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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일/번/mc/단편) 신의 주소장 - 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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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22 회 작성일 24-01-11 18:0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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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코마 과장 보좌는 최근 고민을 하고 있었다.

 직장에 익숙해 질 수 없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 할 수 없다.


 그것은 사회인에게 있어서는 결코 드문 고민은 아니다.
 오히려 자주 있는 고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해서 이 고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물론 이코마 과장 보좌도 지금까지 평탄한 인생을 살아온 것은 아니다.
 46년이라는 인생동안 다양한 벽에 부딪히고 극복해왔다.
 그러니까 이코마 과장 보좌도 가능한 적극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그동안 일하던 집배소가 문을 닫던 날.
 많은 동료가 지방의 사무소나 관련 회사로 전근되었다.
 그들과 그들의 가족을 생각하면 수도권에 남아 있을 수 있기에 아직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우에노 그룹의 기대주 「카미노·트레이딩·에이전시」로의 이동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한 때의 동료들의 기대를 생각하면 지금의 자신이 한심하게 생각된다.
 그런데도 이코마에게 있어서 이 신천지는 3개월이 지나도 전혀 익숙해 질 수 없는 별세계처럼 느껴진다.

 

 이코마의 고민은 깊다.


 ☆ ☆ ☆



「과장님, 실례합니다만 요코하마의 소네씨에게 재발행한 전표의 제출을 재촉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소네씨는 기일은 자주 어겨서 말이죠.」


 이치하시씨가 귀찮다는 얼굴로 나에게 부탁한다.
 오늘도 모두가 귀찮아하는 안건만이 이코마씨에게 맡겨지는 것 같다.
 그런데도 이코마씨는 싫은 얼굴 하지 않고 정중하게 대처한다.
 오히려 일이 생겼으니 고맙다는 얼굴이다.


「그러니까, 요코하마 지사의 소네씨지? 제대로 전화해둘께.」
「저…, 과장님.
 소네씨는 고객과 상담이 업무이니 핸드폰을 받지못할때가 많으니 메일로 보내 두세요.
 최근 바쁘신 것 같으니까요.」


(바쁜 것 같다고? 나와는 다르단거냐….)


 마음 속으로 불평을 한다.
 그러면서도 아무말도 할 수 없는 자신에게 이코마씨는 쓴웃음을 짓는다.


「메일인가…, 그렇군….
 저기, 이치하시군?
 그… 몇번이나 부탁해서 미안하지만 사내 직원의 주소 가르쳐 주지 않겠어?」


 쾅!


 이치하시씨는 손에 가지고 있던 노란 서류봉투를 난폭하게 이코마씨의 책상에 던졌다.


「정말이지…, 인트라넷으로 여기를 열어 주세요!
 주소장에서 다운로드한 뒤 C드라이브에라도 보존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부탁드립니다!」


(이런….
 이치하시씨는 원래 미인이니까 더 부드러운 말투를 하면 지금보다 인기있을텐데….
 이렇게 말하면 성희롱일까?)


 이코마씨는 애매하게 끄덕인 뒤 서류봉투를 받고 메일의 작성 작업에 들어갔다.
 집게손가락으로 조심조심 키보드를 두드리지만 속도가 나지는 않는다.
 이치하시씨는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 초조한 것인지 눈을 감고 한숨을 쉬었다.


 이코마씨도 필사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지만 환경이 너무 다르다.

 이코마씨가 지금까지 있던 집배소에는 PC는 단 한대뿐이었다.

 재고 관리, 전표 관리, 품질 관리, 클레임 관리, 수주.
 그렇기에 이코마씨는 그런 업무들을 모두 계산기와 자필의 문서로 해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 「카미노·트레이딩·에이전시」는 신흥의 해외 브랜드 수입업체.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 부터 가끔은 오스트리아나 벨기에까지.
 그런 해외의 브랜드회사와 계약을 하여 의류나 구두, 가방이나 식기를 수입하는 회사다.

 시스템화의 진전도나 사풍의 젊음, 일의 스피드가 지금까지의 직장과는 전혀 다르다.


 그렇다.
 그동안 이코마씨가 일하던 집배소에는 윈도우즈 95가 설치된 pc 1대뿐.
 그나마 설치되어 있는 프로그램도 인쇄를 위한 이치타로뿐.
 (※ 이치타로 : 일본의 워드 프로세서 프로그램)


 동료들도 그렇다.
 순박한 여사원이 4명, 나머지는 남자들뿐이었던 집배소와는 달리

 이곳은 직장의 7할이 유행에 민감하고 도시적인 여사원들뿐.

