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노마키아 - 1부(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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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하아.. 하아.. 하아.. 』
경희는 가쁜 숨을 연달아 내쉬고 있는 미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술집에서 보기만 해도 몸이 떨려오는 그런 엄청난 전투를 치르고 미나는 경희를 안아들고 경희의 집을향해 빠르게 날아왔다. 남자에 의해 거의 다 죽어가는듯 보이던 미나는 마지막순간에 주위의 공기들마저 놀라 요동칠정도로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발휘해 남자의 굵은 성기를 몇가닥으로 조각내 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능력자라고는 해도 그만한 힘을 한순간에 집중시켜 발산해 내었으니 힘이든것이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경희의 앞에서 가쁘게 숨을 내쉬고 있는 미나의 모습.. 단지 과도하게 힘을 발산한 탓으로 지쳐서만은 아닌것 같았다.
『가...볼게..요.. 』
경희를 침대에 내려놓은 미나가 뒤돌아 섰다. 전투가 벌어진 술집에서 경희의 집까지 정말 호흡하기가 곤란할정도로 빠르게 날아와버린 미나였지만 경희를 내려놓고 돌아서는 모습은 조금전 그렇게 강한 기운을 발산했던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정도로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다. 마치 전장에서 패배하고 돌아서는 장수와도 같이 힘없고 떨리는 모습이었다. 경희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돌아선 미나를 뒤쪽에서부터 강하게 끌어안으며 말했다.
『가..지마.. 내 곁에.. 있어줘.. 그날처럼.. 』
미나는 경희의 뜻밖의 행동에 그 자리에서 멈춰섰다. 쾌락을 참아내느라 눈에 감도는 생기마저도 모두 써버린듯 혼탁해져 있던 미나의 눈이 조금 커졌다. 몇년동안이나 거의 매일같이 봐왔던 선생님이었지만 미나로서 선생님과 대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지금 그날처럼..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언젠가 미나가 자신과 같이 했었던 경험이 있는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미나가 돌아서며 경희를 바라보았다.
『아까.. 그 남자가 한 말 들었어.. 그렇게 가버리면.. 넌 어떻게 하려구... 』
사실 미나도 이런 자신의 몸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이곳을 나가서 어떻게 해야 이렇게 온 몸이 달아오르듯 끓어오르고 있는 이 미묘한 감정을 해소시켜야할지 막막하기만한것은 사실이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아무 남자나 붙잡고 자신의 몸을 내맡기고 싶은 평소에는 절대 할 수 없는 어이없는 생각이 들어오고 있을 정도로 쾌락이 불러일으키고 있는 욕구는 강렬했지만 억지로 모든 힘을 다해 참아내고 있는 중이었다.
『흐으윽.. 』
미나가 당황스런 표정을 지어보이며 몸을 떨며 신음소리를 흘려내었다. 경희가 마주보고 있던 미나를 다시 강하게 끌어안은 것이었다. 경희의 볼륨감있는 가슴이 압박하듯 미나의 가슴을 눌러오기 시작했고 그것은 미나의 쾌락을 더욱 빠르고 강렬하게 자극하기 시작했다.
『아..안돼요.. 하아..하아.. 이..이러면.. 하아.. 』
『서..선생...님? 』
미나는 경희의 말뜻을 이해할 수 있을것 같았다. 보통때같으면 선듯 이해하기 어려울정도의 말이 경희에게서 튀어나왔지만 경희의 가슴에서부터 비벼지듯 눌리며 전해지는 감정에 그리고 거의 벗겨지다시피 앞섶을 풀어헤쳐진 경희의 모습은 그것을 보고있는 미나를 다른 형태로 자극하고 있었다. 경희의 가슴과 복부가 미나의 상체에 그대로 밀착되어 있었고 비록 미나가 옷을 입고 있었지만 가득이나 흥분되어있는 상태에서 그런 모습을 하고 자신에게 밀착되어 있는 경희의 모습을 보니 경희와 미나의 부드러운 살 사이에 있는 얇은 천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듯 경희의 튀어나온 유두의 형태가 그대로 느껴질만큼 경희의 몸의 느낌이 그대로 미나에게 전해져오고 있었다.
