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노마키아 - 1부(49~50)
페이지 정보
본문
- 49 -
그 날 이후 정찬은 주희와 함께 김유식에게 최면을 걸어나갔다. 애리와 같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사람의 경우 그 사람의 약점등을 파고들어 더욱 쉽고 확실하게 최면을 걸 수 있는데반해 김유식과 같이 전혀 모르는 사람의 경우에는 아무리 정찬이라고해도 조금 더 시간이 필요로했고 그 시간동안 정찬은 차근차근 미나를 포획하기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디데이를 정한 그 날 만약을 위해 그리고 더 확실하게 미나를 자신의 날개로 만들기위해 경희에게도 능력을 시전하여 인질로 붙잡고 있었다.
정찬은 자신의 수하처럼 되어버린 김유식이 원하는대로 미나와 김유식이 직접 싸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아직 정찬은 능력자들의 싸움을 직접 본 적이 없었기에 그들의 능력을 확인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혹여나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고도 미나를 놓쳐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도 있었기에 되도록 먼저 나서지 않는게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미나와 김유식의 싸움은 김유식의 의도대로 되어가는듯 했으나 결국 이번에도 김유식은 미나와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둘 사이의 힘차이만 확인시켜주고 죽을 위험에까지 몰려버렸다. 하지만 정찬은 선듯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원래 생각대로라면 김유식이 어느정도 미나의 힘을 빼놓고 밀리기시작하면 경희를 인질삼아 미나의 앞에 나타나려 했었는데 김유식에게 그렇게 당해버릴것만 같던 미나가 상황을 역전시킨것은 너무도 순식간이었으며 직접 본 미나의 힘과 스피드는 상상을 초월했고 유식의 목을 조르면서 내뿜는 기세는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아무리 경희라는 인질이 있다고는 해도 지금 이 상황에서 섣불리 나섰다가는 오히려 정찬이 위험해질 수도 있을것 같다는 생각에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을 때 정찬의 귀에 슬픈듯이 말하는 미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게 당신을 죽일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건 알고 있어요.. 정말 미안해요.. 』
슬픔이 묻어나는 미나의 말에 정찬은 어쩌면 미나가 사람을 죽이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미나가 이 학교의 학생이라면 지금 자신의 지배하에 있는 경희가 선생님으로서 학생을 혼내듯이 미나가 살인이라는 행위를 하는것에대해 추궁한다면 어쩌면 김유식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있을수도 있었다. 최소한 미나를 완전하게 포획하기전까지 김유식은 살아있을 필요가 있었다. 설사 정찬이 잘못 생각했다고해도 자신이 드러나거나 위험해지는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정찬은 인질로 미나를 위협하려던 생각을 바꾸어 자신의 지배하에 있는 경희만을 복도밖으로 내보냈다.
미나의 말에 잠시 스쳐지나간 생각만으로 하는 일이었기에 도박이라도 하는 심정이었고 만약 정찬의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면 정찬은 그대로 만약을위해 쓰고있던 가면을 벗고 교실의 한 구석에 경희와 같이 잡혀온 인질인것처럼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는 척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다음을 위해서 김유식이 죽지않고 이곳에서 벗어나게 할 수만 있다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경희를 내보냈는데 의외로 생각보다 훨씬 더 정찬의 생각은 잘 먹혀들어갔다. 미나는 큰 잘못을 하고 부모님께 혼나는 어린 아이처럼 경희가 화를내고 있는것을 무서워하며 상당히 혼란스러워했고 그런 미나의 모습에 어쩌면 상황을 역전시킬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스페이드 K, 스페이드 J, 스페이드 Q, 스페이드 10 이라는 네장의 카드를 들고 치고있던 포커에서 이제 정찬이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스페이드 A.... 하지만 이미 스페이드 A는 이미 상대편이 오픈한 카드였다. 이런 낭패한 상황에서 제발 원페어라도 뜨자는 심정으로 뽑아든 히든카드가 조커였다.
그렇게 정찬이 조금 더 효율적으로 미나에게 정신적인 공격을 하려고 머리를 굴리고 있는 사이 인공호흡을 받은 유식이 깨어나 화를 이기지 못하고 미나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정찬은 차라리 잘 된 일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정신적인 공격과 육체적인 공격을 동시에 받으면 더욱 혼란스럽고 괴로울테니 조금 더 빠르게 미나를 무너트릴수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김유식이 너무 흥분한 탓에 미나를 복도의 한쪽끝으로 멀리 차버렸고 그 바람에 경희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짐과 동시에 너무 멀리 떨어지자 경희에게 걸어놨던 능력이 풀려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이후 건물전체가 울릴듯한 큰 격돌과 함께 김유식은 또다시 나가떨어져버렸다.
