德厚の野望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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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한경쟁을 방해할 대상련의 수작에 대해 우리는 함께 힘을 합쳐 물리쳐야 합니다. 대상련의 노림수는 단 하나, 그것은 실용상단의 주도를 막자는 것입니다. 실용상단을 막기 위한 대상련의 공격은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우리는 단호하고 강력하게 맞서 싸워야합니다. 궁극적으로는 황제 폐하와 서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대상련을 해체하고, 대명제국과 지주 그리고 서민들을 지켜내는 데 앞장 서야 합니다. 우리들은 대상련주에게 강력히 권고하는 바입니다. 부디 대명제국과 덕왕 전하 그리고 인민과 싸우지 마십시오. 앞으로 실용상단과 일어설 유력한 양주의 상회들을 음해하지 마십시오. 계속 그렇게 한다면 인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입니다.”
위와 같은 축사로 스타트를 끊은 실용상단은 일부 계층(추종자들 주장으론 3할 5푼)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소주의 인심은 미온적이었다. 신흥 상단 보다는 반세기 넘게 천하 상권의 과반을 장악했다는 대상련 쪽이 더 신뢰도가 높았다. 전대 련주 시절에 세력을 버릴지 언정, 전표의 신용은 어떻게든 지켜냈다는 대상련이다. 강남의 큰 손들이라고는 하나 인지도가 금대숭에 비하면 훨씬 못 미치는 지주들이 출자했다하나 대중은 “뭔 짓거리를 하려고?” 하고 시큰둥한 반응들이었다.
“하나 씩 풀면 되지! 닥치고 나만 따라오면 돼!”
대중에 싸늘한 반응에 당혹감을 금치 못한 심우량과 지주들이 덕후에게 매달리자 음흉하게 웃더니 다음과 같이 일갈한 내용이다. 그로부터 두 달 뒤 경사에서 사례감 소속의 환관 하나가 금의위 무리들을 이끌고 내려왔다. 소주의 아문의 상석에 앉아 지부대인과 그를 보좌하는 동지 및 소속 관리 그리고 유지들을 소환한 환관은 거드름을 피우며 심우량과 덕후를 비롯한 이들에게 옆의 사람을 시켜 칙명을 낭독하도록 하였다.
“상세商稅를 관장할 사무국을 설치하시라는 지엄한 황명이옵니다~”
“상세라고 하오심은....?”
상석 아래에 시립해 있던 지부대인이 고개를 들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명대의 이갑제로 인한 향촌조직과 조세정책은 이 시기에는 무용지물로 변한지 오래였다. 비록 태조 주원장의 유훈이란 명목으로 강제력을 가지고 있지만, 위나 아래나 알면서 쉬쉬하는 형편이었다. 조정은 지방 행정에 필요한 예산을 수급해주지 못했다. 오히려 지방에서 중앙에 보낼 세금의 할당량을 못 밖아 정해두었으며, 자체적인 예산은 지부나 지현 관리들이 알아서 꾸려야했다. 그렇다보니 지방행정의 예산은 중앙이 아니라 주로 대상인들에게 의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연스레 정경유착이 되었고, 지부대인이 상세商稅란 말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내막이었다.
“황상폐하께서는 제국의 북변을 성찰하는데 노심초사하고 계시오. 그대들이 풍요로운 땅에서 호사를 부리는 것도 다 울타리가 튼튼하기 때문이 아니오?”
“네네, 태감의 말씀이 옳습니다.”
어제만 해도 천하에 둘도 없을 강골이었던 지부대인의 허리가 이 날만은 한 없이 유연해 연신 아낙네의 허리마냥 휘어졌다 펴졌다. 개미허리가 아니라 배둘레 햄인지라 보는 이마저 호흡이 가파르게 만들었지만 말이다. 환관은 수염도 없는 맨 질한 턱을 쓰다듬더니 헛기침을 하였다.
