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서 (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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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달은 어둠의 마력을 품고 있다 전해져 온다. 밤은 두려움과 공포를 품은 어둠의 시간이므로 밤의 하늘을 지배하는 달은 강력한 어둠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달은 어둠의 자식들에게 축복을 내린다. 대표적인 예로 늑대인간은 보름달이 뜨는 날밤 불사의 생명력을 가진다. 어둠의 귀족이라 불리는 뱀파이어 또한 보름달이 뜨는 날 밤에는 더욱 강력한 힘을 지니게 된다.
민혁이 "어둠의 서"를 손에 넣은지 5일째 되는 밤. 그 밤은 바로 보름달이 뜨는 밤이었다.
선생님들과의 회식 이후 늦은 시간에 윤미는 집으로 향했다.
“후우...”
윤미의 입술 사이로 기다란 한숨이 새어나온다. 4시간 동안이나 선생님과 어울리며 3차에 걸친 회식을 끝내고 나면 항상이 모양이었다. 은근슬적 자신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더듬는 변태들의 손길은 정말 구역질날 지경이지만, 요령껏 그들의 손길을 피하는 법도 익혔다.
“어떻게 선생님이라는 것들이...”
윤미는 입술을 깨물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과연 그들 중 정말로 자신이 선생님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진정한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하긴... 윤미 자신도 그렇게 남말할 처지는 아니다. 자신은....
“응?”
문득 윤미는 아파트 놀이터의 그네에 앉아 있는 한 소녀를 보았다. 교복을 입은 것을 보면 분명 여학생이었다. 게다가 저 교복은 근처 중학교의 여중생 교복이다. 윤미는 자신의 휴대폰을 보았다.
- 1시 23분.
분명 여학생이 그네를 타고 있을만한 시간은 아니었다. 윤미의 눈에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 쓸쓸한 기색이 보였다. 윤미는 여학생에게 다가갔다.
“얘.”
흠짓 놀란 여학생이 뒤돌아 본다. 가까이 가보니 무척 귀엽게 생긴 여자아이였다.
“여기서 뭐하니?”
“누구세요?”
“나? 음... 선생님.”
“......... 선생님은 싫어요.”
“호. 그러니? 그래도 어떡해.. 난 선생님인데...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거야? 집에 안들어가니? 부모님이 걱정하시겠다.”
그녀가 있는 학교의 학생들이 보면 놀랄만큼 부드러운 음성으로 그녀는 여학생에게 말했다. 여학생인 입술을 삐죽 거렸다.
“집에 가기 싫어요. 엄만.. 내 걱정 안할거니까..”
“....왜?”
“...............”
“가출할 거니?”
“...............”
여학생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윤미는 여학생의 옆에 있는 그네에 앉았다.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구나...”
“.... 뭐가요?”
여학생의 물음에 윤미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가출했던 때가 말야.”
“네? 선생님이요?”
여학생은 윤미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
“선생님은 학생일 때가 없었는 줄 알아? 나도 너만할땐.. 정말 철없는 여자애였는데...”
“.........”
여학생은 믿기 어렵다는 듯 윤미를 빤히 보았다. 윤미는 싱긋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들려줄까?”
윤미가 어렸을 때 그녀의 집은 아주 불우했다. 아버지는 사고로 돌아가셧고, 그녀의 하나뿐인 오빠는 동네 양아치로 소문이 자자했다. 어머니 홀로남아 포장마차를 하며 생계를 꾸려가려 했지만 집안 사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윤미가 삐딱하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것은.... 하나밖에 없는 그녀의 오빠. 그의 배신이었다.