김유식의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또다시 전세는 역전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경희가 정찬의 지배권에서 벗어나버린 지금 경희는 더 이상 정찬의 인질이 될 수 없었고 김유식이 미나를 어쩌지 못하는 이 상황에서 미나가 김유식을 공격해버리면 상황은 종료였다. 정찬은 운좋게 얻은 김유식이라는 카드를 버려야했고 이제 다시는 미나를 잡을 수 있는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미나는 경희의 안전을 택했다. 그리고 경희를 보호하려 필사적인 미나의 모습에서 정찬은 미나가 절대로 인질이 죽는걸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아직 학교에서 빠져나가지 않은걸로 보아 정찬은 어쩌면 오늘 그에게 또한번의 기회가 생길수도 있을것이라 생각했고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그렇게 정찬은 신이 자신에게준 미나라는 선물의 포장을 풀어내고 있었다.
구교사의 3층 복도...
경희가 가슴앞섭이 피로 물들어있는 브라우스를 입은채 눈을 감고 쓰러져있었고 그런 경희의 앞쪽에서 정찬이 미나를 바라보며 서있었다.
퍼억.. 퍼억.. 쿵...
거친 타격음이 구교사의 3층 복도를 울리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가면을 쓴 남자에게 구강성교를 강요당하고 난후 미나는 김유식에게 멱살을 잡힌채로 들어올려졌다. 그때부터 김유식은 쉴새없이 미나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미나는 방어조차 하지못한채로 김유식의 모든 공격을 온 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안되는데... 정신을 잃으면.. 안되는데.."
미나는 자꾸 눈이 감기려하고 있는걸 억지로 참아내고 있었다. 김유식의 공격에 이리저리 휘둘리던 미나의 눈에 들어온 창밖은 아직도 짙은 어둠으로 덮여있었다. 김유식이 미나의 몸을 샌드백처럼 두드려대기 시작한게 몇 일은 훨씬 지난것만 같은 생각이 들고 있는 미나였지만 미나가 느끼는 시간과 실제의 시간은 크게 차이가 나고 있었다. 미나는 정신을 잃지 않으려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었다.
"너무 힘들어.. 쉬고싶어.. 이제 그만 하고싶어... "
이를 악물고 정신을 잃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고있는 미나의 머리속 반대편에서는 이제 모든걸 포기하고 편히 쉬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씩 피어나고 있었다. 살을 파고들어올것 같이 온 몸 구석구석 예리하게 느껴지던 고통이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뭉뚱그려져 전해져 오면서 대신에 온 몸이 노곤해지는듯한 느낌과 함께 시야에 들어오는 사물의 모습이 몇 겹으로 겹쳐지고 있었다. 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의 감각이 무뎌지면서 그리고 조금씩 의식이 자신의 몸에서 멀어져가는 것이 느껴지면서 고통을 참느라 다른 생각이 들어올 여유가 없었던 미나의 머리속에서 다른 생각들이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제 내 힘으로 할 수 있는건... "
또다시 육체적인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미나에게 절망감이 엄습해오고 있었다. 미나는 정신을 잃으면 안된다고 몇 번이나 마음을 다잡아보고 있었지만 왜 정신을 잃으면 안되는지에 대한 해답은 스스로에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차피 이들은 자신을 길들인다고 했으니까 자신의 편으로 만든다고 했으니까 정신을 잃는다고 죽일 것도 아니었고 천운이라도 얻어 김유식과 가면을 쓴 남자를 제압하거나 죽일수 있다고해도 경희와 지애.. 그리고 모두 기억은 하지못해도 한번정도쯤 미나와 마주쳤을 수많은 학생이 죽는것은 막지 못할거라면 차라리 정신을 잃어버리고 이 고통이라도 줄어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오고 있었다.
"어쩔수 없는거라면... 차라리... "
미나의 머리 한쪽에서 아주 조금씩 들던 편해지고 싶다는 그리고 이 고통에서 벗어나 쉬고싶다는 생각이 성장하듯 조금씩 미나의 사고전체를 감싸고 돌기 시작했다. 이들이 자신을 길들이려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그것은 미나에게 고통스러운 일일것이고 어차피 그렇게 될거라면 차라리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 받는 쪽이 조금 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그런 생각조차 미나의 머리속에 조금씩 들어오고 있었다.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안돼!!"
거의 잠이들어가듯 그런 생각에 잠겨가던 미나가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리고 잠시나마 그런 생각을 하던 자신의 모습에 놀라고 있었다. 미나가 놀라 정신을 차리면서 멀어져가던 의식이 다시 조금은 또렷해짐과 동시에 의식이 멀어져갈때부터 둔하게 느껴지던 고통 역시 날카롭게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 고통과함께 미나의 머리속에서는 다시 모든걸 포기하고 쉬고싶다는 꿈틀거리며 머리를 치켜들고 있었다. 미나는 이런 자들에게 굴복해서는 안된다는 생각과 굴복하더라도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의 충돌속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휩쓸려다니기 시작했다.