“구변진에 대한 군비軍費가 착착 준비는 되고 있으나...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하지 않았소. 그래서 따로 정예병을 육성하려는 데, 가뜩이나 바쁜 호부와 병부에 폐를 끼칠 수는 없지 않소?”
유지들은 속속히 고개를 숙였다. 송구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했으나 속사정은 인상을 팍팍 쓰는 것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폐를 끼치지 않겠다고 했으나, 까놓고 이야기해서 삥 더 뜯으러 왔다는 모를 이가 없었다. 필수 전공이 눈치 10단은 되어야 생존이 가능한 황궁에서 지내온 환관은 아문에 감도는 심사를 감지했으나 모른 척했다. 외려 다음과 같이 윽박질렀다.
“다 공적으로 하는 통치자금이오!”
쥐 눈을 부릅뜨며 씹어뱉듯이 을러대는 말에 반박하는 이는 없었다. 지부대인이 경색된 분위기를 풀고자 연회가 주악이 준비된 후당으로 안내를 자청했다. 환관이 콧김을 뿜으며 따라갔고, 그 뒤를 덕후와 심우량을 비롯한 유지들이 종종걸음으로 뒤따랐다. 가면서 덕후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던 심우량에게 살짝 귓속말을 했다.
“지금이 적기요, 나서지 않고 뭐하시오?”
“에흠, 알았소.”
덕후의 지시에 심우량은 고개를 끄떡였다. 끗발 상 덕왕부의 집사인 자신이 나서면 환관과 지부대인과 대등한 입장에서 이야기가 되겠으나, 그러면 세간에 너무 야합으로 비춰질 공산이 크다. 그래서 심우량이 주도하는 식으로 한 발 빠진 것이다. 어떻게든 자신의 입지를 높여야하는 심우량으로서는 덕후의 양보가 불감청이 고소원이다.
후당에 당도해 각자 좌석에 앉아 술을 몇 순배 돌리고 주악으로 어느정도 흥취가 여물자 옆에 있던 이매가에게 귓속말로 지시했다. 비록 주도권을 위임받았다하나 앞질러 발언을 해서 주목을 받다가 정 맞은 동료들을 많이 보아오던 바, 심우량은 본인이 직접 나서기 보다는 밑에 깍두기 대용으로 따라붙는 추종자 중 한명을 대타로 보낸 것이다. 이매가는 떨리는 걸음으로 상석으로 나갔다. 지부대인과 담소를 나누던 환관의 눈길이 문득 자신을 내려 보자 너무나 긴장한 나머지 혀 짧은 소리를 내고 말았다.
“가카!”
환관의 있으나마나한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매가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얼굴을 붉혔다. 위기 순간에 닥치면 언동이 굳거나 혹은 정신없이 유창해지거나 둘 중에 하나인데 그는 다행이 후자였다.
“송구하오나 감히 한 말씀을 올리고자 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조달하는 자체는 어렵지 않사옵니다.”
“흠...”
자진 납세하겠다는 데 기분 좋아진 환관은 만족스러운 눈웃음을 지었다.
“다만,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걸리옵니다. 바로 대상련이옵니다.”
“대상련이라? 흐음! 그러고 보니 오래 전에 의민義民에게 위탁은 한 적이 있지!”
의민義民은 황실과 조정에 협조적인 상인을 좋게 이르는 말이었다. 그러나 양주 상권을 뿌리깊게 아우르고 있는 대상련주를 한낱 양민 부르듯이 하는 것은 어느 정도 비하의 뉘앙스가 섞여 있었다.
“네, 그렇습니다. 저희들이 내려 해도, 그네들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댈 것 입니다. 물론 지엄하신 황명이 있는 만큼 바치겠으나, 자신이 바친 만큼, 저희들에게 갈음하려 들 것이옵니다.”
“음....”