『언제나 네게 도움만 받았지만.. 이번엔.. 내가 도와줄게.. 그렇게 하게 해줘.. 지희야.. 』
온 몸을 덮어버린 흥분감에 눈마저도 파르르 떨리고 있던 미나의 눈이 놀란듯 커져버렸다. 선생님의 입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미나의 본명이 나와버렸다. 미나가 선생님이 자신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사실에 너무 흥분하고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자신도 모르게 평소에 경희를 부를때처럼 선생님이라고 불렀었지만 그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 못하고 있던 미나는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듯 말하는 경희의 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어..어떻게..? 』
경희가 미나의 입에 자신의 입을 가져다 대었다. 경희의 입술과 미나의 입술이 서로 맞닿으면서 경희의 입술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에 이어 입술이 열리면서 경희에게서 전해지는 체온이 따뜻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경희가 미나와 입을 마주한채로 입술을 부르듯이 살짝 미나의 입안에 있는 공기를 흡입하자 자연스럽게 미나의 입술이 경희의 입속으로 딸려오듯 전해져갔다.
미나의 몸속에갖혀 온 몸에서 피부를 뚫고 밖으로 나올듯이 날뛰던 흥분감들이 경희와의 키스를 통해 탈출구를 찿은듯 일제히 미나의 붉은 혀로 몰리면서 경희에게 흡수되는듯한 느낌과 함께 그 흥분감에 섞여 자신의 존재마저도 경희에게 딸려들어가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미나는 그 느낌이 싫지만은 않았다. 자신의 앞에있는 사람이 여자라는 사실이 그리고 선생님이란 사실이 조금 전까지 미나를 당황스럽게 한 것도 사실이지만 미나에게 소중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사실때문인지 싫은 느낌은 아니었다. 경희의 키스에 다리가 풀려버리기라도 한듯 스르르 아래쪽으로 무너져내리기 시작하는 미나를 경희가 침대에 눕혔다. 미나는 양 볼을 발갛게 상기시킨채 숨을 몰아쉬며 경희를 보고 있었다.
『서..선..생님... 우..우리.. 이..이래도 되..되는거에요? 』
『우리.. 선생..제자..여자.. 이런거 다 잊어버리자 지금은.. 성행위 섹스 이런 생각도 하지말자.. 그냥.. 내가 널 치료한다고 그렇게 생각하자.. 난 이렇게 너에게 구원받았는데.. 날 구해준 너는 돌아가서도 고통에 몸부림칠걸 생각하니까.. 도저히 널 그대로 보낼 수가 없을것 같아.. 』
경희가 길게 흘러내린 미나의 앞머리를 사랑스럽게 옆으로 쓸어넘겨주자 경희의 그 작은 손길에도 미나는 심장이 강한 비트를 발산하는 스피커처럼 쿵쾅거리며 뛰어갔다.
『가능하다면.. 나한테.. 네 몸속에 있는 걸.. 발산해.. 다 쏟아부어내.. 내가 네게 해줄 수 있는건.. 이것밖에 없으니까.. 이것으로라도... 』
또다시 경희의 입술이 미나의 입술을 살포시 덮어주자 조금 전까지 당황스러움이 섞여 있던 미나의 행동도 조금은 부드럽게 경희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는듯 보였다. 옆으로 늘어트리고 시트를 꼭 움켜잡고 있던 미나의 손이 스치듯이 경희의 목을 감아들었다.
『선생님 입술.. 너무 부드러워요.. 』
경희와 미나가 침대위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침대위에서 서로를 원하는듯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이런 상황때문인지... 아니면 아직도 조금은 미나의 입에 남아있을지 모르는 그 남자의 정액의 효과때문인지 발갛게 볼을 붉히고 경희를 바라보는 미나를 보고 있자니 경희도 조금씩 흥분이 되는듯한 느낌을 감출수가 없었다.
경희가 미나의 검은색 티를 끌어올리며 벗겨냈다. 상당히 매끄러우면서도 부드럽게 미나의 피부를 감싸고 있는듯한 검은색의 천은 상당히 얇으면서도 몸을 살며시 감아돌듯 미나의 피부에 덮여져있었고 금방이라도 찢어질듯이 얇고 부드러운데도 미나의 오똑한 유두가 옷밖으로 그 모양이 내비춰지지 않고 있었고 온 힘을 다해 잡아당겨도 찢어지지 않을것만 같이 탄력이 있는것 같았다.
옷속에서 드러난 미나의 피부는 능력자가 변신한 상태에서의 피부라서 그런것인지 아니면 지희의 피부가 원래 고운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살짝 스치기만해도 금방이라도 더러워질듯이 하얀 피부가 미나의 호흡에 맞춰 숨을 쉬고 있었다.
