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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티렉스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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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49 회 작성일 24-01-10 00:4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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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T & COLD >


 


"후우......"


 


그녀답지 않게 힘없이 고개를 늘어뜨리고선 시선은 바닥에 간채로 땅이 꺼져라 싶게 내쉬는 숨소리이다.


 


"......뭔가 복잡미묘한 꿈이었어...."


 


뜻모를 중얼거림을 읊조리면서,  약간이라도 기운을 얻어보고자...그를 떠올려보고자 하늘로 시선을 주려 하는데...


 


위로 수직선을 그리려던 눈길의 노선은 도중에 누군가에 의해 차단당하고 말았다.


 


바로 .....저 녀석 때문에......


 


"......니가 ....왜 여기....있어???"


 


이 시간에.. 라는 물음도 물론 포함된 것이다. 굳이 넣을 필요성을 못 느껴 생략한 거지만.


 


강희는 저도 모르게 입이 조금씩 벌어지고 있었다. 


 


저 녀석이 다가 온다. 점점  "이 녀석" 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이젠 그렇게 불러야 어법이 맞을 정도로 거리를 급속도로 좁혀 왔다. 녀석은 눈웃음을 살살 치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오싹하게스리... 등 뒤로 양 손 모두를 감추고선.


 


"헤헤~ 누~우~나~~아~~~"


 


그러면서 배후에 가있던 두 손을 앞에 모아 마치 <기도>라도 하려는 양 마주 합치며 무언가를 그녀의 면전에 들이밀었다!!


 


"드~세~요~ 콜라 사왔..."


 




파앙!



빠각!!



쿠당탕!!!


 


"...어.....요...ㅇ...ㅗ......."


 


코앞 까지 들이밀어진 캔콜라의 상단면을 오른 손의 가운데 손가락으로 가볍게 딱밤치듯이 하였지만, 그 기세가 실로 막강하여 파공성을 울리는 듯한 착각까지 일으킬 정도의 힘을 머금고 그 조그마한 깡통은 날렵하게 그녀 후배의 마빡에 날아들었으며, 이마의 정중앙에 정확하고도 한치의 오차 없이 깔끔하게 부딪힘을 선사하였다.


 


그녀가 아끼는 후배는 하려던 말 마저 제대로 못 맞히고  캔콜라가 가져다준 "헤드샷"의 충격 덕분에  개거품을 물면서 뒤로 넘어가 온 몸을 바들거리며 <나 아파요>를 바디 랭귀지로 외칠 수밖에 없었으니...


 


"....으.....끄윽....!! "


 


"아프냐? 응? 많이 아파?"


 


"끅..끅!! 아...아프죠 당연히~!! 으그극~!!"



간신히 아픔을 억누르면서 비칠비칠 일어서는 이녀석. 진정안은 이빨까지 악물어 가면서 고통을 참아내고 있었다.


 


그렇게 주섬주섬 자기 몸을 건사하려 애쓰고 있는 후배에게 시선을 주는데, 아무래도 눈빛이 가늘디 가는것이 예사롭지가 않다.



"그러니까...응? 이 시간에. 응? 여기를? 응? 왜 와? 응? 응? 정신줄 놨냐? "


 


"....그게 누나가 할 소리에요? 누나야말로!! 땡땡이 까고~!! 여기서!! 공원에서 뭐 하는 거에요? 예? 예? 예?"



진정안은 실로 어처구니없어하고 있었다. 옛말에 이르기를 뭐 묻은 예쁜 암캐가 뭐 약간 묻은 연하 수캐를 나무란다더니. 하여튼 옛 선인들 말씀 중에 그른 거 없다더라니...


 
하지만...그녀는 전혀 기가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뭘?> 이라는 듯하는 묘한 눈빛을 띄며, 자신을 미친 녀석 보듯이 하는게 아닌가.



"나? 내가 왜? 난 땡땡이 많이 까봤어. 말은 바로 하자. 너하고 난 별문제야. 너 아직 땡땡이 한번도 친적 없지 않아?"
 


진정안은 이젠 기가 막힌 정도를 넘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지경인듯했다.


 


"하...하하...이거야 원....아니 그럼. 땡땡이 많이 쳐봤으면, 또쳐도 된다는거에요? 완전 이건 뭐. 말이 어느 정도는 되어야 그냥 눈감아주죠.  하!! 이건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더니..."


 


강희는 흥 하고 코웃음을 치더니 또 입을 열어 간다.