『후아.. 이거 때리는 것도 지치는군.... 지독한 년이네 이거.. 지칠정도로 패는데도 신음소리 하나 안낸단 말이지? 』
한참동안이나 샌드백치듯이 축구공차듯이 미나의 몸에 그동안 미나에게 당했던 모든 감정을 쏟아붓던 김유식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말하고 있었다. 몇 시간정도 김유식이 일방적으로 방어조차하지못하는 미나를 공격해대고 있음에도 그리고 의식을 잃을듯 눈이 거의 반쯤은 감겨가고 있음에도 미나는 작은 신음소리 하나 내지않고 있었다.
널부러지듯 바닥에 쓰러져있는 미나의 눈에 김유식의 모습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죽더라도 이런 놈에게 만족감을 주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었다. 이제 미나가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굴복하느냐 끝까지 버티느냐 그것 하나였다. 그 마지막 남은 선택까지 쉽게 그들이 가져가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생각으로 절대로 설령 죽는다해도 죽는 그 순간까지 약한 모습을 보이진 않겠다고 생각한 미나였다. 시간이 흐르고 고통의 강도가 미나가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까지 되어가자 미나의 마음은 조금씩 흔들려가고 있었지만 미나는 이제는 비명을 내지르고 싶어도 그럴만한 힘조차 없는듯 짧게 숨을 들이키는 소리이외에는 어떤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됐어.. 그정도로 해둬.. 』
미나의 뒤쪽에서 가면을 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소한 아주 잠깐만이라도 미나에게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생각에 미나는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가면을 쓴 남자가 천천히 미나에게 걸어와 바닥에 한쪽 볼을 대고 엎드려 쓰러져 있는 미나의 얼굴쪽에 쪼그리고 앉아 미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 남자때문에... "
남자의 모습이 미나의 눈에 들어오자 미나의 머리속에 옥상에서 뛰어내리던 지애의 모습이 그리고 술집에서 남자들의 놀이개가 되었던 경희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애와 경희를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 이렇게 눈앞에 가까이 있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미나는 분한 마음이 들었다. 이 남자를 죽여도 다른 사람들이 무사할 수만 있다면.. 그리고 조금의 힘이라도 남아있다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분함과 함께 남자에 대한 증오가 밀려오고 있었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굴복과 고통의 갈등에 휘둘리고 있던 미나가 중심을 잡기 시작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모든걸 포기하고만 싶었던 미나에게 밀려들어오는 분노와 증오감이 미나에게 굴복할 수 없는 이유를 제시해주고 있었다. 경희의 일도 결국은 자신을 길들이기위해서라는 이유로 이 남자가 지시했을 것이고 비록 그 사실까지는 경희가 모르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경희는 자신을 지켜주기위해 자신이 인간이하의 성인용 장난감과 같이 취급받는것도 감수했었다. 그렇게 자신을 지켜주려했던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이 남자에게 무릎꿇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미나의 머리속을 덮어가던 나약한 생각들을 걷어내고 있었다.
『흐흐흐.. 강할수록 꺽고싶은 욕구는 커지는 법이지... 』
가면을 쓴 남자는 정신을 잃을만큼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신음소리 하나 내지않고 있는 미나의 모습이 마음에 드는듯이 웃어보였다. 남자의 손이 쓰러져있는 미나의 손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
.
.
.
.
.
.
.
.
.
.
.
.
정찬이 미나에게 다가가 미나의 얼굴앞에 앉아 미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온 몸에 힘이라고는 조금도 남아있지 않은듯 축 늘어지듯 엎어져있는 미나의 얼굴은 눈이 반쯤은 감긴채 금방이라도 잠들어버릴듯한 모습이었다. 미나가 초점이 흐릿해진듯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정찬은 무표정한듯한 미나의 얼굴이 조금씩 분노와 같은 감정으로 차오르는 것같은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흐흐흐.. 강할수록 꺽고싶은 욕구는 커지는 법이지... 』
정찬은 지금까지 신음소리 한번 내지않고 있는 미나의 모습에 그리고 그렇게 당하고도 절대 너따위에게는 무릎꿇지 않을거라는 의지가 가득 담긴 얼굴을 보자 만족스러운 미소가 입가에 나타났다.
