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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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벅..저벅..저벅.."
여자의 발걸음이 급격히 빨라지기 시작했다. 귀신이라도 튀어나올듯한 이런 시커먼 어둠속에 홀로 있다면 누구라도 조금씩은 무서운 생각에 신경이 곤두설수도 있겠지만 지금 여자의 신경을 잔뜩 곤두서게 만들고 있는 것은 칠흙같은 어두움이 주는 막연한 두려움이나 공포감보다는 발자국소리였다.
"저벅..저벅..사박.. 저벅..저벅...사박..."
벽에 붙어 좌우로 움직이는 시계추처럼 일정한 박자를 타고 있던 자신의 발소리사이에 불협화음처럼 작은 발소리가 섞여나오고 있었기때문이었다. 마치 여자의 발자국소리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는듯 들릴듯말듯한 작은 발소리였고 그렇듯 자신의 존재를 숨기려는듯한 느낌의 발자국 소리였기에 더욱 더 불안한 느낌이 들고 있는 여자였다.
"저벅..저벅...저벅..............."
골목길을 울리던 발자국소리가 갑작스럽게 멈추고 그와함께 여자의 걸음걸이도 멈췄다. 그녀가 제자리에 멈춰서는 것과 동시에 어둠속에서의 모든 움직임과 소리도 같이 멈춰섰다. 그 고요한 정적속에서 여자는 자신의 불길한 생각이 점점 더 켜져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발걸음 소리와 동시에 들리지 않는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 그렇다면 아무래도 그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의 목표는 이 길이 아닌 여자 자신일 확율이 높다는 이야기일 테니까..
발걸음을 멈춘채 잠시 서있던 여자가 조용히 자신이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았다. 하지만 여자의 생각과는 달리 여자가 뒤돌아본 길에는 어둠만이 감돌고 있을 뿐 그 누구의 흔적도 찿아볼 수는 없었다.
『착각이었나,,? 』
뒤를 돌아보고 있떤 여자가 잠시 고개를 갸웃하는듯 하더니 이내 다시 앞쪽을 바라보며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에잇!! 서현지 정신차리자!! 』
두려움을 이겨내려는듯 혼잣말을 하던 여자가 다시 앞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뒤쪽에서부터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번에 들린 소리는 발자국소리가 아니었다.
『가지마... 』
현지의 뒤에서 들린 목소리는 발자국소리따위가 아닌 사람의 목소리였고 잘못들은게 아니라면 분명 뜻을 담고 있는 하나의 문장이었다. 소스라치게 놀란 현지가 아까와는 달리 빠르게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역시 돌아본 곳에서는 인기척을 찿을 수가 없었다. 현지가 넋이라도 나간듯한 얼굴로 한참동안 뒤쪽을 응시하고 있었지만 그곳에서는 사람은 물론 아주 작은 움직임이나 변화도 없었다.
『내가.. 미쳤나..?? 』
얼떨떨한 느낌에 현지가 다시 가던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현지의 발걸음이 종전에 비해 훨씬 빨라지고 있었다. 어렸을때 시골에서 그것도 꽤나 외진곳에서 자랐던 현지인지라 도시 태생의 다른 아이들에 비해 겁이 없는 편이었지만 아무래도 이런 상황은 현지에게도 마음 편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뒤에 누군가 있다면 그것은 어두운 밤길에 치한이나 강도등일수도 있는 상황일테고 그저 현지의 착각이라고해도 그것 나름대로 현지에게 문제가 있는 셈이었으니까... 그래도 지금 상황에서는 누군가가 뒤에 있는것보다는 스스로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 훨씬 좋을것 같았다.
"조금만 더 가면 왼쪽으로 꺾어지는 길이 나오니까 그 때.. "
최대한 속력을 내어 종종걸음을 걷고있던 현지는 조금 있으면 나올 골목의 코너를 꺾자마자 전속력으로 달릴 생각이었다. 뒤에 무엇이 있던 아니면 자신의 착각이던 일단은 이 어둡고 음침한 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코너부분에 거의 다다르자 현지는 흘깃 뒤쪽을 돌아보았다.
