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판타지] 카인 스트라이드 - 1화 (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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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린 레드데일, 시작은 너로 정했다! ##
(01)
내가 얻은 노예의 인장, 이것은 한 번 사용되면 절대적인 지배력을 발휘하게 해주는 마법의 도구.
나는 최하급이지만, 이제 하급이라 불릴 정도는 되어가는 오러와 1서클의 마력을 지니고 있다. 이런 내가 이 도구를 쓸 수는 있겠지만, 그것의 대상은 분명 평범한 인간에 한한 것이다.
"으음... 이걸 어쩐다."
이 도구를 사용해서 노예를 만든다? 아니, 현 제국에서 노예를 비록 인정하지 않고는 있지만, 빈민가에서는 돈에 자신의 목숨이라도 팔려는 이들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밀가루 한 자루에 1실버에서 2실버 정도 한다. 그리고 그런 밀가루로 일반인은 1달 정도를 살 수 있는 식사거리를 만들어 먹는다.
그리고 1골드는 20실버이며, 내 한 달 봉급이 20골드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동안 내 소소한 "돈벌이"가 얼마나 큰 벌이인지 알 수 있으리라.
나는 당당하게 경비대 부대장의 직위로 매일 평균 10골드 정도를 벌어들였다. 한 달이면 대략 300골드에 달하는 돈이었고, 이렇게 뒤로 버는 돈이 더 많다 보니 나는 상당히 편안하게 살고 있는 편이다.
주변의 사람들이야 내가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받은 보상금으로 편하게 산다고 착각하는 것 같지만, 나는 그 보상금이라는 것을 철저하게 제국은행에 보관해두었다. 그리고 추가로 적금까지 하고 있다. 그런 내가 중구에 위치한 3층짜리 저택을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은 전부 뒤로 벌어들이는 돈 덕분이었다.
"일단 대상은... 둘인가?"
내가 저택을 구입하면서 이 저택을 자신의 숙소로 사용하고 하는 이들이 몇 있었다.
주로 제국 국경 귀족가 출신의 나이트들이었다. 물론, 나와 같은 경비대 소속인 이들이기도 하다.
제국의 북부나 남부 쪽의 귀족들은 국경을 지킨다는 것 때문인지, 상당히 털털한 귀족가문인 이들이었다.
그런 가문의 사람들인 덕분에, 평민인 내 저택에 하숙을 하겠다는 이들이 상당히 많았다. 아, 물론 나도 나이트가 되면서 스트라이드라는 성을 받았고, 준 귀족과 같은 대우를 받기는 하지만... 엄연히 정식 귀족과는 차이가 많이 나는 신분이다.
아무튼, 내 저택에 현재 머무는 귀족은 넷이고, 그 중 절반인 두 명은 여성이다.
다른 남자 두 놈은 내 부하이니, 별 상관 없고.
두 여 나이트가 바로 내 대상이 될 수 있는 이들이다.
한 명은 남부 레드데일 백작 가문의 카린,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카린의 직속이자 같은 남부 출신의 그린우드 남작 가문의 케이트다.
남부 사람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황무지에서 살아서 그런지... 고상하게 말하면 "개척정신이 강한, 자유인"이고, 까놓고 이야기하면 "무식한" 아가씨들이다.
오죽하면 귀족도 아닌 나와 평대를 하며 술을 마시고, 술 마시다가 뻗어서 엉켜 잠드는 것을 별로 꺼리지도 않을까.
...즉, 귀족의 체면 따위 다른 나라 이야기라고 여기는 아가씨들이라는 말이다.
그런 주제에 미모가 엄청나다.
카린 레드데일, 이 아가씨는 붉은 머리에 살짝 햇빛에 그을려 노란 빛을 띠는 백색 피부가 예술적인 아가씨다. ...게다가 가슴도 풍만하다. 스스로는 상당히 거추장스럽다고 여기는 모양이지만.
케이트 그린우드는 갈색 머리에 하얀 피부를 지닌 미녀인데, 수수하다. 하지만 그 수수함이 오히려 더 자극적이랄까? 마치 "나는 싸움같은 거 못해요~"라고 말하는 것 같은 그 순진한 외모에 속으면... 그 유명한 "그린우드 박투술"에 당해서 온 몸의 뼈가 부러질 수 있다.
