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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O의 이야기 - 4장 3편 <원제:Story of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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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74 회 작성일 24-01-09 03:5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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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눈을 뜨게 된 O는 방 안에 어떤 남자가 있는 것을 보았다. 이 방 역시 입구에 있는 방과 똑같은 구조로 벽이 하얗게 칠해져 조금 살풍경한 느낌을 주었다. 커다란 문을 통해서 정원으로 나가게 돼 있었다. 테라스에 있는 등의자에 앉아 담배연기를 내뿜고 있는 대머리 남자는 앞가슴을 열어 제치고 아마포로 만든 바지로 불룩한 배를 옥죄며 O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등의자에서 일어나 O에게 다가오자 스테판 경이 대머리를 남자 앞으로 밀었다. O는 그의 시계주머니에 로와시 메달이 달려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스테판 경은 대머리 남자의 이름을 부르는 대신에 ‘사령관’이라는 칭호를 사용해 그를 정중히 O에게 소개했다.


O는 로와시 저택 사람들과 관계를 갖게 된 이후 처음으로 ㅡ 스테판 경을 제외하고 ㅡ 자신의 손에 남자의 입술을 느끼고 깜짝 놀랐다.


그들 세 사람은 창문을 열어둔 채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스테판 경이 귀퉁이 난로 있는 쪽으로 걸어가 벨을 눌렸다. O는쇼파 옆에 있는 테이블 위에 위스키 병과 탄산수, 글라스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따라서 스테판 경은 마실 것을 요구하기 위해 벨을 누른 게 아니었다.


O는 또 난로 옆 바닥에 놓여 있는 커다란 하얀 상자에 시선을 돌렸다. 로와시 남자는 안락의자에 앉았고 스데판 경은 둥그런 테이블에 살짝 걸터앉아서 한쪽 발을 흔들고 있었다.


소파에 앉으라는 명령을 받은 O는 규칙대로 두 손으로 스커트를 들고 맨살로 앉았기 때문에 목면의 까실까실한 감촉이 그대로 피부에 와 닿았다.


들어온 사람은 스테판 경의 가정부 노라였다. 스데판 경은 노라에게 O의 옷을 벗기고 그 옷을 갖고 나가라고 했다. 노라에 의해 O의 볼레로와 스커트와 허리를 옥 쬐고 있던 코르셋과 샌들이 벗겨졌다. O를 알몸으로 만든 노라가 옷을 들고 방에서 나갔다.


O는 반사적으로 로와시 저택의 규칙대로 스테판 경이 자신에게 완전히 순종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눈을 내려뜨고 방 한가운데에 꼼짝하지 않고 서있었다. 따라서 O는 나탈리가 쟈크리느 처럼 검은 옷을 입고 맨발로 발소리를 죽이고 열려 있는 창문을 넘어오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 한게 아니라 감각으로 느낀 것이다.


미리 스테판 경이 나탈리에 대해서 언급을 해두었는지, 그냥 이름만 알려 주었는데도 대머리 남자는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고 마실 것만 요구했다. 나탈리가 글라스에 위스키와 탄산수와 얼음을 넣어 ‘사령관’에게 전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글라스에 담기는 얼음소리가 제법 요란하게 들려왔다.


‘사령관’이 위스키 잔을 쥐고 O가 옷을 벗는 동안 앉아있었던 안락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O에게 다가왔다. O는 그가 비어있는 한손으로 자신의 유방을 거머쥐거나 아래를 더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예측은 빗나가고 말았다.


그는 O의 벌려진 두 무릎 사이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아랫입술을 바로 앞에서 관찰하는 것으로 만족하려는 심산인 듯했다. 그는 O의 유방과 허벅지와 히프 등을 조심스럽게 관찰하면서 O의 주위를 맴돌았다.