환관은 껄그러운 기색을 담을 뿐 가타부타 대꾸 하지 않았다. 황실의 위세를 힘입어 깔보기는 했지만, 그도 대상련의 저력이 어느 정도인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뚜렷한 명분 없이 건드렸다가는 자신의 경쟁자들에게 집중 견제를 받는 리스크를 만들까, 그것이 꺼려졌다. 애당초 자신이 이곳에 온 것도 암투暗鬪에서 실기失機를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알아서 바치겠다는 이들의 불만을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다음에 뜯을 삥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골치가 아파지려하자 이매가가 재빠르게 해결책을 내놓았다.
“저희가 어찌 감히 태감의 심기를 어지럽히려 들겠습니까? 다만 상세를 낼 때 대상련 외는 약간 편의를 봐주셨으면 합니다. 대상련 표기를 걸지 않을 테니 쉽게 구분할 수 있을 테고요.”
“그것은 어렵지 않지.”
“에 또...그리고, 소주의 다리와 여울 등을 전면적으로 개수를 명령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매가의 요청에 환관은 그를 뻔히 바라보았다. 그가 소주 출신은 아니라 해도 태반이 물 천지라 언 듯 듣기로는 교량이 300개나 된다고 한다. 이걸 대상련 더러 전부 증설&보수시키라고? 운하 파기와 맞먹는 대역사다. 잠시 뇌로 주판을 튕기던 환관의 입가에 가는 미소가 떠올랐다.
“일석삼조군.”
“아닙니다. 일석사조지요.”
“호오, 다른 하나는 뭔가?”
“바로 태감의 덕망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태감임의 지엄한 명에 서민들은 통행이 한결 편해 질 테니 말입니다.”
“그도 그럴 듯하군! 자 한잔 받게.”
환관은 껄껄 웃으며 -그러나 다른 이들 귀에는 고양이의 울음 같이 들렸다 - 이매가한테 잔을 따랐다. 이매가는 황송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며 잔을 받았다. 서릿발 같았던 환관의 얼굴에 도화빛이 감돌자 후당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다. 뭔가 트집 잡히지 않을까 염려하던 지부대인으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었다. 그러나 노련한 관직 경력을 십분 발휘, 만일을 대비하여 완전히 술로 정신을 놓지 않았다. 자리가 파하여 환관이 양 옆에 관기들의 부축을 받고 나가자, 지부대인은 강부자와 고소영의 강권 아닌 강권에 상석에 도로 앉을 수 있었다.
“지부대인께서 노고가 많으십니다.”
심우량을 비롯한 중인들의 위로에 강아지풀처럼 흔들흔들하던 지부대인의 허리가 천년거송과 같이 꼿꼿하게 변했다.
“허흠! 본관으로서도 참으로 난감한 일이외다.”
대상련은 왜 건들이냐는 우회적인 시사였다. 자신이야 임기만 채우고 떠나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대상련은 소주를 비롯한 양주의 역대 지부대인들의 노후에 적지 않는 자금을 안겨준다. 어차피 은퇴를 앞둔 관리들은 노후 대비를 위해 물목 좋은 곳에 부임 시켜주는 게 암묵적인 관행이었다. 너무 긁어대면 폭동이 일어나거나 탄핵 받지만, 그 나이에 그 경력이면 적당히 뜯어내는데 이골 나 있기 마련이다.
양주, 특히 소주와 항주에 부임하면 대박인데, 대상련이 부임 기간 동안은 철저히 챙겨주기 때문이었다. 추적받기 쉬운 금은과 전표보다는, 일가족을 데리고 강남에 편히 안착할 수 있도록 에프터 서비스를 확실히 해준다. 그렇게 강남에 안착한 자기 선배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이 일이 빌미가 된다면 자기네 밥줄인 대상련을 공연히 건드렸다고 엄청나게 구박 받을 게 뻔했다.
-구박으로만 끝나면 다행이게? 잘하면 탄핵 받을지도 모른다.
당장 기억나는 자기 윗줄의 선배들을 떠올리며 지부대인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 지부대인의 심정을 심우량이 모를 리가 없었다.
“대인, 관학官學은 어떻습니까?”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잘 돌아가고 있지요.”