참고로 그린우드 가문은 본래 남부 산적 출신의 가문이다. 물론, 약 500년 전의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그런 산적 출신이기 때문인지, 나이트가 된 케이트는 여전히 맨손 박투술로 치고박는 것을 좋아했다. ...그 순진해 보이는 외모로 히죽히죽 웃으며, 하악하악 거리며, 피칠갑을 한 꼴을 보면... 밤에는 잠도 안 올 정도로 두렵다.
"...후우, 떠올리지 말자. 떠올리지 말자..."
나도 희생자였기에 아주 치가 떨릴 정도로 잘 안다.
아무튼, 이런 두 사람 중 한 명을 먼저 내 "노예"로 만들면, 다른 한 명도 저절로 따라오는 부록처럼 얻을 수 있으리라.
"카린부터? 으음, 그게 좋을지도."
내가 여자에 굶주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나도 미녀를 좋아하는 정상적인 남자다.
그리고 이 세계는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미인은 "강하다".
무슨 말인가 하면, 내 외모도 내 실력만큼 "준수한" 편이다.
아니, 미남은 아니고... 미인 축에는 살짝 한 발 걸친 "호감이 가는 외모"라고 할까?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이 세계의 외모는 "강력함 순"으로 유전자 레벨에서 정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은 정도로, 내 위의 "강력한 이들"을 보면 전부 "미남미녀"들이다. ...일반인들도 잘생긴 이가 있을 수 있고, 아름다운 여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강자들은 하나같이 미남미녀다.
...이러니 내 눈이 안 높아질 수가 없다.
아카데미 시절에만 해도 내 주변에는 전부 미남미녀들이었고, 내가 일하는 경비대 역시 마찬가지.
"후우, 생각은 그만하고..."
계획을 짜자.
그래, 카린을 낚을 계획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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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다다닥!
"젠장."
카린을 낚을 계획을 짜던 중, 급보가 들어왔다.
노예의 인장을 지니고 있었던 흑마법사, 그를 죽였던 이의 뒤를 쫓은 결과 그동안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었던 "쉐도우 암즈"의 거점을 발견한 것이다.
"아마 그들이 최초의 주인이었겠지... 그들의 활동상을 생각해 본다면."
그렇다.
쉐도우 암즈는 그동안 제국의 수도, 제국의 심장인 "렉스"에서 암약하던 "암살조직"이다. 이런 이들이 아무런 흔적 없이 활동할 수 있었던 근원은 아무래도 노예의 인장 덕분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
그렇다면, 나는 그들을 체포하는 일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아니, 그 조직의 상부에 있는 이들을 다 죽여야 한다.
그들은 노예의 인장을 되찾으려 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내가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위험해진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 그들을 말살- 해야 한다.
"앞에 다섯, 좌 둘, 우 삼."
"...확인했습니다."
"우 삼을... 내 공격과 함께."
"후아!"
나는 심장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마력의 서클을 회전시키며, 주면으로부터 마력을 그러모은다. 그리고 영창을 하며, 왼손으로 인을 맺는다.
"달려라, 비틀어라, 찢어라. 혹쇄酷碎의 발톱!"
콰드드드득-!
내가 알고 있는 하급 주문 중에서도 상당히 강력한 주문이다. 당연히 효과는 즉빵.
"크아악!"
"커억?!"
"하아앗!"
카가가강-!
내 뒤로 따르던 특경 다섯이 빠르게 우측의 셋을 잡는다. 나야 경험으로 지금 쉐도우 암즈의 암살자들을 발견하고 공격한 것이지만, 특경들은 다르다.
이 특경들, 그러니까 내 후배들은 대부분은 하급 오러 유저다. ...100미터를 전력질주로 5초에서 6초 만에 끊는 괴물들이란 말이다.
나도 전력질주하면 대략 7초 정도 나오는 것 같지만, 나보다 더 한 괴물들이 지금 내 후배들이다. 이런 놈들이 다섯, 그 다섯이 전부 셋을 상대로 합공을 하니...
"...이래서 제국엔 기사도가 없다고 하지, 음음."
괜한 말을 떠올리며, 다시 앞으로 나서서 달린다.
지금 내가 맡은 루트는 현재 레밍턴 대장과 카린 부대장이 급습을 한 덕분에 도주를 할 수 있는 길목으로 파악되는 길이었다.
