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드의 모험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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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1번이 많을 줄 알았습니다. 또한 여기서는 1로 나가야 스토리가 매끄럽게 진행되는데 ;ㅁ; 저도 이젠 어쩔 수 없군요. 이렇게 된거 뭐 막나가 보죠 ㅋ
2."그럴 수 없습니다."
"뭐라.."
세피아는 충격이 큰 듯 비틀거리며 그에게서 물러섰다.
"일단 인질에는 인질로 대응한다는 그 방식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하 하하.. 그래서. 이제와서 성인군자 행세라도 하겠다는 거니?"
세피아의 말에는 가시가 돋아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는 일이다.
"거기다 시렌느가 무엇 때문에 쉐밀에게 몸을 의탁했는지도 확실치 않습니다. 혹 필요에 의해 스스로가 쉐밀 숙부님께 기대고 있는 거라면 우리가 그녀를 구해 올 필요가 없습니다."
"후후 그래?"
"여기서는 좀 더 신중해야 합니다. 황비마마. 제 뜻을 이해해 주십시오."
세피아의 얼굴에 차가운 비웃음이 감돌았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솔직히 말하려무나. 두려워서 그렇다고. 네 목숨이 아까워 내 딸을 구하지 못하겠다고."
"그 그건 아닙니다."
"내가 무엇때문에 너를 황제로 만들려고 하는지 그걸 잊은 모양이구나. 착각하지말거라 펜드야. 너는 내 딸을 지키기 위한 도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냐! 그 애가 있고서야 황제인 네가 있을 수 있단 말이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본 듯 하구나. 비열한 자식."
세피아의 독설에 펜드도 화를 참지 못하고 마주 분노를 터뜨렸다.
"비열하다뇨! 애초에, 황비마마가 저를 도구로 여겼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물론 저는 시렌느를 아낍니다. 하지만 그녀가 제 목숨보다 귀할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그래. 이제야 본심을 드러내는군.목숨이 아깝다고? 흥. 황제자리는 목숨을 아껴서는 오를 수 없는 자리다. 네 그릇은 고작 그정도인 것이다."
"그렇지 않습니다! 황제란 제국의 정점입니다. 만약 제가 황제에 오를 신분이 아니라면, 시렌느를 위해 제 목숨정도는 가볍게 내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황제이기 때문에 안되는 것입니다. 제 목숨은 저만의 것이 아닙니다. 제국의 모든 국민들을 책임지는게 바로 저인 것입니다!"
"큭. 내가 아니었으면 황제자리는 꿈도 꾸지 못했던 주제에, 이젠 아주 황제가 된 양 의기양양이구나."
"...."
세피아는 냉소와 함께 새차게 몸을 돌렸다. 저런 자식을 믿고 밀어준 자신이 부끄럽다.
"어디 마음대로 해 보거라. 하지만 명심하렴. 내 딸에게 조금이라도 안좋은 일이 생긴다면, 넌 내손에 죽어. 잊지 말거라."
"...."
남겨진 펜드는 고뇌어린 표정을 지으며 한쪽 의자에 걸터앉았다. 자신이라고 해서 왜 시렌느를 아끼지 않겠는가? 그의 형제 자매중에 혈육다운 정을 가진 유일한 아이가 바로 시렌느 인데.. 하지만 섣불리 움직일 순 없었다. 가슴아프지만, 여기서는 신중하게 행동해야 할 때이다.
.
.
.
쉐밀의 궁에 있는동안 시렌느는 대부분의 시간을 파르세스의 방에서 지냈다. 시렌느도 파르세스도 비슷한 또래의 친구를 가져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 질 수 있었던 것이다.
"와 해냈어 누나 내가 공기 다섯개를 잡아냈다구!!"
수십차례의 시도 끝에 공기놀이에 성공한 파르세스가 너무나도 기쁜 표정으로 시렌느에게 안겨들었다.
"정말 대단하구나. 축하해. 그런데.. 누나가 아니라 언니라고 해야지."
시렌느는 파르세스의 등을 쓰다듬으며 그녀의 호칭을 정정했다.
"아우. 처음에는 형이었다 누나였다, 이번에는 또 언니야? 뭐가 그리 자주 바뀌는데.."
