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판소]아버지처럼 되기 싫었어요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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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이 글은 양판소(……야)이므로 개념이 없고 명랑소설이므로 어이없는 일도 일어날 수 있는 막장입니다^^;;; 양판소의 깽판이 싫으신 분은 조용히 백스페이스로 넘어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중에 언급되는 인물, 사건, 지명 등은 실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묘한 것이 보여도 신경쓰지 마세요. 깊게 생각하면 지는 겁니다. 이 글은 양판소이니까요.
*이 글에 대한 저작권은 저에게 있을지도 모르나 행사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양판소니까요.
*이 글은 명랑소설을 지향하고 있으나……양판소이므로 깽판입니다.
[양판소]아버지처럼 되기 싫었어요
29話 때 이른 납량특집&언약
70.
한밤중. 문득 잠에서 깨어났다.
“흑흑흑.”
어디선가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나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소리가 들린다고 생각되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나는 발견했다. 희끄무레한 것이 하나 방구석 한곳에서 울고 있는 것을. 유령인가 생각하면서 빤히 바라보고 있으려니 유령이 흘린 눈물은 차곡차곡 쌓여 방 안을 온통 물바다로 만들기 시작했다.
“…….”
이거 과장이 너무 심하잖아. 생각하면서도 대체 어느 정도까지 물이 차오르는지 보자는 생각으로 유령이 하는 양을 계속해서 지켜본다. 흘끔, 나를 바라보더니 또 훌쩍훌쩍 울기 시작한 유령의 눈에서는 눈물이 수돗물마냥 콸콸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제법 빠른 속도로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오호, 이건 납량특집인가. 생각하면서 지켜보려니 유령이 ‘앗’하는 소리를 내다가 무엇인가를 찾는 듯 물 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뭘 찾아?”
한동안 울먹이면서 무엇인가를 찾기에 궁금해진 참에 유령에게 말을 걸었다.
“눈알. 수압이 너무 세서 빠져버렸어.”
묘하게 현실적인 유령이다. 눈에서 수돗물 튼 것처럼 눈물이 나온 주제에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눈알을 찾아 돌려주었다. 그나저나 이 유령, 자신이 발견되었는데도 놀라지 않나?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그것도 그렇네. 하지만 당신은 무서워하지 않잖아? 겁을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투정부릴 수도 없으니까 그냥 울고 있었던 거야.”
우물쭈물 대답하던 유령은 자신의 눈알을 끼워맞추고는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글쎄, 나는 이런 녀석에게 원한을 산 적은 없는데 말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 유령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보았다.
“으아앗!”
어라, 만져지네. 뭐하는 애야. 이 녀석은.
“만지지마!”
“어, 미안.”
이상한 유령도 다봤다고 생각하면서 서서히 물이 차오르는 방 안에 오도카니 서 있으려니 유령이 나를 보고 흥하고 콧소리를 내더니 온 몸으로 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날 빠뜨려 죽이려는 건가하고 생각하면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왜 그렇게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거야?”
“외로워서.”
함께하자는 거냐.
“보통 죽고 나면 저 세상으로 가지 않냐? 왜 그렇게 남아있는 건데?”
“결혼도 못하고 죽어서 그래!”
그런가.
왠지 모르게 납득하면서 몸집이 작은 유령의 머리를 다시 한 번 쓰다듬어주었다. 왠지 얼굴이 붉어진 것 같긴 하지만 별로 상관은 없으려나.
“어떻게 하면 한을 풀고 저 세상으로 갈 건데?”
“몰라!”
부끄러움이 많은 유령일세.
그런 생각을 하면서 유령의 머리를 계속해서 쓰다듬어주었다. 물이 차오르는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건 말야. 독수공방하면서 지내다가 죽어버린 시녀들이랑 여관들의 눈물이야.”
“그래?”
계속해서 머리를 쓰다듬는다. 유령의 얼굴은 파랗던 낯빛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처럼 붉어져있었다.
“그러니까. 만족할 수 있으면 기뻐하면서 저 세상으로 갈 수 있을지도?”
“음, 그렇단 말이지?”
뭐, 꿈이니까 상관없으려나.
생각하면서 유령의 옷 속에 손을 밀어넣어 보았다. 움찔하더니 반항하지는 않는 모습에 히죽 웃으면서 손가락을 움직여 그녀의 몸을 애무해본다.
“하웃!”
“쉽게 흥분하네?”
