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드의 모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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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지 방식으로 글을 쓰다보니 저도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짐작이 안되네요. 그리고 오히려 그 점때문에 가볍게 글을 쓸 수 있어서 연재속도도 광속이군요 ㅎ;
2. 제길 그냥 내 실력만 보여주자.
솔직한 심정으로는 저 여자를 여기서 당장 능욕하고 싶었지만 웬일인지 펜드는 이상한 힘의 도움으로 간신히 화를 인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서는건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펜드는 결국 그녀를 검술로 꺾어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는 수준에서 적당히 타협하기로 했다.
"호오 할 마음이 생긴 모양이군요. 어디 실력좀 보죠."
"어이 선생님. 지금껏 칼 좀 배웠다고 거들먹거리는 꼴 보기 싫었는데 오늘 임자만났어. 내가 진심모드로 선생님을 상대하면 선생님따위는 같잖다구. 존나 허접한년이 입만 살아서 나불대는 꼬락서니 하고는 쯧쯧."
"뭐?!"
펜드의 도발에 예상대로 루카는 머리끝까지 화가나 길길 뛰었다. 그녀는 자신의 검술에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기에 이런식으로 그녀의 실력을 폄하하는 모욕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 하하하하! 미쳤군요. 저하. 그렇게 죽고싶다면 말리지 않겠습니다."
"자꾸 죽인다 죽인다 하는데 목검가지고 그런 소리 해봐야 별로 우습지도 않아. 이왕 하는거 진검으로 하는게 어때?"
루카의 눈가에 섬득한 살기가 어려간다. 그녀는 낮게 깔리는 목소리로 작게 동의의 뜻을 표했다.
"그러도록 하죠."
"..."
철컹
펜드는 목검을 버리고 자신의 허리춤에서 검을 빼들었다. 루카도 그 매력적인 얼굴에 진한 살기를 띄운 체 천천히 자신의 검을 들었다.
"먼저 오세요. 후후 세번까진 양보해 드리겠어요."
"..."
펜드는 말없이 루카를 향해 검을 휘둘러갔다. 루카는 아주 간단한 동작으로 펜드의 공격을 비껴냈다.
"한번?"
휘익
"두번~"
사실 루카와 펜드의 검술수준은 꽤 차이가 있는 편이었다. 최연소 기사단장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천재 여검사 루카와 자질은 있지만 그냥 저냥 취미로 검술을 익힌것처럼 보이는 밀려난 황자 펜드. 거기다 루카는 펜드보다 다섯살이 많았으므로 검술을 익힌 기간도 몇년 더 길다. 펜드의 공격이 루카에게 맞지 않는것도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휘익
"그리고 세번!"
세번의 양보가 끝나자 루카의 검이 무서운 속도로 펜드의 목을 노려왔다. 순간 펜드의 눈이 날카롭게 빛난다.
챙겅
"에에?!!"
"...."
펜드는 말없이 자신의 검을 거두었다. 루카는 펜드의 검에 두동강난 그녀의 검을 들고 경악과 불신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못박혀 있는 참이다.
털썩
"어 어째서.."
루카는 너무 큰 충격 때문인지 후들거리는 다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주저앉고야 말았다.
검에 있어서만은 또래의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온 그녀였다. 그런데 자신보다 한참이나 아래라 여겨왔던 제자 펜드에게, 그것도 검이 부러지는 수모를 당하면서 완패하다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이다. 인생 그렇게 살지마라"
펜드는 덜덜 떨며 이젠 눈물까지 보이는 루카에게 시크한 한마디를 남긴 채 멋있게 사라져갔다. 스스로 생각해도 정말 통쾌하기 이를대 없는 복수다. 반쯤 정신이 나간 저 여자를 능욕하는건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만 뒷감당이 무서우니 여기까지만..
하지만 자신의 실력을 내보였다는게 좀 마음에 걸린다. 루카가 자신의 약혼자에게 이 일을 보고하면 1황자는 펜드를 예의주시하겠지. 뭐 이미 쏘아진 화살을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
.
.
[말도안되. 그건 틀림없이 오러블레이드였어. 설마 저 애송이자식이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는 건가?]
