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노마키아 - 1부(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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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빛을 내고 있는 핸드폰의 액정에는 모르는 전화번호와 함께 읽어보지 않은 문자가 하나 와있음을 알리는 메세지가 떠 있었다. 정찬이 액정화면에 나타난 메세지를 잠시보더니 손가락을 움직여 삭제버튼을 눌렀다.
『메세지가 삭제 됩니다. 정말 삭제하시겠습니까? 』
정찬이 삭제버튼을 누른것이 혹시 실수가 아니냐고 물어보고 있는 액정화면의 시스템 메세지를 보며 정찬이 "확인"버튼쪽으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정찬에게 이런 문자메세지를 보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주희와 정애리 이외에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들 또한 특별히 정찬이 어떤 지시를 내리지 않는 이상 자신에게 문자를 보낼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찬의 핸드폰 번호를 알고자 한다면 학교 홈페이지에서 찿아보면 쉽게 찿아낼 수는 있겠지만 자신의 존재가 이 학교에 있다는 것조차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소외당하는 존재의 자신에게 문자를 보낼만한 사람은 없었기에 당연히 어쩌다 한번씩 오는 스팸문자라 생각했던 것이다.
"확인"버튼에 도달한 정찬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려는 순간 갑자기 정찬이 "취소"버튼을 누르고 메세지 내용을 확인해 보기 시작했다. 왠지 메세지를 삭제하려던 정찬에게 이상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왜 그에게 갑자기 그런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지는 자신도 알 수 없었지만 확인해보고 삭제를 한다고 해도 몇 초의 시간낭비 이외에 손해볼건 없다는 생각에 메세지를 확인해 보던 정찬이 조금 놀라는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별일 없으면 점심시간에 잠깐 시간 좀 내줄래? - 지희 - 』
지희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었다. 지희의 문자를 받은 정찬은 조금 당황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지희에게 접근하기위해 여러가지 계획을 세우긴 했어도 이렇게 직접 지희에게서 문자가 올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때문이었다.
『무슨일이지? 혹시..? 』
정찬은 주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나 지애에 관계되서 무슨 일이 생긴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었지만 주희에게서 별다른 특이사항은 들을 수 없었다. 언제나 계획하고 준비된 대로 상황을 만들어 자신이 원하는데로 상대를 이끌어가던 정찬이었기에 아무런 준비도 없는 이런 상황에서 지희가 먼저 접근해오자 조금 당황스러운 마음이 들고있는 정찬이었지만 당황스러움과 함께 설레이는듯 가슴이 뛰는 느낌도 같이 들고 있는 정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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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핸드폰번호는 어떻게 안거야? 』
무표정하게 말하는 정찬의 모습에 지희는 별로 친하지도 않은 자신이 문자로 나오라고 한 것이 정찬의 기분을 상하게 한건 아닌지 조금 걱정이 되었다. 정찬이 지애의 일을 도와줬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개인적으로 불러내는 것을 정찬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날 보자고 한거야? 』
『그런건 엄마한테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 그거때문에 보자고 한거야?? 』
안그래도 무표정하던 정찬의 표정이 귀찮은듯한 표정으로 바뀌면서 쌀쌀맞은 어투의 말까지 튀어나오자 지희는 당황스러웠다. 오늘 지희가 정찬을 불러낸 것은 지애의 일을 물어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놀이공원에서 놀란 지희를 편안하게 해주었던 것도 그렇고 지애의 일을 도와준 것에 대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막상 무표정한 정찬의 얼굴을 보자 어떻게 말해야할지 몰라 지애의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가 지애가 많이 나아졌다는 이야기에 지희는 자신도 모르게 흥분해 버리고 말았다. 정찬이 할 말 다했다는 듯이 지희를 등지고 방향을 틀어 한 발을 내딛었을때 지희가 뒤에서 정찬의 소매자락을 붙잡고 정찬의 뒤쪽에서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저기...화..났어..? 』
말은 아니라고 하지만 화가난듯 돌아보지도 않고 지희의 말에 대꾸하던 정찬의 모습에 지희는 정찬이 화가 났다고 생각했다. 미안한 생각에 지희가 돌아서는 정찬의 손을 잡고 정찬에 손에 정찬에게 주기위해 지희가 가지고 온 것을 들려주었다. 정찬은 손을 들어 자신에 손에 들려져 있는 것을 확인해 보고는 다시 지희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게 뭐야? 』
『응.. 놀이공원에서의 일도 그렇고.. 지애일에 신경써준것도 고맙고.. 그래서 뭔가 답례라도 해주고 싶은데 생각나는게 없어서... 』
정찬은 지희의 이야기를 들으며 물끄러미 자신의 손에 들려져있는 도시락 가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해.. 정말 기분 나쁘게 할 생각은 없었어.. 』
정찬이 다시 고개를 들어 지희를 바라보았다. 지희는 고맙다는 표현을 하고 싶어서 부른 정찬이 화가난듯한 모습을 보이자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하며 정찬에게 다시 한번 사과를 했다.