분명 미나는 강한 여자였고 그렇다는건 그만큼 자신의 것으로 길들이기 어렵다는 이야기라는 걸 정찬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지금부터 해야할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정찬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려낼 수 있는 이유는 어려운 일일수록 돌아오는 보상도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약한 사람일수록 쉽게 의지를 빼앗기고 남에게 굴복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유형의 사람들의 경우 길들이거나 굴복시키는 것은 쉬운 편이지만 그만큼 자신의 지배하에서 벗어나기도 쉬웠다. 공포로 굴복시켰다면 자신이 주었던 것보다 더 큰 고통을 느끼면 쉽게 자신의 지배하에서 벗어나 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더 이상 고통스러울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그 공포감을 새겨넣어야 하는데 보통 사람들에게는 한계점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예를들어 각목으로 엉덩이를 맞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이론적으로는 분명 100대를 맞는것보다 10000대를 맞는것이 더 고통스러워야 할 것임에도 실제로 맞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1대와 10대정도의 고통의 차이는 느낄수 있어도 100대나 10000대나 고통의 차이는 느끼지 못한다. 단지 때리는 횟수의 차이가 많이 나는만큼 오랫동안 고통당해야한다는 것 그 차이 이상의 고통은 없다. 그런 이유에서 이런 사람들의 경우 10000대를 때려가며 공포감을 새겨주어도 누군가 100대를 때리면서 회유한다면 그 사람에게 넘어가기도 쉬웠다.
하지만 강한 사람들의 경우는 의지를 빼앗기지도 남에게 쉽게 굴복하지도 않기에 그런 사람들을 굴복시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만 일단 굴복시키는 것에 성공만 한다면 이런 유형의 사람들에게서는 거의 영구적인 충성을 기대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을 굴복시키기가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라는 것이다. 굴복당하는 것을 죽는것보다 더 치욕스럽게 생각하는 유형의 사람들이기에 굴복하기보다는 차라리 죽음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굴복시키는것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는게 가장 큰 문제였다.
미나의 모습에서 정찬은 미나가 죽는한이 있어도 굴복하지 않을 유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정찬이 미소지을 수 있는 것은 신은 자신의 편이란 생각때문이었다. 신은 정찬에게 날개를 달아주기위해 미나라는 선물을 보냈다. 분명 정찬이 바라마지않던 선물이었고 더 바랄수 없을정도로 완벽한 선물이었지만 선물의 포장은 꼭 맞는 열쇠가 없으면 열리지않는 보물상자처럼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신은 선물과 함께 그 선물의 포장도 열 수 있는 도구 역시 자신에게 가져다 주었다. 김유식이라는 인물.. 그가 바로 신이 준 선물을 풀 수 있는 도구이자 열쇠였다. 처음에는 단지 미나를 잡을때 자신의 손발이 되어줄만한정도의 능력자를 얻었다고만 생각했는데 김유식에게는 특이한 특수능력이 존재하고 있었고 그것은 여자인 미나를 길들이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정도로 적합한 능력이었다. 그렇게 신은 완벽하게 미나라는 선물을 정찬이 가질 수 있는 방법까지도 그에게 가져다 주었다.
미나의 작은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던 손이 미나의 입술을 스치고 머리쪽으로 올라가 몇번정도 머리를 쓰다듬어주는듯하더니 그대로 등쪽으로 미끌어져내려갔다.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고 있는 척추의 길을 따라 더 밑으로 내려가던 정찬의 손이 미나의 검은색 스커트를 등쪽으로 걷어올렸다. 온 몸이 검은색계열의 옷으로 덮혀있던 미나의 새하얀 속살이 드러났다.
뽀얗고 하얀 피부위로 겉옷과 비슷한 재질로 보이는 검은색의 천조각이 두개의 탐스럽고 하얀 언덕을 살짝 덮고 있었다. 투명하게 느껴질정도로 새하얀 미나의 살과 검은색 천의 색의 대비를 바라보고 있던 정찬의 손이 이끌리듯 미나의 엉덩이에 닿았다. 미나의 두 둔덕에 손을 올리자 매끄럽고 부드러우면서도 튕겨내듯이 탄력을 발하고 있는 느낌이 전해져 왔다. 그 느낌을 음미하듯 몇번이고 그 주위를 어슬렁거리던 정찬의 손이 미나의 엉덩이를 가리고 있는 작은 천조각의 밑으로 스며들어가기 시작했다.
.
.
.
.
.
.
.
.
.
.
자신의 머리에서 등으로 스치고 지나가는 남자의 손길에 미나는 순간적으로 부드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거칠게 죽을것만같이 자신의 몸에 몰아치던 폭행이후에 쓰다듬듯이 내려가는 손길때문인지 증오와 분노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남자의 손길에 부드러움을 느끼고 있는 미나는 조금은 당황스러운 느낌이들었다.
그 부드러운 느낌에 잠식당하듯 감겨가던 미나의 눈이 무엇인가에 놀라듯 동그랗게 커졌다. 등을타고 내려가던 남자의 손이 미나의 치마를 걷어올린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 느낌과 함께 오늘 이곳에와서 처음 김유식과 격돌할때 들었던 김유식의 말이 떠올랐다.