펜드가 사라진지 한참이 지났지만 루카는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녀는 지금껏 패배를 모르고 살아왔다. 갑작스레 찾아온 첫 패배의 충격은 그녀에게 있어 쉽게 극복하기 힘든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그런데 후우.. 자식이 제법]
하지만 한편으로는 웬지 대견하다는 생각도 든다. 고작 스무살의 나이에 소드마스터라니.. 제국의 천년가까운 역사를 통틀어도 저런 케이스는 별로 없다.
"다 내가 잘 가르쳐서 그렇지 흥."
비록 제자의 자질이 천재적이기는 하지만 그가 소드마스터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까지나 스승이 훌륭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루카는 나름 우쭐한 생각마저 드는것이다. 또 이제는 가르치는 입장이 아닌 경쟁자의 입장으로 그를 따라잡기 위해 자신도 분발해야 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우리 그이한테 자랑해야지~ 내가 잘가르쳐서 펜드가 소드마스터가 됬다고. 얼마나 기뻐할까?"
그녀의 얼굴에선 어느덧 패배의 충격이 많이 가셔 있었다. 부러진 검을 챙기고 뿌듯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아니 그럴 순 없지. 칼미츠에게 이 일을 보고해서는 안된다."
"?!"
어디선가 들려온 부드럽고 나른한 목소리. 루카는 순간 흠칫 했다. 전혀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는데..
"누 누구냐!"
"많이 컸구나 루카야."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아름다운 엘프 부인이 미소를 띄고 있었다. 그녀의 정체를 확인한 루카의 얼굴에 경계의 빛이 퍼져간다.
"3황비마마. 여긴 어쩐일이신지요. 연무장에 타인의 출입은 금하고 있을텐데요."
"후후 몰래 들어왔단다. 우리 펜드 황자저하의 씩씩한 모습을 보고 싶어서 말이지."
루카는 3황비의 해명을 듣고 화를 버럭 냈다.
"그게 말이나 됩니까? 제국 검술의 전수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야 하는 겁니다. 황비마마라 할지라도 그걸 어길 권리는 없습니다."
"호오~"
3황비 세피아는 느긋한 미소를 띈채 루카를 바라볼 뿐이었다. 루카는 그녀의 여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가 보겠습니다. 차후에는 이런일이 없었으면 좋겠군요. 마마께서는 자신의 신분을 생각해 스스로 자중하셔야 합니다. "
"응 내 신분이라니?"
[큭 그걸 몰라서 묻는거냐?]
황궁 내의 대다수가 그런것 처럼 루카도 엘프에 대해 대단한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세피아를 싫어했다. 그녀의 뒤를 따라다니는 악질적인 루머를 전부 믿지는 않았지만 엘프주제에 감히 황비가 되었다는 것 하나만 해도 그녀에 대한 호감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
"뭐 모른다면 할 수 없구요. 여담이지만, 저의 그이는 "인간이 아닌 존재"가 제국의 국사에 깊이 참여하는것을 아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차기 황제가 되실분의 생각을 잘 헤아려서 처신을 현명히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당신의 따님 시렌느 황녀저하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지요."
"..."
"제발 자중해 주세요. 당신이 그렇게 나대고 다녀봐야 뭇 사람의 악감정만 살 뿐입니다.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루카가 굳은 얼굴로 황비를 지나쳐 가려하자 3황비는 살짝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놓으시죠."
"아직 대답을 듣지 못했잖니. 너의 그이에게 펜드가 소드마스터가 되었다는 사실을 보고하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그건 제 소관입니다. 황비마마가 뭐라고 할 사항이 아닙니다."
"부탁이다."
루카의 얼굴에 짜증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 이 더러운 엘프년이 왜 자꾸 귀찮게 하는 것인가?
"싫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더 이상 제 시간을 뺏지 마십시요. 할일없으면 별궁에서 시렌느랑 소꿉놀이나 할 것이지 왜 절 귀찮게 하시는.."
퍽
"!!"
순간 루카의 목 부근에 다급한 충격이 느껴졌다. 그녀는 뭐라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천천히 의식을 잃어갔다.
"..."
"잘 하셨어요."