「그러니까- http.
 어라? 이건 입력하지 않아도 좋다고 했었나? 카미노-였지, 케이, 에이, 엠, 아이…」


 이치하시씨는 이코마씨의 혼잣말을 듣고 초조한건지 또 한숨을 내쉬고 있다.

「소네 과장님, 본사·총무부의 이코마라고 합니다.
 요전날 토우베에서 의뢰했던 재발행한 전표의 건입니다만 이미 기한을 넘기고 있습니다.
 신속하게 제출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무쪼록 협력 바랍니다.
 ㅡ이러면 되는걸까…?」

 


 ☆ ☆ ☆



「과장님.
 요코하마의 소네씨에게 전표에 대해서 메일 보내셨나요?
 조금 전 소네씨의 어시스턴트의 미야우치씨로부터 전표의 마감 언제까지인지 묻는 전화가 있었습니다만.」


 웨이브 진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만지면서 쿠도씨가 이코마씨의 자리에 온다.

 쿠도씨는 이치하시씨보다 젊어서 아직 입사 3년째.
 일보다는 자신의 생활을 즐기는 것을 신조로 하고 있는 요즈음의 여자 아이다.


「아. 조금 전 보냈어.
 주소장을 다운로드하고, 그것을 보면서 쳤기 때문에 틀림없을거야.」

「어라?
 미야우치씨는 소네씨의 메일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체크했지만 어떤 연락도 없었다고 말했었어요.
 혹시 과장님 또 실패한거 아닌가요―?」



 쿠도씨가 말한다.

 자료 작성에 몰두하고 있던 이치하시씨가 큰 한숨을 내쉬더니 일어서서 이코마씨의 PC를 보러 와 주었다.


「과장님.
 송신 이력을 보여 주세요. 방법을 모르신다면 제가 하겠습니다.
 아니요. 마우스는 필요 없습니다.키보드만으로 조작하는데 익숙해지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엇? 과장님, 이 주소 뭡니까? 저희 도메인이 아닌데…,
 이 소네·히사요시씨 동성 동명의 딴사람 아닙니까?」

「에에―, 과장님, 또 해버리셨네요―?
 이래선 다른 회사의 딴사람에게 메일 보내 버린거네요―?」



 쿠도씨가 과장된 목소리로 소란피운다.
 이치하시씨는 서늘한 시선을 이코마씨에게 던진다.
 이코마씨는 곤란해서 고개를 숙였다.


「그게―, 제대로 회사의 주소장을 열고 그걸 보면서 쳤지만.
 이거 봐. 이치하시씨가 장소를 가르쳐 준 주소장.
 카미노 하이폰 다이렉토리-…응, 이거이거.」

「하이픈? 제가 쓴 것은 언더 바입니다.전혀 달라요.」



 이치하시씨가 질렸다는 얼굴로 이코마씨를 바라본다.


「언더 바…, 그건 뭔가? 잘 모르겠는데….」

「수고 하셨습니다-입니다! 총무부의 이코마씨-. 약속했던 전표 가져왔습니다―!」



 갑작스런 목소리가 오피스의 출입구로부터 들렸기에 이코마씨에게의 심문은 일단 중단했다.
 모두가 되돌아 보면 요코하마 지사·영업 3부의 소네씨가 와있었다.


「엣…, 소네 과장. 전표를 보내러 일부러 총무부까지 오신 겁니까? 드무네요.」


 이치하시씨가 갈색 봉투를 받는다.
 확실히 언제나 바쁜 소네씨는 서류의 송부는 모두 부하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서류의 싸인조차 뒷전으로 해 두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오우! 일부러가 아니라고. 상담을 캔슬하고 일부러 여기까지 왔다구. 나도 의리가 있으니까 말이지.
 어쩐지 갑자기 기한이 지나버린건 아닌가라고 생각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날아 와 버렸지.
 대단한 용무도 아닌데….정말이지―.상담 캔슬의 벌충으로 오늘 밤은 아침까지 접대려나?
 엇차, 이럴 시간이 없지. 그럼!」


 큰 발소리와 함께 총무부를 뒤로 하는 소네씨의 뒷모습을 보면서
 이치하시씨, 쿠도씨, 이코마씨의 3명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었다.