『5일동안 섹스에 미치게 만들어줄게 화요일정도에는 니 스스로 제발 한번만 해달라고 애원할 정도로 끝없는 쾌락을 맛보게 해줄테니까 천천히 생각해보라구 크크크 』
남자의 손이 엉덩이에 닿는 느낌이 들자 미나는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아직 한번도 남자경험이 없었던 미나였기에 처음이라는 두려움이 미나의 마음속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여자로서의 첫경험을 이렇게 해야한다는 사실에 비참하고 무서운 생각도 같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남자에게.. 처음을 주어야 하는.. 아니 강탈당해야만 하는 현실이 싫었고 그런 현실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수치스럽고 굴욕스러웠다.
『흐윽... 』
남자의 손길에 따라 조금씩 떨리던 미나의 몸이 한 순간 경련을하듯 흔들렸다. 남자의 손이 미나의 팬티속으로 파고들어가 두 언덕사이의 골을따라 항문쪽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을 미나는 느끼고 있었다. 두려우면서도 수치스럽고 굴욕스러운 느낌과 함께 타고올라오는 그 기묘한 느낌에 미나가 한순간 크게 몸을 떨었다. 몸의 떨림과 함께 미나의 머리속에서 한 명의 인물이 떠오르고 있었다.
어쩌면 처음으로 미나가 사랑한 사람.. 마음을 주고 싶었던 사람..
그리고.... 그녀의 순결을 지켜주었던 사람.... 정찬의 모습이 미나의 머리속에서 떠오르고 있었다. 무섭고 두렵고 수치스럽고 굴욕스러운 이런 모든 생각들을 한쪽으로 밀어버리듯이 미나의 머리속에서 정찬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머리속에 그려진 정찬은 지금 미나가 있는 이곳 구교사에 있었다. 미나의 머리속에서 정찬이 속삭이듯 미나에게 말했다.
『니뜻대로 할게.. 난 니가 너무 좋으니까... 』
그 때......
처음으로 어떤 남자도 파고들어오지 못했던 지희의 치마속으로 손을 넣었던 정찬에게 지희는 정찬의 의지로서 자신을 지켜달라고 부탁했고 고맙게도 정찬은 이 말을 하면서 지희의 뜻을 그대로 따라주었다. 정찬의 집에서 정찬과 한 이불속에 누워있을때 지희는 밀착되어있는 정찬의 하체부분에서 굵직하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무엇인가를 느꼈었다. 그럼에도 정찬은 지희의 마음을 존중해주며 지희를 지켜주었었다.
그런 정찬의 모습을 보면서 지희는 마음속으로 생각했었다. 아직은 아니지만 나중에 조금 더 성숙해지면 그리고 그런 일에대해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을정도가 되면 첫번째 경험은 정찬이와 함께하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정찬이 지켜준 미나의 순결을 지금 정찬의 목숨까지도 빼앗아가려했던 남자에게 빼앗겨야한다는 생각에 미나의 마음은 다급해졌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것만은 막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돼.. 왜... 하필이면.... "
신은 너무도 짖꿎었다. 왜 하필이면 정찬을 죽이려고 했던 남자에게 이런 일을 당하게 하는 것인지... 그리고 왜 하필이면 정찬이 처음으로 자신을 지켜주겠다고 했던 이곳 구교사에서 이런 일을 당하게 하는지 신이 원망스러웠다.
처음부터 신은 미나의 편이 아니었다. 신은 너무도 어린아이에게 감당하기 벅찬 힘을 주면서 시련이라는 이유로 그 힘을 사용한 미나가 자책하고 괴로워하도록 만들었다. 게다가 그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미나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은 도와주지도 구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어차피 신은 미나에게 관대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 오래전부터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에대해 고민이 많았던 미나는 그런 생각을 가끔씩 해왔었다. 하지만.. 왜 정찬에게까지 슬픔을 안겨주려하는지.. 이런 상황을 만들어 자신에게 상처를 주고 싶었으면 차라리 정찬을 만나지 못하게라도 해주지... 왜 아무런 죄도 없는 정찬에게까지 그 슬픔과 아픔을 전가시키려하는지.. 그런 신이 원망스러웠다.