“도, 독수공방하면서 어떻게든 버텨야 했으니까…….”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웅얼거리는 유령을 뒤에서 껴안고는 본격적으로 애무를 시작했다. 감도가 좋은 몸이라서 그런지 금방 유령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새된 소리를 질러댔다. 어쩐지 장딴지까지 차올랐던 물이 줄어들어든 것 같지만 기분 탓일 것이다.
“나, 나……아직 처녀이니까.”
“알았어.”
매끈한 하복부, 그곳의 갈라진 틈으로 내 몸을 밀어넣으면서 그녀의 귀에 바람을 불어넣어보았다. 즉각 반응하는 그녀.
“하히히호헤헤엣!”
거 참 반응 한 번 격하구만. 생각하면서 빡빡한 그녀의 몸을 가르며 들어간다. 약한 저항감이 있었지만 그것은 그녀의 비명과 함께 쉽게 뚫려 버렸다.
“……아파.”
“처음엔 다 그래……랄까. 유령도 아픔을 느끼는 건가?”
“그런 셈이야.”
보통 숨을 격하게 몰아쉬게 마련이지만 그녀는 유령. 숨은 쉬지 않는다. 그녀의 몸을 애무하면서 파악한 약점 몇 군데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면서 단순한 피스톤질. 그것만으로도 그녀는 교성을 지르면서 귀여운 반응을 돌려준다.
“아흣! 부, 부서질 거야! 하앗!”
“안 부서져. 기분 좋게 한일랑 풀어버리고 저 세상으로 가라고.”
“히잉! 하앗! 이, 이상해! 절대로 이상해!”
어쩐지 죄이는 맛은 덜하지만(정확히 말하자면 허공에 삽질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그녀 나름대로 쾌락을 얻고 있는 것인지 허덕이면서 내 목을 부둥켜 안고서는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멍한 눈으로 혀를 내밀며 허덕이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서는 그 차가운 입술에 입을 맞추어간다.
“으아아아앙! 흐아아앗!”
울음과도 비슷한 절규를 지르면서 완전히 줄어들지 않은 물 위로 철퍽 쓰러지는 그녀의 몸을 보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물, 완전히 줄어들지는 않네? 생각하면서.
“왜, 왜 나만 먼저 가버린 거야!”
“왜냐니. 네가 약하니까.”
처녀치고는 과한 반응, 그러니까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쾌락의 잔재에 떨던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는 보인 반응에 잠시 멍해졌다가 그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슬쩍 물어보았다. 그녀를 놀리는 짖궂은 표정으로. 그랬더니 엄청나게 부끄러워하면서,
“아, 아, 아, 아, 안에! 그, 그거!”
라고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네 이름은?”
“에? 메, 메이린.”
무지 부끄러워하는구나. 부끄러움이 많은 녀석이구나. 그런 것치고는 굉장히 밝히는 것 같지만…….
“혹시 아사 아냐?”
“날 서큐버스 취급하지마!”
아닌가? 하긴 ‘나’들의 옆에 있는 아내들을 살펴보면 아사는 배부른 고양이처럼 ‘나’에게 꼭 안겨서 자고 있으니까. 아닌 모양이다.
“그럼 유령을 임신시킬 정도로 노력해 볼까나.”
자, 그럼 힘을 내어볼까? 어딘지 모르게 나른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내 눈에 진심이 담기자 그녀는 내 반응에 놀라면서도 눈을 꼭 감고는 내 손길에 온 몸을 맡겨왔다.
.
.
“하아, 하아……히, 힘이 없어.”
“말할 힘은 있네.”
“이젠 만족. 더는 못해. 하아, 하아.”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든 것을 다 시도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최초이자 마지막이라는 것 때문인지 그녀는 아무런 불만도 없이 내가 시키는대로 다 했고 지금은 유령인 주제에 허리가 나갔다는 이유로 내 옆에 찰싹 붙어있는 중입니다.
“시녀들이나 여관들은……황제폐하나 황태자 전하의 여자이니까. 신목에 걸고 언약을 하게 되면 평생 다른 남자는 쳐다보지도 않고 살아야 해. 그러니까 한이 되는 거야. 알아? 지금 네 옆에 있는 사람들도 한이 쌓여서 생명을 좀 먹을 지경이라는거.”
“그래?”
졸려죽겠는데 계속해서 말을 거네. 쩝. 그나저나 마리아스도 그러려나.