제국의 지하, 어둠이 가라앉은 이 하수도에 자리 잡고 있었다니... 쉐도우 암즈 녀석들도 참 독한 녀석들이다.
"빠르게 자리 잡고, 기다린다."
"후아!"
경비대 특유의 구호를 외치며, 후배들이 자리 잡는 것을 보며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어둠을 밝히기 위한, 그리고 전방의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잔수를 부린다.
"쏘아라, 떨어지는 유성이여. 휘광輝光의 화살!"
내 손끝에서 맺힌 빛의 덩어리가 확 하고 전방으로 달려나간다. 공격력을 별로 없지만, 어둠을 밝히는 위력을 충분하다.
내가 알고 있는 하급 주문 중 하나다. ...물론 내가 아는 주문이라야 고작 다섯 정도지만.
그래도 꽤 효율적인 것들 뿐이다.
"...음?"
혹시나 하는데, 휘광의 화살이 끝나는 부분에 얼핏 검은 복면을 한 암살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미 특경들이 그것을 파악하고는 오러를 급격히 끌어 올리고 있었다.
나도 준비를 해야지.
"그나저나, 역시 실전엔 약하다고 해야 하나...."
후배들이 사용하는 검술은 대부분 자신들의 가문에서 배워온 것들이다.
하지만 내가 익힌 검술은 나이트 아카데미에서 기본 수련을 위해 가르치는 실버루나 검술인데, 외적인 면으로 보면 충분히 괜찮은 검술이지만, 실전적인 요소가 너무 부족한 반쪽짜리 검술일 뿐이다.
"나도 제대로 된 검술 하나 배워야지... 이거 원, 매번 아슬아슬한 전투라니."
이를 갈면서도 나는 실버루나 검술의 기수식을 취한다. 하아, 역시.
특경들은 대부분 가지각색의 기수식을 취한다. 나와 같은 놈은 하나도 없다.
하긴, 카린 부대장도 자신의 가문을 유명하게 만든 레드데일 검술을 사용하고, 그런 카린의 직속인 케이트만 해도 검술보다는 그린우드 박투술을 즐겨 사용하니....
역시 제대로 된 검술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에게 달려드는 암살자를 벤다.
서걱-!
"포지션은 자유, 난전으로 간다!"
"후아!"
각각의 개인기를 중요시하는 제국의 무사도...랄까? 그러니, 포지션을 정해서 일정한 공격을 하는 것보다는 난전으로 가는 것이 우리측은 더 유리하다.
"묶어라, 얽어라, 구속하라."
영창을 하며, 왼손으로 인을 맺으며.
카강!
암살자의 검을 막고, 그대로 왼손을 뻗어.
"영결永結의 속박!"
"커헛!?"
"잘 가쇼."
푸화핫!
적을 묶어버리고, 그대로 베어버리기. 뭐, 기사도를 따지지 않는 제국의 나이트이니 가능한 수법이다.
물론 나만이 하는 짓이기도 하다.
다른 나이트들이야 마법의 주문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검술로 적을 상대하는 것이 더 편하겠지. 난 절대 아니다.
검술은 실전적인 면모가 부족한 수련용 검술, 그리고 겨우겨우 하급의 수준에 다다른 오러.
이런 내가 검술만으로 적을 상대하라고, 무리다!
그러니, 양손잡이인 내 특기를 살릴 수 있고, 어느 정도만 수련하면 얻을 수 있는 마력을 바탕으로 주문을 응용한 전투, 마검사의 전투가 나에겐 최고의 전술이자 전략.
상황은 점차 심화되어간다.
"불? 아, 오는군."
이제야 오는 건가. 벌써 내가 베어버린 암살자만 다섯이 넘는다. 그런데 이제야 어영부영 달려오는 레밍턴 대장을 보자니, 이가 갈린다.
하지만 그런 레밍턴 대장의 온 몸에서 일어나는 은빛의 오러를 보자니, 오한이 든다.
"젠장, 더럽게 강하군... 그런데 아직도 중급이라니..."
세삼 오러 유저가 얼마나 대단한 괴물인지 떠오른다.
저 정도면 중급 이상인 것 같은데, 상급은 되어 보이는데 말이다.
아무튼, 대장이 도착하자 학살이 일어났다. 역시 강해... 괜히 수도의 "은빛 마수"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야.
