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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드의 모험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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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78 회 작성일 24-01-11 01:0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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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뭐 아쉬우면 지가 오겠지. 흥]


카나는 결국 황자의 궁을 방문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만약 순진한 그녀가 펜드를 방문했다면 무슨 일을 당하게 될 지는 뻔한 일이었으므로 그녀가 펜드에게 가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나름 잘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
.
.


펜드는 새로 생긴 자신의 노예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맹목적이고 절대적인 충성심을 바탕으로 주인 펜드에게 전력으로 봉사하는 쓸모있는 인형이었다.


츄베릅 츕


오늘 펜드는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피로를 풀기 위해 루카의 펠라를 받고 있었다. 그녀는 펜드의 물건을 마치 성물이라도 되는 양 소중하게 감싸고 열의를 다해 입 안에 넣고 빨아올렸다.


"많이 늘었군. 꽤 소질이 있어."


"쩌업 쯥 감사합니다. 하읍"


루카는 주인님의 칭찬에 정말로 행복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자꾸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옆으로 젖히며 단정히 무릎을 꿇고 더욱 열심히 봉사하는 루카의 모습은 펜드의 정복욕을 충족시키는 훌륭한 풍경이었다.


"혀를 좀 더 사용하도록. 한 손으로 내 주머니를 감싸고 부드럽게 어루만지거라. 그래 그렇게. 아주 좋아."


펜드가 루카에 대해 감명받은건 정말 시키는 거라면 뭐든지 다 한다는 것이다. 이 충직한 노예에게서 과거 도도하고 싸가지없던 검술사범 루카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으음. 쩝 츄읍."


"크윽"


루카가 혀를 사용하자 펜드가 느끼는 쾌감이 더욱 강렬해 졌다. 루카의 혀는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펜드의 자지를 따뜻하고 촉촉하게 감싸왔고 간혹 생각난 듯 깊게 빨아올리는 그녀의 기술은 펜드로 하여금 인내라는걸 불가능 하게 하고 있었다.


"큭 좋아. 이제 네 입 안에 싸도록 하지."


"끄덕"


루카는 펜드의 물건을 입에 물고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고개를 아래위로 움직이자 루카의 입 안쪽 가슬가슬한 부분에 의하여 펜드의 물건이 격렬하게 자극된다.


"싸 싼다."


꿀럭 꿀럭


"읍.."

 

루카는 펜드가 사정한 대량의 정액을 최선을 다해 꿀꺽꿀꺽 삼켜냈다. 하지만 양이 너무 많아서인지 입 가장자리에서 한줄
기 정액이 흘러내리는건 피할 수 없었다.


"...."


펜드는 근처의 헝겊을 집어올려 루카의 입가를 깨끗하게 닦아주었다. 배려깊은 주인님의 행동에 감동한 루카가 다시금 환히 미소짓는다.


덜컹


한차례 정액을 빼낸 펜드가 이번에는 루카의 아랫쪽 입을 사용하려고 생각하던 참에 그의 방 문을 거칠게 밀고 들어오는 누군가가 있었다.


"이런.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한창 좋은 시간을 방해받은 펜드가 짜증스럽게 소리친다. 섹스중에는 개도 안건드린다는데 대체 누가 이런 무례한 짓을 저
지르는 거지?


"미안하구나. 하지만 너무 급한 일이라.. 정말 미안하다."


방해꾼의 정체는 의외로 펜드의 강력한 조력자인 3황비 세피아였다. 그녀는 거듭 펜드에게 사과하며 급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


"후우 아닙니다. 일보다 더 중요한건 없죠. 그만 됬다 루카. 옷이나 입도록."


"네 주인님."


루카는 다소곳하게 대답하고 한쪽에 걸려있는 자신의 메이드복을 챙겨입기 시작했다. 펜드는 하얀 천 조각으로 가려져가

는 루카의 알몸을 아쉬운듯 잠깐 바라보다가 곧 세피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무슨일이죠?"


"펜드야. 내 딸 시렌느가.. 시렌느가 사라졌다."