그는 돈을 받고 자신의 여동생을 팔았다. 중학교 2학년의 어느 봄 날 오빠를 믿고 따라갔던 어느 허름한 창고 안에서 윤미는 3명의 남자에게 강간당했다. 그때부터였다. 술, 담배, 본드, 제법 나이가 있는 어른들에게는 돈을 받고 원조교제까지 했다. 양아치 오빠가 어머니를 때리며 돈을 뺏어 가는 것을 보고는 그녀도 어머니에게서 돈을 뺏으려 했다. 그걸로 어머니와 크게 싸웠고, 윤미는 그날로 가출했다. 3년이었다. 3년 동안 그녀가 격은 일은 그야말로 영화나 소설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일이었다. 몸은 금새 망가졌다. 3년만에 그녀는 지쳐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녀의 집은 전보다도 더 비참해져 있었다.. 그녀의 오빠는 조폭의 패싸움에 휘말려 그곳에서 죽었고, 딸의 가출에 이어 아들의 사망에 충격을 받은 어머니는 시름시름 병을 앓고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온 딸을 보며 고맙다고 눈물을 흘렸다. 3년이 지나서야 어머니의 사랑을 깨달았을까? 윤미도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 후 윤미는 지극정성으로 그녀의 어머니를 돌보았지만... 채 1년도 되지 않고 그녀의 어머니는 돌아가셧다.
“후후. 그렇게.. 어떻게 살았을까? 아무 생각도 안 났어. 엄마가 돌아가시고 정말 미친 듯이 공부했지.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그것 밖에 없었거든... 다시 시궁창 생활로 돌아가기엔 돌아가신 엄마한테 너무 미안했고... 다행히 엄마가 포장마차를 하면서 모아둔 돈이 제법 있어서, 바보같이 자기가 죽을걸 알면서도 병원엔 죽어도 안가시던 분이 말야... 그걸로 어떻게 먹고 살 순 있었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어느새 선생님이 되어 있는거 있지?”
“훌쩍.. 훌쩍..”
윤미는 어느새 자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훌쩍이고 있는 여학생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윤미는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릴만큼 감성적인 아이다. 윤미는 바로 이런 아이들을 지켜주기 위해 선생님이 된 것이었다. 한참 후 여학생은 눈물을 닦고 미소지으며 말했다.
“저, 집에 갈래요.”
“후후. 그래. 어머니께서 걱정하시겠다. 잠시만.. 집전화 좀 알려줄래?”
“네?”
“너 이대로 집에 어떻게 들어갈려고 그래.”
윤미는 휴대폰을 꺼내 여학생이 알려주는 번호를 눌렀다.
“이름이 뭐야?”
“새롬이요. 한새롬.”
“아, 그래. 여보세요? 아, 네. 어머니. 저는 새롬이 학교의 윤리선생님입니다. 예.. 다름이 아니라. 새롬이가 고민이 있어서 저를 찾아왔는데 상담을 해주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너무 늦어 버렸네요. 걱정이 많으시죠?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예. 새롬이 제가 집으로 데려갈게요. 예. 알겠습니다. 예...”
새롬이의 부모님과 통화한 후 윤미는 새롬을 보며 미소지었다.
“이러면... 좀 부담이 덜하지?”
“헤헤... 고맙습니다.”
“후훗. 뭘... 선생님이니까 당연하지. 집이 어디야?”
윤미는 새롬과 함께 걸었다. 새롬이 심란하게 나와있던 것은 그의 부모님이 새롬의 남자친구 교제를 불가했기 때문이었다. 최근 새롬에게 고백을 한 남학생이 생겼는데, 그것을 그녀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얼굴을 굳히며 연애는 절대 안된다고 했다고 한다. 그것 때문에 어머니와 싸웠고, 새롬은 집에서 제법 떨어진 놀이터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하아.. 어떻게 해야될까요?”
“후후. 어떡하긴 뭘 어떡하니? 네가 하고 싶은데로 하는거지.”
“저도 제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 한번 사겨보고 싶기도 하고....”
“그 애를 좋아하니?”
“잘 모르겠어요....”
“잘 생각해 봐. 어머니께서 화내신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거야. 호기심에 연애를 해보겠다는건... 그건 잘못된 생각이니까.”