"끝났군, 카인 경. 뒷정리를 하고, 내일아침 0900시까지 보고하도록."
"...예!"
말도 안 되는 명령이다. 지금 시간이 자정을 약간 지난 시간인데, 나보고 정리하고, 보고까지 하라고?!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젠장.
눈물이 안구에 한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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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들어서니, 역시 어둡다. 이런 곳에서 몇 년간 암약한 쉐도우 암즈의 암살자들이 존경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악이다. 철저한 악이다.
...뭐 내가 정의를 추구하는 용사 지망생도 아니고, 그들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런 놈들과... 썩어빠진 황족의 특무대 놈들 때문에 내 현생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은 진실.
그래서 절대 친해질 수 없는 놈들이다. 물론, 나 역시 악... 한없이 어둠에 가까운 회색의 위선자다.
"그나저나... 이게 다인가?"
하수도의 어느 구석에 만든 쉐도우 암즈의 거점이다. 상당히 넓었지만, 거대한 홀의 형태였기에 들어오자마자 그 형태를 다 파악할 수 있었고, 한쪽에 있는 탁자 위의 문서도 보였다.
대충 살펴보니 누가 의뢰하고, 목표가 누구고... 이런 것들이다.
"...미끼군."
허의 허를 노려서 이런 식으로 진짜 서류를 남겨 놨을 수도 있지만, 나는 믿지 않는다.
조심스레 홀 전체를 살펴본다. 다른 나이트들이 홀의 입구를 막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참 착잡하다.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지금 안쪽은 처다보지도 않는다. 혹여나 내가 불러서 일을 시킬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젠장할, 나도 사람이다. 귀찮은 일은 부하들에게 떠넘기는 것 쯤은 해야 할 것 아닌가?
일단 홀 전체를 살피며 한 바퀴 돈다. 어라, 이거 이상하다. 전체적으로 둥글어 보이는 홀 한쪽이... 평면?
칼집을 들어 벽을 치며 걸어본다.
탁, 탁, 텅, 텅, 탁.
"...옳거니."
벽의 뒤쪽이 비어 있는 곳이 있다. 아마도 비밀공간... 아니면 쉐도우 암즈의 두목이 사용하는 사무실 같은 것일지도.
오러를 일으켜 부술까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큰 소리를 내면 특경 나이트들이 무슨 일인가 돌아볼 것이 아닌가.
어쩔 수 없지.
"부수어라, 부수어라. 이연의 석파!"
파스스슥!
마력을 비틀어 꼬아 연속으로 석파의 주문을 연결, 발동하는 방식이다. 이 석파 주문의 특수한 특징인데, 효과는 소리소문 없이 돌 부수기.
...도둑들이 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삼파, 사진의 석파 정도 되면 거의 살상주문이다. 단번에 사람의 내부를 가루, 아니 곤죽으로 짓이겨 버리는 주문이니까.
"...호오?"
엄청난 양의 서류들, 다른 건 별로 안 보인다. 하지만 서류들이 엄청 많았다. 대충 살펴보니 진짜 의뢰를 청부한 이들부터 시작해서, 그 목적이나 그로 인해서 얻어질 이득 등등...
...이놈들 뭐하는 놈들이야, 상단에도 줄이 있나? 설마, 다른 조직과?
그렇게 생각하니 치가 떨린다.
아, 젠장... 만약 더 큰 조직의 하부 조직이었다면? 쉐도우 암즈 정도로 제국의 심장인 수도에서 암약한 조직이 어느 조직의 하부 조직이라고? 그럼... 나는 죽음 목숨?
아니지, 그 상부 조직이 노예의 인장을 모를 수도... 있을리가 있나!?
"...최대한 방비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포기해야 하나? 썅, 벌써 계획은 다 잡아 놨는데!?"
카린을 어떻게 꼬셔서 노예로 만들 것인지 계획까지 짰는데, 이대로 허망하게 접어야 한다고?
서류를 대충 읽으며 어찌할 것인지 계획을 짜는데, 문득 어떤 문구가 눈을 멎게 만들었다.
[... 그리하여 팔라듐을 이용해... 1톤의 팔륨을 생산... 저장... 그 위치는.... 물류창고... 54번 컨테이너... 5402...]
"팔륨? 그 마법도구 만드는데 필수라는... 팔륨? 1키로에 100골드라는... 팔륨?!"
다시 한 번 대박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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