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드의 모험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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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는 모든 생명력을 빼앗긴 채 침상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곧 있으면 수십년간의 영욕의 세월을 뒤로하고 영원히 쉴 수 있다. 그것만이 고통스런 현실에서 황제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
허나 죽음 직전, 그를 사로잡은 3황비 세피아의 마지막 명령이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그를 붙들었다. 황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놀라운 기력으로 침상에서 벌떡 일어났다.
"폐 폐하?!"
황제를 지키고 있던 시녀와 호위병이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본다. 오늘 내일하던 이 늙은 병자가 병들기 전과 별로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난 것이다. 어떻게 된 것일까? 기적이라도 일어나 황제의 병세가 호전된 것일까?
"내가 얼마나 여기 누워 있었지?"
"하 한달입니다. 폐하."
"꽤나 길었군. 가서 중신들을 소집하도록 내가 할 말이 있다고 하거라."
황제의 명을 받든 신하들이 제국의 중신들을 모두 불러모으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황제의 장남 칼미츠, 황제의 동생 쉐밀, 그리고 펜드와 1황녀 레나도 끼어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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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황제의 명에 의해 쉐밀 측에서는 쉐밀과 시렌느, 그리고 그의 충성스런 부하 몇명이 입궐했다. 시렌느가 황제의 궁을 방문하는건 아주 어렸을때 이후로 처음이다. 그녀는 잔뜩 긴장하여 쉐밀의 뒤를 말없이 쫓아갔다.
"흐음."
자신의 뒤를 조심조심 따라오는 시렌느를 힐긋 하며 쉐밀은 나름 생각이 복잡했다. 황제가 갑자기 정신을 차려 중신들을 소집했다고 하는데, 그의 생각으로는 황제가 회복되었을 확률은 거의 없다고 여겨졌다. 무엇보다도 교단의 최고위 성직자 아렌티아가 황제는 이제 "죽는다"고 단언하지 않았던가?
[화광 반조인 모양이군.]
아마 황제는 오늘을 넘길 수 없을 것이다. 쉐밀은 마음의 준비를 다지며 대전으로 향했다.
넓은 대전에는 나라의 중요한 위치를 맡고있는 신하들 대부분이 와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오랜 기간 병상에 누워 있다가 갑작스러 회의를 소집한 황제의 저의를 궁금해 했다.
"호오. 이게 누구십니까? 쉐밀 숙부님 아니십니까?"
비열하게 생긴 한 사내가 쉐밀을 보고 빈정대듯 아는체를 한다. 이자야 말로 제국의 1황자 칼미츠다. 그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야심많고 잔인하지만 실은 터무니없는 이상주의자인 숙부 쉐밀과는 달리 겉과 속이 한결같은, 즉 뿌리까지 썩은 작자였다.
"오랜만이구나. 허허 네 쪽에서 먼저 나에게 아는체를 하다니, 철이라도 든 것이냐?"
"하하 그런가요? 이제 곧 황제가 될 몸이니 철이 들어야죠."
"음. 그래 어디 잘 해보거라."
쉐밀은 자신의 질나쁜 조카와 더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그는 칼미츠와 같이 자신의 욕망과 야심을 동기로 삼아 행동하는 자들을 무척 경멸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혹 숙부님이 황제가 되시려는 생각 따위는 버리십시요. 적당히 물러서시면 당신의 안위 정도는 보장해 줄 수 있습니다."
"...."
"눈먼 외동딸 파르세스양을 생각 하셔야죠. 숙부님이 개죽음 당하면 그 불쌍한 애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부디 목숨을 아끼시는게 좋을 겁니다."
[허허..]
쉐밀은 칼미츠가 자신의 딸 파르세스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이 약간 놀라웠다. 파르세스는 그녀가 지닌 특수한 능력과 출생상의 비밀 때문에 가능한 그 존재를 숨겨왔었는데.. 그 애의 존재는 생각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는 걸까?
"걱정해 줘서 고맙군. 하지만 자네 일에나 더 신경쓰게."