『같이..먹을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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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을 따라 구교사안으로 들어온 지희가 작은 보자기를 펼치고 그 위에 도시락을 내려놓고 있었다. 정찬이 괜찮다고 하는 지희의 손을 잡고 구교사 안쪽의 교실로 데리고 들어오자 지희는 아직 이렇게 둘만이 있는것이 어색하긴 했지만 더 거절하면 정찬의 기분을 더욱 상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찬을 따라 구교사안으로 들어왔다. 지희가 2단으로 된 찬합의 뚜껑을 열고 하나로 쌓아올려진 찬합을 분리해서 나누어 놓았다. 한쪽에는 샌드위치와 샐러드가 있었고 다른쪽에는 초밥류와 튀김류가 같이 들어있었다.
『아직도 기분이 안풀린거야? 』
정찬이 찬합을 펼쳐놓았음에도 손을 대지 않자 지희가 조심스럽게 정찬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아니.. 그런데 이걸 네가 직접 다 한거야? 』
『아주 어릴때부터 엄마랑 둘이서만 살았으니까... 』
정찬의 말에 지희가 대답했다. 지희는 어렸을때부터 엄마와 단 둘이 살았다. 아주 어렸을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엄마한테 듣긴 했지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엄마와 단 둘이 살다보니 조금씩 엄마의 일을 도와주는게 지희에게는 익숙했었고 지희도 누군가를 위해 요리한다는게 좋았기에 아주 전문적인 요리들을 제외하고는 지희가 못하는 요리는 거의 없었다.
『엄마는 뭐하시는데? 』
『응.. 나 태어나기전에 미국에 계셨었나봐.. 그때는 기자생활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나때문에.... 』
엄마이야기가 나오자 지희가 말끝을 흐리며 바닥으로 시선을 떨어트렸다. 엄마는 지희가 태어나기전에 미국에서 기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생활을 했다고 들었었다. 엄마가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데다 미안한 마음에 물어보지도 못했지만 지희는 자신의 엄마가 자신때문에 기자라는 직업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국에와서도 아마 어린 자신때문에 취업하는걸 포기하고 집에서 할 수 있는 번역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희가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숙이자 정찬이 지희의 옆으로 가깝게 다가가 지희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위로하듯 말했다.
『왜 그런 생각을 해? 』
『그런데 집에 가서 엄마를 보니까 너무 미안한거야.. 나만 아니었으면 어쩌면 멋진 기자가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딸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신 분인데.. 딸이라는 애는 다른 엄마를 보고 부럽다는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미안하기도 하고 엄마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고... 내가 한심하기도 하고.. 그래서.. 』
지희의 눈에서 작은 물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져내렸다. 정찬이와 엄마 이야기를 하다보니 정찬의 집에 갔을때 정찬의 엄마에게서 느꼈던 생각이 떠오르자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에 지희가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미안해.. 너한테 별 얘기를 다하네 내가.. 아마 네가 너무 편해서 그런가봐.. 』
지희가 옷소매로 눈물을 닦고 고개를 들어 정찬을 바라 보았다. 지희가 고개를 들어 정찬을 바라보자 지희를 바라보고 있던 정찬의 눈이 지희의 눈과 마주쳤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정찬과 눈이 마주치자 지희는 깜짝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찬을 바라보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이런 상황에 놀랐는지 지희의 심장이 두근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지희가 생각외의 상황에 놀라서 정찬을 바라보고 있다가 정찬에게 안겨있다는 사실이 조금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천천히 몸을 빼며 정찬에게서 떨어지려고 했지만 어깨를 감싸고 있는 정찬의 손은 지희를 정찬쪽으로 꼭 끌어당기고 있었다.