「그 소네씨가…
 제출 기한을 생각해 내고 직접 손수 제출하러 왔다구요? 오늘 밤 눈이라도 내리려나.」
「전 비가 내린다고 생각합니다―.」


 ☆ ☆ ☆



 이코마씨는 동료들과 달리 일이 바쁘지는 않다.
 게다가 성실한 성격이라 의문이 하나라도 생기면 진지하게 답이 나올때까지 생각한다.


(메일은 주소가 틀렸으니까 소네 과장에게는 보내지지 않았어….
 그렇지만 소네씨는 갑자기 제출일을 생각해 내고 신속하게 제출해 주었다.
 메일은…, 정말로 닿지 않았던 것일까?)


 이코마씨는 조금 전 다운한 주소장과 이치하시씨가 다운받아준 주소장을 인쇄해서 비교해 본다.


(확실히 이 귀같은 마크….
 @ 부호라고 말했나? @ 부호의 뒤로 오는 문자가 차이가 있어. 처음 다운한 주소장 쪽이 더 긴 주소야.
 그렇지만 확실히 요코하마 지사 영업 3부에 소네 쿠바씨가 있어.
 어시스턴트의 미야우치씨도….
 우연히 다른 회사의 주소장을 다운로드해 버렸다고 생각해도 일치하는 부분이 너무 많아···.)


 인쇄하자 20 페이지나 되는 「가짜 주소장」을 넘겨 가면
 도쿄 본사·총무부의 페이지에는 이코마씨와 이치하시씨, 쿠도씨와 동성 동명의 주소도 발견되었다.


(놀났는 걸.우리들과 동성 동명의 사람도 있다고…? 이건 우연의 일치으로서는 이상해.)


 이코마씨는 시험삼아 메일을 써 보기로 했다.


「확인차 메일을 보냅니다.
 이치하시씨 돌연 죄송합니다만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메일을 보냅니다.
 저는 카미노·트레이딩·에이전시 주식회사, 총무 이코마라고 합니다.
 현재 이 메일 주소는 사용되고 있는 것입니까?
 저희들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주소장과 귀사의 주소장이 지나치게 닮았기에
 잘못해서 메일이 보내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으므로 확인차 보냈습니다.
 만약 이 메일이 아직 사용하고 계시다면 한마디라도 좋으니 답장을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이코마 요스케 (주) 카미노·트레이딩·에이전시 총무부 과장 보좌」



 송신 단추을 이코마씨가 누른 순간 근처의 이치하시씨가 돌연 일어섰다.
 그러더니 이코마씨를 바라보며 차렷 자세를 취하더니 오른손을 높이 올리고


「네.받았습니다!」


 라고 큰 소리를 냈다.


「왓! 잇치 선배, 갑자기 큰 소리 내지 말아 주세요―.놀라지 않습니까―.」


 쿠도씨가 놀라 소리를 낸다.
 이코마씨도 걱정이 들어 말을 걸었다.


「이치하시씨, 무슨 일이ㅣ?」


 바로 그 이치하시씨는 멍한 모습으로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둘러 보았다.
 마치 자신의 행동에 자신이 놀라고 있는 분위기다.


「에…, 아니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 갑자기 머릿속에서 벨이 울린 것 같은 소리가 들리고 눈앞에 글자가 있는 것 같아서….」

「네―, 글자입니까―? 뭐라고 써 있었습니까―?」


「그것이…, 그, 웃지 말아줘.「You Got Mail」이라고….」


「너무 일을 하신 건 아닌가요―?」



「KTA」의 총무부로서는 이상한 사건이 많은 날이었다.
 단지 모두 바쁘기 때문에 그다지 신경쓰지않고 일로 돌아간다.

 그러나 이코마씨만은 무엇인가 굉장히 심각한 얼굴을 하고 오피스를 뒤로 했던 것이었다.


 ☆ ☆ ☆


 이튿날 아침의 「KTA」총무부는 여사원들의 놀라움의 목소리와 웃음소리로 업무가 시작되었다.
 모두 놀라울 정도 복장이 같았던 것이다.


 청결감이 느껴지는 흰 셔츠에 타이트 스커트.
 여기까지는 직장인 이상 아무것도 이상한 것은 없다.
 그러나 전원이 붉은 하이힐을 신고 있던것은 놀랍다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마치 모두 통일된 제복을 입고 있는 상황에 선배격의 이치하시씨도 쓴웃음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쿠도씨는 자신의 취향이 아닌 옷을 입은 것을 후회하고 있는지 눈살을 찌푸리며 PC를 보고 있었다.



