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노마키아 - 1부(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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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절대 안돼.. 그럴수는 없어.."
미나는 절대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남자의 말대로라면 자신은 5일동안 섹스에 미쳐가며 결국엔 남자의 동료가 되야한다는 이야기였다. 아니 동료따위가 아닌 그냥 남자의 노예처럼 남자가 시키는대로 하며 살아야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건 절대로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었고 무엇보다 정찬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럴수는 없었다. 정찬이 지켜준 것을 이따위 남자에게 빼앗길 수는 없었다.
『절대로...!! 그런일은 없어!!! 』
미나가 소리치듯 말하며 아직도 간지럽히듯이 미나의 질입구 속에서 꿈틀대고 있는 남자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리고 남자의 손을 놓은 미나의 손이 그대로 남자의 목을 향해 뻗어갔다.
『크헉..!! 이 년이!!! 』
어쩌면 감각기관이 모두 파괴되어 앞으로 냄새를 맡지도 어떤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다고 해도.. 그리고 이 실지렁이같은 불쾌한것들이 더욱 더 몸속깊이 파고들어 미나의 몸 속 내장기관을 모두 부셔놓는다고해도 남자의 뜻대로 할 수는 없었다. 미나가 남자의 목을 잡는 순간 미나의 행동을 저지하려는듯 미나의 머리속 내부를 점령하고 있던 그것들이 일제히 꿈틀거리며 날뛰는 느낌이 들면서 고통이 증가하는 것이 느껴졌다.
"정찬아.. 도와줘..."
『그..그만둬!! 아니면 넌 장애인이 될거야!! 병신이 될거라고!!!!! 』
『너..너!! 주..죽을수도있어!! 이건 니 몸속 깊숙히 들어갈수도 있어!! 니 폐나 심장을 쥐어뜯어놓을 수도 있다구!!! 』
조금씩 남자의 목에 힘이 가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는지 남자는 미나를 죽일수도 있다고 위협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는다는 생각에서인지 남자의 목소리는 위협하는것치고는 상당히 다급하고 급박한 목소리였다. 코나 귀등을 통해 몸속 깊은 곳까지 그것들이 진입할 수도 있다는건 이미 미나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에 의해 미나가 죽을수도 있다는것도 역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죽을수도 있다는 생각에 미나는 다시한번 정찬의 모습이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죽기전에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못 볼지도 모르지만.. 정찬아.. 그동안 고마웠어.. 사랑해.."
남자의 얼굴이 놀람과 당황함으로 가득차고 있었고 말소리는 더욱 다급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말을 하는 동안 실지렁이들이 목구멍을 통해서도 몸속으로 들어가려는듯이 미나의 입안으로 기어들어가고 있었지만 이미 죽음까지 각오한 미나에게 그런건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하고 있었다.
『뭐..뭐야!! 진짜로 같이 저승구경이라도 하자는거야??!!!! 』
『저승길.... 외롭진 않겠네.. 』
술집에서 남자의 성기를 몇가닥으로 부셔낼때처럼 미나의 주변의 공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미나의 질속을 탐험하고 있던 남자의 두손이 목을 조이고 있는 미나의 손을 잡고 목에서 떼어내려고 했지만 두손으로도 미나의 한 손을 어쩌지는 못하고 있었다.
『케헥.. 크어억.. 』
남자의 목의 부피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고 술집에서 목을 조른 보통 남자보다는 훨씬 오래 버티고 있었지만 조금씩 그때의 남자와 비슷한 모습으로 유식의 얼굴이 변해가기 시작했다.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어가면서 모든 피가 유식의 눈으로 몰려든듯 눈에서는 핏줄이 서며 충혈되어가고 있었다.
『내게 빚이 있다고 그랬지? 비록 내 빚은 아니지만.. 선생님 빚도 같이 청산해 줄게.. 』
미나는 말하는 동시에 한손을 뒤쪽으로 뻗어 뱀처럼 길어진 성기의 뿌리부분을 잡았다. 남자의 음모가 느껴질정도로 바짝 뿌리부분까지 잡고 있는 미나의 손에도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조용히 차분하게 말하던 미나의 목소리와는 달리 미나의 주위에 있던 공기들은 조금씩 더 빠르게 요동치고 있었다.
『크아아악!!! 』
미나가 성기의 뿌리부분을 잡고 힘을 다해 뽑아낼듯이 잡아당기자 호흡곤란에 켁켁 거리고 있던 남자의 입에서 커다란 비명소리가 흘러나왔다. 미나는 술집에서처럼 힘을 개방해버린채로 남자의 목과 뿌리부분을 강한 힘으로 끊어버릴듯이 압박하고 있었다.
