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판소]아버지처럼 되기 싫었어요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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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이 글은 양판소(……야)이므로 개념이 없고 명랑소설이므로 어이없는 일도 일어날 수 있는 막장입니다^^;;; 양판소의 깽판이 싫으신 분은 조용히 백스페이스로 넘어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중에 언급되는 인물, 사건, 지명 등은 실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묘한 것이 보여도 신경 쓰지 마세요. 깊게 생각하면 지는 겁니다. 이 글은 양판소이니까요.
*이 글에 대한 저작권은 저에게 있을지도 모르나 행사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양판소니까요.
*이 글은 명랑소설을 지향하고 있으나……양판소이므로 깽판입니다.
[양판소]아버지처럼 되기 싫었어요
56話 센타이 - 노르딕 전쟁2 : 개입
111-1.
눈을 떴다. 한 남자의 일생이 머리에 담겼다. 그것을 단순한 정보로 치환하면서 마음을 삭인다. 죽은 자의 한에 휘말려 들어서는 안 된다. 힘이라는 것을 가진 자가 다른 사람의 한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정신수양이 약하다는 이야기가 되는 말이거니와 그 한이 무슨 일을 촉발할지 모르게 되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정리하고는 고개를 들었다.
“슬픈 이야기야. 나는 우리 진에게 그런 존재로 남을 수 있을까? 훌쩍.”
“……일단 남자로 돌아와서 그런 이야기를 하시도록 하죠. 아버지.”
울먹이고 있는 아버지의 얼굴이 코앞에 있었다. 그 모습은 너무나도 잘 어울리고 보통 남자에게는 가슴이 아릴 듯이 아프게 다가와 무심코 안아주고 싶겠지만 이건 아버지다. 모에한 여성이 아냐. 모에한 척만 하고 있는 거다. 그런 거다. 그런거다. 아아 내 몸에서 분노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어. 이대로라면 분노만으로 아버지를 두들겨 눕힐 수 있을 것 같아!
아까와는 달리 한 대 후려치고 싶은 분노를 삭이면서 나는 아버지의 얼굴을 밀어냈다.
“뭐, 아버지 덕분에 순식간에 냉정해졌으니 일단 생각부터 정리하죠.”
“쳇. 이래도 안넘어오다니. 역시 자가발전을 해야 하는 건가. 자기 자신의 TS랑 그렇고 그런 걸 한다는 건 역시 불타오르는 시츄에이션이지.”
“이봐요.”
아무래도 이 사람은 빼놓고 생각을 정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저리 가요. 쉿! 쉿!”
“어쩐지 개취급당하고 있는 것 같은데?”
개취급 맞습니다. 같은 것이 아니라 하고 있는 거예요.
“아들이 불량해졌어!”
뭐, 아버지가 날뛰거나 말거나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생각해보도록 할까나.
먼저 현재의 상황을 살펴보자. 몇몇 사례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화약무기의 출현으로 기존의 방어구가 소용없어진 상태다. 그 때문에 의용군들은 처절하게 저항하다가 죽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대로라면 더더욱 피해가 커지겠지.