O는 거대한 체구의 남자가 바로 자신의 눈앞에서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사실이, 도망가야 된다고 자신을 꼬드기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바로 눕든 엎드리든 빨리 그의 몸 밑에만 깔렸으면 하고 바라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마침내 O는 마음의 균형을 잃고 구원을 청하기 위해 스테판 경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스테판 경은 O의 간절한 시선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미소를 지으면서 O 옆으로 다가와 한 손으로 O의 양손을 잡고 등 뒤로 돌려 맞잡게 했다. O는 눈을 꼭 감고 스테판경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리고 O는 ‘사령관’이라는 남자가 스테판 경에게 탐스러운 유방과 잔뜩 조여진 허리, 지금까지 본 것들보다도 훨씬 두껍고 기다랗고 눈에 잘 띄는 쇠고리 등,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신을 칭찬하고 있는 것을 들었다. 하지만 진짜로 맨 정신에 듣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꿈 속에서 듣고 있는 것인지 확실히 분간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어려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 마취되었다가 반쯤 깨어난 상태에서 자신이 아직 잠들어 있는 줄 알고 간호원들이 자신에 대해서 요러쿵 조러쿵 수다 떨고 있는 것을 듣고 있었을 때의 정경과도 아주 흡사한 것 같기도 했다.


동시에 O는 ‘사령관’이라는 남자가 스테판 경에게 사의를 표하는 것을 보면 틀림없이 다음 주쯤에 자신을 그에게 빌려 주겠다고 약속을 할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나서 스테판 경은 O의 목덜미에 손을 대고 정신 차리게 한 뒤 아주 부드러운 어조로 자기 방에 가서 나탈리와 함께 기다리고 있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나탈리는 O가 스테판 경 이외의 남자 앞에서 몸을 활짝 열어 보인 것을 옆에서 직접 목격한 사실만으로 기쁨을 감추지 못해 미국 인디언들이 춤추는 것처럼 O 주위를 뱅글뱅글 돌면서 소리를 질러댔다.


“저분은 당신이 마음에 든 모양예요, O. 저분은 당신의 아랫부분을 한참 들여다봤어요. 아아!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욕망을 품게 할 수 있다는 거,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저분은 틀림없이 당신을 채찍질할 거예요. 그리고 채찍 맞은 자국을 몇 번, 아니 만족할 때까지 계속 들여다보겠죠? 적어도 그 동안만은 당신 머릿속에 쟈크리느 언니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거예요.”
 
“쟈크리느 얘기는 터무니없는 소리야, 생각도 안 하는걸. 너는바보구나.”


O가 반박했다.
 
“아녜요, 난 바보가 아니라구요. 쟈크리느 언니가 없을 때 당신이 쓸쓸해 한다는 거, 나, 다 알고 있어요.”


그것은 맞는 말이지만 나탈리의 표현이 다 올 다고는 할 수 없었다. O가 쓸쓸해 하는 것은 쟈크리느 때문만이 아니고 자신이 생각한 대로 즐길 만한 젊은 여자의 육체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나탈리의 몸에 손대는 게 금지 되치만 않았다면 O는 나탈리를 소유했을 것이다.


O가 그런 금지 사항을 엄수하는 유일한 이유는 나탈리를 몇 주후에 로와시 저택에서 소유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 또 자신의 손으로 나탈리를 남자들에게 인도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 이었다.


나탈리와의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투명한 장벽을 소멸시키기 위해 O는 좀이 쑤셔 견딜 수 없을 지경이었지만, 자신을 속박하고 있는 기대를 즐겁게 만끽하며 자위했던 것이다.


O가 그런 것을 나탈리에게 들려주었다. 그러자 나탈리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대면서 O의 이야기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
 
“만약 쟈크리느 언니가 지금 이 방에 있고 그렇게 하고 싶어 하면, 당신은 언니를 껴안겠죠?”


하고 나탈리가 말했다.
 
“물론이지.”


O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것 봐요‥‥‥‥”


O는 쟈크리느가 됐든, 나탈리가 됐든, 또 어떤 특정한 여자가 됐든 그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자기 자신의 이미지를 사랑하면서 다른 여자들 속에서 자기 자신보다도 더 감동적이고 더 아름다운 것을 발견하듯, 어느 누구를 찍어놓고 사랑하는 게 아니라 여성 일반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대체 어떤 방법 ㅡ 무척 어려운 일인 것만은 틀림없지만 ㅡ 을 써서 나탈리를 이해시킬 수 있단 말인가?