"야야!! 여기서 적반하장이 왜나와? 적반하장이라는건 도둑이 매를 든다는 것. 말인즉슨 잘못을 한 사람이 되려 아무 잘못 없는 사람을 나무라거나 화내려 함을 이르는 소리야. 너야말로 말은 바로 하지 그러냐? 너도 땡땡이 까놓고 말이야. 좀만 까놓고 말하자면 우린 피장 파장 격이라고!! 어디서 감히 신성한 고사성어의 의미를 뒤바꾸려 들어! 쬐그만~게!!"


 


진정안은 이쯤 해선 이를 갈아대고 있었다.


 


"내가!! 내가 왜 키가 작아요!! 누나보다 커요!!"


 


"어이~구 그래 잘 났다~ 여자보다 키 크니까 좋으세요 후배~니 임~? 앙? 그럼 키 말고 힘으로 한번 해볼까? 응?!!"



힘으로 해보잔 말에 진정안이 찔끔했지만, 승산이 없으란 법은 없다는 듯, 그역시 맞받아칠 기세로 마주 소리쳐간다.



"좋아요 해요 해!! 대신 내가 누나 발목 잡는거 허용하고!!"


 
"뭐?!! 이런 치사한 녀석을 봤나!! 그런 법이 세상에 어딨냐?!! 와 진짜!!"



"치사는 누가 치사하다고 그래요!!! 누나가 더 치사해요!! 그리고 그런 법이 세상에 어딨냐뇨?!! 누나가 먼저 시작했잖아요!!!!"
 


강희 역시 열이 이젠 오를대로 올랐는지 얼굴이 달아오를대로 올라 있었다.



"이 자식이 근데 선배 대접을 개판으로 하네?! 이 누나가 그리 만만해 보이냐!! 이자식아!! 설령 이 누나가 쪼~~끔 잘못했기로서니!! 이해해주고 눈감아주고 알아서 머리굴려야지 이런 정신나간 후배놈이 다 있어!!"


 


진정안은 거기까지 듣더니 부르르 떨어댔다. 그리곤 기어이 악을 써댔다.


 


"지금.....지금 화낼 사람이 누군데 성질이에요 성질이!! 누나가 !! 그럴 자격이 있어요?!!"


 


"뭐..뭐?"


 


강희의 눈에 순간 당혹감이 어렸다. 녀석의 목소리가 미미하지만 떨리고 있음을 인지했던 것이다.


 


"그렇잖아요?! 누난 원래 그래요? 아님 모르는 척하는거에요 도대체!! 내가!! 그래요 누나가 그렇게 늘상 말해대는!! 이 후배놈이!! 어린 녀석이!! 얼~~마나 참고 있는지 모르냐구요!! 누난 진짜!! 사람...아니! 남자 한명 가지고 논다는 생각 안해요? 난 그렇게밖에 여길수 없어요!!"


 


"...가...가지고..놀아?"


 


"열에 아홉은 그렇게 생각하는게 정상이에요!! 누나 진짜...그러는거 아니에요!!!"


 


"......아니...아니아니 잠깐...잠깐..만?  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내가 누굴 가지고 놀았다는 거야? 너? 널 가지고 놀았다고 말하는거야 지금?"


 


"...그럼 나지 누구겠어요? 예?"


 


여전히 씩씩거리곤 있었지만, 강희가 일단 성질을 깔아죽인채 몇걸음 물러선 듯한 기색을 보이며 대화를 시도하려 하자 정안이 녀석도 마지못한 척하면서 맞춰줄 듯한 모습을 보였다.



강희는 침을 한번 삼키고선 그 독특한 모양의 눈썹을 살풋 찡그리며 조용히 물었다.



"좀...제대로 말해봐"


 
..........................


 


"전 몰라도 유정이 누나한테까지 자초지종을 자세히 이야기해주지도 않고!  수업시간마저 빠져가며 누나 말 마따나! 지금 이 시간에! 공원에 와서 벤치에 앉아! 고개숙이고선 한숨쉬고 있다면! 뻔한 거 아니에요?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그렇잖아요?"


 


".............."


 


강희는 정안의 말을 들으면서 일단 침묵한채 묵묵히 정면에만 시선을 주고 있었다. 녀석이 하고자 하는 말은 대충 알아들었다.


 


원래 그녀가 학교를 좀 내키는데로 가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타이밍이 절묘했던건 사실이다. 등교 후에 강희는, 유정으로부터 반 강제적인 약속을 하나 했는데, 그 약속이 뭔고 하니 도중에 땡땡이 까지 말고 학교를 이탈하면 안된다는 것이 그것이었다.
 


물론 유정은 장난스럽게 말했던 게 사실이다. 강희와, 그 <수> 라고 하는 남자 사이에 있었던 간밤의 일이 궁금했으니까. 어쨌거나 잘 알지도 못하는, 만난지 하루 이틀 정도밖에 안되는 동년생의 남자와 같이, 그것도 자취방에서 같이 있었다는건 사실 아닌가 말이다.