『천천히 할게.. 우리 둘다 처음이니까.. 놀라지 않도록... 』
경희의 말에 미나가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이자 경희가 다시 시선을 미나의 가슴쪽으로 내려 앙증맞으면서도 볼륨감있게 솟아올라있는 미나의 가슴을 살며시 입으로 덮고는 천천히 빨아들였다.
『흐아아앙... 』
마치 울음소리인듯한 소리를 내며 미나의 몸이 비틀리고 꺾여가기 시작했다. 미나의 솟아오른 봉우리를 입에 물고 두 손으로 미나의 몸을 닦아내주듯이 어루만져주고 있는 경희는 미나의 연하고 부드러운 피부의 느낌을 놓치기 싫은듯 흡착되듯이 미나의 몸에 휘어감기고 있었다.
『시..심장이 터질것만.. 같...아요. 』
미나는 남자의 정액의 약효에 취한듯 경희의 부드러움에 취한듯 어쩔줄 몰라하면서도 경희의 움직임에따라 몸을 내맡기고 있었다. 여성은 물론이거니와 남성과도 한번의 섹스나 심지어 키스조차 경험이 없었던 미나는 이런 감정들이 두렵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시간이 조금씩 지날수록 미나는 한가지 확신할 수 있는것이 있었다.
왜 이런 생각이 확신처럼 미나의 머리속에 드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건 지금 자신을 안아주고 있는 경희가 미나를 정말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애정이던지 아니면 선생님으로서 제자를 사랑하는 사랑이던지 그것도 아니라면 가끔 경희가 지희에게 말한것처럼 언니가 동생을 사랑하는 그런 사랑인지 모르겠지만 경희가 지희를 많이 아끼고 사랑해주고 있다는 것만은 확신할 수 있을것 같았다.
그 증거로 미나의 몸속에서 수십만마리의 작은 벌레들이 촘촘하게붙어서 물결치듯 팔딱팔딱 뛰어대는것처럼 울렁이며 온 몸을 콕콕 찔러오듯 자극해대던 흥분감이.. 그 쾌락 자체만으로 미나를 죽여버릴것만 같이 자극적이고 격렬한 쾌감이 지금 경희의 부드러운 키스와 손길에의해 가라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금 전까지만해도 미나의 몸은 사람들의 손길과 발길에의해 더렵혀지고 거칠어진 바닷가의 모래사장에 불어온 거친 폭풍으로 작은 모래알 하나 남기지 않고 흔적없이 해안가를 쓸어버릴듯한 그런 느낌이었는데 지금 경희의 손길에 의해 미나의 몸속에서 느껴지는 것은 마지막 모래한알 마저 없애 모래사장의 흔적마저 없애려는 그런 강렬한 폭풍같은 느낌이 아닌 잔잔하게 해안가로 천천히 밀려들어와 조금씩 사람들이 남긴 흔적을 지워나가며 사람의 손길이 닿기 이전의 깨끗한 모래사장으로 돌려놓는듯한 그런 느낌으로 미나의 몸속에서 날뛰던 그것들이 변해가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자신의 선생님이라는 생각에 그리고 자신과 같은 여자라는 생각때문에 들었던 약간의 거부감마저도 그 따뜻함과 잔잔함에 녹아들어버리는것 같았다. 어떤 성행위를 하고 있는 느낌이라기보다 자신을 많이 좋아하고 아껴주는 언니가 따뜻하게 안아주고 있는듯한 느낌이 미나에게 전해져 들어왔다. 그와함께 얼마전 옷장에서 경희가 했던 말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언..니.. 』
미나의 입에서 자그만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정말 들릴듯말듯 작은 목소리였는데도 그 목소리는 쉽게 사라지지않고 경희의 귓가를 맴돌며 계속해서 경희의 고막을 진동시키고 있었다.
『너.. 지..지금? 』
『언니... 한번만 안아봐도..돼요? 』
한번쯤 그냥 지나가는 말으로라도 들어보고 싶었지만 오히려 자신이 선생이었기에 쉽지 않았던 그 말이 미나의 입을통해 경희에게로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경희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것같은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미나의 손이 다시 경희의 몸을 감싸며 두 여자의 몸이 하나가 되어버리는듯 밀착되었다. 서로의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음미하듯 그 둘은 눈을 감고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사실 언니 한명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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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는 잠들어 있는 지희의 머리를 쓸어넘겨주고 있었다. 아직 미나의 모습인 채로 경희의 팔을 베고 누워있는 모습은 엄청난 힘을 가진 능력자라기보다 그저 엄마의 품에 안겨있는 평범하고 작은 소녀같은 모습이었다.
