해 알지 못했지만 저 석상... 여자도 익히 알고 있는 석상이었다.
그 석상이 지금 앞을 막아서고 있다... 그렇다고 뒤를 돌아서 갈 수도 없다...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또다시 거대한 석상이 다리를 들어올리며 위협하듯 말하기 시작했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지 않고... 응?? 』
또다시 다리를 들어올리며 여자를 위협하며 말하던 석상이 잠시 멈칫거렸다. 그리고 갑자기 머리라고 생각되어지는 네모난 돌조각이 허공을 떠오르는듯 싶더니 여자쪽을 향해 다가왔다.
『씨일... 』
여자의 입에서 작은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씨일... 중간계와 마계를 잇는 차원의 문지기....
저 거대한 석상의 이름이었다.
『고..공주님?? 』
씨일이라 불리는 석상은 표정은 지을 수 없는지 얼굴인듯한 네모난 돌자체에 변화는 없었지만 그 목소리는 놀란듯한 목소리였고 여자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역시.. 공주님... 이잖아?? 하지만 어떻게..? 분명 돌아가셨다고 들었는...?? 』
『흐윽... 』
석상의 말에 여자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여자의 흐느낌에 네모난 돌덩어리 씨일이 당황한듯 또다시 빙글빙글 돌고 위아래로 움직이며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공주님.. 도대체 무슨 일이... 이런 차림새로...? 게다가 날개는..?? 』
또다시 숲전체를 뒤흔드는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번엔 씨일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여자는 머리를 숙이고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만으로 두려운지 부들부들 떠는 몸으로 여자는 안절부절하지 못하던 여자가 석상을 향해 말했다.
『씨일.. 나.. 나 좀 도..도와줘... 』
『제발... 흐윽... 』
얼굴로 보이는 석상이 여자쪽을 향했다가는 다시 조금 전 소리가 나는쪽을 잠시 바라보는듯 하더니 여자를 향해 시무룩한듯한 말로 이야기했다.
『저도 도와드리고는 싶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
『고..공주님... 』
여자는 차라리 죽여달라는 말을 하면서 흐느끼고 있었고 목소리의 주인공이 벌써 가까운곳까지 다가왔는지 멀지않은 곳에서 숲이 흔들리고 있었다.
『정말... 죽고싶으신.. 거에요? 』
도와주겠다는 소리에 여자가 고개를 들어 석상을 바라보았다. 따로 여자에게 떨어져 나와있던 석상의 얼굴부분이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고 네모난 돌들로 사람형태를 이루고있던 석상의 모습이 변해가기 시작했다.
네모난 돌들이 쌓이고 이어져 사람의 모형을 이루고있던 석상이 각각의 네모난 돌들로 무너져내리는가 싶더니 몇개의 돌들은 바닥으로 내려와 하나의 커다란 받침대를 만들고 나머지 돌들은 받침대의 모서리부분에 작은 기둥을 이루고있는듯한 모습으로 석상은 그 모습을 바꾸었다.
『이쪽으로 오세요... 』
씨일의 말에따라 주저앉아있던 여자가 몸을 일으켜 석상이 만들어낸 구조물쪽으로 다가갔다. 조금전까지 사람모양의 석상을 이루고있던 돌들로 만들어진 커다란 발판.. 여자는 그 위로 올라섰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뿐이에요... 지금부터 공주님을 중간계로 보내드릴거에요.. 』
『네... 아마도.. 공주님을 중간계로 보내드리면 뒤쫓아온 그 분 역시 공주님을 따라 중간계로 가려하실테지요.. 문지기에 불과한 저는 그 분이 중간계로 가시길 원하신다면... 보내드릴 수 밖에 없구요... 』
씨일이 하고있는 말은 사실이었다.
씨일은 이곳과 중간계를 잇는 차원의 문을 관리하는 문지기였다. 하지만 지금 이곳을 지배하고 있는 자가 문을 열기를 원하면 그것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자신이 원하고 원하지 않고따위는 상관없었다. 다른 종족이라면 몰라도 신족중에서도 지배자인 신족이 문을 개방하기를 원한다면 씨일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않든 열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여자도 알고 있었다. 여자 역시 신족이었기에 잘 알고있는 사실이었다. 이렇게 씨일의 도움을 받아 여자가 중간계로 도망을 간다고해도 쫓아오는 자 역시 중간계로 자신을 찿아 온다면... 잡힐 수 밖에 없다..
『죽어도.. 좋다고 하셨죠? 』
씨일의 말에 여자는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진심이었다. 또다시 잡혀가 배에 있는 인장의 고통에 시달릴 바에는.. 차라리 죽어버리는 것이 훨씬 나았다.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석상의 모서리에 세워진 기둥이 빛나기 시작했다. 기둥전체가 빛나는 것이 아닌 네모난 돌들로 쌓여진 기둥의 틈새에서 빛이 새어나오는듯 기둥을 이루고있는 틈새사이에서 강하고 밝은 보라빛의 불빛이 새어나왔다. 마치 돌기둥에 보라빛으로 어떤 문양을 새기듯이 틈새들은 하나의 추상적인 그림을 그리며 빛이나기 시작하고 하나의 기둥이 완전하게 빛을 발하며 문양을 완성하자 다음 기둥이 그리고 그 다음 기둥이 차례대로 빛이나기 시작했다.
이윽고 네개의 기둥이 모두 밝은 보라빛의 문양을 빛내기 시작하자 각 기둥의 끝에서 모두 네갈래의 보라빛의 기운들이 흘러나와 천장을 이루듯이 여자의 머리위에서 모이며 여자가 서있는 발판위에 천장을 이루듯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공주님을 중간계에 보내드리고.. 전... 자멸할 거에요... 』
빛이 조금씩 강렬해지기 시작했다.
『왜..!! 왜 이렇게까지..... 』
여자의 모습이 빛에 가려지며 조금씩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전 공주님이 좋으니까요... 처음 뵈었을때.. 그때부터 좋았던것 같아요... 그래도 다행이에요.. 돌아가신줄 알았는데.... 꼭... 살아서.... 다시... 돌아오세요... 』
주위를 온통 뒤엎을듯이 환한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듯싶은 순간 빛은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여자의 모습도 사라져버렸다. 빛과 함께 여자가 사라지고난 직후 반쪽날개를 가진 남자가 석상앞으로 도착했다.
『칫.. 쓸데없는 짓을... 중간계인가? 문을 개방하라.. 』
석상은 마지막 말과함께 그자리에서 무너져 내려버렸다.
그리고 그 앞에서 반쪽날개를 가진 남자가 양 미간을 찌푸리며 그 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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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신녀가 숨을 헐떡이며 제사장쪽으로 급히 달려왔다.
『제..제사장님.. 저.. 저기... 저기... 』
『아이...?? 』
신녀의 보고를 받은 제사장은 신녀가 안내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제사장이 도착한 곳.. 그곳에서는 아무것도 입지않은 여자아이가 죽은듯이 쓰러져있었고 제사장은 그 아이를 향해 다가갔다. 제사장은 아이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귀는 분명 아닌데... 어째서 이런 어린아이가 이런 곳에서 죽어있는.. 응? 』
순간 제사장은 아이의 손이 미세하게 꿈틀거리는 것을 보고는 황급히 아이의 맥을 확인해보았다. 아주 약하긴 하지만 분명 맥은 뛰고 있었다.
"이 아이..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