“하지만 지금은 그런 한은 없고……어쨌든 가득 받아내었으니까. 임신할 정도로. 에헤헤. 첫아이는 역시 아들이 좋을까? 그럼 나중에 며느리는 공작가의 따님으로 해서…….”
“어라, 문이 열렸네.”
그리고 그녀를 데리러 천사가 문을 열고 들어올 때까지 그녀는 해실해실 웃으면서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랄까. 벌써부터 아이들의 미래를 예측하려고 하다니. 넌 몸이 없다고.
“어? 아, 아직 몸치장도 못했는데!”
“천사가 데리러 왔으니까 천국행이구나. 잘 가.”
“자, 잠깐만요! 천사님!”
잘 가. 음냐. 졸려.
“우아앙! 너무해!”
부디 극락왕생하길 빈다. 묵념.
71.
그렇게 납량특집으로 가려다가 에로하게 넘어가버린 유령사건은 끝났다. 물론 나만 알고 있는 일이니 사건이라고 칭하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긴 하지만 신경쓰지 말자. 나름대로 해피엔딩으로 끝난 것 같으니까.
“냄새 배어버렸네.”
환기를 시키고 깔끔하게 치운 다음, 옷을 갈아입고는 문을 나선다. 그리고 마리아스가 미소를 지으면서 서 있는 것을 보고 잠시 찔끔했다.
‘시녀들이나 여관들은……황제폐하나 황태자 전하의 여자이니까. 신목에 걸고 언약을 하게 되면 평생 다른 남자는 쳐다보지도 않고 살아야 해. 그러니까 한이 되는 거야. 알아? 지금 네 옆에 있는 사람들도 한이 쌓여서 생명을 좀 먹을 지경이라는 거.’
어젯밤 한을 풀고 성불해버린 여자 유령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말을 생각해서 마리아스를 안기에는 아내들에게 한 약속이 걸리고 그러지 않으려고 하면 마리아스가 그런 유령이 되어 세상을 떠돌아야 하는 상황.
‘역시 이런 건……알려야 하나?’
생각해보면 이미 아내들에게 한 약속은 깨진 셈인가? 유령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여자랑 하룻밤을 보내버렸으니까. 으음, 고민되네.
“마리아스.”
“네. 전하.”
“혹시나 해서 말인데.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의 의사일 것이다. 그래서 스트레이트로 물어보았는데…….
“결혼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고 있습니다. 전하.”
그녀의 대답이 조금 슬펐다. 거세당한 환관보다 더한 상황일지도 모르지 않는가.
“그런가? 내가 결혼하자고 하면?”
“영광입니다만, 저는 그런 영광을 받을 자격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하룻밤 노리개로 쓰신다면 모르겠습니다만…….”
욱해서 내지른 말에 그녀는 그렇게 답했다. 그 말에 심히 불쾌해져 나는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겨버린다. 아무래도, 아내들에게 이야기를 해야겠다.
.
.
“찬성합니다.”
“반대예요.”
“찬성!”
“불쌍하다고 사랑도 없이 안으면 마리아스도 상처받을 거예요. 반대합니다.”
아내들의 반응은 반반이었다. 물론 1명이 남기는 하지만 아무런 생각도 없이 저는 상관없어요라고 말하는 서큐버스이니 논외로 하자.
“그나저나 유령이라니. 그건 좀 그렇네요.”
“무서워?”
아내들끼리 분분히 모여 토론을 하는 동안 넷째 누나가 슬쩍 다가와서는 어두운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경이 누나도 무서운 것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더니 잔뜩 빨개진 얼굴로,
“눈에 보이지도 않고 기척도 느낄 수 없으니까요.”
“대신 우리를 습격할 수도 없잖아.”
그런 의미로 무서웠던 건가. 어쩌면 처음보는 것일지도 모르는 누나의 무서워하는 표정에 잠시 ‘귀여워.’라고 생각했다가 경이 누나와 나를 발견하고서는 볼이 빵빵하게 부풀어 올라서는 삐진 아내들의 살기를 온 몸으로 맞아야 했다.
“바, 바람 피운 것도 아닌데…….”
“유령은 인간이 아니니 바람 피운 것이 아니다라는 거죠?”
“설마하니 오른손에도 질투하십니까?”
“흐응, 그렇구나. 그 오른손 잘라버릴까…….”
생각해보면 같은 아버지의 자식들. 내가 질투심이 많으니 누이들도 질투심이 격렬하지 않을 리가 없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런 결론에 납득한다.
“살려주세요.”