『으음... 』
눈을 뜬 미나가 경희와 눈이 마주치자 잠들기전의 일이 생각이 났는지 얼굴을 붉히며 경희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부끄러운가보구나? 』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미나를 꼭 안아주며 경희는 자신도 미나와같은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랬다면 그런 일은 당하지 않아도 됐을테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자신이 도움을 받는쪽이 아닌 도움을 주는 쪽이었을테니까..
『고마워.... 나도 너처럼 힘이 있었다면... 』
마음 한편에 자신도 미나와 같은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경희의 마음과는 정반대의 말을 미나가 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을 공격했던 남자도 자신에게 힘이 생긴걸 기뻐했었고 자신도 조금 전 그런 생각을 했었기에 미나의 말은 경희에게는 조금 의외였다. 키가 큰 사람이 키가작아 고민인 사람에게 키가 커서 불편하다고 투덜대는것처럼 경희는 그냥 미나가 아직 어려서 미나가 가진것이 얼마나 의미있는 것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선생님한테 갈 때.. 많이 고민했어요.. 선생님을 도와드리고 싶은데 능력자도 아닌 보통 사람한테 이런 힘을 써도 되는건지... 』
미나는 말끝을 흐리고 말을 잇지 못하며 몸을 떨고 있었다. 경희는 자신을 구하러 들어온 미나가 분노하고 있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의 미나는 분노에 미쳐버린듯한 눈을 하고 있었고 그 눈을 바라보던 경희는 분명 미나가 그들을 죽일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의 모습이 머리속에 그려지는 한편 미나가 한 말중에 "또다시"라는 단어가 계속해서 경희의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너.. 설마..? 』
『처음에.. 내게 이런 힘이 있다는걸 알았을때는.. 너무 좋았어요.. 힘도 스피드도 주체할수 없을정도로 빨라지고 새처럼 날아다닐 수도 있고.. 내 힘을 좋은일에 써야겠다고.. 가디언언니들처럼 되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
『하지만 처음으로 능력자와 싸우던 날.. 나...나는 그 사람을..... 』
미나가 경희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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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가 처음 능력자와 싸우던 그 날... 상대는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미나에게 패배했다. 하지만 미나와 싸운 그 사람은 다시 눈을뜨지 못했다. 아무리 능력자에 나쁜 사람이라고는 해도 그 역시 사람이었고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은 미나에게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능력자들끼리의 싸움에서 한쪽이 죽는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었지만 죽어있는 사람의 모습은 미나의 눈에 능력자의 모습이 아닌 그냥 하나의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
그 사건에 한동안 한국 전체가 술렁였다.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이 아닌 한국내에도 정의의편에선 능력자가 나타났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 능력자가 여자라는 사실에 여론과 사람들의 관심이 미나에게 집중이 되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사람이 죽은 일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미나가 사람을 죽였음에도 여론은 미나를 미화하고 사람들은 그녀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미나는 내심 다행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람을 죽인 자신을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두렵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이후 능력자와의 싸움에서 미나는 큰 어려움 없이 승리해나갔지만 처음 자신이 죽였던 사람의 모습은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미나는 지금껏 만났던 능력자들보다 강한 능력자를 만났다. 미나는 쉽게 그를 공격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다른 능력자들을 상대하던것과 같은 공격으로는 남자는 쓰러지지않았고 남자를 쓰러트리기위해 공격에 강하게 힘을 실을때마다 자신이 죽였던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때마다 미나의 공격은 주춤거리며 멈춰섰다. 그렇게 망설임을 가득 안고 싸우던 미나는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고 결국 위험한 상황까지 몰리게 되자 미나는 처음으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미나가 정신을 차렸을때 상대는 이미 미나의 손에의해 죽어있었다. 죽을거라는 생각에 살고싶다는 생각에 미나는 제 정신이 아닌듯 본능적으로 힘을 제어하지않고 써버렸고 미친듯이 상대를 공격해댔다. 정신을 차린 미나는 조금 전 악마와같은 모습으로 변해 남자를 공격하고 있던 자신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아니.. 정신을 차린 그 순간까지도 미나는 계속해서 남자를 내려치며 남자가 뿌린 피를 그대로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며 미나는 또다시 절망감에 빠져들어야 했다. 그런 일이 있은 이후 매일같이 괴로워하던 미나는 오래전 엄마가 했던 말을 기억해 냈다.