그곳에 무엇이 있던 그렇지 않던간에 골목길을 꺾자마자 무작정 달릴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마지막으로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에 현지는 꺾어져있는 좌측의 길을 향해 몸을 옮기면서 뒤쪽을 돌아보았으나 역시 그곳에서 누군가의 흔적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아마도 자신의 착각이었을것이라는 생각으로 약간의 안도의 한숨과 함께 현지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현지는 자신의 몸이 앞쪽으로 기울어지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느낌이 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무엇인가에 낚아채여지듯이 현지의 몸이 한쪽으로 급격하게 딸려가버렸다.
『엄마..우읍!!! 』
뒤쪽에만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현지로서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쉽게 낯선 무엇인가에게 몸의 중심을 빼앗겨 버렸고 그렇게 중심을 빼앗긴 현지의 뒤에서 누군가가 현지의 목과 허리를 조여오고 있었다.
『요즘.. 죽음이란 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거든...? 』
올가미로 옭아매듯 몸을 조여오는 팔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던 현지의 귀에 낮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어둡고 음침한 곳에서 "죽음"이라는 단어는 남자의 낮은 남자의 목소리를 더욱 음산하게 들리게 하였고 그 음산함에 현지는 흠짓 놀라며 잠시 저항을 멈추었다. 현지에게 바짝 닿은 남자의 입에서 내뱉어진 끈적거리는 느낌의 뜨거운 숨결이 현지의 귀를타고 목으로 흘러내려오면서 목을 조여오는 느낌마저도 들어오고 있었다.
『내 생각을 네게 확인해보고 싶게끔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어.. 』
남자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아직도 끈적한 남자의 숨결이 맴돌고 있는듯한 목에서 남자의 숨결과는 사뭇 다른 날카롭고 차가운 느낌이 전해져오고 있었다.
"칼....?"
『말을 잘 듣는군... 』
조금은 만족스러운듯한 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축축한 느낌의 무엇인가가 현지의 볼을 길게 핥으며 올라왔다. 마치 뱀이 볼을 타고 올라오는 것과 같은 징그럽고 끔찍한 느낌에 현지는 눈을 꼭 감으며 고개를 반대편을 향해 돌렸다. 축축하고 끈적한 남자의 혀가 현지의 볼을 뒤쫓지는 않았지만 현지의 허리에 있던 남자의 손이 어느새 입고있는 청바지의 단추를 풀어헤치고 지퍼를 내리고 있었다. 현지가 깜짝 놀라 지퍼를 내리고 있는 남자의 손을 잡자 남자는 아무런 말없이 묵묵히 현지의 목에 대고있던 칼에 힘을 주며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손을 놓는다는 것은 저항을 포기한다는 뜻이고 남자의 행동으로 보아 그것은 현지가 처녀로서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이야기였기에 목을 압박해나가고 있는 날카로움속에서도 쉽게 손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처녀라는 것.. 당연히 그것이 목숨보다 소중할리도 없고 혼전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라든지 그런 타이틀이 중요하다고 생각해본적도 없었지만 최소한 이런 곳에서 이런 느낌으로 이렇게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강탈당하듯 빼앗겨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키는 180이나 그보다 조금 작은 정도.. 약간 마른편... "
짧은 시간동안 현지가 벗어날 방법을 찿기위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현지의 키를 생각했을때 현지의 등뒤에 바짝 붙어있는 남자의 키는 180이거나 그보다 조금 작은 정도인듯했고 등에서 느껴지는 느낌으로 추측해보건데 그리 살집이 많은 사람은 아닌듯 보였다. 그리고 청바지를 벗겨내려는 것을 막기위해 잡은 남자의 손.. 거친 느낌이 아니라 살아오면서 물한방울 안묻혀본듯이 오히려 여자의 손이라해도 믿겨질만큼 고운 느낌이 드는 손이었다. 이는 바꿔이야기하자면 1:1 상황이라면 현지가 충분히 제압할 가능성도 있는 남자일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격투기나 무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거나 전문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오랜시간 그런 수련이나 그에 필적한 운동을 해온 남자들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현지도 나름대로 자신을 보호할만한 실력은 있었고 설사 제압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도망치는데에 체력이나 달리기도 어지간한 남자보다는 잘 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현지가 이미 붙잡혀 있는 상황이라는것이 문제였다. 등뒤에 바짝 붙어서 목을 조르듯이 밀착해 있는 상대를 공략하는 방법은 몇가지가 있다. 첫째로 힘으로 상대에게서부터 떨어지는 방법.. 하지만 이 방법은 여자인 현지로서는 실현하기 어려운 방법이었다. 그 다음 방법으로는 뒷통수로 상대의 안면을 가격하거나 발을 들어 상대의 발꿈치를 힘껏 밟아 뒤에서 잡고 있는 상대에게서 한순간의 틈을 유도하고 그 사이에 상대에게서 벗어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 방법도 상대의 칼에의해 목이 짓눌려지고 있는 이 상황에서는 실현하기 어려운 방법이었다.