한 여자가 자신의 애무를 받고 숨을 헐떡이면서 눈을 지그시 감는 것을 지켜봄으로 해서 얻어지는 쾌락, 자신의 입술과 치아를 사용하여 얻는 쾌락, 손으로 상대 여자의 아랫배와 히프를 부드럽게 어루만져서 느끼는 쾌락, 상대방이 상체를 비틀면서 신음을 토해내고 자신의 손가락 움직임에 따라 몽을 수축시키는 것을 느끼는 쾌락들이 강렬한 것은, 자신 역시 상대에게 껴안기면 상대의 손끝에 반응하고 신음을 냄으로써 상대에게 쾌락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증하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상대 여자가 자신에게 몸을 내맡기듯 상대에게 자신의 몸을 내 맡기려 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몸을 내맡기는 상대는 남자뿐인 것이다. 게다가 O가 애무하는 여자는 O 자신을 소유하고 있는 남자의 소유물이어야만 하고, 자신은 그저 대리인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항상 깨닫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며칠 전, 쟈크리느가 낮잠 시간에 자신한테 왔을 때, 만약 스테판 경이 늘 하던 대로 벽에 뚫려 있는 구멍으로 들여다보는 대신에 방에 들어와서 쟈크리느를 소유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면 O는 슬픈 생각이나 아쉬움 같은 것은 품지 않고 오히려 더없는 쾌감을 느끼면서 그를 위해 열심히 쟈크리느의 몸을 벌리려 했을 것이다.


O는 잘 훈련돼 사냥에 동원된 미끼에 불과했다. 따라서 실패하는 일 없이 사냥감을 몰아 결실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O가 쟈크리느의 정묘하고 또렷하게 생긴 장미색 입술과, 지금까지 세 번밖에 벌려보지 못한 엉덩이 계곡 사이에 있는, 보다 정묘하고 보다 짙은 장미색을 띤 부위를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을 때, 옆방에서 스테판 경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O 자신은 스테판 경을 볼 수 없지만 그는 자신을 얼마든지 들여다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자신은 이렇게 언제고 그의 시선에 몸을 드러내 그의 시선이 벽을 온통 장식하고 있는 감옥에서 행복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나탈리는 우유 속에 빠진 한 마리 파리처럼 방 한가운데에 앉아있었다. 그러나 O는 장식장 앞에 계속 서있었다. 그 모습은 찌는 듯한 더위에 어두운 실내를 알몸으로 걸어 다니고 있는 여성이 묘사돼 있는 19세기에 제작된 판화를 연상시켰다.


스테판 경이 문을 열었을 때 O는 장식장에 등을 기대고 있다가 황급히 몸을 돌려서 쳐다보았다. 그 때문에 O의 다리 사이에 매달려 있는 쇠고리가 청동으로 만든 손잡이에 부딪쳐 소리를 냈다.
 
“나탈리, 두 번째 방에 가서 바닥에 있는 하얀 상자를 갖고와.”


돌아온 나탈리가 그 상자를 침대 위에 올려놓고 그것을 열어 상자 안에 들어 있는 물건들을 하나하나 꺼내 차례대로 스테판 경에게 건넸다. 상자 안에 들어 있던 것들은 가면으로 머리 전체를 뒤집어 씌울 수 있게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메, 독수리, 올빼미, 사자, 황소 등 그것들 모두는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동물 가면에 지나지 않았지만, 진짜 동물가죽과 털로 만들어지고 속눈썹이 있는 동물-예를 들어 사자-의 눈꺼풀에는 그것이 붙어 있고, 어깨까지 모피와 깃털이 늘어져 있었다.


그 가면을 입 위와 ㅡ 콧구멍에 닿는 부분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ㅡ 두 볼에 밀착시킨 다음 뒤쪽에 늘어져 있는, 일종의 덮개 밑에 숨겨져 있는 가죽 끈을 조이면 되었다.
 
가면의 형상을 취하고 있는 질기고 두툼한 종이의 골격이 외피와 내피 사이에 들어 있는 형태가 이그러 지지 않도록 보호하고 있었다. O는 전신을 비추는 커다란 거울 앞에 서서 그 가면들 하나하나를 모두 착용해 보았다. 다른 것들에 비해 좀더 기발하면서 변화를 더욱 느끼게 하는 동시에 잘 어울리는 것은 작은 올빼미가면 ㅡ 올빼미 가면은 두 개가 있었다. ㅡ 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태양열에 잔뜩 그을린 O의 피부와 잘 융화되는 갈색과 엷은 커피색 깃털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깃털의 외피는 두 어깨를 완전히 뒤덮은 다음 유방 바로 위와 등 가운데까지 늘어져 있었다.
 
스테판 경이 O가 쓰고 있는 올빼미 가면을 벗겨내면서 말했다.