“그럴까요?”
“그래. 나라도 그런건 안된다고 할거야.”
“으음....”
새롬은 제법 멀리까지 나왔는지 윤미는 새롬과 함께 약 10분 동안 걸었다. 문득 으슥한 골목에 들어섰을 때였다. 갑자기 무언가 서늘한 느낌에 새롬과 윤미는 동시에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들의 눈은 바로 옆의 캄캄한 골목을 보고 있었다.
“........”
“........”
웬지 그곳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거대한 괴물이 입을 벌리고 먹이를 기다리고 있는 듯 캄캄한 어둠속에서 무언가 섬짓한 기분이 느껴졌다. 그런데 쉽사리 발길이 떨어지지도 않았다. 새롬이 윤미에게 안겨들었다.
“가, 가자.”
“네.. 꼭.. 뭔가 나와서 덥석 잡아갈 것 같아요. 에?”
“흐읍!!!!”
화악!!
투욱....
그것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몸을 돌려 걸어가려던 새롬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무언가 재빠른 바람소리와 함께 억눌린 신음이 들려왔다. 새롬은 고개를 홱 돌렸고, 어둠속으로 빠르게 빨려들어가는 윤미의 팔다리를 보았다. 살려달라는 듯 그녀를 향해 쭉 뻗고 있는 팔이었지만 새롬은 그것을 잡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바닥에 윤미의 하이힐이 한쪽이 떨어져 있었다.
“서, 서, 선생님???”
어서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무서웠다. 머리끝이 쭈뼛서는 오싹한 공포에 온몸이 덜덜 떨렸다. 하지만 어느새 그녀는 자리에 주저 앉아 있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녀는 윤미를 불렀다. 하지만 대답이 없다.
“서, 선생님??”
다시 한번 부른다. 하지만 대답대신 새롬은 캄캄한 어둠속에서 무언가 빠르게 다가오는 듯 한 기분을 느꼈다.
“아아?”
본능적인 공포에 그녀의 몸은 얼어버렸다. 새롬은 보았다. 어둠속에서 튀어나오는 ‘검은 손’들. 귀신의 것같은 길게 늘어진 검은 팔이 그녀를 휘감았지만 그녀는 반항도 하지 못 했다. 1개의 손이 그녀의 입을 막고 수십개의 손이 그녀의 온몸을 휘감아 번쩍 들고 어둠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흐으읍!!!”
순식간에 그녀는 어디론가로 끌려갔다. 주위배경이 빠르게 바뀌고, 스치는 바람에 그녀의 단발머리가 흩날렸다.
“아!! 아으으...! 학!!”
새롬은 윤미를 보았다. 달빛이 비치는 곳에서 윤미는 어느 검은 사내의 품에 안겨 있었다. 헐떡이는 숨소리. 덜덜 떨리는 그녀의 팔다리. 남자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본다.
“헉...헉... 히히? 크크큭? 하악.. 하악...”
“아아.. 안..돼.. 그 애는... 아아.. 도, 도망가.. 도망가 새롬아..”
윤미는 바닥에 쓰러진채 애원했다. 하지만 새롬은 도망갈 수 없었다.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어둠에 휩싸인 그의 얼굴은 지금껏 본적없는 공포의 얼굴이었다. 그가 미소지으며 그녀의 얼굴을 들어올렸다. 미소지은 입술 사이로 기이할 정도로 솟아있는 송곳니.
‘흡혈귀!’
“큭큭... 재밋는 걸 알려줄까? 흡혈귀는 처녀를 좋아한다고 하지?”
“시, 싫어.. 싫어..”
새롬은 덜덜 떨며 흐느끼듯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공포에 질려 말을 듣지 않았다. 그의 혀가 그녀의 목을 길게 핥으며 올라가자 소름끼치는 감각이 느껴졌다.