『차..차라리 제..제가... 벗을게요... 』
현지가 어렵게 더듬거리며 이야기 했다. 현지가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지금 상황으로서는 이 남자에게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것 뿐이었다. 남자가 옷을 벗기는 경우 이렇게 밀착한 상태로 또는 칼을 바짝 들이대고 위협하는 상태를 유지하고 벗겨낼 수도 있겠지만 현지가 스스로 옷을 벗게하려면 현지가 옷을 벗기위해 움직일 최소한의 공간만큼은 남자가 현지에게서 떨어져 있어야할테고 그 최소한의 공간은 현지가 노릴 수 있는 마지막 빈틈이라 생각으로 현지는 스스로 옷을 벗겠다고 자청하고 나선 것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이번에도 아무런 말이나 대꾸가 없었다. 상식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여자가 도망가려해도 칼까지 들고있는 남자가 여자를 잡는것이 어려울 것은 없는 일이겠으나 갇혀있는 공간도 아니고 어둡고 인적이 드물긴해도 말그대로 개방되어 있는 골목길이었기에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는 일이었기에 남자의 긍정적인 대답을 확신할 수는 없었다.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는 정적속에서 현지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어쩌면 지금 남자의 대답여하에따라 현지는 벗어날 수 있는 기회마저도 갖지 못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이 정적은 현지를 더욱 숨막히게 하고 있었다.
『좋아... 그것도 괜찮겠지.. 』
영원히 갈것만 같은 정적을 깨고 남자의 입에서 현지가 바라는 대답이 흘러나왔다. 최소한 이로서 한번의 기회는 현지에게 주어진 셈이고 이제 남자가 어떤 자세로 얼마만큼의 거리를 물러서 주느냐에따라 현지가 취할 행동을 결정할 차례였다.
목을 옥죄고 있던 남자의 손이 현지의 목에서 조금씩 풀리면서 현지의 몸이 조금씩 무거운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청바지에 위치해 있던 남자의 손과 목을 감싸고 있던 손이 현지의 몸에서 거의 다 멀어지고 있을무렵 현지는 긴장한채로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최적의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악...!! 』
현지의 입에서 낮은 비명이 흘러나왔다.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현지가 마음속으로 준비하고 있던 타이밍은 남자가 현지에게서 한 발정도 물러나고 현지가 바지를 벗어내리기위해 허리를 숙이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한발 물러서서 대개 이런 짓을 저지르는 변태들이 그렇듯이 현지가 스스로 옷을 벗는 모습을 음미할거라 생각했던 남자의 행동은 현지의 예상을 빗나가고 말았다.
현지에게서 멀어지고 있을거라 생각하고있던 남자의 손이 갑작스레 현지의 머리채를 붙잡고 현지를 벽한쪽으로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덕에 현지는 경찰에게 몸수색을 받는 범인처럼 두 팔과 상체를 벽에 바짝대고 있는 자세가 되어버렸다.
『벗어... 』
뒤에서부터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뒷목쪽에 예의 그 날카로움이 전해져왔다. 남자는 한 손으로 머리채를 잡고 현지의 볼이 벽에 맞닿도록 현지의 머리를 벽에 밀어대고 있었고 다른 손으로는 현지의 뒷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었다. 현지의 의도대로 남자는 현지에게 스스로 옷을 벗을 공간을 내주었지만 현지의 생각과는 다르게 바지를 벗을 수 있도록 하체의 공간만을 내주었고 상체는 오히려 아까보다 상황이 더 악화되어 버리고 말았다.
『소..손을 놔줘야 옷을... 』
마치 현지의 생각을 읽고 있기라도 한듯한 남자의 말에 현지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마른듯한 체격에 여자처럼 고생을 모르는듯한 고운 손.. 그에 현지는 일탈을 시도해보려 어두운 골목길을 어슬렁거리는 사람정도로 생각했었다.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아니면 성적인 호기심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칼을 들고 어둡고 인적없는 길을 어슬렁거리는 초보적이고 범죄모방자일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하지만 마치 현지의 생각을 읽고 있기라도 한듯한 남자의 태도에 좀 전에는 미처 생각해내지 못한 사실이 떠올랐다. 만약 현지의 생각대로 초보적인 범죄자라면 아무리 간이 크다해도 이런 상황에서 조금은 떨거나 빈 틈을 보였어야 하는데 이 남자의 행동에서는 어떤 떨림이나 주저함 또는 당황스러움은 찿아볼 수 없었다.