그리고 그 결론에 맞추어 나는 아내들에게 싹싹 빌었다. 남편으로서의 권위? 그런게 어디에 있나. 그저 잘못했다고 빌어야지.
“어쨌든 우리도 유령이 있는 건 무서우니까……그냥 용서하는 게 아니에요!”
“…….”
왠지 모르게 경이 누나랑 손을 잡고 있는 것이 질투의 대상이 되었던 듯 누이 출신 아내들은 방긋 웃으면서 손들을 내밀었다. 어쩔 수 없는데. 분신들을 풀어서 아내들의 손을 잡고는 다독이기 시작했다.
‘슬슬 이것도 매너리즘으로 빠지고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바람을 피워도 어머님들이 ‘그렇구나.’라고 별달리 신경쓰지 않는 것이 분신술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봉인하고 있었어야 했나.
‘아니, 그랬다가는 잠을 못자는 날이 계속되었을지도.’
봉인하고 있었을 때의 결과를 생각해보면 식은땀이 흐를 정도다.
“어쨌든 결론이 났어요.”
“응, 어떻게 하기로 했어?”
한참을 옥신각신하며 토론에 빠져있던 누이들은 결국 결론을 낸 모양이다.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 카틀레야나 내 몸의 온기를 즐기기에 여념이 없던 아사도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온 것 같다. 표정이 나쁘지는 않은 것을 보면 말이다.
“안아요.”
“응.”
결론은 심플. 전원 본처本妻인 이 가족에 새로이 첩妾이 생기는 것으로 합의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새로 들어오는 여자들은 모두 첩실이라는 이야기.
“우리 외에 다른 사람이 본처 취급받는 건 싫으니까요.”
“…….”
나름대로 화를 낸다고는 하고 있지만 얼굴을 붉히고 이쪽의 눈치를 할끔할끔 보고 있으니 귀엽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대신에 한동안 우리는 못 안을 줄 알아요!”
아, 이래서 안으라고 한 건가.
나름대로 복수를 한답시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아내들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피곤하다면서 일찍 자자고 해놓고서는 옆에 착 달라붙어서 안절부절하는 사람들이 누구인데……왠지 미래가 보인 것 같은 느낌에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괜찮겠어?”
“흥! 다른 사람들보다 우리가 나을 테니까.”
당연히 낫겠지. 하지만 당신들이 참을 수 있을까?
나는 엔딩이 보였다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딱 사흘만 버텨보라고. 우후후후.
.
.
한 번 안겠다고 생각하니 다음부터는 걸리적거리는 일이 없었다. 잠시 지연된 것은 그녀의 방문 앞에 섰을 때 그녀가 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아, 아읏, 이러면 안되지만……진, 아흣!’
뭐, 조금 기다릴까. 생각하면서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 후, 옷차림을 단정하게 할 때까지 방문 앞에 기대고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옷차림을 단정하게 했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그녀의 문에 가볍게 노크를 해서 방문을 알린다.
“누구십……저, 전하?”
“응, 나야. 들어가도 될까?”
아직 흥분이 식지 않았는지 상기된 얼굴에 놀라움과 부끄러움. 그리고 당황스러움이 섞인 표정을 보고는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 내 말에 살짝 얼이 빠져있던 그녀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그녀의 안내를 받아 그녀의 방에 놓인 걸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어, 어쩐 용무로…….”
“용무가 없으면 오면 안되는 거였던가?”
“그, 그건 아니지만…….”
살짝, 놀려주자 그녀는 당황한다. 당황한 김에 직구를 날려볼까. 그럼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있을지도.
“본처로는 맞을 수 없지만 첩으로는 맞을 수 있다. 아까 내가 이야기했지? 내가 결혼하자고 하면 어쩌겠냐고.”
“그건 농담…….”
“농담 아냐.”
내 말에 더 이상 당황하지 않을 정도로 놀라고 있던 그녀는 완전히 놀라서 안절부절하기 시작했다. 너무 셌던가? 생각하면서 그녀의 손을 잡고 자리에 앉힌다. 새하얗던 피부가 더 이상 창백해질 수 없을 정도로 질려있었다.
“저, 저는……하룻밤 욕정을 푸시는데 사용하시면 그만…….”
“이 바보가!”
어릴 적부터 나를 기르다시피 한 그녀가 새하얗게 질린 표정을 하는 것이 얹짢았다. 아니, 화가 났다. 내가 남자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면 그녀가 언약을 한 신목을 뽑아버려서라도 그 언약을 무효화시키고 좋은 남자에게 시집을 보낼 생각이었다.