이 말을 끝으로 쉐밀은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쉐밀이 자신에게 관심을 두지 않자 칼미츠도 그의 신경을 긁는 일을 포기하고 자신의 부하들과 무언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한편, 쉐밀에 의해 대전에 따라온 시렌느는..
[오 오빠?]
대전 한구석에 말없이 앉아있는 한 청년을 발견하고 숨이 멎을 정도로 당황하고 있는 참이었다. 펜드오빠.. 이런 곳에서 마주치게 될 줄이야.
펜드는 전전긍긍하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시렌느를 향해 살짝 미소지어 보인 후 무언가 사색에 잠겼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그와 이야기 하고 싶다. 무슨 말이 되었던 간에 그의 생각을 알고 싶다. 왜 무도회 장에 나타나지 않았는지, 쉐밀의 궁에 몸을 의탁한 자신을 왜 한번도 보러 오지 않았는지,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시렌느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일으켜 그에게로 한발짝 다가섰다.
그 순간
"황제 폐하 납시오."
"앗."
몇몇 시녀들의 부축을 받으며 앙상한 몰골의 노인이 천천히 대전으로 들어왔다. 노인은 무언가 홀린 듯한 눈으로 좌중을 돌아보더니 천천히 옥좌로 나아갔다.
[아버지..]
시렌느가 자신의 아버지, 황제를 본 건 이번이 두번째였다. 황제는 시렌느의 어머니 세피아 황비에게 푹 빠져 있으면서도 이상하게 그녀와 자신의 딸 시렌느에게는 철저히 무관심으로 일관해왔다. 어째서였을까?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건 간에 황제는 힘겹게 옥좌에 자리잡고 잠시 말없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이제 죽는다. 내 뒤를 이을 황태자는 펜드.. 펜드레건 메이비 테어카나다."
"?!!"
"폐 폐하?!"
"그 무 무슨!"
다 죽어가는 노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몇 마디 어명은 신하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힘없는 밀려난 황자 펜드를 차기 황제로 지목하다니.. 이건 말도 안된다.
"아버마마 그 무슨 망언이십니까?! 펜드라뇨. 저 녀석이 뭐길레 황제자리를 물려준다 하시는 겁니까?"
특히 1황자 칼미츠의 충격이 컸다. 그는 완전히 이성을 잃고 자리에서 일어나 병든 황제에게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댔다.
"지 진정하십시오 저하."
"일단은 좀 더 말을 들어보신 후에.."
깜짝 놀란 1황자의 측근이 그를 만류했지만 칼미츠는 좀처럼 냉정을 되찾지 못하고 마구 씩씩대며 황제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그순간
풀썩
"폐 폐하!!"
노인이 힘없이 옥좌에서 떨어져 내린다. 근처 시녀들이 급히 황제를 부축해 대전 밖으로 끌고 나갔다.
"제길 대체 일이 어떻게 되는 거야?"
남겨진 중신들은 갑작스레 일어난 충격적인 사태를 받아들이기 위해 머리를 싸매야 했다. 황제는 이제 죽는건가? 3황자 펜드가 황태자가 되었다고? 그럼 1황자와 쉐밀은 어떻게 되는 건가?
[오라버니..]
시렌느는 불안을 숨기지 못하고 계속 펜드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 비친 펜드는 아주 여유로운 표정으로 느긋하게 자리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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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폭탄발언과 갑작스런 졸도로 대 혼란이 일어난 가운데 황실에서 멀리 떨어진 교단. 아렌티아의 집무실에서도 대 혼란이 일어나 있었다.
"아하하 그렇단 말이지? 그래서 그 펜드라는 놈이 다음에는 뭘하디?"
"황자저하께서는 제 가슴을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속삭여 주셨어요. 넣을게.. 라고 했는데, 처음에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어요."
"그래 계속해 보렴. 그 발정난 늑대같은 놈이 좆이라도 네 안에 집어 넣었니?"
"...네."
그래서 카나가 순결을 잃은 것이군. 아렌티아는 맥이 탁 풀려 자신의 의자에 무너지듯 몸을 기댔다.