“하지만.. 사실은 안 그래. 왜냐구? 처녀는 쾌락을 모르거든... 그런 피는 맛이 없지. 하지만... 처녀를 타락시키는 그 맛도 별미라서... 별로 상관없는 얘기야. 큭큭... 기분 좋게 해주지...”
“앗! 아아.. 싫어...”
목에서 뜨거운 숨결이 느껴진다 생각한 순간 그녀의 목에 송곳니가 박혀들어왔다. 엄청난 공포에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하지만 다음 순간 새롬은 생전 처음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아아? 아? 앗! 시, 싫어! 앗!!”
뭘까? 목 속에서 찌릿찌릿한 전류가 흘렀다. 그녀의 피가 빨려들어가고, 동시에 뭔가 끈적끈적한 액같은 것이 그녀의 혈관으로 녹아 들어온다. 공포에 잔뜩 얼러있던 그녀의 몸과 마음이 이상한 기분에 사르르 녹고 있었다. 그녀의 중심이 찌릿찌릿하다 오줌을 흘릴 것 같다.
“아앗. 안돼.. 아아.. 나, 나와. 안돼.. 아앗!!”
참으려고 노력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새롬은 아찔한 그 감각속에서 그대로 오줌을 흘려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저절로 허리가 뜬다. 있는 힘껏 세찬 오줌이 뜨겁게 뿜어져 나가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 아늑하고 황홀한 감각에 젖어들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몸이 사라진듯한 상실감과 함께 옴몸의 힘이 쭉빠져나갔다.
“큭큭.. 좋아.. 이제.....”
사내는 절정에 달해 녹초가 된 새롬에게서 벗어나 다시 윤미에게 다가갔다. 윤미는 떨리는 눈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저, 저 아인 건들이지 말아요.”
“큭큭. 당신만으로 내가 만족할 수 있다면.. 큭큭..”
“학..학학.. 학..”
생전 처음 느끼는 기분이었다.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겁고 어지럽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결도 거칠었다. 새롬은 지독한 감기에 걸린 듯 한, 아니 그 이상으로 이상한 기분에 휩싸인채 윤미를 보았다. 사내는 윤미의 다리를 벌리고 그곳으로 몸을 밀어 붙였다.
“학! 보, 보지마.. 새롬아.. 앗! 응!”
“오오.. 죽여주는데? 제법 좋은 보지야.. 큭큭..”
“응! 응...!”
“큭큭. 참는건가? 그렇다면 참아봐.. 콱!”
“으읏!!! 아으읏!!! 아, 안돼!!”
윤미의 정장을 뚫고, 봉긋한 가슴에 사내의 송곳니가 박혀들어갔다. 윤미는 순간 몸을 굳혔지만 그것은 찰나에 불과했다. 가슴에서부터 엄청난 쾌감이 그녀를 휘몰아 치기 시작했다.
“헉! 큭큭. 어때? 으읏... 굉장하지? 헉헉... 콱!”
“학! 아읏..! 꺅! 시, 싫어.. 하지마! 아으읏!!”
윤미는 다급해졌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엄청난 쾌감이 그녀를 몰아붙여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그 사이에도 사내는 계속해서 그녀의 속살을 휘젖고 있었다. 윤미는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뻗어 사내의 몸을 휘감았다.
“흐응.. 아흥.. 아..!”
“우옷.. 갑자기 조인다.. 크읏.. 헉헉..”
이미 잊었다고 생각했던... 청소년 시절에 익힌 그녀의 기교가 무심코 나와버렸다.
“응~!! 아으.. 안돼.. 아아... 학!! 아으!!”
“헉헉.. 헉.. 씨발.. 윤리 선생이면서.. 으읏!”
그녀의 끈적끈적한 살이 그의 남성을 빨아들인다. 들어올때 풀고, 나갈 때 꽉 조여 빨아당기는 그녀의 기교에 굉장한 황홀이 밀려왔다. 남자는 정신없이 그녀에게 허리를 밀어붙여댔다.