"난 네가 꼭 남자인줄 알았단 말이야. 형 누나는 남자가 손윗사람을 호명하는 단어고 언니 오빠는 여자가 손윗사람을 호명하는 단어야. 넌 여자고 나도 여자인데 내가 너보다 나이가 많으니 언니라고 해야지."
"우웅. 복잡해. 공기놀이보다 누나를 어떻게 부를지가 더 복잡하단말이야."
"복잡할거 하나 없어. 누나가 아니라 언니라고 해야지!"
시렌느의 다그침에 파르세스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언니. 이제부터 언니라고 부르면 되지?"
"그래. 잘 했어."
시렌느는 상으로 파르세스의 볼에 살짝 입을 맞췄다. 자신의 볼에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파르세스는 수줍게 얼굴을 붉힌다.
"언니 나 부탁이 있어."
몇차례 더 공기놀이를 성공시킨 후 파르세스는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응 뭔데?"
"그게.."
파르세스는 한참 주저하다가 간신히 자신의 마음을 털어놨다.
"나랑 결혼해 주면 안되?"
"푸흡."
시렌느는 기가 막혀서 실소를 흘렸다. 대체 이 아이의 가족관은 어떻게 되어 있단 말인가?
"날 이렇게 친절하게 대해준건 언니가 처음이야. 언니라면 앞이 안보이는 나를 싫증내지 않고 잘 놀아줄 수 있을 거 같아. 언니랑 떨어지고 싶지 않아.."
"그 그게말이지.."
"그러니까 언니. 부탁이야. 나랑 결혼해 줘. 응?"
파르세스는 무척이나 진지했다. 그녀의 귀여운 얼굴이 잔뜩 상기되어 시렌느의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시렌느는 뭐라고 이 아이에게 대답해야 할지 참 난감한 처지였다.
"저기 여자끼리는 결혼이 안되는데.."
"에에? 그런게 어디있어?!"
시렌느의 말에 파르세스는 크게 당황한 듯 보였다. 시렌느는 그런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차분히 설명을 이었다.
"결혼은 서로 좋아하는 남자와 여자가 하는거야.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는 결혼을 할 수 없어."
"아우.. 그럼 못하는 거야?"
파르세스는 크게 실망하여 고개를 푹 떨구었다. 결혼을 할 수 없다니.. 그럼 시렌느와 함께 있을 수 없지 않은가.
"후후 결혼은 못하지만, 대신.. 음 우리 의자매가 되는게 어때?"
"의자매?"
"응 서로 자매가 되면 결혼을 하지 않고도 함께 있을 수 있어."
시렌느의 제안에 파르세스의 안색이 금새 환해졌다.
"와아 그런 방법도 있었구나? 어떻게 하면 되?"
시렌느는 근처 주전자에서 물을 따라 파르세스의 앞에 가져다 놓았다.
"자 내 말을 따라해봐. 천지신명께 맹세하노니 나 파르세스는 시렌느와 자매가 되기를 선언합니다."
파르세스가 떠듬거리며 그녀의 말을 따라하자 시렌느도 그녀와 같은 말을 읊조렸다. 그리고 먼저 물을 반잔 마시더니 이번에는 파르세스에게 나머지 물을 마시게 했다.
"꿀꺽 꿀꺽. 푸하.. 이거 꽤 재미있네~ 이제 우린 자매가 된거야?"
시렌느는 대답대신 파르세스를 꼭 껴안아 주었다. 언니의 품에 안긴 파르세스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그녀의 등을 마주 끌어안는 것이었다. 둘은 한동안 서로를 포옹한 채 가만히 체온을 나눴다.
"하아.. 언니~"
파르세스는 약간 달아오른 듯한 얼굴로 멍하니 시렌느를 올려보고 있었다. 시렌느는 파르세스의 남자아이처럼 귀여운 얼굴을 맞대자 웬지 기분이 묘했다.
[정말 어쩜 이렇게 고우면서도 잘생겼을 수가 있지? 파르세스는 남자보다 여자에게 인기가 많을 것 같아]
문득 시렌느는 파르세스가 여자가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 그녀의 가슴을 살짝 어루만지니
물컹
"에에? 뭐하는거야?!"