 붉은 하이힐은 같고 있지 않았던 여사원들은
 어젯밤 심야에도 영업하고 있는 신발가게를 일부러 찾아다닌 뒤 붉은 하이힐을 사온 것 같다.


 이상한 우연의 일치에 고개를 갸웃하는 동료들중에서 단 한 명.

 이코마씨만이 확신으로 가득 찬 얼굴로 웃고 있었다.


(역시 틀림없어. 이것은 이상한 힘을 가진 주소야.
 이 주소에 부탁하는 듯이 메일을 쓰면 모두 그 부탁을 들어 주는거야.
 어떤 원리인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이건… 굉장해.)


 실은 이코마씨는 어제 처음으로 넷 카페라는 곳에 가 보았다.
 최종 확인을 할 생각으로 직장의 사람들에게 일괄적으로 메일을 보낸 것이다.
 그리고 그 효과를 오늘 아침 자신의 눈으로 분명하게 확인해 버렸다.


(어떤 PC로 보내도 이 주소장에 메일 주소가 실려 있는 사람들은 보내진 지시를 반드시 실행한다.
 어째서 그것을 실행하는지는 모르지만 그것을 수상히 여기거나 하지는 않았어.
 이건 잘만 사용하면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걸.
 혹시…이건 신의…, 신의 주소장인지도 몰라.)


 이코마씨는 그 순간에 중요한 사실을 깨닫고 어제 주소장을 다운받았던 사이트에 재차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 사이트는 어제와는 다른 화면이 나타나고 있었다.


「열람을 원하시는 분은 ID와 패스워드를 입력해 주세요」


 그런 글귀가 한가운데의 회색의 장방형에 표시되고 있었다.
 어제의 액세스 이력이 문제가 되서 무엇인가 변경이 더해졌을지도 모른다.
 이코마씨는 그 이상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원래 PC는 매우 서투르다. 게다가 ID도 패스워드도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어제 다운로드한 회사 사람들 이외의 주소를 다운로드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미 회사 전원의 주소는 보존해서 가지고 있다.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 ☆ ☆



「으―음, 덥다…. 에어콘 고장이라도 난건가?」


 이코마씨의 곁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이치하시씨가 불쾌한듯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러면서 목부분의 단추를 하나 풀었다.


(오늘은 이코마 과장도 혼잣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해 주고 있는데…, 이래서야 오늘도 일에 집중 할 수 없잖아.)


 스트레이트의 흑발에 손을 대면서 이치하시씨는 화면에 집중하려고 한다.
 하나 더 가슴 팍의 단추을 풀면 속옷이 완전히 보여 버리지만 참을 수 없어서 단추에 손을 뻗는다.

 플라스틱 단추를 풀고 셔츠를 조금 벌리자 흰색의 브래지어가 공공연하게 드러났다.


(아아―정말! 이렇게 더워선 브라를 하고 있을 수 없잖아.
 곁에 있는 남자는 시들어 버린 이코마 과장뿐이니까 벗어버릴까…)


 이치하시씨는 평상시라면 생각조차 하지 않을 행동을 취하기 시작하고 있는 자신을 깨닫지 못한다.
 책상에 푹 엎드린뒤 꿈틀꿈틀 움직이더니 벌려친 가슴 팍으로부터 브래지어를 빼냈다.
 그리곤 누구에게도 눈치 채이지 않은 것을 확인하면서 살그머니 책상의 서랍에 브래지어를 넣어둔다.


 그녀는 바로 옆에서 응시하고 있는 이코마씨의 시선은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당장이라도 발작할 것 같을 정도로 난폭한 호흡으로 이치하시씨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아―, 브라를 벗으니까 조금 편해졌네. 어쩐지 시원해진 느낌도 들고….후우.)


 이코마씨가 키보드에 무엇인가 입력하자 갑작스레 이치하시씨가 양손을 들고 크게 기지개를 켠다.
 이코마씨의 눈이 부릅 떠진다.


 이치하시씨의 흰 셔츠에 감쳐져있지만 튀어나와 있는 두 곳.
 부드러운 천에 작지만 확실히 그 모습을 과시하고 있었다.

 당분간 입을 연 채로 멈추어 있던 이코마씨.
 천천히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하자 이치하시씨의 머릿속에는 또 이상한 생각이 떠올라 버렸다.



(팬티도 벗는 쪽이 더 시원하려나?  팬티도 벗어버릴 건데 좀더 스커트를 걷어 올리는건 어떨까? 
 이코마 과장이라면 봐도 아무렇지 않으니까….)