"힘을 가진다는 건.. 그만큼의 책임과 짐도 같이 짊어진다는 것... 그런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이 힘을 가진다는건.. 결국 세상을 혼란스럽게 할 뿐.. "
TV에 나오는 가디언언니들을 보고 좋아하며 자신도 저런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던 지희를 보고 엄마가 지희에게 해줬던 말이었지만 이제 엄마의 그 말은 그대로 자신에게 다가왔고 그렇게 미나는 두 명을 죽인 짐을 짊어지고 말았다. 그 때 엄마가 했던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것도 같았지만 어떻게 자신의 힘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지희는 자신이 그리고 자신이 가진 힘이 두렵게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날 이후 지희는 되도록 미나로 변하는 일은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다행스럽게도 미나가 두번째로 죽인 그 능력자는 악인이긴해도 능력자체만으로는 꽤 강한편에 속해서인지 그가 미나에게 당한 이후 특별히 눈에띄게 활동하는 능력자는 나타나지 않았기에 미나로서 활동할 일도 없었고 그렇게 미나는 되도록 사람을 죽였던 그때의 일을 기억속에서 지워버리면서 조금씩 안정되고 있었다.
그렇게 특별한 일이 아니면 절대로 다시 그 힘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미나였지만 경희의 일을 보고는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자신이 결심을 한것을 깨야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지만 상대가 일반인이라는 사실이 그런 사람에게 힘을 쓰면 예전과 똑같은 일이 생길것만 같아 두려운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자신때문에 그렇게 된 선생님을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기에 다시 미나로서 힘을 사용하기로 결심한 그 때 미나는 또다시 두번째 능력자를 죽인 그때와 같이 스스로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사람을 그것도 일반인을 죽일뻔 했다. 지희는 어쩌면 미나가 되는 순간부터 그들을 죽일 생각이었거나 죽이고 싶어했는지도 몰랐다. 룸안에 들어가 상상도 하기 어려운 수모를 당하고 있는 선생님을 보자 폭발했다고는 하지만 이미 그 전에 사무실에서도 그들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억제하기는 어려웠다는걸 미나는 알고 있었다. 특히나 미나의 모습을 하고있을때는 지희의 모습일때와 다르게 느끼는 감정이 엄청나게 빠르고 크게 증폭되어 스스로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자신이 아닌듯이 힘에 미쳐버린듯한 이런 감정이 특히나 미나에게는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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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일 생각은 아니었는데.. 정말로..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
그 당시의 일이 생각나는지 미나는 경희의 품에서 울먹이고 있었다. 아무리 능력자라고는 해도 아직 마음이 여린 소녀였고 이런 여리고 착한 아이가 살인을 했다고 느꼈을때 그것이 얼마나 충격적이고 받아들이기 힘들었을지 경희는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것도 같았다.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것도 같아.. 하지만 나쁜 사람이었잖아.. 그 사람들은 그 벌을 받은것 뿐이야.. 』
『최선을 다한다면.. 그러면 되는거라고 생각해.. 그런데도 누군가 희생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일거야.. 힘들겠지만 생명의 무거움을 벗어버리지만 않는다면 그 소중함만은 잊지않는다면 그걸로 최소한 네 힘에 대한 책임을 지는거라고 난 생각해.. 혼자 모든걸 짊어지려고 하지마.. 지금까지는 너 혼자였겠지만.... 언젠가는 지금의 나처럼 널 믿고 도와줄수 있는 사람들이 나타날거야.. 난 비록 능력자같은건 아니지만 지금부터는 선생님도 열심히 응원할게!! 』
경희는 그렇게 미나를 안아주었고 울고있던 미나도 조금씩 안정이 되어가는듯 보였다. 미나에게 그런 말을 해준 경희였지만 막상 경희는 힘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은 했봤지만 미나와같은 생각은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것 같았다. 힘에대한 책임이라든지.. 생명이라는 것이라든지.. 지금까지 경희는 능력자들끼리의 싸움에서 누군가 죽으면 워낙 특별한 힘을 가진 사람들의 싸움이니까 그런것이 당연하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신보다도 훨씬 어린 이런 아이가 그런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조금은 놀라웠고 자신의 품에 안겨있지만 어쩌면 자신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성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신이 왜 하필이면 이런 어린 아이에게 그런 힘을 줬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선생님 』
『아... 』
경희가 미나의 말에 재밌다는듯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리고 방금전까지 그렇게 어른스러워 보이던 미나가 또다시 순진한 어린아이처럼 느껴지기 시작하자 세상에 모든 능력자가 이 아이와 같다면 어쩌면 정말 살기 좋은 세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희의 비밀이 선생님한테 밝혀져 버렸으니.. 선생님도 비밀 하나 알려줄까? 』
지희도 경희도 이제는 많이 안정이 되고 편안해졌는지 서로에게 장난을 치고 애교를 부리며 그 남자들이 경희를 찿아오기 이전의 경희와 지희로 돌아간듯 보였다. 지희는 애교섞인 목소리로 비밀을 알려달라고 조르고 있었고 경희는 그 모습이 귀여운지 지희의 볼을 꼬집어주고 있었다.