그 때문에 우리 미시어스 제국군은 센타이 왕국의 수도를 방어하는 쪽으로 임무를 한정해둔 상태다. 물론 이렇게만 버티고 있으면 그쪽 왕국의 민심이 우리에게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었겠지만 우리군의 정예 기병 1천이 전멸할 뻔했던 3만 의용군의 생존자들을 빠져나가게 해놓고서는 처절하게 산화해버린 것이 아직 그들의 기억에 남아 있기도 하고 함정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도와주러 온 자들이 죽었다는 사실 때문에 뭐라고 불평을 토하거나 하지는 않고 있다. 거기에 파견나간 군대에게는 일반 시민들에게는 폐를 끼치지 않게 잘 단속하라고 명령도 내려놓고 있으니 당분간은 괜찮을 것이다. 시험까지 끝나 대량생산체제에 들어간 화약무기를 장비한 부대가 훈련을 끝낼 때까지는 말이다. 뭐, 굳이 말해 센타이 왕국의 수도 하네른에서 계속 주둔하고 있기 뭐하면 근처의 요새에 들어가서 길목을 방어하는 역할을 맡겨도 될 것이다. 요는 저들의 무기가 성벽은 뚫지 못한다는 약점을 이용한 피해근절책이다. 거기에서 멈춘 상황. 말하자면 적극적으로 도와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만 그런가 하면 그것은 또 아니다. 타클란 제국도 우리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선 우리에게서 화약무기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고는 우리가 따로 보내둔 병기를 시험해보고 그 위력에 놀라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그 탓에 어수선한 분위기이기는 하지만 그들도 하네른을 방어할 수 있는 요새에 분산배치되어 적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덕분에 노르딕들도 함부로 수도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못하고 있고 지방만 털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으로 치자면 삼남지방에서만 분탕을 치고 있다고 해야 하려나. 주요 공업지역들이 털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곡창지대는 무사하니 최소한 연명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피해에 대해서는 훗날 차관을 빌려주는 식으로 지원하도록 하자.
“결론은 기다리는 건데…….”
“이 아빠에게 상냥하게 대해주지 않으면 덮친다?”
“시끄러, 정신 사나워.”
대충 현재의 상황과 앞으로의 대책을 생각한 셈이니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야 할 때다. 일단 정신없이 구는 아버지는 쥘부채로 마빡을 때려주도록 하자.
“아파앗!”
“아프라고 때리지……하아, 부탁드립니다. 징벌을 내려주세요.”
다행히도 어머님들께서 나타나셔서는 아버지를 끌고 가셨다. 덕분에 나는 조용하게 앞으로의 일에 골몰할 수 있었다.
“뭐, 결국은 현상유지인가.”
정 안된다면 내가 직접 나서거나 소드마스터 부대를 투입하는 수밖에 없겠지. 투입할 수 있는 병력을 모두 투입한다고 해봐야 일개 소대급의 병력밖에 안되겠지만.
뭐랄까……주변에 워낙 막강한 사람들이 몰려있다보니 소드마스터가 당연하다는 생각이 머리에 박혀버린 것 같다. 이건 좋지 않아. 조심하고 반성하자. 일단 소드마스터 파견 건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도록 하자. 여기에서 어머님들과 아내는 상정 외로 둔다. 아내들은 카틀레야와 아사, 마리아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언약에 묶여있으니까 당연한 것이고 카틀레야는 애초에 고생시키기 싫다. 거기에 어머님들, 이 사람들은 황궁밖으로 벗어나면 세계급 재해가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안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일단 헤빌 황제에게 연락을 넣어볼까. 그쪽에서도 최소한 분대급은 투입할 수 있을 테니까. 그 다음에 내가 참전할지 어쩔지는 따로 생각해보기로 하자. 아버지는……왠지 사람들의 맥을 빼놓을 것 같으니 논외로 해둘까.
‘무슨 일이시……아아, 잠시 실례하겠소.’
그렇게 생각하면서 타클란 제국의 헤빌 황제에게 통신을 넣었더니……한창 아이 만들기에 힘쓰고 있었다. 황태자였던 녀석이 상대였다. 뭐, 녀석도 불쌍하구나. 생각하면서 이미 만들면서 볼 것 안 볼 것 다 본 상황이니 어쩌랴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인간답게(…) 이불로 몸을 감추어주는 모습을 따스하게(…) 외면해준다. 그리고 저편에서 헛기침을 할 때까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아아, 나의 이런 따스한 면모는 어떠신가요.
내가 생각한 것이지만 참으로 토할 것 같은 말이다. 이거 점점 아버지 닮아가고 있는게 아닌가 몰라. 그랬다가는 큰일인데 말이지(……)
‘이렇게 다시 얼굴을 다시 보게 되니 반갑구려. 황태자.’