『하악... 』
미나의 입에서 또다시 낮은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남자의 손.. 지금껏 누구의 침입도 허락하지 않았던 엉덩이사이의 골을 훑고 지나간 남자의 손이 미나의 질입구에 도달했다. 남자의 손가락중 하나가 닫혀있는 미나의 질입구를 열려는듯 헤집고 파고들어오려하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미나의 다리사이가 그렇게 증오스러운 남자에게 농락당해지고 있음에도 당장이라도 벌떡 일어나 남자를 발로 차버리고 싶은 마음이 머리끝까지 차오르고 있음에도 미나의 몸은 조금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안돼..제발.. 이것만은.. "
머리속에 그려진 정찬의 모습에 미나는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이려 노력했다. 미나의 몸 옆으로 힘없이 늘어져있떤 미나의 팔이 부르르 떨리며 들어올려졌다. 불과 십여센치... 아무리 길어야 30센치정도도 안되는 팔에서 엉덩이까지의 그 짧은 거리가 수십킬로미터는 되는듯 미나의 손은 쉽게 움직여지지 않고 있었다. 이런 몸으로 남자의 행동을 막을 수 없다는건 미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찬이 지켜준 것을 이렇게 멍하니 빼앗겨 버릴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야만 했다. 비록 자신의 머리속에서이지만 정찬이 그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필사적으로 들어올린 미나의 팔이 미나의 엉덩이부분에 와닿을때 미나의 입에서 작은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미나의 입에서 나온 숨소리는 팔을 엉덩이까지 가져가 조금이라도 가릴 수 있게 되었다는 조금은 안도감이 섞인 숨소리가 아니었다. 애처롭게 떨리고 있는 미나의 팔이 조금이라도 가리려 엉덩이쪽으로 다가가자 그것을 기다렸다는듯이 남자는 미나의 엉덩이를 가리고 있던 작은 팬티를 미나에게서 벗겨내버렸기 때문이었다.
『흐으윽.. 』
하늘로 솟아오른 두개의 하얀 엉덩이 아래로 가파르게 내려가는 그곳에서는 지금껏 남자에게 한번도 공개되어 본 적이 없는 미나의 비밀스러운 동굴이 자리잡고 있었다. 김유식도 남자도 잠시동안 넋을 놓은듯 미나의 다리사이에 감추어져있던 비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완전하게 피어오르지도 않은 그런 비밀스러운 곳을 남자들앞에서 드러내야만 하는 그 수치감...
그런 모습을 하고 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비참함.. 그리고 굴욕감...
아직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남자에 대한 두려움...
그런 첫경험을 강간으로 치뤄야할 무서움....
소중한 이들을 해치려했던 남자에 대한 분노 와 증오....
도움을 요청할 곳도 그녀를 도와줄 사람도 없다는 외로움...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희망이 없다는 절망감...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자신을 지켜준 정찬에대한 미안함...
미나는 자신의 비밀스러운 곳이 남자들에게 공개가 되어졌다고 느끼는 순간 이런 감정들이 한꺼번에 뒤섞이며 미나의 마음속으로 파고들어와 하나의 거대한 공포감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 공포감으로인해 미나의 몸은 더욱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흐흐흐.... 히로인으로서의 미나는 한없이 강해도.. 여자로서의 미나는 이리도 여리다는 말인가? 』
미나가 떨고있는 모습으로 미나가 겁을 먹고 있다고 생각한듯 남자가 빈정거리듯이 미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흐으윽... 』
조금전까지 미나의 팬티속에서 꾸물거리듯이 미나의 질입구에서 꿈틀거리던 느낌과는 달리 다리사이 전체를 감싸는듯한 느낌과 함께 미나의 음부를 전체적으로 비비는듯한 느낌이 전해져왔다. 그런 느낌이 들수록 남자의 손에서 자극이 느껴질수록 미나의 공포감과 정찬에대한 미안함은 더욱 커져만가고 있었다.
『안돼... 』
김유식이 미나를 공격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미나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아닌 말소리가 나왔다. 미나의 음부전체를 감싸는듯하던 남자의 손가락 하나가 미나의 질내부 깊숙히 파고들어왔다. 미나는 항문에 힘을주어 배변을 하듯 질내부로 들어온 남자의 손가락을 빼내기위해 질쪽에 힘을 주고 있었지만 그런 행동은 오히려 남자의 흥분감만 증폭시킨다는 것을 미나는 모르고 있었다.
『흐흐흐 너도 좋은가보지? 들어가자마자 꽉 잡고 놓아주질 않는데 그래? 』
미나는 남자의 말에 당황스러워하며 구지 대답할 필요도 없는 대답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미나의 대답은 가면을 쓴 남자에게 한 말이 아니었다. 머리속에서 이 모든걸 지켜보고 있는 정찬이.. 정찬에게 말한 것이었다. 비록... 정찬이 자신을 안아주며 가슴을 만져주었을때 느낀 그 미묘한 느낌같은 것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미나는 머리속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정찬에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이렇게 물을 질질 싸면서 아니라고 말하는건가? 』
남자가 미나의 질속에서 손가락을 뽑아내며 말했다. 그리 오래지 않은 시간동안에 벌써 미나는 많은 양의 애액을 질내로 흘려보내고 있었고 남자의 손가락은 미나의 애액으로 덮혀 번들거리고 있었다. 엎드려 누워있는 미나는 남자의 손가락을 볼 수 없었지만 질내에서 애액이 흘러내리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아니야.. 진짜로 좋아서 나오는게 아니야.."
