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저편에서..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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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그녀와의 두번째(?) 만남
시간은 어느덧 흘러 새벽 3시 2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응급실 침대에 누워 새근 새근 자고있는 그녀를 나는 계속 쳐다보고만 있을뿐이었다.
"악몽이라도 꾸는걸까?" 그녀는 자는 도중 인상을 찌푸리기도 하고 입을 움직이기도 하였다.
그러고 보면 그냥 아무 이상없이 기절한것도 같았다.
그러다 다시 행복한듯이 꿈꾸며 안정적인 호흡을 유지하고있는게 웃기기도 했다.
"이럴거면 왜 들쳐업고 응급실까지 왔을까.."
지금 그녀의 상태는 너무도 편한 숙면을 취하고 있는듯 보였다.
난 죄지은 사람처럼 옆에 앉아 계속 쳐다보는 일밖에 할수 없었다.
10분이나 지났을까.. 그녀의 손이 움찔하는걸 난 볼수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그녀의 손이 자연스레 그녀의 얼굴로 향하였고..
그녀의 눈이 살며시 떠지며 밝은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는 손으로 눈을 막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그녀는 혼자 중얼 거리듯 말하며 얼굴을 돌렸다.
그녀는 나를 보았을까? 서서히 그녀의손이 치워지며 나를 쳐다보는걸 알수있었다.
그리고 나를 기억하려는듯 조용히 쳐다보고있었다.
화들짝 놀래며 그녀가 벌떡 일어났다. "앗! 이상한 아저씨!" 난 웃음이 터져나오려는걸 참았다.
"아저씨가 뭐에요? 나 아직 30살도 안됐는데." "에이 그렇게 안보이는걸 뭐.. 아저씨 노안이에요?"
울컥했다. 아니 솔직히 내가 노안인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리 쉽게 나에게 노안이라고 하다니.
"아.. 아니라니까는.. 그것보다 아가씨 이름이 뭐에요? 아까 서류에 작성 하려다 이름 못적었는데.."
"으응? 그럼 서류는 어떻게 작성했어요? 이름 모르면 안될텐데?"
"그냥 처음 본 사람이라고 하니까 내 이름만 적으면 된다길래.."
"서류좀 가져다 주시겠어요?" 멍한 눈으로 쳐다보는 나를 보며 한마디를 했다.
"아저씨가 나 기절하게 만들었으니 그래도 돼잖아요?"
순간 뜨끔하며 "그러죠 뭐.. "하고 일어날수 밖에 없었다. 간호사에게 이야기 하며 서류를 받았다.
그리고 돌아와 서류를 그 소녀에게 건냈다. "에엥? 이게뭐야? 아저씨가 내 남친?" 헉! 그녀는 서류를 가장먼저 관계라 적힌
부분을 봤나보다. 나는 모른척 하며 헛기침만 해댔다. "아저씨. 어째서 아저씨가 내 남친인거죠?" 하며 그녀는 장난스런
눈길을 보내왔다. "어?어.. 그거 그.."우물쭈물 하는 나를 보며 소녀는 장난스런 모습으로 더욱 더 부추기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거 뭐요?" "어어 그게 그러니깐..""아 그러니까 그게 뭐요?" "아니 기타 란 괄호가 너무 작잖아.
그래서 그냥 차라리 남친이 낫지 않을까 해서 그랬지.." 소녀는 순간 실망한듯한 눈빛으로 입을 삐쭉이며 다시 서류에 눈길
을 가져갔다.
"에이.. 난또 뭐라고.. 난 아저씨가 나 맘에 들은지 알았는데?" 그녀의 혼자 중얼거림을 들으며 아차 싶으며 아까 일어났던
일이 다시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다가 섰던일.. 그녀를 마음대로 끌고 나갔던일..
그녀를 업고 응급실까지 뛰어왔던일..
"야.. 근데 너 보기보다 무겁더라? 여기까지 뛰어오는데 죽는지 알았어!"
"에? 뭐요? 아니! 기절시켜놨으면 당연히 업고 와야지!
숙녀의 몸이 무겁다니! 할소리에요? 아저씨?" "크흠.. 아니 뭐 그렇게 화를낼꺼 까지야 농담이야 농담.."
"아저씨 내 나이가 얼만지 알아요? 모르죠? 이래뵈도 어엿한 23살이라구요!" "컥!" 사실 난 25살이다.
23살이라니 나랑 두살차이밖에 안나는데 왜이리 얼굴이 차이가 나는지 원.. 누군 동안이고 누군 노안이라니..
하늘이 무심하기도 했다.
"야! 그러면 넌 왜 그나이 먹도록 동안인건데? 꼬맹이인지 알았더만"
"누가 할소릴? 아저씨 나이는 그럼 얼만데요? 아저씨 실제 서른 넘었죠?"다시 장난스런 눈길로 나를 보는 그녀..
"야 아니라니깐? 나 올해 이제 25살이야! 내가 어딜봐서 서른이 넘었다는건데?""으응? 뭐야 그럼? 나랑 두살밖에
차이 안나는데 이렇게 노안이란거야? 아저씨 피부 관리 안하죠?" 또다시 아저씨란 소리에 난 울컥 하고말았다.
"야! 자꾸 아저씨 아저씨! 할래? 자꾸 그럼 너도 아줌마라 부른다?" "흥! 어디 한번 불러봐요! 복수해줄테니깐!"
하며 혀를 쏙 뺐다가 다시 집어넣는 그녀 너무도 귀여웠다. "쳇! 어디한번 복수해보시지? 아줌마? 앙?"