"머리가...."
정찬에게서 떨어지려고 하던 지희는 잠시 어지러운듯한 느낌과 함께 두통을 느꼈다. 정찬도 자신과 이렇게 가까이 있는게 조금은 놀란듯한 모습이었다. 두통이 다시 조금 가라앉는듯한 느낌과 함께 정찬에게서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어색한 기분에 지희가 다시 정찬에게서 떨어지려 했다.
"나...왜...왜이러지...? "
지희는 순간적으로 정찬에게 딸려가듯이 몸이 정찬쪽을 향해 기울어져가는 것을 느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이런 상황때문인지 조금 떨리는 느낌과 함께 지희는 조금씩 자신이 정찬의 얼굴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억제하지 못하고 지켜보기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지희가 그렇게 당황해하고 있는동안 지희의 붉은 입술이 정찬의 입술에 부딪쳐가기 시작했다. 정찬에게 안겨들듯 정찬의 입에 입을 맞추고 있는 스스로의 행동에 지희는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했던것 이상으로 정찬의 입술은 부드러웠고 따뜻했고 그런 느낌에 지희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시후 정찬의 입에서 천천히 입안으로 혀가 들어오고 있었다.
"어..어떡해.."
지희의 첫 키스였다. 지희이 입안에 가득 들어오고 있는 혀는 부드러운 느낌이었지만 지희는 어떻게 해야좋을지 판단이 서지 않고 있었다. 왜 자신이 정찬에게 키스를 했는지도 모르겠고 입안으로 들어와있는 정찬의 혀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채 심장만 눈치없이 쿵쾅거리며 정찬에게 들릴듯이 뛰어대고 있었다.
"혹시 내가.....?"
지희는 어쩌면 자신이 정찬을 좋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정찬에게 키스를 한 것도 그렇고 좋다는 느낌까지는 아니어도 정찬의 입술과 혀가 부드럽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런 생각에 지희가 조금 혀를 움직여 정찬의 혀의 움직임에 작은 응답을 해 보였다. 그렇게구교사의 한 교실에서 그렇게 조용하고도 긴 키스가 이어지고 있었다.
오랫동안의 키스가 끝나고 정찬의 혀가 지희의 입에서 빠져나왔지만 지희는 쉽게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미..미안해.. 』
지희는 정찬에게 키스를 했다는 생각에 발갛게 상기된 볼을 하고서는 미안한 마음으로 고개를 숙인채 조그만 목소리로 정찬에게 말했다.
『처음..이야? 』
정찬의 물음에 지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남자친구 사귀어본적이 한번도 없는거야? 』
또다시 지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정찬을 불러내놓고 정찬을 화나게 만들고 그리고 이렇게 갑자기 정찬에게 키스를 해버리고 말았다는 생각에 지희는 미안한 마음에 부끄러운 생각이 겹쳐들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정찬을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지희의 마음을 알고 있기라도 한듯 정찬이 두 팔을 벌려 지희를 안아주었다.
『자..잠깐만.. 』
지희는 정찬이 자신을 끌어안자 또다시 조금 놀라며 정찬의 품안에서 정찬을 밀어내며 벗어나려고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찬이 지희를 안았던 손을 놓으며 말했다.
『왜? 내가 싫어? 』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내가 널 좋아하는 느낌은.. 이성간의 사랑같은 느낌은 아닌거 같아.. 지애같이 편하고.. 의지할 수 있는.. 그런 좋은 친구같은 느낌... 』
지희는 왜 자신이 정찬에게 키스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정찬을 이성으로서 정말로 좋아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고 있었다. 분명 정찬은 편하고 좋은 사람이고 어쩌면 이성적인 느낌이 들고 있는지 몰라도 갑작스러운 이런 상황은 지희에게 너무 당황스러웠고 두려웠다. 지희가 무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망설이고 있는 사이에 정찬이 지희에게 물어봤다.