확실히 있긴 있다. 비록 시렌느의 사이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아니 남자도 가슴이 있을 수 있으니 더 확인해볼 필요가 있지.
시렌느는 대담하게도 이번에는 파르세스의 가랑이 사이에 손을 가져갔다. 그녀는 자신이 하는 행위가 성추행이라는 자각을 못하고 잇었다. 그리고 그 행위가 파르세스를 무척 당황케 하고 있다는 것도
문질 문질
"아앙~ 어 언니야. 왜그래? 이 이상하잖아."
그 곳에는 당연하게도 여성의 생식기가 있을 뿐이었다. 시렌느는 그녀의 작고 여린 균열을 세심하게 어루만지며 성기의 형태를 확인했다.
"가만 있어봐 파르세스야. 음 확실히 없는 것 같네."
"하아 하아. 언니야~"
파르세스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시렌느의 손길에 어쩔 줄 모르고 몸을 꼬고 있었다. 언니가 대체 자신에게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 이 곳은 오줌을 싸는 부분인데, 왜 언니가 만지니 기분이 이상해 지는 거지?
"응? 너 웬지 안색이 뜨거운데?"
시렌느는 파르세스가 자신의 손길에 성적으로 흥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무척 놀랐다. 시험삼아 옷 위로 그녀의 균열에 손가락을 살짝 넣어보니
"아앗 어 언니!!"
파르세스는 비명을 지르며 힘없이 시렌느의 품에 안겨드는 것이었다. 그녀의 다양한 반응을 보고 시렌느는 웬지 짖궂은 기분이 들었다.
[이 아이에게 자위를 알려줘 볼까?]
웬지 재미있을 것 같다. 그동안 눈이 보이지 않는 파르세스는 성적인 부분에 대해 전혀 알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이 기회에 여자의 즐거움에 대해서 조금 알려주는 것도 좋겠지..
쓱싹 슥싹
시렌느는 파르세스의 등 뒤로 돌아가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허벅지 사이에 손을 집어넣었다. 난생 처음 느끼는 미지의 감각에 파르세스는 어쩔줄 모르고 덜덜 떨고있을 뿐이었다.
"어 언니.. 무섭단 말이야. 이러지마. 공기놀이나 하자. 응?"
"가만히 있어봐! 이 언니가 좋은거 알려줄 테니까."
"히잉.."
연약한 파르세스는 시렌느보다 훨씬 힘이 떨어졌을 뿐 아니라 눈도 보이지 않았으므로 전혀 그녀에게 저항할 수 없었다. 무저항의 파르세스를 앞에 안고 시렌느는 그녀의 은밀한 부분을 상냥하게 애무해갔다.
"하 하앙~ 무서워 언니. 제발 이러지 마. 정말 이상하단 말야."
"응? 어디가 이상한데?"
파르세스의 작은 가슴과 여린 균열을 동시에 쓰다듬으며 시렌느는 짖궂게 물음을 던졌다. 파르세스는 잠시 고민하더니,
"오줌싸는데가 이상해. 언니. 나 무서우니까 그만 해줘."
"그래? 그럼 더 만져줘야지~"
시렌느는 파르세스의 항의를 가볍게 묵살하며 더욱 집요하게 파르세스의 다리 사이를 쓰다듬었다.
질퍽 질퍽
[에에?]
파르세스의 그곳에서 웬일인지 습기가 느껴지자 시렌느는 약간 당황했다. 설마 젖은건가? 자신의 서툰 손길에도 이 아이가 느껴준 것인가?
"흑 흐아앙. 무서워요. 언니야 나 오줌마려. 이제 그만 하면 안되?"
시렌느는 그 말을 무시하고 그녀의 잠옷 사이로 손을 넣어 직접 맨 살을 만져 보았다. 그러자 역시
축축
[와아 젖었다!]
자신의 손길에 이 아이가 느껴준 것인가? 시렌느는 가슴 깊이 뿌듯함을 느끼며 품 안에 남자애 같은 미소녀를 내려봤다. 그녀의 얼굴이 잔뜩 상기되어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게 그렇게 귀여울 수 없다.