"네?"


펜드는 깜짝 놀랐다. 요즘 살인이라는 말도안되는 누명을 쓰고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던 자신의 여동생이 갑자기 왜..


"어 어째서.."


"나도 모르겠구나. 시녀들의 말에 따르면 네 숙부 쉐밀이 나타나 그녀를 데려갔다더구나."


"쉐밀이?"


제국의 유력한 황위계승권자인 쉐밀이 무엇때문에 시렌느를 데려갔을까? 펜드는 한쪽 머리를 늘어뜨리고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혹 강제로 납치해갔답니까?"


"그런 건 없었다고 한다. 시렌느는 자발적으로 쉐밀의 뒤를 따랐다고 한다. 이 일을 대체 어찌해야 할지.."


좀처럼 평정을 잃지않는 세피아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는걸로 보아 그녀가 느끼는 충격이 어느정도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이 냉혈의 마녀는 자신의 딸에 관련된 일이라면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정보가 아무것도 없군요. 일단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도록 하죠."


"안돼!"


펜드의 말은 현 시점에서 적절한 대응책이었지만 황비의 반응은 예상외로 격렬했다. 그녀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폭풍우처럼 말을 쏟아냈다.


"그 아이가 무슨 일을 당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데 가만히 있자는 말이니? 너 정말 그 아이의 오빠 맞느냐?"


"아 그.."


"시렌느를 당장 데려와야 한다. 한시라도 지체해서는 안되! 불쌍한 내 딸을 그 쉐밀이라는 놈의 손아귀에서 어서 구해내야 한다는 말이다!!"


황비는 자신의 딸이 사라졌다는 사실 때문에 냉정한 이성을 유지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펜드는 이럴때일수록 자신이 합리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럴 순 없습니다."


"어 어째서냐? 어째서 네가 이럴 수 있어? 그동안 내가 너에게 해준게 얼마인데, 막상 내가 아쉬운 일을 당하니 두 손 놓고 구경만 하겠다는 것이냐?"


"진정하세요 어머니!"


"아.."


펜드의 호통에 일순 세피아의 말 문이 막혔다. 그녀가 잠시 조용해 지자 펜드는 차근차근 설명을 시작했다.


"일단 우리에게는 힘이 없습니다. 쉐밀 숙부님은 강력한 기사단과 병력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체 귀족에 3할이 이르는 작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의 빈약한 무력으로는 시렌느를 쉐밀 숙부님의 손아귀에서 빼 올 수 없습니다."


"하 하지만.."


"시렌느가 자진해서 쉐밀을 따라갔다면 무언가 사정이 있을 겁니다. 그 아이도 생각이 있겠지요. 지금은 일단 기다릴 때입니다."


"사정은 무슨 사정이란 말이냐. 쉐밀이 그 순진한 아이를 속이거나 협박한게 틀림 없어!"


"기다려야 합니다."


펜드는 단오한 어조로 말을 끝맺었다. 그의 냉정한 대답에 세피아는 무언가 더 말을 하려고 웅얼거리다가 곧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네 말이 맞다.. 내가 잠시 이성을 잃은 모양이구나."


"황후마마.."


"중요한건 네가 제위에 오르는 것이다. 네가 황제가 되면 자연스럽게 내 딸 문제는 해결될 것이니 일단 그 문제는 제쳐놓아야 하겠구나."


세피아의 표정은 무척 우울했다. 저것이 모정이라는 건가? 아주 어렸을 무렵 어머니를 여읜 펜드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원로원의 장악은 끝났다. 내 부하들이 신속하게 일을 처리한 탓이지. 이제 대충 1황자와 쉐밀의 세력에 대항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된 셈이다."


"그렇군요."


역시 세피아는 대단한 사람이다. 원로원의 그 꼬장꼬장한 노인들을 어떤 방식으로 휘어잡은 걸까?


"이제 남은건 교단이다. 첫 교섭은 실패로 끝났지만, 아무래도 교단의 힘은 포기할 수가 없어. 네가 다시한번 교단을 방문해야 할 것 같구나."