마치 아침에 일어나서 세안을 하고 밥을 먹고 양치질을 하듯이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을 하는 것처럼 현지를 대하고 있다는 것이 새삼 현지에게 느껴져오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사이코패스나 이런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경험의 반복으로 양심이나 사회적인 죄책감등을 없애는데에는 어느정도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그런 이유에서 범죄를 저지를때 가장 힘이 드는 것이 첫번째 범죄이고 가장 힘들고 주저함이 많은만큼 많은 실수를 저지를 때 역시 첫번째 범죄이다. 두번째 세번째 범죄를 저지를 때.. 첫번째보다는 덜하겠지만 첫번째 범죄 한번으로 모든 양심이나 죄책감같은 것이 사라져버리지는 않기에 쉽게 주저하고 당황하게 된다.
현지는 이 남자에게서부터 작은 주저함이나 갈등조차 느낄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여유로움까지 느껴지는 정도였다. 이런 사람이라면 정말 사람이 하루 세끼를 챙겨먹듯이 그리고 일상생활을 하듯이 수없이 많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아주 작은 변수까지 염두에두고 그 모든 변수에 대한 행동까지 예상하고 치밀하고 계산한 아주 똑똑한 사람이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것이었다.
그 둘중 어느 케이스든 현지에게 좋을 것은 없었다. 그만큼 벗어날 기회를 잡기는 어렵다는 이야기였고 설사 그런 기회나 변수를 만들 수 있다고 해도 그렇게 경험이 많을 정도로 이런짓을 해도 잡히지 않고 있거나 치밀한 계산을 해두었다면 변수가 발생하면 강간사건이 아닌 살인사건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니까..
『왜? 생각이 바뀌었어? 내가 벗겨줄까? 』
현지는 절망감에 눈을 감았다.
꼭 감은 현지의 두눈에 언듯 두 명의 남자선배의 얼굴이 스치고 지나갔다.
왜 이런 상황에서 두 선배의 모습이 떠오른 것일까?
친하니까..?
이 상황에서 날 구해줬으면 하는 사람들..?
그것도 아니라면 무의식적으로 처음을 같이 하고 싶었던 사람들..?
두 사람의 스타일은 너무도 달랐지만 두 사람 다 현지가 좋아하고 잘 따르는 선배였다. 하지만 현지는 아직까지 한번도 그들을 사랑한다거나 이성적인 느낌으로 대해본적은 한번도 없었다.
『내가 하면 조금 거칠텐데 그래도 괜찮아? 난 거친것도 좋거든.. 흐흐흐 』
남자의 말소리에 잠시 스치듯 떠올랐던 선배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현지는 입술을 깨물면서 이미 지퍼가 내려가 있는 청바지를 천천히 끌어내렸다. 어둠속에서도 현지의 다리의 뽀얀 살결이 어둠에 묻어나듯 드러나 보였고 부끄러운듯 엉덩이를 가리고 있는 하얀색 팬티위를 입고있던 티가 흘러내리면서 살짝 가려주고 있었다.
입술을 깨물면서 참고는 있는 현지였지만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솟옷만 입고 있는 하체를 내보이고 있다는 수치감에 현지의 몸이 조금씩 떨려오고 있었다. 현지의 목을 위협하고 있던 칼이 현지의 등을 따라 골반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느껴져왔다. 칼을 든 손등으로 현지의 매끄러운 다리를 훑어나가듯이 몇 번을 왕복하던 남자의 손이 현지의 엉덩이 부분에 이르자 들고있는 칼과 함께 살짝 현지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남자가 엉덩이를 움켜쥐자 현지가 약간 움찔거리며 몸을 떨었지만 현지는 입술을 더욱 세게 깨물며 애써 참아냈다. 어차피 이렇게밖에 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남자의 얼굴이나 특징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기보다는 지금 들어오는 이 견디기 어려운 수치심을 다른 방향으로 전환해야하겠기에 억지로 그리고 일부로라도 현지는 그런 생각에 집중하려 했다.