쪼옥
시렌느는 참지 못하고 파르세스의 볼에 다시한번 키스했다. 생각같아서는 그녀의 입술을 훔치고 싶었지만 시렌느 자신으로서도 키스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그것만은 할 수 없었다.
"하앙 아앗 아흣.."
"어때 파르세스야. 언니 손길이 기분 좋지?"
시렌느는 어느세 파르세스의 잠옷 바지와 팬티를 무릎 까지 끌어내리고 직접 그녀의 어린 보지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 뿐 아니라 그녀의 잠옷 상의도 단추가 모두 풀려있어 시렌느의 손길에 소담한 유방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흐윽 무서워 언니. 내 몸이 내것이 아닌것 같단 말야."
"후후 그럼 그만해 줄까?"
"...."
시렌느의 물음에 웬일인지 파르세스는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시렌느는 더욱 짖궂은 미소와 함께 그녀의 음부를 괴롭히는 것이었다.
"꺄아아 언니야. 무서워. 뭔가가 와. 흑 나 이렇게 되면.."
"하아 하아 괜찮아. 아무 걱정 할 것 없어. 언니한테 그저 몸을 맡기면 되는거야. 후후 귀여운 파르세스~"
시렌느는 웬지 자신의 숨결도 가빠져 오는걸 느끼며 그녀의 균열에 얕게 집어넣은 손가락을 앞 뒤로 휘저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자신의 그 곳이 파르세스의 그 곳과 같이 촉촉하게 젖어가고 있음은 깨닿지 못했다.
똑 똑
파르세스가 시렌느의 집요한 손길에 의해 절정을 달려갈 무렵 갑자기 그녀의 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있었다.
"시렌느. 안에 있느냐?"
[히익 숙부님이다.]
시렌느는 깜짝 놀라 파르세스를 괴롭히는걸 중단하고 그녀의 옷을 다시 입혀주었다. 애무가 끝난 후에도 파르세스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시렌느의 몸에 기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을 뿐이었다.
"자 잠시만요. 곧 나가볼게요."
"흠 그러냐."
시렌느는 파르세스의 몸을 똑바로 앉히고 그녀에게 급히 지시를 내렸다.
"언니가 파르세스한테 해준거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되! 알겠지?"
"으응..? 언니가?"
"그러니까 이건 언니만 해 줄수 있는 거니까 네 아빠든 시녀든 하여간 말하면 안된다구. 알았지?"
파르세스는 몽롱한 상태에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과연 자신의 당부를 제대로 알아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제 더 이상 시간이 없었다.
쪼옥
시렌느는 마지막으로 파르세스의 이마에 작별키스를 남기고 급히 그녀의 방을 빠져나왔다.
"허허 요즘 파르세스와 자주 놀아주는걸 보니 그 아이와 사이가 좋은 모양이구나."
"에헤헤 그렇죠 뭐."
시렌느는 어색하게 미소지으며 쉐밀의 말에 답했다. 그녀의 얼굴은 아까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았는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안색이 좋지 않구나. 혹 감기라도 걸렸느냐?"
만약 쉐밀이 시렌느가 자신의 딸에게 한 짓을 알면 그냥 넘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쉐밀은 그저 시렌느의 안색이 이상한게 건강상의 문제인 것으로 대충 넘겨 짚었을 뿐 그 이상은 알아채지 못했다.
"아 아뇨. 몸은 괜찮아요. 그보다 무슨 일로저를 부르셨나요?"
갑자기 쉐밀의 낯이 심각하게 가라앉았다.
"네가 만나봐야 할 사람이 있다. 따라 오거라."
"네?"
드디어 엄마가 자신을 보러 온 것인가? 시렌느는 웬지 세피아의 방문이 탐탁치 않았다. 펜드와 세피아가 서로 관계를 가졌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어머니에게 실망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시렌느가 쉐밀의 궁에 몸을 의탁한 이유는 어머니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한 것도 있지만 이런 껄끄러운 감정 때문에 그녀와 얼굴을 맞대고 싶지 않다는 이유도 있었다.
"알겠어요 숙부님."
하지만 온 사람을 만나지 않겠다고 돌려보낼수도 없는 일이라 시렌느는 묵묵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 그녀는 벌써부터 어머니에게 무슨 변명을 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
.
.
