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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O의 이야기 - 4장 1편 <원제:Story of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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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99 회 작성일 24-01-09 03:4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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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올 빼 미



우리는 우리를 변화시키는 감정을
맛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에게 변화의 관념을
시사해주는 감정을 맛보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사랑은
에고이즘으로부터
우리를 정화시켜 주거나 하지 않는다.
다만 정화시켜주는 듯한 느낌을 주어
이와 같은 에고이즘이
간여하지 않는 먼 마음의 고향을 상기시켜 줄 뿐이다.


 


 


올 빼 미



O는 르네가 교묘하게 진실로 가장했던 것을 쟈크리느에게 고백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왜 망설였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안느마리가 한 말이 갑자기 머릿속에 떠올랐다. 자기 곁을 떠나자마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했었다.


O는 이렇게까지 변화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던 것이다. 여행에서 돌아온 쟈크리느는 이전에 비해 더 생기 발랄 한 것 같았다. 하지만 O는 혼자 있을 때나 마찬가지로 샤워를 하거나 옷을 갈아입을 때에 몸을 감추려 고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쟈크리느는 자기와 직접 관련된 일 이외에는 무관심하게 대했기 때문에 O의 변화를 사흘이 지나도록 알아차리지 못했다.


생각다 못한 O는, 쟈크리느가 욕실에 들어왔을 때, 탕에서 나와 욕조 가장자리에 아래 부분에 매달린 쇠고리를 부딪쳐 나는 금속음으로 그녀의 주의를 끌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쟈크리느는 O의 두 다리 사이에 매달려 있는 메달과 허벅지와 가슴에 채찍 자국을 동시에 발견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야?”


하고 쟈크리느가 물었다.
 
“스테판 경이 그랬어.”
 
O가 대답했다. 그리고 지극히 당연한 일을 이야기하듯 덧붙였다.


“르네가 날 그에게 양도해 버렸어. 그래서 그가 내 몸에 자기이름을 새긴 쇠고리를 매단 거야. 자세히 봐.”
 
바스로브로 물기를 닦아내면서 O는, 충격을 받고 바닥에 주저앉아 버린 쟈크리느의 옆에 다가가 메달을 손에 쥐고 읽어볼 수 있도록 몸을 기울였다. 그리고는 바스로브를 들어올리고 뒤돌아 서서 자신의 엉덩이에 각인돼 있는 S와 H자를 손끝으로 가리켜 보였다.


“그가 자기 이름의 이니셜을 내 몸에 새겼어. 다른 것들은 채찍자국이야. 평상시에는 직접 자기가 채찍을 휘두르지만 가끔 가정부에게 시킬 때도 있어.”


쟈크리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O의 얼굴만 올려다보고 있었다. 어처구니없는 표정이었다. O는 웃어 보이면서 쟈크리느에게 키스하려고 했다. 겁을 먹었는지 쟈크리느는 O를 밀쳐 버리고 자기 방으로 달아나 버렸다.


O는 태연스레 몸의 물기를 닦고 향수를 뿌린 뒤 머리를 말리고 빗질했다. 그런 다음 코르셋과 긴 양말을 신고 슬리퍼를 신었다. 쟈크리느 방의 문을 열자 몽유병자처럼 거울 앞에서 빗질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거울 속의 쟈크리느 시선이 O를 쳐다보았다.


“코르셋 끈 좀 조여 줘. 무척 놀란 모양이지? 르네가 너를 사랑하고 있어. 그이가 아무 말도 안했어?”


하고 O가 말했다.


“아무 말도 듣지 못했어.”


하고 대답한 쟈크리느가 다시 자기에게 충격을 안겨다 준 것을 단숨에 게워내기라도 하듯 입을 열었다.


“너는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지만 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


“르네와 같이 로와시에 가보면 알게 될 거야. 그와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았니?”
 
순식간에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쟈크리느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정했지만, 그 동작이 너무 어색해 보였다.


“봐, 네 얼굴을, 거짓말을 하고 있잖아. 너는 바보야.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는 없는 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한테 까지 숨길 건 없어. 난 너를 애인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으니까, 로와시 저택 이야기 듣고 싶지 않니?”


쟈크리느는 O가 질투로 펄펄 날뛰는 것을 두려워한 탓인지, 기분의 부담을 가볍게 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호기심 때문에 듣고 싶어 하는 것인지 수락했다.
 
“그래, 이야기해 줘.”


“좋아. 하지만 먼저 내 젖에 키스해 줄 수 있겠니? 르네에게 서비스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를 대비해서 너도 연습해 둘 필요가 있어.”