“앞으로 당신은 ‘사령관’을 위해 작은 올빼미가 되는 거요. 하지만 O, 명심해 둘 게 하나 있소. 당신은 내내 줄에 묶여서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오. 나탈리, 내 방에 가서 책상 맨 윗 서랍을 열어봐. 쇠사슬과 펜찌가 있을 거야.”


나탈리가 쇠사슬과 펜찌를 갖고 왔다. 스테판 경은 그 벤찌로 쇠사슬 맨 끝의 고리를 벌리고 그것을 O의 아래 치부에 매달려 있는 두 번째 고리에 연결시키고 다시 벌린 틈을 아물렸다. 그 쇠사슬은 개줄 비슷하게 생긴 것으로 길이가 약 1.5미터 정도 돼 보였다.


스테판 경은 O가 가면을 다시 뒤집어쓰자 나탈리 에게 쇠사슬 끝을 쥐고 방 안을 거닐어 보라고 지시했다. 나탈리는 발가벗은 몸에 올빼미 가면을 쓰고 있는 O를 뒤따라오게 하면서 방 안을 세 번 돌았다.


“그래, 사령관 얘기가 맞았어. 당신의 아랫부분 입술 주위의 덤불을 완전히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그랬는데‥‥‥ 내일 하기로 합시다. 우선 쇠사슬을 몸에 단 그대로 있도록 하시오.”
 
그날 저녁, O는 발가벗은 몸으로 쟈크리느와 나탈리, 스테판경, 르네와 함께 식사를 했다. O의 쇠사슬은 가랑이 사이를 통해 뒤쪽 고랑을 타고 올라가 그녀의 허리에 감겨 있었다. 노라 혼자서 시중을 들었는데 0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두 시간 전에 스테판 경이 노라를 부른 것이다.


이튿날 O는 아랫입술 주위의 덤불을 제거하기 위해 미용실에 갔다. 미용실의 젊은 여자는 쇠고리나 엉덩이에 새겨져 있는 낙인보다는 보기만 해도 온몸에 소름을 끼치게 하는 채찍자국들 때문에 깜짝 놀랐다.


O는 왁스를 몸에 발라 굳게 한 다음 단숨에 목적을 달성하는 게 채찍으로 얻어맞는 것보다는 덜 아플 거라고 미용실 여자에게 필요 없는 설명을 몇 번씩이고 되풀이해 주려고까지 했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O가 말을 늘어놓아서 얻을 수 있었던 유일한 효과는 맨 처음 그랬던 것 같은 연민의 시선을 받는 대신에 공포의 시선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덤불제거 작업이 모두 끝나 O가 벌렸던 다리를 붙이고 ㅡ 그것은 정사를 위해서 가랑이를 활짝 벌렸던 것을 오므리는 동작과 아주 흡사했다.ㅡ 자리에서 일어나 웃는 얼굴로 감사의 말을 늘어놓고, 돈도 제법 많이 지불했다. 하지만 O는 자신이 그 미용실을 나온 게 아니라 쫓겨났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게 자신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자신의 그것과 가면의 깃털이 빛어 내는 대조에 무언가 쇼킹한 것이 있다는 점이고, 또 이 가면이 연출하고 있는 이집트의 조상 같은 풍모가 ㅡ 자신의 넓은 어깨와 가느다란 허리, 긴 다리 등이 그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ㅡ 자신의 육체는 완벽하게 매끌매끌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요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개인 여신상만이 아랫입술의 사이를 달리는 고랑 ㅡ 거기에서 지극히 예민한 입술의 산등성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ㅡ 을 적나라하게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쇠고리가 자기 몸속을 뚫고 지나가도록 허용한 아랫입술을 본 적이 있을까?


O는 안느마리의 집에서 만났던 통통한 여자를 머릿속에 떠올려보았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었다, 내 주인은 나를 침대다리에 매어놓을 때만 아랫배 고리를 사용했다고. 또 그녀의 주인은 그녀를 완전무결한 알몸으로 만들기 위해 배 아래쪽에 밀생해 있는 덤불도 제거했다고 했다.