" 막 피도 나고 그랬는데, 저하는 제가 못도망가게 엉덩이를 꽉 잡고 계셨어요. 저하가 들어있는 곳이 너무 아프고 기분이 이상해서 전 대체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답니다. 언제 이 무서운 시간이 끝나나 생각하고 있는데. 저하가 "싼다"고 하신 후에 제 엉덩이에 그 하얀 고름을 뿌리셨어요."
"...."
"그 고름을 피부미용에 좋다며 제 몸에 문질러 바르신 후에, 좀 전까지 저하가 들어있던 그곳을 손으로 만지며 다음에 저를 또 먹는다느니, 귀여워해 주신다느니 그런 말을 하신 후 가버리셨어요. 이게 전부에요. 제 말에 한치의 거짓도 없어요. 믿어주세요 법왕성하."
[아 이런 개 같은 놈이..]
순진한 여자를 속여서 따먹다니, 그것도 순결을 지켜야만 하는 교단의 신관을 가져다가.. 아렌티아는 펜드에 대한 분노를 좀처럼 억누를 수가 없었다.
"법왕님. 저는 그럼 이제 외출금지 1000일인가요?"
"...."
외출금지 1000일이라니 그런 솜방망이 처벌이 있을리가 없지 않나. 순결을 잃은 신관은 더 이상 교단에 있을 수 없다. 즉 카나는 이제 무조건 추방형이었다. 그녀가 잘못한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교단의 법왕인 아렌티아로써는 수백년 전부터 내려온 교리를 지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아렌티아는 카나가 무척 안쓰럽게 생각되었다. 죄가 있는건 카나가 아니다. 단지 순진한 그녀를 농락한 그 썩을놈의 펜드라는 자식에게 모든 책임이 있는 것이다.
"후우. 카나야. 모진 일을 겪었구나. 차후 처분을 내릴테니 일단은 방에 들어가 쉬도록 하렴."
"흐윽 죄송해요. 법왕님. 괜히 저때문에 마음쓰이게 하고.."
"아니란다 얘야. 교단에 몸담은 아이들은 모두 내 자식이나 다름없다. 부담 갖지 말고 어서 들어가렴."
"네.."
으드득
카나가 물러간 후 아렌티아는 이를 갈며 그 펜드라는 자식에 대한 분노를 삭혔다. 생각같아선 당장이라도 그 쓰레기같은 자식을 죽여버리고 싶지만 명색이 법왕인데 그렇게 쉽게 살생을 저지를 수도 없는 일이고..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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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함부로 휘두른 죄로 무서운 아렌티아의 증오를 받게된 걸 아는지 모르는지 황태자로 지명된 펜드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좌중을 둘러봤다.
"아버마마께서 나를 황태자로 지목 하셨다. 즉 내가 황제가 된다는 말이지."
"뭐? 펜드 너같은 버러지같은 종자가 어떻게 황제가 된다는 것이냐?"
칼미츠는 격분해서 마구 폭언을 퍼부었다. 아무리 이성을 잃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망가지는 칼미츠의 모습은 중립을 유지하고 있던 신하들의 마음을 돌아서게 하고 있었다.
"말을 삼가십시오 형님. 저는 제국의 황태자입니다. 예전처럼 저를 함부로 대하실 수는 없습니다."
"닥쳐! 황제는 나다. 흥 웃기는군. 나는 황제의 유언을 거부하겠다. 지금부터 나 1황자 칼미츠는 가짜 황태자 펜드와의 전면전을 선포하는 바이다. 제국의 진정한 황제는 바로 나라는걸 보여주마."
"호오."
술렁 술렁
칼미츠가 황제의 유언에 불복하리라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신하들의 시선이 이번에는 또 한명의 강력한 황위계승권자인 쉐밀에게 옮겨졌다. 그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나도 불복한다. 펜드는 황제가 될 그릇이 아니다. 나는 폐하의 셋째 황녀이자 3황비 세피아의 여식 시렌느 테어카나를 황제로 추천하는 바이다."
"에.."
"?"