 ☆ ☆ ☆


 사에구사씨는 입사 1년째의 신인이다.
 실수는 있지만 분발하는 성격으로 선배들에게 귀여워해지고 있는 누이동생뻘 되는 사람 이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서고의 정리안을 만들어 보고하기 위해서 이코마 과장 보좌에게 협의하러 왔다.


 보통은 상사에게의 보고에는 선배가 따라 와 줄 것이지만


「이코마 과장님라면 일이 없을테니까 사에구사 혼자서 다녀와.
 그냥 올려도 상관없지만 일단 확인은 받아야 하니까 말야」


 라고 선배에게 듣고 어쩔 수 없이 혼자왔다.
 바보취급하는 과장 보좌라고는 해도 신입사원인 사에구사씨에게는 매우 훌륭한 사람으로 보인다.


「아…,그. 오늘은 서고의 정리안을 가져왔으니 봐주셨으면 합니다.
 일단 야마기시 선배께서도 보셨습니다만 확인 바랍니다.」



 이코마씨는 상냥한 눈으로 수긍하면 서류에 대충대충 훑어봐 간다.

 이런 기특한 신인에게 못된 장난을 해 버려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하는 죄악감과
 이런 사랑스러운 아이야말로 조금 괴롭히고 싶다는 괘씸함인 생각이 이코마씨의 머릿속에서 섞인다.


「음…, 괜찮다고 생각해. 아직 1년째의 사원으로서는 좋은 결과라고 생각하는데.
 단지…, 하나 질문이 있는데 좋을까?」

「ㄴ,네! 어딘가 이상한 곳이 있습니까?」


 사에구사씨가 당황한다.
 야마기시 선배에게도 확인받았고 제대로 된 정리안이었는데 어딘가 잘못된건가?


「이거… 1층의 정리안과 2층의 그림 사이에 끼워지고 있는 사진. 이건 뭐지?」


 서류뭉치에서 이코마씨가 뽑아낸 한 장의 종이.
 A3의 지면에 크고 칼라 카피로 여성의 상반신이 인쇄되어 있었다.


「네? 그것은 나의 가슴입니다.
 방금전 자료의 카피를 할 때 참고 자료의 일부로…….아,그…여,역시 이상합니까?」


 목소리가 점점 작아져 간다.
 지금에 와서 자신이 한 행동의 이상함을 눈치채기 시작했던 것이다.


(어째서…어째서 업무 중에 복사실에서 옷을 벗고 복사기로 저런…. 꺄아앗―!)


 새빨갛게 얼굴을 붉힌 사에구사씨의 머릿속에 당연하다는 얼굴로 상의를 벗은 뒤
 복사기에 가슴을 갖다 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다.
 노란 빛이 자신의 몸을 통과할 때의 뜨거움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너무나 부끄러워서 이대로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다.


「서고의 정리안에 사에구사씨의 가슴사진인까.
 헤에― 어떻게 참고해야할지….
 개인적으로 생각할때 조금 작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축소 카피일까?」

「…아니요, 동일배율입니다.
 저기…, 참고가 되지 않는다면 파기할테니 돌려주시면….」


「그런가…, 이 크기 그 자체인가.
 하지만 유두의 색은 매우 예뻐. 이것은 매우 좋다고 생각해.」



 이코마씨가 빨강 펜으로 유두를 둘러싸듯이 둥글게 동그라미를 그린다.
 사에구사씨는 마치 자신의 몸에 직접 펜을 댄 것 같아서 움찔한다.


「뭐, 상관없겠지. 서고의 정리안도 잘 되었고 유두도 깨끗한 색이고.
 음… 다양하게 참고가 할 수 있―.」


 이코마씨가 말을 전부 끝내기 전에 사에구사씨는 이코마씨의 손으로부터 자료를 강탈해 버렸다.


「아우…,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만 극비 자료이므로 회의 후는 회수하겠습니다. 그러면 실례하겠습니다―!」


 푸드득 회의실로부터 도망치는 사에구사씨.
 이코마씨가 당황해서 마지막에 한마디 얘기한다.


「아, 사에구사씨.」
「네?」
「반복하지만 가슴은 조금 작았지만 유두는 깨끗한 색이었어. 좋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가,감사합니다!」


 새빨갛게 된 사에구사씨가 회의실로부터 튀어 나오고 일직선에 슈레더까지 달려 간다.

 울상을 한채 자료를 처분하고 있던 사에구사씨였지만
 이코마씨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서 PC를 두드릴 무렵에는 그 사건에 대해선 깨끗이 잊어 버렸다.