이번에도 미나는 머리속에 있는 정찬에게 말하고 있었지만 입밖으로 그 말을 꺼내지는 않고 있었다. 미나가 이번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자 남자는 바지를 벗어내리고 엎드려있는 미나의 하체에 자신의 하체를 포개어갔다.
『하윽... 아..안돼... 』
미나는 남자의 체중을 느끼며 자신의 질입구에 닿아오는 손가락과는 느낌이 훨씬 다른 굵고 묵직한 무엇인가를 느끼고는 몸을 꿈틀거리며 다급히 말하기 시작했다. 히로인이나 능력자가 아닌 정찬을 사랑하는 한명의 여자로서 미나는 발악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무슨수를 써서든 이것만은 막고 싶었다. 머리속에서 정찬이 미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실제 정찬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에게 이런 모습은 정말로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남자의 물건이라 생각되는 그것이 미나의 질입구를 서서히 압박해오기 시작하는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다급해진 미나가 남자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흐윽.. 이것만은... 』
『제발.. 부탁....할...게....요.. 』
미나가 눈물을 흘리며 간신히 말끝을 이었다. 이런 남자에게 사정하듯이 매달리듯이 부탁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도 부끄럽고 비참했다. 하지만 이것만은 정찬에게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 미나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비참함을 참고 말하고 있었다. 언제나 힘든 자신을 포근하고 편안하게 해준 정찬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자신이 그나마 이것마저도 지켜주지 못한다면 앞으로 정찬의 앞에서 얼굴을 들지 못할것만 같은 생각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미나는 애원하고 있었다.
『의외로군.. 벌써 포기한건가?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이도 있는건가? 』
미나는 남자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분명 미나가 사랑하는 사람은 있었고 지금도 머리속에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지만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만약 그렇게 말해버리면 정찬이 가장 먼저 위험해질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널 사랑하는 사람의 보지는 내가 먼저 뚫어주었다고 말이야.. 』
미나의 머리속에 있는 저항해야된다는 생각들과 다른 감정들이 남자의 말에 일순간에 모두 사라져버리며 뒷통수라도 얻어맞은듯 미나의 눈이 멍하게 변해버렸다. 머리속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던 정찬이 그 말을 들었을것만 같은 기분에 미나는 무섭고 떨리는 느낌이 들어왔다.
『어차피 넌 모든걸 잊어버리고 나와의 섹스만을 원하게 될거야.. 몇일이면 돼.. 그 이후부터는 그만해달라고가 아니라 제발 한번만 해달라고 애원할테니까 말이야.. 』
『아아악!!!! 』
.
.
.
.
.
.
.
.
.
.
.
정찬은 바지를 내리고 미나의 엉덩이 위로 자신의 몸을 포개었다. 부드럽고 볼륨감있는 엉덩이의 느낌이 아랫배쪽에 전해져오면서 미나의 벗은 모습을 보고 잔뜩 흥분해 치솟아있던 정찬의 성기가 미나의 질입구에 도달했다. 조금 전 손가락을 뺄때 밖으로 조금 새어나온 미나의 애액이 정찬의 성기를 잡아당기듯 끈적하게 묻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 때 미나가 애원하듯 정찬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흐윽.. 제발... 이것만은... 』
『제발.. 부탁....할...게....요.. 』
조금 전까지만해도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던 미나의 입에서 의외로 쉽게 애원하는 소리가 나오자 정찬은 아무리 강하다고해도 결국은 미나도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미나의 말을 듣고 있는 동안 정찬의 머리속에서 한명의 여자가 떠올랐다.