그 사건의 내막의 전후사정을 알고 싶었던건, 호기심이 엄청나게 많이 기인한것도 절대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지만, 친구에 대한 애정과 열렬한 관심이 있는 유정이었기에, 결국은 짓궃은 마음이라기보단 따뜻한 마음에서 나오는 발로임이 더 큰 심정인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진정안의 경우는 다만 그 유정의 강희에 대한 <우정> 중시의 마음이 <애정>으로 변했다는 것일뿐이고.



즉, 진정안도 간밤의 일에 대한 속사정을 알고 싶은 맘은 굴뚝같은데, 누나의 성격상 털어놓지 않을 것임은 불보듯 뻔한 일이고 보니, 유정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이야기를 들어야 할 판인데, 강희가 결국 학교 방과가 닥치기 전 수업 불참을 하고 교를 벗어난걸 알아챈 유정이 짧은 고민 끝에 그 사실을 진정안에게 한 것이다.



진정안은 강희가 심적으로 많은 위안을 얻는 곳이기도 하고, 그녀와 자신의 의미깊은 첫 1:1의 만남이 이루어졌기도 한 공간인 이곳에, 정확히는 이 벤치에 그의 심장이 이곳에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생전 해보지도 않았던 <땡땡이>라는 걸 처음 쳐보기까지 해가며 이 빌어먹도록 사랑하는 <여선배님!!>을 찾아내고야 말았던 것이다.



그녀를 찾아냈을 때 멀찌감치 떨어져서 머리를 정신없이 굴려댔던 그이다. 이걸 달려가서 곧장 윽박지르기부터 시작해야 하나 어떻게 하나? 그 남자의 눈빛이 참말인걸 알았으니 간밤에 <거사>가 없었음은 일단 확실하지만, 그 외에 다른 일에 대해선 들은 바가 하나도 없으니, 궁금증에 대한 복장터짐은 조금도 풀어진 바 없기에, 이 기분은 지극히 당연하고도 정상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어쨌거나 그녀에게 <마냥 귀여운 후배.  연하의 남동생같은 녀석>의 이미지를 떨쳐내게끔 못했다. 아직까지는!!



그래서 일단 마구잡이로 다가들어 일명 <유정식 옭아매기> 혹은 <유정표 불도저공법>은 통하지 않을 것임은 자명한 바,
 


좀 뭐랄까...<현재의 자신>이 사용할수 있는 전법을 찾다 보니, 눈물을 머금고 <귀여움> 작전으로 가보고자 괜히 실없는 놈마냥 헤실헤실 이유없이 사람좋은 녀석같은 표정을 해가며, 그녀가 좋아하는 <캔콜라>를 하나 사들고 다가섰던 것이리라.


 


화부터 내지 말고! 차근차근! 조심조심! 산삼을 캐내는 심마니 스타일로 가보자. 그런 정성이 있다면 누나는 허심탄회하게~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다!! 고 믿고 그리 한 거였었는데...



그런데...그런데 이 무심하기 그지없는 자신의 예쁘장이 여선배는. 그저 한다는 첫 행동이 캔콜라를 이용한 "헤드샷" 이었고.



덤으로 해준다는 말이 <정신줄 놨냐?> 였던 것이다....



결론은!! 아무리 그가 사랑하고도 또 사랑해 마지 않는 그녀이건만.....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선을 그녀가 계속 넘어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최종결론은!! <나!! 섭섭해요!! 짜증나요!! 슬퍼요!! 화!났!어!요! > 인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된거에요. 알았어요? 어때요. 누나가 잘못했죠? 그렇죠?"



"....흠....아....쩝......."



이야기 도중 수에 대한 것이 잠깐 거론될때 녀석의 눈에서 거의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기에, <그 문제>를 확실히 아직 해명해놓지 못한 이상, 아무리 그녀라도 정안에게 평소처럼 가벼이 대할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쓴 입맛을 다시며 작게, 아주 작게 말했다.



"미...미안..해....."



정안은 고개를 옆으로 튼채 자신을 보지 않고 얼버무리는듯한 사과를 하는 강희의 모습을 보며, 여태껏 화났던 감정은 어느새 눈 녹듯 풀려버리고 큭큭 웃어가면서 또 물었다.



"예? 예? 뭐라구요? 잘 안들려요 누나!!"



"미안하다고..."


 


"이야기할땐 상대의 얼굴을 보면서 해야 한다고 어떤 누나가 나한테 그랬었는데..."