남자의 얼굴은 점점 선홍빛에서 흙빛에 가까운 색으로 변해가고 있었고 미나의 손에 뿌리부분이 잡힌 뱀은 미나의 얼굴을 감싸고 있던 실지렁이들을 회수한채 괴로운듯 미친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또.. 이렇게..... "
"세상에 신이라는 분이 존재한다면.. 그리고 이런 제 모습을 보고 계신다면.. 용서해주세요.. 죽어서라도 갚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할게요.. 이전에 그 사람들 몫까지.. "
이제 남자의 입에서는 비명소리도 호흡곤란에 산소를 조금이라도 더 들여마셔야겠다는듯 켁켁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고 있었다. 그저 경련하듯 몸을 퍼덕이며 떨어대고 있었고 미나의 손에 잡혀 채찍처럼 미나의 몸을 치면서 요동쳐대던 뱀도 흐믈흐믈 늘어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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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소설속에서 내용상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표현을 했지만 절대로 제 생각이 아니며 혹시나 글을 읽고 잠시라도 기분이 나쁘셨을지 모르는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내용상.. 미나에게 그렇게 위협을 해야하는 상황이라 그런 표현을 쓴 것뿐이니 혹시라도 기분이 상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소설이니까.. 라고 생각하고 너그러이 양해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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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그렇게 미나의 손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또다시 사람을 죽이고 있다는 생각에 미나는 슬픈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미나를 공격하려고 했던 적이고 선생님을 그리고 정찬과 지애를 죽이려고 했었지만 흙색으로 얼굴색이 바뀌며 경련하듯 죽어가고 있는 남자의 모습은 미나를 슬프게 만들고 있었다.
『내게 당신을 죽일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건 알고 있어요.. 정말 미안해요.. 』
『다음에 태어나면.. 이렇게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미나는 마음속으로 한 생명을 끊어버리는 것에 대해 사과하고 있었다. 김유식이라는 남자에게가 아닌 하나의 생명을 가진 인간에게 그렇게 미나는 사과를 하고 있었다.
『그만둬... 』
죽어가는 남자를 바라보고 있던 미나에게 또다른 음성이 들려왔다. 미나는 남자의 목을 조르고 있던 손을 떼고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나는쪽을 바라보았다. 미나의 눈앞에는 미나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 서 있었다. 그녀는 지금껏 한 교실안에서 복도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듯 교실문쪽의 벽에 기대어서는 미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최경희.... 바로 그녀였다.
『어째서... 언니가.. 여기에..? 』
교실쪽 벽에 살짝 몸을 기댄채로 미나를 바라보고 있던 여자.. 최경희였다.
생각지도 못한 경희의 등장에 미나는 당황스러하자 경희가 미나쪽으로 다가왔다.
짜악...
『흐윽.. 』
미나에게 다가온 경희가 다짜고짜 미나에게 뺨을 때렸다. 경희의 손에 미나의 얼굴이 한쪽으로 돌아가며 낮은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일반인인 경희가 때리는 것이 미나에게 물리적인 아픔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뜻밖에 등장한 경희에 놀라고 있던 미나는 또다시 자신의 뺨을 때리는 경희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놀라고 있었다.
짜아악...
다시 경희를 쳐다보는 미나의 뺨을 향해 경희의 손바닥이 날아갔다.
짜아악...
짜아악...
경희는 미나가 무어라 말할틈도없이 계속해서 미나의 뺨을 때리고 있었고 미나는 뺨을 맞는 고통보다는 자신을 이렇게 거칠게 대하는 경희의 행동에 겁을 먹고 막지도 못하고 경희에게 뺨을 내주면서도 남자의 몸에서 내려와 뒤로 조금씩 물러나고 있었다. 부모님에게 잘못을 큰 잘못을 저지른 아이가 잔뜩 화가나있는 부모님을 무서워하듯 그렇게 미나는 경희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어..언니.. 왜.. 왜.. 』
또다시 경희의 손바닥이 미나의 뺨을 강타했다.