쉐밀의 말은 뭔가 알아듣기 힘든 종류의 것이었다. 1황자와 더불어 황제의 자리를 두고 경쟁해온 그가 유언을 인정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지만..
"시렌느? 혹 하프엘프 계집애 시렌느를 말하는 건가?"
칼미츠의 물음에 쉐밀은 다시한번 자신의의사를 밝혔다.
"내가 황제로 내세울 이는 바로 시렌느 테어카나다. 그녀야 말로 제국의 황제가 될 자격이 있는 유일한 황제의 자식이다."
"..."
"....."
한동안 넓은 대전에 정적이 감돌았다. 모두들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고 쉐밀과 그의 옆에 앉아있는 금발의 하프엘프를 바라보고 있다.
"말도안되오!!"
"대체 그게 무슨 말슴이신지 쉐밀 전하?"
"여자가 황제라고? 그것도 부정한 피가 섞인 저 계집애가?"
그것도 잠시, 곧 엄청난 항의가 쉐밀에게 쏟아져 내렸다. 하지만 쉐밀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그들을 마주 볼 뿐이었다.
[에? 나는 누구지? 여기는 어디지?]
한편 시렌느는 숙부에게서 터져나온 폭탄 발언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자신같은 하찮은 계집애가 황제? 농담도 지나치다. 숙부님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가?
그리고 이 모든 사태를 야기한 주인공격인 펜드는 말없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눈은 깊게 가라앉아 있어 속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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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이시각 쉐밀의 궁 지하에 위치한 파르세스의 방. 그곳에는 잔뜩 몸이 달아 노심초사하고 있는 한 어린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자꾸 뜨거워지는 몸을 달래기 위해 배게를 꼭 끌어안은 채 어찌할 바 모르고 있었다.
[몸이 자꾸 뜨거워져. 내가 어떻게 된 것일까?]
마치 가슴 한 구석에 꺼지지 않는 불길이 옮겨붙은 것 같다. 시렌느에 의해 처음 겪은 미지의 감각이 그동안 자신만의 세계에 갖혀 살아야 했던 눈먼 가녀린 소녀의 성감을 깨우친 것이다.
스윽 스윽
파르세스는 달아오른 자신의 어린 몸을 달래기 위해 시렌느가 자신에게 한 것처럼 가슴과 보지를 만져 보았지만, 자위 경험이라곤 전무한 그녀가 제대로 절정을 맞을 수 있을리가 없었다. 자신이 느끼는 부분을 스스로 부터가 알지 못하는 것이다. 보지를 어루만지는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은 자신의 여린 균열 근처만 맴돌고 있었고 그 이상의 쾌감을 얻기 위한 행동을 전혀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그녀가 혼자서 절정에 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할 것 같다.
"하우우 시렌느 언니.."
파르세스는 괜히 몸만 애태우게 하는 자신의 미숙한 자위행위를 그만 두고 다시금 배게를 꼭 끌어안았다. 자신에 몸에 올라온 열은 오직 시렌느 만이 끌 수 었다. 한시바삐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파르세스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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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밀이 시렌느를 황제로 만들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발언을 한 이후 칼미츠는 [완전 또라이들만 모였군]이라는 독기어린 냉소를 남기고 대전을 떠나버렸다. 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드디어 펜드가 몸을 일으켰다.
"숙부님. 제 여동생 시렌느를 황제로 삼으시려는 생각이십니까?"
"그렇다."
펜드의 물음에 쉐밀은 단호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여자라 해서 황제가 되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지요. 그녀도 황가의 피를 이었으니 자격은 충분합니다만.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왜 하필 그녀죠?"
"제국 내에 널리 성행하는 노예제도를 알고 있겠지? 나는 그 악습이 한시바삐 철회되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 제국이 왜 국토의 사분지 일 밖에 안되는 아르셀에 자꾸 뒤쳐지는가? 그것은 노예제도와 같은 하등한 악습이 사회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동의하지는 않지만 숙부님의 생각에도 일리는 있습니다. 그런데 노예제도 철폐와 시렌느를 황제로 옹립하는것이 무슨 상관이죠?"