“전하 저는…….”
“카틀레야는 마리아스, 너보다 나이가 한 살 더 많다. 나이 이야기는 꺼내지마.”
“황태자비 전하들의 미모는…….”
“너는 거리에 나가면 아직도 돌아볼 남자들이 많을만큼 미인이다. 비교할 상대가 잘 못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나?”
“제 출신 신분이…….”
“노예라도 상관없다. 내 애첩이 되면 공작도 너에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
“저, 전하. 저는…….”
“내가 남자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나는 네가 스스로를 제한한 언약을 없애겠다. 좋은 남자를 찾아주도록 하지.”
계속되는 내 공격에 그녀는 입술을 꼭 다물고 치맛단을 꼭 쥐더니 무엇인가를 결심한 듯 외쳤다.
“나, 남자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래?”
거짓말 같은데 말야.
“네가 문을 열어주기 전에 말야. 한 20분 정도 기다렸거든? 그 때 네가 무엇인가를 하면서 외친 ‘진’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말해줄래?”
“그, 그건…….”
거 봐. 거짓말이니 대답을 못하지.
“궁금한 건데 말야. 대체 왜 나랑 엮이기 싫어하는 거야? 설마하니 귀족들이 협박이라도 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귀족들이 흉볼까봐? 그러라고 해. 이미 흉을 보려고 하면 충분히 흉을 볼 수 있을 만한 일을 벌인 놈이야. 나란 녀석은.”
“저, 전하.”
“그러니까……안심하라고. 나를 남자로 보는 마음이 있다면 도망가려고 하지 말란 말야.”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짧은 시간 동안의 침묵이 초조해 나는 이빨을 따닥따닥 부딪히는 것으로 초조함을 달랜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관찰한다. 갈색의 머리카락이다. 웃을 때면 살짝 휘어져서 초승달같은 눈이다. 약간 둥그스름하면서도 갸름한 얼굴에는 날렵한 콧대가 서 있고 그 아래에는 약간 얇은 듯한 입술이 있다. 전체적으로는 인자할 것 같은 얼굴이고 그 아래의 가는 목이나 약간 좁은 듯한 어깨, 그리고 크다고는 할 수 없는 가슴과 마른 것 같은 다리가 있다. 조금만 공을 들이면 쉽게 볼 수 있는 미인이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익숙함이 있는 사람이다.
“…….”
“…….”
아아, 정말!
속에서 뻗쳐 나오는 화를 꾹 눌러 참으면서 어린 소녀처럼 울기 시작한 그녀를 바라본다. 저렇게까지 갈등해야 할 필요가 있나?
“싫으면 돌아갈게.”
문득, 선택을 강요하는 것보다는 잠시 물러서서 기회를 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떠올리고는 자리에서 일어선다. 확 넘어뜨려서 덮칠까하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랬다가는 정상적인 관계로는 남을 수 없을 것 같아 참는다. 나는 강간으로 정신적으로 구속되는 그런 판타지를 믿지 않으니까.
“아닙니다. 전하!”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녀가 나를 붙잡았다. 대체 어쩌라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잠시 멈추어 섰다.
“싫은 것은 아닙니다……하지만…….”
“하지만?”
“전하께서 황태자비들에게 하신 언약을 들었습니다. 그것을 깨시겠다는 겁니까?”
뭐야. 그런 이유였어?
나를 걱정하는 듯한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혀를 차고 웃는다. 애초에 그런 언약은 구속성이 없을 뿐만이 아니라 나라면 그것을 깨어도 크게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몰랐던 것일까.
“이미 깨졌어. 그리고 아내들이 허가한 일이야.”
“네?”
놀라는 그녀에게 오늘 잠에서 깨어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한다. 그 말을 들은 그녀의 안색은 창백하게 변했다가 얼굴을 붉히다가 잠시 망연한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한참 바라보았다. 왠지 그 눈빛이 나를 책망하는 것 같아서 뻘쭘하다.
“무서운 분이었네요. 전하는.”
“크흠!”
“하지만 한을 안고 살다가 죽어서 그렇게 되다니, 가엾기는 해요.”
비로소 웃음을 지으면서 이야기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도 웃었다.
“결혼할 거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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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 1호 등장입니다. 이 캐릭터는 굴릴 캐릭터는 아니기 때문에 일부종사합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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