『지애하고 키스해본적 있어? 』
『그...그건..... 』
정찬의 물음은 지희를 더욱 당황스럽게 하고 있었다. 가장 친한 친구를 대라면 지희는 당연히 지애를 대겠지만 여자친구인 지애와 키스를 해본 일은 당연히 없었고 그런 생각도 해 본 일이 없었다. 그리고 왜 키스를 했냐고 물어보는 정찬의 질문에 지희의 머리속에는 하나의 답이 떠오르고 있었다. 아마도.. 어쩌면 정찬을 이성적으로 조금은 좋아하는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키스를 한것 같다는 대답이 떠오르고 있었지만 정찬에게 그렇게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건..나도 잘..모르겠어.. 』
『나 역시 왜 너와 키스했는지 잘 모르겠어 난.. 지희 네가 좋아.. 』
지희가 얼굴을 들고 정찬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까 네 얼굴을 봤을때 나도 모르게 마치 내 몸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고 있는듯이 그렇게 너에게 가까워져갔어.. 』
정찬이 말하면서 천천히 지희의 얼굴에 가까워져갔다.
『너도 나와같은 마음으로 키스한거라면 아마도 그건 지애에게 느끼는 친구같은 감정이 아니라 이성간의 사랑같은 느낌이 아닐까? 내가 널 친구가 아닌 이성으로서 좋아하는것과 같이 말이야.. 』
어느새 정찬의 얼굴이 지희의 얼굴과 금방이라도 맞닿을정도로 가까워졌지만 지희는 자신과 똑같이 자신도 모르게 마치 몸이 스스로 움직인것 같다는 정찬의 말에 아마도 그것이 이성간의 사랑이라는 말에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찬의 숨결이 지희의 얼굴에 그대로 느껴지고 있었다.
『한가지만 물어볼게.. 아까 키스할때.. 난 너무 행복하고 기분이 좋았는데.. 너는 어땠어? 나와 키스하는게 불쾌하다는 생각이들거나 기분이 나빴어? 』
『그럼 그게..바로 이성간의 사랑이라는 느낌일 거야.. 』
정찬이 말을 하며 다시한번 지희의 입에 자신의 입을 가져다 대었다. 지희는 자신에게 키스를 하는 정찬을 밀어내거나 거부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정찬의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정찬의 몸이 저절로 자신에게 다가왔다고 말하는 것처럼 어쩌면 지희 자신도 정찬을 이성적으로 많이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정찬에게 키스를 한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과 함께 지희는 이번에는 입속으로 들어오는 정찬의 혀를 살짝 맞아들이며 정찬의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느끼고 있었다.
"부드..럽고.. 따뜻해.."
정찬이 어깨위로 손을 얹는 느낌이 들었다. 부드럽게 어깨를 쓰다듬어주는 느낌에 그래도 조금은 긴장이 풀어지는듯 싶은 느낌이 들었다. 언제나 정찬이는 이렇게 자신의 긴장을 풀어주고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하는구나 싶은 생각에 조금 더 정찬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커져가고 있었다. 그렇게 편한 느낌에 조금씩 몸을 맡기고 있던 순간 어느새 허벅지근처까지 내려온 정찬의 손이 치마속으로 파고 들어오는 것을 느끼자 지희가 깜짝 놀라며 눈을 떴다.
『저..정찬아..!! 』
『왜? 안돼? 』
지희는 아무리 정찬을 이성적으로 좋아한다고 해도 이것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결혼할때까지 순결을 지키지는 못한다고 할지라도 이런 느낌으로 첫번째 경험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정말.. 지희 자신이 원할때 이런 조금은 당황스럽고 얼떨떨한 느낌이 아닌 정말로 사랑하는 느낌으로 첫경험을 하고 싶었다. 만약 정찬이 끝까지 힘으로라도 지희를 어떻게 하려고 하면 어쩌나 싶은 생각에 지희는 조금 겁이 나기도 했다.