"어쭈? 노안 25살아저씨 아깐 나 납치할라 그랬죠? 확 경찰에 연락때린다?" 움찔 하며 난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읍..읍 왜이래요? 아저씨 맞잖아?"난 당황했다. "아..그런게 아니라니깐.." 난 대답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사람들은 다들 서로 이야기 하며 정신이 없는듯 보였다. "그럼 뭔데요? 왜 아까 나 잡아갈라 그랬어요?"
"킁.. 그게 아니라 너가 거기에 서서 혼자 떨고있었잖아. 그래서 도와주려고 잠깐 딴데로 데려 갈라 그랬던거야.
그게 어떻게 납치야?" "에이~ 아니잖아? 난또 뭔 전문 납치범인지 알았네 뭐." 또다시 그녀의 입이 삐쭉거렸다.
"야 근데 너 서류는언제 작성할거야? 나랑 이렇게 말다툼할 시간에 다했겠다." "아! 맞다."하며 그녀의 손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새하얗고 가느다란 팔.. 거기서 이어지는 손목.. 또다시 이어지는 그녀의 손..
애기의 손처럼 작고 예쁜 손이었다.
"자 다됐어요. 거기에 있는 이름이 제 이름이에요. 정.미.경! 앞으론 미경이라 부르시면되요.
갖다주세요. 가짜 남친님~!"하며 입술을 내미는 그녀.. "근데 내이름은 안보냐? 왜 니이름만 알아야 하는건데?"
"아 아저씨 이름도 봤거든요? 윤 민! 맞죠?" "킁.. 빨리도 봤네.. 갖다주고 올께." 나는 서류를 받아 다시 간호사에게
갖다주었다. 간호사는 서류를 한동안 훑어보더니 대뜸 "음.. 이상하네..""네? 뭐가요?"
"아니 댁같은 아저씨가 왜 저런 꼬마애랑 .."난 다시 울컥 할뻔했다. "저 아저씨 아니거든요? 저 이제 25살이에요."
하며 신분증까지 보여주었다. "아..아 네. 전또 30살이신지 알았네요."
"그리고 쟤 23살이거든요? 두살차이 나는데 애인 하면 안됩니까?" 하며 뒤돌아서서 가려는순간
"어머~ 저나이에 동안이네~ 남자친구분은 애기같아서 좋으시겠어요~" 화를 내려고 돌아서려는데
미경이가 앉아서 실실쪼개며 나를 쳐다보고있는걸 보았다. 순식간에 미경이가 나에게 "아저씨 맞죠? 노안인데!"
하는 모습이 내 머릿속에서 오버랩되며 그녀의 체리 같은 입술이 생각났다.
그당시 나는 내가 왜그랬는지 모른다.. 나는 내 180cm 장신의 긴다리로 미경에게 성큼성큼 다가섰고,
그녀는 나의 긴 장신때문인지 형광등 아래에 그림자에 가려졌다.
나는 그녀를 쳐다보자마자 헤쭉거리는 체리입술을 내 입술로 덮쳐버렸다.
깜짝놀란 미경이의 눈이 커지고 당황한듯 양팔을 허우적거렸다. "웁..웁.."그러다 미경이의 입이 살짝 벌려진듯
느껴졌고 무언가 달콤하며 물컹한게 내 입속으로 들어오는걸 느꼈다. 놀란나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듯
그 달콤함을 음미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혀로 그 달콤함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려는듯 입안속 애무를 시작했다.
미경이의 양팔이 어느새 허우적댐을 멈추고 나의 목을 감싸오는걸 느꼈다.
나는 그 달콤함을 계속 유지 하고싶었지만 이제 그만 입을 떼어야 했다.
슬며시 입을 떼어내자 미경이는 눈을 크게 뜨고 "후아~ 아저씨 키스 잘하네요? 어디서 배웠어요?"
나는 그말에 대답을 하지않고 간호사 쪽을 돌아보며 승리의 미소를 보여주었다.
내가 그렇게 돌연히 그녀와 키스를 할지는 생각도 못했다는듯 간호사는 깜짝놀란 얼굴로 우리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미경이의 귀에다대고 나직히 속삭였다. "간호사가 나를 자꾸 노안이라 부르길래 말야 울컥해서 그랬어."
내가 그러고 있는걸 간호사쪽에서 보면 우린 또다시 키스를 하는것처럼 보일것이다.
나는 소리를 내지않고 피식 웃으며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응급실용 침대위엔 장난끼 가득한 발그레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미경이 있었다. "그럼 쇼한거네요?" 하며 미경이는 침대위에서 배를 잡고 웃었다.
간호사쪽에서 미경이를 보면 미친게 아닐가 싶을정도로 미경이는 이젠 아예 뒹구르기까지 시작했다.
어느정도 웃음이 멈춘듯 미경이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그 체리같은 입으로 이야기했다.
"키스까지 했으니 이젠 진짜 남친이네? 흐음.. 나 책임질수있죠?"
"아..아니 요즘같은 세상에 키스만 했다고 책임지라고 하는건 뭐야? 조선시대도 아니고 말야."
"으응? 아저씨 생각외로 쿨하네? 하긴 뭐 요즘엔 다 그렇지. 중세시대처럼 플라토닉사랑을 하는것도 아니고 말야."
꼬맹이 같은 얼굴에 성숙한 답변을 하는 미경의 얼굴을 쳐다보며 나는 중얼거렸다.
"지도 쿨하구만 멀."
2장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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