"노예들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불행한 인종이 바로 엘프다. 엘프의 피가 이어진 시렌느가 여제라는 상징이 된다면 앞으로 엘프를 인간의 아래로 보고 노예로 부리는 일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펜드는 쉐밀의 생각이 터무니없다고 보았다. 애당초, 엘프를 노예로 삼는건 당연한 게 아닌가? 엘프는 기본적으로 인간에 비해 하등하다. 간혹 세피아같이 특출나게 뛰어난 개체도 나오기는 하지만, 인간보다 하등한 엘프를 노예로 부리는건 당연한 일이다.
"뭐 그럴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 이유때문에 시렌느를 여제로 삼으시려 하다니 조금 설득력이 떨어지는 군요."
"그 뿐 아니다. 시렌느야말로 제국의 황제가 될 가장 중요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그게 뭐죠?"
쉐밀은 잠시 뜸을 두고 시렌느를 가리켰다.
"파마의 금안. 너도, 나도 칼미츠도 없는 그 부정할 수 없는 황가의 상징을 이 아이는 가지고 있는 것이다."
[파마의 금안!]
생각해 보니 그렇다. 불안에 떨고 있는 가련한 소녀 시렌느의 눈동자는 찬란히 빛나는 금색이었다. 언제나 얼굴을 맞대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딱히 의식하지 않았는데, 막상 쉐밀이 시렌느를 황제로 지목하자 그녀가 갖고 있는 파마의 금안이 두드러지게 느껴졌다.
"휴우 그만 둡시다. 어차피 숙부님의 목적은 허수아비 황제를 방패막이로 내세운 후 막후에서 실질적으로 제국을 통치하려는 것이겠죠. 그렇지만 숙부님은 중요한 걸 하나 간과하신 모양입니다."
"..."
펜드는 시렌느를 똑바로 쏘아보며 큰 소리로 그녀를 다그쳤다.
"내 동생 시르야.. 네 의사는 어떻니. 숙부님의 말대로 허수아비 황제가 될 의향이 있느냐!"
"아.."
시렌느는 감히 펜드를 마주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쉐밀은 그런 그녀를 부드럽게 감싸며 입을 열었다.
"그래. 네 의사가 제일 중요하지. 갑작스런 일이라 놀랍겠지만 네 솔직한 마음을 말해주렴."
"수 숙부님.."
"사실 펜드의 말은 옳다. 네가 황제가 된다고 해서 큰 부담을 가질 일은 없다고 봐도 된다. 모든 악은 내가 짊어진다. 너는 다만 내가 만들 새로운 제국의 상징으로 있어 주면 되는 것이다."
"....."
시렌느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갔다. 그녀는 살아생전 이토록 결정하기 힘든 갈등에 처해본 일이 없었다. 쉐밀이 만들고자 하는 세계에 대한 깊은 공감은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평범한 소녀에 불과한 그녀에게 있어 이 일은 너무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 더군다나 쉐밀의 뜻에 따른다면, 자신은 사랑하는 오빠 펜드와 대립하는 편에 서게 되는게 아닌가?
"부디 나를 도와다오. 나와함께 약자가 핍박받지 않는, 인간과 엘프, 다른 모든 유사인종이 평등하게 살 수있는 그런 제국을 만들어 가자꾸나. 그동안 하프엘프로서 갖은 핍박을 받아온 너라면, 내 뜻을 이해할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시렌느는 그 짧은 시간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1. 하아 역시 전 안되요. 죄송해요 숙부님. 전 단지 평범한 여자에 불과한걸요.. 황제라니, 그런 걸 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요.
시렌느 호감도 +4 세피아 호감도 -3 파르세스 호감도 -1 혼돈성향 +1
2. 숙부님이 말하는 그런 세상을 보고 싶어. 모두가 평등하게 웃을 수 있는 그런 제국을 만드는데 내가 일조 할 수 있다면..
파르세스 호감도 +1 세피아 호감도 +1 질서성향 +1
선택지는 시렌느의 것이지만 효과는 펜드에게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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