하지만 조심스럽고 상대가 눈치채지 않게 알아내야만 했다. 만약 상대가 자신의 얼굴이나 신분이 노출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 치욕스러운 시간이 끝난뒤에 현지를 어떻게할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현지가 수치심을 잊기위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남자의 손이 현지의 팬티를 거세게 한쪽으로 제쳐버렸다.
『흐윽.. 』
현지의 입에서 낮은 신음소리가 새어나옴과 동시에 남자의 손가락인듯 꾸물거리는듯한 느낌이 현지의 엉덩이쪽에서부터 비밀스러운 곳으로 꿈틀거리며 움직여가고 있는것이 느껴졌다. 벌레라도 기어가고 있는 듯 소름끼치는 느낌에 현지는 허벅지 사이의 간격을 좁히며 방어해보려 했지만 이미 남자의 손가락끝마디 부분이 현지의 비밀스러운 입구에 돌입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피해보려는듯 현지는 발뒤끔치를 들어 올리며 몸을 꿈틀거려보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런 저항도 되지 않는듯 손가락은 꾸물거리며 집요하게 입구를 비집고 들어왔고 그 절망감과 수치심에 벽에 밀려 일그러져있는 현지의 얼굴에서는 눈물방울이 맺혀 흐르기 시작했다.
『흐흐.. 처녀의 상징이군... 운이 좋은데..? 』
한참을 꾸물거리며 돌아다니던 손가락이 물러나는듯 싶을 무렵 현지의 입에서 놀란듯 다급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경련하듯 현지의 몸이 크게 떨리는듯 하더니 시간이 지나도 그 떨림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리사이에서 조금전까지 꾸물거리듯 벌레처럼 움직여대던 느낌은 사라진대신 이번에는 아주 차가운 느낌의 무엇인가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 차가운 느낌에 현지는 경련하듯 몸을 떨었지만 그 차가운 느낌을 전해주는 물건이 무엇인지 짐작이 되자 도저히 그 떨림을 제어할 수가 없었다.
칼....
남자가 들고 있던 칼의 차갑고 날카로운 느낌이 현지의 다리사이에서 그대로 느껴진 것이었다. 마치 다리사이의 음렬을 그 칼로 새겨넣은듯이 칼은 미끄러지듯 조금씩 현지의 다리사이를 비벼대고 있었고 그 느낌에 현지의 몸은 잔뜩 경직되어 떨려오고 있었다.
『떨고 있군.. 두려운가보지? 』
남자는 말과함께 별에 밀어붙이고 있던 현지의 머리를 살짝 떼어내고는 옆을 향하도록 방향을 틀었다. 여전히 어정쩡하게 허리를 숙이고 있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던 현지의 무릎뒷부분을 남자가 발로 툭 쳐버렸다. 현지의 무릎이 힘없이 꺾여지며 땅바닥에 무릎을 꿇은 자세가 되자 머리채를 남자의 손에 잡혀 상체를 앞쪽으로 잔뜩 숙이고 있던 현지의 자세는 무게중심으로 인해 현지의 머리가 땅에박히듯 땅으로 떨어져내렸다.
조금전까지 벽에 대고 있던 현지의 볼은 이제 땅바닥을 향하고 있었고 하체부분은 무릎을 꿇고 엉덩이를 치켜들어올린듯한 자세가 되어버렸다. 머리를 땅에 짓이기듯 눌러대고 있던 남자의 손이 현지의 머리에서 떨어지면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이 칼이 네 엉덩이 속을 뚫고 지나갈거야 크크크 』
남자에게 잡혀버린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현지는 단 한순간도 남자의 얼굴은 커녕 남자의 윤곽이나 인상착의마저도 볼 수 없었다. 그만큼 남자는 철저하게 현지의 시선에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았고 지금도 이렇게 땅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듯한 상황에서 남자의 얼굴을 볼 방법은 없었다.