"하지만.. 피닉스의 눈을 교섭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교단이 다른 후보들의 편을 들지 않도록 만들어 놓아야 한다. 아무 조건 없이 그냥 황금 10톤을 주겠다고 해 보려무나. 설마 이것마저 거절하진 않겠지."


"..."


과연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펜드는 약간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 돈이 자신의 돈도 아니고.. 여기서는 황비의 말을 듣는게 좋을 것 같았다.


"그러도록 하죠."


"또 하나 있다. 루카를 잠시 빌려다오."


"루카를요? 설마 루카로 하여금 시렌느를 구하게 만드려는 건 아니겠죠?"


세피아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처음에는 그럴 생각 이었지만.. 머리속이 좀 진정이 되니 역시 그런 무익한 일에 우리의 소중한 전력을 투입할 수는 없다. 루카를 훈련시켜 1황자에게 잠입 시키려는 것이다."


"형님께요?"


"그래. 루카는 1황자의 약혼녀니 아무 의심없이 그에게 다가갈 수 있겠지."

펜드의 낯이 차갑게 식어간다.



"설마.. 형님을 암살하려는 겁니까?"


세피아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황제의 유언이 발표되면 1황자의 진영은 무척 어수선할 것이다. 이때를 틈타면 틀림없이 너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를 제거 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위험하다. 자칫 자신의 충직한 노예가 큰 화를 입게 될지도 모른다. 펜드는 루카를 아주 아꼈으므로 이런 위험한 계획에 참여시키는 건 꺼려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펜드가 저어하는 듯한 기색을 보이자 세피아가 얼음장같은 목소리로 펜드를 나무랜다.



"왜 주저하는 것이냐? 이건 생각할 필요도 없지 않느냐. 당연히 해야한다."


"그렇죠.. 그래야죠."


세피아는 자신의 딸 시렌느가 잡혀갔음에도 아픈 가슴을 억누르고 자신을 황제로 만드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런 처지에 자신이 루카를 아껴 중요한 계획을 망칠수는 없는 노릇이다.


"후.. 잘 해 보자꾸나. 네가 황제가 되야 내 딸을 맡기고 미련없이 죽을 수 있다."


"염려마십시오 황후마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펜드는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았다. 그의 결의를 확인한 세피아는 그제서야 살짝 안도의 기색을 보이는 것이었다.


.
.
.


쉐밀 테어카나의 궁에 몸을 의탁한 시렌느에게 주어진 방은 장식하나 없는 작고 수수한 장소였다. 예전에 살던 화려한 방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시렌느는 세피아의 궁에 있던 때보다 웬지 마음이 편했다.


[엄마랑 펜드오빠한테 더 이상 폐를 끼치지 않는것만 해도 어디야?]


이걸로 된거다. 여기 있으면 레나 언니나 법원에서도 쉽게 자신을 잡아가려 하지 못하겠지.

그렇다고는 해도 숙부가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사실은 금방 알 수 있었다. 무엇때문에 자신을 그가 보호해주려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혈육으로서의 정에서 비롯된 건 아닌 듯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토록 형편없는 식사를 넣어 줄 리가 없다. 밍숭맹숭한 스프와 거친 빵조각. 물 한잔 과일 한조각.. 아마 제국의 천민들도 이런 저급한 식단은 갖지 않을 것이다.



[흥 상관없어. 내가 숙부에게 몸을 의탁한 이유는 그게 나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야. 반대로 숙부도 나에게서 무언가 얻을 게 있으니 나를 보호해 주려는 거겠지.]


그가 자신에게서 무슨 이득을 얻으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렌느는 순순히 그에게 원하는 것을 내어줄 생각이 없었다. 철저히 이해득실을 따져 내가 얻을 게 있을때만 교섭에 응할 것이다. 그것이 혼자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인 것이다.


.
.
.