“네 반갑습니다. 헤빌 황제님. 다름이 아니라…….”
그날 통신을 통해 대화를 나눈 결과 미시어스에서 소드마스터 부대 2개 분대를 파견하고 타클란 제국에서 똑같이 소드마스터 부대 2개 분대를 파견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부대의 지휘는……내가 하기로 했다. 아니, 나는 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헤빌 황제가 밀어붙인 결과다. 나는 억울하다. 주로 저 편에서 노리고 있는 것이니까 말이지.
‘주로 20대 초반의 외모를 한 소드마스터 여성부대로 파견하기로 생각하고 있소. 그대의 핏줄이라면 필시 그랜드마스터도 넘을 수 있을테지.’
“거 농담도 잘하시는군요.”
이런 식으로. 농담도 잘 한다고 얼버무리면서 웃고는 있지만 저건 절대로 진심이다. 눈빛이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의 눈초리야.
‘참고로 내 딸이 거기에 따라가니까 잘 대해주시길 바라오. 물론 돌아올 때에는 홀몸이 아니길 기원하겠소. 참고로 농담은 아니니까 진심으로 고민해주길 바라오. 참고로 그대가 보스트롤인가 뭔가로 부르는 그 아이가 아니라 나타샤가 이야기했을 그 아이라오.’
“아, 아하하하. 필사적으로 그 기대를 저버려드리지요.”
‘아쉽군. 최고가 될 남자를 사위로 두고 싶었는데.’
이 능구렁이 황제! 반드시 그 기대를 저버려주도록 하지!
통신이 끊어지고 저 뒤에서 냉정하고도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는 아내들의 시선을 느끼면서 그렇게 다짐한다. 아내들이 강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괴로운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아내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도 괴로운 일이다.
111-2.
여하튼, 센타이 - 노르딕 전쟁의 현황을 살펴보도록 하자.
센타이와 노르딕의 전쟁은 얼마 전 바크 비윈트라는 사내가 3만 의용군과 함께 전사하고 노르딕들에게 심대한 피해를 입힌 뒤로 모든 전선이 소강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아니, 소강 상태에 빠진 정도가 아니라 노르딕의 사기도 많이 꺾인 모양이다. 센타이 중부 지역에서 모인 의용군들이 툭툭 건드리면서 다니고 있는데도 무대응으로 일관한다고 할까. 덕분에 그들의 점령지 안에서는 소규모 게릴라들이 준동하기 시작했고 마찬가지로 정규군으로 구성된 소규모 부대들이 그들의 보급부대를 급습하는 등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과거 공업이 발전했던 타클란 제국과 신흥공업국인 미시어스에서는 빠른 속도로 총기를 생산하고 탄약을 보급하는 등 2차, 3차 파견부대를 훈련시킬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생각 같아서는 그 이상의 무기를 만들어 쥐어주고 싶었지만 거기까지는 힘들 것 같고 일단 이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그럼, 아버지. 오래간만에 다시 정무를 보시느라 고생하실 것 같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귀찮다. 나는 귀찮단 말이다아아아!”
그리고 그들이 파견되기 전, 나는 소드마스터들을 이끌고 출진했다. 아버지의 절규를 뒤로 하고서 말이다. 그나저나 일하기 싫다니 대체 어느 막장 황제가……아, 만력제가 그랬던가. 그 놈의 은둔황제. 생각해보면 딱 컨셉이 맞아 떨어지는데?
“일하세요.”
“넵!”
어쨌든 아버지의 그런 소소한 반항은 어머님들의 날카로운 시선 앞에 조용히 사그라 들었다. 덕분에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타클란 제국에서 오는 병력들과 합류하러 떠날 수 있었다. 그런데 정말로 여자들만 오면 어쩐다(…) 여자들이 유혹하면 이성을 잃고 ‘국력을 위한 인재빼돌리기다!’를 외치면서 바람을 피울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런 나의 불안감을 감지했던지 아내들은 출발하기 전, 감시를 붙였다. 카틀레야였다.