쟈크리느는 O의 요구대로 행동했다. 그것도 너무 감미로운 혀 놀림이라 O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자, 이제 얘기해 봐.”
 
하고 쟈크리느가 재촉했다. O가 이야기하는 내용이 아무리 충실하고 명료하다고 해도, 또 O 자신의 육신으로 표현하고 있는 물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쟈크리느의 눈에는 도저히 이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망상의 눈빛이 떠올랐다.


“9월에 거길 간다고?”
 
“우리들 모두 남프랑스에 갔다 온 다음에. 나, 아니면 르네가 데리고 갈 거야.”


“가보고 싶어‥‥ 하지만, 그저 보는 것뿐이야.”
 
“물론, 그럴 수도 있어.”


O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마음 속 에서는 그 반대 상황을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즉 O가 간절히 생각하고 있는 것은, 만약 자신이 있는 말 없는 말 섞어서 쟈크리느를 설득하는 데 성공해 그녀를 로와시 저택의 육중한 문 안으로 들여보낼 수만 있다면 스테판 경이 자신을 칭찬할 것이라고. 이어서 O는 여러 하인들과 쇠사슬과 채찍과 쟈크리느의 관계를 생각해 보았다.


스테판 경은 칸느 부근에 별장을 빌려 O와 르네와 쟈크리느와 쟈크리느의 여동생 ㅡ 나탈리를 데려가 달라고 한 것은 쟈크리느였지만 그것은 쟈크리느 스스로 그렇게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녀의 모친이 O에게 부탁해 보라고 쟈크리느를 못살게 굴었기 때문이다. ㅡ 과 함께 8월 한 달을 그곳에서 지낼 계획을 갖고 있었다.


O는 자기가 묵기로 되어 있는 방에서, 르네가 없을 때에 쟈크리느와 함께 낮잠을 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방은 겉보기에 완전무결하게 보였지만 실상을 그렇지가 않았다.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휴양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벽장식 뒤에 작은 구멍 ㅡ 물론 O의 방에서는 눈에 잘 뜨이지 않게 되어 있다. ㅡ 이 뚫려 있고, 옆방에서 그 구멍으로 들여다보면 O의 침대 옆에 서서 지켜보는 것과 똑같은 시각과 청각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돼 있는 것이다. 그 구멍을 들여다보는 주인공은 바로 스테판 경이었다.


O의 뜨거운 손길에 온몸을 비틀어 대는 쟈크리느의 모습이 스테판 경의 눈에 뜨이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그런 사실을 깨닫는다고 해도 몸을 도사리기에는 너무 늦은 것이다. 쟈크리느를 배반한다는 상상은 O에게 즐거움을 안겨다 주었다. 왜냐하면 O가 자부심을 갖고 있는 채찍 자국과 낙인과 메달을 갖고 있는 노예의 처지를 쟈크리느가 업신여기고 꺼리는 듯한 태도를 보인 데 대해 굴욕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O는 지금까지 남부 프랑스에 가본 적이 없었다. 파랗고 맑게 개여 영원을 생각하게 하는 하늘, 거의 움직임이 없어 보이는 바다, 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숲, O는 그런 모든 것들이 자신에게 동물적이면서 적의를 품고 있는 듯했다.
 
“진짜 나무 같지가 않아.”    


물씬 냄새를 풍기고 있는 소귀나무와 금작화를 앞에 하고 슬픈 듯 중얼거렸다. 여기에 있는 모든 것들, 작은 돌멩이나 이끼 같은 것들도 손을 대보면 뜨뜻미지근한 감촉이 와 닿을 것만 같았다.
 
“바다도 바다답지가 않고.”
 
하고 O가 다시 말했다.


O는 몇 달을 햇빛을 보지 못한 것처럼 창백하고 질릴 줄도 모르고 연신 같은 장소를 씻어내고 있는 바다를, 똥처럼 누렇기만 하고 하나 쓸모 없을 듯한 해조류만 모래사장 쪽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바다를 바라보고 까닭 모를 초조함을 느꼈다.


하지만 낡은 농가였던 것을 최근 개조한 것 같은 별장의 정원에 있으면 바다를 잊을 수가 있었다. 좌우 양쪽에 높게 솟아있는 외벽이 이웃 별장들에서 날아오는 시선을 완전히 차단해 주었다. 관리인들이 기거하고 있는 건물은 안채와 따로 마련돼 있었고, 일행이 묵게 돼 있는 안채는 동향으로, 2층에 있는 O의 방은 테라스가 딸려 있었다.