『언니!!?? 난 널 가르치는 선생이야!!! 』
미나는 경희의 말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비록 자신도 언니가 한 명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분명 그 때 경희의 옷장안에서 경희는 언니라고 한번만 불러달라고 했었고 그 날 경희가 미나의 몸을 안아주면서 언니라고 부르는 자신의 모습에 경희는 눈물을 쏟아내버릴만큼 좋아하고 기뻐했었다. 그리고 그 이후 둘만있을 때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언제나 장난치듯 지희의 볼을 꼬집으면서 언니라고 부르라고 했던 선생님이었다. 그렇게 경희는 지희에게 선생님으로서의 모습보다는 언니로서의 모습으로 보여지기를 바랬었다. 그런데 비록, 김유식이란 남자가 이곳에 있기는 했지만 거의 죽을듯이 쓰러져 있었고 미나와 경희 단 둘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이 상황에서 경희가 언니라는 모습을 부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미나는 자신의 본래 모습이 지희라는 것을 경희가 알면서 처음으로 미나로서의 고민과 힘든 부분을 경희에게 털어놓았었다. 사람을 죽였다는 자책감에 빠져있던 미나를 위로해주며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 생명의 소중함을 져버리지 않으면 최선을 다했는데도 그렇게 된거라면 괜찮은거라고 경희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따뜻하게 자신을 안아주었었다. 그런 경희에게서 많은 위안을 받은 미나였는데 지금 그 경희가 자신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거칠게 질타하고 있는 것이었다.
확실히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긴 했어도 어쩌면 경희는 자신을 너무 아끼는 마음에서 자신이 사람을 죽이는것에 대해 화를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술집에서도 경희는 그렇게 죽이고 싶을만큼 미운 사람들인텐데도 미나가 다른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말렸으니까... 그렇게 미나가 쉽게 사람을 죽이는 것을 혼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죄송... 해요.. 』
무섭게 자신을 꾸짖고 있는 경희를 바라보면서 미나가 남자쪽으로 다가가서 남자를 살펴보았다. 경희의 등장에 목을 조르고 있던 손을 놓아서인지 남자는 아직 죽지않고 아주 희미하게 숨을 쉬고 있었다. 인공호흡을 하기위해 남자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간 미나는 조금 망설여졌다. 인공호흡이라고는해도 이런 남자와 입을 맞춰야하는게 조금은 꺼려지기도 했고 만약 이 남자가 일어나서 다시 공격해오면 어쩌나 싶은 생가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미나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경희를 바라보자 경희가 말했다.
『내가 할까?? 』
『아..아니요.. 제가.. 할게요... 』
경희의 침대에 나란히 누워 미나의 말로만 사람을 죽였다는 것을 들은것과 이렇게 직접 보는것은 확실히 전해지는 느낌이 다를테니까.. 어쩌면 선생님이 이렇게 화를 내는것을 이해할 수 있을것 같기도 하지만 평소에 거의 화를 내는 것을 볼 수 없었던 선생님이였고 지희가 무슨 잘못을 했을때도 엄하다는 느낌은 있어도 화를 내고 있다는 느낌은 없었기에 미나는 조금 서운한 느낌이 들었다.
미나는 눈을 꼭 감은채 남자에게 인공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남자가 들이마시는 산소의 양이 많아지면서 거의 움직이지않고 있던 가슴이 숨을쉬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깨어날듯이 남자의 폐활량이 원상태로 돌아오는듯하자 미나는 다시 선생님을 바라보고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듯한 얼굴을 하고 경희의 옆으로 다가갔다. 미나가 다가가자 경희가 갑자기 미나의 멱살을 잡으며 말했다.
『너를 공격하면 나도 죽일거니? 』
『아..아니요.. 제가 어떻게.. 흐윽.. 』
『서..선생님... 』
『서..선생님.. 제발.. 그만... 』
능력자인 탓에 경희가 목을 조르는 것에대해 전혀 숨을 쉬지 못하거나 금방이라도 죽을것 같이 괴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경희 역시 오랫동안 운동으로 단련되어 있는 여자였고 보통 사람이라면 금방이라도 질식할듯이 온 힘으로 미나의 목을 조르고 있었기에 미나는 호흡하기가 답답해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미나는 그런 사실보다 그렇게 좋아하는 선생님이 정말로 죽여버릴듯한 기세로 자신의 목을 조이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충격적이었고 이렇게 직접 당하고 있으면서도 믿기가 어려웠다.
『죽여봐.. 저 남자처럼 나도 죽여보란 말이야!! 』
경희가 미나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 들이대며 날카롭게 외치듯 말하고 있었다. 아무리 경희가 진심으로 미나를 죽이려고 한다한들 자신의 선생님을 죽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미나에게 경희는 이미 그냥 단순한 선생님 이상으로 소중한 존재였다. 비록 자신이 죽는 한이 있다 하더라도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경희는 계속해서 목을 조르며 미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미나는 그런 경희의 모습에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한채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듯한 눈으로 경희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렇게 경희를 바라보고 있던 미나의 눈이 갑자기 무엇인가에 놀라듯 동그랗게 커져버렸다.
"이...이건.. 어..언니가... 아..아니야...."