지부대인은 그건 왜? 하고 어리둥절해 하는 얼굴이다. 태조 주원장은 창업을 도왔던 군벌 뿐만 아니라 이선장과 호유용 같은 엘리트층을 무자비하게 숙청하면서 전국의 모든 현 마다 교육기관을 의무적으로 설립하도록 지시, 생원이라면 무조건 등록하도록 했다.(경사에 국자감을 두고 지방에는 행정단위가 부면 부학, 주면, 주학, 현이면 현학 이런 식) 빈민 출신으로 엘리트층에 대한 편집증적인 증오심을 가졌던 주원장의 심술이 반영 된 듯, 필요한 재정은 알아서 해결하도록 했다.
밑에서 올라오는 사안은 복지부동해도 위에서 적당히~ 까라면 팍! 까줘야 하는 관료 시스템의 전통(?)상 관원들이 알아서 조달을 해야 했다. 주로 부유한 신사 혹은 상인들에게 협력을 구했는데, 대상 반열에 든 이들은 자기 자식을 신사 계급으로, 신분상승을 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후원해주었다. 인재의 추천과 과거 합격자 소재는 인사고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터라 지부대인이 직접 챙기는 사안 중에 하나였다.
“지부대인 치세에 더욱 흥하면 어떻겠습니까?”
“음? 그야 좋은 일이긴 하오만.”
지부대인의 귀가 솔깃해졌다. 심우량은 술을 따르는 척 귀에 대고 낮게 일렀다.
“위로는 조정이 아래로는 여염집까지 성인의 가르침이 미쳐 깨끗한 기풍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관학의 사명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지요.”
지부대인은 말을 해놓고 거리감 있는 표정을 완전히 숨기지 못했다. 자신이 다녔을 때는 저마다 과거에 급제하기 위해, 부귀영화라 몰래 적은 시침으로 허벅지를 찌르며 공부했던 곳이다. 바늘귀만한 통과를 하여 출사를 했을 때는 정국의 야합에 따라, 배운 학문을 처신용으로 아낌없이 써서 무난히 여기까지 이른 것이다.
“암! 관학이란 나라의 동량을 키우는 곳이어야 하지요.”
나도 알고 너도 알고 신사들 모두 아니, 입에 발린 말을 하는 데 일말의 거리낌도 없는 지부대인이었다.
“그래서 지부대인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지원을 늘릴까 싶은데.....”
“호오, 그런 의민義民이 어디에?”
지부대인은 반색하다가 심우량의 심상치 않는 눈빛을 대하고 가슴이 싸해졌다. 심우량의 의도를 눈치 챈 것이다. 신사층의 세론世論은 물론 무지렁이 백성들의 여론을 적극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생원들을 움직이라는 의미였다.
“안심하십시오. 대인. 이 소식을 관학의 장長들에게 잘 말씀드리면 됩니다. 그분들의 대쪽 같은 청렴함이야 우리들이 가장 잘 알지 않습니까? 대인께서 특별히 수고해주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허허허, 그렇고 말구요.”
지원하겠다는 떡밥만 투척하고 물러나란 암시다. 소주의 관학생들이 전부 나선다면, 신사들이 담합해서 대상련을 누른다면 선배들보다 더 큰 고물을 만질 수 있는 것이고, 실패하면 적당한 희생양을 골라 덤터기 씌워버리고 자신은 사죄하며 한 발 물러나면 그만인 것이다.
자리보전에 민감한 지부대인은 자신이 전면에 노출되지 않는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지금은 영락했다고는 하나, 한 때는 소주 관원의 자리들을 쥐락펴락했다는 심가장의 사람이다. 그리고 부자는 망해도 삼년은 간다고 현재 심우량이 모은 세력도 만만치 않았다. 지부대인의 입장에서 둘이 치고받든 말든 알바는 아니었다. 그냥 양측으로 일방적으로 척을 지는 일만 피하면 되는 것이다.