쉐밀이 그녀를 데려간 곳은 궁 가장자리에 위치한 어두운 창고였다. 그 곳에는 한 사내가 무릎을 꿇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
사내의 정체를 확인한 시렌느는 깜짝 놀랐다. 그 사내는 양 팔이 없었던 것이다. 며칠 전 무도회장에서 자신을 강간하려 한 그 저주받을 패거리들 중 한명이다.
"수 숙부님? 이 자는.."
"그래. 너를 범하려다 양 팔이 잘린 불쌍한 사내지."
"왜 이자를 저와 대면시키는 거죠!!"
시렌느는 말도 안된다는 듯 큰 소리로 항의했다. 꿈에서도 보기 싫은 이 작자를 왜 숙부는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만나게 하는 것인가?
"아 사내의 이름은 프랭크. 하급귀족 출신이라 영지따위는 없고 한 집안의 가장이자 다섯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사내지."
"그런게 저랑 뭔 상관이죠? 이 남자는.."
"그런데 너는 이 남자의 팔을 잘랐다. 이제 이자는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신세가 된 것이다. 너는 그에대해 사과를 해야한다."
[사 사과?!]
웃기는 소리다. 자신이 왜 이 남자에게 사과를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도 이자는 그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려 한 죽어마땅한 자가 아닌가! 아니 애당초, 강간당할뻔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사과를 한다는게 말이나 되나?!"
"못합니다. 사과할 이유가 없습니다."
쉐밀은 담담한 어조로 계속 그녀를 설득했다.
"저자는 확실히 벌레나 다름없는 쓰레기같은 놈이기는 하다. 허나, 너로인해 저 남자만 보고 살던 다섯 가족은 생계가 위태롭게 되었다. 단지 사과하라는 것 뿐이다. 그게 힘드느냐?"
"할 수 없어요! 이건 제 자존심이 걸린 문제에요. 세상에, 여자를 강간하려는 게 잘한 일이란 말입니까? 그것도 몇명이 같이요!"
"물론 그건 용서받을 수 없는 큰 죄이기는 하지. 허나 그것과 이것은 별게다. 이 사내의 죄는 논외로 하고 너는 이 사내에게 행한 너의 잘못을 사과해야 한다."
"...."
"확실히 너는 끔찍한 일을 겪을 뻔 했다. 허나,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당하게 된 건 아니잖니? 하지만 이 사내는 다르다. 미수에 그친 그 사건에 의해 이 사내는 완전히 인생을 망치게 되었다. 거기에 대해 사과를 하거라."
쉐밀의 말을 듣고 있자니 이 사내가 웬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 확실히 자신이 불미스런 일을 당할 뻔 한건 사실이지만, 그게 실제로 일어난건 아닌 것이다. 허나 이 사내는 자신으로 인해 양 팔을 잘렸다.
"단지 한마디면 된다. 사과하는게 그리 어려운 건 아니잖니. 그 한마디로 너의 죄를 씻으려무나."
한마디면 된다. 한마디면.. 시렌느는 떨어지지 않는 입을 애써 열어 그 사내에게 사과의 말을 건냈다.
"미안하다. 경황중이라 사정을 봐 주지 못했다."
시렌느의 사과를 들은 사내가 에 하는 표정으로 그녀를 올려본다.
"그거면 됬다. 힘든 일이었을 텐데 잘 해주었구나."
쉐밀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사내의 뒤로 다가갔다. 그리고 다음순간
썩둑
"꺄아아아!!"
눈 앞에 벌어진 참극을 시렌느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양 팔이 없는 사내 프랭크는 이제 자신의 목까지 잃고 마치 쓰레기처럼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 입니까?!"
시렌느의 격한 항의에 쉐밀은 냉정한 어조로 답을 주었다.
"이자는 황가의 여식을 범하려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 마땅히 죽음으로 그 대가를 치뤄야 하는 것이다."
물론 시렌느도 국법을 알고 있다. 황가에 대한 존중의 의미에서 황가의 여자를 능욕하거나 미수에 그친 자는 지휘 고하를 막론하고 사형이다. 하지만 이럴꺼면.. 이럴꺼면 왜
"죽일거였다면 왜 저랑 대면시킨거죠? 왜 죽을 사람에게 굳이 사과를 하게 만든 겁니까?!"