미나는 언제나 쾌할하게 생기가 넘쳐흐르는 눈으로 지희를 바라보던 경희의 진한 갈색의 눈동자가 흐려져 있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무엇인가에 홀린듯이 경희는 노려보는듯이 미나를 바라보고 있는듯 했지만 경희의 눈동자.. 그 눈동자는 미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 멀리서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으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다는 생각이 들지만 막상 가까이서 바라보면 자신이 아닌 자신의 뒤에있는 또는 조금 옆에있는 무엇인가를 보고 있다는 것을 어느정도 느낄 수 있는것처럼 미나는 바로 코앞에 경희가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데도 왠지 경희의 눈동자만은 자신을 바라보고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미나가 떨리는 손을 들어 경희의 얼굴을 잡고 옆쪽으로 조금 돌려보았다. 어쩌면 이런 행동이 경희를 더욱 더 화나게 만들 수도 있었지만 평소와 다르게 흐린눈.. 마치 자신을 보고있지 않는듯한 눈동자.. 그리고 평소 미나가 알고있던 선생님.. 아니 언니와는 너무도 다른 느낌의 경희의 모습에 미나는 이런 행동으로 경희를 더욱 화나게 만든다해도 확인을 해야할것만 같았다.
"나...나를 보지 않고 있어..??!!"
미나가 경희의 얼굴을 잡고 조금 옆쪽으로 돌렸음에도 경희의 눈동자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경희가 자신을 보고있다면 미나가 경희의 얼굴을 조금 돌렸을때 경희의 눈동자는 경희의 얼굴이 돌아간 만큼 미나쪽을 향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경희의 눈동자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이건 분명 경희가 미나를 보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였고 어쩌면 지금 미나의 목을 조르고 있는 사람은 경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은 경희일지 몰라도 최소한 미나가 알고있는 경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설마.....??!!"
마치 경희의 빈 껍데기 속에 누군가 들어앉아있는듯 미나가 알고있는 평소의 경희와는 너무도 다른 행동을 하고 있는 경희의 모습과 그런 경희의 눈동자를 보면서 미나는 지애와 애리를 구했을 때가 떠올랐다.
"만약.. 지애나 애리도 지금 언니와 같이 되어버린 거라면..."
분명 지애도 애리도 옥상에서 뛰어내릴 생각을 할 만한 애들은 아니었다. 애리의 경우 거의 적대관계나 마찬가지인 관계였기에 잘은 몰라도 언제나 도도하고 자존심이 강한 애리가 옥상에서 뛰어내릴만한 이유는 없었다. 자존심이 강하다는건 그만큼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니까.. 그렇게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이가 자기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일을 한다는건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고 지애 역시 항상 옆에서 지켜봐왔던 가장 친한 친구였기에 딱히 자살을 할만한 이유는 없었다는걸 지희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 그 둘은 그렇게 옥상에서 뛰어내려버렸고 그 이후 학교 게시판에 붙은 메모지에서는 다음 희생자가 있을거라는 것을 알려줌과 동시에 누군가 일부러 지애와 애리를 옥상에서 뛰어내리게 한듯한 뉘앙스를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두번째 메모를 따라 오늘 밤 학교에 온 미나는 김유식이라는 남자를 만났다.
"그렇다면..."
미나는 김유식이 쓰러져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직도 경희는 죽일듯이 온 힘을 다해 미나의 목을 조르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어..없다..??!!"
분명 김유식이 쓰러져있던 자리.... 조금 전까지만해도 미나가 인공호흡을 해주었던 그 자리에 있어야할 김유식이 그 자리에 없었다. 미나가 김유식의 존재가 사라졌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미나의 얼굴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미나가 그림자의 주인을 향해 다시 고개를 돌렸다.
『죽여버리겠어!!!! 』
넘어져있는 미나의 앞에.. 그리고 아직도 미나의 목을 조이고 있는 경희의 뒤에 그림자의 주인인 김유식이 서있었다. 미나가 경희에게 신경을 빼앗기고 있는 사이 김유식이 일어나 미나와 경희의 뒤쪽으로 다가왔다.
『안돼!! 』
김유식이 주먹을 들어올리는 것을 보고 미나가 경악하며 소리쳤다. 자신이야 맞는다해도 어떻게 버틸수도 있었고 마음만 먹으면 피할수도 있었지만 비록 평소와는 전혀 다르게 변해버렸지만 경희는 일반인이었다. 분노에 가득 차있는 듯한 눈을 하고 주먹을 들어올리고 있는 능력자의 주먹을 그대로 맞는다면 분명.. 죽을것이었다. 그런 사실을.. 아니 뒤에서 자신을 죽일지도 모르는 남자가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는듯 경희는 여전히 미나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쿠우웅..!!