시렌느가 맛없는 밥을 먹거니 말거니 깔짝이고 있는 사이 공교롭게도 그녀가 몸을 의탁하게 된 쉐밀과 라키도 식사를 하는 중이였다. 놀랍게도 그들의 식단은 시렌느의 식단과 완벽히 일치했는데 이걸 보면 쉐밀이 딱히 그녀를 탐탁치 않게 여겨 그런 식사를 줬다는게 아니라 원래 이 궁에서는 누구나 다 이런 수수한 식단을 가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말.. 그렇게 하실 생각입니까?"


"안될게 뭐 있나?"


 부하 라키의 물음에 쉐밀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시원스럽게 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의 말이 라키는 무척 마음에 차지 않는듯 그답지 않게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는 전하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는 전하께서 시렌느 황녀저하를 이용하여 3황비의 힘을 묶어두려는 줄 알았는데요."


"허허 그런 고식적인 방법을 쓸 필요는 없지. 3황비는 무서운 여자다. 그녀에게 있어 증오하는 황제의 피가 섞인 딸 따위는 결코 모정의 대상이 될 수 없겠지. 시렌느는 인질로서 가치가 없다."


"큭..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왜 하필 시레느 황녀저하입니까?! 그녀는 여자가 아닙니까? 그 뿐아니라 순수한 인간도 아닌, 더러운 엘프의 종자가 아닌가요?"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 문제가 되지 않습니까?!"


"..."


쉐밀은 라키를 지긋이 노려봤다. 마음까지 꿰뚫어 보는 듯한 쉐밀의 날카로운 눈빛에 라키는 약간 기가 죽었지만 그래도 이것만은 물러설 수 없는 일이었다.


"전하.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전하께서 직접 제위에 오르지 않고 막후의 실력자로 개혁을 단행하겠다는 것은, 저로서는 실망스럽긴 하지만 충분히 납득은 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실권이 전하께 있다 하더라도 그래도 제국의 황제입니다. 왜 펜드 황자 저하가 아닌거죠?"


"펜드라.. 처음엔 나도 그 아이를 생각했었다. 하지만 최근 그 아이의 행보를 보고 내 눈이 틀렸음을 깨달았지."


"무슨 말씀이시죠?"


쉐밀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펜드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늘어놨다.


"내가 본 그 아이는 제국의 황제가 될 만한 자질이 있었다. 젊은 나이에 또래 청년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있는 훌륭한 학식과 검술을 지녔고, 재빠른 결단력 타인을 포용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졌었지. 파르세스도 펜드에게 황제의 운명이 이어져 있다고 했고.. 하지만 최근 그 아이의 행보는, 제국의 황제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무언가가 그에게 심각하게 결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었다."


"대체 그것이 무엇입니까?"


라키의 물음에 쉐밀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바로 정의로운 마음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제국의 황제는 기본적으로 정의롭지 않으면 안된다. 뜻을 달성하기 위해 그릇된 수단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그 목적은 어디까지나 선한 의지의 발현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펜드의 최근 행보를 보면 그게 없어. 그런 녀석이 황제가 된다면 어떻게 될 것 같나? 틀림없이 능력있는 황제는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군은 되지 못한다. 내가 생각하는 제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황제가 성군이 아니어서는 안돼."


"그래서.. 그 시렌느 황녀저하는 선한 마음을 가졌다는 겁니까? 제국의 황제가 될 자질이 있다는 겁니까?!"


만약 시렌느가 라키의 이 말을 들었더라면 아마 그 자리에서 기절하지 않았을까? 아니 시렌느가 아닌 그 누구라 할지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정도로 라키의 말은 놀라운 것이었다.


그랬다. 제국의 강력한 황위계승 후보이자 실력자인 쉐밀 테어카나는 하프엘프 황녀 시렌느를 여제로 만드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여자가 황제가 된다는 것도 제국 역사상 무척 희귀한 사례였지만 황제가 될 자가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의 피가 섞였다는 것은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어째서 쉐밀은 이런 말도안되는 계획을 세운 것일까?