"이 자가 지은 죄는 별론으로 하고 너의 잘못을 사과해야 한다. 너에게 죄가 묻어 있어서는 안된다. 어디까지나 정의로운 상징으로 남아있어야 하는게 바로 너인 것이다."
"이해할 수 없어요. 전 숙부님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죄는 내가 짊어진다. 모든 악과 증오, 업보는 내가 가지고 갈 테니, 단지 너는 내가 만들고자 하는 새로운 제국의 상징으로 있어다오."
"새로운 제국이라뇨?"
쉐밀은 피 묻은 검을 집어넣으며 시렌느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모든 차별과 불평등이 없는 사회. 당당하게 정의를 말할 수 있는 사회. 약자가 핍박받지 않으며 강자가 군림하지 않는 사회. 누구나 자유로이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사회."
"아.."
순간 시렌느의 안색이 멍해졌다. 쉐밀이 말하는 사회는 말 그대로 이상향이었다. 시렌느도 언젠가 상상만 해보고 스스로 부터 비웃었던 생각.
"내가 만드려는 제국에는 인간도 엘프도 드워프도 귀족도 천민도 없다. 오직 평등한 제국의 국민만이 있을 뿐이다. 나를 도와다오 시렌느. 너만이 나를 도울 수 있다."
"저 저따위가 어떻게 숙부님을.."
쉐밀은 먼저 몸을 돌려 창고를 나섰다.
"따라오거라. 오늘 황제의 궁에 갈 일이 있다."
"아바마마의 궁이요?"
"그 분이 오늘을 넘기기 힘들 것 같구나. 임종을 지켜야지 않겠느냐."
"그래도.."
"네 아버지다. 생전 너에게 어떻게 대했던 간에 그래도 네 아버지인 것이다. 마지막 가는 길 정도는 함께 해 줄수 있지 않느냐."
확실히, 제국의 현 황제가 하프엘프 시렌느에게 무관심하게 대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쉐밀의 말이 옳다. 그래도 자신을 있게해준 아버지인 것이다.
시렌느는 아무 말 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숙부님이 하는 말은 혹시 모두 옳은 게 아닐까? 웬지 그녀는 쉐밀이 자신과는 다른 차원의 거인과 같이 느껴졌다.
.
.
.
"후우 가보겠습니다."
"잘 다녀 오렴.."
궁을 나서는 펜드에게 세피아는 힘없이 배웅의 말을 건냈다. 자신의 계획대로, 황제는 오늘 죽는다. 그리고 펜드는 황제의 자식이니 그의 임종을 지키러 가는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펜드는 가장 큰 경쟁자인 쉐밀의 궁에 침입해 그의 딸 파르세스를 인질로 확보해야 했다. 여력이 된다면 자신의 딸 시렌느도.. 하지만 그는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 비겁한 녀석 같으니.
"황비마마. 시렌느는 무사할 것입니다. 오늘 아버마마의 궁에서 쉐밀을 만나 그녀의 일에 대해 강력히 항의할 생각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 그렇게 하렴."
이제 세피아는 펜드가 무슨 말을 하던 마음이 동하지가 않았다. 마치 가슴 한구석이 텅 비허버린것 같다. 만사가 귀찮고 무엇을 할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나는 곧 죽게 되는 것이군..]
이미 자신의 몸은 예전에 죽었어야 정상이다. 겉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지만 세피아 황비의 몸은 흑마법의 부작용으로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자신의 마력의 대부분을 펜드에게 전해 줬으니.. 지금껏 그녀가 살아있는 이유는 제국을 멸하고 시렌느를 지키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발현 때문이었다. 하지만 삶의 중요한 동기중 하나인 시렌느가 저 모양이어서는..
"그럼 이만."
펜드는 세피아에게 꾸벅 인사하고 궁을 나섰다. 남겨진 세피아는 흔들의자에 걸터앉아 멍하니 천장을 올려보고 있었다.
-언제나 선택지를 넣을 수는 없는 일이죠. 대충 페이크 선택지를 넣으면 매 화 선택지를 넣을 수 있겠지만 이 글에서 선택지는 언제나 스토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선택지 밖에 없기 때문에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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