“당신에게 들러붙는 아이들은 모두 제가 처리하도록 하죠.”
겉보기 나이는 10대 후반, 진짜 나이는 31살인 카틀레야가 주먹을 불끈 쥐면서 전의를 다지고 있었다. 저기, 카틀레야. 미리 말해두는 거지만 저쪽에서 오는 소드마스터들은 모두 40대 이상이거든? 최소가 40대야. 우리보다 어린 사람은 없다고.
“저보다 약하니까 상관없어요.”
“아, 그래.”
내 앞에서는 순종적인 여인이었다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파천황적인 모습을 보이는 카틀레야의 모습에 나는 한숨을 쉬었다. 누가 이 여인을 이렇게 만들었나. 누구냐! 응? 나라고? 아, 그도 그렇구만. 미안하다. 이 정상적이었던 여인을 이렇게 만들어버려서.
‘뭐, 황후가 된 여자가 이정도 자신감이 없어야 되겠느냐만.’
뭐, 그렇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변한 것도 어머니가 되었다거나 하는 것 때문이겠지만.
어쨌거나 아내들의 불신으로 나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게 된 카틀레야가 엉뚱한 방향으로 전의를 불태우는 동안 우리는 합류지점으로 이동했다. 마법으로 이동하면서 멀미에 걸릴 사람은 없으니 강행이다. 그렇게 우리들은 그곳에서 합류했다. 그런데 내가 직접 전송마법을 발동시키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엉뚱한 사람이 하나 더 끼어 있었다.
“지인!”
“당신은 왜 따라붙은 거야!”
아버지였다(…) 분명히 어머님들이 붙들어서 가는 것을 눈으로 목격했는데?
“우후훙. 당연히 분신술이지롱.”
뭐, 그렇게 나에게 들러붙었다는 이야기였다. 어쩔 수 없……지는 않은가. 나는 검을 들어 아버지를 두들겨패기 시작했다.
“돌아가!”
“소드마스터는 them마스터. 그들을 마스터……는 이상한가? 아니 The M 마스터가 맞겠지. 아픔을 느낄수록 강해진다! 궁극의 영역, 그 변태를 넘어선 영역에 올라선 자가 바로 소드마스터! 이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아래아’한글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소드마스터를 입력해봐. 어떤 것이 나오는지. 그들은 이런 진리를 알고 있었……아아, 또 강해졌어! 아들을 향한 내 욕망어린 사랑이! 이젠 그 영역마저도 넘어서고 있는 것 같아. 바라볼 때마다 아이를 임신할 것 같아♪ 아아 눈빛만으로도 범해지고 있어♡”
주여. 이 변태를 용서하지 마소서. 다만 제가 처벌하리니 잠시 세상의 윤리는 저버리시고 저를 응원하여 주소서. 그것만을 바라나이다. 허나 저의 소원이 아닌 주의 뜻대로 하소서. 부들부들 떨면서 어떻게든 이성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절로 허리의 검으로 향하는 나의 손. 그리고 어찌할 길이 없는 아버지에 대한 나의 살의.
“얌전히 죽어줘.”
결국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야 말았다. 그런 내 말을 어찌 받아들였는지 아버지는 방긋 웃으며,
“여기에서 죽여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범해지는 나를 보기 싫은 거지? 역시 우리 진은 욕심쟁이라니까. 사랑받는 나는 행복♡”
이렇게 말했다.