쩌저적...
구교사 전체가 뒤흔들리는 느낌과 함께 육중한 소리가 울려퍼져 나감과 동시에 김유식이 내리친 복도의 바닥에 실금이 가고 있었다.
『흐으윽... 』
다행히 미나는 주먹으로 내리찍는 김유식의 첫번째 공격은 경희를 감싸안으며 옆으로 구르듯이 피해나갔지만 두번째의 공격은 피할 여유가 없었다. 아직도 경희는 미나의 목을 조르고 있었고 미나는 그런 경희를 남자의 주먹에서 보호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보통 사람이 때리는 것에서 다른 사람을 보호할 때는 다른 사람의 몸을 덮듯이 보호할 사람의 중요부위만을 자신의 몸으로 가려주어 대신 맞으면 되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미나가 보호해야할 사람은 일반인이었고 공격을 하고 있는 사람은 능력자였다. 다리를 맞으면 다리가 부러질테고.. 복부같은 곳을 맞으면 장파열같은 부상을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두번째.. 세번째 남자의 공격이 계속 되었지만 미나의 목을 조르는 것만이 유일한 삶의 목표인듯 경희는 미나의 목을 졸라대고 있었고 미나는 그런 경희를 감싸며 일부러 남자가 내리치는 주먹쪽으로 몸을 움직여 그 충격을 전부 몸으로 받아내야만 했다.
『허억.. 흐윽.. 』
경희가 원래대로 돌아오면 어떻게든 틈을봐서 벗어날 수도 있을것 같았지만 경희는 미나의 바램과는 달리 아직도 제 정신이 아닌듯 계속해서 미나의 목을 졸라대고 있었다. 유식의 공격을 흘려버리거나 몸의 탄성을 이용해 흡수해버리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미나는 골이 흔들리는듯한 느낌과 함께 조금씩 어지러움까지 느껴지는듯 했다. 그렇게 경희의 몸을 보호하며 남자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던 미나의 눈에 남자의 한쪽 발이 미나를 차버릴듯 뒤쪽으로 빠지는 것이 보이자 미나는 남자의 발이 자신에게 직접 적중하도록 몸을 틀어 경희에게 충격이 가해지지 않도록 경희를 감쌌다. 그리고 남자의 발이 미나의 몸을 강하게 차는 순간 발을 땅에 디디고 남자가 차는 방향으로 도약했다.
쿠웅...
『흐윽.. 』
남자가 발로 찬 힘과 미나가 도약한 힘이 합쳐져 엄청난 빠르기로 경희를 안고있는 미나의 몸이 남자쪽에서 멀어져 복도의 한쪽끝까지 날아가 벽에 부딪쳤다. 미나의 입에서 낮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옴과 동시에 끈질기게 미나의 목을 조르고 있던 경희의 손이 스르르 풀려내려갔다. 남자의 발에 맞았을때 아니면 벽에 부딪칠때 미처 미나가 그 충격을 모두 다 받아내지 못하고 경희에게까지 그 충격이 전해지는 바람에 경희가 기절해 버린듯 했다.
정신을 잃은 경희를 벽에 기대어 놓고있는 미나의 등 뒤에서 김유식이 공격을 이어가기위해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미나는 김유식을 향해 돌아본 뒤 벽에 몸을 지지하고 무릎을 굽히고서는 잔뜩 움추렸다 튀어나오는 스프링처럼 벽을 이용해 최대한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김유식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크흑.. 』
『흐윽.. 』
복도의 한쪽에서 엄청난 충돌이 발생했다. 미나의 발이 바닥에 끌리며 뒤로 물러났다. 남자가 뻗어내오는 주먹을 막기는 했지만 미나도 유식도 서로 엄청난 속도로 중간에서 부딪친 까닭에 그 충격의 여파가 미나에게도 전해져 왔기 때문이었다. 미나가 미끌어지듯이 오래된 복도 바닥의 먼지를 휘날리며 뒤쪽으로 밀린 반면 미나의 주먹을 그대로 받아버린 유식은 거의 날아가다시피 미나의 반대편으로 나가떨어져 버렸다. 유식이 죽음의 문턱까지 다다랐다 돌아오는 바람에 미칠듯이 화가나 정면으로 미나에게 덤벼들긴 했어도 이미 둘의 힘 차이는 충분히 드러나 있었다. 그렇게 유식을 날려버린 미나는 다시 유식에게 다가가는 대신 몸을 돌려 경희쪽으로 빠르게 다가와 정신을 잃고있는 경희를 안아들고는 복도 아래쪽으로 사라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