황비는 루카를 기절시킨 거구의 흑인을 향해 환히 미소지어 보였다. 흑인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루카를 자신의 어깨에 들쳐매었다.
"후후 루카 리발린. 당신은 1황자를 치기 위한 중요한 말이 될 거에요. 잠에서 깨어나면 당신의 인생은 많이 달라져 있겠죠."
세피아 황비는 그녀를 이용해 1황자를 파멸시킬 무시무시한 계획을 세워놨다. 그리고 잠시 후, 루카를 납치한 흑인과 3황비는 흔적도 없이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
.
.
펜드가 루카에게 본때를 보여준지도 이틀이 지났다. 루카는 펜드에게 진 충격때문인지 다음날부터 검술지도에 나오지 않았다.
[뭐 그럴만도 하지. 앞으로 날 귀찮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어쨌든 루카가 없으면 딱히 할 일이 없다. 넓은 연무장에서 혼자 왔다 갔다 하며 시간을 보내는 참인데 마침 3황비의 전갈이 왔다.
"황자저하. 세피아 황후마마가 별궁을 방문해 주셨으면 하는 전갈을 보내왔습니다."
"뭐 좋지."
마침 시간도 비고 하니 펜드는 바로 세피아의 궁을 찾아갔다. 하지만 세피아는 웬일인지 궁에 있지 않았다.
[지하에 있나?]
별궁 지하의 실험실로 가봤지만 문은 굳게 닫혀있을 뿐이었다. 펜드는 세피아의 도움이 없으면 이 문을 혼자 열수가 없다. 하릴없이 계단을 올라와 응접실로 돌아가는데 문득 금발의 하프엘프 소녀가 잔뜩 우울한 표정으로 그를 지나쳐 가는게 보인다.
"어이 시렌느."
"아.."
뒤에서 이름을 부르자 그녀는 화들짝 놀라 그를 돌아봤다. 펜드를 발견한 시렌느는 잠시 놀란 기색을 짓더니, 다시 무거운 표정으로 그를 대한다.
"여긴 웬일이야 오빠."
"일이 있어서 말이지."
"내가 부르지 않으면 오지도 않더니.."
시렌느의 말은 웬지 슬픈 기색이 어려있었다. 평소 활발한 저 아이가 왜 저러지?
"무슨 안좋은 일이라도 있냐? 기분이 별로 안좋아 보이는데."
"설마.. 난 아무렇지도 않아."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시렌느의 얼굴은 잔뜩 수심에 잠겨 있었다. 그녀의 예쁜 얼굴이 찌푸려져 있는 모습은 웬지 아깝다. 시렌느는 환히 웃고 다니는게 환경에 도움이 되는데..
"고민같은거 있으면 이 오빠한테 언제든지 털어놔. 내가 다 해결해 줄 테니까."
"응.."
시렌느는 대충 건성으로 대답하더니 힘없는 발걸음으로 그에게서 멀어져갔다. 하지만 중간쯤 발을 멈추더니..
"참 오빠. 할 말이 있어."
"응 뭔데?"
그녀는 한참동안 머뭇거리다가 간신히 몇마디 부탁을 꺼내놨다.
"며칠 후 무도회.. 오빠도 참석할거지?"
"아 그.."
사실 펜드는 요즘 바쁜 참이라 무도회에 나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거기다 그 무도회는 매달 열리는 규모가 작은 행사라서 유력한 귀족도 많이 오지 않는다.
"나 무도회는 처음이라 아무것도 모르니까, 오빠가 좀 도와줬으면 해서.. 안될까?"
"되 되고말고. 하하 우리 귀여운 시르가 도와달라는데 그정도 시간도 못내겠니?"
거절하면 울어버릴것만 같은 시렌느의 분위기 때문에 펜드는 그녀의 청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펜드가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자 시렌느의 얼굴에 잠깐 화색이 돌았다.
"고마워 오빠. 그럼 그때 봐."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잠깐으로. 다시 우울한 표정과 함께 몸을 돌리는 시렌느. 펜드는 그녀가 오늘 왜 이런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혹시 그날인가?]