죽여버리자. 그래서 하나의 죄로 더 큰 죄를 막도록 하자.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잠시 칼부림을 했다. 아버지는 즐겁다는 듯 방글방글 웃고 있었고 카틀레야는 평상시에 흔히 보던 광경이라 그런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우리쪽 소드마스터들도 카틀레야와 마찬가지로 아버지와 내가 이렇게 다투는 모습을 자주 보아서 그런지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고. 덕분에 먼저 와 있던 타클란 제국의 소드마스터들이 기겁을 하면서 달려오는 소동이 일어났지만 소동은 순식간에 끝났다. 뭐, 어차피 아버지는 나에게 져주는 거니까. 이 모습이 아버지라는 것을 모르는 타클란 제국의 소드마스터들은 나에게 또 다른 여인이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는 듯 수군대기는 했지만 신경쓰지 말자.
카틀레야. 거기에서 먼산만 바라보면서 이 난감한 상황을 빠져나가려고 하지 말아줘.
“…….”
그나저나 정말로 여자만 골라뽑은 거냐. 이 회춘 황제.
타클란 제국의 소드마스터들을 본 나의 감상은 이런 것이었다. 그나저나 미인만 골라 뽑은 거냐. 정말로 전력증강책을 사용할 생각이었던 거냐! 그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타클란 제국의 소드마스터들은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진 맥세인 아슈레이님이십니까?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거수경례하지마. 특정한 신체부위가 부각되잖아……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말은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는 나는 마찬가지로 거수경례를 해주면서 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잠시 대화를 나눈 후 묘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들을 인솔하였다. 그나저나 전투와는 상관없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그나저나, 비전투원이 있는 것 같은데…….”
“아, 예브리나 황녀님께서는 황태자님의 초상화를 보고 한눈에 반하셔서요. 황제폐하께서 이번 기회에 직접 만나보라고 하시면서 함께 파견하셨습니다. 물론 저희들로서도 양국간에 이런 식으로 인연이 묶일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구요.”
“…….”
아무리 황제가 실언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이렇게 말한 그대로 보내버리는 건 좀 뭣하지 않을까. 여기는 전장이라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곳이라고? 정말이지 아버지라면 따님을 좀 더 사랑해주라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두는 것은 좋지만 해서는 안되는 일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질책해주고 위로를 해주는 것이 아버지로서의 자세……. 그만두자. 어쨌든 센타이 왕국의 왕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곧장 전장으로 향할 생각이다.
“저, 여러분들을 환영하기 위한 연회를 열 생각입니다만…….”
“전쟁 중에 연회는 사치입니다. 우리는 우방을 돕기 위해 파견된 사람들이라 마음만 감사히 받겠다고 전해주십시오.”
센타이 왕국을 돕기 위해 파견된 우리에게 잘 보이려는 것인지 연회를 열겠다는 말은 무시했다. 아버지가 달라붙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시킬 수는 없으니까. 자신들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일단 먼저 말한 아버지의 존재를 유출시킬 수도 없는데다가 소드마스터 부대가 투입되었다는 이야기가 퍼져 적들이 기습을 알아차리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고로 기습이란 적들이 알지 못하는 전력으로 가해야 효과적인 법. 우리의 옷깃을 잡는 왕에게 정중한 사양을 하고는 돌아섰다. 물론 비전투원들은 이곳 왕궁에 남겨둔 채로 말이다. 거기에는 당연히 아버지가 포함된다.
“날 버리고 가지마! 책임져야지 진!”
“……댁이 제일 강하니 여기에 남겨놓는 겁니다만.”
또 아버지의 저항이 있었지만 ‘너는 히든카드이니까.’라고 강백호를 달래던 안선생님처럼 아버지를 잘 달래어 떼어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센타이 왕국에서는 우리가 왔다고 선전을 하고 있는데?”
“……그 바보들.”
그러나 몇시간 후, 우리가 왔다는 것을 빠르게도 알려버린 센타이 왕국의 위정자들 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날아온 아버지와 타클란 제국의 새로운 황녀를 떠맡아야 했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숨어버리면 사기 진작을 위한 헛소문이라고 판단하겠지하는 생각 때문이다. 필시 만약을 위해 경계를 하기 시작하겠지만 말이다.
“아버지 급의 바보들이야.”