“헉헉헉!!”
“학! 하응.. 아! 아읏.. 아읏! 좋아... 아으읏!!”
그녀의 신음이 교태스럽게 변했다. 날카롭게 빛나던 이지적인 눈빛이 쾌락에 젖어 탐욕이 깃들고 입술을 혀로 핥으며 콧소리 섞인 신음으로 사내를 원했다.
“허헉!!허억!!! 오우~ 씨발년... 완전히.. 읏.. 빨아 먹는데..”
순간 윤미는 정신을 차렸다. 선생님? 윤미는 아찔한 머리를 흔들며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남자를 보았다.
“아!!!”
“헉헉!! 으읏!!!”
순간 윤미는 강하게 남자를 조여버렸다. 그녀는 크게 놀랐다. 그는 그녀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2학년의 박민혁. 민혁이었다. 그 순간 그가 다시 입을 벌렸다. 달빛에 번득이는 송곳니를 보며 윤미는 급히 그를 말리려 했지만 또다시 그녀의 쇄골에 그의 송곳니가 박혀버렸다.
“학!! 아으으읏!!”
“흡흡!!! 흡!!”
민혁은 정신없이 그녀의 피를 빨았다. 아찔할 만큼 달콤한 황홀이 입안가득 스며들어온다. 민혁이 정신을 차린 것은 윤미의 가슴에서 흡혈할 때였다. 비록 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늦었다. 그도 그녀도 이미 쾌락에 젖어있어 행위를 멈출 수 없었다. 민혁은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였다.
“하으응!! 아으읏!! 좋아.. 하응응..”
“헉..헉!! 이..이제... 아아!!”
여인은 깊은 음지는 지윤과는 달리 능숙한 기교로 민혁의 남성을 조여댔다. 그의 리듬에 조임과 품을 반복하는 그녀의 기교에 민혁은 반해버렸다. 급속히 사정감이 밀려온다. 민혁은 터져나가는 짜릿한 감각과 함께 그녀의 가슴에 송곳니를 박아버렸다.
“하읏!! 아아아!!!!”
“흡!! 읍!! 흡!!!”
민혁과 윤미의 몸이 떨리며 민혁은 윤미의 몸 깊숙이 정액을 토해냈다. 민혁의 강한 흡혈에 절정에 올라버린 윤미는 마치 손으로 쥐어짜는 듯 민혁의 남성을 압박해왔다.
“하읏... 읏.. 아아....”
“흐음.. 음...”
서서히 그들의 몸에서 힘이 빠지고, 그들은 절정의 나른한 여운을 만끽했다. 그때였다.
“하아.. 하으.. 아... 아아...”
윤미는 아직도 절정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헐떡이며 몸을 떨고 있었다.
민혁에게 고백을 들은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그사이 민혁은 자신을 무척 어려워하는 눈치였다. 꼭 자신에게 죄라도 지은 것처럼 그는 자신에게 말도 거의 하지 못 했다. 과외수업을 하면서 장난은커녕 2시간동안 수업만 하고 돌아가기 일쑤였다. 돌아갈 때도 평소와는 달리 그는 자신에게 너무 조심스러웠다.
‘칫. 남자가 숫기가 없어가지고...’
혜진은 민혁이 여자경험이 너무 없어서 그런것이라 생각했다. 사실이었다. 민혁이 고등학교 2학년이 되기까지 여자친구가 없었다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그녀가 가장 잘 안다. 민혁이 6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민혁이 좋아하는 사람은 그녀뿐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녀는 영화표 2장을 준비했다. 최근 흥행세를 타고 있는 ‘붉은 유혹’이라는 영화인데, 이것은 흡혈귀를 주제로한 영화라 들었다. 영화도 보고, 이것저것 차도 마시며 민혁과 좀더 가까워질 생각이었다.
“어? 민혁아?”
“엇??! 누, 누나!”