 


"아 그래!! 미안하다 미안해!! 미안해서 콜라로 머리에 자진 헤드샷 당하고 싶다!! 이제 됐냐? 됐어?! 그 말이 꼭 듣고 싶냐?!!"



강희는 저도 모르케 벌컥 화를 내면서 정안을 보았는데, 그런 말을 하는 그녀의 얼굴이 달아올라 있음은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 달아오른 감정이 "무엇" 때문인지는 아직 스스로도 파악을 못하고 있었다. 몇번 느꼈던 그 "미지"의 감정은 여느 때처럼 그녀가 자각을 느끼기 전에 스르륵 하고 내심의 한켠 어딘가에서 사라져 버렸다.. 언젠가는 깨달을 날이 올수 있으려나..


 


정안은 빨개진 강희의 얼굴을 보면서 비록 그녀가 화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재밌어했다.



"큭..왠지 진심이 아니라 악에 받친 듯 보이는건 착각일까요?"


 


강희는 오른손의 주먹을 한번 쥐며 슬쩍 들이대곤 말했다.


 


"한대만 맞아볼래?"


 


정안은 절대 싫다는 표정을 오버해가면서 손사래쳐댔다.


 


"워~워 설마요!! 누난 자기보다 어린 녀석 먼저 위로 보내주고 싶나봐요?"


 


강희는 씨근거리면서 다시 고개를 돌려버렸다.


 


"쳇...못하는 소리가 없어 녀석이..그냥 해본 소리지...."


 


".........이젠...말해줄래요? ...."
 



"..............."


 


"...왜 왔어요?...지금...여기?......"


 


강희는 정안의 물음에 대해 당장 대답할 생각은 없는지, 바람을 받으면서 어느샌가 시선은 완전히 내려놓고 있었다.


 


그녀는 벤치에 앉은 상태에서 갑자기 눈감은 상태는 그대로 하고 단지 손동작만을 바꾸었는데, 양 손은 서로 교차시켜 X자의 크로스를 이루었다.


 
그러면서 양손의 엄지를 제외한 손가락들 모두는 각자의 팔 반대편에 위치한, 겨드랑이에 깊이 찔러넣은 채 양 팔꿈치를 이용해 상체를 꼭 여미는듯이 하고선, 상반의 허리마저 숙여 웅크린 듯한 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의 변화때문에, 그녀가 아파하는 모습을 아직까진 본적이 없으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걱정스런 마음이 된 정안이 조심스레 물었다.


 


"누나..어디...안좋아요?"


 


강희는 이번에도 대답을 않고 그렇게 그 자세로, 약 2분정도 가량을 더 있다가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는데, 시선은 여전히 감은 채였다.


 


"느껴져..."


 


"...네?"


 


"느껴져...내 체온이.. 이 손가락들로...여덟개의 손가락을 통해, 느끼고 있어. 하지만, 이건 그저 단순한 체온이 아닌 것만 같아. 온기를 넘어선...그래..열기야. 손가락만이 아니고 손으로, 팔로, 몸 전체로 번져 가. 이건 거의 "뜨겁다"....야...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
 


"....잘...."


 


약간 곤혹스러운듯 인상을 쓴 채 정안이 그렇게 짧게 답했다. 강희는 살짝 웃은 후 다시 말한다.


 


"정안아. 이 누나는 말야. 지금 스스로, 완전히, 속 시원하게는 말할 자신이 없어, 돌려서 말한 거야. 그것도 아주 많이 말이야. 대놓고 말하기엔, 이 누나가 너무...창피하달까...?"


 
"뭐가..창피해요? 그리고 뭘 돌려서..말해요?"


 


점점 이해못하겠는지, 걱정스런 음색으로 정안이 누나를 보았다.


 


".....겨드랑이가 뜨거워. 말 못할정도로  뜨거워. 하지만.... 난 이것이 차갑든, 뜨겁든, 별 상관없을 것만 같아. 아니. 상관없어. 정말로. 어떤 감정이든,  즐겁게, <맛있게> 받아들일수만 있다면 상관없다고 여기고 있어 나는...."


 


"......맛있...게?"


 


정안이 의미를 곱씹어보려 하는데, 그때서야 비로소 강희는 눈을 약간이나마 뜨고선, 인상을 찡그렸다.


 


"난....나쁜 여자야. 추잡하지..."


 


"아니 누나...무슨...."


 


"....음란한 년이야....나는....."


 


"....누나....."


 


정안은, 뭔지 모르겠지만 누나의 그 말이 너무나 힘없고 맥없는 목소리로 귓가에 다가와, 왠지 그가 아는 당당한 그녀가 아닌것만 같아 서글프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여 입술을 슬며시 깨물었다.