“아앗! 진이 욕했다!”
“그걸 욕이라고 받아들이니 댁이 바보라는 겁니다만.”
“그런 거야?”
“그런 겁니다.”
얼굴을 기울이면서 이야기하는 아버지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이야기한다. 대체 얼마나 여성스러워지려고 노력중인 거냐. 아버지.
어쨌든 무시무시한 얼굴로 ‘사기진작을 위한 거짓말’로 해두라고 센타이의 왕을 협박한 후에야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를 알아차린 녀석들은 우리에게 안내인을 붙여주었다. 안내인이 꼭 필요하지는 않은데 말이지. 어쨌든 사죄의 뜻으로 좋게 받아들이기로 하자. 이런 무능하고 생각없는 녀석들에게 지배받던 국민들이 불쌍해지지만.
112.
어쨌든 쓸데없는 존재 둘이 붙었지만 우리는 곧장 전장으로 향했다. 우리가 먼저 향한 곳은 3만 의용군이 전멸한 후 그들의 중간 거점이 되어버린 이름없는 요새였다. 혹자는 소드마스터라고 해도 거기에 바로 쳐들어가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말렸지만 강행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곳에는 노르딕의 5만 병력이 상주하고 있다고 했다. 거기에 중간 거점이니만큼 물자도 풍부하게 쌓여있을 것이다. 그런 곳을 쳐서 무너뜨린다면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병력도, 물자도 부족해진 노르딕들은 결국 전선을 축소하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을테니까 말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노르딕의 총병력은 100만에 가깝습니다. 아마 그들이 살고 있던 군도의 전투가능 인원들이 모두 나온 것 같을 정도입니다.”
안내인이 설명을 시작했다. 센타이 왕국에서는 사지死地에서 살아돌아온 자를 안내역으로 우리에게 붙여주었다. 하켄 맥제체리안 피로트. 바크 비윈트의 친구인 남자였다. 원래는 무척이나 호감가게 생긴 미남이었던 그는 잠깐 사이 놀랍게 초췌해져 있었다. 아마 친구를 사지에 버리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죄책감이 그를 몰아넣고 있는 것이리라. 그의 마음을 어느 정도 짐작한 나는 그에게 살갑게 대해주었다.
“원래는 이름도 없는 요새였지만 앞으로의 작전계획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바크 요새라 지칭하도록 하겠습니다. 바크 요새는 총 부지가…….”
그런 내 태도를 알아차렸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자신의 임무에 최선을 다했다. 임무라고 해봐야 우리를 안내하는 역할 뿐이었지만 그는 최선을 다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호감을 표했다.
내가 호감을 표해주었으니 그 호감을 따라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아직 미혼이라고 했지? 내 여동생이 있는데 그 애가 참 나를 닮지 않아 미인이야.”
“너, 여동생 애 있잖아.”
“뭐, 그런 하자가 있긴 하지만 어때? 으음, 이건 실례이려나.”
“뭐, 이런 바보같은 녀석은 내버려두고. 내 여동생은 아직 미혼……커억!”
“훗, 내 딸은 10살이다. 한창 예쁠 나이지.”
“어려!”
뭐, 그런 식의 어이없는 말들의 연속이었지만. 어쨌든 수련만 하느라 사람들을 대하는 법이 서툰 그들의 그런 모습을 하켄은 미소로 응해주었다. 물론 결혼약속을 남발하는 것이 아니라 연인이 있으며 결혼한다면 그녀와 하고 싶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 그에게 결혼하게 되면 반드시 청첩장을 보내달라고 말하는 소드마스터들은 무척이나 즐거워했다. 전투 전의 긴장감을 풀려는 행동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카틀레야 엔리갈 로트펠트, 예브리나 엔헤빌 케스토론, 하켄 맥제체리안 피로트, 그리고 세린 알카로이드는 이번 싸움에서 후방을 맡도록 합니다. 특히 카틀레야는 예브리나 황녀를 잘 보호해줄 수 있도록. 세린 알카로이드는 하켄을 최우선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그 외에는 자신의 분대와 함께 움직이도록 한다. 이 편성에 불만 있는 사람?”