얼마전까지만해도 그저 바라보기만 했던 여자.. 왜그런지 정찬에게는 특별했던 한 여자.. 지희의 모습이 미나의 말을 듣는 순간 떠올랐다. 정찬의 머리속에서 떠오른 지희는 이곳 구교사에 있었다. 지희의 교복스커트속에 넣은 자신의 손을 잡으며 지희는 떨리는 몸으로 정찬에게 말하고 있었다. 제발 자신을 지켜달라고.. 정찬이 지희를 어떻게 할까봐 두려워하는듯 하면서도 애원하듯 간절한 눈빛으로 그러면서도 피하거나 하지않고 정찬에게 스스로의 의지로 지희를 지킬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던 지희의 모습이 떠올랐다. 미나의 말에 그런 지희의 모습이 떠오르자 정찬은 혹시 미나가 사랑하는 남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외로군.. 사랑하는 사람이도 있는건가? 』
정찬의 질문에 미나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어느정도인지는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 미나가 최소한 어느정도 마음에 두고 있거나 사귀고 있는 사람이 있는거라 정찬은 생각했다. 처음에는 단지 여자로서 강간당한다는 두려움때문이라 생각했는데 쉽게 꺽이지 않을것만 같은 미나가 이렇게 쉽게 애원하듯 말하는 것을 보고 무언가 석연치않은 느낌도 있었는데 만약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면 이해할 수도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정찬은 또다시 지희의 모습을 떠올렸다. 지희라면 어떨까..? 지희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까? 분명 지희는 정찬과 한 이불속에 있었던 그 날 정찬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이 분위기나 기분에 이끌려 쉽게 흘려낸 말이 아니라는걸 정찬은 지희의 두근거리는 심장에서부터 분명히 느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자체도 용납할 수 없고 지희에게 미안한 마음조차 들긴 했지만 만약 지희가 이런 상황에 처했다하더라도 지희는 강한 아이니까 분명 미나처럼 다른 사람에게 쉽게 굴복하거나 하지는 않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강간당할 위험에까지 처한다면 정찬을 생각해서 자존심도 무엇도 모두 다 버리고 적에게 사정을 하고 싶을만큼 자신을 위해주고 생각해 주고 있을까? 그만큼 정찬 자신이 지희에게 소중한 사람일까? 싶은 생각이 문득 그에게 들어왔다.
미나를 보고 그런 생각을 하던 정찬이 이내 머리를 흔들며 머리속에 있던 지희의 흔적을 지워버렸다. 정찬은 지희를 믿었다. 사랑이라는 느낌을 그냥 흘러가는 말이 아닌 가슴으로 느끼게 해준 여자였다. 처음으로 이것이 사랑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전해준 여자였고 언제나 혼자였던 자신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주고 언제나 웃어주던 지희였다. 그런 순수하고 특별한 여자에게 이런 생각을 한다는것 자체가 웃긴 일이었고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지금은 지희보다 미나에게 신경을 집중해야할 때였다. 황금같은 연휴에 지희와 함께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대신 이렇게 미나를 자신에게 예속시킴으로서 정찬은 지희를 여왕으로 만들어 줄 수 있으니까.. 비록 지희를 여왕으로 만든 자신은 여왕보다 낮은 위치에 서게 된다하더라도 그런 지희를 볼 수 있는것만으로도 행복할것 같으니까.. 지희를 위해서도 미나는 꼭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야만 했다.
『어차피 넌 모든걸 잊어버리고 나와의 섹스만을 원하게 될거야.. 몇일이면 돼.. 그 이후부터는 그만해달라고가 아니라 제발 한번만 해달라고 애원할테니까 말이야.. 』
정찬은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자신의 성기를 미나의 질속으로 깊숙히 밀어넣었다. 그와함께 절망에 찬 미나의 비명소리가 정찬의 귀에 들려왔다.
『아아악!!!! 』
.
.
.
.
.
.
.
.
.
.
.
.
.
남자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굵고 묵직한 무엇인가가 무서운 기세로 미나의 몸속으로 뚫고 들어왔다. 미나는 음부를 찢어버리는듯한 갑작스러운 고통에 큰 소리로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미나의 입에서 비명이 튀어나오는 순간 머리속에 그려져있던 정찬의 모습이 찢어져버렸다. 초상화가 그려진 도화지가 거칠게 찢겨나가듯이 미나의 머리속에 있던 정찬의 모습에 커다란 균열이 생기며 양쪽으로 갈라지는듯하더니 이내 흐릿해지면서 사라져버렸다. 남자의 성기가 뚫고 들어오는것과 동시에 등이 활처럼 휘며 들어올려지고 몸 전체가 경직된듯 빳빳하게 굳어버렸던 미나의 등이 정찬의 모습이 사라짐과 함께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져내리면서 그동안 버티고 있었던 미나의 의식이 날아가버렸다.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서 미나는 흐릿해져가는 정찬의 모습을 향해 조그맣게 말했다. 미나의 눈에서 계속해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정찬의 머리속에 있던 지희의 환영이 미나의 비명소리에 지워지듯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정찬의 머리속에 있던 지희가 다른 여자의 질속에 자신의 물건을 집어넣고 있는 정찬을 서운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지희의 표정에서 정찬은 지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다 지희를 위한 일이라고 그렇게 정찬은 생각했다. 이걸로 지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테니까.. 힘이 있어야 지희가 자신처럼 가진게 없다는 이유로 고통받지 않아도 되니까... 그리고 지희가 원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설사 세상 전체라고해도 그걸 주고 싶으니까... 그렇게 지희가 이해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정찬은 지희가 이런 자신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주기를 바라면서 머리속에서 사라져가는 지희의 모습을 향해 조그맣게 말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같은 시각 같은 장소... 그리고 똑같은 생각으로 그들은 서로를 마음속으로 그려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