 


강희는 정안이 자신을 그렇게 보기 시작하자, 겨드랑이에 껴놨던 손가락들을 빼내고 나선 벤치에서 엉덩이를 떼었다. 그리곤 몸을 일으켰다.
 


정안도 그녀가 일어서자 얼른 재빨리 일어셨다. 강희는 적잖게 굳은 정안의 얼굴을 보면서 살짝 웃어주곤 입술을 뗐다.


 


".....좀 걸을까?"


 


 


 


 


<불을 먹을 줄 아느냐>


 


강희와 정안이 공원을 거닐기 시작할 무렵, 같은 시간이지만, 다른 장소에선....


 


소년이 서 있었다. 그럭저럭 15세 정도의 모습을 한 소년이다.


 


소년은 불만스런 표정이었다. 자세히 보든 대충 보든, 누구라도, 건성이라도, 설혹 흘깃 하는 정도로 흘려보는 수준이라 할지라도.


 


정말로 그 누가 보든지간에, 그건 단박에 알아챌수 있었다. 그정도로 소년의 얼굴에 띄워진 감정의 표현은 확연했다.



그럼 그는 누구를 그렇게 시선에 못이 박히도록 담고 있는가.


 


여자다. 한명의 여자다.  가늘디 가는,  늘씬하기가 이를 데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여체의 굴곡을 진하게 내보이는 한명의 여인이 그의 시선 속을 가득히 채우고 있었다.


 


소년의 시선은 여자를 담고 있지만, 여자 쪽에선 그렇지가 않다. 그녀는 자신의 등만을 그에게 허용하고 있었다. 아마 정면은, 자신의 앞모습은 내비치기가 싫은 모양인 듯하다.


 


자신의 뒷태도 굉장하지만 앞모습은 그보다 더 대단하니, 차마 그건 못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발로인가? 아무래도 그건 아닐 성싶지만..


 


여자의 등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서 있을 것만 같은 그였지만, 아무래도 자신이 계속 입다물고 있으면 상대방이 먼저 말을 걸어올 가능성은 전무할듯해 보이는 수준이었기에, 별수 없이 그는 먼저 입을 열었다.


 


"...여기 있을거라 짐작은 했지만....설마하니 이런 곳에 있었던거야?"


 


맑고 가늘지만, 여성의 그것은 아니다. 양성의 기운을 내재한 음(音)이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목소리의 바닥에선 분노가 얼핏 느껴지는건 왜일까.


 


"............."


 


여자는 대답조차 하고 싶지 않은듯 여전히 무언의 태도를 고수한다. 소년은 으드득 하고 이를 갈았지만, 한번 더 참기로 했다. 그래서 분노를 억누른채 자중하는 태도를 보이며 한번 더 운을 떼본다.


 


"..얼마 만에 만난줄이나 알아?...대답도 않을 참이야?"


 


".....돌아가...."


 


아무렇게나 흘리듯 하는 작은 목소리였지만, 여자는 소년이 그정도는 충분히 인지했을거라 여기는지 그토록 짧은 한마디만을 통고했다. 그것이 결국, 소년으로 하여금 분노를 분출하게 만들었다.



"....!!......"


 


부르르...


 


꽉 쥔 왼 손아귀는 부르르 떨리고, 금빛을 머금은 채 오른손에 쥐여진 가는 철봉은 그 자체가 경련을 일으키는 듯이 바들바들거리며 흔들리고 있었다.


 


소년은 하늘을 한번 건성으로 쏘아보았다가, 여자를 다시 한번 노려보더니, 한번 침을 탁 뱉고 나선 오른손에 있는 봉을 수직으로 높게 솓구쳐 올렸다.


 


손동작을 놀리면서도 시선만은 여자에게 계속 주다가, 이윽고 한 동작을 마치자, 다음 동작을 잇기 전에 그는 크게 외쳤다.


 


"이래도 가만 있으려나?!"


 


장난같은 손놀림. 하지만 왠지 심상치 않은 느낌의 동작이었다. 그러나  그의 우수(右手)에 들린 봉이 바닥에 닿지는 못했다. 


 


소년의 봉이 움직이기 시작한 시점부터 그녀는 암암리에 그의 행동을 주시하던 참이었고, 이내 그것이 땅을 내려칠 듯이 움직이자 정말 말도 안되는 속도로  녀석에게 다가들어 섰던 것이다.


 


자신의 손에 들린 봉의 움직임이 여자의 오른손으로 인해 중간에서 차단되고 말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봉을 잡고 있는 여자의 고운 오른손에 잠시 시선을 주다가, 피식 웃음을 흘리곤 그는 시선을 들었다.


 


드디어 원하던데로, 그녀의 얼굴을 시선에 담을수가 있었다.