“없습니다!”
인원이 적다보니 단출하기 그지없는 편성이었지만 가장 효과적이기도 했다. 내가 요새의 문을 무너뜨리면 그 안으로 난입한다. 1조는 탄약고. 2조는 보급창고, 3조는 병사들의 막사, 4조는 지휘부를 급습하기로 하고는 기습 시간은……지금 당장으로 결정했다.
“눈치 볼 것이 무에 있겠습니까. 그 총이라는 물건만 조심하면 되는데요.”
뭐, 그도 그런가. 생각하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상황이지만 저렇게 자신들 있어하니 문제될 일은 없으리라. 그런 생각을 하면서 검을 들었다. 목표는 성문, 그곳으로 힘을 쏟아낸다.
――쿠르릉.
둔중한 것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갑작스러운 기습에 혼란에 빠진 노르딕을 향해 소드마스터들이 돌격하기 시작했다. 노르딕들은 대부분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그들이 흩뿌린 검기에 중상을 입거나 당장 숨이 끊겨 널브러지기 일쑤였다.
“생존자는 남길 필요가 없다. 센타이의 국민이 있지 않다는 것은 확인했으니 모두 전멸시키도록.”
“네!”
처참한 학살극이 시작되었다. 탄약고에 불이 붙어 폭발하는 소리를 배경으로 노르딕들의 비명이 끊임없이 치솟았다. 식량창고에 쌓인 군량들은 내가 미리 챙겨버렸지만 나머지 물건들도 불타올랐다. 발악적으로 총을 쏘며 반항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1분에 3발에서 4발을 쏘면 빠르다는 소리를 듣는 전장식 소총은 소드마스터급의 강자들에게는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시간으로 따지지 않고 분으로 헤아려야 할 시간이 흐른 후, 일명 바크 요새에는 살아숨쉬는 것은 없었다. 소리를 내는 것은 생존자가 있는지 수색하는 소드마스터들의 발자국 소리와 타닥타닥 불타오르는 소리뿐이었다.
“우리에게도 이런 힘이 있었다면…….”
이 대학살극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면서 침중해진 하켄의 혼잣말이 들려왔지만 들리지 않는 척 한다. 아마도 이것으로 반격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노르딕 녀석들도 깨달았겠지. 원래부터 살고 있던 곳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이런 공격은 몇 번이고 반복될 것이다.
“다음은 3만 병력이 모여있는 플랭인가…….”
뭐, 우리가 끼어드는 것은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는 것이지만. 대외적으로는 타클란 제국군과 미시어스 제국군의 기습공격이 있었다고 발표될 것이니 우리가 끼어든 흔적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3만 병력이 몰려있던 플랭 시의 아침이 밝아왔을 때 센타이의 국민 외에는 살아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난감한 사태를 맞이해야 했다. 아버지가 나를 난감하게 했던 것도 아니고 센타이 왕국의 무능한 위정자들이 나를 난감하게 했던 것도 아니다. 이번의 적은 ‘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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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이거 이야기가 막나가는 전개로 접어드는 것 같은데?”
프리그 왕국의 왕궁에서 나는 ‘나’들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이번 전쟁의 양상을 듣게 되었다. 일단은 화약무기를 개발해도 좋다는 결론이 하달되었다면 무슨 일인가 일어난 것만은 확실했지만 그래도 아버지의 과거와 연관된 녀석들이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자 조금은 울컥했다. 아버지, 지금 마음속으로는 울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
“역시 이럴 때는 가보는 것이 최선이겠지.”