"솔직히.. 자질은 펜드에 비해 떨어진다. 나도 얼마전 그녀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차라리 내가 제위에 오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날 시렌느는 결단력을 보여 주었다. 결단력과 선량한 마음을 가졌다면 황제가 되는데 있어 최소한의 조건은 충족한 셈이다."


"제길 살인황녀가 선량한 마음을 가졌다고요?"


"그 아이의 본 바탕은 선하다. 내 눈은 틀리지 않아. 그 아이가 정말로 살인을 저질렀다면, 그건 그 정도로 사태가 급박했다는 것이겠지. 어디까지나 우연한 사고일 뿐이다. 그 아이에게 살의는 없었어."


"아주 쉽게 단정하시는군요. 열 여섯짜리 꼬마가 그 건장한 사내들을 어떻게 해칠 수 있었는지는 의심하지 않습니까?"


"무슨 방법을 사용했는지는 나도 모른다. 어쩌면 그녀의 어머니에게 사악한 흑마법을 배웠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황제가 될 여자가 스스로를 지킬 힘이 있다면 오히려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저는 잘 모르겠군요. 전하의 말이 모두 옳다고 하더라도, 엘프의 피가 섞인 황제라니요!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만."


"나는 차후에 제국에 널리 성행하고 있는 노예제도를 완전히 철폐할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국의 상류층부터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현재 노예로 널리 부려지고 있는 엘프의 피가 섞인 아이가 황제가 된다면 아주 훌륭한 모범이 되지 않겠는가? 결국 엘프와 인간은 평등하다는걸 직접적으로 선언한 셈이니."


"파르세스님이 그 시렌느 황녀저하에게 황제의 운명이 없다고 하시면 어쩔 생각이십니까."


"틀림없이 황제의 운명을 예언할 것이다. 설령 그런 예언이 없다 하더라도.. 사실 파르세스 그 녀석도 모든걸 알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 아이의 예언은 단지 참고하는 정도로서의 의미가 있을 뿐. 어차피 운명이라는건 정해져 있는게 아닐세.  황제의 운명이 없다면 그녀 스스로 만들게 하면 되지."
 
"아주 말은 잘하시는군요. 제길. 반박할 말이 없습니다."


라키의 울분에 찬 말에 쉐밀은 빙그레 미소지었다.


"그럼 내 뜻을 받아들여 준 걸로 이해해도 되겠나?"


"하 농담도 지나치시군요. 애초에 저에게 선택권 따위는 없는게 아닙니까? 저에게 전하의 뜻을 따르는 것 이외에 다른 길이 있을리가 없지 않습니까. 다만 속으로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끙끙 앓을 뿐이죠."


"허허 미안하구만. 밥이나 먹지. 스프가 다 식겠네."


쉐밀은 자신의 충성스런 부하이자 제국 최고의 검사인 친위대장 라키 프란시스에게 신뢰가 가득 담긴 시선을 보냈다. 이런 능력있고 충성스런 부하가 있는데 무얼 못하겠는가. 만약 그가 없었다면 시렌느를 황제로 옹립하려는 자신의 계획은 감히 시작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네 밥이나 먹죠. 먹을 수 있을때 많이 먹어 둬야죠."


라키는 자신의 앞에 놓인 형편없는 식사를 아무 거리낌 없이 입안에 구겨넣기 시작했다. 제국의 친위대장인 그도 쉐밀과 같이 평소 이런 식사를 해온게 틀림없다.


 만약 쉐밀의 계획이 제대로 실행된다면 황제가 되려는 펜드에게 있어 최대의 적은 그의 여동생 시렌느가 될 것이었다. 과연 그들은 이런 엇갈린 운명앞에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아직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어쩌면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이 그들앞에 펼쳐질 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번화는 선택지가 없네요. 안타깝지만 딱히 넣을 곳이 없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제대로 된 h신도 없으니 정말 최악이네요. 하지만 스토리를 전개하는 제 고충을 이해해 주셔야 합니다. 1번 고를 줄 알고 주인공이 순진한 수녀를 속여서 따먹는 스토리를 상상하고 있었는데.. 2번이 압도적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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