 


"....여전한걸? 그 얼굴. 정말 반가워. 헤헤~ "


 


녀석이 반갑다고 칭하는 그 얼굴의 주인은 불타오르는 듯한, 시선으로 그를 대하고 있었다. 그정도면 시선을 받는 당사자는 적게든 크게든 위축감을 느낄 만도 한데, 소년은 전혀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었다. 둔한 건지 자신있다는 건지...


 


여자의 얼굴 표정으로 보아 분노한 것이 분명한 듯했지만, 목소리만은 여전히 작았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작은 말소리야말로 , 진정 그녀가 주체할수 없이 감정이 끓어올랐을때 나타나는 성격임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만큼 그는 그녀란 여자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무슨 짓이지. 대성(大聖)?"


 


"워~ 워~ 연이 누나. 진정하라구. 오랜만에 봐서 반가워 장난 좀 쳐본 것 뿐이야. 뭘 그리 진지하게 그래? 누나와 나 사이에 말야. 인상 좀 펴줄 수 없어?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나라구? 이러면 섭섭하지 내가~ "


 


"............"


 


"더구나 말야. 아직도 대성이라고 부르는 거야? ... 쳇. 보아하니 아직도 분이 안 풀린 모양인데, 누나답지 않게 그러지 말지. 누나는 아닌 척해도, 그때 정말 기분 좋아 하는 표정이었다구. 무엇보다 말야. 누나 본인부터가 열정이라던지 쾌락이라던지...이런걸 관장하잖아? 오히려 나보다 누나가 더 좋아했던 거 같은데...."


 


소년은 오른손에 쥔 금색의 철봉을 장난스레 뒷목에 걸친채 톡 톡 살짝식 쳐가면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유도해가며 누나라고 그 스스로 부르는 여자와 대화의 장을 마련해 볼 심산인 듯했지만, 누나라는 여자는 한껏 굳은 표정인채로 거기까지 듣다가 다시 한마디 툭 짧게만 내뱉었다.


 


"...아무튼 돌아가. 이래보았자 너와 나의 거리감만 더욱 조성할 뿐이야"


 


여자는 휙 몸을 돌려 소년에게서 멀어질 듯했다. 하지만 그의 싸늘한 목소리가 그녀의 발목을 다시 잡는다.


 


"...정말 절단을 내야만 할까나?~! 난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말이지이~!!"


 


"...이익!! 이녀석이!!"


 


여자는 소년의 행동이 실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의 속심정은 실로 미칠 듯한 심정이었다. 진퇴양난에 빠지면 누구나 그렇게 되는게 보통이니 어쩔수 없다지만...


 


슬그머니 입술을 깨무는 그녀. 마음속이 온통 진탕되는 기분이다.


 


".....신경을 쓴다고 썼는데...결국 꼬리가 잡히고 말았구나....."


 


그녀가 아끼는 여자애가 한명 있다. 겉은 강한 척하지만 꿋꿋하게 살려고 애쓰는 여자애였다. 그 애의 그런 모습이 퍽이나 마음에 들어 가까이 하고자 했었고... 그 애의 위기를 목도한 순간 외면할 마음 따위는 추호도 없었기에, 이런 사태가 혹여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감수까지 해가면서 구해줬었다.


 


결과는 지금과 같다. 조심에 조심을 거듭해 왔건만...결국 알아버리고 말았구나..


 


여자는... 아수라는 눈앞에서 헤죽헤죽 웃어대며 장난스레 철봉을 흔들어대는 녀석을 떨리는 눈길로 노려보기만 할밖에 별 방법이 없었다.


 


"....매 때마다 허투루 행동한 적이 없었거늘...그 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내 위치를 포착하다니...대성...너란 녀석은 정말...그 정도까지 이 나를...."


 


수라는 참담한 심정이었지만, 소년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싱글벙글 웃어대는 그의 내심은 정말이지 당장에라도 날아갈듯하다.


 


"흐흐흣~ 인세에 있을거라곤 생각했지만 누나의 방비가 워낙에 철저해서 도통 감지를 해도 영 애를 먹었던 참인데 말이야. 누나의 실수였는지 한번 위치를 드러냈더란 말이지? 역시 난 운도 좋아 ~"


 


과거에 인세에 둔 친구를 구한답시고 한번 나선적이 있었던 그녀이다. 단 한번의 그 기회를 그는 놓치지 않고 낚아채는데 성공했다. 물론 친구를 구해낸 후에 수라는 다시 조심을 거듭했었지만, 그 한 번의 실수는 너무나 치명적이었던 것이다.