약 11시쯤 도착했을까? 아파트 입구에서 혜진은 민혁을 만났다. 민혁은 크게 당황한 눈치였다.
“어디 가니?”
“아, 응.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
“아, 그래.”
순간 혜진은 움찔거렸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는?”
“나? 아, 나, 나도 민지랑 약속이 있어서.”
“누나랑? 누난 아무말도 없었는데?”
“아. 아침에 전화한거라서 그럴거야.”
“응. 그럼 누나 나 가볼게.”
“응. 잘 놀아.”
혜진은 먼저 가는 민혁을 보았다. 제법 신경써서 차려입은 옷차림이 웬지 신경이 쓰였다. 혜진은 급히 민혁의 집으로 찾아갔다.
딩동~
"박민지. 나야."
"아... 혜진이구나. 아침부터 웬일이야?"
"응? 아니. 그냥... 근데 무슨일 있어?"
혜진은 웬지 민지의 얼굴이 무척 피곤해 보였다. 언제나 건강하고 활발한 그녀가 조금 누그러진 모습이었다.
"아, 아니. 아무것도 아냐..."
민지는 어설프게 웃으며 혜진의 시선을 피했다. 차마 혜진의 얼굴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혜진이 민혁을 좋아한다는 것을 뻔히 아는 자신이다. 게다가 민혁은 자신의 친동생. 그런데...
"응... 그래."
혜진은 뭔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민지를 믿었다. 거짓말은 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신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민지다. 게다가 지금은 그것보다 자신에게 더욱 급한 일이 있었다.
"저기 민혁이 오늘 누구 만나러 가는거니?"
"뭐? 아, 친구 만나러 간다고 하던데?"
"아침부터?"
"pc방이라도 가서 놀려는 가보지 뭐."
"........"
혜진은 잠시 생각했다. 아침에 자신을 보며 당황하던 민혁. 옷차림을 물론 머리도 왁스를 발라 잔뜩 멋을 부린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으로 피시방? 혜진은 눈을 가늘게 뜬채 한참 동안이나 민지를 노려보았다. 물론 민지를 노려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민지는 친구의 날카로운 눈초리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지윤아!”
민혁은 영화관 앞의 조그만 시계탑 옆에 선 지윤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응. 나도 좀 전에 왔어.”
지윤은 수줍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미 그녀는 그보다 10분전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시간 많이 남았지? 뭐 좀 먹으면서 기다리자.”
“그래.”
민혁은 지윤과 함께 영화관내의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민혁은 지윤의 옆에서 걸으며 쏟아지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다. 보라색의 짧은 원피스에 검은 스타킹을 신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검붉은 부츠, 푸른색의 점퍼를 걸치고, 옅은 화장까지 해 놓은 모습은 민혁도 가슴이 설레일 만큼 예뻤다. 특히 슬림하고 가냘픈 몸과는 달리 앞으로 불룩한 그녀의 앞가슴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그, 그렇게 보지마.”
“흐흐. 어떻게 안 볼 수 가 있어? 보라고 만들어 놨는데...”
“변태...”
지윤은 민혁의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눈을 흘겼지만 가리려고 애쓰거나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그 날’ 이후 지윤과 민혁은 급속도로 친해졌다. 부끄럽다는 지윤의 요청으로 학교에서는 두 사람은 서로 아는 척도 잘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학원을 그만둔 민혁을 따라 지윤도 학원을 그만두었고, 대신 두 사람만의 비밀의 시간을 함께하게 되었다.
“근데 무슨 영화야?”
“아, ‘붉은 유혹’이란 영화인데... 중세시대에 나타난 흡혈귀에 관한 영화래.”
순간 민혁의 얼굴이 굳는 것을 지윤은 놓치지 않았다.
“사실 나도 흡혈귀에 대해선 잘 모르거든... 그래서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괜찮지?”
“뭐.. 한번 보는것도 괜찮겠지.”