그로부터 며칠 안가 지부대인은 처형 자제의 관례를 핑계로 소주의 관학의 장長을 맡고 있는 신사와 유력 생원들을 한 자리에 불렀다. 그리고 적당히 운을 떼며 김칫국을 잔뜩 먹였다.
일련의 사안은 대상련에 그대로 전달되었다. 실용상단의 출범에 괜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숨죽이고 있지만 눈과 귀는 열어두고 있었다. 경사에서 태감이 하경下京 한 것과 지부대인들이 학관장들과 만난 것 정보를 시진 단위로 속속히 입수했다.
금보옥은 소주 일대의 중역들을 심가장으로 아침 일찍 소집령을 내렸다. 중천에 뜬 해가 서편으로 약간 기울 무렵, 금천효와 우치명 그리고 3공자를 비롯한 인사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시중에 재미있는 소문이 돌고 있던데....”
그렇게 운을 뗀 금보옥이 다소 체념한 듯이 이어 말했다.
“아무래도 심 전前 시랑께서는 소녀가 못마땅한가 봐요.”
약간 고개를 돌리며 자성하는 듯했으나 눈빛은 범을 잡을 만큼 사나웠다.
“상인商人이라면 동전 한 닢의 이문에도 천리 길을 가는 족속들이니, 노소를 따질 수 없는 노릇이지만, 관리라면 노후에 평안히 쉬는 것이 덕목이 아닌가요?”
“그 말이 옳습니다.”
금보옥과 암암리에 대립하던 우치명도 그 의견에는 찬성이었다. 대상련에 위협적인 경쟁자가 생기는 것은 달가운 노릇이 아니었다.
“그보다 덕왕부의 집사에게 대단히 실망입니다.”
“그 자는 제 앞에 직접 무릎을 꿇게 만들겠어요.”
평이한 어조에 섬뜩한 감정이 담겨있었다. 금보옥은 이전의 가식과 다른 흉흉한 기색을 그대로 숨기지 않았다. 덕분에 덕후를 규탄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금보옥에게 압박을 주려던 우치명의 얌체는 무산이 되고 말았다.
사실 금보옥이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한 달 넘도록 안지 않는 것에 대한 욕구 불만이었다. 정인을 알아버린 육신은 솜털을 스치는 숨결 하나, 은밀히 속삭이는 밀어, 그리고 단단한 심처의 결합 등을 전류적 신호로 자꾸만 자극하였다. 이에 따라 금보옥은 무의식 중에 공연히 안달이 난 상태였다. 수컷이라면 암컷의 유혹적 자태에 접근을 해보겠지만, 그녀는 짝짓기 상대를 잡아먹는 사마귀 과였다. 필요하다면 천 일 면벽할 자제력은 있어도, 뜻대로 안되면 역으로 덮쳐볼까, 도 불사하는 격정적인 면도 있다.
앉은 자리, 탁자 밑에서 금보옥은 다리를 바꿔 꼬았다. 치마 아래 곡선미를 그리고 있는 무릎과 그 아래로 미려하게 깎아내린 듯한 발목은 얇은 광택을 내는 듯한 스타킹에 감싸있었다. 덕후가 보면 당장 부여잡고 비비적거리겠지만 아쉽게도 여기 없다.
다행히 좌중은 금보옥의 신경질적 반응을 실용상단 때문으로 이해했다. 그들이 보기에 태감이 내려온 일과 심우량이 지부대인과 면담을 거쳤다는 것은, 대상련으로 무시할 수 없는 뒷배를 마련하려는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금보옥의 진짜 속내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것이다.
“이제 저들은 호위할 무력만 포섭하면 양주를 양분하려들 수 있겠군요.”
“련주님,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소주는 물론 양주의 표사와 호걸들은 다 대상련의 품에 귀의해 있습니다.”
무력을 담당하는 정익훈이 회의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천하문과 합작을 하고 상관세가를 격파한 덕분에 굵직한 무림인은 모두 대상련에 투항한 상태였다. 심우량이 긁어봐야 떨거지 수준이다.