스테판 경이, 더부룩하고 탐스러운 느낌을 선사하는 자신의 그것을 거머쥐기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O는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이나 아닌가 하는 두려운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O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스테판 경의 눈은 더욱 이글거리는 것만 같았다. O가 가면을 쓰고 얼굴과 입술과 아래의 입술을 단장했던 화장을 깨끗이 지워내 창백한 그대로를 내보였을 때, 스테판 경은 마치 들짐승을 길들이는 조련사처럼 아주 조심스러우면서 손끝 하나하나에 의미가 담겨 있는 애무를 퍼부은 것이다.


O를 어디에 데리고 가려는 것인지, 또 출발하는 시각이 언제인지, "사령관"의 초대 손님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스테판 경은 무엇 하나 귀띔해 주지 않았다. 하지만 스테판 경은 그날 오후 나머지시간을 O의 곁에서 떠나지 않았다.


밤이 되자 방으로 O와 스테판 경의 식사가 운반되었다. 그들은 밤 11시에 뷰익을 타고 출발했다. O는 산악지방에서 즐겨 입는 커다란 갈색 망토를 걸치고 두 발에는 나무신발을 신고 있었다. 나탈리는 까만 바지와 스웨터를 입고, O의 쇠고리에 연결된 쇠사슬 끝을 자기 오른쪽 팔목에 채워져 있는 팔찌 고리에 끼웠다.


차는 스테판 경이 운전했다. 보름달이 하늘 높이 치솟아 가로수와 길가의 집들을 환하게 밝혀 주었다. 하지만 달빛이 닿지 않는 곳은 모두 칠흑 같은 어둠이 뒤덮여 있었다. 날씨가 덥기 때문에 아직 잠을 못 이룬 사람들이 집 안팎에서 서성거리다가 시커먼 차가 창문도 내리지 않고 달려가는 것을 흥미로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ㅡ 스테판 경이 창문을 열지 못하게 했다. ㅡ


개가 요란하게 짖어댔다. 헤드라이트의 밝은 불빛을 받는 올리브나무는 지상 2미터 높이에 흐르고 있는 은색 구름처럼 보였고, 사이프러스는 검은 깃털을 닮았다. 이 고장에서는 사루비아와 라벤더 향을 제외하면 밤이 빛어 내는 환상 세계와 어울릴 만한 것이 없었다. 도로는 변함없이 오르막길이고 뜨거운 열기가 지면을 뒤 덥고 있었다. O가 망토를 어깨에서 빼냈다. 이제는 괜찮을 것이다. 인가도 사람들도 더 이상 눈에 뜨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10분 후, 언덕 위에 있는 녹색 떡갈나무 숲을 따라 계속 차를 몬뒤 기다란 벽 앞에서 속도를 줄였다. 그 벽에는 차가 들어갈 수 있는 문이 나 있었고 차가 접근하자 조용히 열렸다. 차를 주차시키고 있는 동안 문이 다시 닫혔다.


스테판 경이 먼저 차에서 내려 나탈리와 O를 내리게 했다. O는 그의 명령에 따라 망토와 나무신발을 차에 놔두었다. 그가 르네상스식 으로 천장이 둥그렇게 돼 있는 승원의 회랑 문을 열자, 정원에서 춤을 추고 있는 열 쌍 정도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깨와 등을 거의 드러내 다시피한 여자 몇몇과 스펜서를 걸친 남자들이 촛불이 켜져 있는 작은 테이블 앞에 앉아있었다.


전축이 왼쪽 회랑에 있고 음식은 오른쪽 회랑에 준비돼 있었다. 달빛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에 받으며 서있는 O와 그 앞에 쇠사슬을 손에 쥐고 있는 나탈리의 작은 그림자를 알아차린 사람들이 춤을 멈추고, 앉아있던 사람들은 상체를 비틀었다.


전축 옆에 서있던 청년이 갑작스런 침묵에 무슨 일이 났는가 알아보라고 뒤돌아보다가 깜짝 놀라 레코드 바늘을 건드렸다.


O는 한 발도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스테판 경 역시 O의 등 뒤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무언가를 기다리고만 있었다. ‘사령관’이, O를 좀더 자세히 관찰하려고 촛불을 들고 가까이 접근해 울타리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을 헤치고 다가왔다.
 
“누구지?”


하고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이 여자, 누구 거지?”
 
“생각이 있으시다면 여러분께 드리겠습니다.”
 
라고 그가 대답했다.


그가 나탈리와 O를 정원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는 캄푸치아 산 매트리스가 깔려 있는 돌로 만들어진 벤치가 나즈막한 벽을 등지고 자리 잡고 있었다.