 


이제 녀석은 그녀의 눈앞에 떡 하니  미소지으며 나타나버렸고, 수라로선 속수무책이었다. 그녀는 지금 두 손 두 발 다 꽁꽁 묶여버린 심정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포기를 안 하고 그녀가 머리를 굴리는 듯해 보이자, 싱글벙글 기분좋아뵈는 웃음을 지어대던 소년의 표정이 조금씩 차가운 미소로 바뀌어갔다.



"...누나. 딴 생각하지 마. 이따위 곳때문에 여태껏 누나의 종적을 놓친것만 해도 억울한 참이야. 내가 얼마나 인내하고 있는지 누나는 모르지 않겠지? 누나는 온갖 뜨거운 감정들에 대해서 훤하니까 말이야. 그지~?"


 


"..........."


 


인상을 쓴채 입술을 다물고 있는 수라를 보면서 소년은 큭큭대며 웃었다.


 


"아아 너무 얼굴 굳히지 마. 누나가 다시 사라질 생각만 하지 않으면...이제까지의 일은 눈감아 줄께. 알았지? 하지만..."


 


그는 뒷목에 장난스레 걸치고 있던 금빛 철봉을 지면에 댄채 톡- 톡- 두어 번 치더니 말을 잇는다.


 


"그렇지 않고 누나가 또 떠나버린다면....그땐.....이딴 빌어먹을 곳. 통째로 날려버리겠어...반드시 말야. 그땐 누나라 해도 어쩔수 없을 거야. 내 힘은 누나가 더 잘 알지? 막을 생각일랑 마. 헷헷헷~"


 


녀석의 말에 조금의 거짓도 없음을 아는 그녀였기에, 눈매만 바르르 떨릴 뿐이다.  그녀는 내심 슬프기 그지 없었지만, 그것을 숨기려 노력하면서, 녀석에게 말했다.


 


"...알았어...가지 않을테니까...그러니까...손 대지 마....알았지? "


 


"흐~음..믿어도 될까나~?"


 


녀석의 장난스런 행동에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이었지만, 별수 없었다. 칼은 저쪽이 쥐고 있으니까.


 


"...그래...."


 


그녀의 힘빠진 대답이 딱 떨어지자마자 녀석이 여태껏 보였던 사악해보일정도의 미소는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천연덕스럽게 맑고 깨끗해 뵈는 웃음으로 표정이 변한것이다. 소년은 곧장 수라의 품에 파고들면서 왼손을 뻗었다.


 


"헤헷~ 그럼 올만에 만났으니 누나 몸좀 만져봐도 되지?~"


 


수라의 동의는 구하지도 않고 녀석의 손이 순간 앞쪽으로 나아갔다.


 


움찔



 
"...으...으흐읏...."


 


순간적인 손놀림이었지만, 그 가벼운 동작으로 인해, 수라의 입매가 살풋 떨림은 어쩔수 없었다. 수라의 오른 옆구리에 왼손가락들을 밀착시켜보는 소년이었다. 그는 킥 하고 피식거린 후 수라를 바라봤다.


 


"헤에. 오랜만에 듣는거지만...역시 언제 들어도 좋다아~. 누나의 그 소리는. 높던~ 낮던 말이지. 큭~"


 


그리 말하면서 농염의 극을 보여주는 그녀의 가슴을 더듬고자 하였는데, 이내 그의 손목을 잡아쥐면서 수라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대성...여전하구나 너는."


 


수라가 자꾸 대성이라고 부르자 그는 그것이 영 언짢은 듯했지만, 딱히 당장에 별말은 없었다.



"저기에 머리를 비벼댈땐 정말이지 좋았는데..."



그녀의 둥근 가슴이 계속 눈에 와 박히는지 줄곧 시선을 주면서 과거의 기억을 더듬다가, 다시 시선을 마주한다.


 


"왜? 이건 누나가 더 좋아하지 않았어? 예전엔 장난도 곧잘 쳤잖아. 예전엔 흔하던 건데 말야."


 


"........예전은.....예전이야....."


 


수라의 대답이 맘에 들지 않았던 소년은 피식 웃는다.


 


"아니. 그렇지 않아. 누나에 대한 문제만큼은..연결선상으로 놓겠어. 절대로말이지"


 


"....하아...."


 


수라는 답지 않게 한숨을 푹 내쉰 후 소년에게 말했다.


 


"....너의 요구조건을 들어줬으니, 너도 내 요구조건을 들어줘야 해. 그렇지 못하겠다면...."


 


뒷말이 더 이어지기 전에 그것을 끊기 시작한 소년.


 


"아아~ 뒤는 빼고, 뭐 좋아. 해봐. 누나가 도주를 하지 않기로 했으니, 나도 그정도는 해주어야지 물론. 훗~"


 


의외로 녀석이 협조하려는 자세로 나오자, 그나마 약간 안심이 되는 그녀였다.