잘 모르겠다. 펜드는 대충 그녀에 대한 생각을 접고 응접실로 돌아갔다.
.
.
.
"일찍왔구나. 많이 기다렸지?"
"아뇨 별로 안기다렸어요."
한참 기다리다 보니 드디어 세피아 3황비가 돌아왔다. 며칠만에 보는 그녀는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문득 펜드는 실험실에서 황비와 있었던 일을 떠올라 약간 아랫도리가 불편해 졌다.
"네가 바로 여기 오리라곤 생각하지 못해서, 좀 기다리게 했구나.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일은 잘 되가니?"
"뭐 별로.. 여러 귀족을 만나고 다녔는데 별로 성과는 없었어요."
"그럴만도 하지. 하지만 네가 황태자로 지목받으면 상황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군요."
펜드와 황비는 자리에 마주앉아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심도깊은 논의를 계속했다. 막연히 여러 귀족을 만나고 다니며 아직 자신이 황위계승권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리는 정도의 진척밖에 없는 자신에 비해 황비는 광범위하고 다각적인 계획을 계속 진행해 오고 있었다.
"원로원에 내 사람을 많이 심어 놓았다. 그들중 상당수가 너의 편으로 돌아설 것이다."
"대단하군요. 어떻게 그런.."
"뭐 사실 1황자와 네 숙부를 지지하지 않는 세력들은 기본적으로 그들에게 반감을 갖고 있으니까, 제 3의 후보가 나타나면 그쪽을 지지하기가 쉽지. 문제는 중립세력이 아닌 네 경쟁자들의 세력이다. 그들이 워낙 막강해서 중립세력을 모두 네 편으로 한다 하더라도 힘에 부칠 것이다."
"으음."
"그래서말인데.."
황비는 자신의 품에서 서신을 하나 꺼냈다.
"이게 무엇이죠?"
"교단의 법왕성하를 만날수 있는 서신이다. 황제의 소개장이지. 이걸 이용해서 교단을 네 것으로 끌어들이거라."
"네엣?"
펜드는 깜짝 놀랐다. 기본적으로 교단은 제국의 황위다툼에 철저한 중립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전통이 무려 수백년을 끌고 내려왔는데 지금 자신이 어떻게 교단의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인가?"
"알고 있다. 그들이 중립을 유지한다는 사실은. 허나 그건 표면적인 일로, 황권이 바뀔때 어둠속에서 그들이 개입한 일은 꽤 된다."
"그 그런가요?"
"그래. 교단에 대단한 이익을 가져주는 황제 후보라면 그들이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나는 그들이 결코 거부하지 못할
조건을 내세울 생각이다."
조건을 내세울 생각이다."
"거부하지 못할 조건?"
황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돈이지. 현 법왕 아렌티아 성하는 요 몇년간 대대적인 신전 보수 공사를 일으켰기에 재정이 무척 어려운 상태다. 막대한 양의 황금을 지불하기로 약속하면 틀림없이 너의 편을 들어줄 것이다."
펜드는 여전히 부정적인 생각이었다.
"그 금은 어디서 나오죠?"
"후후 잊었니? 아카시아의 보물창고에는 금이 많이 있다. 그중 반절, 그러니까 한 10톤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10톤!!]
말 그대로 기절할 정도로 많은 금이 틀림없다.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는데 법왕 아렌티아가 이정도 돈에 넘어가지 않을리가 없다.
"교단의 힘을 얻으면 경쟁자들과 싸울 충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교섭은 네가 해야 한다. 잘 해보거라."
"알겠습니다."
펜드는 새삼 황비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하긴 제국의 철혈황제를 무너뜨릴 정도의 여인이니 이정도는 당연한거 같기도 하고.
.
.
.
"참 그런데 펜드야. 좋은 소식이 있단다."
"좋은 소식이요?"
"너에게 줄 선물이 있다. 사흘 후에 완성되는데.. 너 그날 시간 있니?"
사흘 후라면 시렌느와 무도회에 가기로 한 날이 아닌가? 별로 한가한 날은 아니다.
"그날 일이 있기는 한데.. 왜 그러시죠? 선물이라면 그냥 주면 되지 않습니까."