검고 커다란 월계수의 나뭇가지가 테라스 난간 역할을 하고 있는 아래층 지붕에 닿아있었다. 갈대로 만든 발이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한 태양에서 그 테라스를 지켜주고, 바닥에 깔려 있는 빨간 타일은 방 안 것과 똑같았다.


O의 방과 스테판 경의 방 사이의 내벽은 아치형으로 생긴 특수한 벽으로 계단의 난간 같은 목책이 붙어있었다. 이 방 이외의 벽은 하얀 석화로 발라져 있었다.


바닥을 뒤덮고 있는 두툼한 카페트는 하얀 목면으로 만든 것이고 런네르 커텐은 하얀색과 노란색이 뒤섞인 것이다. 그리고 같은 천으로 씌워져 있는 안락의자 두 개와 삼단으로 접혀 있는 캄푸치아 산 파란 매트리스가 하나 있었다.


그밖에 가구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섭정시대에 유행했을 듯한 호두나무로 만든 장식장과 전원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거울처럼 매끄러운 테이블이 하나씩 있었다. O는 자신의 옷들을 장식장에 차곡차곡 정리해서 넣었다. 그 장식장 위에 거울이 붙어있어 경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쟈크리느의 동생 나탈리는 O의 방에서 가까운 곳에 묵게 되었다. 그날 아침, O가 테라스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 나탈리가 같이 하려고 다가와서 옆에 드러누웠다. 통통한 몸매의 나탈리는 하얀 피부에 조금 연약해 보이는 것 같았다. 나탈리의 눈동자는 쟈크리느처럼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듯하고 검게 빛나는 게 꼭 중국 사람 같은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나탈리의 유방은 단단히 옥죄여 여리게 흔들리고 있었고 엉덩이는 어린애들의 그것처럼 살이 없이 아주 빈약해 보였다.


자기 언니가 일광욕하고 있는 줄 알고 달려왔던 나탈리는 거기에 O 혼자 캄푸치아 매트리스 위에 엎드려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O의 비밀을 발견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언니인 쟈크리느에게 불쾌감을 불러일으킨 O의 비밀은 생각지도 않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나탈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욕망과 선망이 잔뜩 담긴 시선으로 O의 비밀을 바라본 것이다.


나탈리는 깜짝 놀라 쟈크리느에게 가서 물어보았다. 쟈크리느는 O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대로 보태거나 빼지 않고 동생에게 들려주었다. 자기가 맨 처음 그 이야기를 듣고 불쾌한 기분을 느꼈던 것처럼 나탈리도 똑같은 반응을 보이리라 짐작하고.


하지만 나탈리의 감동은 변함없었다. 나탈리는 O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간신히 일주일 이상 그런 사실을 가슴 속에 묻어두었다가 드디어 일요일 O와 단 둘이 있을 기회를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날은 다른 날보다 훨씬 견디기 쉬웠다. 오전 내내 혼자서 ·물에 들어갔던 르네는 아래층 시원한 소파 위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그가 어울려 주지 않고 수면 쪽을 택했기 때문에 쟈크리느가 기분이 상해 O의 방으로 놀러 왔다.


바다와 태양이 벌써 O의 몸을 황금색으로 물들여 놓였다. 그녀의 머리카락과 눈썹, 속눈썹, 풍성한 아래쪽 덤불, 겨드랑이 사이도 모두 금분으로 칠을 해 놓은 듯했고 화장을 하지 않은 탓인지 그녀의 입술은 아래의 치부와 마찬가지로 장미색을 띠고 있었다.


스테판 경이 ㅡ O는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존재를 느낄 수 있었고 다른 사람과도 구분할 수 있었다. ㅡ 쟈크리느의 자태를 구석구석 빠짐없이 관찰할 수 있도록, O는 중간 중간 쟈크리느의 몸통 정면에 밝은 빛이 닿게 했다. 덧문을 닫아놓았기 때문에 방 안은 아주 어두웠다.


쟈크리느는 한 시간 이상 O의 애무를 받고 몸을 비틀면서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가슴을 뒤로 젖히고 두 팔로 침대머리 쪽 목책을 거머쥐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O는 쾌락 속을 헤매던 쟈크리느가 갑자기 용수철이 끊긴 듯 허탈 상태에 빠질 때까지 동정을 베풀지 않고 눈물과 비명을 토해내게 만들었다. 이윽고 O는 쟈크리느를 그녀의 방으로 돌려보내 잠시 눈을 붙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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