『정찬아.. 나.. 어쩌면.... 니말이 맞을지도 몰라... 나도 네말처럼.. 안그럴려고 했는데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것처럼.. 네게 다가갔어.. 니말대로.. 난 친구이상의 느낌으로 너를 좋아하고 있는지도.. 네 말처럼 그래서 내 몸이 네게 다가가는걸 억누르지 못했는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
정찬의 말대로 힘으로 제압한다고 마음먹으면 여기서 벗어나지도 못할 것은 아니었지만 정찬이도 자신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었고 자신도 정찬을 좋아하고 있는것 같기에 지희는 억지로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거나 여기서 벗어나는것보다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 하는게 나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날.. 좋아한다니까.. 그리고 나도 네가 좋으니까.. 솔직하게 말할게.... 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니가 이대로 날 가지려 하면.. 도망가야하는지.. 아니면 널 받아들여야하는지.. 그렇지만.. 니가 정말 날 좋아한다면.. 내..내가 조금..더 순결하고.. 좋은 마음으로.. 네게 다가갈 수 있게.. 나..날 도와줬으면.. 좋겠..어.. 』
지희는 말을 끝냄과 함께 치마속에 들어가있는 정찬의 손을 잡고 있던 자신의 손을 놓았다. 지희가 정찬에게 한 말은 지금의 솔직한 지희의 심정이었다. 여기서 이렇게 첫번째 경험을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느정도 정찬을 좋아하는것 같은 마음을 인정한 이상 되도록 정찬이 스스로 여기서 멈추고 자신의 순결을 지켜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지희는 정찬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하지만 정찬이 여기서 그만둔다는 보장도 없었고 만약 계속해서 지희를 원한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흐윽.. 』
정찬을 바라보며 정찬의 대답이나 행동을 기다리고 있던 지희는 팬티위로 무엇인가 스쳐지나가는 느낌에 낮은 소리를 내며 눈을 감고 몸을 떨었다.
"안되나보구나.. 이제.. 난 어쩌면 좋지?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왠지 지희는 정찬의 행동을 막을 용기도 나지 않고 그렇다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이곳에서 벗어날 용기도 나지 않았다. 어찌해야할지 모르고 몸만 계속해서 떨리고 눈물마저 나올 것만 같았다. 이제 아마도 조금 있으면 정찬의 손이 팬티를 벗겨내릴거라는 생각에 지희는 떨리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지희의 머리속에는 무섭고 두렵다는 생각과 함께 오로지 제발 정찬이 여기서 그만 둬줬으면 싶은 생각만이 간절해지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떨고 있던 지희는 치마속에서 손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다행스럽게도 정찬의 손은 더이상 파고들어오지않고 그대로 치마바깥쪽으로 빠져나갔다.
『니뜻대로 할게.. 난 니가 너무 좋으니까... 』
지희는 금방이라도 정찬이 덮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인지 다행스럽다는 생각과 함께 자신의 뜻을 존중해준 정찬이 너무 고마운마음에 몸을 살짝 일으켜 정찬의 입에 가볍게 입맞춤을 해주었다. 그리고 또다시 잠시동안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듯 싶었다. 어색한 침묵속에서 지희는 자신이 싸온 도시락이 눈에 들어오자 아직 정찬이 도시락에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정찬에게 말했다.
『아참..배고프지 않아? 』
『어..그러고보니 하나도 안먹고 있었네.. 』
지희가 샌드위치를 하나 집어들고 정찬의 입에 가져다 대주자 정찬이 입을 열어 지희가 주는 샌드위치를 베어물었다. 샌드위치를 베어물고 오물거리고 있는 정찬을 지희가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맛..있어? 』
『다행이다.. 』
지희는 맛있다는 정찬의 말에 기분이 좋았다. 무얼 좋아할지 몰라서 이것저것 해오긴 했지만 전에 봤을때 집이 상당히 부유한 편인듯한 느낌에 어쩌면 입맛이 까다로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은 걱정을 했던 지희였다. 샌드위치를 먹고 있던 정찬이 자신이 베어물고 남은 샌드위치를 지희의 손에서 뺏어들고는 지희의 입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너도 먹어봐.. 』
정찬이 맛있다며 먹어보라고 하자 맛있다는 정찬의 말에 기분이 좋아진 지희는 정찬이 준 샌드위치를 한입에 쏘옥 넣으며 웃어보였다. 그렇게 둘은 서로 샌드위치와 초밥을 먹여주면서 웃기 시작했고 어느새 지희는 편한 마음에 정찬에게 팔짱을 끼고 있었다. 이런 편한 느낌.. 좋은 기분.. 따뜻한 느낌.. 어쩌면 정찬의 말대로 이런 느낌이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지희는 생각했다.
『또 만들어 줄까? 』
그렇게 구교사의 한 교실에서 지희는 조금씩 친구 이상의 느낌으로 정찬에게 마음을 열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