O는 벽에 등을 기대고 두 무릎에 손을 올려놓고 그 벤치에 앉았고 나탈리는 그녀의 왼발 옆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변함없이 쇠사슬 끝을 쥔 채로. ‘사령관’은 O와 나탈리가 앉는 것을 보고 되돌아갔다. 스테판 경의 모습을 확인하려고 O가 눈을 두리번거려 보았지만 처음에는 찾을 수가 없었다. 이윽고 O는 그를 찾아낼 수가 있었다. 정원 한쪽 구석에 있는 안락의자에 앉아 발을 쭉 뻗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날 볼 수 있을 거야’ 하고 마음속에 중얼거리자 O는 안심이 되는 것 같았다.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춤추다가 동작을 멈추었던 사람들이 다시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그들 중 한 두 커플이 춤을 추면서 ㅡ 우연인지 고의적인 행동인지는 알 수 없으나 ㅡ O에게 접근해 왔다. 그 다음, 그 중 한 커플의 여자가 남자를 잡아당겨 더 가까이 다가왔다. O는 스스로 올빼미로 변신이라도 한 것처럼 깃털 밑에 거무스름한 갈색으로 채색한 눈을 더욱 크게 뜨고 그들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 환상이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에, 마치 O 자신이 인간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귀머거리 작은 올빼미라도 된 양 누구 하나 말을 걸려고 하지 않았고, 또 그것을 당연하다고 믿고 있는 듯했다.


밤을 꼬박 지새고 동녘 하늘이 밝아 올 때까지 사람들은 O에게 다가왔다가는 물러가고, 어떤 사람들은 O의 몸에 손까지 대보곤 했다. 또 몇 번씩 O의 주위에 원을 만들고 O의 무릎을 벌려보기도 했었다. 그리고 O의 쇠사슬을 들어올리고 도기로 만든 두 나뭇가지 위에 세워져 있는 촛대를 가까이 갖다대면서 ㅡ 그때 촛불이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뜨겁게 자극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ㅡ 그 쇠사슬이 어떻게 아랫입술에 고정돼 있는가를 확인 하려고 했다.


술이 잔뜩 취한 미국인도 그들 속에 섞여 있었는데, O의 쇠고리와 메달이 살을 뚫고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얼음물을 뒤집어 쓴 듯 깜짝 놀라 술이 깨는 모양을 했다. O는 그 미국인의 표정에서, 자신의 아랫배 덤불을 제거해 주었던 미용실의 젊은 여자가 얼굴에 떠올렸던 경멸과 공포의 느낌을 읽을 수 있었다. 그 미국인은 춤판에서 떠나갔다.


또 무척 어려 보이는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두 어깨를 그대로 드러내고 목에는 상당한 값이 나갈 것 같은 진주목걸이를 차고 하얀 드레스로 목을 감싸고 허리에는 월계화를 장식하고 앙증스러운 황금색 샌들을 신고 있었다. 짝을 이룬 젊은 남자는 그녀를 O의 오른쪽에 앉힌 뒤 손을 쥐고 O의 유방을 애무하게 했다. O의 유방이 윤이 나고 아주 가벼워 보이는 손에 의해 자극을 받자 몸 둘 바를 모르고 흔들렸다. 다시 그 손을 O의 아랫배에, 그리고 쇠고리에, 다시 그 고리가 지나가는 구멍에 대게 했어도 소녀는 입을 꾹 다문 채 남자 친구가 하라는 대로 행동해 갔다.


이윽고, ‘나도 네 몸에 똑같이 해줄까’ 하고 청년이 말했을 때 소녀의 얼굴에는 겁먹은 표정이나 경멸의 표정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O의 몸에 손을 대고 모델이나 전시물처럼 다루면서도, 단 한 번 O에게 말을 걸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은 돌이나 밀랍으로 만든 인형, 아니면 다른 세계의 피조물이기 때문에 말을 걸어봐야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스테판 경과 ‘사령관’이 O의 발 밑에서 잠들어 있는 나탈리를 깨운 다음, O를 일으켜세워 정원 한가운데로 데려가 쇠사슬과 가면을 벗기고, 테이블 위에 쓰러뜨려 번갈아가면서 욕심을 채운 것은 초대 손님들이 모두 돌아간 다음이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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