 


"첫째. 신진철(神珍鐵)을 함부로 휘두르지 말것."


 


첫째 라는 말이 나오자, 녀석의 눈이 좀 커졌다. 이건 아니다 싶었던 모양이다.


 


"첫째~애? 더 있단 말이야?"


 


녀석의 불만이 쏟아질지도 모를 일이기에 그녀는 선수를 쳤다.


 


"물론이지!! 나쁜 녀석. 감히 이 나를 구속하려 들면서 말야. 나를 소유하려 하는 생각을 진심으로 하는 녀석은 고금(古今)을 막론하고 아직까지도 너 하나뿐이란걸 알긴 아냐? 내 요구조건을 모두 들어주지 못하겠다면...관둬. 그땐 나도 사라져버릴 줄로만 알라구."


 


수라를 쳐다보던 녀석은 눈을 가늘게 좁혔다. 배짱을 튕기는건지 아닌지를 살피기 위한 심산이다. 하지만 이내, 그녀라면 능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녀석은 슬쩍 뒤로 물러서줬다. 사실 이건 녀석의 착오였지만..


 


"뭐... 그러지 뭐..."


 


만약 녀석이, 끝까지 밀어붙였으면, 실상 그녀라 해도 별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이 세상을 포기할수 없었으니까.  일종의 배수의 진을 친 셈인데, 다행히도 녀석이 눈치 못 채고 잘 넘어간 셈이다.


 


그녀는 안도의 숨을 내쉰 후 다시 말을 이어간다.


 


"그리고 또........."


 



한동안, 조건과 답이 오간 후 소년은 재차 수라의 품에 안기더니 씩 웃으면서 말했다.


 


"누나의 몸은 언제 만져도 뜨거워. 난 그래서 좋아. 누나가. 힛힛~"


 


수라는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녀석은 그녀의 표정을 살피더니 또 한마디 한다.


 


"누나에겐 쓴웃음이 어울리지 않아. 정말로"


 


수라는 역시 대답을 하지 않는다. 소년은 속으로 생각했다.


 


"연 누이는 불을 사랑하는 자. 육체의 뜨거움에서 비롯되는 온갖 감정의 양식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자. 그게 바로 당신이란 여자야. 그런 웃음. 정말 어울리지 않아. 그런 표정....나때문에 그리 되어버린 거야? 누이..."


 


하지만 소년도 모르는 것이 있었다. 자기때문에 그녀가 저리 된 것은 맞지만, 자신에 대한 그녀의 감정은 이루 표현이 불가할 정도로 복잡한 실타래로 얽혀있다는것을.


 


소년에게서 슬쩍 시선을 돌리며 수라는 속으로 생각했다.


 


"....소제(小弟).... 넌 나란 여자를 너무 잘 알아. 그래서 네녀석이 더 미워. 자유분방했던 나를 이렇게 만들어버린 너라서....."


 


여자는 한동안 시선을 다른곳에 두었고, 소년은 그런 그녀를 조용히 쳐다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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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공원을 조용히 거닐고 있었다. 아무래도 걷기 시작한 정도가 제법 경과한 듯해 보였지만, 사실이 그러하냐고 그들에게 물어볼 사람은 있지도 않거니와 설혹 주위에 사람이 있다 해도 그런 것을 물어가면서 커플로도 보이는 남녀에게 방해를 안길 얼간이는 존재하지 않을것이다.


 


진정안은 강희와 걷기 시작한지 무려 1각(약 15분)이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단 한마디도 말이 없자, 기분이 나빠지는게 아니라 걱정이 되기 그지 없어 결국 자기가 먼저 입을 열기로 결정했다. 물론 강희가 먼저 말을 기다려왔었지만, 아무래도 그렇게 될것 같지가 않아 나서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입술을 달싹여보려 하는 순간인데....


 


".......정안아....."


 


" 네?"


 


나름 긴장했던 탓일까. 저도 모르게 스스로를 질책하고 싶을만큼 순간적인 반응을 보이고 말았다.  정안은 내심 스스로를 욕했지만 다행히 강희는 아무 말 않고 걸음은 유지하면서 고개만 돌린채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갑작스레..


 


"불을 먹을 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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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 편을 끝으로, 당분간 내지 차후로는 연재가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음을 알려드립니다. 읽으시는 분들이 그다지 많지는 않은 편이니까, 그 점에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존재하실지도 모르는 소수의 팬 분들을 무시한다거나 하는 행동은 아님을 언급하고자 합니다.  그런 분들이 계시다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글쓴이에 있어서 그보다 더 영광된 일이 있을까 싶군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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