황궁을 나와서는 ‘내’가 바보짓을 하고 있다지만 지금 센타이 왕국에 가 있는 ‘나’도 바보짓을 시작할지도 모르니까. 적어도 ‘나’라는 녀석이 둘이 있다면 바보짓을 하기 시작하면 태클을 걸어줄 수 있겠지. 좋아, 가보자.
“분신술 최고!”
하지만 똑같이 생긴 녀석이 두 사람 있으면 안되니까 여성의 모습으로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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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을 하면서 날아온 ‘내’가 눈앞에서 생글생글 웃고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 나는 골머리를 썩여야 했다. 타클란 제국의 29번째 황녀 예브리나 엔헤빌 케스토론이 울면서 뛰어나가고 카틀레야가 잠시 ‘숨겨둔 여자가 있었나요’라는 시선으로 나를 노려보기 시작한다거나 아버지가 ‘나’의 볼을 부비면서 ‘보고 싶었어.’라고 옷을 벗기려 한다거나 하는 아수라장은 담대하게 넘겨주자. 하지만 왜 ‘내’가 여기에 있는 건데!
“도와주러 왔는데?”
“없어도 된다고.”
“아, 그렇구나. 그냥 놀러왔어. 우후훗.”
“뭔가 기분나쁜 말투인데…….”
“에에, 괜찮은 것 같은데? 후웅.”
‘나’는 느끼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녀석, 엄청난 수준으로 여성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일단 표정이라거나 몸짓이라거나 말끝도 ‘다’라거나 ‘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이 여성스러운 말투가 되어 있는 것도 같으니까. 반란군 진압할 때까지는 괜찮았던 것 같은데 어째서…….
“그건 말이다. 당연한 거지. 여자아이들 속에서 살고 있으니까. 네 놈이 누이들과 함께 지낼 때에는 무지 여성스러운 말투를 사용했다고?”
“…….”
‘내’가 여성스러운 말투를 사용한다고 다시 남자다움을 표출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골머리를 썩인다. 아니, 아버지는 지금 상황에서 별로 중요치는 않으니 내버려두자. 지금 ‘내’가 이렇게 된 것, 이건 필시 체리와 나탈리의 합작품임이 분명하다. 백합을 숭상하는 그 아이들의 합작품……순간 오싹했다. 이 녀석들 대체 뭘 꾀하고 있는 거야.
“셰에라자데였던가? 그 아이를 위해서겠지. 아무래도 여성적인 얼굴이라 너에게는 방심하고 있는 모양이니까. 거기에서 좀 더 나가서 여성적인 말투에 여성적인 행동이라면 더더욱 방심하겠지라는 생각일지도 몰라.”
“시끄러.”
골치 아프다. 아무래도 나탈리가 무사히 아이를 낳게 되면 돌아오게 해야지.
“다른 애들도 어릴 적에 못 돌봐줬는데…….”
그렇게 모성애 가득한 표정으로 이야기하지 말라고. 이 바보 녀석아!
나는 ‘나’의 그런 모습에 다시 한 번 머리를 싸맨다. 그리고 직감한다. 이대로는 무지 위험하다고. 이 현상, 어떻게든 타개하지 않으면……절대로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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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에서도 동시 연재중입니다만, 거기에서 지금까지 주인공이 안은 여자의 수가 햇갈린다는 말을 하셔서 여기에 짤막하게 남겨봅니다.
본처 : 누이 109명 + 카틀레야 + 서큐버스 아사 : 총 111명 + 첩 : 마리아스, 112명
세진 알카로이드로서 안은 여자
본처 : 나탈리 1명 끝
첩 : 셰에라자데(엘프)에 사샤, 올가, 페라게야 등 합하여 4명 나탈리까지 5명
거기에 더하기 : 체리(마왕) + 수지 2명까지 총 7명
총원 119명……이 숫자는 119를 불러야 할 숫자인가!
+이 아저씨의 미래는?(아마도 고X……10억도 못받고 X자라니!)
http://pds17.egloos.com/pds/200908/13/88/e0053988_4a8428eb6bb3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