"그냥 선물이 아니니까 그렇지. 무슨 예정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취소하도록 하거라."
"대체 무슨 선물이길레.."
황비의 입가에 요염한 미소가 어려갔다.
"아주 쓸모있는 노예다. 네 명령이라면 죽음조차 불사하는 귀여운 여자애지."
"??"
"혹 예속인형이라는 말을 들어봤니?"
"예 예속인형?"
예속인형..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잔혹한 실험을 거쳐 주인의 말에 절대복종하는 노예로 전락하게 하는 끔찍한 의식이 바로 예속인형을 만드는 것이다. 예속인형은 인간시절보다 몇배는 강화된 전투력과 맹목적인 충성심을 가지지만 그 수명이 10년 정도로 짧은 단점이 있다.
예속인형은 아주 유용한 도구이기는 하지만 만드는게 무척 어렵다. 일단 예속인형으로의 변환의식을 견뎌낼 강인한 정신력과 마나가 풍부한 신체를 가진 좀처럼 찾기힘든 재료로서의 인간이 필요하고, 많은 귀중한 약품과 고위급 흑마법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만들어진 전례가 극히 드문 편이다. 또 인간을 살아있는 도구로 만든다는 그 비인간성 때문에 제국에서는 예속인형을 만들어내는 행위를 철저히 금할 뿐 아니라 사형으로 다스리고 있었다. 혹시 세피아가 말하는 선물이라는 것은..
"그래. 내가 줄 것이 바로 예속인형이다. 아주 쓸모있을 것이다. 특히 경쟁자를 제거하는데 유용하지."
"...."
예속인형이라.. 일반적인 도덕관념으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존재다. 그동안 나름 착하게 살아온 펜드로서는 예속인형을 만들었다는 게 꺼림직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미 황제가 되기로 마음먹은 마당에 사소한 희생쯤은 어쩔수 없는 걸까?
"재료가 될 인간을 찾는게 꽤 어려웠는데, 이틀전 결국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거의 네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 어쨋든 사흘 후 예속인형이 완성되는데, 그걸 네 걸로 만들기 위해서는 마지막 의식이 필요하다."
"...그게 무엇입니까."
펜드는 양심의 가책 때문인지 한참동안 침묵하다.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바로 성교다. 막 완성된 예속인형에게 성교를 통해 주인으로서의 각인을 끝맞치는거지. 사흘 후 예속인형이 완성되면 곧바로 인형과 교접을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완성도가 대단히 떨어져 인형의 성능을 100% 끌어올릴 수 없다."
"완성도?"
"사흘 후 무슨 예정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하루를 전부 비워둬야 한다. 사흘 후에 인형이 완성될건 확실하지만 그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거든. 계속 대기하고 있다가 완성되는 즉시 마지막 의식을 끝마쳐야 한다."
"...."
펜드는 생각에 잠겼다. 사흘 후라면 시렌느와 무도회에 가기로 했는데..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으려나? 하지만 그녀의 기색이 안좋은게 이번에 무도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단단히 삐질것처럼 보인다.
"혹 기한을 넘기면 어떻게 되죠?"
"말했잖니. 완성도가 떨어지게 된다. 인형의 자아가 강해져 충성심도 약해질 것이고.. 왜그러느냐. 그날 급한 볼일이 있느냐?"
급한 볼일 따윈 없다. 단지 여동생과 무도회를 가는 시덥잖은 약속이 잡혀있을 뿐이다. 하지만 예속인형을 만들었다는 그 행위자체에 대한 반감과 시렌느의 우울한 표정이 자꾸 마음에 걸려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여기선 어떻게 해야 할까?
1. 황제가 되기 위해 사소한 일은 모두 제쳐둬야 한다. 예속인형에게 제때 마지막 의식을 마치도록 하자.
루카 호감도 +10 세피아 호감도 +1시렌느 호감도 -1 혼돈성향 +2
2. 그래도.. 역시 약속은 약속이니 어길수는 없지. 황비마마도 사랑하는 딸과의 약속이니 봐주실 것이다.
루카 호감도 +1 세피아 호감도 -1 시렌느 호감도 +2 질서성향 +1
추천49 비추천 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