“그들은 우리 세에 굴복한 것이지 여기 모인 사람처럼 한 가족은 아니랍니다. 입지가 흔들리면 모를 일이죠.”
금보옥은 의자에 등을 파묻고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그녀의 눈길은 3공자를 항했다. 3공자는 너희들은? 하듯이 심문하는 것 같아 뜨끔해졌다. 우치명도 그쪽으로 눈길을 주더니 의미심장한 소리를 하였다.
“한 가족도 앙앙불락하는 일을 많이 보았소만 은....”
“뭐야? 영감이 시비 거는 거요?”
“험! 누가 양주 바닥에 명성이 자자한 공자들에게 시비를 걸겠나? 다만 군자는 참외 밭에서 신발 끈을 매지 않고, 과수원에서 갓끈을 고치지 않는다는 말이 떠올랐을 뿐이네. 아닌 말로 공자들과 선녀들의 연가戀歌는 귀가 어두운 이 노인한테도 들려오고 있네.”
황철웅이 부리부리한 눈을 뜨며 버럭 고함지르듯이 자리를 박차자, 우치명은 눙을 치듯이 훈계조로 말했다. 황철웅이 발작하려하자 양 옆의 초제학과 강윤식이 급히 그의 팔을 붙잡아 제지시켰다. 강윤식이 금보옥을 직시하며 읍을 하였다.
“련주님은 저희를 의심하십니까?”
“생사를 같이한 전우戰友를 어떻게 의심하겠어요. 그저 마음에 부담을 지우고 싶지는 않군요.”
“저희는 대의를 압니다.”
“곡해하지 마시길. 혼인은 인륜대사라고 하는데, 이것이 중하니 저것은 가벼운 것이라고 딱 자를 성질이 아니잖아요? 저는 그대들이 정말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면, 이 자리에 처음부터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알아요. 세상에는 소리장도笑裏藏刀 하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요.”
말 뿐이 아니라 직접 고개까지 숙여보이자 3공자는 황망히 맞절을 하였다. 우치명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황철웅이 거보라는 듯 우치명에게 이를 히쭉 드러냈으나, 다음에 이어지는 금보옥의 발언에 비슷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다만, 마음이 불편하다면 정리할 때까지 당분간 쉬어도 상관없어요. 유급 휴가를 드리겠어요.”
셋은 사색을 넘어 일말의 배신감을 품은 표정으로 금보옥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대하는 금보옥의 미안해서 속이 다 쓰라렸다. 전대부터 물려받은 가신이 아니라 순전히 자신의 재량으로 처음 얻은 측근이다. 덕후의 계획만 아니었으면 혼사를 빌미로 장가장에 포섭을 시도했을 것이다. 애써 시선을 외면하며 금보옥은 선언을 하였다.
“실용상단의 행보로 미루어 추측컨대, 대상련에 큰 시련이 될 거예요. 무림문파의 싸움은 창칼과 전투로 단기간에 승패가 갈리지만, 이것은 재물과 사람의 전쟁인 만큼 장기간 힘든 시기를 각오해야 될 거예요. 각 부서에 확실히 임전臨戰을 다지도록 지시 하세요.”
이에 중인들은 그들이 쌓은 경험과 실례를 토대로 상정할 수 있는 대책을 하나 둘 입에 올렸다. 회의장이 열기를 띄는 와중에 3공자는 말 못할 소외감에 시달렸다.
련주님, 얀에 서서히 눈뜨다? 어쨌든, 다음 회 소제목은 “우리가 남이 아이가!”입니다. 아, 물론 실존 인물, 단체, 인명, 지명과는 전혀~ 상관없음을 밝힙니다. 이글은 순도 100% 픽션이니까요.
ps - 소주에 있는 교량 개수가 300개 넘는 다는 대목을 언뜻 본 것 같습니다. 현대중국의 기행에 나온 것이므로, 명대에는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서는 임의로 설정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