혜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웬지 기분이 찜찜하다. 자신을 보면서 당황하던 그 태도. 평소답지 않게 신경써서 차려입고, 머리에 왁스까지 바른 그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민혁인... 지금 뭐하고 있을까?’
영화의 내용은 대충 이랬다. 중세 영국의 퐁비듀 백작가의 영애 로위나 드 퐁비듀는 어느날 연회에 나타난 미청년에게 한눈에 반하고 만다. 이름도 알지 못하는 그는 그녀에게 접근하고, 매혹적인 미소로 그녀를 끌어당긴다. 그의 정체는 흡혈귀였다. 로위나는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았지만, 어느새 그녀는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시, 싫어요. 에드워드. 아! 안돼!”
화면에서 흡혈귀가 어여쁜 여인의 목을 무는 장면이 나왔다. 민지는 숨을 죽였다. 갑자기 가슴이 미친 듯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왜, 왜 이러지?’
몸이 급속도로 뜨거워지고 민지는 갑자기 온몸이 가려워지는 것을 느꼈다. 민지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 안타까운 감정이 치솟고 있었다. 민지의 눈빛에서 질투가 일어났다.
“아아!! 아으으.. 아!!”
여인은 금새 남자의 목에 팔을 두르며 쾌감에 빠졌다. 민지는 주먹을 꽉 쥐었다. 부럽다.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온몸이 녹아드는 듯 전기에 감전당한 듯 황홀하고 아찔한 쾌감. 그리고 그녀는 번득 정신을 차렸다.
‘에? 내, 내가 무슨... 정신차려 박민지.’
‘이거.. 야하다..’
혜진의 얼굴도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실제로 여인의 몸이 나오는 장면은 아주 찰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고혹적인 미소로 여인을 유혹하는 사내의 아름다움. 진한 혈향이 느껴지는 듯 비릿하면서도 매혹적인 분위기. 흡혈귀에게 피를 빼앗기는 여인의 안타까운 신음성. 웬만한 성인영화보다 훨씬 선정적이었다.
‘이런걸.. 민혁이랑 봤다면...’
혜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민지와 온 것이 잘된 듯 했다. 이런 것을 민혁과 보고 태연할 수 없으리라. 결국 영화는 흡혈귀가 사랑하는 로위나가 죽자 스스로 자신의 가슴에 못을 박는 장면으로 끝을 맺었다.
“기집애... 얌전한 줄 알았더니... 너 이런걸 민혁이랑 보려고 한거야?”
영화가 끝나자 마자 민지가 뾰족한 눈으로 혜진에게 쏘아붙였다.
“나, 나도 이런 줄 몰랐어.”
“에휴. 말을 말자 말을 말어. 그래도 재밋긴 재밋다. 두근두근 거렸지?”
“........”
혜진은 민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재밋긴 했다. 그녀도 영화보는 내내 심장이 두근거렸으니까. 그만큼 매혹적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신경은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갑자기 혜진의 걸음이 빨라졌다.
“어? 혜진아?”
민지는 갑자기 입술을 깨물며 걸어가는 혜진을 보며 당황했다. 혜진을 따라가며 그녀가 보는 방향을 주시하던 민지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미, 민혁이 아냐?”
민혁이었다. 민혁이 영화관을 나가고 있었다. 그것도 옆에 웬 여자와 함께 였다. 민지는 재빨리 혜진을 살폈다.
‘이크.. 일났다...’
역시 혜진의 눈에는 불똥이 튀고 있었다. 영화관 밖에 서서 민지는 잠시 혜진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었다. 혜진이 말했다.
“따라가자.”
“응? 으응.”
민지는 또다시 엄청난 걸음으로 걷는 혜진의 뒤를 급히 쫒았다. 하지만.....
“아........”
두 사람은 우뚝 서버렸다. 민혁이 웬 여자와 함께 들어가는 곳... 그곳은 바로 모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