『이제 나만 알고있던 비밀을 말해줄게.. 사실 내가 거기서 정신을 차렸을때 네가 나에게 선생님이라고 부르기 이전에 난 이미 네가 지희라는 걸 알고 있었어.. 』
『아.. 그럼 그 때.. 저한테 조심하라고 했던 게... 』
지희의 머리속에 술집의 룸에서 있었던 일 중에 한가지가 떠올랐다. 지희가 남자의 다리사이에서 튀어나온 뱀과같은 모습을 한 성기에게 당하기 직전 경희가 "다리사이에 있는 저것.." 이라는 말을 하며 지희에게 위험하다고 소리쳤었지만 막상 지희가 그 남자를 봤을때 남자의 다리사이에서 특별한 이상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이후 정말 경희의 말대로 남자의 다리사이에서 뱀과같은것이 튀어나와 지희를 꼼작하지 못하게 만들었던것이 지희의 머리속에 떠올랐던 것이다.
『응.. 그 남자를 처음 본 날 느꼈었는데 그 때 난 앞으로 당할 일이 너무 무섭고 징그러워서 그런 착각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 아니었어.. 그 남자의 능력이 내 머리속에 투영되어서 마치 진짜 그런 것처럼 그렇게 느껴졌던 거였어.. 』
『아... 』
지희는 어떻게 경희가 미나의 모습을 하고있는 자신이 지희라는 것을 알아봤는지 알 수 있을것 같았다. 경희가 지희의 모습일때의 자신에게서 어떤 이미지를 떠올렸다면 자신이 미나로 변신을 했다고 해도 결국 같은 사람이니까 지희에게서 떠오른 이미지가 그대로 똑같이 미나에게서도 떠오르게 될테고 그렇다면 미나가 지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것이라 생각했다.
『그럼.. 저에게도 어떤 이미지가 떠올랐다는 말씀이시네요? 』
지희가 또 멋적은듯 웃어보였다.
경희는 언제나 그런 지희의 웃음이 좋았고 사랑스러웠다. 그런 지희를 보며 경희도 같이 웃어보였다.
『아참.. 그런데 너 지희로 안돌아와도 되는거야? 』
말을 마친 미나가 눈을 감았다. 경희가 미나의 몸에서 조금 빛이 나는듯한 것을 느끼는 순간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밝은 빛이 미나에게서 뿜어져 나온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어느새 그 빛은 모두 사라지고 사복을 입고 있는 지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희는 아까 말한대로 변신하는 것에 힘을 소비해서인지 조금은 빠르게 숨을 쉬고 있었다.
『우와.. 마치 마법을 보고 있는것 같아.. 』
『금방이죠? 』
변신을 마치고 눈을 뜬 지희가 웃으며 경희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네가 미나일때 입고 있는 옷이 없어져 버렸네? 지금 입고 있는건 변신하기 전에 입고 있던거니? 』
경희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지희에게 물었다. 남자의 성기에서 나온 미약의 효과를 치료하기위해 미나와 경희는 모두 옷을 벗고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미나가 지희로 다시 돌아오는 과정에서 침대에 놓여져있던 미나의 옷이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저도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미나일때 입고 있는 옷은 그냥 단순한 옷이 아닌것 같아요.. 』
그렇게 지희와 경희는 새끼 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하며 서로를 향해 웃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