 ☆ ☆ ☆


 도쿄 본사 4F에 있는 영업 2부에는 평상시와는 조금 다른 불온한 분위기안에서 점심시간을 맞았다.

 원래 매우 활기있는 직장이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그 활기와는 다른 이상한 분위기였다.
 분명하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지만 상관해도 좋은 것인지 안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과장…저, 그 옷…」
「질문하지 말아줘!」


 점심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나카죠 료코 과장이 평소보다도 한층 더 어려운 어조로 질문을 거부한다.
 그렇지만 그 어조에서는 평소와 같은 아우라가 느껴지지 않는다.
 점심식사 후 과장이 왠지 평상시의 태도와는 어울리지않는 팔랑팔랑한 메이드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농담 하나조차 통하지 않는 일귀신.
 2부의 화제의 중심에 있는 나카죠 과장이지만 오늘의 복장은 지금까지의 이미지와는 너무 동떨어졌다.


 굳어진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있는 과장.
 험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 보자 부하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눈을 떼었다.
 그런데도 곧바로 사방팔방으로부터 시선이 모여 온다.

 자신이 입고있는 옷이 보통이 아니니까 어쩔 수 없다.

 소매부분이 흰 프릴로 되어 있는 검은 원피스, 스퀘어 넥으로부터 보이는 쇄골.
 흰 에이프런, 레이스의 카츄샤.
 가슴 팍에 붙어있는 큰 다크 레드의 리본.

 어떤 부분을 봐도 어색하다.

 어째서 이런 옷을 입을 입을 필요가 있었을까?
 조금 전은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되었는데 이제 와서는 이유를 생각해 낼 수 없다.



「과…,과장. 다녀왔습니다….」


 출장을 다녀온 키우치군이 말을 걸자 책상에 푹 엎드리고 있던 과장이 벌떡 일어선다.


「어서오세요, 주인님!」


 키우치군의 눈이 점이 된다.
 입을 떡하니 벌리고 과장을 의아스럽게 보는 부하들 앞에서

 나카죠 과장은 양손으로 입을 누르고 얼굴을 붉힐 수 밖에 없었다.


「이젠…싫어.어째서 이런….」


 털썩하고 의자에 쓰러지듯이 않은 과장은 탈진한 것처럼 머리를 책상에 쳐박는다.
 쿵하는 소리를 낸 채로 얼굴도 들지 않는 나카죠 과장.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지 어시스턴트 쿠리야마씨가 말을 건다.


「과장, 지치신거 아닌가요? 커피라도 가져올까요?」
「커피? 제가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부하들의 제지도 뿌리치고 급탕실로 달려 간다.
 그녀가 입은 원피스의 스커트 부분은 매우 짧아서 뛸 때마다 팬티가 보이지만,
 과장은 상관하지 않고 애니메이션의 히로인과 같은 「여자아이 주행」으로 급탕실에 향한다.


(그래….먼저 총무부의 주인님에게 커피를 내지 않으면 실례겠네. 지난번의 일도 있었으이 용서받지 않으면….)


 나카죠 과장의 머리에 요전날 회의중에 완벽하게 논파해버린 총무부의 이코마 과장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때는 일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회사의 짐이라고 생각하고 말을 해버렸지만,
 지금 이렇게 메이드옷을 입고 있으니 갑자기 미안한 기분으로 가득하다.



 커피를 가지고 사과하러 가자.
 허락받을 수 있다면 뭐든지 하자.


 순식간에 자신의 성격이 변질해 나가는 것을 나카죠 과장은 깨닫지 못한다.
 어쩐지 이런 가정부같은 일이 자신의 천직처럼 느껴져 왔다.


 기분이 매우 좋아서 허밍을 하면서 컵을 씻는 나카죠 과장.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면서 커피의 준비를 하면서 컵을 더운물로 데워둔다.

 그리곤 거울을 바라보고 스커트 끝부분을 잡아 빙글빙글 회전해 본다.
 
(기다리고 있어 주세요, 주인님.료코는 못된 아이이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주인님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오늘은 하루종일 시중들겠어요!)

 
<전편 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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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한편 업입니다.

겨우 중간고사 종료....

가까스로 다시 번역을 할 시간이 생겼습니다.

아래의 면죄부 번역하던 거였는데 이렇게 올라오니 ㅇ<-<

후편도 빠른 시간내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즐겁게 읽어주셔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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