"아.. 이렇게... "
현지는 절망적이고도 허무한 생각까지 들어오고 있었다. 처녀를 이렇게 얼굴한번 보지 못한 남자에게 강탈당하는 순간에도 할 수 있는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허무하고도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남자는 현지의 엉덩이를 살짝 가리고 있는 티를 올리고 둥그렇게 드러난 현지의 엉덩이에 걸쳐있는 팬티를 청바지가 걸려있는 무릎까지 벗겨내렸다. 현지가 눈물이 흘러내리는 눈을 꼭 감은 채 모든걸 체념한듯 꼼짝하지 않고 있자 뒤에서 허리띠를 푸는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가능하다면 예쁘게 꾸며진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픈 첫 경험을 이렇게 어둡고 음침한 골목길에서 전혀 모르는 그것도 얼굴한번 볼 수 없었던 남자에게 이런 수치스러운 자세로 빼앗겨버려야하는 사실에 목이 터져라 소리라도 질러버리고 싶은.. 아니 소리가 안된다면 비명이라도 마음껏 질러내고 싶을 정도로 현지의 마음은 답답하고 절망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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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악!!!!!! 』
현지의 생각이 이뤄지기라도 하듯이 어두운 골목길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것은 현지의 목소리가 아닌 남자의 목소리였다. 뜻밖의 비명소리에 현지는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떠보았다.
『뭐...뭐야!! 』
또다시 들려오는 남자의 당황스러운 목소리에 현지는 살짝 뒤를 돌아다 보았다. 짙은 어둠에 흘러내리던 눈물까지 겹쳐 현지의 시야를 가리고 있었지만 분명한것은 금방이라도 자신을 강간할듯하던 남자가 저만큼 뒤로 물러나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도 뒤로 벌렁나자빠져있는듯한 모습이었다.
현지가 황급히 눈물을 닦고 다시 남자의 모습을 보았다. 이미 주저앉은채로 한참을 멀리 물러나있는지라 어둠에 가려 남자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그 모습은 무엇에 잔뜩 겁이라도 집어먹은듯한 모습이었고 그런 모습도 잠시 남자는 바지를 제대로 추스르지도 못한채로 바지춤을 움켜잡고 어둠속을 향해 뛰어가버렸다. 현지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채 얼떨떨한 표정으로 남자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무엇때문에 저 남자가 저렇게 놀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현지의 머리속에서 조금 전 자신을 따라오는듯한 기분을 느꼈던것과 누군가 자신에게 가지말라고 말하던듯한 소리를 들었던 것이 기억이 났다. 현지는 아직도 자신이 청바지와 팬티를 무릎까지 벗어내리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채 침을 꼴깍 삼키고는 천천히 남자가 바라보던 방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도대체 무엇이 있길래....?"
『엄마야!!!!! 』
정면을 향해 시선을 옮긴 현지는 소스라치듯이 깜짝 놀라며 조금 전 달아난 남자와 비슷하게 뒤로 나자빠지듯 허우적거리며 뒤쪽으로 물러났다.
현지가 바라 본 그 곳...
그곳에는 7~8살정도 될까말까한 어린 아이가 서있었다.
어린 아이야 그렇게 뒤로 나자빠질정도로 놀랄 일은 아니었지만 현지가 그렇게 깜짝 놀란 이유는 지금까지의 상황상 잔뜩 긴장을 하고 있었던데다 현지의 앞에 있던 어린 아이가 현지의 바로 코앞에 얼굴을 들이밀듯이 가까이에서 현지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휴우... 깜짝 놀랐잖아!! 』
돌아본 장소에 있었던 것이 괴물이나 귀신같은 것이 아닌 어린 아이라는 사실때문인지 조금 전까지 자신을 위협하던 그 남자가 사라졌다는 사실때문인지 현지는 다행이라는듯 길게 숨을 내쉬면서도 나무라듯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헤헤헤헤.. 』
아이가 그런 현지를 바라보며 순박하게 웃으며 현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아이의 웃음에 왠지 현지도 조금전의 복잡하고 어두운 기분이 모두 사라지는듯한 느낌과 함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렇게 잠시동안 웃으며 아이를 바라보던 현지는 아이의 모습에서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현지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의 눈.. 현지도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왠지 아이의 눈은 현지의 눈을 바라보고 있는것 같지 않다는 느낌에 현지는 아이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라며 무릎까지 내려와 있는 옷을 입으며 말했다.
『쬐끄만게 응큼하기는..!! 』
현지가 짐짓 화내는 표정을 지어 보이자 아이는 또다시 순박하게 웃어보이고 있었다. 조금 응큼한 듯 보이긴 해도 밉지않고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듯한 느낌이 드는 아이였다. 잠시동안 미소를 띄우며 아이를 바라보고 있던 현지가 일어서며 아까 남자에게 잡힐때 흘렸던 가방과 소지품을 더듬거리며 찿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